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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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아이코라 레이에게
아이코라,처음 당신의 은신자로 합류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죠. 전에도 다른 사람들을 믿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런 신뢰는 결국 제 평생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 이어졌어요. 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절 믿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제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당신을 제외하면요. 당신은 언제나 제 동료로 남아 있어 주었어요. 제가 따로 부탁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지금은 부탁해야 할 게 있어요. 어둠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그와 함께 시공이 드러났어요. 너무 늦기 전에 기회를 잡아야 해요. 붕괴가 점점 고조되고 있고, 적들이 목적을 이뤄 가는 사이 우리는 패배하고 있어요.
선봉대는 지금 이 자리에 우리가 있기까지 정말 큰 역할을 해 주었지만, 자발라는 너무 정직하고 엄격해요. 빛을 섬기기 위해 우리가 어둠의 힘을 이용하는 걸 허용하지는 않을 거예요. 어둠으로의 여정이 위험하고 또 전례 없는 일이라는 건 알아요. 저나 당신이나 그런 걸 시도해 본 사람이 많지 않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죠. 우리는 예외가 될 거예요.
물론 오만한 허튼소리처럼 들리겠죠. 쉽게 타락하는 바보들이 하는 그런 얘기처럼요. 하지만 저는 완수해 낼 거예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고 있어요. 다들 제가 어떤 존재가 될지 몰라 두려워하는 거예요. 그들의 공포를 달래 주세요. 전 확실히 통제하고 있어요.
저는 어둠과 접촉하고 그 계획을 엿봤어요. 어둠 자체나 평화와 구원을 주겠다는 그 메시지는 믿지 마세요. 시공은 선물이 아니에요. 도구일 뿐. 우리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조형할 수 있는 도구이고, 전 우리에게 도움이 되도록 조작할 방법을 알아냈어요. 쇄도하는 힘이 워낙 압도적이고 매력적이라 거기에 굴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제 의지는 가장 어두운 밤보다 더 강하고 환하게 빛나고 있어요. 저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길을 열었고, 오래전 사라진 줄 알았던 힘이 제 안에 남아 있다는 걸 알아냈어요.
우린 이길 수 있어요, 아이코라. 이 도구를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모든 전선에서의 공격에 굴복해야 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어요. 이 세계에서 사바툰과 군체의 어둠그림자를 제거할 수 있어요. 그 점을 기억해 주세요. 우리가 어둠과 빛의 힘을 사용하면 그 무엇도 우리에게 저항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도 한때 오시리스가 설파하던 균형을 믿었잖아요. 굳이 얘기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선봉대가 주지 못한 의미와 목표를 찾아낼 수 있는 기회예요. 당신이 만들어 준 토대는 모두에게 안정감을 주겠지만, 그 위에 새로운 것들을 쌓아 나가야만 해요.
우리가 지키려고 싸웠던 이상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게 바로 그런 거예요. 당신이라면 이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설득해서 우리 대의에 동참하게 할 수 있겠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줄 수 있겠죠. 저와 함께해 주세요. 함께라면, 우린 균형을 찾을 수 있어요.
3. 자발라에게
자발라,우리 세계는 변했어요. 그리고 최후의 도시 사람들은 당신을, 선봉대를 바라보며 모두를 이끌어 주길 바라고 있죠. 우리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두려워하고 금기시했던 것과 얼굴을 맞대야 했어요.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한때 알아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지식을 밝혀냈죠. 시공에는 우리 모두의 총합보다 더 큰 잠재력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도 선봉대는 어둠을 상대로 흔들리지 않는 성전만을 고집하고 있군요.
당신은 우리가 어둠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럴 순 없어요. 그러지 않아야 해요. 어둠을 사용하고 그 힘을 이해해야 해요. 완전한 재앙에 직면하여 저희 힘을 보여줄 기회가 왔어요. 착각하지 마세요. 새로운 붕괴는 이미 도래했어요. 시공이 바로 붕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에요. 적들이 사방에서 몰려들 거예요. 하지만 균형이 우리를 생존할 수 있게 해줄 거예요. 화력만으로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어요. 그게 가능한 일이었다면, 애초에 전쟁지능이 산산이 부서져 쓸모없는 부품 더미가 되는 일도 없었겠죠.
