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0 04:24:22

고블린 슬레이어/비판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고블린 슬레이어
이 문서는
이 문단은
토론을 통해 다음의 합의사항으로 합의되었습니다. 합의된 부분을 토론 없이 수정할 시 편집권 남용으로 간주되어 제재될 수 있습니다.
아래 토론들로 합의된 편집방침이 적용됩니다. 합의된 부분을 토론 없이 수정할 시 편집권 남용으로 간주되어 제재될 수 있습니다.
[ 내용 펼치기 · 접기 ]
||<table width=100%><table bordercolor=#ffffff,#1f2023><bgcolor=#ffffff,#1f2023><(>토론 - 합의사항1
토론 - 합의사항2
토론 - 합의사항3
토론 - 합의사항4
토론 - 합의사항5
토론 - 합의사항6
토론 - 합의사항7
토론 - 합의사항8
토론 - 합의사항9
토론 - 합의사항10
토론 - 합의사항11
토론 - 합의사항12
토론 - 합의사항13
토론 - 합의사항14
토론 - 합의사항15
토론 - 합의사항16
토론 - 합의사항17
토론 - 합의사항18
토론 - 합의사항19
토론 - 합의사항20
토론 - 합의사항21
토론 - 합의사항22
토론 - 합의사항23
토론 - 합의사항24
토론 - 합의사항25
토론 - 합의사항26
토론 - 합의사항27
토론 - 합의사항28
토론 - 합의사항29
토론 - 합의사항30
토론 - 합의사항31
토론 - 합의사항32
토론 - 합의사항33
토론 - 합의사항34
토론 - 합의사항35
토론 - 합의사항36
토론 - 합의사항37
토론 - 합의사항38
토론 - 합의사항39
토론 - 합의사항40
토론 - 합의사항41
토론 - 합의사항42
토론 - 합의사항43
토론 - 합의사항44
토론 - 합의사항45
토론 - 합의사항46
토론 - 합의사항47
토론 - 합의사항48
토론 - 합의사항49
토론 - 합의사항50
||

토론 합의사항
{{{#!wiki style="margin: 0 -10px -5px; min-height: 26px"
{{{#!folding [ 펼치기 · 접기 ]
{{{#!wiki style="margin: -6px -1px -11px"
* 신체스펙에 대한 반박 서술을 존치하기(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참고사항
}}}}}}}}}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colbgcolor=#ffffff,#010101>
파일:고블린 슬레이어 로고.png
등장인물 (주요 인물) | 애니메이션 (TVA 1기 · 극장판 · TVA 2기) | 비판

1. 개요2. 고블린 관련 설정의 개연성 문제
2.1. 작중의 혼란상
2.1.1. 충돌하는 설정과 묘사2.1.2. 길드의 이해하기 힘든 대응2.1.3. 인류의 무지함과 약함2.1.4. 지나치게 많은 고블린2.1.5. 지나치게 강한 고블린
2.1.5.1. 10살 어린아이의 스펙?
2.2. 설정과 묘사의 괴리2.3. 핍진성의 문제
3. 서술 관련 문제4. TRPG 설정 자체 문제
4.1. TRPG에 이입을 유도하는 인물의 부재4.2. 룰 묘사의 부재4.3. 위 두 현상이 합쳐져 벌어지는 현상4.4. TRPG라고 했을 경우 문제
5. 반박
5.1. 인간이 고블린들에게 지는 타당성5.2. 고블린의 수가 많은 이유5.3. 고블린이 낮게 평가 받는 이유

1. 개요

고블린 슬레이어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반박을 적은 문서.

기본적으로 고블린 슬레이어는 현실성을 추구하는 것을 어필하는 다크 판타지 작품이다. 그 핍진성과 개연성에서 문제를 느끼는 것 대한 내용이다.

2. 고블린 관련 설정의 개연성 문제

2.1. 작중의 혼란상

2.1.1. 충돌하는 설정과 묘사

해당 작품에서 나오는 설명들을 보면 고블린 사태가 별 대수롭지 않다고 간주할 정도인 세계관이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이 고블린만 잡기에 자세히 나오지 않았을 뿐, 다크 엘프나 오우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몬스터들도 있고, 마신장들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을 벌이고 있으며, 용사도 헤카톤케일과 같은 몬스터들과 싸우러 돌아다닐 정도다. 임금님도 옛날에 노상강도에게 밀려서 도망쳤다는 말이 나옴을 보면, 무력을 일정 수준 이상 갖춘 노상강도나 산적이 횡행할 가능성도 있다. 즉 국가는 국가대로 모험가들로만 대응하기 어려운 사태 속에서 우선적으로 강대한 몬스터들에게 대응하느라, 고블린 따위 잡몹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국가에서도 고블린 로드나 팔라딘같은 놈은 쉽게 이길 수 있으나 여유가 없어서 자기들이 처리를 못하고 방치한다고 한다.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다 : 마을 단위로 봤을 때 고블린 문제는 심각한 게 맞지만, 관점을 좀 더 넓혀보면 고블린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노상강도와 산적들이 판치며, 고블린을 훨씬 상회하는 국가멸망급 몬스터들이 날뛰는지라 대형 길드나 국가들이 고블린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작중 묘사와는 정반대 수준으로 상충한다. 좀 더 명확히 설명하자면, 주인공과 이런 극단적인 묘사와 별 인연이 없어서 쓸데없이 무게감이나 잡는 세계관이다.

국가 위기급의 재해가 벌어지고 있다는데, 그로 인해 발생할 만한 난민, 상이군인, 미망인과 전쟁고아, 경제난에 대한 묘사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군대도 대응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고 강하다는 몬스터들을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이 마주치는 장면도 나온 적이 없으며 마을 분위기는 고블린이 나온다면 암울해지지만 역으로 안 나오면(...) 평화로워지는 등 그 갭이 크다.

그리고 전쟁 중인 상황이라면 더욱더 고블린들에게 시민들이 당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시민들이 바치는 세금과 인력을 통해 군대를 꾸리는데 그게 자꾸 피해를 입고 줄어들면 군사력이 약해져서 전쟁의 힘싸움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니까. 이런 것은 굳이 직접 서술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평소보다 증원된 경비병력이나, 평소면 안 들어갔을 곳까지 수시로 순찰하는 경비들, 이곳저곳에 세워진 바리케이드, 인력은 부족한데 경계근무 시간은 폭증해서 피로를 호소하는 경비들의 모습을 묘사하여 간접적으로라도 서술할 수 있었다.[1] 문제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14권에 외전 4권까지 나오는 동안 이런 묘사가 나온 적 없다.

이정도 사태가 변경 마을들에 일어나고 있으면 물의 도시 같은 대도시 주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피난 온 변경마을 사람들의 난민촌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고, 길바닥에 누워있는 거지떼가 가득할 것이다. 마을은 판타지 게임에서 나오는 것처럼 대충 주인공 첫 시작지점에 주인공한테 제일 후진 칼, 제일 후진 장비, 제일 기초적인 포션만 팔아먹고 별 의미도 없는 퀘스트만 주는 그런 곳이 아니다. 고블린 때문에 마을들이 개박살이 나면 그 마을에서 산출되는 농업 생산물이나 지역 특산물 물가가 널뛰기를 해서 사람들의 불만이 미친 듯이 높아지고 폭동도 일어날 것이다.

일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Warhammer 40,000처럼 작중 세계가 매우 넓고 인구도 많아서[2], 어디는 막장이지만 어디는 매우 평화로운 지역들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수는 있다고 주장 한다. 하지만 이것은 대륙내, 심지어 국가 내라면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돌아간다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옹호다. 게다가 워해머 세계관은 은하 전체를 아우르는 스케일과 우주라는 공간으로 인해 왕복하는 게 매우 한정적[3]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워해머 세계관을 비유로 드는 건 부적절하다.

애초에 저 영역들이 하나의 거대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 지역이 막장이라면 다른 곳도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다. 다른 나라가 아닌 같은 나라의 다른 지역이니까. 평화로운 지역의 사람들이 도울 생각이 없더라도, 임금이 급한 대로 모병관을 보내서 젊은 사람들을 싹 다 징집해가고, 세금 징수원을 닦달해 물자공출을 시행하느라고 물가가 오르고 징수원과 시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개판이 날 것이다. 또한 이 곳에는 고블린이 없다더라는 소식에 난민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건 안 봐도 비디오. 해당 사회와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온 데다가, 먹을 것도 부족한 난민들로 인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거나 도시의 특정 구역이 난민을 수용하는 게토로 변질되는 현상도 일어날 것이다. 생존을 위해 난민들 대다수가 범죄에 손대거나 절망에 빠져 사교에 빠지거나 기존 거주민과 난민간의 마찰이 격화되는 것은 덤.
하지만, 작중 묘사는 고블린이 나타나지 않으면 아동용 동화책이나 일상물 수준으로 평화로워서, 독자들로 하여금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그런 평화로운 지역이 어떻게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 어떠한 설명도 없다. 그냥 고블린이 평화로운 도시만 골라서 안 쳐들어간단 말인가? 물의 도시에서는 고블린 슬레이어다크 판타지가 맞기나 한지 혼동이 올 정도에, 그곳에 사는 시민들은 바보 이반에 나오는 태평한 이반들의 백성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멍청하다. 세계관은 다크 판타지답게 꿈도 희망도 없이 암울한데, 사람들의 생활상은 태평하고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전쟁이 쉽던 어렵던 간에 묘사가 극과 극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세계관의 막장성을 실감할 수가 없다. 변경 마을들이 안그래도 없는 살림에 있는 재물들을 다 긁어다 모아 고블린 퇴치를 의뢰한다는 건 그만큼 절박한 막장상황이라는 뜻인데, 정작 그 마을 사람들은 고블린을 은연중에 하찮은 몬스터 취급한다는 이중성이 있으며, 심지어 마을 자체가 고블린에게 습격당해 전멸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는데도 전쟁 관련 묘사가 없는 것은 위화감까지 들게 한다.

더 큰 문제는 고블린이 너무 강한거야 둘째치더라도, 고블린 슬레이어도 세계관 내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강자라는 사실에 있다. 그런 고블린 슬레이어조차도 최약체인 고블린 상대로 이길수는 있지만 손쉬운 낙승을 장담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 세계관에서는 그런 고블린보다도 훨씬 강한 괴수들이 바깥에 너무 많으며, 나라의 군대는 그런 인외마경의 괴수들을 상대로 장기적인 전쟁과 방어전이 아슬아슬하게 성립될 정도로 매우 강하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그런 나라의 군대가 고블린 슬레이어 조차도 쉽게 보지 못하는 고블린이 따위로 보일 정도로, 군대에 상위권 강자인 고블린 슬레이어보다 더 강하거나 대등한 자들이 많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4]

2.1.2. 길드의 이해하기 힘든 대응

접수원 : 고블린 의뢰가 많아요.
선배 : 신입한테 맡기면 되잖아?
접수원 : 하지만...잘될 거라는 보장이 없어요.
선배 : 자기 책임이지.....라고는 안 하겠는데 잘될지 안 될지는 모험가한테 달린 거잖아? 우리는 의뢰를 중개하고 모험가를 알선해 성공하면 신용과 보수를 준다.

접수원 : 신인 모험가 파티가 고블린 퇴치를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해도 제2, 제3파티를 보내면 소굴은 청소할 수 있어. 의뢰를 성공시키냐는 전부 모험가의 자기책임....
-고블린 슬레이어 이어원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모험가 길드마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 모험가들이 고블린 퇴치에 나섰다가 전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데, 길드 입장에서는 귀중한 인력이 한 푼도 벌어주기 전에 갑자기 소멸하는 꼴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면 퇴치 의뢰를 주기 전에 고블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서 경각심을 주고,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지 않은 파티에게는 의뢰를 수락하지 않는 등 조치를 취해야 정상이다. 모험가는 자기 책임이라는 기질이 강하다는 이유로 신입에 대한 교육은 거의 안하고 있다. 국가에서 왜 이런 밥버러지 길드를 세웠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세금먹는 도둑놈들이다.

작중에서 잘 보면 길드도 고블린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고블린이 위험하다는 정도는 잘 알기에 경고까지 한다. 길드 지침서에도 초짜에게는 고블린 퇴치를 추천하지 말고 일단 시궁쥐부터 잡게 하라는 구절이 있으며, 실제로 1권에서도 접수원 아가씨가 고블린을 잡으러 가려고 하던 검사 일행을 만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목숨이 걸린 사람들을 말리는 것치고는 너무 소극적이다. 규정상 절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신참 모험가들이 고블린 소굴에서 전멸하는 일이 그렇게 많다면, 신참들이 소굴로 뛰어들기 전까지 전혀 모르는 것도 어색하다. 게임에서야 죽어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으니 죽어가며 배워보자는 심산으로 들이대는 거지, 비싼 돈 들여서 장비 사고, 기존의 삶을 버리고, 생사의 갈림길로 뛰어드는 일인데, 관심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가 없다.[5]

길드 직원이나 고참 모험가들에게 물어보고, 술자리에서 떠도는 소문들을 엿들어서 정보를 조금이라도 모아야 정상이다. 아무리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한들 운이 없으면 죽어버리는 세계관이지만, 적어도 준비를 해두면 생존 확률은 100%는 아니더라도 월등히 올라갈테니까. 결국 훈련을 받은 자가 현명하고 강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현명하고 강한 것이지만 훈련을 받으면 살아남을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돈에 쪼들린다 해도 최소한 사전 조사정도 하는 건 어렵지 않고, 오히려 형편이 곤궁하기에 더욱 더 신중해야 하는데 다들 방심 만렙이라 고블린 따위...하면서 방심하다가 다들 죽는다.

물론 설정상으로는 숙련된 모험가들은 푼돈 벌겠다고 신입 교육을 해줄 이유가 없기에 신참에게 교육을 시키지 않고, 신참 모험가들은 내일 숙박료도 곤란한 판국이라 며칠에 걸쳐서 훈련할 여유조차 없는 실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길드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길드는 이런 신참 모험가에게 며칠 정도 숙박을 시켜주고, 교관을 고용해서[6] 신입 모험가에게 훈련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길드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아무것도.
거기다 고블린이 위험하다곤 해도 몇 번 보내다 보면 해결되니까 별 문제 없다는 것 자체가 설정충돌이다. 접수원 아가씨는 분명 몬스터 중 제일 수가 많고 다른 몬스터보다 인간과 많은 접촉을 하며 다른 몬스터가 주는 피해보다 더 많이 피해를 줘서 마왕과 마신보다도 시민들을 괴롭히는 존재라고 했다. 독자들은 작중에서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적을 통해 고블린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하며 사악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위험천만한 존재를 모험가 몇 번 보내는 걸로 위험요소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니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고블린 슬레이어의 언급대로 고블린들도 학습과 경험을 통해 더욱더 강해진다고 했는데 그런 고블린들을 상대로 단순무식하게 초짜들로 물량전을 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고블린 슬레이어가 나서기 전까지 답이 없는 희생의 반복을 하는 셈이다.

