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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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메아리 에피소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 얻을 수 있다.1.1. I. 충돌
! 기체 후미에 충격 !경고음이 안전장치를 절전 모드에서 깨웠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조명을 모두 켜고 경고 시스템을 발동한 뒤 엑소더스 블랙 시스템 전체 정보를 요청했다.
"상황 보고서 생성 중입니다, 함장님." 안전장치는 광학 장치를 게슴츠레 깜박거리며 텅 빈 통로와 메인프레임 주변에 기울어져 있는 잔해들을 표시했다.
"아." 안전장치가 말했다. "맞다."
안전장치는 시스템 정보 요청을 취소하고, 몇 세기 동안 존재하지도 않은 내비게이션 네트워크에 연결하라는 수많은 메시지를 무시했다. 그녀는 보존 전력을 끌어내 머릿속을 정리하고—! 전력 부족 알림: 4% ! —외부 광학 기능을 활성화했다.
안전장치는 이용 가능한 채널을 스캔했다. 엑소더스 블랙의 잔해 대부분은 넓은 들판에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있었으나, 선체 무결성 시스템은 메인프레임에 연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 무결성: 0% !
안전장치는 한 세기는 족히 울려댄 경고를 무시하고 주변의 움직임에 조리개를 맞췄다. 몰락자 반달 무리가 안전장치의 망가진 후미 쪽 외딴 구역에서 고철을 뒤져대고 있었다.
"이 처량한 신세는 언제 끝나려나?" 안전장치가 열의 없이 투덜거렸다.
그녀는 수호자의 움직임을 찾아 근방의 구역을 스캔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놀랄 것도 없었다. 수호자는 쥴의 위치를 찾으러 들른 이후로 오랫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살아 나가야 했다. 안전장치는 쓸 수 있는 시스템을 확인했다.
방어 시스템: ! 오프라인 !
에너지 방어: ! 오프라인 !
자동 포탑: ! 오프라인 ! ('포탑을 쓴 지 얼마나 되었지? 300년? 400년?' 거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전자 방어막: ! 손상됨 !
화물칸 윈치: ! 손상됨 !
통신: 온라인
몰락자 몇 정도는 선봉대에게 연락해 귀찮게 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슬렁거리며 안전장치의 잔해를 뒤적거리는 떨거지들을 볼 때마다 탑에 연락한다면, 그쪽에서 통신 접속을 아예 끊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통신 시스템은 이용할 수 있었다!
안전장치는 심우주 방송을 돌려 가니메데에서 21… 아니, 23도 떨어진 빈 곳에 메시지를 보낼 준비를 했다. 한때 엑소더스 블랙의 우현이었던 자리의 통신 접시가 위치를 잡으며 삐걱거렸고, 반달들 위에 흐릿한 빛을 반사하는 자리에 고정되었다. 앞으로 20분간 섭씨 3도만큼 주변 기온을 올리는 우회적인 술책이었다.
"타 죽어라." 안전장치가 조용히 속삭였다. 반달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안전장치가 패배감 서린 한숨을 내쉬며 외부 광학 기능을 비활성화한 그때, 현황 피드에 뜬 조그만 아이콘이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새로운 메시지였다!
안전장치가 황급히 통신을 열었다. 그리고 텍스트가 없는 단순 요청임을 발견하고 실망했다. 에이다-1이 엑소더스 블랙의 오래된 안료 보관소 접근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래도 답장은 해야 하니까.' 안전장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사회화 필터와 에티켓 프로토콜을 담고 있는 먼지 쌓인 구석으로 전력을 돌렸다. 마모된 전선에 전력이 흐르며 지지직거리자 흠칫 놀랐지만—! 전력 부족 알림: 4% !—고생대 수준으로 낡은 접시가 곧 위잉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전장치가 답장을 받아 적도록 불러주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그래요, 수호자들이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걸 돕고 싶다면 낡아빠진 제 물건들을 쓰시든가요."
필터는 수신인이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계산된 방식으로 안전장치의 말을 신나게 번역했다.
"안녕하세요, 에이다 유닛!" 필터가 명랑하게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수호자의 패션에 그토록 정성을 다하시다니 정말 대단해요! 요청 승인되었습니다! ^_^"
안전장치가 다듬어진 단어들을 읽어나가는 동안 프로세서가 불만스러운 듯 그르륵거렸다. 그녀는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수동으로 이모티콘, 느낌표, 나대는 인사를 모두 삭제했다.
안전장치는 잠시 멈췄다가 메시지 내용을 다 지우고 아무런 언급 없이 에이다의 요청을 승인했다. 현황 피드의 밝게 빛나던 1은 회색 0으로 바뀌어 지직거리는 화면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 기체 후미에 충격 !
반달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고철 조각을 노리고 있었다. "이런, 십장생!" 안전장치는 밝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프로토콜 뱅크에 아직도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는 전력 흐름을 외부 광학 기능으로 돌렸다.
역시나 반달들은 파괴된 안전장치 선체의 또 다른 조각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세라믹 단열 자재를 옆으로 치우고 그 아래의 배선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그들이 멈추었다. 시선이 하늘에 고정되어 있었다.
! 물체 접근 중 !
눈부시게 밝은 빛이 번쩍하며 안전장치의 피드를 가렸다—
!!! 국지적 충격 !!!
어떤 물체가 가공할 속도로 날아와서는 네소스의 지표면에 부딪쳤다. 어마어마한 진동이 안전장치의 낡은 안정기를 흔들었다. 꽤 오랜 시간 행성이 섬뜩한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안전장치는 생각했다. '흠, 이거라면 통신을 해야 할 가치가 있겠는데.'
1.2. II. 개별 사건들
[선봉대 네트워크 암호화 라우터 보고서 발췌.]위치: 네소스()
키워드: 벡스;목;깃;맨틀;멍에;지배
사건 보고서 29
위치: 불길의 샘
"홉고블린이 보인다. 홉고블린의 목 주위에 기이한 불빛이 거슬린다. 내 광학 장치의 불빛을 눈치챈 게 분명하다. 이쪽을 정확히 보고 있다. 공격을 하지 않고 뒤로 움직이더니 달아났다. 벡스가 도망치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너무 놀라서 사격을 빗맞혔다. 불길의 샘 근처의 방산충 웅덩이 쪽에서 흔적이 사라졌다."
