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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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기
1.1. 소원 종결자
"초조해하지 마라. 간단한 여정이니 점심시간 전에는 돌아올 것이다." — 스주르 에이도, 첫 번째 여왕의 분노스주르 에이도는 자신만만하게 손마디를 꺾으며 일어섰지만 소프들 역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적이라도 찔러 버릴 태세로 그녀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바로 다시 일어났다. 근처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여왕의 거듭되는 거짓말을 듣던 스주르 에이도는, 끝없이 계속되는 공손한 불평이 디발리아의 안개처럼 그들을 둘러싸는 속에서 진실만을 들었다.
바람처럼 넓게 퍼지는 그림자를 바라보던 스주르 에이도는 암호화된 감시 데이터가 들어 주기를 바라는 모든 남녀의 무기를 든 손으로 흘러드는 걸 지켜보았다. 배신을 알게 된 스주르 에이도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다시 일어서리라 맹세했다. 스주르 에이도는 긴장이 풀려
쓰러졌고,
정신을 잃었다.
1.2. 범의 앙심
"무기를 드는 수밖에 없잖아?" - 해적 암리타 베카지아는 암리타가 집을 뜯어내는 모습을 지켜본다. 둘이서 함께 꿰어 맞춘 아담한 집을 암리타는 산산이 해체해서 배낭에 쑤셔 넣으려 애쓰고 있었다.
"서둘러." 암리타가 말한다. "드디어 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카지아는 지켜보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신들이 맨손으로 지은 벽과 메마른 땅을 달래 일궈 놓은 조그만 정원, 리프 어느 곳과도 닮지 않은 지평선을 이룬 산맥, 남겨진 고철 더미를 변형시켜 만든 애정 어린 물건들뿐이다. 카지아는 지켜보면서도 이전 일과 이후 일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녀는 '이전'을 그러워하지 않게 된 지도 몇 년이 지났음을 서서히 깨달았다.
암리타가 이 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려 왔다는 건 분명하다.
카지아는 용기를 끌어모아 말을 꺼낸다. "이곳에서의 삶은 어떡하고?"
암리타가 비틀거렸다. "이게 무슨 삶이라는 거야?" 그녀가 무심히 말한다. "이건 삶도 뭣도 아니야, 카지아. 기다리고, 숨고. 이건… 연옥이지. 여왕님이 살아 계셔. 페트라에게 우리가 필요하다고. 우리가 가서 싸워야 해."
떠나는 이와 남는 이 중 암리타는 전자, 카지아는 후자였고,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1.3. 불침번
"우린 태양계에 대한 의무가 있다. 피보다 진하고 맹세보다 굳건한 의무지." - 팔라딘 데비 카슬프라나프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어금니 사이로 볼을 빨았다.
"그만 좀 해라." 프라나프의 손을 장난스레 찰싹 때리며 데비가 말한다. "우스꽝스러워 보이잖아.""
"동생이 우스꽝스러워서 창피해?" 프라나프가 입 안으로 볼을 더욱 세게 빨아들이며 놀리듯 말한다.
"그런 적 없어." 장난기도 잊고 데비가 사납게 말한다. 침묵이 흘렀다. 결국 데비가 대포를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쨌든 네가… 왜 떠났는지 이해해. 여기서 많은 일을 했더구나." 동생이 리프를 떠난 이래 수백 년 동안 지켜 온 계곡을 바라보며 데비가 말한다. "그냥 말해 두고 싶었어. 혹시 모르니까…"
프라나프는 말이 없다. 잠시 뒤 프라나프도 소총을 잡고 일어난다. "나도 누나가 왜 남았는지 이해해. 같이 갈게. 페트라가 아직도 날 반겨 준다면 말이지만."
숨이 멎을 듯한 기쁨과 안도감에, 데비는 동생을 두 팔로 껴안는다. "당연하지! 페트라는 어려도 실리를 아는 녀석이야, 프라노프. 너도 알게 될 거야. 게다가 우리는… 이젠 너희 지구애호가들을 돌려보낼 여력도 안 남았거든. 최대한 많은 도움이 필요해."
1.4. 안전 보증
"쉽지 않을 줄 알았지." —팔라딘 핼럼 펜"네 말이 옳았어." 핼럼이 화면에 몸을 기울이고 진심 어린 얼굴로 간청하듯 말한다. "처음부터 네 말대로였어. 믿지 않아서 미안해."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페트라의 말이다. 핼럼은 그녀 뒤에 있는 목소리의 수호자 첨탑도 알아볼 수 있으면서 짜증 어린 얼굴은 눈치 채지 못하는 모양이다. 연결 상태가 나쁘군.