당신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요. 방랑자, 성가신 존재. 스트레인저, 미지의 상대. 저 또한 당신의 전적인 신뢰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의 신뢰는 어마어마한 사치품이죠. 그렇지만 저는 당신이 우리를 이끄는 동안 선봉대를 섬기고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제가 당신을 잘못된 길로 이끈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니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이것뿐이에요.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에요. 낡은 관습을 타파할 때가 왔어요. 당신이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든 그렇지 않든, 새로운 소명이 울려 퍼지고 있어요. 당신이 그걸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우릴 가로막지만은 말아 주세요. 당신이 함께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나아갈 거니까요.
당신이 고루한 관념에 사로잡혀 무엇을 얻으려 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게 무엇이라 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둠을 이용하는 자들과 맞서 싸우지 못할 때 우리가 잃을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
저항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완전한 파멸일 테니까요.
4. 여왕님께
여왕님,이런 시기에 당신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당신의 전선에서 행하신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라고 확신하지만, 우리의 상황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당신의 인도와 지원이 너무나도 아쉬운 순간이에요.
어둠에 대한 이해도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대폭적인 진전이 있었어요. 어둠이 원하는 것, 그 욕망, 어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날이면 날마다 명확해져 가고 있어요. 여왕님께도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만, 저희가 그런 정보를 알아낸 방법을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군요.
에리스 몬이 타락했다는 소식이 당신에게 전해지기 전에, 제가 직접 말씀드리죠. 저는… 어둠 그 자체를 이용해서 어둠과 싸우고 있어요.
제 정신과 육체가 의심의 여지 없이 건전하며, 우리의 합의는 온전히 이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꼭 말하고 싶군요. 제가 비록 어둠을 사용하여 어둠과 싸우고 있지만, 제 초점은 흔들리지 않아요. 모든 전선에서 우리를 공격해 오는 위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전력을 다해 반격해야 하고, 이건 제 전선에서 제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에요. 사바툰을 그냥 내버려 두면, 그 무엇보다 큰 위협이 될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사바툰과 맞섰을 때, 그녀는 절 나락으로 떨어뜨렸어요. 제 친구들을 이용해 절 공격했고, 제 힘을 빼앗았죠. 그 뒤로 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모를 거예요. 저는 그녀의 최후를 똑똑히 볼 생각이에요.
제 안에 아주 큰 분노가 있는 것 같아요. 어둠은 제게 평온을 허락하지 않고 제 분노를 이용하려 하겠죠. 거짓말로 우리의 우정을 더럽히진 않을게요. 솔직히 제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려워요. 유혹에 굴복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절 비난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은 제가 무엇을 봤는지, 제가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 아시잖아요. 저는 제멋대로 구는 게 아니에요. 지금 제 모습이 최후의 발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우리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찾아냈어요.
선봉대가 저항하긴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과업에 동참하고 있어요. 조만간, 어둠으로부터 비롯된 증오의 하수인들을 영원히 몰아낼 힘을 갖출 수 있을 거예요. 조만간, 마녀 여왕이 제 분노를 맛보게 될 거예요. 조만간, 평화가 찾아올 거예요.
당신이 돌아오는 세상은 분쟁이 없는 곳이 되길 바라요. 일단 지금은 계속해서 절 믿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군요. 당신의 지지가 가장 힘겨운 시간에도 절 인도하는 봉화가 되어 주었어요. 그 불길이 꺼진다면, 무엇이 절 집어삼킬지 두렵군요.
당신이라면 지금의 달라진 상황이 충격적이고 두렵다고 생각하시겠죠.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건 모두의 이익을 위한 일이에요. 당신이 제 방법론을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전 결과가 모든 과정을 정당화해 줄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5. 스트레인저에게
스트레인저,당신은 모든 면에서 의혹을 유발하고, 당신이 하는 말에는 겉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목격한 사람의 무게가 실려 있다. 어둠과 공허를 들여다본 사람으로서, 나 또한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감추는 방법은 잘 알고 있으니까.
