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1 19:25:50

2008년 르노 F1 승부조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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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배경3. 계획4. 결행5. 토사구팽, 그리고 내부고발6. 결과와 영향7. 사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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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Renault Formula One crash controversy (위키피디아 관련 자료)

2008년 9월 28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시가지 서킷에서 열린 포뮬러 1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 ING 르노 F1 팀페르난도 알론소의 우승을 목적으로 그의 팀메이트인 넬슨 피케 주니어[1]에게 고의로 사고를 내어 세이프티 카 상황을 유발할 것을 지시한 사건이며, 통칭 크래쉬게이트(Crashgate)라고 부른다.

이날 레이스는 첫 번째로 열린 싱가포르 그랑프리이자, F1에서 첫 번째로 개최한 나이트 레이스이면서 동시에 800번째 그랑프리이기도 했지만 F1에서 일어난 최악의 흑역사이기도 했다.

2. 배경

일단 사고 당사자인 넬슨 피케 주니어의 소속팀 르노의 당시 상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르노는 2000년 베네통 팀을 인수해 포뮬러 1에 재진출한 이후 페르난도 알론소를 앞세워 페라리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며 2005-2006시즌 드라이버 &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연속으로 따냈지만, 2007년에 알론소가 맥라렌으로 이적한 이후로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는 부진에 빠졌고 이는 2008년에 알론소가 르노로 돌아온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부진에 빠진 팩토리 팀이 으레 그렇듯 팀 내부에서는 르노가 가까운 시일 내에 F1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상황이었고, 베네통 시절부터 팀 수장을 맡아온 르노의 감독 플라비오 브리아토레는 별 소득 없이 시즌이 진행되어 초조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사실 브리아토레는 르노 이전 베네통 시절에도 1994시즌 영국 그랑프리에서 미하엘 슈마허가 황당하게 블랙 플래그를 받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당시 스튜어드는 레이스 14랩에서 슈마허가 첫 번째 포메이션 랩에서 데이먼 힐을 추월한 것에 대해 5초 스탑&고 페널티를 부과했으나 팀에서 21랩까지 지시를 내리지 않은 탓에 슈마허는 페널티를 수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블랙 플래그가 두 번 표시되어 피트인해야 했다. 나중에 슈마허는 이때 블랙 플래그를 인정하지 않았고 깃발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베네통은 스튜어드진에게 5초 스탑&고 페널티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고, 베네통과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스튜어드들은 블랙 플래그를 철회했으며 슈마허는 27랩이 끝날 시점에서 마침내 스탑&고 페널티를 수행하러 피트로 들어와서 수행하였다. 하지만 레이스가 끝나고 스튜어드들은 2만 5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베네통과 슈마허는 5초 스톱&고 페널티와 그에 따른 블랙 플래그를 무시한 것에 대해 처분을 받았다.[2]

3. 계획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포뮬러 1 그랑프리를 개최하게 되었다. 페르난도 알론소는 싱가포르 그랑프리 당시 Q3 진출에 실패해서 15위라는 저조한 그리드로 레이스를 출발하게 되었다. 마리나 베이 시가지 서킷은 5.073km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61바퀴를 도는데, 이곳은 시가지 서킷이 늘 그러하듯이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가령 높은 다운포스가 중요하고, 직선 구간이 짧으며 코너가 직각에 가깝다. 하지만 마리나 베이 서킷에 특징적인 부분은 하나 더 있다.

파일:75J4hrWr.jpg

위 레이아웃에서 17, 18번 코너는 마리나 베이를 바라보는 거대한 관중석이 있는, 이른바 '베이-그랜드 스탠드' 구간이다.[3] 즉 서킷 안쪽에 관중석 스탠드가 들어찬 구간이므로 크레인이 대기할 수 없다. 따라서 만약 이 구간에서 사고가 난다면 무조건 처리를 위한 사고 수습 차량이 투입되어야 하며 세이프티 카가 반드시 발령되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당시 규정에 따르면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의 타이어 교체는 규정 위반이었다. 르노는 이에 따라 알론소를 미리 피트 스탑시킨 뒤 내보내고 17번 코너에서 넬슨 피케 주니어가 사고를 일으켜 필연적으로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게끔 했고 알론소는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기획하는데, 이는 레이스에서 그대로 실행된다.