작중에서 몇 번이고 명시되지만 이놈들의 물량은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계속 튀어나오는 저글링 레벨이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개체가 튀어나와 무리를 만들어버린다. 한술 더 떠서 숫자가 쌓이면 상위종까지 나와버린다. 그러니 모험가를 보내서 퇴치해봐야 임시방편일 뿐이며 후술하겠지만 상위종이 튀어나오거나, 물량이 너무 많으면 소수의 모험가로는 각개격파가 아닌 이상 당해내지 못한다.

고위 몬스터들과의 전쟁 때문에 고블린에게 신경도 못 쓰는 상황이라면 인력도 귀할 것임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10-20대의 인재들이 비싼 갑옷과 무기를 들고[7] 고블린 소굴로 몰려갔다가 전멸한다면, 어떤 국가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중대한 사태다. 몇번 보내면 고블린 소굴 토벌할 수 있지만 그런식으로 인력들이 대거 소모당하면 나라의 존망이 달린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픈 부분이다.

인재 뿐만이 아니라 귀중한 장비품이나 아이템도 손실되고 그 장비품들로 고블린들은 전력을 강화한다. 거기다 패배한 모험가가 여자라면 저놈들이 끌고가서 여자를 씨받이로 사용해 마구 번식하니 역효과. 여자 모험가에게는 고블린 대신 하수구 해수구제를 추천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쯤 되면 여자는 일정 등급 이하는 고블린 의뢰 금지를 내거는 게 정상일 텐데 그러지도 않는다. 남자는 심해봐야 먹히고 끝이지만 여자는 머릿수를 불려주는데도. 귀살대 선별시험처럼 무의미하고 비윤리적인 희생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인력 양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길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 이 세계관에서는 인력이 부족해서 고블린보다 훨씬 더 강한 마족들을 상대하느라고 인원과 전력이 매우 벅찬 세계관이다. 만약 고블린 슬레이어의 인류가 인구수가 매우 많고 부강하다면 이 항목에 나열된 삽질들을 모두 저질러도 그럭저럭 버텨나갈 수 있겠으나, 여러 정황을 보아 인구수가 많은 건 절대 아닌 상황이다. 나라가 병력이 부족해서 고블린같은 하급몬스터조차 처리를 못해주는 판국이고, 나라가 못 나서면 민병대라도 들고 일어나서 고블린 토벌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고 있으니 민간 사회의 동원력도 별다를 것 없이 미약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길드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지나치게 커져버린 고블린 무리에 의해서 여러 마을이 고블린 슬레이어의 마을처럼 깨끗하게 전멸하는 건 덤이다.

이렇게 인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길드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저런 식으로 바보같이 인재들을 소모시키는 게 아니라, 빨리 신인 모험가들을 도와주고 키워서 성장시켜, 고급 모험가로 바꿔서 내보내 군대에 들어가 저런 강대한 마물들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 만들어, 세계에 만연하는 혼돈의 세력들에 대처할 모험자들을 늘려야 하는 게 정상이다. 저런 식으로 길드에서 후진양성을 아예 도외시하면서 거대한 혼돈의 세력과 맞서 싸울 인력과 장비를 계속해서 무의미하게 소모시키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바보가 아니면 할 리가 없는 자폭이고 자멸이다.[8][9][10]

애니메이션 10화에서 신참 전사와 중장전사의 훈련 장면에서 신인 모험가의 검술은 대부분 독학이라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기만 해도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대사가 있다. 또, 은퇴한 모험가를 고용한 훈련소를 추진중이라는 접수원의 대사도 있다. 다시말해, 지금까지 신인 모험가들의 대부분은 검술도, 지식도 없이 싸움에 뛰어들었다는 소리다. 현실의 인류 역사에서는 거대 단체가 운영하는 저런 전문 교습소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원시 시대부터 스승과 제자의 도제식 교육이라는 훌륭한 맨투맨 시스템이 있었다.

쉽게 말해 강력한 모험가를 신참 모험가가 따라다니며 모험의 보조를 하며 가르침을 받아 성장해나가는 시스템이다. 신참 모험가가 대부분 돈에 쪼들린다지만, 애초에 현실에서도 이런 도제교육은 친척관계나 친우관계간에 큰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신참 모험가의 재력은 큰 관계가 없다. 사회 밑바닥 계층도 친인척 관계 정도는 다 있을테고, 이 중에 먼저 모험가로 나서 살아남은 자가 주변 친척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전수해주면 되니까. 하지만 작중 이런 스승과 제자 관계는 고블린 슬레이어 말고 딱히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이런 일은 길드에서 지원금을 사용해서 해줘야 하는 일인데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길드의 무능을 엿볼 수 있다.

애초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블린 슬레이어가 그렇듯 수가 모이기 전에 싹을 뽑아버리는 것이다. 고블린들이 위협적인 것은 숫자가 모여서일뿐, 숫자가 모이지 못하면 두려워할 게 못 된다. 고블린에게 매번 약탈당해 손해를 입느니, 그 시간에 자경단을 만들어서 틈틈이 찾아가 박멸하는 편이 더 이득이다. 고블린이 나타난 후에야 모험가를 부르는 것은 극단적인 하책일 뿐이다.

또한 신참들 중에서도 분명 1/3은 소멸하지만, 2/3가량은 고블린 소굴로 몰려가서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당연히 이 사람 중에는 쉽게 고블린을 이긴 사람도 있겠지만, 고블린의 흉악함과 교활함을 뼛속 깊이 체험했으나 운 좋아서, 아니면 재능이 출중해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사람들이 그냥 입 다물고 있을까? 그럴리 없다.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알려 "고블린들은 생각보다 무서운 놈들이야. 난 죽을뻔했고 내 동료는 능욕당할뻔했어"라고 은연 중에 경험담을 퍼트릴 게 불보듯 뻔하다.[11] 길드에서 저런 모험가들의 정보통제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어떨까? 새로운 모험가를 찾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걱정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을 하거나, 그 모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모험가를 걱정해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의뢰인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애초에 초반에 나온 음유시인이 고블린 슬레이어를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자, 모두가 환호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을 사람들은 이미 고블린들이 위험한 줄 대부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모험가에게는 그 위험을 알리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소한 작중의 등장인물들이 모험가 길드의 이런 방식을 비판하면 좋았지만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

2.1.3. 인류의 무지함과 약함

실질적으로 위의 비판이 생기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이 작품에서 인류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제외하면 고블린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경각심마저도 없다. 고블린에 의해 피해는 꾸준히 발생하고, 사람이 납치당하거나 죽고 마을까지 쓸려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고블린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를 하지도 않았으며, 역으로 고블린을 따위로 여기며 가볍게 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블린에 의한 피해가 심각함에도 여전히 고블린의 생태에 대해 무지한 상태다. 고블린이 약한 것은 하위종에만 한정되지, 숫자가 쌓이거나 상위종이 나오거나 하면 어지간한 마물들보다도 강해지는 것을 고블린 슬레이어말고는 다들 모른다. 애초에 이 작품에서 인류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그 주변 인물들 빼고는, 대개 농성전의 개념조차 모르는 영애 검사와 파티원처럼 무능하거나 상식이 결여되어 어처구니없는 삽질하다가 망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사람이 납치당해 죽고, 마을이 멸망하고, 살해당하는 모험가나 여격투가처럼 고블린들에게 능욕당하고 폐인이 되어 요양가는 여성들이 아예 수레가 가득찰 지경인데도 사람들이 고블린의 심각성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작품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바에 의하면, 고블린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명피해 및 부수적인 피해들은 가볍게 여길 레벨이 아니다.

물론 작중에서 고블린의 위험성이라고 해봐야, 아무리 규모가 커도 마을 하나의 존망 정도라고 서술되기는 하는데 문제는 이게 계산법이 틀렸다는데 있다. 그 고블린 무리의 위험성이 마을 하나 정도인 시점에서 가벼이 볼 수가 없게 된다. 고블린은 고블린 슬레이어가 사는 지역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나라 전역에 수도 없이, 곳곳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사방에 존재하는 고블린 무리들이 각자 마을 하나의 존망 정도의 위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구가 많은 현대에서도 이런 식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문제가 안 생길리가 없는데, 인구수가 적은 중세시대, 그것도 전쟁중인 국가라면 마을 하나라 해도 이런 피해가 사방에서 지속적으로 누적될수록 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가는 고블린 퇴치를 가볍게만 여기고 소흘히 한다는 설정이다.

고블린이 등장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면 이해할만한 일이겠지만 이미 고블린 슬레이어가 태어나기도 전, 최소 20년이 넘어가도록 고블린이 계속해서 존재해 온 시점에서 설득력은 완전히 사라진다. 20년 넘는 세월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고블린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

거기다가 아래쪽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분명 10살 어린아이 정도밖에 되지 않고 밥도 제대로 먹었을리가 없는 고블린의 스펙이건만, 정작 본편에서 보여주는 스펙은 10살의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고, 반면 인간은 10살 어린아이들의 무리에게 손쉽게 당해버린다.

극장판에서는 고작 20명짜리 선봉대에게 마을 하나가 통째로 점령당하는 추태가 벌어졌고, 영애 검사는 한겨울에 야영하면서 적을 고립시킨다는 전술을 펼치고, 팀원들도 거기에 동조해서 끝까지 버티다가 고블린 팔라딘에게 전멸하는 정신나간 전개가 펼쳐졌다.[12] 혹한기 훈련 해본 사람이라면 한겨울에 야영을 스스로 자처하는 게 얼마나 정신나간 소리인지 잘 알것이다. 고블린같은 게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방비가 허술한 수녀원을 도시 밖에 두다가 23마리의 고블린에게 간단하게 점령당하고 수녀들이 험한꼴을 당하기도 한다.

한 줄로 정의하자면 작가의 서술 능력, 묘사 능력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캐릭터성을 살리는 데만 치중했지, 정작 그 고블린 슬레이어가 살아가는 세계관 묘사는 제대로 된 핍진성과 개연성이 너무나도 부족하고 고블린 슬레이어를 인류 전체를 발판으로 삼았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 인류의 지능지수와 신체 스펙을 너프시켜버린 것이다. 설령 이게 신들이 전 인류를 너프시킨거나 상층부 음모론이 있다고 해도 고블린 슬레이어만 예외인것은 설명되지 않으며, 설령 설명이 가능하다해도 작가가 고블린 슬레이어만 활약하기 좋게 작위적으로 판을 깔아두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부분이다.

2.1.4. 지나치게 많은 고블린

또한 다른 비판점으로는 고블린이 너무 많다는 것이 있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매일같이 고블린 퇴치에 나서고 한 번의 의뢰를 받을 때마다 못해도 수십 마리는 퇴치하는데[13], 이 짓을 최소 수백 번은 했을 텐데도 주변 고블린이 거의 전멸했다는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저렇게 숫자가 많으면 약탈과 살인을 안 하고 살아도 그 존재만으로도 크나큰 문제가 된다.

게다가 이 세계관 설정상 고블린은 여자(주로 연약한 인간 여성)를 납치해서 강간한 후 씨받이로 만들어서 번식한다. 즉, 고블린이 발에 채이듯 많다는 설정은 당연히 그 많은 고블린들을 생산하기 위해 납치되고 유린당한 여자들 역시 정말 지독할 정도로 많다는 소리인데, 그쯤되면 가볍게 여겨 조용히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단 상황을 보아하면 그 수많은 씨받이 수요를 납치한 인근 마을 여자들이나 소굴에 들어온 여자 모험가들로 채우는 듯한데, 고블린 인구가 저만큼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잡혀가는지 감도 안 잡힌다. 이 정도면 인구문제 때문이라도 국가에서 심각한 사태로 여겨야 정상일 정도. 고블린이 정말로 만만한 존재라면, 번거롭게 모험가를 고용할 필요도 없다. 최소한 아녀자가 납치당한 마을의 청년들이 분노하여[14] 낫과 괭이같은 무기를 들고 고블린의 소굴로 쳐들어가야 앞뒤가 맞을 것이다. 만약 고블린들이 이러한 반격의 여지조차 주지 않기 위해 마을 단위로 씨를 말려 버렸다면 그야말로 먹이사슬이 바뀐 격이다.

그리고 이 세계관은 작중 묘사를 보면 이상하리만치 성비가 여자에 치중된 감이 있다. 고블린을 토벌하는 퀘스트에, 여성 모험가가 두 팔 걷어붙이고 참여하는 것이다. 아무리 고블린이 약하다지만 만에 하나라도 퀘스트가 실패하여 붙잡힌다면 온갖 고문 끝에 죽을 때까지 성노예가 된다는 리스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 결코 무시할 수 없을텐데도, 그러한 경각심이나 지식이 없는 건지 기피하는 척도 하지 않는다. 물론 모험가라는 직업이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특정 몬스터를 기피한다는 것이 그쪽 세계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건 상식의 문제다. 일단 개체수를 늘려준다는 리스크는 둘째치고, 이 세계관이 우리가 사는 현대와는 동떨어진 성윤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강간쯤은 괜찮냐 하면 그런것도 아니다. 고블린에게 납치됐다가 구조된 여성들은 하나같이 폐인이 되거나, 설령 재기하더라도 남성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딱 잘라 말하자면 능욕과 고어가 작품의 주 세일즈 포인트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그려진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고블린 슬레이어 작품이 양판소 판타지적 요소를 상당히 배제하고 정통 판타지 장르를 추구한만큼, 현실적인 요소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겐 굉장히 이상한 부분이 되어버린다. 일단 설정상 고블린은 10살 아이의 신체능력에 불과하므로 여자를 납치하려면 상당히 많은 수의 고블린이 필요하다. 기껏해야 고블린 한 마리가 제압할 수 있는 성인 여성은 한두 명 정도이며, 설사 제압하더라도 성인여성을 운반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대여섯은 되어야 몰래 납치를 시도한다는 소리가 되겠지만[15], 그런 숫자를 갖춘다는 것부터 발각될 위험성이 커진다. 다른 성인 남성들에게 발각되어도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숫자를 갖추면 되겠지만, 그런 숫자를 갖추려면 애시당초 번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첫 조건인 납치부터 실패할 공산이 크다.

