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3 21:41:48

감은장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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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내용3. 해설4. 현대문화의 등장

1. 개요

한국 신화에 등장하는 사람의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 주로 사람의 길흉화복과 행운을 다룬다.

옆나라좌부동처럼 가까이 대할 때는 행운이 굴러들어오고, 가난뱅이신처럼 악당에게는 흉측한 저주나 경제적인 불이익이 찾아오는 설화를 지닌다. 하지만 요괴인 저들과는 달리 신성성을 지님에도 낮은 출생을 지녔다는 묘사가 특징이다. 이는 행운이 사람을 가리지 않으며, 불확실하지만 강력한 심판을 내린다는 점을 은유한다는 해설이 있다.

2. 내용

옛날 제주 지방에 강이영성이성불과 구에궁전너설궁이란 이름을 가진 부부가 살고 있었다.(두 사람의 이름이 '강이영성이서불', '홍운소천궁에궁전'이라는 버전도 있다.) 이 부부는 흉년 때문에 거지꼴로 떠돌다 서로 만나 연을 맺었다고도 하고, 혼인한 지 얼마 안 돼 흉년이 들어 거지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처음엔 매우 궁핍한 신세였다.

그러던 중 아이를 갖게 되었고, 태어난 첫 딸에게는 은그릇에 밥을 주고, 은대야에 발을 씻겨줘도 모자를 정도로 귀엽다고해서 이름을 은장애기라 지어주었다. 그 뒤 두 아이가 태어날 때도 같은 이유로 이름을 지으면서 그들은 놋장아기, 감은장아기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그 뒤 감은장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그 집안이 잘살게 되었다. 감은장아기가 15살 되던 해 부모가 세 딸들에게 누구 덕에 먹고 사냐고 묻자 은장아기와 놋장아기는 부모 덕에 먹고 산다고 한데 반해서, 감은장아기는 자기 덕에 먹고 산다고 말하는 바람에 화가난 부모는 감은장아기를 쫓아냈다.[1]

그래도 자식 사랑하는 부모였던지라, 두 딸을 보내서 감은장아기를 다시 집으로 돌려 보내려고 했는데, 이들은 '부모가 때리려고 하니 빨리 나가라'고 거짓말하다가 각각 청지네와 말똥버섯이 되었다. 그 뒤 두 딸이 돌아오지 않자 그들은 문지방을 나서다가 기둥에 부딫혀 장님이 되었으며, 다시 가난한 시절로 되돌아갔다.

한편 집에서 쫒겨난 감은장아기는 마 캐는 총각 삼형제의 오두막에서 지내게 되었으며 삼형제 중 두 형은 성격이 나쁘고 막내는 심성이 착했다. 예를 들어 마를 먹을 때 두 아들은 몸통 부분을 먹고 나머지 부분은 어머니에게 주는 반면 작은 아들은 좋은 부분은 어머니에게 주고 자기는 꼬랑지 부분을 먹었다. 감은장아기는 심성이 착한 막내와 결혼했는데 막내가 마를 캐던 곳에 금덩이가 가득했다. 결국 그 금덩이를 팔아 부자가 된 감은장아기는 집안이 풍비박산되면서 자기 부모가 눈먼 거지가 되어 집을 나간걸 알고 석달 열흘동안 거지 잔치를 열었다. 잔치 마지막날 감은장아기와 만난 부모는 기적적으로 눈을 뜨게 되었으며, 두 언니도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 뒤 감은장아기는 운명의 신으로 좌정하게 되었다.

3. 해설

한국 신화의 여신 중에서도 가장 출신성분이 낮은 편이다. 행운과 불행으로 사람의 운수를 다루는 여신이지만, 거지꼴의 부부 밑에서 태어났다는 점이 중요한 개성으로 다루어진다. 때문에 이미지적으로는 수수한 거지꼴의 소녀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설화에서도 가난한 모습으로 더 많이 등장하며, 그 모습을 보고 무시하거나 괴롭힌 상대에게는 불행을 주고, 착한 사람에게는 금덩이를 부여하는 권선징악적인 모습으로 나온다.[2]

자청비처럼 언뜻 스토리만 봐서는 왜 해당하는 역할의 여신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각종 행운을 불러오는 소녀라는 묘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그 신격을 추론할 수 있다.