"상관 있어! 들어 봐. 아무도 네가 적임자일 거라고 생각 못 했어. 다들…" 핼럼이 입을 다문다. "다들 마라 님이 널 편애한다고 생각했지. 어리고, 풋풋하고. 스주르도 아니었고. 마라 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나나 데비나 다른 사람들을 제쳐 두고 난데없이 네가 섭정이 되니까…"
추한 감정을 고백하기란 쉽지 않다.
핼럼은 고개를 흔들고 컴퓨터를 팔로 저만치 밀어냈다. "자기가 책임자가 아닐 때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면, 나라면 더 잘할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 하지만 내가 틀렸어. 그 자리의 핵심이 신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걸 몰랐어. 네가 아니면 누구도 못 해냈을 거야."
1.5. 황혼의 맹세
무기의 몸통에 빛나는 글자로 이렇게 새겨져 있습니다: 각성자가 나를 만들었다.수호자 통신은 잡담으로 왁자지껄했다.
예비크는 수호자 보안 오버라이드를 우회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든 낡은 라디오 위로 몸을 구부린다. 다른 정찰대원들이 감시하고 기다리는 동안 예비크는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인간 언어를 구사하는 대원은 그 혼자였기에, 소식을 통역해서 알려 줄 사람은 예비크뿐이다.
녹슬기는 했지만 요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라 소프 여왕 생존. 울드렌 소프 대공 사망. 각성자 원조 요청.
맥동이 빨라진다. 그 역시 한때 마라 소브를 믿고 충성했던 늑대였다. 대부분의 친족들이 자오선 만으로 떠나갈 때도 그는 신의를 지켰다. 그녀가 진짜로 죽은 것처럼 여겨지기 전까지는.
그런데 그 조그만 켈이 지금도 살아 있다고?
"뭐라고 한 거지?" 대장이 묻는다.
"별 얘기 아닙니다." 그가 차분히 대답한다. "두 영혼의 왕자가 죽었답니다. 빛의 수호자들은 놀랐고요. 자기들 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 하는군요."
대원들은 잔학한 만족감으로 우르릉거리는 소리를 낸다. 동족들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예비크는 돌아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켈이 살아 있다면 황혼의 가문을 섬길 수 없다.
1.6. 불면
"우리 앞길이 보인다. 절망과 고통으로 가득 찬 길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따르리라." - 스주르 에이도스주르는 코를 골다가 기침을 하며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너 침 흘리더라." 근처 긴 의자에 앉아 있던 마라가 말한다. 사방에 책장이 펼쳐진 책이 널려 있었고, 수십 페이지가 모퉁이가 접힌 채였다.
"꿈을 꾸고 있었어요." 스주르가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내며 말한다. "당신이 커다란 검은색 삼각형 위에 있더군요. 맨손으로 삼각형을 둘로 쪼개 버렸죠.""
"응.""
"그런데 나는 죽었어요. 아마도." 그녀는 경쾌하게 두둑 소리를 내며 목을 꺾었다. "아니… 갇혔나? 미로 같은 곳에서요. 아무튼 빠져나갈 길을 거의 다 찾은 상태였거든요."
"흠."
스주르는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마라가 듣고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당신 옆에 다른 여자가 있더라고요.""
"삼각형 위에서 말이지." 마라가 중얼거린다.
"음. 그래. 도와 주고 있었어요. 그때 당신 동생이 나타나더니…" 스주르는 팔을 털며 인상을 찌푸린 채 기억을 더듬는다. 꿈이 벌써 희미해지고 있었다. "''트로피'라고 말했어요. 아니다. '트로피컬'이었나? 뭐, 아무튼요."
1.7. 복귀의 인내
"그녀가 우리에게 부탁한 일이야." —팔라딘 카말라 리오르카말라 리오르는 최후의 도시 탑 꼭대기에 있는 철책 위로 기어올랐다. "탑의 수호자들이여!" 그녀가 외친다.
몇몇이 그녀를 돌아본다. 한 명은 발밑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다른 이들은 보라색 공 주변에서 노닥거리고 있다.
카말라는 자발라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테스와 라훌의 시선도. 둘 다 안 보고 있는 척하지만 말이다. 카말라는 말을 이었다. "각성자는 인류의 방패가 되었습니다. 이곳 지구에서 몰락자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우리가 리프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오릭스도 직접 맞닥뜨렸고,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을 감내했습니다. 모두 우리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춤추던 수호자가 동작을 멈춘다. 보라색 공은 잊혀진다.
"이제 그대들에게 원조를 요청합니다. 우리의 신성한 도시 중 하나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남은 수가 적어 이제는 우리만의 힘으로 방어할 수가 없습니다. 무상으로 도와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무기고를 열고, 우리의 지혜를 나누고, 우리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전부 공유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꿈의 도시로 와 주십시오. 우리와 함께 싸워 주십시오."
"선봉대는 리프의 편에 설 것입니다." 자발라가 강하고 진실된 어조로 외친다. 카말라가 놀란 눈으로 그를 돌아보자, 자발라는 미소를 짓는다. 사과와 진심과 고결함이 담겨 있는 미소다.
