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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유설

1. 개요2. 내용3. 기타4. 외부 링크5. 같이보기

1. 개요

芝峰類說

광해군 6년(1614)에 실학자 지봉(芝峰) 이수광(1563~1628)이 편찬한, 조선시대의 백과사전유서(類書)이다. 총 3435개 항목, 20권 10책으로 이루어졌다.

내용은 크게 천문, 지리, 역사, 정치, 경제, 경학, 시문, 신형, 언어, 잡사, 기예, 외도, 궁실, 생물 등과 인문학, 생활사에 대한 내용들이다. 모든 항목에 여러 나라의 자료들을 하나하나 전거를 들어가며 전문적이고 정확하게 풀이하였다.

나중에 이수광의 아들 이성구와 이민구[1]가 지봉집(芝峰集)과 함께 인조 12년(1634)에 목판본으로 펴냈다. 후대의 또 다른 실학자 이익성호사설을 집필할 때 지봉유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2. 내용

2.1. 외국 일람

두 번째 권의 제국부(諸國部)에는 조선의 일은 물론 외국의 이야기도 적혔다. 본문에서 소개되는 외국의 순서와 명칭은 다음과 같다. 의외로 일본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비슷한 순서에 나오는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같은 데서 일본이 동남아 위치쯤에 표시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당시에는 일본을 동남아에 있는 여러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2. 경칩 개구리울음점

唐詩曰, "田家無五行, 水旱占蛙聲." 按三月初三上巳日, 聽蛙聲占水旱. 故諺云, "田鷄叫得啞, 低田好稻把. 田鷄叫得響, 田內好牽槳."
당시(唐詩)에 말하기를, "농사하는 집에는 오행(五行)이 없어서 수해가 나고 한재가 날 것을 개구리 소리로 점을 친다"고 하였다. 조사하여 보니, 3월 초3일, 즉 상기일(上巳日)에 개구리 소리를 듣고 수해나 한재를 점쳤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세속 말에 "개구리)ㅣ가 울부짖으나 벙어리가 되어서 소리가 나지 않으면 가물기 때문에 지대가 낮은 논에선 좋은 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개구리가 울부짖어서 음향이 나오면 수해가 날 것이므로 논 안에서 배를 부리기 좋을 것이라"고 했다.
권1, 시령부(時令部), 절서(節序) (이미지 10쪽)
경칩 때 개구리 울음소리로 점을 치던 풍속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민족대백과사전

2.3. 마테오 리치천주실의

有利瑪竇者, 泛海八年越八萬里風濤, 居東奧十餘年. 所著天主實義二卷.
이마두(利瑪竇)라는 자가 있어서, 8년 동안이나 바다에 떠서 8만 리의 풍랑을 넘어 동월(東粤)에 와서 십여 년이나 살았다. 그가 저술한 『천주실의(天主實義)』 두 권이 있다.
권2, 제국부(諸國部), 외국(外國) (이미지 30쪽)
우리나라 최초로 천주교에 관한 내용도 들어있는데 마테오 리치(1552~1610)의 천주실의(天主實義)가 소개되었다. 해당 책이 1590년대에 나왔다고 하니 20년 정도 전의 꽤 따끈따끈한 지식이 실린 셈이다.

2.4. 허난설헌

蘭雪軒集中金鳳花染指歌. 全取明人拂鏡火星流夜月. 畫眉紅雨過春山之句而點化爲之. 遊仙詞中二篇. 卽唐曹唐詩. 送宮人入道一律. 則乃明人唐震詩也. 其他樂府宮詞等作. 多竊取古詩. 故洪參議慶臣, 許正郞䙗. 乃其一家人. 常言. 蘭雪軒詩二三篇外. 皆是僞作. 而其白玉樓上樑文. 亦許筠與李再榮所撰云.
난설헌(蘭雪軒)의 시집 속에, 봉숭아꽃으로 손가락을 물들이는 노래는 명나라 사람의, "(그 손가락을) 거울에 떨치니 불별이 밤달에 흐르는 것 같고, 눈썹을 그리니 붉은 비가 봄 산을 지나는 것 같다[拂鏡火星流夜月 畫眉紅雨過春山]"라고 한 글귀를 전부 따다가 點化(前人이 만든 詩文을 고쳐 새로운 체재를 내놓음)한 것이다. 부선사(遊仙詞) 가운데의 두 편은 바로 당나라 조당(曹唐)의 시이고, 관인이 중이 되어 가는 것을 보내는 한 편의 율시(律詩)는 명나라 사람 당진(唐震)의 시다. 그 밖의 악부(樂府)ㆍ궁사(宮詞) 등의 작품은 옛 시를 훔쳐 쓴 것이 많다.
그런 까닭에 참의(參議) 홍경신(洪慶臣)과 정랑(正郞) 허적(許嫡)은 한집안 사람들로, 항상 말하기를, "난설헌의 시는 2, 3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작이다. 그리고 그의 백옥루상량문(白玉樓上樑文)도 또한 허균이 이재영(李再榮)과 함께 찬술(撰述)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권14 문장부(文章部) 7, 규수시(閨秀詩)
허난설헌(1563~1589)의 시들 중 일부가 표절이라고 말하였다. 정말 여담이지만 저자 이수광은 허난설헌과 신기하게도 동갑이다.