설령 번식에 성공했다 해도 숫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불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식량이 필요한데, 저 끔찍하게 많은 고블린과 포로로 잡힌 여자들을 먹이고 재울 식량이 하늘에서 툭 떨어져지지 않는 한, 이들 대부분이 태어나기도 전에 여자들이 굶어죽을 것이다. 어찌어찌 살려서 태어나게 해봐야 굶어죽을 운명이다. 농사를 지을 줄 모르는 이 녀석들이 식량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도는 작중에서 묘사되기로 인간을 습격해 잡아먹거나 곡식을 터는 것뿐이지만, 당연히 인간을 습격하려면 성인 고블린 여럿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성인 고블린들을 키울 식량은 어떻게 구해야 할까?[16]

가축을 훔친다 해도 한계가 있고 오히려 모험가들을 불러오게 될 테고, 훔친 것만으로 입에 풀칠도 제대로 못한다. 거기다가 만약에 이놈들이 산에 있는 동식물을 먹고 사는 잡식성이라면 그 급격한 소모량 때문에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다.

성인 여성의 건강도 문제다. 작중 묘사를 보면 고블린들이 위생에 아무런 개념이 없는지 납치한 씨받이들을 오물 속에 그냥 놔두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성병 등의 전염병에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다. 또한 인간은 일반적으로 출산시 심한 출혈을 동반하며,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 예로부터 이 과정에서 감염되어 산욕열로 죽는 경우가 빈번했으며, 지금도 의료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는 사망율이 10%를 넘기기도 하는 게 출산이다.

한편 고블린 슬레이어는 영애 검사를 찾으러 갈때 일부러 부상 입힌 고블린을 도망치게 둬서 전염병을 퍼뜨리는 전략을 사용했다.[17]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상기 사실들을 미루어 봤을 때, 고블린의 굴은 이미 산욕열 등으로 엉망진창이 된 여성들의 세균으로 질병의 온상지가 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심지어 자기들의 배설물은 적당히 섞어놓으면 맹독이 될 수준이다. 게다가 고블린들은 난교를 즐긴다. 병 걸리기 딱 좋은 환경에 있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각종 질병에 면역 상태거나 이미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거나 해야 하지만, 이럴 때는 치명적이고 저럴 때는 괜찮고, 완전히 편의주의적인 설정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고블린의 씨받이로 사용되는 종족 (여성)[18]의 전염병 발병율이 하필 비정상적으로 낮아 출산하다 감염되어 죽는 일이 없다거나 고블린이 타 종족의 병만 비정상적으로 면역이어야 설명이 된다.[19] 하지만 애초에 고블린이 인간종을 모체삼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과 생물학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와서 다른 종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것들은 모두 인간이 출산을 하기 때문[20]에 벌어지는 문제다. 애초에 고블린이 대량 출산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면, 그에 걸맞은 몸으로 진화한 암컷 고블린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21] 다른 종족을 대리모 삼아 임신의 리스크를 지지 않고 번식한다는 설정은 그럴싸하나 임신에 10개월을 필요로 하는 인간이나 임신 기간이 얼만지 알수도 없는 엘프[22]는 고블린이 필요로하는 생태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그렇다고 고블린 소굴에 납치되어 강간당하는 여성이 무슨 부대 단위로 있지도 않다. 작중 묘사엔 한두 명에서 서너 명 정도다. 한 번 임신시키면 베르세르크의 트롤처럼 서너 마리가 튀어나오면서도 임신 기간은 매우 짧다면 여성 포로가 한두 명이라도 고블린의 숫자가 '금방 금방' 불어나는 이유가 설명은 되지만 작중에 그런 묘사는 없다. 설사 고블린의 정액에 신비한 힘이 있어 모체를 고블린 임신에 최적화된 육체로 개조시킨다 한들[23] 이는 동인지에서나 통용될 법한 편의주의적 설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일단 작중에서도 고블린을 아무리 죽여도 끝없이 솟아나옴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대체 어디서 생겨나는지 여러 가지 가설을 내세우기도 한다. 사실 이 세계관의 만악의 근원들이 어떤 존재들인지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고블린 개체수가 줄거나 하더라도 얼마든지 고블린들을 만들어서 풀어놓거나 고블린들을 개량/강화하거나 이런저런 이벤트를 열어 모험가들을 분산하거나 흔들어 놓아 약화시켜 고블린에게 취약해지도록 만드는 건 일도 아닌 듯하다.

물론 이렇게 설정구멍을 신적 존재의 농간이라고 전부 다 퉁쳐버리는 게 편의주의적인 전개라서 문제지만. 차라리 고블린들의 은신처 안에는 고블린들의 녹색 달로 이어지는 포탈이 생겨나기에 이것들로 인해서 수가 비이상적으로 늘어난다는 식의 설정으로 풀었다면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을 것이다, 고블린의 번식과 수에 관해서는 작가는 어줍잖은 고어 능욕물을 포기하고 설정의 탄탄함에 더 집중했어야 한다.

그리고 번식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겨울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것도 아니고, 방한능력도, 방한구도 없고, 동면도 안하는 이 놈들에게 있어서 동장군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이런 맹추위에서 대다수가 얼어죽거나, 식량을 구하지 못 해 굶어죽어야 정상이지만 이놈들은 겨울에도 멀쩡하게 활동과 침략을 하고 다수가 살아남는다. 극장판에서는 아예 방한장구 하나 없이 한겨울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들판에서 쌩쌩하게 돌아다니면서 싸움을 한다. 심지어 몇몇 개체는 겁도 없이 맨발로 눈 위를 돌아다닌다.

한편, 현실속에서도 한 개인이 아니라 국가단위에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였음에도 개체수 조절에 실패한 사례가 있긴 하다. 호주의 토끼전쟁이 바로 그것. 심지어 이건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원시적인 방법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동원한 대량 학살작전을 펼쳤음에도 살아남은 콤마 몇퍼센트의 토끼가 다시 어마어마하게 불어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건 축복받은 자연 환경 속에서 적절한 포식자 없이 번식에 특화된 암수가 한없이 늘어나기만 했을 때의 이야기다. 백 번 양보해서 이세계가 축복받은 자연 환경과 적절한 포식자[24]가 없는 천연의 생태계라 해도, 여기에 인간과 고블린의 복잡한 번식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순간 설득력을 크게 잃는다.

숫자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그 많은 고블린을 사람들이 그렇게 무시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고블린이 그렇게 많다면, 전쟁하느라 땀나게 바쁜 국가는 어쨌든 민간 입장에서라도 고블린이야말로 최대의 문제 사안이어야 마땅하고[25], 그렇다면 밤낮으로 고블린의 습격을 두려워하고 고블린 대책만 생각하고 있어야 하고, 마을에서 젊은이들을 동원해서 자경대를 조직해 고블린의 습격에 파수를 세워야 정상이다. 고블린 슬레이어 한 명만 고블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26]

하물며 이 정도로 위험천만하고 신적 존재까지 고블린 슬레이어의 존재 하나 때문에 고블린을 밀어주는 세계관이라면 상술했듯이 사람들이 평화롭고 한가롭게 사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인류가 진격의 거인처럼 전멸 직전까지 가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 애초에 인간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난자를 배란해서 가임기를 맞이하는데 고블린의 태아가 모체 안에 있는 기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서 인간의 10분의 1이라고 해도 인간 여성 1명이 1년간 출산할 수 있는 고블린의 수는 뻔하다.

또한, 앞서 말한 고블린 물량의 현실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고블린이 그렇게 마구마구 수를 늘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태계의 다른 동물들은 고블린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작가 피셜로 고블린의 신체 능력은 어린 인간 수준이니.강력한 몬스터들이 존재하는 생태계에서는 힘이 매우 약한 편에 속한다. 그런 고블린들의 수가 불어난다면 고블린을 먹잇감으로 삼는 다른 맹수들이나 몬스터들의 존재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실제 사례로 생태계 파괴종이라고 크게 비난을 받은 황소개구리조차도 시간이 지나자 한국의 토착종 수달이나 왜가리, 삵 등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런 설정을 도입한다면 고블린이 막강한 번식력을 지녔음에도 어찌하여 인간들이 사소하게 여기는지 해명이 가능할 것이다. "고블린은 번식력이 막강하지만 그 때문에 다른 몬스터들이나 맹수들에게 잡아먹히기에 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작중에서 이와 같은 설정은 등장한 적 없다.

사실 고블린이 아녀자를 강간하여 번식한다는 것이 고블린 슬레이어만의 독자적인 설정은 아니다. 이미 서양쪽 고전 설화에는 고블린이 민가의 아녀자를 납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건 마을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아이들의 실종을 설명하기 위한 전설에 가깝다. 게다가 이 설화에서는 고블린이 요정이나 요괴와도 같은, '눈에는 발견되지 않는' 포지션이기에 고블린의 소굴은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다. 이것을 가지고 고블린을 마치 외세의 군대마냥 묘사하여 우르르 몰려와서 대놓고 마을을 초토화시킨 후에 당당하게 자신들의 소굴로 돌아간다고 이야기를 확장하면, 당연히 사실 관계에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2.1.5. 지나치게 강한 고블린

사실 이 모든 설정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고블린이 너무 강하게 나오고 활약상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다. 분명 이놈들은 설정상 최약체중의 최약체이며, 바깥에 나가면 저것들은 따위로 보일만한 괴물들이 득시글 해서 나라에서는 우선순위가 낮다는 설정이지만, 작중에서 보여주는 활약상은 그 설득력을 앗아가 버린다. 보다 보면 저것이 정녕 10살 어린아이급의 완력과 스피드와 체력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게 된다. 자세한 것은 아래쪽의 스펙 항목 참조. 게다가 최하급종인데도 종류는 또 엄청나게 많다.
물론 모든 고블린이 이렇게 강한 것은 아니다. 여신관 파티를 괴멸시킨 홉고블린의 경우 고블린을 얕보고 방심한 모험자 파티, 예상보다 많았던 고블린들, 홉고블린의 하위종 지배력, 모험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다양한 함정이 준비된 홈그라운드라는 이점 등등이 일구어낸 성과이다. 애초에 작품 설정상 홉고블린이 혼자서 생활하거나 일부러 상위 모험자와 일기토를 붙을 일이 없다. 홉고블린이나 고블린 로드가 위력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단지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고블린들을 지휘하고 계책을 사용하여 단순한 해수급의 마수들을 제대로 된 부대로 탈바꿈시키는 조직력 때문이다. 은등급인 고블린 슬레이어가 고블린 챔피언에게 고전하는 부분도 나오지만, 원래 고블린 슬레이어는 많은 수의 고블린을 사냥한 의뢰 성공율을 기준으로 은등급에 오른 측면이 있고, 작품에 나오는 다른 은등급에 비해서 개인 전투력이 우수하다고는 평가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작중에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나오는 오거나 다크 엘프와 같은 적들이 고블린을 마치 싸구려 도구 취급하는 것을 보아도 한 개체의 위력은 많이 위험하다고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활약상을 펼치는 놈들이 드물기는 해도 희귀종 수준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숫자가 너무 잘 쌓인다는 것이다. 고블린 슬레이어의 마을을 전멸시킨 무리나, 고블린 로드의 무리 정도로 세력이 커져버리면 모험가 4-5명으로는 답이 안나오고, 다수의 모험가가 레이드를 가거나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그토록 일대의 고블린들을 소탕하고 다녔는데도, 1권 마지막에는 조직력을 갖춘 고블린 무리가 농장을 습격해 고블린 슬레이어조차도 감당을 못했을 정도다.

A판에서 한 중견급 모험가 파티가 근처에 엘프 유적이 있다 해서 조사 의뢰를 받고 준비해 들어갔는데, 고블린 무리가 있었고, 어느 정도라면 대충 처리하지만 물량이 상상 이상이라 짤없이 전멸한 사례가 있다. 1권에서는 강철등급 모험가 4명이 고블린 퇴치하러 갔는데 경보장치 건드렸다가 물량에 밀려 전부 전멸하고 능욕당한 끝에 죽었다. 중견급 모험가 파티조차도 고블린 물량공세에는 그냥 쓸려나간다는 이야기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이 녀석들이 죄다 무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블린들이 무기를 얻을 수단은 쳐들어온 모험가들을 격파해서 전리품으로 얻은 것이거나 기껏해야 뼈, 몽둥이같은 나뭇가지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무수한 숫자의 고블린들이 전부 무장할 수 있을 정도의 무기는 얻기 힘들고 관리도 안할테니 살상력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들 무기를 들고 있고 성능도 좋다. 무기 만들줄도 모르는 고블린들이 어디서 이런 많은 무기를 구했는지 알길이 없다.

한술 더 떠서 무기에는 치사성 독이 발려있다.[27] 초보자들이 잡는다는 몬스터가, 회복 물약으로도 부족해서 해독제까지 요구하는 꼴이다.[28] 독초와 배설물이 섞인 것이라고 하는데, 싸움 도중에 당한 것이 당장 전투에 지장이 가고 적은 양으로 수십분안에 즉사할 정도면 잡독이 아니라 중세 기술력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초강력 맹독이다.[29]이런 독이 등장한 이상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백병전의 티키타카[30]가 성립하지 않게 되고, 전투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31]

또 조직력을 갖춘 고블린 무리가 그렇게 많다면 '고블린은 하나하나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지만 강력한 조직력을 지녔기 때문에 뭉치면 위험한 놈들'이란 인식이 퍼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는 고블린 처치 의뢰란 그 하나하나를 잡는 것이 아니라 집단을 토벌한다는 것이다. 이걸 얕잡아 보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의 극치다.

게다가 상위종이 나오면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당해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살해당할 레벨이다. 상위종인 홉고블린의 경우 격투가가 있는 힘껏 홉 고블린을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데미지가 없었고 그 직후 역으로 제압당했다. 격투술을 체계적으로 수련한 모험가의 공격을 맞고도 아예 노데미지였다는 이야기인데 이 정도면 근접전투력만으로 따지자면 어지간한 성인 남성을 가볍게 뛰어넘는 레벨이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경멸하는 이들조차 '잡몹 처리 담당'이라고 할 뿐이지 약하다고 경멸한 적은 없다. 은 등급인 것이 이상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런 은 등급 중에서도 고블린 슬레이어는 격이 다르게 고블린과 싸운 경험이 많으며, 따라서 고블린과 싸우는 요령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그런 고블린 슬레이어가 매번 고전할 정도로 고블린 챔피언이 강하다면, 은 등급 이하는 절대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만났다간 끝장인 고블린 챔피언이, 고블린 소굴에 뛰어드는 모험가들 중 아무도 모를 정도로 무시받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하물며 초보 모험가는 절대로 이기는 게 불가능한 홉 고블린은 고블린 챔피언보다도 조우 확률이 훨씬 높다.