2. 방어구
2.1. 머리
그녀는 기다린다.그녀는 에리스가 수호자들을 인도해 주리라고, 그 끝없는 야망을 품은 죽지 않는 아이들이 그녀를 구해 주리라고 믿는다. 그들은 법정에 들어서서 왕에게 도전해 그 살인적인 땅 위에서 춤을 출 것이며, 검의 논리를 완전히 익혀 교사를 전복시키고 왕위를 버릴 것이다.
머지않았다.
하지만 머지않음으로는 충분히 이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릭스가 꿈의 도시에서 공허한 첨탑과 구슬픈 해안을 배회하기 때문이다. 놈은 안개 너머로 그녀의 아름다운 창조물을 바라보며 서 있다.
손바닥 위에 박힌 가시처럼 놈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슈로 치의 애정을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자신을 꾸짖는다. 그리고는 이렇게 초조해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자신을 질책한다.
비록 폐는 없지만, 마라는 숨을 깊이 들이마실 때의 감각을 기억한다. 그 느낌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자신 앞에 놓인 특이성을 기억한다.
그녀는 기다린다.
2.2. 팔
그녀는 승천 차원을 건너고 있다.비명의 바다를 건너는 그 항해는 다른 어떤 시험보다도 그녀의 날을 상하게 만든다. 오릭스의 왕국에서 그녀는 특정한 신분의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보물. 전리품. 패배한 왕. 낯설고 불쾌하며 '자신이 아닌 것'이었지만, 그녀는 이 뒤틀림을 이정표 삼아 그녀 자신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왕국과 왕국 사이의 공허 속에서는 스스로 짊어질 수 있는 것 외에는 가진 게 없다.
짐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그는 경멸하는 태도로 내려다보며 그녀에게 말을 걸려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지형으로 그녀를 초대한다.
그녀는 울부짖음에서 빠져나와 검과 광기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호기심의 차원에 발을 딛는다.
"너는 누구냐?"
그 질문은 급속도로 굳어져 가는 그녀의 형태 안 깊은 곳에서 거의 잊을 뻔한 대답을 끌어냈다.
"나는 마라 소프다. 별빛이 나의 어미요, 어둠이 나의 아비였노라."
언젠가 톨란드가 그녀의 어둠/빛/그림자/존엄 앞에서 달아나게 했던 그것이었다. 세계의 파편에서 휴식을 취한 그녀는 울부짖음 속으로 여행을 계속했다.
2.3. 가슴
그녀는 오릭스가 진정으로 죽었음을 양쪽 영혼으로 느낀다. 여진이 오릭스의 왕국에 이르기 전에도 상상할 수 있었다.돌멩이처럼, 재처럼, 산들바람에 날리는 베일처럼 왕국이 그녀 주위로 무너져 내린다.
에리스 몬의 친구들이 해낸 것이다. 수호자들이 신을 살해했다.
그녀는 폐허 속을 걷는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라 소프와 길들여지지 않은, 사납기 짝이 없는 논리들의 울부짖음뿐이다.
그녀가 건 최대의, 최악의 도박이 성공했다.
이제 나머지는 그녀에게 달렸다.
2.4. 다리
손끝으로 더듬다가 엘레우시니아의 가장자리를 찾아낸 그녀는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낀다.마침내 사막을 건넜다. 체스판의 반대편 끝에 도달한 것이다. 그녀는 살아 있다. 적어도 곧 살아 있게 되리라.
문을 열고 문턱을 넘는 순간, 기쁨은 사그라든다.
그녀의 왕국은 훼손된 채였다.
오릭스의 왕국처럼 소멸된 것은 아니다. 기둥과 테라스와 마당은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뿌리는 썩었고 기하학적 구조는 곪아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계획을 세울 사람이 자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한때는 그녀만의 것이었던 미궁에 오릭스의 발자국이 흉터처럼 남겨져 있다.
그녀는 스주르의 동상 아래에 잠시 앉았다가, 엘레우시니아 폐허를 따라 꿈의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2.5. 직업 방어구
그녀는 집에 돌아왔다.하지만 집은 예전과 똑같지 않다.
슈로 치가 잡혀 갔다. 칼리와 세디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리븐은…
그녀는 리븐의 날개 그늘 밑에 앉아 있곤 했다. 그 쾌활한 목소리로 우르릉거리며 던지는 수수께끼에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이 생물은 깨진 약속들과 함께 이빨만 남았다. 은밀하고 교활한 다른 자매의 요구로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못 있겠어."
마라의 목을 통해 나온 첫 마디다. 그녀의 예전 신체를 구성하던 유전 암호와는 분자 하나도 같지 않은 목이지만 말이다.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 말은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되새기듯 다시 한 번 말했다.
"여기에 못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