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9 22:08:57

어육소시지

혼합 소시지에서 넘어옴

파일:어육소시지.jpg

1. 개요2. 성분3. 상세4. 용도
4.1. 계란부침4.2. 계란옷 없이 지지기4.3. 그냥 먹기4.4. 기타4.5. 특이한 용도
5. 해외에서6. 유사 식품7. 여담

1. 개요

어육을 주성분으로 하는 혼합육 소시지이다. 정통적인 소시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식품으로 일본2차 대전 패전 후 궁핍기에 등장한 소시지 대용품인 어육소시지(ソーセー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보통 분홍색을 띠고 있어 '분홍소시지'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으며,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알뜰소시지'라는 이름도 사용된다.

어육소시지 대부분에 돼지고기가 포함되어 있어 혼동하기 쉬운데 '혼합소시지'와는 구별을 요한다. 혼합소시지는 식육가공품 및 포장육 소시지류(축산물)로 분류되며 식육 함량 중 어육 또는 알류가 20% 미만 혼합된 것을 가리키고, 어육소시지는 수산가공식품류 어육가공품류로 분류되고 어육의 함량이 식육의 함량보다 많아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분홍소시지는 모두 어육소시지다.

한국 기준으로 진주햄, 백설햄, 롯데햄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인데, 싫어하는 사람들은 소시지에서 누린내와 특유의 화학품 냄새, 소시지 고유의 고기맛이 나는 풍미는 전혀 없고 그냥 밀가루를 대충 뭉쳐 삶아낸 맛이 난다며 정말 싫어한다. 단순히 밀가루를 삶은 맛이 아니라 도저히 삼키기 힘든 메스꺼운 냄새가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천차만별이라 일반 소시지보다도 조미료의 감칠맛이 휘몰아치는 벌건 몽둥이 소시지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2. 성분

생선살을 으깬 연육밀가루·전분을 베이스로 해서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와 MSG, 색소 등 기타 성분을 혼합해서 만든 것. 국내 식품 규격에서는 성분의 60% 이상을 어육 내지 식육[1]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어육 비율이 20% 미만이면 축산물가공품으로 분류되어 '혼합소시지'이고, 20% 이상이면 수산물가공품으로 분류되어 '어육소시지'이다. #

최근에 시장에서 보이는 것은 주로 어육 및 식육 함량 60% 이상인 제품이 대부분.[2]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묵과 마찬가지로 어육/식육의 비율이 높고 밀가루의 비율이 낮을수록 맛있다.[3] 대구살 등도 쓰이며 이 경우 훈제나 통째 굽는 것이 맛있다.

3. 상세

일본에서 어육을 사용한 햄이나 소시지의 개발은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진행되어 참치햄이 먼저 실용화되었고, 어육소시지는 1949년 개발에 성공해 1951년 세이난개발주식회사[4]에서 '스모크미트(スモークミート)'라는 이름으로 최초 발매했다. 이 당시의 일본에서 고기가 상당한 고가였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어육소시지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한동안 학교급식에도 납품되기도 했다. 특히, 비키니 섬 핵실험 당시 일본의 참치잡이배였던 제5 후쿠류마루가 피폭당했는데 이 때문에 덩달아 참치 자체에 거부감이 생겨 전체적인 소비가 위축됐고, 남는 참치 물량들은 어육소시지로 가공되어 값싸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1970년대에 어육소시지에 함유된 방부제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것이 기사로 나온 이후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명태값이 폭등하면서 어육소시지의 가격이 상승하여 점유율이 하락, 일반 햄에게 밀리게 되었다. 그래도 다양한 맛의 어육소시지가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현재까지 어느 정도 수요는 남아있는 편이다. 1980년대 이전에는 고래고기가 이 어육소시지의 주원료로 쓰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1960년부터 생산됐다. 진짜배기 고기를 넣는 것에 비해서 생선살을 넣는것이 단가가 쌌기 때문에 도입된 것인데 그래서 1980년대까지도 소시지하면 어육소시지를 떠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진짜배기 돼지고기 햄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고는 해도 고기맛은 났던 터라 어육소시지도 당시에는 제법 맛있는 음식이라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도 크게 선호되는 식품이었다.

어육소시지가 서민도 흔히 접하는 대중적인 반찬거리가 된 것은 대략 90년대 이후의 일이고, 1980년대까지는 중산층 기준으로 이것도 매일같이 먹을수 있는 반찬이 되기에는 부담스러웠고 가끔 가다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각종 음식점의 '추억의 도시락'이라는 이름을 가진 메뉴에 어육소시지가 많이 보이는 이유다.[5] 그렇기에 학교 급식으로 이 소시지가 나오면 학생들보다 나이가 좀 있는 교사들이 엄청 좋아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을 보더라도 70년대 당시에는 어육소시지를 썰어 계란에 부친 것이 '몸보신도 되는 별미'로[6]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시대는 흘러 이제는 비선호 식품, 젊은 계층에겐 혐오식품 취급까지 당할정도로 굴러 떨어졌다. 학교 급식에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데 나와봐야 잔반통만 꽉 채워서 영양사만 쓴소리를 먹게 되기 때문.