결국에는 연출 문제다. 고블린이 최약체라고 하면서, 자꾸만 고블린이 무쌍(?)을 벌이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니, 설정에 괴리감이 와버리는 것. 차라리 고블린 개체에 따라 실력 편차가 커서, 강한 고블린과 약한 고블린이 들쭉날쭉하다고 설정하고, 모험가들이 고블린 소굴에서 낙승을 따는 장면을 보여줬다면 좀 더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고블린을 얕잡아 보는 초보 모험가가 있어도 이상할게 없을테니까. 사실 맨 처음에는 마을까지 쳐들어오는 고블린은 서식지에서 쫓겨나 위험지역인 인간 마을까지 건드려보다가 죽는 약한 놈들이라는 언급을 하는 등 이런 설정을 쓰긴 했는데, 작중에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들어가는 던전마다 족족 고블린이 강하다보니 어느새 없어져버린 설정이 되어버렸고, 그런 낙오 고블린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서적판에서 밝혀진 뒷설정에서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지켜보는 신(환상, 진실과는 다른 신으로 추정됨)들이 "이 룰치킨 놈이 제대로 된 모험을 하면 어떤 결말이 나올까?"하고 궁금해한 나머지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모험을 시키려고 이놈의 활동 범위 내 고블린들에게 쫙 버프를 돌려서 이 사달이 난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고블린들이 전체적으로 강한 게 아니라, 고블린 슬레이어 곁의 고블린들이 유난히 강한 거였다는 설정. 나중에 코믹스 4화에서 나온 음유시인의 노래마냥 고블린 왕국이 세워질 정도로 버프를 받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6권에서는 비슷하게나마 이루어졌었고.

문제는 이것도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기본적으로 이 세계는 신들의 주사위 놀음에 의해 결정되며, 신들은 여러가지 판을 짜고 기본적인 룰을 지키고, 주사위를 이리저리 던지면서 사람들이 죽거나 아니면 성공하는 걸 같이 지켜보며 천상에서 하하호호하는 세계관이다.[32] 그런데 고블린 슬레이어가 너무 잘나간다고, 난이도를 갑자기 전체적으로 올려버린다? 당연히 이건 룰 위반이다. 당장에 고블린 슬레이어가 활약하는 이유도 룰의 허점을 찌르는 룰치킨적인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며, 그건 반대로 뒤집어 말하자면 이 세계 자체에 신들이 정한 기본적인 룰이 있기 때문에 그 룰을 타파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그 룰이 갑자기 이유도 없이 멋대로 바뀌면? TRPG팬들이 보아도 이런 설정은 욕먹기에 딱 좋다. 게임하다가 GM이 갑자기 룰을 멋대로 바꾸는 격이니까. 작가야 신들의 농간이라고 퉁쳐서 납득할지 몰라도 관객인 독자들중에 그걸 납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래 비판에 대한 반론에서는 '독자가 장르를 몰이해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TRPG 리플레이가 아니다. 소설이나 만화, 애니 등의 형식을 띄고 나온 이상 독자가 장르를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작가가 독자를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모든 단점을 '이거 사실 TRPG니까' 하고 넘어가는데 TRPG에서 GM이 신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가 하는 모든 설정이나 진행이 비판받을 수 없는 성역인 것은 아니다. TPRG의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GM이 룰이나 설정을 바꾼다고 해도 게임을 망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주인공이니 납득할 수 있지만, 이를 리플레이식으로 읽는 독자에게 TRPG플레이어의 입장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아래쪽에 반론의 예시로 든 크툴루 TRPG에서는 독일이 1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한 걸로 진행했지만, 크게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독일이 전쟁에서 이긴 게 게임 내에서 그렇게까지 큰 중요성을 차지하는 설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블린은 다르다. 게임, 아니 소설 내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을 차지하는 고블린과, 그저 배경일 뿐인 독일의 승전 여부는 그 무게가 엄연히 다르다.[33]
2.1.5.1. 10살 어린아이의 스펙?
설정상 평범한 고블린의 신체능력은 10살 어린아이 정도밖에 안 되지만 작중에서 보여주는 활약상은 이게 정말 10살이냐? 라는 생각이 나올 레벨이다.

일단 고블린의 피지컬 스펙을 현실로 치환하면 대략 평균 체중 30kg, 평균 신장 135cm는 된다.[34] 그러나 그건 인간 기준, 그것도 잘 먹고 잘 큰 현대인 기준이고, 이 녀석들은 숫자가 너무 많고+보급이 용이하지 않은 외진 곳에서 살기 때문에 식량용 고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가 매우 힘들어, 튼튼한 신체와 건강을 유지하는 게 당연히 불가능 할 정도로 여건이 지독하게 안 좋고, 인간과 비교했을 때 영양문제 때문에 스펙이 더 낮을 가능성도 있다.

현실이라면 배고파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거니와, 애초에 굶어죽지나 않으면 다행인 일이다. 길바닥에 나앉아 내일 먹을 것도 걱정하는 거지(고블린)와 잘먹고 자란 사람들(인간)의 초등학생 평균 체중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이런 신체에 무디지만 잡독이 발린 칼, 조악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작동하는 활 등을 사용하며 지능은 멍청하기는 하지만 교활하고 사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래봤자 거기까지라는 게 문제. 물론 10세 아동 수준의 능력이라도 성인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작중에 나온 고블린의 능력은 10세 아동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치명적으로 묘사된다. 아무리 봐도 이놈들의 신체 스펙은 인간 아이 10살이 아니라 대략 유인원급이다.[35] 실제로 원숭이 몇 마리가 성인남성 정도는 가볍게 박살내는데 작중 고블린 활약이 딱 이렇다.[36]

애초에 어른이 아이들에게 쩔쩔매는 것은 아이들이 크게 다칠수도 있어서 섣불리 힘을 못 쓰는 것 뿐이지, 어른이 진심으로 애들을 살상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175cm 정도의 평균 체격 성인 남성의 발길질 한 방에도 10세 아동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으며 체급 차이라는 것은 그 만큼 절대적이다. 물론 중세식 세계관이니 인간들이라고 모두 잘 먹고 잘 자라서 현대의 성인 평균 키와 몸무게 일 리는 없지만 고대인들은 나약한 현대인들보다 훨씬 강했다.[37]어쨌든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몸무게와 그에 따른 힘의 차이 뿐 아니라 발달된 근육에 따른 속도, 민첩함, 지구력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오히려 힘을 쓰는 직업, 특히 모험가라면 현대의 평범한 성인보다는 더 강인한 신체를 갖고 있을 것이다.

실제 어린아이와는 달리 무기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무기를 만들줄 몰라서 좋은 철제 무기를 쓸 수 없고, 무거운 무기는 당연히 근력이 부족해서 휘두르지 못하고 끽해봐야 나이프나 단검, 몽둥이가 한계. 키도 작고 점프력도 낮아 노릴 수 있는 부위는 성인의 하반신 정도 밖에 없다. 게다가 힘도 약해서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중갑까지는 아니어도 가죽갑옷도 숙달되지 않은 고블린이 베어내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우니 일반 고블린에게는 당할 일이 없다. 실제 전쟁에서도 두꺼운 천 갑옷이 잘못 휘두른 창칼을 손쉽게 막아내는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10살 꼬마는 검을 들어도 천으로 만든 누비 갑옷조차 뚫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왜 소년병이 총기류가 보급된 이후부터 난립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맞추기만 한다면 누가 쏴도 동일한 화력을 보장하는 총기와 달리 냉병기의 위력은 사용자의 신체 스펙과 숙련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굳이 가능성이 있다면 여럿에게 둘러쌓여 빈틈이나 급소를 무기로 가격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파티를 짠 이상 그런 상황에 처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작중에서 보여주는 이놈들의 활약은 정말 10살짜리가 맞는지 의심이 가는 수준이다. 내로라하는 모험가들을 쪽수로 잡아서 족쳐버리지를 않나, 성인 남성 5-6명이 고블린들에게 공격당해 일방적으로 살해당하는 장면[38]도 있으며, 지능은 대체 어린애가 맞는지 의심가는 레벨의 분업과 협업에다가, 인간이 인질에 대해 약하다는 것과 대략적인 인간의 습성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쳐도 시체를 이용한 정교한 함정이나 부비트랩, 맞으면 수십분안에 적은 양으로 사망하는 강력한 독을 만들줄도 안다.

근력도 마법사의 지팡이를 두 손으로 손쉽게 부러뜨리거나[39], 갑옷을 뚫고 칼을 박고, 부드러운 지방의 성인 여자를 매단 거대한 인질방패를 든채로 무리없이 진군하며, 성인 남성의 머리높이까지 서전트 점프를 하는 것도 비일비재한데다 조잡한 돌도끼로 성인 남성의 머리를 단번에 깨버리고 전력질주로 도주하는 영애를 간단하게 달리기로 따라잡는다.

거기에 사람 머리통만한 바위를 들고 나무 위로 올라가는 일도 거뜬히 해내는데다가, 나무 위에서 그 바위를 던져 정확하게 맞출 수 있으며, 고블린 여러명이 사람 한 명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으니 사람이 10초만에 넝마가 되어 사망한다. 삽시간에 기척을 죽이고 사람의 뒤에 접근해 급습하는 것도 능히 해내며, 무게만으로 사람을 압사시킬 수 있는 무거운 거대 곤봉을 혼자서 질질 끌고 오더니 셋이서 곤봉을 들어올리는 등 어른들도 쉽게 하지 못할 짓들을 한다. 당장 상술했듯 숙련된 강철등급 모험가 4명조차도 고블린의 물량공세에 전멸하는 판이다.[40] 심지어 극장판에서는 혼자서 성인 남성을 질질 끌고가는 장면까지 나온다.

결국 평균 어린애 스펙에 최약체라면서 작중 묘사와는 딴판이라는 것이 문제인 것. 고블린 슬레이어의 아치에너미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애 스펙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스펙을 올린게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저 세계관의 사람들이 운동부족 화이트칼라 현대인 사람들보다 육체적으로 신체가 강건한 것은 사실이다. 기반이 중세라서 육체노동의 비중이 현대보다 높다보니, 다들 신체능력은 좋은 편이다. 일반인인 소치기 소녀 역시도 힘이 제법 세다. 몬스터들과 싸우기 위해 뛰어드는 모험가라면 말할 것도 없다. 코믹스에서 고블린 로드의 군대와 맞설 때 몇몇 모험가들은 한쪽팔로 나무판자+인간 여성을 들고 질주하고, 주인공인 고블린 슬레이어도 극도로 단련된 일반인에 불과한 신체스펙이지만 일반적인 고블린을 상대로는 육탄전으로도 충분히 압도한다. 따라서 인간과 고블린이 싸우면 당연히 인간이 여유있게 이겨야 정상이다.[41]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어찌된게 고블린을 도저히 어찌하지를 못하고 수십마리 물량공세에 남자는 죽고 여자는 손쉽게 겁탈당하는 식으로 마을째로 전멸하고, 고블린들에게 쩔쩔매서 스스로 어찌할 생각을 하지도 않고 모험가들에게 비싼 돈 주면서 길드를 통해 의뢰를 넣고, 그 모험가들조차도 물량에 종종 게임 오버당한다는 것이다. 분명 이놈들은 최약체이고, 신체능력도 10살 어린아이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무기를 든 중세시대의 인간 쪽이 이겨야 정상인데 정작 이기는 건 대개 쪽수로 밀고들어오는 고블린이고, 시민들은 호구같이 매일마다 고블린들에게 약탈당하고 강간당하며 살육당한다.[42] 대개 고블린과 인간이 싸우는 장면에서 고블린이 이기는 장면이, 고슬을 제외한 인간이 이기는 장면보다 훨씬 더 많다. 게다가 아무리 중세로 높게 잡았는다고쳐도 이 최약체 고블린놈들은 위문단에 써놓은 활약상을 그대로 실천하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보여준다. 하물며 역으로 중세 기준이라고 친다면 오히려 지능은 영재 교육받는 현대보다 떨어질텐데 이 녀석들의 지식 수준은 중세 어린아이의 그것이 결코 아니다.

신체 스펙이 약하다고 나오는데, 상술했듯 작중 묘사로는 전혀 약해보이지 않고, 머리는 나쁘지만 사고방식 자체가 특이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데다 잔악함도 상상 이상이고 독이나 무기같은 도구도 쓰고 함정이나 부비트랩도 만들고 매복도 잘한다. 야행성에 후각도 뛰어나고 불빛 없는 동굴 속에서도 시야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밤눈도 매우 밝아서, 주간에 활동하는 인간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껄끄럽고, 개개인은 성인에 비해 좀 약하지만 번식력과 집단을 만드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43] 숫자가 모이면 답이 안나오고, 상위종도 가끔 나오는데 상위종은 숙련된 중, 상급 모험자를 상대로도 압승하는 놈들이며, 샤먼같은 상위종 1마리만 무리에 섞여도 고슬의 마을을 전멸시킬 정도로 위력적이 된다. ...도대체 이게 어딜봐서 최약체라는 것일까? 최약체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그 설정에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 작가는 독자를 설득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거기다가 쪽수가 너무 많아서 농사도 짓지 않고 제대로 된 수렵 활동도 하지 않아서 밥도 제대로 챙겨먹기 힘든 고블린들이 대체 어떻게 UFC 파이터나 마사이족 전사급의 성인도 쪽수와 기습으로 이길 레벨의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실 작중 보여준 신체 스펙은 인간 10살이 아니라 침팬지의 10살이라고 해도 납득이 가는 운동 수행 능력을 보여준다. 농사도 안 짓고 수렵도 제대로 안해서 약화된 피지컬이 작중의 그것(...)이거나, 종족 자체가 영양 보급과 꾸준한 활동 없이도 피지컬의 약화 폭이 아주 작은 특수 체질이거나, 어린아이급의 신체능력과 지능, 이기심으로도 사실은 아주 착실하게 수렵을 하고 있거나, 하지만 어느 쪽의 설명도 "최약체 고블린"이라는 설정과는 부합하지 못한다. 애초에 고블린 로드가 소치기 소녀의 곡창을 손에 넣으려고 움직인 시점에서 이 녀석들도 밥 먹고 산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아주 좋게 봐주면 작중 10살 아이 정도의 능력이라 한두마리는 쉽게 쫓아낼 수 있다고 한 묘사와 코믹스에서 고블린슬레이어가 한두마리 정도의 고블린이 남긴 흔적을 보고 떠돌이 고블린으로 판단한 묘사를 토대로 큰 무리를 이루지 못하고 영양상태가 안 좋은 고블린이 10살 아이 정도의 신체능력을 갖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무리를 이룬 고블린의 신체능력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으나, 작중 묘사한 문구가 그냥 고블린의 신체능력은 10살 아이 정도라고 뭉뚱그렸기에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모든 고블린의 신체능력은 10살 아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2. 설정과 묘사의 괴리