2.5. 광개토대왕릉비

滿浦越邊有大墳. 相傳爲皇帝墓. 其下有大池. 荷花甚盛. 沈彦光滿浦道中望皇帝墓詩曰. 完顔古國荒城在. 皇帝遺墳巨碣存是也.
만포 건너 나룻가에 큰 무덤이 있는데 이것을 서로 전해 말하기를, 황제의 묘라고 한다. 그 밑에 큰 못이 있고, 연꽃이 매우 무성하게 핀다. 심언광이 만포로 가는 도중에 이 황제의 묘를 바라보고 시를 지었다. "완안의 옛 나라에 거친 성이 있고, 황제의 옛 무덤에 큰 비석이 섰네."
권19 궁실부(宮室部), 능묘(陵墓) (이미지 7쪽)
광개토대왕릉비금나라의 비석으로 오인한 심언광(沈彦光,1487~1540)의 시가 실려있기도 하다.

2.6. 고추

고추일본을 통해 들어왔다고 소개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맨 마지막 권에 실려있어 꽤나 뒤에 실린 편이다.
南蠻椒有大毒. 始自倭國來故俗謂倭芥子. 今往往種之酒家利其猛烈. 或和燒酒以市之飮者多死.
南蠻 후추는 큰 毒이 있다. 처음에 왜국에서 들어 왔기 때문에 세속에서는 이것을 왜계자라고 한다. 지금은 가끔 이것을 심는데, 술집에서는 몹시 매운 것을 이용한다. 또는 소주에 타서 팔기도 하는데 이것을 먹은 자는 많이 죽는다.[2]
권20 훼목부(卉木部), 목(木) (이미지 6쪽)

2.7. 토마토

또한 토마토도 남만시(南蠻柿)라는 이름으로 남만[3]을 통해 들여왔다고 소개된 것으로 유명한데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있다.
南蠻柿者.草柿也.春生秋實.其味似柿.本出南蠻.近有一使臣得種於中朝以來.亦異果也.
남만시(南蠻柿)는 풀에서 나는 감으로 봄에 심어 가을에 열매맺는다. 맛은 감과 비슷하다. 남만에서 온 것으로 사신이 중국과 조선에 종자를 가져왔다.
권19 식물부, 과(果)

3. 기타

永結利國。在極西外洋。晝則極長。夜纔二更。旋卽天明。其俗惟喫麥屑衣皮裘。以舟爲家。四重造船。以鐵片周裹內外。船上建數十檣竹。船尾設生風之機。碇索用鐵鎖數百湊合以成。故雖遇風濤不敗。戰用大砲。出沒行劫。海中諸國。莫敢相抗。頃年。自日本漂到興陽之境。其船極高大。如層樓大屋。我軍搏戰。不能攻破。致令脫去。後問倭使。知其爲永結利人也。
"영결리국(永結利國 영국)은 서쪽 끝의 먼 바다에 있다. 영결리국의 배는 4중으로 되어 있고, 배의 안과 밖을 쇳조각으로 붙이며, 배 위에 수십 개의 돛대를 세우고, 배의 끝에 바람을 만드는 도구를 설치하며, 수백 개의 쇠사슬로 이루어진 닻을 사용하여, 바람과 파도를 이겨낼 수 있다. 영결리국의 배는 전쟁에서 대포를 쓰며, 그들이 나타나서 힘으로 빼앗으면 바다 가운데의 여러 나라들이 당해낼 수가 없다. 몇 년 전, 일본으로부터 온 어느 배 한 척이 전라도 흥양(興陽 지금의 전라남도 고흥)에 나타났다. 그 배는 매우 높고 컸으며, 배에 여러 개의 망루와 큰 집이 있었고, 우리 조선군이 그 배와 싸웠으나 이기지 못하고, 그 배는 달아났다. 나중에 일본 사신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일본인이 아닌) 영길리인이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16세기 말엽 영국(잉글랜드) 해적선조선에 침입해서 조선 수군과 하루종일 해전을 벌이다가 달아났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권2 제국부).[4]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고. (200년후 부산 앞바다에 다시 나타났을 때는 별탈 없이 평화적으로 다녀갔다.)

구기자로 만든 구기백세주(枸杞百歲酒)에 대한 설화도 이 책에 실려있는데, 백세주 개발 초기에 이 설화를 이용한 광고를 제작했다.

4. 외부 링크

5. 같이보기



[1] 강화도 방어전의 그 이민구와 동일인물이다.(...)[2] 지금에 '소주에 고춧가루 타서 마시면 감기가 낫는다'는 속설이 가끔 나오는데 위험한 소리이다. 일시적으론 고춧가루가 맵기 때문에 몸이 따뜻해질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술 때문에 오히려 몸이 차가워진다. 이 속설을 부정하면서 지봉유설의 해당 부분을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 당시의 소주는 50도 넘는 술인데다 지금처럼 개량품종 없이 원전 그대로의 매움이 있는 고춧가루가 더해져서 너무 독한 물건이 나와서 마시면 죽는 독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3] 정황상 포르투갈과 연관이 있는 마카오로 추정된다.[4] 다만, 흥양에서의 일은 네덜란드 선박이었을 수도 있다. 흥양 해전 문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