아직도 어육 소시지를 선호하는 계층이 여전히 남아있다. 보통 중장년층이 그 대상으로, 이들은 오히려 진짜 고기로 만든 소시지보다 어육 소시지를 입에 더 맞아 하는 경우가 있다. 고정적인 소비도 소비지만 고깃집, 특히 삼겹살 집에서 자주 팔리는 일명 옛날 도시락에 흰 밥과 김치&멸치볶음, 그리고 계란후라이가 올라간 도시락 메뉴에 끼어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들어가는 재료에 비하여 '추억의'라는 이름을 달고 비싸게 파는 가격 논란은 있지만, 잘게 으깨 밥에 비비면 삼겹살과 먹기에 좋은 편이라 인기 있다.

지금도 자취생에게는 3분요리레토르트 식품과 같이 즐겨먹는 메뉴로 꼽힌다. 선호도와는 별개로 가성비만큼은 확실하므로 당분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4. 용도

4.1. 계란부침

처럼 계란옷을 입혀 팬에 부쳐 먹는다. 이 어육소시지 계란부침은 한때 도시락 반찬의 럭셔리 부르주아 메뉴로 취급받았다. 예를 들어 60~70년대 무렵 태어난 세대 중에서도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의 경우 소위 '추억의 도시락'류의 상품에 들어가는 어육소시지 계란부침을 보고 "먹어봤던 추억은 별로 없고 부러워했던 추억만 있다" 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7] 어쩌면 계란과의 시너지 효과 덕을 본 것일 수 있다.[8] 초보가 부치면 계란옷이 떨어지는데, 밀가루(밀가루 반죽 말고)를 한 번 묻혀 턴 후 계란옷을 입히면 잘 버틴다.

4.2. 계란옷 없이 지지기

참고로 계란옷을 입히지 않고 약불에 오래 굽는다면 햄처럼 튀겨지는게 아니라 기름을 흡수한다. 강불에 구워야 기름을 덜 흡수하고 제대로 된 맛이 난다.

다만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공개한 레시피로 분홍소시지전이 있는데,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어육 소시지를 부침옷 없이 그대로 썰어서 올리고, 소시지 위에 소금을 골고루 뿌리면서 튀기듯이 구우면 별미 반찬이 된다고 한다. 소금을 뿌리고 구워야 완전히 다른 맛이 되는 것이 포인트. 그래도 먹다보면 바싹 튀겨진 식감은 좋다.

4.3. 그냥 먹기

햄처럼 이미 가공된 음식이므로 날 것으로 먹으려면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먹으면 당연히 맛이 없다. 제품에 따라서는 쓴맛마저 난다. 보통 소시지보다 육고기 비율이 낮고 밀가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으로 먹는 어육소시지인 천하장사, 키스틱, 맥스봉같은 경우 계란, 치즈 등을 추가하여 식감을 부드럽게 해준다. 대신 가격은 올라간다. 요리하기 귀찮고 키스틱 등의 가격이 부담된다면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어도 된다. 최소한 따듯하게 데워서 먹을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는 "몽둥이 소시지", "추억의 소시지"는 푸석푸석하고 이에 쩍 달라붙는 밀가루 반죽과 비슷한 식감이 과거의 추억을 깨기 쉽지만, 저가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비싼 값에 팔리는 도시락용 소시지 등 나머지는 생으로 먹어도 손색없다. 사실 최저가로 나오는 제품이면 소시지든 비닐포장 프레스햄이든 날로 먹으면 맛이 그닥이다. 애초에 저가일수록 고기, 특히 소시지나 햄류의 맛을 결정짓는 돼지고기의 함량이 낮아지고 닭고기, 밀가루 등 다른 재료를 섞는 비율이 높아진다. 특히 닭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서 맛이 밋밋하기에[9]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엇비슷한 비율로 섞으면 맛이 엄청 떨어진다.

4.4. 기타

이 대중화되기 전엔 김밥을 쌀 때 햄 대신에 들어가는 재료였다. 80년대 어육소시지 광고. 소시지를 김밥에 넣는 장면이 나온다. 90년대부터 햄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김밥 재료에서 급속도로 햄이 소시지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전설로 구전될 정도.

길거리에서 파는 핫도그도 옛날에는 튀김옷 안쪽에 바로 이 빨간 소시지[10]를 썼으며 지금은 모두 후랑크 소시지로 바뀌었다.

1980년대 군대에서 군대리아의 패티로 쓰이던 게 바로 이 소시지다. 1980년대 훈련소 홍보영상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우리가 아는 쇠고기 + 돼지고기 혼합육 패티로 바뀌게 되어 1997년쯤의 영상 속 군대리아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4.5. 특이한 용도

맥스봉에 정전식 터치 스크린이 반응한다는 사실이 발견된 이후, 모든 어육소시지가 같은 현상을 보이자 식용 스타일러스 펜이라는 역할이 추가되었다.