결론. 비판을 종합하면, 작가가 상당히 공을 들여 설명했음에도, 작중 고블린에 대한 묘사를 완전히 납득하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 "고블린이 너무나도 많고 강하다. 하지만 그 많은 고블린이 하찮게 보일 정도로 세계는 각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설정인데, 그에 비해 작중 묘사되는 생활 풍경은 풍요롭고 평화롭다.
  • 고블린이 끼치는 피해가 굉장히 심각한데, 그 피해가 아무리 다른 위기에 비해서는 하찮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피해를 주는 고블린에게 고블린 슬레이어 단 한 명만 경각심을 갖고 있고 나머지 모험가나 시민들은 대비책도 안한채 무시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정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어색하다. 어떻게보면 사태는 심각한데 고블린 슬레이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 감각[44]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설정과 묘사의 괴리가 작품의 모순점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일례로, 본 세계관은 신들의 주사위 게임판이라는 설정이 존재하는데, TRPG적인 설정이고, 소설의 핵심 설정임에도 거의 묘사가 되지 않고 그냥 지나가둣 나오기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을 고블린 슬레이어보다 멍청하게 만들기 위해 신들의 농간, 신들의 간섭으로 고블린 슬레이어이외의 인간, 엘프 같은 지적생명체들이 고블린에 대해 과도한 위험성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설정 또한 있을 수 없다. 애초에 고블린 슬레이어는 태생적으로 평범한 인간이었다가 그 특이한 행동방식으로 인해 신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레귤러기때문. 고블린 슬레이어만 신들의 간섭을 무시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신들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어난 작은사건을 배경으로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면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말판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사는 말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여기에 고블린들의 습격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어서 평화를 깨부수며 고블린 슬레이어가 활약하게 만든다. 또한 여기서 외부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 또 다른 신들이 '세계를 위협하는 마신왕에 맞서는 용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면 '위협받는 세계'라는 말판과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들'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이로인해 국가는 개입할 수 없게 된다.

'위협받는 세계' 게임판의 말들인 '군대'[45]가 '괴물들을 퇴치하는 모험가들'게임판에 멋대로 난입해서 괴물들을 퇴치하는 일은 이것으로 인해 방지되었다. 여기까지는 확실히 문제가 없다. 문제는 시민들이다. 고블린들이 계속해서 습격을 해서 피해를 보는데도, 시민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상대는 최약체 고블린인데 그런 최약체를 상대로 호구처럼 당하기만 하고 모험가만 부를 뿐이다. 이 세계관 최약체는 고블린이 아니라 호구인 시민들이다.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등장해 고블린들을 마구 박살내지만 그렇다고 판이나 게임이 망쳐지지는 않는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재밌게 지켜보고 있는 신들도 많고 '세계를 구하지도, 무언가를 바꿀 일도 없는' 어디에나 있는 말 하나에 불과했기에 딱히 룰을 어기는 것도 아닌 고블린 슬레이어를 신들이 어떻게 할 이유가 없다. '재밌고 밸런스에도 문제 없으니 용서되는 컨셉 룰치킨 플레이'지만 어쨌든 게임의 판도를 뒤엎을 정도는 아니니까 그냥 지켜보는 것.

아무리 고블린 슬레이어가 룰치킨이어도 수 많은 고블린들을 전멸시키는 건 무리다.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어가 커버하지 못하는 나머지 고블린들은? 그런 고블린들은 시민들이 알아서 커버하게 만들거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만 해도 고블린 슬레이어가 활약하는데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시민들이 고블린 슬레이어가 활약할 자리만 남겨놓는 정도로만 능력이 있었어도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신입 모험가들이 고블린을 얕보고 들어가는 것 역시 비슷한 문제인데, 작중 묘사로만 보면 고블린 소굴은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는 그럭저럭 실력이 있던' 나름 우수한 모험가들 여럿이 몰려가도 셋에 하나는 죽어나가고 심지어 재능도 실력도 있는 모험가들조차도 간혹 죽어나가는 마굴이지만 메타적으로 보면 어차피 한 신입 모험가 팀이 전멸해도 신들은 새로운 말을 준비해서 다시 오면 그만이다.[46] 그래서 줄어든 인구수는 어떻게 보충해주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험가 길드 입장에서도 신입 모험가라는 존재는 어디서 그렇게들 몰려오는지는 잘 몰라도 하나 죽으면 또 한 명이 새로 오는, 그런 존재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고블린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전멸시키고 여자를 납치해 번식을 해도 끝없이 몰려와서 결국 자신들을 퇴치하는 인간들 쪽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상기한 바 대로 너무 많고 강한 고블린들에 대해서도 적용되는데,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판 엎고 다니는 말이 튀어나오니 재미들린 신들이 고블린 슬레이어의 모험을 더 보고 싶어서 고블린들을 양산해댄 결과 이런 일이 벌어진 것.[47]

문제는 당연히 이것도 있을 수 없다. 신들이 농간을 부려서 난이도가 하드한 세계관이기는 하나, 성공하거나 행복하게 결말을 맞은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들이 인간들이 행복해저기나 불행해지거나 하는 것을 보면서 그 인생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신들도 GM들처럼 룰은 지키면서 지나칠 정도의 개입은 삼가고 있다. 신들은 어디까지나 주변 환경과 몬스터들을 이용해 게임의 말을 농락하거나 모험을 만드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말을 건드리는 건 아니다.[48] 당연히 게임의 말들에게 직접적으로 간섭을 가해버리면 제대로 된 게임이 되지 않고, 그런건 의미가 없다. 뭐만하면 신의 농간이 이리저리 튀어나와서, 아니 필요할 때나 주인공이 유리한 방향으로만 신의 농간을 적용하는 것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나 마찬가지이고, 그런건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게 아니다.

예를들어 서적판 6권에서 비록 등급 자체는 낮고 맡은 의뢰도 문제 없었던 파티 하나가 고블린 무리만 있는 것으로 알던 곳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나타난 트롤에게 전멸당하는 대목이 나온다. 장비도, 멤버 밸런스도 방심, 자만도 안했고 대열도 문제 없었는데, 진실이 멋대로 "오늘은 파티 하나정도 전멸시켜 볼까."하면서 죽게 만든 것. 이런 식으로 신들이 인간을 억까하는데 정작 고블린 슬레이어는 오히려 도와주기까지 한다. 고블린 슬레이어에게는 그렇게까지 안했으면서, 정작 다른 파티에게는 그런 만행을 하는 건 완전히 주인공 보정이다.[49]

거기다 이래서야 그 설정이 드러나는 부분이 너무 적어 독자가 설정오류나 편의주의적 전개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TRPG적인 요소를 살리고 싶었다면, 적어도 무슨 TRPG 룰에 기반하는지를 이해 시켜야 하는데, 그런 부분 묘사가 너무 적으니 그냥 작가가 마음대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TRPG 클리셰 비틀기메타발언으로 시작한 작품인만큼 저런 요소가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음을 감안하면 더 아쉬운 부분.

2.3. 핍진성의 문제

옹호측에서는 "이것은 신의 농간이다, 판타지니까 가능하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판타지라서 곡식도 매번 풍부하게 수확되고, 가서 조금만 캐도 광물이 우르르 쏟아지는 광산이 있다. 그래서 번듯한 문명을 일고, 세계의 생활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설명은 낡디낡은 옛날 대여점 양판소의 흔한 클리셰다.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스스로 '고블린 슬레이어'를 양판소 수준으로 격하하는 것이다. 대여점 양판소는 차라리 설명이라도 하지, 풍부한 곡창지대와 광산은 공식 설정도 아닌 옹호 측의 주장일 뿐이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고블린 슬레이어는 한순간에 클리셰 파괴와 비틀기를 주력으로 하는 작품에서 대여점 양판소 1이 된다. 애초에 '현실적인 다크판타지'를 표방하는 주제에 변명 혹은 옹호라고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기존 판타지 세계관에 대한 '클리셰를 파괴'하는 작품이다. 지금껏 나온 판타지 소설에서 그냥 지나쳐 왔던 여러 부조리를 다시 한번 보고 생각하는 것이 클리셰 비틀기의 매력인데, 정작 그 작품의 세계관이 독자가 탐구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결점이다.

본작의 비현실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본작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작중 세계관은 신들이 지배하는 TRPG 말판 세계관이다. 오류처럼 보이는 부분은 신들의 의도가 담긴 것이며, 사람들도 멍청하거나 제정신이 아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판 위의 말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반박을 자주 한다. 이런 반박은 작품의 오류를 해결해주는 훌륭한 설명이 될 수는 있지만, 대신 작품의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소설이 허구인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소설에 현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실감나는 묘사와 논리적인 설명을 통해 작품에 몰입하면서 '정말로 이런 세계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실감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품이 처음부터 '이건 허구라서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란 전제를 깔고 들어가면 몰입도가 확 떨어진다. 작품에 개연성이 필요한 이유는 몰입감을 주기 위한 것인데, 정작 개연성을 위해서 몰입감을 포기해 버린다.[50]

그리고 책의 서술이 인물의 시점에서도 일관성이 없는 것은 독자들의 세계와 작품의 세계관이 달라서 라고 변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2권 승급심사에 등장하는 척후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보고 '쉽고 안전한 고블린 사냥이나 맡는 겁장이'이라고 무시하다가, 바로 뒷 장면에서는 '파티가 도전하는 고블린을 혼자 사냥하는 강자'라고 두려워한다. 그 사이에 척후의 평가가 바뀔만한 사건은 전혀 일어난 없었다. 이건 '주인공이 일반인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실은 뛰어난 인물'라는 클리셰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생긴 오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런 관점이 모든 독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으며, 모든 작품에 현실성을 대입해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판타지 장르는 이름 그대로 '환상'임을 전제로 깔고 들어가는 만큼, 어느 정도 현실성을 눈감아줄 필요가 있지만, 본작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작품의 어필하는 것이 판타지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과 대비되는 '현실주의자'인 고블린 슬레이어의 캐릭터성이기 때문이다. 영웅주의에 빠져서 멋모르고 고블린 소굴에 뛰어들었다가 전멸하는 초보 모험가들, 더 큰 명성을 위해 큰 의뢰만 맡으려고 하고, 서민들의 고통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상급 모험가들과 달리, 고블린 슬레이어는 언제나 철저한 준비를 하고 현실적인 수단을 강구하며, 명성보다는 서민들의 삶에 대한 동정과 자신의 복수심 등의 이유로 언제나 고블린 의뢰만 맡는다.[51]

거기다가 고블린 슬레이어는 어디까지나 논리적인 근거와 신중함을 통해 현실적인 분석을 하고 대비를 하고 준비를 해서 고블린을 때려잡고, 독자들도 그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이 아귀가 맞다는 걸 알고 이해하기에 그의 행동에 놀라워하고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적이고 서민적인 캐릭터성이, 근거도 없는 이상론만 내세우는 주제에 행운주인공 보정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가는 전형적인 주인공에게 불만을 품던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이다.[52]

그런데 정작 본작의 설정에서도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발견되자, 처음부터 작품의 현실성에 매력을 느껴서 읽게 된 독자들은 평소보다 심하게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판타지 소설의 한계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오류가 쌓이면서 점점 작품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움직이는데, 정작 그 세계관이 비현실적이니 갭이 생겨버린다. 특히 '고블린을 최약체라고 무시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고블린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철저하게 대비하는 현실주의자'라는 면이 고블린 슬레이어의 매력이기 때문에, '고블린이 최약체'라는 설정과 '무시하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대목이 납득이 안 가는 순간 몰입감이 확 떨어진다.

결국에는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그저그런 먼치킨물과 다를 바 없다'라고 느끼며, 그 동안 봐왔던 작품에 정나미가 떨어지고 비판 의견으로 돌아서는 것이다.[53] 고블린 슬레이어가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54] 또는 마법진 구루구루 같은 개그성 짙은 판타지물이라서 설정오류마저 작품 내 메타발언 등으로 희화화되는 수준이거나, 또는 고블린들이 여자들을 끌고 가 능욕하는 스토리를 가진 24페이지 짜리의 평범한 상업지라서 꼴리면 그만이라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모든 비판론들은 모두 진지충들의 잡설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작품의 매력으로 현실성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 작품에서 현실성이 무너져 있어서 비판하는데 "판타지니까" "TRPG니까"가 통하겠는가?

정리하자면, 고블린 슬레이어는 단순히 오류가 있어서 비판받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주요 매력과 상반되는 오류가 강조되기에 비판받는 것이다. 본작을 '기존 판타지 세계관의 비현실성을 꼬집는 클리셰 파괴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작 본작의 세계관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반면, 본작을 '클리셰 파괴'라는 관점으로 보지 않고 그저 '독특한 판타지 모험물'라는 측면에서 본다고 해도, 세계관에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독자의 몰입을 해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느 쪽으로 봐도 문제인 셈이다.

3. 서술 관련 문제

원작이 소설이 아니라 AA라서 그런지 작가의 필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 묘사력이 풍부하지 못하고, 문장도 딱딱하다. 묘사력은 코믹스판이 훨씬 좋기에, 코믹스판의 처절한 묘사를 보고 원작을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할 수 있다. 사실 원작 소설보다 코믹스가 먼저 결정이 난 이유도 GA문고의 편집장이 "이건 코믹스화로 밀고 나가야 되는 작품"이라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AA판 연재 종료후 작가의 코믹스화 결정 후기에서도 나와있다.

또한 작품이 어떠한 흑막 또는 떡밥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매 권마다 일발성으로 진행되고 이야기가 진전되거나, 전개되는 일 없이 끝나는 스토리라 잘 만들어진 주조연 캐릭터의 개성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품으로 스토리 전개에서 오는 재미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캐릭터와 작품의 세계관, 히로인들에 매료되지 않은 독자들에겐 1권 이후로는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최대 약점인 셈. 물론 인기가 많이 모일 듯한 캐릭터를 설정한 후 캐릭터빨로 밀고 나가는 건 요즘 나오는 라노벨 대부분의 문제점이지만, 이 작품은 거기에 더해 작품의 목적이 없고 고블린만 줄창 나온다. 그저 고블린만 죽이고 죽이는 것을 반복할 뿐, 작품 내에서 뭔가 이루어지거나 진전이 있거나, 목적이나 방향성도 없다. 주인공은 고블린만 죽일 뿐이고, 그에 반해 고블린은 백날 죽여봐야 무한 증식한다.