4. 결행

본 사건의 설명에 앞서 2008년 당시뿐만 아니라 예전 포뮬러 1에서 재급유를 하던 시절의 주행 전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당시 일반적으로 그리드 앞쪽에서 출발하는 레이스 카는 연료를 적게 주입한 다음 부드러운 타이어를 낀 상태로 스타트를 했다. 그 이후 빠르게 거리를 벌려 피트 스탑을 하기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 낸 후에 피트인, 이후 각자의 전략을 수행했다. 반대로 뒤쪽에서 출발하는 레이스 카들은 연료를 많이 싣고 딱딱한 프라임 타이어를 장착, 최대한 많은 랩을 소화하고 피트인한 후 중후반 운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었다. 이를 사용하지 않은 미하엘 슈마허가 예외였던 것.

페르난도 알론소는 레이스 당일 당시 12랩이라는 이상할 정도로 너무 이른 타이밍에 피트 스탑을 하게 되었다. 언더컷 전략으로써 핏스탑 한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2랩 뒤인 14랩 째에 알론소의 팀메이트 넬슨 피케 주니어가 17번 코너에서 혼자서 스핀하여 벽에 충돌하는 사고를 내게 되었고 세이프티 카가 나오기 직전에 몇몇 드라이버들이 다행히 피트레인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론소보다 앞서있던 두 드라이버 중 니코 로즈버그는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피트레인이 닫혔을 때 피트스탑을 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았고, 야르노 트룰리는 얼마 후 정상적인 피트스탑으로 선두를 내줬다. 결국 알론소는 레이스 후반 약 절반 정도를 리드한 끝에 2008시즌의 첫 우승을 가져갔다.

피케는 레이스 후 사고는 자신의 단순한 실수였다고 언급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알론소는 브리아토레의 전략으로 일반적인 전략과 다르게 이번 레이스에서 한 번 타이어를 일찍 교체했을 뿐이고, 여기서 엄청난 행운이 따르면서 우승을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였다. 게다가 실제로 사건 당시에는 전모를 눈치챈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반전은 이듬해에 일어난다.

5. 토사구팽, 그리고 내부고발

2008시즌 종료 후 부진한 성적을 보인 넬슨 피케 주니어르노와 계약이 종료될 것이라는 루머가 많았지만, 어쨌거나 르노는 2009시즌에도 피케와 재계약을 했다. 그러나 2009시즌 피케의 성적은 더욱 막장일로를 달려 10번의 레이스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결국 8월 3일 피케는 르노에서 해고되었고[4] 비어있는 르노의 드라이버 시트는 로맹 그로장이 채우게 되었다.[5] 그러나 피케는 얼마 후 자서전을 출판했고, 여기서 2008시즌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의 사고는 팀의 지시였다는 점을 폭로했다.

6. 결과와 영향

이 점이 논란이 되어 FIA의 재수사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 브리아토레가 지도를 펼쳐놓고 17번 코너에서 사고를 일으키라는 수준까지 피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결국 르노의 두 수장인 브리아토레[6]와 팻 시몬즈[7]는 각각 영구제명, 5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으며, 넬슨 피케 주니어는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사실을 참작받아 징계는 면제되었으나 포뮬러 1에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8] 당시 피케의 팀메이트였던 페르난도 알론소는 수사 결과 이러한 정황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았고[9] 이듬해 페라리로 이적한다.[10] 르노는 이 사건으로 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고, 타이틀 스폰서였던 ING가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시즌 도중에 철수하는 악재를 맞아 결국 2011년을 끝으로 엔진 등의 부품만 공급하고 F1 팀 운영을 그만두었으나 2016시즌부터 로터스를 인수해 다시 F1에 참가하게 되었다.