과거에 결혼 전 신랑 친구들이 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악습[11]이 있었는데 분홍소시지에 청테이프를 세로로 한번 감아주고 가로로 칭칭 감아서 쓰기도 했다. 묵직함과 동시에 탄성이 있는 물건이라 사실상 블랙잭이나 다름없었던, 명백한 흉기였다[12].

5. 해외에서

원조인 일본에서는 고급 어종을 사용한 고급 제품도 판매되는 모양이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추억의 먹거리'로 취급되는 모양이다.

의외로 소시지에 까다로운 독일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다. 주황색이나 노란색의 두꺼운 비닐로 씌여 살짝 굽은 형태인데, 우리나라의 어육소시지보다 식육 함량이 높은 편이라 생각보다 맛있다. 일반 어육소시지가 흐물거리는 느낌이라면 이쪽은 탱탱한 편. 간혹 가다 Rewe에서 한국산 알뜰 소시지를 파는 경우가 있다. 스웨덴 요리에도 비슷한 것으로 'värmlandskorv'와 'falukorv'라는 소시지가 있는데, 이쪽은 밀가루가 아닌 감자 전분을 사용한다.

러시아 일부 지역에선 “의사선생님(의) 소시지 (Докторская колбаса).” 로도 불리는데, 스탈린 시절에 미코얀이 미국에서 시찰하다 소시지 제조공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개발된것으로 이 때 영양실조 환자를 위해 어육소시지가 처방될 때 붙은 이름이 남은 것이다. 다만 처음에는 돼지와 소의 혼합육에 계란과 우유가 들어가는 천연소시지였고, 콩과 전분을 넣어서 어육소시지처럼 제조되기 시작한것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던 1970년대의 일이었다. 다른 소시지보다 부드럽고 연한맛이 특징으로 빵 위에 올려먹는 정부 표준 레시피가 있다.

6. 유사 식품

완두콩을 비롯한 야채가 가미되고 벌건 색감이 옅은 야채맛 소시지같은 배리에이션도 있고 이 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실제로 같은 어육소시지임에도 보통 벌건 어육소시지에 그냥 야채만 추가된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 실제로 이 야채소시지가 처음 출시되었던 80년대엔 일반 어육소시지보다 좀 더 고급화된 포지션으로 나왔었다. 물론 지금의 위상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말이다.

천하장사 소시지 같은 간식용 소시지도 어육소시지다. 치즈DHA니 하는 첨가물로 럭셔리함을 강조해 보통의 어육소시지보다 훨씬 몸값이 비싼 음식 대접을 받고 있다. 짠 맛이 적고 고소한 맛을 강조한 간식거리의 특성상 요즘에는 길고양이 꼬시는 미끼용으로도 환영받는다.

비슷한 가공식품으로 프레스햄어묵이 존재한다. 사실 고기로만 만들면 프레스햄, 생선으로만 만들면 어묵, 고기와 생선을 같이 섞으면 어육소시지가 당연하겠지만.

7. 여담

과자 오레오의 한정판으로 나왔던 오레오 핑크의 과자 부분의 색이 분홍 소시지와 거의 똑같다. 마침 모양도 둘 다 원 모양이다.

승리의 여신: 니케에 등장하는 앨리스(승리의 여신: 니케)는 특유의 독특한 분홍색 복장 덕분에 별명이 '분홍 소시지'가 되었다.
[1] 식용육의 준말로, 쉽게 말하면 육고기.[2] 어육의 비율이 식육보다 높다.[3] 일례로 백설에서 시판하는 정말 맛있는 소시지 시리즈의 경우 돼지고기 함량이 다른 어육소시지들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어서 런천미트 비슷한 맛이 난다.[4] 지금도 어육소시지를 생산/판매하고 있다.[5] 보통 시중에서 판매하는 '추억의 도시락'에는 밥과 계란후라이, 어육소시지, 볶음김치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멸치볶음이나 어묵볶음, 콩자반 등이 추가되는 경우가 있지만 어육소시지는 빠지지 않는다.[6] 한국에서 살찌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안 좋은 취급을 받기 시작한것은 1980년대의 일이었다.[7] 이보다 더 과거, 50년대 출생 세대의 경우는 어육소시지 부침 자체가 생소한 이들이 많다. 그때는 장조림이 럭셔리 도시락 반찬의 대표주자였다.[8] 이는 동그랑땡도 마찬가지인데, 예를 들어 편의점 도시락이나 급식에 들어가는 저가 동그랑땡은 그 자체만 보면 그냥 양념한 콩단백맛이 강하지만 계란옷이나 빵가루를 입혀 튀겨 소스를 바르면 그런 대로 혀를 속일 수 있는 맛이 난다.[9] 다만 닭고기 비율이 매우 높으면 담백하기에 닭고기만으로 된 제품은 오히려 더 맛있다.[10] 시판용 분홍소시지보다 더 짙은 붉은 색을 띠었고 식감도 매우 퍼석거렸다. 이런 길거리 음식은 구매자가 성분을 확인할 수 없으니 어육 함량이 낮은 하급품에 색소와 첨가제가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11] 이것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12] 맞아본 경험자들 말로는 고통이 뼈를 뚫고 전해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