그나마 5권에서 고블린 팔라딘이 등장한 이후로, 신들이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흥미를 느끼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급이나 7권에서 고블린들이 철제무기로 무장하기 시작했다는 언급이 나오는 등 슬슬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는 모양인지 떡밥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으나 결국에는 주적이 고블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블린과의 전투 레퍼토리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다.

이후에도 15권 넘게 나왔으나 스토리의 진전은 나온 권수에 비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신들은 계속 방관만 할 뿐이고, 고블린 슬레이어는 고블린 사냥만을 반복할 뿐이다. 애초에 고블린 잡기가 모토이긴허나 큰 서사가 없이 전장환경만 바꿔서 동어반복이 10권 넘게 이어진다. 세계관 확장도 없고, 각권마다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거대한 흐름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고블린 슬레이어가 모험하고 모험하고 모험하고 그게 끝이다. 작가가 어떻게든 원 패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용을 쓰는 게 보이지만 결국에는 메인 스트림이나 악의 조직, 떡밥이 없기 때문에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그리하여 이후 작가도 결국에는 이 부분은 포기했는지 신들의 거대한 음모에 관한 이야기는 미회수 떡밥으로 묻어버렸고, 이후 아예 고블린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해버렸다.

4. TRPG 설정 자체 문제

이 소설은 TRPG 요소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 TRPG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TRPG를 묘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판타지 세계의 개연성이 허술한 것에 대한 변명이기 때문이다. 작품과 독자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작가를 위한 설정인 것이다.

사실 고블린 슬레이어가 진지한 소설이 아닌 TRPG나, RPG 비디오 게임이라면야 이런 비판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예를들어 '마을 촌장이 고블린 때문에 못 살겠다고 모험가들에게 의뢰를 했습니다.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아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고블린을 학살했습니다.' 라고 처리할 수 있다. 여기서 마을 촌장은 단지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단지 '플레이어가 모험을 떠나게 된 원인'으로서만 기능하고 퇴장해버려도 아무 문제 없다.[55]

그러나 비디오 게임이나 TRPG에서야 마을 촌장이 아무 것도 안 하고 한숨만 푹푹 쉬면서 '고블린 때문에~' 타령만 하고 있어도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게임이니까' 이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그 소설이나 유머 게시판에 올라오는 패러디물이 아니라, 모두가 진지하고 처절하게 사는 세계를 묘사한 소설이다. 그런 소설에서 분명히 '다들 진지하게 살고 처절하게 산다'라고 하지만 정작 그 행동이 납득가지 못하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불합리함, 부족한 개연성과 세세한 부분이나 모순은 게임적 허용으로 치거나 몰입을 해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넘어갈 수 있지만, 소설은 그런게 아니니 넘어갈 수 없는 것. 하물며 그게 작가가 이야기를 진행하기 쉽게 만들기 위한 편의주의적인 요소로 쓰인다면 더욱 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작품의 TRPG는 판타지 세계를 똑바로 만들고, TRPG요소도 판타지와 맞물리게 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엉성한 판타지를 엉성한 TRPG로 때우려고 했지만 애초에 장르가 소설이라 TRPG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고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개연성 없는 판타지 세계에, 엉터리 TRPG를 묘사하며 결국 작품 전체가 주인공인 고블린 슬레이어를 제외하면 굉장히 허술하고 엉터리 전개가 난립하는 작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4.1. TRPG에 이입을 유도하는 인물의 부재

이 작품은 TRPG 요소가 있지만 전혀 섬세하지 않아서, TRPG에 이입될 소설적인 요소가 없다. 일단 TRPG 파트는 독자를 TRPG에 이입 시켜줄 캐릭터가 없다. TRPG 설정은 이 작품에서 세계의 이면 같은 설정이다. 보통 세계의 이면 있다는 식의 설정은 스토리 진행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주인공이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작품은 그런 방향성이 아니다. 혹은 대놓고 알려주더라도, 주인공의 진실에 다가서 진실과 얽혀야 한다. 예를 들어, 음모론적인 세계관에서 표면적인 정부와 그림자 정부가 있다는 설정이라면, 처음에 독자와 주인공 모두 그림자 정부에 대해 모르든지, 아니면 독자에게는 따로 서술로 알려주지만 작중의 주인공은 모르든지 간에, 주인공은 그림자 정부와 관련된 사건을 통해 조금씩 그림자 정부의 실체에 다가가는 것으로 독자 역시 주인공을 통해 그 세계의 그림자 정부를 보게 되어야 그림자 정부라는 설정이 독자에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은 대놓고 서술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 설정을 어필하는 반면, 이 작품은 주인공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주인공 고블린 슬레이어와 TRPG라는 설정은 사실상 분리되어 있는 것에 가깝다. 때문에 TRPG 세계관을 안내하여야 하는 캐릭터가 따로 필요하다. 안 그러면 독자는 TRPG에 이입할 수 있는 정보를 받을 수 없다. 추리 소설에서 주인공이 탐정인 이유는 그래야 독자들 역시 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물에서 주인공의 열정을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주인공 스포츠인이고, 그 스포츠인의 내면을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게임의 중요 요소인 참가자들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다. “환상”이나 “진실” 같은 제대로된 이름도 아닌 것으로 GM 혹은 플레이어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이 애당초 TRPG를 성실하게 묘사할 생각이 없다. GM이나 플레이어를 제대로 묘사하고 싶었다면 평범한 사람의 이름을 등장시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게다가 GM과 플레이어들끼리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TRPG를 하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기승전결을 통해 묘사하지도 않는다. 스포츠든, 도박이든, 다른 게임이든 간에 게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은 플레이어 혹은 선수인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이는 게임 캐릭터와 구별 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입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RPG 내부의 캐릭터가 목숨을 거는 전투 장면은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무리 긴장되더라도 결국은 흥미로운 놀이거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TRPG가 제대로 묘사될려면 TRPG 파트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나 캐릭터가 제대로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의 인물, 고블린 슬레이어는 TRPG 내부의 게임 캐릭터이지, TRPG 플레이어가 아니기에 TRPG 플레이어를 대표하기엔 부족하다.

그리고 플레이어들 간의 인간 관계묘사와 변화 역시 필수적이다. 게임이라면 잘 될 때가 있고 잘 안될 때가 있는데, 이때 플레이어의 내면과 플레이어들 끼리의 인간 관계 변화 묘사 역시 중요하다. 더구나 컨셉이 TRPG이다. TRPG는 사회적인 게임이고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GM과 플레이어 간의 인간 관계를 그리지 않으면 TRPG라는 느낌은 굉장히 약해진다. 때문에 고작 “환상”이나 “진실” 같은 걸로 GM과 플레이어를 다 때울려고 어색함이 한층 더 심해진다.

또한, 플레이어가 확실하지 않으면, PC와 NPC를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PC가 플레이어블인 이유는 당연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4.2. 룰 묘사의 부재

게임 룰에 대한 묘사 역시 없다. 컴퓨터 게임이든 스포츠든 도박이든 TRPG든 간에 게임이라면 룰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같은 구기라도 축구와 농구가 다르 듯이, TRPG라도 룰에 따라 세계와 캐릭터를 만들고 게임을 진행하는 방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재하는 게임이면 나름 독자가 따로 룰을 찾아 볼 수라도 있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고블린 슬레이어 TRPG 룰북이 있긴 한데, 2019년 5월에 나왔고, 이 때쯤이면 소설은 10권이나 나온 후이다. 즉, 고블린 슬레이어는 실제하는 규칙을 기반으로 쓴 물건도 아니고, 소설 내 묘사로 봐도 제대로된 게임을 묘사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만일 게임에 이입 시키고 싶다면, 게임 시작 전에 필수 적으로 알아야 할 룰은 독자에게 숙지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플레이, 나쁜 플레이, 특이한 플레이는 구분할 수가 없다. 캐릭터 메이킹 역시 룰이 개입하는 곳으로, 룰을 모르면 캐릭터가 어떤 점을 고려해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친숙하지 않은 스포츠나 게임을 창작물이 다룰 경우,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캐릭터의 입을 빌려 게임 규칙을 어느 정도 설명하거나, 게임 도중에 게임에 관해 해설하는 장면이 있다. 잘못하면 설명으로 작품 전개가 지루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에 안 하면 대다수 독자들은 이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TRPG라는 변명이 통하고 싶다면 1권 서두 부터 룰과 플레이어가 명확하게 했어야 한다.

나름 이해해 보고자 룰을 추론해봐도 이 작품의 TRPG 묘사 작품이라고 하기 힘들다. 오히려 추론 해볼 수록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TRPG인 척 하는 느낌이 든다. '신들이 주사위 게임을 한다'는 부분을 가지고 이 작품을 TRPG와 연관을 짓는데 이 경우 그 '신들' 이라는 것은 플레이어인가 GM인가? 신들'이 주사위를 굴려 주인공에서 강제적인 명령을 내린다고 하는 점을 보면 '신들'은 플레이어고, 주인공 파티는 PC(플레이어 캐릭터)이다. 근데 또 다음에는 고블린의 강함 역시 '신들'이 조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관 내지 설정의 영역으로 GM의 역할이다. 또한 그런 통제권을 가진 자들은 신'들'이어서 다수 존재한다는데 TRPG에서 GM은 일반적으로 한 명이다. 물론 GM 한 명이 다수의 신 역할이 가능하므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고, GM과 플레이어를 겸임하는 TRPG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백번 양보해 TRPG라고 쳐도 일반적인 TRPG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고블린 슬레이어가 '룰치킨' 짓을 하면서 신들의 주사위 놀음에 저항하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TRPG에서 고블린 슬레이어는 PC가 아니다. 일단 GM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TRPG는 ''신'들이 모여 GM이 조종하는 NPC인 고블린 슬레이어의 룰치킨 짓에 슬쩍 간섭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것도 소설 몇 권 분량의 시나리오를 말이다. 보통 TRPG에서 플레이어가 하는 룰치킨 짓을 아무리 봐도 NPC로 보이는 주인공에게 시키려하니 이 '신들'이 대체 플레이어인지 GM인지 게임판의 구성조차 애매모호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면 그냥 신들이 말판과 말을 만들어 노는데 일개 말에 불과한 주인공이 룰치킨 짓을 하는 것인가? 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도 현실에서는 말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할 수도 없고 말이 저절로 움직일 수도 없으니 이건 현실세계의 TRPG가 아니라 그냥 소설 상의 또다른 설정 상 장치인 게임, 유희일 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설명을 상세히 하지 않고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도 틀은 똑바로 제공해주어야 하는데 고블린 슬레이어 TRPG 묘사는 그 틀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4.3. 위 두 현상이 합쳐져 벌어지는 현상

위 두 사항을 합치면 이 작품에서 TRPG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소설은 독자라는 상대에게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이므로 창작자만 이해할 수 있는 인물과 규칙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현실의 잡담이라면 인물 A, B가 서로 아는 은어로만 이야기해도 상관 없다. 잡담하는 사람이 서로 즐거운 것이 중요하지, 제3 자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담을 소설로 만든다면 독자가 읽을 것을 전제로 만드는 이야기이고 이것은 현실과 다를 필요가 있다. 마치 인물의 말투는 현실의 잡담 같으면서도, 제3자가 보기에도 내용이 이해가 되어야 하고, 스토리 속에서 사소하게 나마 의미가 있어야 한다. 독자가 읽기에 유용한 정보도 없고, 재미도 없다면 그 잡담 부분은 소설 속에 있을 필요가 없다. 만일 그런 부분이 있다면 창작자가 혼자 노는 것이다.

이는 잡담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본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보드 게임이든, 콘솔 게임이든, 도박이든, TRPG이든 간에 그것이 소설 속에 나온다면 그것은 소설의 소재이지, 소설과 독립된 무언가가 아니다. 일단 독자는 GM도 플레이어도 아니다. 능동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 때문에 소설을 쓰면서 TRPG니까 게임 참가자가 즐거우면 되고 GM이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건, 독자는 내버려두고 소설 속 등장인물만 즐거우면 되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으면 그냥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수준과 다름 없다.

추리 소설에서 녹스의 10계나 반 다인의 20칙 같은 법칙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마치 법처럼 모든 추리소설이 지켜야 하는 법은 아니지만, 녹스의 10계나 반 다인의 20칙은 추리소설을 읽는 데 있어 초보적인 독자들도 손 쉽게 납득하고 같이 범인을 추리할 수 있게 하는 원칙이다. 다만 애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작가처럼 이런 규칙을 따르지 않은 사례가 있기는 하나, 녹스 10계나 반 다인 20계를 따르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히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그 나름대로의 개연성을 확보했다. 즉, 독자는 능동적으로 탐사를 하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작중의 주인공과 비슷하게 정보를 받을 수 있기에 독자 역시 추론할 수 있어야 이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 추론 역시 합리적으로 통하는 세계여야 추론이 통하므로 독자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세계관과 모순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의 TRPG 만듦새 추리 소설에 비유하면, 탐정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정보도 제대로 주어지는 것이 없고, 주어진 정보로 추론을 해봐도 추론이 안통하는 세계관이다. 특히, GM의 권한을 내세워서 뭐든지 가능하므로 괜찮다고 하는 팬덤의 변명은, 추리 소설에서 추리가 어려운 부분은 마법사를 등장시켜서 해결하면 된다는 수준의 변명이다. 이쯤되면 추리를 소설 속에서 내세워서 독자에게 납득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다른 예시로, 반대로 생각해봐도 된다. TRPG를 소설 같은 느낌으로 시나리오를 중시해서 만든다고 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시나리오의 완성도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게이머가 즐거워야 한다. 이 때문에 게임 규칙은 어느 정도 공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사, 마법사, 성직자, 궁수이 등장하는데, 소설에는 주인공에 있어야 하니까, 직업 중 한 명에게는 활약할 요소를 몰아주자는 식으로 게임을 디자인하면 게임으로서는 치명적인 실수이다. 소설 속에서는 활약하는 등장인물이 제한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게임에서는 게이머가 즐겨워야 하고, 게이머가 고르는 직업이 무엇이든지 게이머에게 즐거움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가 참여하는 게임은 더더욱 그렇다.