운명의 여신이라기보다는 복신처럼 다루어진다. 다만 사람들의 복을 이루고나 흉이 찾아오는 바리에이션이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복신 설화보다 더 다채로운 분야에서 길흉을 불러온다는 점이 운명신의 위엄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겠다.[3] 그냥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행운을 준다는 점에서, 꽤 단순하지만 명쾌하다고 볼 수도 있는 여신이다.

주로 모시는 사람들에게 행운을 주는 역할로서 해설된다. 감은장아기가 있으면 행운을 주고, 없는 자리에서는 다시 불행이 찾아온다는 것을 봤을 때 일본 신화좌부동과 비슷하다. 또한, 악인에게는 각종 불행이나 경제적인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가난뱅이신까지 결합되어 있다.

흉을 불러올 때는 당사자를 아예 벌레로 바꿔버리는 등, 그 권한도 행운신들 중에서는 꽤 강력한 편이다.[4][5] 감은장아기의 설화에서 나타나는 신벌은 동화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꽤 강력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운명이 불확실하지만 강력하고 비정한 심판을 내린다는 비유로 본다.

4. 현대문화의 등장

  • 운명을 관장한다는 점을 차용하여, 한국 순정만화 사라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여주인공 지해가 짝사랑하는 승휴에게 외면당하고 계단으로 굴러떨어진 후 서천꽃밭에서 눈을 뜬 후[6] 만나게 된다. 짝사랑에 마음아파 차라리 죽게 해달라는 그녀에게 '전생에서 인연이 꼬인 것'이 바로잡을 기회를 주겠다며 자신의 권한으로 전생인 신라시대로 보내준다.
  • 또, 앞부분 이야기를 차용해서 따로 옛날 이야기를 만든 버전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판본에서는 숯 굽는 청년하고 결혼하는 장면이 나오며, 도자기 가마가 금덩이인걸 알고는 그 금덩이를 팔아서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두 딸이 벌을 받는 장면은 생략되며, 부자가 된 작은 딸이 거지가 된 부모를 모셔와서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도 있다.
  • 행운의 여신이면서도 거렁뱅이들의 자식이라는 설정은, 사회계급 봉합적인 비유이자 드라마적으로 중요한 장치에 해당한다. 운명의 여신이 낮은 출생이라는 점은 운명의 평등함이나 불확실함을 보여준다는 해설이 있다. 하지만 현대 미디어에서는 '여신'이라는 점을 더 강조하여 이런 중요한 묘사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설화 속에서 묘사되는 살짝 맹하고 순박한 모습도 자주 생략된다. 캐릭터성이 마구 잘려나간다.


[1] 부모에게 직설적으로 제 선그뭇 덕에 먹고 산다라고 말한 본도 있으며 어찌보면 리어왕 얘기와 닮은 점도 있다.[2] 이렇게 행운을 불러들이는 존재(행운신, 심판자, 파랑새)를 낮은 출생을 지닌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행운은 예측이나 설계와 같은 질서(계급)밖의 영역이기 때문이다.[3] 한국 신화에는 탄생신(삼신할미), 수명신(사만이), 계절의 신(오늘이)처럼 보다 세분화하여 인간의 운명을 다루는 신들이 많은 편이다. 그들과는 겹치지 않는 운수의 영역을 다룬다고 평가한다면 이해가 어렵지는 않다.[4] 악당(자매)를 아예 벌레로 바꾸어버리는 능력은, 한국 신화는 물론이고, 다른 설화에서도 꽤 강력한 저주에 해당한다. 대다수의 신화에서 상대를 흉한 벌레로 바꾸는 것은 해당 문화권에서 최악으로 여기는 죄(살인, 접대의 관습 어기기, 신성모독 등)를 저지른 악당들이나 받는 벌이다. 천지왕본풀이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핍박하고 수탈한 수명장자나, 차사본풀이에서 나그네들을 죽이고 그 재물을 빼앗아온 과양생이 부부가 거열형을 당한 후 그 시체가 온갖 벌레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5] 다만 이것도 어느 정도는 벌레 나름이라 지네, 모기, 진드기 같은 해충으로 만드는 것은 강력한 징벌이지만 꿀벌, 나비, 매미 등 이미지가 그리 나쁘지 않은 벌레로 변하는 경우엔 선행에 대한 보답이나 억울하게 불행해진 인간에 대한 동정적 의미일 때가 많다.[6] 죽지는 않았는데 실수로 영혼이 날려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