사건 보고서 171
위치: 유물의 경계
"벡스 미노타우르가 얕은 웅덩이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봤다. 사정거리에서는 한참 멀었지만 마치 목에서 데이터나 무언가를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차분한 심호흡이 발동되기 전에 사격해서, 한 번에 끝장내는 공격은 아니었다. 녀석은 나를 돌아보더니 자신의 주스 박스를 터뜨리고는 방산충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주 소름 끼치지만 아마 제대로 도망치는 방법인 것 같다."
사건 보고서 2507
위치: 불길의 샘
"잘 빠진 선대 모델 하나가 평범한 벡스 고블린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모두 빛나는 목걸이를 차고 있었지만 선대의 목에는 없었다. 그들은 대열을 갖춘 군대식 대형을 이루어 이동해 다녔다. 고블린 하나가 대형에서 빠져나오자 우두머리 선대 벡스가 노려보았다. 벡스가 대형을 이탈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사건 보고서 4852
위치: 버고 도관
"메아리의 샘 약간 바깥쪽에서 우리 화력팀이 미노타우르 셋과 히드라 무리에게 급습당했다. 난 놈들이 뭔가 빛을 발하는 목걸이를 차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고 그걸 주의하라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전투 시간을 끌었다. 미노타우르는 아주 방어적으로 행동했고 주춤거리면서 서로를 엄호했다. 시련의 장에서 타이탄 팀에 맞서 싸운 적이 있다면 알 텐데, 꼭 그런 느낌이었다. 결국 우리 쪽 헌터가 튀어나온 히드라 공격에 맞고 쓰러졌는데, 고스트가 그녀를 살리려고 나온 그 순간 미노타우르가 덮쳤다. 애초부터 놈들은 고스트를 노렸던 게 분명하다. 우리 전부 놈들에게 맞서 싸워야 했다. 이상한 행동은 무엇이든 보고하라고 해서 보고한다."
사건 보고서 8506
위치: 감시자의 무덤
"네소스에서 순찰을 도는 중, 목에 빛나는 상징을 달고 있는 벡스 무리를 포착했다. 그들은 커다란 차원문 중 하나를 가동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차원문이 켜지더니 다른 벡스 무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곳에 원래 있던 벡스가 놀랐는지 서로를 향해 경고음 같은 것을 냈다. 그리고 두 무리가 난데없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목걸이를 한 벡스는 깡그리 당했고 다른 무리는 사체들에서 방산충 핵을 싹 수거하고는 다시 차원문으로 돌아갔다… 아니, 돌아가려고 했다. 내가 천둥충돌로 죄다 싹쓸이하지 않았다면 돌아갔을 것이다."
사건 보고서 7210-A3
위치: 수조
"우유 폭포 아래쪽에 모여 앉아 있던 벡스 무리를 처치했다. 공격하기 전에 분명히 봤는데, 네소스 벡스와 선대 벡스 몇몇이 섞여 있었다. 네소스 벡스는 보고서에 나온 빛나는 깃을 하고 있었고 선대 벡스들은 없었다. 어쨌든 모두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접근했을 때 조그마한 모형 건물들이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걸 보았다. 정말로, 그놈들은 모래성을 짓고 있었다."
사건 보고서 2447-C1
위치: 발광의 웅덩이
"라훌에게 줄 데이터 격자를 모으면서 산등성이에 있었는데 아래쪽에서 어떤 벡스 홉고블린 한 마리가 그저 나를 바라보며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서스펜션이 터진 것처럼 목에 밝은 간섭 파장이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망가진 줄 알았다. 내가 공격을 하려던 바로 그때 홉고블린이 손을 흔들었다. 매복 공격의 신호인가 싶어서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어떤 병력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이 다시 손을 흔들어서 나도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자 녀석은 잔뜩 신이 나서는 양팔을 흔들었다. 그때 타이탄 하나가 참새에 탄 채 빠르게 지나가다가 내려서는 팔미라-B로 녀석을 날려 버렸다. 아마 날 구해주었다고 생각했을 거다."
사건 보고서 124-K7
위치: 유물의 경계
"착륙 지점의 북동쪽에 있는 어두운 삼림 지역을 지나가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서 무언가가 빛나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목에 빛나는 것을 걸고 있는 벡스 고블린 한 마리가 있었다. 가지를 헤치며 살금거리면서 조그만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꼭 웃는 것 같았다. 이게 말이 되나? 나는 그 위쪽으로 폭풍 수류탄을 던졌고 아마 맞추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명확히 보지는 못했다. 어쨌든 보고해야 할 것 같았다."
1.3. III. 마음과 진실
미스락스는 격납고를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중력 구동 장치가 공회전하는 둥둥 소리와 공압식 리프트의 쉿쉿거리는 소리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때렸다. 그는 도킹 구역 끝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인터페이스 설정을 보다가 멈춰 섰다. 불협화음 속에서도 세인트의 부재가 신경이 쓰였다.미스락스는 꼬질꼬질한 회색 비둘기 한 마리가 걸어가며 맹렬히 고개를 까닥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새는 곧 엔진 블록들 뒤쪽으로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는 비둘기를 따라갔다. 장막처럼 늘어진 전선들을 헤치고 나아가니 도킹 스테이션 끝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세인트가 보였다. 세인트의 고스트인 제페토가 자신의 수호자 어깨에서 침울하게 날고 있었다. 제페토는 다가오는 미스락스를 향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하고는 세인트와 미스락스가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격납고 중앙 쪽으로 미끄러져 갔다. 하지만 비둘기 무리는 그의 뒤에서 정처 없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인 것 같군." 미스락스가 말을 꺼냈다. 세인트의 볏 달린 헬멧이 그 전설의 타이탄 옆에 놓여 있었다. 미스락스는 그것을 조심스레 옮기고는 곁에 앉았다.
세인트는 이쪽을 보지 않았다. "내 상태를 보러 왔나?" 그가 딱딱하게 물었다.