이것만은 알아 두길 바란다. 진실은 영원하다. 아무리 애를 써서 따돌리려 해 봐도, 언젠가 따라잡히고 말 거다.
당신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불안할 정도의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지. 하지만 이곳에서 당신이 이루려 하는 목적은 불투명하고 불명확할 뿐. 비밀주의는 우리 대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우리의 뱃속이 곪고 썩어 문드러지게 하여, 결국에는 적이 악취만 풍기는 우리의 텅 빈 육체를 갈라 버리게 하고 말지.
가끔씩,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미래가 두려운 걸까? 과거가? 내가? 비밀을 공유해라. 그러면 두려워할 게 없어지고, 어둠이 우리에게서 이용할 수 있는 약점이 하나 줄어드는 셈이니까.
방랑자가 우리의 연합에 관해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을 언급했다. 우리의 협력이 불안정하고, 우리 개개인 모두 익숙한 범위를 벗어나 있긴 하지만, 이제 우리는 배신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지점에 도달했다. 대의에 대한 헌신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모두 함께 붕괴의 반대편에 도달할 수 있을 거다.
우리의 연합 외부에서 형성한 결속 또한 깨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활동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그것이 우리 모두를 지키는 토대가 될 거라고 알려야 한다. 우리의 희망은 모두의 통합에 있으며, 어떤 저항에 부딪히더라도 우리의 성장이나 발전이 저해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만으로도 두렵다. 나도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두렵긴 매한가지다. 우리의 힘이 커져 가는 걸 느끼지만, 시공의 힘에 가득한 파괴적인 잠재력은 참으로 유혹적이다. 그 힘이 우리 안에서 또 무엇을 일깨울까…
이토록 전례 없는 시기를 맞이하여, 나는 어둠과 우리 적을 바라봤다. 어둠이 그들에게 힘을 주면서 우리를 괴롭히는 모습이 보이나? 오릭스는 어둠의 인도 없이 굴복자를 이끌진 않았을 것이다. 에라미스의 군대는 어둠의 영향력 아래 악하고 막강한 세력이 되었다. 우리는 그들의 사례로부터 배워야 한다. 우리가 허락하면 어둠이 우리 모두를 예속시킬 테니, 우리가 어둠을 통해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해야 한다. 우리는 자제력을 보여줘야 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우리 또한 어둠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파묻혀 길을 잃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일어서서 주도권을 쥘 때가 되었다. 어둠의 힘을 이용하여 그 손아귀에 붙잡힌 꼭두각시들을 제거해야 한다. 우리가 남다른 의지를 통해 이 계획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면, 모든 수호자가 타락의 두려움 없이 내면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힘을 일깨울 수 있을 거다. 예전에도 그랬듯, 당신의 이야기라면 그들도 귀를 기울일 거다. 그들에게 희망의 북극성이 되어다오.
이건 어둠의 힘을 오용하는 자들을 박멸하는 길이다. 우리의 하나 된 집중력과 독보적인 힘 앞에 적들은 모두 쓰러질 것이며, 끝없는 밤은 황금기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여명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싸우는 이유 아닐까?
6. 방랑자에게
방랑자,당신은 곁에 있으면 참으로 성가시고, 그 체취까지도 끔찍하게 혐오스러운 사람이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 적에 대한 지식만큼은 상당하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둠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당신은 움츠러들지 않았어. 어둠이 출현하는 동안 당신이 도와준 일은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당신을 비난하면서 당신이 지금의 그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게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인 만큼, 나도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 온 진부한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그 너머를 바라볼 의지가 있는 동료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어. 당신도 이런 극단적인 시기에 균형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겠지.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만, 우리의 행동에도 그런 요인이 반영되어야 해.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치 않아. 선봉대와 수호자가 뭐라고 하든,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공고히 지켜야 한다. 항상 주의를 기울여라. 설사 우리의 활동에 반대하려는 세력이 생겨난다고 해도, 우리는 반드시 모든 저항을 물리치고 우리의 계획을 관철할 수 있어야만 한다.