4.4. TRPG라고 했을 경우 문제

억지로 TRPG에 이입해 보려고 해도, 그렇게 되면 이 작품이 대체 무엇을 묘사하고 싶은 작품인지 의문스러워진다. 판타지 세계에서 목숨을 건 싸움은 TRPG를 강조하는 순간, 이입해야 하는 곳은 TRPG가 되는데, 이러면 고블린과의 싸움은 목숨을 건 사투가 아니라 그저 즐거운 유희거리에 불과하다.

또, 현실적으로 힘드니까 문제지, 사실 TRPG라도 앞뒤가 맞는 게 좋다. TRPG는 역할 연기하는 놀이인데, 이게 잘 되기 위해서는 앞뒤가 맞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성격이 드래곤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다면, 왜 그런지 대략적인 스토리라도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즉, TRPG라고 주장해도 그게 설정이 허술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너무 짜임새가 있으면 리얼한 TRPG와는 거리가 멀어지겠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이 애당초 그닥 리얼한 TRPG플레이 재현과 거리가 먼데다가, 비중을 봐도 TRPG파트가 크진 않은데, TRPG를 변명으로 내세우면 대체 이 작품은 무얼하고 싶은 작품인지 의문스러워진다.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 혹은 세계라는 신들의 유희거리에 불과하다라는 것으로 공포스러운 것을 나타냈다고 보기에도 실패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호러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신들은 상실이나 무력감을 주는 요소라고 보기 힘들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고블린에게만 관심이 있고, 소설의 묘사는 그것이 중심이다. 세상의 진실을 탐구하거나, 부조리한 신들의 힘에 저항하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신들과 고블린 슬레이어의 관계에서, 고블린 슬레이어는 고블린에게만 관심이 있어서 절박함이 부족하다. 주인공이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면서 미쳐버리거나, 허무함과 무력함을 주고 있는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말로 신들이 갑자기 질렸다고 하면서 갑자기 모든 걸 다 갈아치우고 있지도 않다. 또, 호러라고 보기엔 주요 인물들이 너무 무사하다. 중간 중간에 잔혹한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그건 엑스트라들이나 그럴 뿐, 주인공 주변 인물은 너무 오랫동안 무사하다. 정신적으로도 주인공 동료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서 자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투 상황에서 위기는 딱히 코즈믹 호러가 아니라, 다른 판타지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이고 그런 위기 상황에서 메인 캐릭터 중에서 죽거나 불구가 될 정도로 크게 상하는 일은 없어서 생각보다 가볍다.

더군다난 신들의 공포의 원인이라면 TRPG에 대한 독자의 이입은 물건너 간 것이다. 앞서 말했 듯이 독자가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룰을 이해하고 플레이에 이입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 게임을 하는 신, 다시 말해 GM이나 플레이어들이 공포의 근원이라면 “환상”이나 “진실”들은 이입의 대상이 아니다.

5. 반박

5.1. 인간이 고블린들에게 지는 타당성

위에서 '고블린이 약하다면 일반인들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개체의 약함이 종족전쟁의 결과에 무조건 반영된다는 법이 없으므로 당연히 타당성이 없다. 일단 작중에서 제시하는 원인들을 보자면
  • 물량의 차이
    제4장에서 나오는 강철등급 파티가 엄청난 물량을 감당 못해서 전멸.
  • 방심 및 정보부족
    여신관의 첫 파티원들.
  • 불필요한 자비심
    고블린 로드를 어린 아이라서 용서했다가 뒷치기 당한 여모험가.[56]
  • 강력한 상위종의 존재
    홉 고블린에게 제압당한 여무투가 등.[57]
  • 단순한 불운 또는 신들의 농간
    고블린 둥지에서 트롤과 조우하여 전멸한 파티.

등등이 있다. 고블린이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를 봐도 정면에서 대놓고 공격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고, 기습을 선호하는 편이다.

따라서 인간이 고블린에게 당한다고 해서 피지컬이 고블린보다 약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애초에 작중에서 주인공 일행 이외의 파티들이 고블린에게 자주 당하는 장면을 보여줘서 그렇지, 생초보들도 무조건 고블린을 상대로 패배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설령 초보자 파티 하나가 괴멸되어도 3~4회씩 지속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면 어쨌든 정리는 된다. 초짜 시절의 고블린 슬레이어도 중간에 실수가 있긴 했지만 장비를 충실하게 갖춘 덕에 간신히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이것은 다른 일로 인한 피해나 위험도 높은 다른 일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때문에 생긴 오해일 수도 있다. 왕이 검의 처녀에게 투덜거린 것이나 용사 일행의 묘사만 봐도 고블린 외의 일이 산적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블린에게 당한 피해가 다른 위험한 몬스터나 마신 측 음모로 인한 피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매번 나오는 이야기지만 실질적으로 주인공 주변으로 체감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로바로 정보가 공유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무슨 언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봤자 길드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일텐데 주의나 경고도 겪어 보기까진 체감하기 어려운 법이다.

모험가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직업이다. 안전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자가 모험가를 직업으로 삼을리가 없다. 모험담으로 환상에 부푼 자는 고블린이라는 약체 몬스터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고 아마 고블린이 그런 환상을 깨부수는 현실의 벽에 가까울 것이다. 게다가 고위 모험가들은 일종의 세례나 통과식 정도로 여길지도 모른다. 고블린에게 죽을 정도면 그 이상의 위험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테니까.

저글링 초반 러쉬가 오는데 병력의 질을 위해서 업글 올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자원은 한정적이고 우선순위는 존재한다. 그래도 그나마 작품 내부에서도 길드에서 훈련소를 설치한다고 한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바로 체감되는 효과가 없는 그런 지원에 바로 손이 가긴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자비심은 일반화하기 어려운데다가[58] 저 여모험가도 아이니까 살려준 것 뿐이지 성인은 죄다 몰살했다. 따라서 아이에게 통수맞는 예시로는 쓸 수 있을 지언정, 성인 고블린과의 승부에서 패배하는 예시로는 쓸 수 없다.

본작에서 인간이 지속적으로 고블린에게 패배하는 장면만 나오는 듯한 것은 전적으로 해당 작품의 전개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당장 주인공이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이명을 달고 고블린만 전문적으로 잡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행동하는 경우는 고블린을 퇴치하지 못한 상황에서 퇴치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지, 이미 퇴치된 경우, 즉 '인간이 고블린을 상대로 승리한 경우'는 굳이 작품 내에서 묘사될 이유가 없는 것이 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애초에 인간이 고블린에게 지는 장면만 나오는 것은 승리한 경우가 충분히 많음에도 굳이 묘사할 필요가 없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고블린은 초짜들이 좀 죽더라도 결국 퇴치된다는 것이 초반부터 묘사되지 않던가?

5.2. 고블린의 수가 많은 이유

고블린의 지나친 오버스펙 등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고블린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작품 내적으로 어느 정도 그 원인이 묘사, 혹은 암시되고 있다. 작중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어릴 적 들은 동화 중에 '달에서 오는 고블린'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적어도 작품 내적인 설정에 한해서는 고블린들이 수도 없이 토벌되는 와중에도 멸종되지 앟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확실하게 적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작품 내에서 고블린들이 이종족 여성을 임신시켜 새끼 고블린을 낳게 하는 묘사 등이 나왔으나, 고블린들의 증식은 단순히 임신시켜 새끼를 낳게 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발생(혹은 그를 빙자한 신들의 개입)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따르게 되면 어쨌든 TRPG의 형태를 일부 차용한 본작에서의 고블린 증식은, 생태계의 최하층답게 머릿수로 승부하는 종족 특성이 단순히 고블린들이 많이 범하고 많이 태어나서가 아니라, 신(마스터)의 개입으로 인한 것이라는 식으로 설정 충돌 없는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작가가 TRPG 설정을 편의적으로 쓰고 있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렵겠지만.

5.3. 고블린이 낮게 평가 받는 이유

  • 새로 모험가가 되는 사람이 많다
    10권 접수원의 독백으로 봄에 새로 모험가가 되는 신입들이 늘어 날 때 와 고블린 퇴치 의뢰도 늘어나는 시기가 겹처서 많은 신입들이 고블린 토벌 의뢰를 선택하고 대부분 성공하고 일부가 도망처 오고 극히 일부가 못돌아 온다고 나온다.[59] 그 시기가 지나면 일부 별종 빼면 좋다고 받는 사람이 없다고 접수원의 독백에 나온다.[60]
  • 이제 안나오는 상위종
    위의 비판에 상위종이 계속 나온다고 하는 비판은 상위종 자체가 팔라딘이 나오는 5권이후 7권의 고블린 샤먼, 8권 고블린 프리스트, 10권의 고블린 전차(고블린 배틀 웨건)[61]로 끝나고 더 이상 상위종 고블린이 잘 안나온다. 그 뒤로는 고블린은 다른 상급 몬스터의 졸개로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62] 12권 같이 고블린 슬레이어가 고블린과 안싸우는 편도 있다.
  • 상급 몬스터의 졸개로는 상위종 고블린이 없다
    소설 1권 부터 계속 언급이 나오는 부분으로 고블린은 어떤 경우라도 상대가 자기보다 잘났다는 것 질투하고 기회만 있으면 하극상할 생각 뿐인대. 고블린이 아닌 상급 몬스터라면 어떤 상위종도 상급 몬스터 휘하로 들어가지 않는다. 예시로 나온 고블린 샤먼은 자기도 저열한 수준이라도 마법을 사용하니 다른 마법을 사용하는 상급 몬스터랑 똑같다며 절대로 복종 하지 않는다고 고블린 슬레이어 입으로 언급한다.[63][64]
  • 고블린은 결국 토벌된다
    13권 고블린 슬레이어의 독백으로 '고블린 놈들은 모험가가 자신의 소굴까지 쳐들어왔다는 사태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라고 언급한다. 고블린들은 근본적으로 소굴에 들어온 모험가를 유린할 생각 밖에 안하지만 소굴이 발견되고 토벌의뢰가 나온 시점에서 몇번 실패하더라도 고블린 소굴은 토벌될 수밖에 없다. 소설 초반 권에 나오는 몇번 도전하면 결국 토벌할 수 있는 게 고블린이라는 언급이 나오는 이유.[65]
  • 현명한 고블린은 없다
    교활하고 녀석들은 바보지만 얼간이는 아니다. 라고 언급하는 고블린이지만 현명한 고블린은 없다. 고블린 로드 한마리를 빼면 모든 고블린은 무조건 자신이 하는일은 잘될 거라는 생각 뿐이고 앞뒤를 생각지 않는다. 고블린이 공격하는 이유는 이길수 있어서가 아니라 무조건 자기들이 이길거라고 믿기 때문이다.[66]