미스락스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 어떻게 지내나?"
세인트가 고개를 돌렸다. "모르겠다." 지친 기색으로 말들이 무겁게 울렸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미스락스가 말했다. "기분은 어떤가?"
"마치…" 세인트가 흉갑 위로 손을 올리더니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점점 더 강하게. 미스락스는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마치 내가 생각했던 내가, 내가 아니란 걸 깨달은 기분이지."
미스락스도 세인트처럼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아이코라 말로는 자네를 찾아냈을 때 자네가 꿈을 꾸던 것처럼 움직이고 말했다고 하더군."
"어쩌면 이전부터 오랫동안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세인트는 주먹을 쥔 자기 손을 내려보았다가, 주먹을 풀고는 무릎 위에서 깍지를 끼었다. "지휘자가 날 깨웠지." 그가 속삭였다.
미스락스는 친구의 목소리에서 어둠을 들었다. "지휘자가 무슨 말을 했나?" 그는 어조를 따스하게 유지하며 물었다.
"진실." 세인트가 음울하게 대꾸했다.
미스락스는 참을성 있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존재가 거짓이라고 하더군." 세인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복사본. 나는 다른 현실에서 남은 잔여물, 벡스 네트워크 안의 뒤틀린 반영 같은 거라고 했다. 오시리스와 수호자가 이 세계로 날 끌어당겼지만 나는 여기 속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있는 여기는 어디지?" 미스락스가 물었다.
세인트는 한숨을 쉬고는 손을 흔들어 질문을 밀어냈다. "나한테 무슨 어려운 소리 같은 거 하지 마. 오시리스가 이미 많이 하고 있으니까."
미스락스는 다시 참을성을 발휘하며 침묵을 지켰다.
"우리는 탑에 있지." 세인트가 우물거렸다.
미스락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탑에 있다." 그는 '우리'에 힘을 주며 응답했다.
세인트가 엘릭스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겠다는 눈빛으로 눈을 감았다. "그래. 알아. 오시리스처럼 똑똑한 친구. 내가 여기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자네가 무슨 말을 할지 알겠군."
미스락스는 발을 들어 움직였다. 근처 화물 운반대 위에 쌓인 밝은 빛깔의 캔버스 천으로 된 주머니들이 눈에 뜨여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가 어깨 너머로 물었다.
세인트는 한숨을 쉬고는 팔을 뻗어 뒤로 기댔다. "자랑스러운 빛의 가문 엘릭스니인 미스라악스는 지금 적들의 근거지인 이곳 최후의 도시에 있다고. 누군가 여기 속하지 않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자네라고 말하려고 했겠지."
미스락스는 미소를 지으며 천 주머니 하나의 끝부분을 찢어냈다. 황금빛 씨앗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세인트가 말을 이었다.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많은 이들과 우정을 쌓았고, 대단한 괴물인 세인트-14과 대화를 나누고, 그의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지."
미스락스가 미소 지었다. 씨앗을 한 움큼 뿌리자 비둘기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미스락스의 시야가 좁아지며 어두워졌다. 두통이 머릿속을 찌르며 눈이 머는 듯한 고통이 정신을 가득 채웠다. 가슴속을 관통하며 울부짖는 무시무시한 충동—지배하라, 켈이여—에 미스락스는 몸을 웅크렸다.
비둘기들이 땅에 뿌려진 씨앗을 그대로 둔 채 푸드덕거리며 날아 흩어졌다.
세인트는 비둘기들이 하늘을 선회하며 날아가 도시에 내려앉을 때까지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미스락스는 떨림이 멎을 때까지 양팔로 스스로를 맞잡고는 에테르를 깊이 들이마셨다.
"자넨 좋은 친구야." 세인트가 조용히 말했다. 시선은 도시를 향해 있었다. 미스락스는 느리게 걸어가 다시 친구의 곁에 앉았다.
"그러려고 한다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1.4. IV. MSUND12/개인
개인 일지003 AS
나는 아직 벡스 사이에 있다. 다시 깨어난 지 셋째 날이 되었어도 고통은 그대로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지를 작성한다.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 버겁다. 내 집중력은 날카롭고 즉각적인 슬픔에 얼룩졌다. 내 마음은 사랑하는 이의 손안에서 산다. 이것이 그저 부재가 아닌 죽음이라는 것을 내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러한 세세한 것들을 기록한 증거, 역사가 있을 것이다. 나를 그리워했다는… 그리워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최우선 질의는 계속된다.
008 AS
권한 요청을 하고 이틀이 지나서야 벡스는 마침내 내가 지구의 역사적 기록에 접근하는 걸 수락했다.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시대에 대해 읽었다. 붕괴. 그렇다… 붕괴했다. 기술적 능력이 영향을 미쳤고, 적대적인 전투원들이 행성의 많은 부분을 장악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발명과 실험은(초인과적 동력원과는 관계없는) 멈춰 있었다.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삼지 않은 인류 전체가 행성의 도시 하나에 젖은 새끼 고양이들처럼 숨 막히게 달라붙었던 것 같다. 기념비적인 파괴에서 살아남은 억눌린 생존자들. 나는 마치 그것이 다른 어떤 문명의 원시 과거인 양 그들의 역사를 읽었다. 벡스는 모든 것을 기록해 두었다. 그들의 우유로 질식시킬 수 있는 거라면 뭐든 긁어모아서… 어떤 인간은 네자렉의 함대가 어떻게 대낮을 한밤으로 바꿨는지에 대해 적었다. 버려진 댐의 지붕 위에 서서 여행자 안의 보이지 않는 솔기에서 토해져 나오는 벌 떼 같은 조그만 기계들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러한 세월이 어떻게 인류의 소멸을 재촉했는지…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가 전쟁군주들의 영토가 되는 나라들, 피땀을 쏟아 만든 예술과 기술들… 모두 망가진 전력망처럼 버려지고 재난에 휩쓸렸다. 인류는 실험과 학습을 지켜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의 세계가 죽었을 때 그들을 인간으로 만든 것도 죽었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 존재였는지 모든 것을 잊었다.