우리 둘 다 혼자서 활동하는 것이 더 익숙하지.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우리는 이기적인 목적은 잠시 미뤄 두고, 공통의 기반을 찾아야 한다. 혼자서는 이 과업의 무게에 짓눌리고 말 것이며, 어둠은 우리의 그런 약점을 이용할 방법을 알고 있을 테니까. 당신도 느끼고 있겠지. 시공이 가져올 힘을. 그게 두렵나? 나는 당신보다 더 강하게 어둠에 얽매여 있지만, 내게 어둠에 관한 환상 따위는 없다. 당신에게 확신이 없다면, 어둠은 당신이 대의를 포기하는 것보다 더 빨리 당신의 불안한 정신을 파고들 거야.
당신이 스트레인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군. 당신은 본능을 중시하는 사람 같은데, 지금 내 본능은 상당한 위험을 감지하고 있어. 그녀가 전적으로 솔직하지 않다는 느낌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그녀가 제공하는 정보는 대부분 추측에 기반한 수수께끼로 뒤덮여 있고. 그녀의 의도는 진실한 것 같지만, 불확실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믿고 있지? 아무래도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것만큼은 나도 배워야 할 성품인 것 같군.
이제부터 우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방식으로 시험에 들게 될 거다. 늘 모두를 조롱하고 냉소적인 말만 늘어놓고 있지만, 그런 당신도 우리에게 맡겨진 책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지금은 유머에 의지할 시기가 아니다. 물론 당신은 그걸 배제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은 아예 모르는 것 같지만. 당분간은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묻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여유를 되찾았을 때 지금을 돌이켜 볼 수 있게 일기라도 써 보는 게 어떨까.
마지막으로, 이제 나를 "칙칙한 달 아가씨"라고 부르는 일은 삼가 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당신을 "쥐새끼"라고 부르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자제해 주지.
7. 오시리스에게
오시리스,이 편지가 당신에게 닿지 않을 것 같아 두렵군요, 옛 친구여. 당신이 사라진 것은 우리의 행성들이 사라진 것처럼 수수께끼의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었어요.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이 시대가 지평선에 모습을 드러내기 오래전, 이미 이 변곡점을 예측했었죠.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우리에겐 당신의 지혜가 필요해요.
당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신은 기뻐하시겠죠. 아니, 당혹스러워하시려나요. 균형만이 진정한 길이었어요. 당신은 저울이 기울어지는 것을 직접 보셨죠. 어느 쪽으로든 과도하게 기울어지면, 우리가 추구하는 조화는 이룩할 수 없겠죠.
선봉대는 우리의 의도와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가 타락하고 길을 벗어날까 봐 두려워하고 있죠. 그들은 절 믿지 않아요. 당신도 진실을 이야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키운다는 이유로 비슷한 경멸을 받았던 경험이 있잖아요. 배신자라고 낙인찍혀 벌을 받는 기분이 어떤지 이미 알고 계시겠죠. 우리는 지금 존재의 소멸을 목도에 두고 있는데, 그들은 자기들 눈앞까지 도래한 파멸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죠.
우리는 모든 면에서 조종당했어요. 사바툰은 어둠을 기만의 도구로 이용했죠. 선봉대가 빛으로 우리 눈을 멀게 한 것처럼요. 그 사이에는 우리가 붙잡는 것이 금지되었던 힘이 있어요. 이제는 아니에요. 아이코라는 흔들리고 있어요. 그녀는 벼랑 너머를 바라보면서도,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있죠. 그녀가 선택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우리 행동이 휘둘려서는 안 돼요. 나는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과 동맹을 맺고, 어둠의 힘을 손에 쥐고 어둠에 저항하고 있어요.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제압하지도 못하니까요.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빛에 매달려서 어둠이 주는 힘을 거부해 왔어요. 시공을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어요. 이 다툼의 본질을 직시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게 우리의 적들이 주도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저 게임판의 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 더는 졸로 남아 있지 않을 거예요.