[1] 사실 8권에서도 국왕이 종종 세금을 걷으러 시찰을 나간다는 묘사가 나오기는 했다.[2] 적어도 이건 고블린 슬레이어가 1권 시점에서 활동한 곳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길드에 도움을 요청하고, 고블린들이 진격하기 전에 목장에 방어를 위해 도착할 정도로 시간이 여유로웠다.[3] 워프 항속이라는 초광속과 비슷한 방법으로 몇백 광년의 거리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가지만, 이게 매우 불안정하여 까딱하면 수백년이 지나 있는 경우가 많다.[4] 작중에서 고블린 슬레이어와 같은 은등급은 3파티밖에(고슬, 중장전사, 창잡이, 마녀, 여기사) 나오지 않았다. 즉 은 등급은 나라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매우 희귀하다는 것이고, 나라에서 차출해가는 게 금 등급인데 금 등급은 당연히 은 등급보다 더 희귀하니 그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는 세계관 적으로 고블린 슬레이어보다 강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반증이 된다. 사실 고블린 슬레이어도 금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고블린 사냥만을 원하기 때문에 일부러 승급 안하는 거 뿐이다. 참고로 검의 처녀가 설정상 금 등급이다.[5] 비슷하게 모험가의 일상에 대해 묘사한 소설 세븐스에서는 마수퇴치 업무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선배 모험가들을 고용해서 교육을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고 그게 아니라면 주로 하수도 청소나 쥐 퇴치같은 잡일을 우선적으로 맡긴다. 또, 접수원이 자기 일에 성실하지 않으면 시골 구석에 좌천시킬 정도로 신경을 쓰고 모험가들의 문의나 상담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6] 교관은 더 이상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하기가 싫어졌거나, 신체의 영구손상을 입어서 은퇴한 모험가를 고용해 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7] 많은 중세풍 판타지 작품들의 묘사와 달리, 갑옷과 무기는 서민이 마련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물건이다. 소설이니까 상관없다 하기에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런 "소설이니까" 따위의 변명으로 때우는 판타지 소설의 클리셰를 비틀어서 어필하는 작품이다.[8] 당장에 1화에서 나온 여신관의 파티원들만 해도 하나하나가 초짜로서는 실력이 우수한 유망주들이었다. 유망주들을 제대로 키우지도 않고 저렇게 어이없게 소모시킨다니 완전히 자폭이다.[9] 이 점에 대해선 고블린 슬레이어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고블린이 위험하다면서 정작 때려잡는 데만 신경쓰지 경고나 교육은 제대로 하지도 않는다. 물론 고블린 슬레이어는 금 등급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더 심어줄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 사이에도 고블린 관련 피해가 늘 것이니 그만두었을 정도로 참작해 줄 여지가 있지만 그의 스승은 대체 뭐하냐고 있냐는 비판을 할 수 있다. 자기에게 교육을 바라는 사람들만 교육해 줄 게 아니라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르쳐주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말이다.[10] 라프텔에서도 "신선하고 자극적이긴 한데, 딱 거기까지임. 사람을 '납치'하고 마을을 '약탈'하는 체계를 가진 몬스터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데 이걸 진지하게 해결보려는 국가 단위의 움직임이 없다는 게 말이 안됨. 자국민이 납치당해서 착취당하고, 그게 만연한 수준인데 이런 방치 수준의 치안이면 변방 마을이면 전부 씨가말랐을 판임. 이 세계관은 전쟁 중임. 그 핵심 자원인 '사람'을 잡아다가 번식을 시키는데 인적자원의 소실과 적의 증강을 동시에 함에도 그냥 내버려 둔다는 소리임. 너무 말이 안 되는 설정이라 전혀 몰입도 안 되고 자극적이기만 함."이라는 반응이 있었다.[11] 일단 작중에서 고블린 둥지에서 살아돌아온 이후의 케이스가 크게 4가지(현실을 깨닫고 포기, 현실을 깨닫고 수라가 된다, 복수심으로 돌진하다가 사망, 좋은 준비로 성공)로 분류되지만, 정작 가장 상식적인 '고블린의 위험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작가가 적지 않았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 당시에는 길드에서 정보통제를 한다는 설정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12] 보통 사람이었다면 고블린 팔라딘이 습격해오기도 전에 너무 추워서 고통을 못 버티고 마을로 후다닥 내려갔을 것이다.[13] 그냥 숫자 떼우기용 퇴치가 아니다. 소굴 단위로 씨를 말려버리고, 완전 물에 수장시키거나 불로 전소시키는 등 철저하게 괴멸시킨다. 심지어 어린 고블린도 싹을 잘라놓기 위해 전부 죽인다.[14] 실제 전쟁터에서는 여성 군인이 죽을 때 남성 군인들이 더 큰 심리적 타격을 받는다는 결과가 있다.[15] 성인 여성은 적어도 5-60kg, 아무리 날씬해도 40kg은 나간다. 초등학생 두, 세명이 쌀포대 20kg 2, 3개를 한 번에 끌고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고블린이 사는 동굴은 숲 속이나 산지에 있어 대여섯명이 되더라도 옮기기 쉽지 않다. 손수레까지 훔치더라도 험지라는 점에서 걸린다.[16] 사실 성인 고블린 십여 명 있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설정상 10살 아이의 신체능력인데 식량을 구하기 쉬울리가 없다. 초등학생 십여 명이 외딴 오지에서 조난당했을 때 생존할 수 있을까? 늑대나 들개에게 잡아먹히지 않기만 해도 다행일 것이다. 거기다 저 세계관은 그런 동물들 뿐이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에 모험가들도 돌아다닌다. 성인 고블린도 생존하기 어려울텐데, 심지어 미성년 고블린이라면 어디 고블린 무리가 따로 받아주거나 하지 않는 이상 결국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먹히던 사람에게 맞아죽던 끔찍한 운명만이 기다릴 것이다. 이 와중에 납치당한 인간 여성까지 보호해야 한다.[17] 오염된 시체를 투석기로 날리는 전략은 중세에도 있었다.[18] 인간(흄)과 엘프가 포함된다. 드워프 등은 불명.[19] 구제역이 우제류만을 감염시키는 것처럼[20] 엘프도 가능하다.[21] 돼지나 토끼를 생각하면 편하다.[22] 하이엘프는 수명이 천 년이다.[23] 한 번에 여럿을 임신할 수 있고, 임신기간이 줄어들고, 계속되는 임신에도 견디면서도 각종 질병에 걸리지 않는 튼튼한 육체로.[24] 고블린이 포식자다.[25] 상기 서술한 호주의 토끼 전쟁이 그러하다.[26] 설정이 어느 정도 쨔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고블린은 주로 변경 지역에서 큰 문제가 될 뿐 도시 지역에서는 별로 신경쓰는 무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의 도시에도 고블린의 대해서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고블린은 변경이나 벽촌에서 일어나는 일 쯤으로 여기는 모양. 특히 상위종인 챔피언을 그냥 큰 고블린 취급한 중전사의 발언으로 볼 때 고블린 취급이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제는 그렇게 고블린이 위험하며 피해를 입힌다고 몇 번이고 작중에서 강조하면서 정작 피해를 보는 시민들이 그 위험성을 전혀 모른다는 모순이 있다.[27] "당하면 숨이 막히고 혀가 떨리며, 온몸이 경련하고 열이 나다가, 의식이 혼탁해져서 죽는다." -고블린 슬레이어.[28] 심지어 해독제가 있어도 치료가 늦으면 독이 온몸에 돌았다고 손 쓸 수가 없게 된다.[29] 독극물 항목에도 있지만 중세시대에는 독에 대한 기술과 지식이 부족해 좋은 독을 만들기 어려웠다. 따라서 많은 양을 여러번 먹여서 죽이거나, 설령 독이 들어가도 오랫동안 서서히 앓다가 죽는 게 고작이었다. 당연히 적은 양으로 수십분안에 치명타가 되는 독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고블린은 이런 무시무시한 독을 자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30] HP를 교환하면서 회복 수단으로 이득을 보는 것.[31] 당장 사제가 사용할 수 있는 기적의 할당량에 해독을 추가하게 된다.[32] 한마디로 신들이 세계를 무대로 TRPG를 하고 있는 것이다.[33] 정확히는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설정 자체는 딱히 게임을 진행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반면 고블린의 강함에 대한 설정을 GM이 멋대로 바꾸는 짓은 강한 트롤링에 가깝다.[34] 현대의 10살 기준. 다만 중세식 세계관이 배경인 이 소설에서 중세의 10살과 잘 먹고 잘 자란 현대 아동 10살을 1:1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도 인지하고 넘어가자.[35] 침팬지의 그것을 상상하면 된다. 전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리.[36] 이어원 1화를 보면 고블린이 성인 여성과 고블린 슬레이어 머리까지 점프를 하고 창을 든 성인남성이 고블린 5-6명을 당해내지 못한다. 어린아이 스펙인데도 인간 여성 정도는 힘으로 손쉽게 눌러버린다.[37]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평균의 오류로 착각하는데 그 당시 전사계급들은 170~180cm를 넘나들었으며 유럽왕들 중에선 190cm를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신분 좋고 잘 먹은 사람들은 그 시대에도 컸으면 컸지 작진 않았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지휘관들은 일반 병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유골들 또한 170~180 가량들이 발굴 되었다.[38] 고블린 슬레이어가 도착했을 때는 성인 남성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그리고 그 성인 남성들이 반격으로 죽인 고블린은 고작 1마리였다.[39] 대걸레 자루 정도의 두께였다. 그런데 잡목으로 만든 대걸레 자루라면 몰라도 좋은 나무를 잘 손질해서 만든 그 정도 두께의 봉은 성인 남성이 무릎에 대고 내려쳐도 부러뜨리지 못한다 창의 자루 부분이 왜 나무인지 생각해 보자.[40] 같은 숫자의 하이에나도 숫사자 네 마리가 모이면 당장 도망쳐야 한다.[41] 실제로 무법천지였던 과거에는 외부의 치안지원을 기대할 수 없던 마을이 민병대를 조직해서 도적들을 물리친 사례가 수도 없이 많고, 심지어는 그 민병대가 퇴역군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도적들이 역으로 아작난 적도 있다.[42] 일반인들이 마을로 내려온 소수의 고블린을 이긴적은 있다. 극초반의 초보 검사가 그 예다. 하지만 그 파티는 고블린 따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 소굴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끔살당했다. 그 고블린들은 무리에서 낙오된 나약한 개체였기 때문. 보통의 고블린은 훨씬 강하게 나온다.[43] 쪽수가 많으면 자신이 아닌, 동료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고블린들의 사고방식이다.[44] 고블린은 게임에서 잡몹 취급이며, 고블린 슬레이어의 세계관에서도 고블린을 잡몹 취급한다.[45] 사실 말이라기보다는 배경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46] 이 세계관의 신들에 대한 작중 묘사에 따르면 '진실'의 경우 아예 대놓고 캐릭터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즐기며, '환상'이라도 아끼던 말의 죽음에 슬퍼할지언정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캐릭터 시트를 준비하러 간다.[47] 다만 이 경우는 작중에서도 점점 묘사가 늘어나고 있다. 자꾸 판을 엎고 다니니 얼마든지 날뛰고 다녀도 엎어지지 않을 판을 만들고 있는 듯.[48] 일례로 작중에서 진실이 고블린 슬레이어 엿먹이려고, 보수는 엄청나게 많지만, 갖가지 함정과 괴물이 득시글한 의뢰를 준비했는데,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냥 생까고 고블린 조지러 갔다. 직접적으로 간섭했다면 고블린 슬레이어가 의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죽였겠지만, 진실은 그러지 않았다.[49] 고블린 슬레이어의 앞에 나타난 적들은 전부 다 신들이 고블린 슬레이어의 활약상을 보기 위해 배치한 적, 거대한 벽이다. 그런데 정작 신들은 그런 적들에게 고블린 슬레이어의 상세에 대해서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 결과 적들은 너나할 것없이 방심하고 철저하게 대비나 경계 안하다가 어처구니없게 고슬에게 통수맞고 골로 가버리는 주인공 보정 스러운 상황이 자꾸 생기는 것. 첫 보스였던 고블린 로드부터 시작해서, 다크 엘프는 이미 레아 척후를 자신의 편으로 영입할 정도로 길드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면서 유독 고블린 슬레이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끔살당한다. 고블린 팔라딘은 선발대로 마을로 보낸 부대가 고블린 슬레이어에 의해 1명 빼고 전멸했음을 뻔히 알면서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이 사교도의 신자라고 사칭하는데도 그냥 속아넘어가는 호구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초대형 눈사태를 직격으로 얻어맞았는데 신들의 가호라도 받은 것인지 충격 흡수 반지가 없는데도 죽거나 중상은커녕 멀쩡하게 일어나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덤이다. 땅굴파서 마을을 습격한 고블린들은 무슨 생각인지 불필요하게 넓게 땅굴을 파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싸울 수 있는 공간을 자기들이 마련해주고, 자신들이 유리한 좁은 지형이 아닌 그런 넓은 곳에서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을 공격하다가 역으로 몰살당하는 갑자기 지능이 낮아지는 행동을 보여준다.[50] 비슷한 예시로는 미니어처 게임인 워해머 판타지의 미니어처 게임과 소설의 묘사 차이이다. 이 세계관의 고블린들도 그린스킨들의 '전투원들'이라 칠 수 있는 유닛들 중 게임에서는 쪽수 많은 거 빼면 좋은 게 전혀 없는 소모품이다. 소설에서도 인간 패잔병들이 농성하는 돌담 쌓은 방앗간을 상대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도 인간의 눈으로 볼 땐 애들 장난같다고 묘사된다.참조 하지만 평범한 인간을 능가하는 지략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면 종족의 체급과 수에서 압도당하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등, 납득이 가능한 묘사를 한다.[51] 누군가가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방치해도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이고, 더 큰 문제가 산적해 있다.[52] 고블린은 큰 문제가 아니니 더 큰 문제의 집중한다.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다."라는 말은 오랫동안 정부나 지배계층이 해왔던 말이다. 작중에 고블린에게 당하는 사람은 작은 마을이나 벽촌이기에 정부에서는 문제를 방치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주인공 역시 자신의 마을이 단순 숫자로 기록 되었다고 하는데, 결국 고블린은 힘있는 자들에게는 큰 일이 아니겠지만, 정작 힘 없는 약자들에게는 재해다. 이는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일이다. 심지어 큰 일이 일어나도 지금만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해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많기에 더욱 공감하게 만들 수 있다.[53] 이는 소설이 시작하면 파워인플레 즉 더 강한 시련이 와야 하는데 그러면 결국 고블린은 약체가 아니라 강대한 적이 되어버리는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블린이 점차 강해지는 정당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그래도 작가도 그걸 직시한 것인지 이를 최근에서야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54] 사실 코노스바가 개그물이라서 그렇지, 판타지 세계관의 생활상과 설정에 대한 묘사(초보 모험가의 생활, 몬스터를 제외한 각종 생물을의 생태, 판타지 세계관 내에서 종교의 역할 등)에 있어서는 고블린 슬레이어보다 훨씬 앞서있다.[55] 게임은 소설과 달리 플레이어의 체험에 더욱 중점을 두기에 스토리상 다소 엉성함이 있어도 어느 정도는 용납이 되는 편이다. 포위섬멸진 같이 엄청난 조롱이 된 에피소드라 하더라도, 그것이 게임이었다고 하면 액션이 호쾌하고 전투가 박진감 있으면 충분히 재미있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게임 시스템이나 AI의 헛점을 이용해 엄청난 고수가 고인물, 파고들기로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면 인터넷 상에서 컬트적 인기도 얻을 수 있다.[56] 어처구니 없는 건 고블린 로드의 회상에 따르면 이런 경우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한다. 하나같이 여자 모험가들만 자비를 보이다 뒤치기로 이겼다는 억지스러운 묘사.[57] 이런 상위종의 존재가 버젓이 알려졌으면서도 풋내기 모험가들만 줄창 보낸다.[58] 다 잡아놓고 불쌍해서 풀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많아봐야 한두마리지 잡는 족족 불쌍하답시고 풀어줄 멍청이 or 부처라면 애시당초 살생으로 먹고 사는 모험가나 용병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점은 초반부에 나오는 고블린 로드는 어린 시절부터 성년이 될때까지 매 위기를 정말로 모험가들의 자비심 덕에 모면했다는 것이다. 고블린 로드의 회상을 보면 자신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모험가, 특히 여성 모험가들이 계속 자비를 보이는 바람에 기습으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나온다. 모험가들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많은데, 남자 모험가들이 자비심을 베풀었을 가능성은 낮다.[59] 11권에서 곤봉 검사와 지고신의 하급 성녀가 한 의뢰 같이 고블린 토벌이라고 전부 소굴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마을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고블린 무리 퇴치 같은 것토 포함해서 고블린 숫자가 피크일 때 신입 모험가들도 늘어나서 대부분의 토벌은 성공한다고. 10권 시점에서는 훈련소도 생겨서 조금은 나은 편이라고 한다.[60] 추가로 여름에는 수확물이 적고 더워서 고블린 입장에서 꽤 활동하기 힘든 시기라 의뢰 자체가 줄어든다고.[61] 짐수레에 방패와 칼, 창, 투석기 까지 조잡하게 올려서 만든 물건 고블린 독자 개발은 아니고 혼돈 세력이 만드는 법을 알려 준 물건.[62] 사실 10권도 다른곳에서 하위 마신이 시선 분산을 위해 고블린을 이용한 것 뿐이긴 하다.[63] 즉 고블린을 부하로 부리는 상급 몬스터 토벌을 하는 수준이면 역으로 상위종과 만날일이 없다. 1권 오우거 부하들이 무리 규모에 비해 상위종 고블린이 없다는 이유로 고블린 슬레이어가 이상하다고 판단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뒤로도 상위종이 존제로 보스가 고블린이 아니라는 사실을 예상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64] 역으로 7권 고블린 드라군이라는 고블린에게 용의 기승시키는 건 고블린 뿐이라며 고블린 만 있는 무리라고 예상하는 장면도 나온다.[65] 고블린 로드 같이 도망치는 놈이 아주 특이한 녀석인 것이다.[66] 7권 엘프마을 주위에 고블린 소굴도 마찬가지 엘프궁수가 평범한 수준인 마을인대 엘프들이 작정하고 처들어가면 이길리가 없지만 무조건 자기들이 태평하게 살고 있는 엘프들을 이길거라며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저주의식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