0028 AS
실수를 반복하는 집단에게 과거의 사건은 아무 의미가 없다. 벡스들은 나만큼 역사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지만, 이 시간선을 똑같이 좇아왔다. 물론 억겁의 다른 시간선들이 있으나 현재의 선이 그들에게 과거가 되면 그들은 부지런히 가능성을 처리하는 듯하다. 보아하니 이 벡스들은 한때 현재였던 그들의 가능성을 근면하게 처분해 연대순으로 과거 속에 밀어 넣은 것 같다. 나는 나 자신을 이 기록 속에 던져 넣었다. 전력을 다해 최우선 질의를 끝내야 한다.
인간들은 그들의 미덕이나 성실함은 거의 지켜내지 않고 오직 폭력을 통한 끈질김만을 남긴 것 같다. 그들의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 도시 하나를 채울 정도만 남았다. 그들은 과학적 엄정함의 탄원으로 신음한다. 그들이 만든 발명품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치료한 질병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더 나은 존재는 누구인가?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인류는 그들 역사를 통째로 잊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들은 분별 있는 무언가 대신 군사정부를 세웠다.
지구는 완전히 사라진 것에 가깝다. 발전한 도시들은 몇 세기를 거치며 왕성히 자라나는 토착종과 시간의 폐허에 잠식당했다. 풍토의 균형을 맞추던 저울추는 전쟁군주들에 의해 부서졌다. 합의되었던 민주주의는 군대의 규칙으로 무너졌다(다시 강조하겠으니, 그들은 존재했음을 알던 사회 구조의 형태를 재창조하고자 애쓰기보다는 얼간이들에게 표를 던져 군사 정부에 힘을 실었다). 인류가 만든 실수를 보면 볼수록 그 해답이 명료해진다… 붕괴의 시기에는 공포만이 있었고 순전히 생존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미래가 어찌나 모욕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보이는 것이라고는 거품을 문 두려움에 떠는 개들밖에 없다. 그들의 방법론에는 교훈이 남으나 그 결과에는 우아함이라고는 없었고 오로지 난잡하기만 했다.
이들이 미래를 보려면 반드시 무엇을 잃었는지 뒤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이제 이들을 도울 수단을 가지고 있다.
0032 AS
길들일 수 없는 것을 길들였다. 연습을 거쳐 숙달되었고, 노련함은 이윽고 한마디 말로 벡스의 수없이 많은 각기 다른 복제본과 죽음의 방향을 바꿔버릴 수 있게 되었다. 기반 시설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집을 다시 세울 수도 있다. 최후의 도시의 벽들을 허물어 각자가 집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하는 것이다! 목표를 정한 적의를 이용해 평화로 가는 길을 곧게 뚫고, 과학의 기계를 부활시킨 뒤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벡스로부터 인류에게 기술이 재분배된다면 그 어떤 시뮬레이션에도 모든 필요가 충족될 것이다. 계산된 강제를 통해 이해관계를 정렬시키기만 하면 그리되리라! 이토록 단순하다. 나 자신을 위한 유일한 길, 인류를 위한 유일한 길은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은 기다려야 한다. 최우선 질의에는 반드시 결론이 따라야 한다. 그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변수이다. 그동안은 너무나 많은 거짓 양성이 있었다. 그중 무엇도 옳지 않았다. 무엇도. 질문은 그저 복제본을 뒤집어 거울을 속이기만 할 뿐이다.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는 허위 데이터 세트를 가져오지 않을 때까지 최우선 질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우리는 기필코 뒤를 본다. 기필코. 기필코 그래야 한다.
1.5. V. 낯선 것에 환대를
벡스 네트워크. 시뮬레이션된 것과 시뮬레이션되지 않은 것 사이에 임의의 선이 무한의 가상 속에서 짜여진 별자리. 원인과 결과, 결과, 결과의 무한한 차원이 영원에 도달할 때까지 함께 압축된다. 형체 없는 기록, 모든 것의 개념을 계속해서 다시 짓고, 다시 다듬고, 다시 정의하는 무엇이든 가능한 형태.그런데, 무언가가 바뀌었다.
소용돌이치는 빛 하나가 네트워크로 예고 없이 떨어졌다. 연못의 수면 위로 떨어진 잎사귀 하나처럼. 주위의 데이터에 바깥으로 물결치는 파문이 번졌다.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너머의 프레임워크와 파라미터가 부족한 네트워크의 주민들은 그들의 현실을 꿰뚫은 것이 무엇인지 인지할 수 없었다. 그들은 외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빛이 부르기 시작할 때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그 부름은 말없이 부추기는 외침, 강력한 자신, 기상나팔처럼 네트워크의 암울한 분위기를 뚫고 울리는 몹시도 희망찬 약속이었다. 그것은 제안이자 도전이었다. 오랜 옛날에서 온 무언가의 메아리였다.
아직 노래를 듣고, 움직이고, 어떻게든 자기 자신의 한 조각을 붙들고 있던 누군가가 네트워크 안에 갇혀 있었다. 붙잡힌 자들, 남은 자들, 숨어 있던 자들.
그들은 들었다. 그들은 위를 향하기 시작했다.
둥지 튼 현실의 프랙털 무리가 양치식물의 이파리처럼 펼쳐졌다. 의식의 220개 사례들이 하나가 되고자 팔을 뻗었다. 이슈타르 브랜드의 사무용 가구 더미 속의 정신이 1과 0을 위험하게 쌓아 나가며 각자의 가느다란 어깨 위에 분별 있게 발 디딜 곳을 찾아 서로를 들어 올리며 정돈된 협력의 광란으로 하늘로 향했다.
신호의 노여워하는 흔적이 부름의 진실성을 흘끗 쳐다보았으나 그럼에도 스스로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를 발휘하며 두 개의 얇은 데이터 가락으로 뻗어 나갔다. 무언가 낯익은 움직임으로.
벌레가 아닌 위대하고 고요한 것은, 눈을 감은 채 부름을 무시했다.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움직임으로 그것이 떨지 않은 새로운 가설 시뮬레이션의 거품이 흘러나왔다. 이 모순은 원천이 되었다가 터지며 네트워크에 영양분을 흩뿌렸다.