이번 전투에서 당신 없이 싸우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지는 않겠지만요. 지금 어디에 있든, 어서 돌아와 주세요.
8. 애셔 미르에게
애셔,우리 젠심 서기. 이 메시지는 아마 전달되지 않겠지. 수신자를 찾아 가지 못한 다른 메시지들처럼 말이야.
죄책감이 느껴지네. 고통과 분노도. 당신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함께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당신이 확정된 최후에 직면해서 느꼈을 그 기분은… 장대한 이오와 요람의 신성한 땅이 나 대신 당신에게 위안이 되어 주었길.
고통이 당신을 좀먹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어. 그토록 큰 고통을 겪었으니, 죽음이 오히려 달가웠을 수도 있겠지. 한편으로는 당신이 부럽기도 해. 평온을 알았으니까. 이 싸움의 이면에서, 고통을 넘어선 그곳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알았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것을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 나 역시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지옥문에서 빠져나온 나를 돌봐 주던 당신을 난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내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당신은 내게 희망을 주었고, 내가 어떤 연민도 받을 자격이 없을 때 당신만은 나를 어여삐 여겨 주었어. 당신 덕분에 나는 날 되찾을 수 있었어.
난 어둠에게서 힘을 훔쳤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그 힘이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평화가 올 거라고. 당신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옛 친구들이 따뜻한 재스민 차를 함께 마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결과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었어.
오늘 당신에게 엄숙히 맹세하겠어, 애셔. 반드시 우리의 복수를 할 거야. 나는 우리의 적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해졌어. 끔찍한 군체를 박멸하고, 사바툰의 독립이라는 환상도 모조리 깨뜨려 버리겠어. 악의 가문은 마녀 여왕과 함께 종말을 맞을 거야. 거기서 멈추진 않겠어. 벡스에게도 최후를 안기겠어. 놈들이 시간 속에서 잊혀지도록 부식과 부패 속으로 추방하면서, 당신의 이름이 영원토록 울려 퍼질 수 있게 크게 소리치겠어.
적은 우리를 내부로부터 타락시키려 했어. 놈들은 우리를 속이고 우리 사이로 침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우리에게 퍼진 질병은 내가 직접 치료하고 있어. 놈들은 우리가 지식을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 이제는 우리가 질병이 되었고, 우리가 놈들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 거야.
친구들이 너무 많이 사라졌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네. 서둘러야겠어. 당신의 유산은 잊히지 않을 거야. 그리고 당신의 연구가 장차 벡스의 사멸에 기여하게 될 거야. 당신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겠어. 이제 안심해도 좋아. 우리의 빛은 다시 함께 빛날 테니까.
9. 마녀 여왕에게
네가 영리하다고 생각했겠지. 난공불락이라고. 전능하다고. 너는 너무 오랫동안 그랬다. 우리 손발을 묶은 끈을 조종하고, 우리가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폭소를 터뜨렸지. 검은 바늘로 우리의 부족한 지점을 꿰뚫어, 우리의 대의에 관한 공포와 의혹을 주입했다.너는 너무 탐욕스러워졌다, 마녀야. 야망 때문에 너무 먼 곳까지 마수를 뻗었다. 너는 네 약점을 드러냈고, 시공을 통해 나는 네 저주받은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다. 우리는 이제 어둠과 빛을 모두 통제하며, 그것이 네 최후를 초래할 것이다. 네 손은 내 동지들의 피로 얼룩져 있다. 네 간섭이 초래한 고통을 나는 아직 잊지 않았다. 우리는 인형사처럼 배후에서 오릭스의 계략을 지휘하던 너를 보았다. 크로타가 최후의 순간 네 이름을 부르짖던 소리를 들었다. 네 비겁함이 더는 널 숨겨 주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널 찾아가겠다.