사고 당사자들이 의도했을 것이라 보긴 어려우나,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아닌 펠리페 마싸가 되었다. 해당 그랑프리에서 마싸는 폴 포지션을 차지했고, 레이스에서도 피케의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피케가 고의로 벌인 사고로 인해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자 이를 앞두고 마싸를 포함한 많은 드라이버가 피트스탑을 했는데, 하필이면 마싸가 이 피트스탑에서 연료 공급 호스를 미처 뽑지 못한 채 출발하는, 이른바 아나콘다 사건을 일으킨 탓에 페널티를 받고 포인트권 밖으로 밀려났던 것이다. 이 시즌에 마싸가 루이스 해밀턴에게 단 1점차로 드라이버 챔피언을 뺏겼음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마싸 입장에서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훗날 마싸는 이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인 알론소와 2010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4시즌 동안 페라리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었는데, 마싸가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임을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덧붙여서 지금까지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F1 오디오 코멘터리 중계를 하는 윤재수 해설위원[11]은 이 사건은 브리아토레가 저지른 명백한 상황 조작이었으며, 이를 통해 알론소가 우승했으므로 알론소도 분명히 전말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의견을 언급했다. 설령 알론소가 진짜로 이 계획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돌아가는 상황을 본인이 겪었기에 눈치를 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7. 사고 영상


BBC에서 방영한 영상


[1] F1 3회 챔피언인 넬슨 피케의 아들이다.[2] 이후 1994년 7월 26일에 FIA 월드 모터스포츠 평의회(WMSC)는 슈마허의 레이스 카를 검차한 결과 런치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등 불법 보조장치를 발견하여 벌금을 50만 달러로 인상해 부과했고 슈마허에게 2경기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WMSC는 또한 슈마허의 영국 그랑프리 레이스 2위 자격을 박탈했으며 이는 8월 30일 항소심에서 확정되었다.[3] 16-17-18-19 네 코너 사각형 전체가 관중석이다.[4] 눈치 빠른 팬들은 이 시점에서 이미 뭔가 둘 사이에 어두운 거래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고 한다. 그게 이렇게 큰 일이었는지는 몰랐겠지만...[5]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즌 후반에 작년에 이어서 2번째로 열린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 그로장도 같은 17번 코너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나서 황색기가 발령되었다. 거기다가 레이스에서는 작년 레이스에서 2위였던 루이스 해밀턴이 2009시즌 중 몇 안 되는 우승을 한다.[6]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브리아토레는 2024년에 알핀으로 복귀했다. 감독직은 아니지만 레드불의 고문 헬무트 마르코 정도로 뒤에서 조언을 하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팀 수석 브루노 파망의 교체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르노 엔진 개발의 중단과 메르세데스와의 커스터머 팀 협상을 주도하는 등 단순 고문이 아닌 팀 내 실세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논란도 다소 있었다.[7] 이후 2011년부터 버진 레이싱 팀에 컨설턴트 역할로 들어갔으며,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윌리엄스의 테크니컬 오피서로 활동했고 이후 행적은 불명이다.[8] 이후에는 나스카에서 활동했고 2014~2015시즌 포뮬러 E 초대 챔피언이 된다. 2018~2019시즌까지 파나소닉 재규어 레이싱 팀 소속으로 뛰었던 드라이버이다. 2023년 현재는 유나이티드 오토스포트의 21번 차량 소속으로 ELMS에서 LMP2 PRO/AM 클래스에 참가 중이다.[9] 브리아토레가 피트인하라고 라디오 교신을 했을 때 왜 벌써 들어가야 하나며 의문점을 표시했고, 레이스 전날 퀄리파잉을 망치면서 인터뷰를 하자마자 일찍 퇴근해 버리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완벽한 조작을 하기 위한 알론소의 연기였을 수도 있으며, 그 시대에 전화가 없던 것도 아니고 알론소가 퇴근을 하던 말던 브리아토레 측에서 알론소에게 이 사건의 계획을 알려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합리적인 의심은 남아있다.[10] 국내의 알론소의 안티들은 알론소가 조작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운론소'라는 별명과 더불어 '조작소'라는 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11] MBC ESPNSBS Sports 채널에서 F1 중계를 한 적이 있고, 현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