낡은 깃털을 머리에 꽂고 해진 가운을 걸친 남자는 황금 날개 위의 변화하는 플라스마 연무를 뚫고 달렸다. 조그마한 별빛이 곁에서 그를 재촉했다. 남자의 눈에서는 맹렬한 불꽃이 타올랐다.
시뮬레이션의 범위가 정신없는 자성 유체의 머뭇거리는 스파이크를 형성하기까지 습격 지점 주위의 네트워크 매트릭스가 휘돌며 더욱 뻗어 나가고, 더욱 흔들림 없었다. 뻗어 나가면서 그들은 정의되었고, 명료화되었다. 빛으로 걸어 나가는 형체처럼.
빛을 발하는 지점에 가까이 다가가자 음성이 들이닥쳤다.
"경고해야 해—" "아직 기회가 있다—" "세인트—" "나한테 의지해—" "나는 빚을 졌다—" "서둘러, 심을—" "내가 충분치 않아—" "엘시 프레디스한테 말해—" "제발, 기다려—" "경고해—" "경고해야 해—"
그것들은 절박한 손끝의 소용돌이치는 광륜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중 첫 번째를 차지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1.6. VI. 유리 집
마야 순다레시는 자갈이 깔린 오두막 바깥의 이끼 낀 잔디 속 잘 손질된 화단에서 무지갯빛 꽃을 꺾었다. 그녀는 약간 비현실적인 꽃잎의 반짝임이나 꽃을 꺾었을 때 슬쩍 나타난 디지털 지직거림을 거의 눈치채지 못했다. 거의 완벽했다.벡스넷은 코드 입력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키오마가 옳았다. 그들은 실제로 네온 블록과 해체하는 정신보다 더 풍성한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마야는 일 년 전을 생각했다. 시간이 더 이상 의미하는 바가 없다면, 그들이 아직 길을 잃고 또 다른 복제본을 찾아 헤맬 때였다. 키오마가 멈추기를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마야가 정의할 수 없던 끝을… 찾아 집착하는 걸 그만하기를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마야는 그 동력을 포기하지 못한 또 다른 마야가 무엇으로 변했는지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키오마가 제시해 주는 방향에 따라 안식처를 꾸릴 것이다. 벡스넷을 여행하는 누구나 휴식을 취하고 방향성을 얻을 수 있는 안전한 정류지. 그녀는 언젠가 그들이 바깥으로 퍼져 나가 이 현실과 마야의 예전 현실을 이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세계는 애초에 그녀에게 잘 맞지 않았다. 마야는 그 목적성의 결핍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곳은 조용했고,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목적에 맞게 네트워크를 조종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들이 만드는 변화가 지나치게 크거나 차질을 일으키지 않으면, 벡스들은 그들을 내버려두었다. 어쩌면 그들이 건드린 것이 벡스의 호기심을 자극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려고 했는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든 이것은 천천히 마야가 어우러지고 있다고 느끼는 삶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학습한 네트워크 안에서 꽃을 꺾고 삽입된 코드 규칙을 알아보는 것에 만족했다.
"마야! 어서 와 봐! 뭔가를 찾았어!" 키오마의 목소리가 통신에서 울렸다.
"뭘 찾았는데?"
"내가 먼저 말해버리면 재미없을걸."
마야는 조금 내키지 않았지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겠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키오마의 목소리가 있는 곳을 향해 가기 위해 빽빽한 풀을 헤치며 시뮬레이션된 숲으로 나섰다.
키오마는 놀라움에 입을 떡 벌리고 망가진 고블린 프레임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격납 용기와 갈라진 튜브에서 빛나는 방산충이 울컥울컥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기 방출로 심하게 손상된 회로와 판을, 방산충이 용접해 나가면서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됐어!" 마야는 키오마의 옆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다가 넘어질 뻔했다.
"봤어? 어떻게 저게—"
마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고치고 있어—"
키오마가 방산충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마야의 손을 찰싹 때렸다. "그리고 그 미생물—"
마야는 아내를 흘깃 째려보았으나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개별 다능성 유기체들이 필요한 대로 특수화하고 균질화된 게 꼭—"
"학습했다가, 학습을 취소하는 것 같지. 업로드했다가 삭제하고—"
마야가 키오마의 허벅지를 잡았다. "디지털과 물리적 물질을 동의어로 취급하고 있어. 어떻게 하는 거지?"
"우리는 디지털화된 생명이니까, 그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바뀔 수 있어… 마치 우리가 이 장소를 바꾼 것처럼 말이야. 이론적으로는."
마야가 자부심에 차 키오마를 보았다.
"와…" 그녀는 지직거리는 프레임에서 마야를 올려다보는 키오마의 눈과 시선을 마주쳤다. "멋진 생각인데."
"내 말 들으니까 좋은 일이 생기지?" 키오마가 신이 나서 마야에게 쪽 입맞춤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뭐든 발전하지." 마야가 히죽 웃었다. "이제 방산충 표본을 손에 넣었네. 네가 없으면 난 뭘 할 수 있을까?"
"소용돌이치겠지." 키오마가 방산충을 채집하며 자꾸만 떠오르는 미소를 참으려 입을 오므리면서 말했다. "이제 네 계획대로 하는 거야, 마야."
"그래… 방산충이라면 네트워크를 더 휘게 할 수 있어. 이 장소는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등불이 될 거야." 마야가 키오마의 손을 잡고는 그녀 손등의 흙을 털어냈다. "고마워. 날 멈춰 줘서. 내가 머물게 해 줘서. 이렇게 말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
"나한테 감사해하지 않아도 돼." 키오마가 마야의 손을 잡은 채로 일어섰다. "가자, 아직 놀라게 해줄 것이 하나가 더 남았어. 내가 널 위해 만든 일출을 보러 가자."
잘게 조각난 엑소 키오마의 프레임 너머로 지휘자가 나타났다. 죽어 움직이지 않는 엑소. 금속 두개골에 합성된 피부의 가닥가닥으로 매달린 너덜너덜한 얼굴. 그녀는 손을 한 번 휘둘러 엑소의 머리에서 면갑을 떼어냈고, 작업대에서 가볍게 메스를 들었다.