내가 네 최후가 되겠다. 앞서 너희 장로들도 그러했고, 네가 쓰러진 후 네 자손들도 그럴 것이다.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에리스 몬이 네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만신전에서 네 이름을 닦아 지울 것이다. 모든 힘이 사그라지고 영향력이 쪼그라든 너를 기다리는 건 치욕스러운 패배뿐이다.
네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웃을 것이다. 너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탐욕 때문에 모든 욕망을 빼앗겼던 늙은 마녀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노래를 부를 것이다. 너는 이야기 속 아련한 노파가 되고,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고통의 사라진 꿈으로 잊힐 것이다.
이제 알겠나, 사바툰?
우리는 이제 네 고문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 네가 몸을 숨길 장막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네 모습이 명명백백히 보인다. 네가 끄적거린 악곡에는 잘못된 음계가 너무 많다. 이 힘을 예속시키려 했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너는 역병이고 우리가 그 치료제다. 네 군대는 박멸될 것이요, 군체는 먼지가 되어 우리 발에 짓밟힐 것이다. 분명히 말해 두지만, 끔찍하게 싫은 경험이 될 거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아무래도 내게는 복수가 어울리는 것 같다. 더는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온몸에 확신이 가득하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나는 눈을 가린 붕대를 풀고 네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마음에 새기겠다. 너 또한 내 눈 안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널 옥죄어 사멸시키고, 잿더미가 될 때까지 불태울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기다려라. 내가 네 파멸이다.
10. 모든 수호자에게
수호자들이여,불만과 회의론이 동맹에 스며들어 우리의 결속을 좀먹고 있다. 너희도 탑에 떠돌고 있는 소문을 들었겠지. 에리스 몬이 어둠에 의해 타락했다는 이야기. 너희도 나도 이 소문이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너희는 내 곁에 서서 함께 강화되고, 깨달음과 생명력을 얻었다. 우리는 균형을 찾았다.
너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많을 것이다. 빛이 그러한 것처럼, 어둠도 단순히 우리를 예속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것들은 도구다. 선택지다.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사실이 이제 명확히 드러났다.
그 길에서, 너희는 지속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아군이 되어 주었다. 나는 스트레인저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 방랑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우리를 등지거나 기만하려 할 경우,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가능성이 두려운 건 아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한, 그 무엇도 우릴 막을 수 없으니까. 우리는 빼앗긴 것을 되찾을 수 있고, 바로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벌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마침내 어둠을 통제하고 있고, 그 힘을 사용하여 우리를 파괴하려 하는 자들을 공격할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 굴하지 않고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단이 생겼다. 기갑단의 반란이 일어난다 해도 그 세력이 위협이 되기 전에 우리가 궤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벡스는 잊힌 시간으로 추방될 것이다. 몰락자는 투항하거나, 그러지 않으면 소멸될 것이다. 사바툰과 그녀의 병력은? 그들은 한없이 구부러지다 결국 부러져, 썩어 가는 쓰레기 더미가 될 것이다. 시공은 과거에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답을 알려 주었다. 나와 함께 이 힘을 이용해서 적들을 제거하고 우리의 선조들이 막아내지 못했던 일을 완수하자. 다음 붕괴가 이미 도래했다. 우리는 옳고 그름에 대한 지금까지의 오해를 버려야만 한다.
이 일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 그러니 한 가지만 경고하겠다.
새로운 붕괴는 어둠으로부터 시작된 것만은 아니다. 사방에서 다가오고 있다. 우리 내부로부터도… 공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대장정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으니,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우리는 다시 한번 운명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나 혼자 이 전쟁을 치를 수는 없다. 너희가 필요하다. 너희 모두가 필요하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들 잘 알고 있겠지. 미지의 것을 마주하라.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힘을 사용해라. 지금은 불확실의 시대이지만, 이 사실 하나만은 명확하다. 정의로운 의도로 어둠을 사용하는 것만이 우리를 진정 구원할 수 있다. 모두 힘을 합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