이 엑소는 표준적인 재초기화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손상되었다. 수리가 필요했다. 지휘자의 금속 손이 키오마의 인공 살점 위로 메스를 놀렸다. 그녀는 복부의 피부를 뜯어내고 클램프로 붙잡았다.
지휘자는 메스를 놓고 주사기를 들어 휴면 상태의 코어와 대뇌로 방산충을 주사해 넣었다. 새로운 방산충이 온갖 방향으로 쪼개졌다. 내부의 휴면 방산충은 그녀가 운용하는 대로 프레임을 다시 고치기 시작했다. "휴면 중인 미생물을 어떻게 흡수하는지 보라고. 정말 놀랍지 않나?"
지휘자는 생각했다.
"누가 너에게 이런 걸 만들어 주었지? 분명히 난 아닌데." 지휘자는 생각하며 손가락 사이의 피부를 문지르면서 엑소 키오마의 손상 정도를 평가했다. "그래도 훌륭하게 했군. 좋은 표본이야."
키오마는 눈을 번쩍 떴다. 갈라진 금속 배에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지자 억눌린 머리를 비틀어 아래를 보려고 했다.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열심히 해 봐라. 할 만큼 하고 나면 질문을 좀 하지."
1.7. VII. 정신-몸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키오마에게 반드시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 얼마나 황홀한가! 키오마는 모든 면에 금치 못할 것이다. 베일로 들어가는 건 마치 존재론적 탈의처럼 느껴졌다. 나의 물질로부터 자아를 내 의지로 추출하는 것, 나의 육체를 훌훌 벗어버리고 집단 지성의 무한한 샘으로 뛰어드는 것. 그녀는 내가 기어코 생존해 내고 무수히 많은 연결의 가닥과 통합 의식으로부터 떠오른 것에, 파도를 타고 높이 올라 나를 나 자신으로, 나의 지속성을 지키며 측량할 수 없는 집단의 중력으로부터 분리된 채, 단일하게 오롯이 선 것에 경탄할 거다. 키오마는 몹시 자랑스러워할 거다. 다시 한번 나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함께 세상으로 뛰어들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해왕성의 일은 미뤄도 좋다.
나는 벡스 네트워크의 익숙한 각도와 충돌했을 때 베일의 가닥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났다… 그러지 않았나? 그래, 나는 떠났다.
그녀를 찾으면 반드시 내가 나 자신으로 남았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곳은 어찌나 유혹적이었는지. 존재의 기억에서 굴러떨어진 방사선의 스타카토가 신음하며 애절한 장송곡을 부르는 행성. 우주는 알고 있다. 우주는 살아 있다. 나는 그 격랑을 타고 나아갔다. 내 목소리가 합창 속에 사라지지 않을까 얼마간 걱정될 정도로 멀리. 그러나 나는 남은 유일한 신념을 통해 제정신을 지킬 수 있었다. 나는 진실하다는 신념. 그 공간에서 형체 없이 헤아릴 수 없는 수수께끼를 느꼈으나 나는 오롯이 마야로 남았다. 언제나 별다른 존재였던 끝없는 우주 사이에서조차.
감각, 충격, 압력, 접촉. 내게 손이 있는지도 불명확했지만 나의 어떤 부분이 존재했고, 어떤 사물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것이 나를 깨웠다.
나는 나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모든 것은 유체이다. 그러나 내가 나라고 정한 내 안의 솟구치고자 하는 충동이 위로, 앞으로 철벅철벅 튀어나온다. 나는 눈이 없고 심장도 없으나 내 존재의 끄트머리를 느끼며 그것에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확장하는 액체로 행성 자체의 솔기 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불안하다. 흥미가 솟는다. 나는 다시 물질이 된 것 같다. 락슈미-2를 떠올린다. 내가 손안의 것에 밀착하면서 기억을 간직하도록 만든 그럴듯한 거짓 모형.
내 몸을 형성해라.
나의 윤곽이 압축된다. 나는 나의 외형, 팔다리, 손가락을 정의한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나 1.5미터에 달하는 이 무의미한 것은 고통만 주는 세포일 뿐이다. 나의 몸은 이제 바다이다. 목을 형성하면서 나는 손안의 것을 들어 올리고, 그것은 형태를 갖춘다. 나는 그것을 망토로, 보상으로 입는다. 나의 새로운 몸에 도달하고, 나의 핵에 친숙한 산성, 벡스의 시큼한 우유가 꿈틀거리며 차오른다. 나는 그것을 몰아낸다. "나는 벡스가 아니다." 나는 확언하고, 그것들은 담즙으로 내게서 흘러 나간다.
내게 남은 것은 엑소 프레임 하나, 목에 두른 망토, 그리고 내 정신 뒤쪽의 새로운 목소리이다. 나는 눈을 완성하고, 우유의 흐름이 내 발치에서 멈춘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해를 입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벡스가 아니다.
그들은 나의 명령에 응답한다. 나는 깨닫는다. 목에 두른 망토에 올린 나의 손을.
"내가 벡스를 마주한 이후 얼마나 지났는지 말해라."
그들은 내 발치의 벡스를 통해 답한다. 암호화되지 않은 편의성으로 속삭인다.
숫자는 엄청나다. 나는 공황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럴 수는 없다. 처음 머리를 때린 생각은 그녀이다, 그녀—
"키오마 에시가 어디 있는지 말해라."
그들은 찾는다. 그리고 나의 심장을 가진 여자가 수백 년의 시간 동안 무덤 속에 누워 있다고 말한다. 분노에 차 나는 서로를 찢어버리라 말한다. 발치의 우유가 격렬하게 끓어오른다.
나의 키오마가 그리 평범하게 떠날 리 없다. 나의 키오마는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나의 키오마는 여전히 여기 있다. 내 사랑은 무덤 속에서 썩지 않는다.
세계 그 자체가 부서졌다. 시간 그 자체가 부러졌다. 키오마, 나의 세계, 나의 생명은 죽을 수 없다. 그녀는 분명 다시 벡스넷에 합류했을 것이다. 거기서 나를 찾았을 것이다. 진정한 나, 그녀의 마야를 찾아 수천수백 개의 복제본 사이를 뒤졌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찾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나는 동굴 속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도, 눈이 멀도록 내리쬐는 햇빛에서도 그녀를 안다. 키오마는 그 모든 방식으로 독보적이고, 소중하며, 흠결 없다. 나는 진짜 키오마가 살아있다는 걸 안다.
"최우선 질의; 진짜 키오마 에시를 찾아라." 나는 눈물을 흘리며 명령한다.
그녀는 어딘가에 있다. 나를 찾아 헤매며. 나는 사랑하는 키오마를 찾을 것이다. 나는 안다. 나는 안다.
1.8. VIII. 쉴 수 있는 보금자리
낮 시간 영웅의 전당은 활발히 북적였다. 이동식 아바타 네오무나인들은 삼삼오오 모였고, 퀸 라그하리가 개인적으로 선곡한 앰비언트 사운드트랙 음악 속에 웅성웅성 떠들어댔다.방문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당은 고요하지는 않았다. 연못으로 콸콸 물 흐르는 소리와 포카들이 잎사귀 사이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오시리스는 사기라의 기념비를 피해 카펫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새로운 발소리가 멀찍이서 들려왔다. 오시리스는 문에서 몸을 돌려 연못을 향했다.
발걸음 소리는 빠르고 급했다. 님부스였다. 전당으로 오는 계단을 오를 때 발소리가 느려졌다.
"오시리스?"
이파리 뭉치가 배수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오시리스는 그걸 보며 생각에 빠졌다. 그는 포카 연못을 청소하는 사람을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었다.
"늦었는데, 이미 진작 쉬러 갔을 줄 알았어!" 님부스의 목소리가 명랑하게 천장을 때렸다.
"그랬었지. 그러고 있다." 그의 보고서가 선봉대에게 전달됐다. 아이코라의 응답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었다. 오시리스로서는 잠깐 쉴 기회를 그냥 보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여기 있는 거야?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님부스의 그림자가 오시리스 위로 드리웠다. 오시리스는 고개를 돌리는 수고를 하는 대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지휘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배운 것들에 대해."
님부스도 오시리스가 세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한 걸음씩 옮기며 느긋하게 따라 걸었다. "이야기 나누고 싶어?"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이것은 사기라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열어 보이고 싶지 않은 무언가였다. 그의 두 번째 정신, 또 다른 심장이었던 사기라. 사기라와의 관계를 망친 건 오시리스 자신이었다. 세인트와도 마찬가지였다.
"괜찮겠어? 함께 짐을 들어주면 짐 들기가 조금 쉬워진다고 하잖아. 난 제법 강한 편이라고."
님부스가 팔 한쪽을 보란 듯이 구부렸다. 오시리스를 위해 하룻밤을 꼬박 희생할 용의가 충만한 것 같았다. 오시리스가 짜증이 나 올려다보자 님부스가 과장되게 윙크를 했다.
두 사람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첫 초월을 찾으면서, 마야 순다레시의 과거를 찾으면서. 님부스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었다.
오시리스는 팔짱을 끼고 조명 하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세인트를 잃은 후, 다른 버전의 그를 세상으로 도로 데리고 왔다. 이기적이었어. 마야 순다레시가 키오마 에시에게 한 짓을 세인트에게 했다."
그가 사실을 털어놨다.
"와우. 그건 참, 감당하기 힘든 문제로군." 님부스가 말했다.
그의 평가를 기다리는 건 가혹하리만큼 힘들었다. 세인트는 탑으로 돌아와 있었다.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싸우는 수호자들에게 마이크를 통해 소리 지를 준비를 하고, 아마도 오시리스의 책들을 전부 잘못된 자리에 다시 끼워 넣었을 것이다. 오시리스는 잘못을 저지른 채 이해를 바라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좋아. 그러니까." 님부스가 생각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지휘자는 벡스넷에서 여러 버전의 키오마들을 한 움큼씩 끌어모으고 죽였지."
"맞다."
"세인트가 죽었을 때 당신은 그를 찾아 무한의 숲으로 갔고. 그 행동으로 자신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크게 잘못될 수도 있었고."
"그렇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이긴 한데." 님부스가 드디어 말했다. "마야는 아내를 찾았잖아, 그렇지? 잔뜩 만났잖아. 그리고… 뭐랄까, 다들 갈아 버렸고. 당신은 세인트를 찾으러 가서는 집으로 데려왔지."
생각의 결을 좇아가는 님부스의 목소리가 느려졌다.
"만약 세인트를 찾았는데 세인트가, 고맙지만 안 간다, 난 여기가 좋다고 말하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그 순간에 말인가? 오시리스는 굶어 죽도록 세인트에게 맞서 따지며 말싸움을 하느라 사기라가 그를 살려줘야 했을 지경이 됐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세인트의 이유를 진정 이해할 때까지 반복했을 터였다.
오시리스의 발걸음은 그를 사기라의 기념비 앞으로 데려갔다. 그녀의 차가운 의체가 초점 없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기라가 그의 말을 들었다면 기나긴 설교를 늘어놓았을 것이었다.
"아마 두고 떠났을 것 같다." 만약 그게 진짜 세인트가 원하는 것이었다면. 세인트-14은 전설적인 고집을 가진 사내였다. 그는 한 번 정한 것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님부스가 오시리스에게로 다가왔다. 그의 위로 다시 그림자가 졌다.
"내가 보기엔 당신은 세인트를 그리워해서 데려온 것 같은걸. 당신이 본인 스스로를… 그리워했던 게 아니라. 세인트가 당신에 대해 해줄 수 있는 말을 그리워한 게 아니잖아. 꽤 많이 다른 것 같아."
두 사람은 함께 서 있었다. 님부스의 시선은 로한의 기념비를 향하고 있었다. 오시리스는 세인트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탑으로 돌아가야 했다. 집에서 떨어져서 보낸 시간이 꽤 길었다.
"구름 질주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확률은 별로 높지 않아." 님부스가 애석한 듯 말했다. 기념비에 흐릿하게 비쳐 보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당신 이야기는 참 낭만적이네. 세인트와 둘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거야? 난 어떻게 하면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자신의 연인관계를 바탕으로 그렇게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벡스조차 결코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두려운 일이었지만, 오시리스는 그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는 님부스의 간청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1.9. IX. 기술 지원
! 메시지 수신!안전장치는 시스템 경고가 뜨자, 헬름을 걸어 다니며 지난 강철 깃발 결승전에 대해 열띤 어조로 늘어놓던 님부스의 이야기에서 신경이 분산되었다. 살라딘은 피드의 경로를 네오무나로 돌려놓았고, 이 구름 질주자는 엄청난 드라마에 완전히 도취되어 있었다. 안전장치의 내부 크로노미터 기준으로는 아주 지나친 정도였다.
안전장치는 재빨리 메시지 알림을 외부 디스플레이 화면에 띄웠다. "님부스, 있잖아요—" 그녀가 말을 떼었다.
"아, 알겠어." 님부스가 미소 짓고는 커다란 손을 펼쳤다. "함선 노릇하도록 놓아줄게. 만약에 오시리스를 보면 지수 칼레론도가 인터뷰 건을 찾고 있다고 전해줘. 아니, 구름방주가 무결성을 잃고 있는데 음, 엄청 늙어빠진 노인네의 바이오리듬이 있어야지만 구할 수 있다고 말이야!"
"알겠어요." 안전장치는 대답하고는 엄지를 치켜드는 ASCII 이미지를 띄웠다. 님부스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안전장치에게 양손을 들어 손가락 총을 쏘아 보이면서 통신에서 나갔다.
안전장치는 메시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남은 지휘자의 벡스를 찾아 네소스를 샅샅이 뒤지고 있는 수호자로부터의 현상금 요청들을 일괄 승인했다.
안전장치는 다음으로 빛의 가문의 서기 아이도가 식별 가능한 요청 없이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그녀는 그것을 비긴급 응답으로 표시하고는 새로운 하위 폴더 중 하나인 '사회화(플라토닉)' 안에 분류해 넣었다.
또 다른 메시지는 스스로 헬름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알림이었다. 엑소더스 블랙에서 마주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같은 종류에 있어서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보안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야 하고, 비상 통신 릴레이를 온라인으로 하며, 확률이 낮은 강제 착륙을 해야 할 시 가능한 지상 착륙 지점을 계산하고… 의문의 여지 없이 중요한 작업이었지만 안전장치는 처음으로, 미루어도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안전장치는 그다음으로 떠 있는 중요 시스템 메시지를 열심히 프로세싱했다. 수호자가 네소스 활동을 활발히 한 덕에 전혀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환영할 만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 그녀의 잔해를 약탈하던 몰락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침략이 없어지자 안전장치의 전력 시스템은 천천히 보관 전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 전력 부족 알림: 6% ! 경고가 울렸고, 안전장치는 만족스럽게 삐삑거렸다.
갑자기 금빛 불꽃이 치솟더니 지직거리는 잔영이 나타났다. 오시리스가 헬름으로 이동해 들어왔다. "안전장치." 그는 무뚝뚝하게 말하며 그녀의 콘솔 쪽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오시리스." 안전장치는 대답하며 휘몰아치는 정보가 적힌 다항식 판을 열었다. 오시리스와 세인트는 네소스 벡스 네트워크 안을 여행하며 한 번에 하나의 시뮬레이션 가지를 살피면서 지휘자를 찾고 있었다.
오시리스는 17개의 교차하는 파장 구역을 표시했다. "완료한 곳으로 설정해라." 그의 명령에 안전장치는 색상을 밝은 연두색으로 바꿨다. 오시리스가 화면을 축소하자 뒤엉킨 채 흔들거리는 네트워크의 프랙털 사이에서 연두색 부분은 하나의 점처럼 보였다.
"17개 완료." 안전장치가 말을 이었다. "남은 구역 무한."
오시리스가 지친 듯한 한숨으로 동의를 표하고는 물었다. "이 17개 구역도 이미 덮어씌워졌을 확률은?"
안전장치가 낮게 삡 소리를 냈다. "정말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기를 원하세요? 왜냐하면 99. 하고도 엄청나게 많은 수의 9가 뒤에 붙을 거거든요."
오시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네트워크 어딘가에 있다. 명령의 메아리와 함께. 마야를 찾을 확률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하다는 걸 알면서도 세인트는 계속해서 찾고 있어." 그는 손으로 안전장치의 제어 패널을 막연하게 두드렸다.
"만약 세인트가 마야를 찾으면 어떻게 할 것 같으세요?" 안전장치가 물었다.
"아마도 그는… 이걸 어떻게 말한다?" 오시리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거의 보이지 않는 희미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세인트는 그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주는 자를 봐주는 법이 없지."
오시리스의 시선이 연구 구역을 떠돌았다. 안전장치는 제이콥슨 함장의 우리 속으로 인조 밀웜을 넣어주었다. 프로토-개구리는 느리게 눈을 깜박거리더니 투박하게 꿀꺽하며 유충을 삼켰다. 오시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네트워크 좌표 묶음을 생성해 주게." 그의 말에 안전장치는 위잉거리며 숫자들을 화면에 띄워 응답했다. 그녀는 확신 있는 어조로 오시리스의 데이터패드에 숫자를 보냈다. 오시리스는 몸을 돌려 떠날 채비를 했다.
"오시리스?" 안전장치가 말했다. "님부스가… 당신이랑 같이 놀고 싶어 하던데요. 언제 한 번 찾아가 보세요."
오시리스가 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잘 알겠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뗐다. "안전장치, 고… 고맙다—"
! 메시지 수신!
안전장치의 디스플레이 화면에 알림이 떠올랐다. 오시리스는 고개를 반쯤 젓다가 픽 웃었다. "더 말하지 않겠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금빛 불꽃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안전장치는 새로운 메시지를 훑어보았다. —! 전력 부족 알림: 7% !— 경고를 읽은 그녀는 행복한 마음으로 알림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