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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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악몽의 뿌리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의 지식을 모은 것이다.2. 조건부 최종성
당신도 나를 꿈꾸게 될 거야…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겠어…내게서 빠져나간 소리는 포효와도 같았다.
초자연적 메아리.
그것은 공중으로 치솟아 내 우주선의 구석구석을 꿰뚫었다.
웅크린 채 바닥을 구르자 온몸에 분노가 흘렀다.
나는 쌕쌕 숨을 내뱉으며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마녀가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승리한 것처럼.
그녀가 원초적인 포상을 빼앗자 우주선이 우르릉거렸다.
나는 증오를 느꼈다—
깊고,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증오의 감정.
내 발톱이 바닥을 파고들어 새로운 자국을 아로새겼다.
나는 앞으로 몸을 끌었다.
속삭임이 내 주변을 일렁였고, 수백만 개의 목소리가 나의 사랑하는 교향곡으로 녹아들었다.
나는 항상 죽음을 환영했고, 이번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고통스러운 감각이 나를 관통했다.
마치 화살이 가슴을 꿰뚫는 것 같았다.
고통이 타올랐다. 나는 자갈 더미 사이로 쓰러졌다.
곧 초록색 빛이 나를 감쌌다.
생소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마법은 나를 들쑤시고 내게 족쇄를 채웠다.
몸이 뒤틀렸다.
숨이 약해졌다.
팔다리가 무거워졌다.
고통스러웠다.
아니… 그녀는 나를 잡을 수 없다. 내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목격자시여." 한때 내가 지휘했던 공허가 나를 장악해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속삭였다.
3. 방어구
3.1. 타이탄
3.1.1. 괴로움의 투구
네자렉의 시종: 브라이어 - I숲에 가라앉은 어둠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상대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그 몸이 쿵 하며 지면에 처박히는 소리를 듣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짙은 진홍빛 피가 근처 나무의 나무껍질을 붉게 물들였고, 나무껍질을 타고 느리게 흘러 나무껍질 안으로 스며들었다. 땅에 떨어진 피는 핏빛 웅덩이를 만들며 땅에 떨어진 솔잎들과 뒤섞였다.
그것이 누구인지도, 왜 그를 죽이기로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과거 나는 적지 않은 피를 손에 묻혔다. 무차별적인 살육. 누군가 내 땅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살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게 느껴졌다.
앞쪽 나무들의 바다 사이로 그림자가 움직였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단단히 검을 움켜쥐었다. 손끝에서 시작된 떨림이 팔을 찌릿하게 관통하여 목덜미까지 전해지며 오한을 자아냈다.
"거기 누구냐?"
사방으로 나를 둘러싼 모든 나무 뒤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속삭임은 압도적이었고, 나를 에워싸고 울렸으며, 그 내용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림자는 나와의 거리를 재빨리 좁히며 내 위로 우뚝 솟았다.
그림자가 닿자, 나는 뒤로 물러섰다.
내 마음속 원초적인 두려움을 건드리던 그 불길한 웃음소리를 기억한다.
내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정신이 속삭임으로 가득 찼다.
그것의 성긴 몸뚱아리가 휙 달려오며 나를 관통했다. 나는 땅에 쓰러졌다. 공기가 내 폐를 빠져나가자, 잠시동안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런 공허함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3.1.2. 괴로움의 건틀릿
네자렉의 시종: 브라이어 - II상황은 계속 반복되었으나, 나는 내 의지와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검은 전투 때마다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나에게 붙어 있는 그림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애초에 나는 내가 누군지 알고는 있나?
적들의 함성과 애원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피부가 타들어 갔고, 내 심장은 모루를 두드리는 망치 소리보다 더 크게 쿵쾅거렸다. 머리는… 머리는 짙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존재했으나, 동시에 사라진 존재이기도 했다.
나의 적들이 숨을 헐떡이며 땅에 쓰러졌다.
나는 그들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고, 내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동물적인 으르렁거림이 튀어나왔다. 소리는 허공에 메아리치며, 잊히지 않는 노래처럼 맴돌았다.
그 뒤로 웃음이 들려왔다. 그의 웃음.
나는 무릎을 꿇었다. 장화 아래 고여 있던 진홍빛 피가 무릎을 적셨다. 나는 검을 떨어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신선한 피가 손가락을 타고 흐르며, 손금을 따라 신기한 문양을 만들어냈다. 그 손금 속으로 그의 얼굴이 보였고, 그의 묵직한 손이 느껴졌다. 어깨에서, 머릿속에서.
나는 비명을 질렀다.
3.1.3. 괴로움의 판금 흉갑
네자렉의 시종: 브라이어 - III…너는 내 것이다…
실크로 된 부드러운 침대 시트는 더 이상 편안하지 않았다.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자갈처럼 거칠게 느껴졌다. 몸을 비틀거나 돌릴 때마다 고통이 일었다.
침대 옆에 켜진 촛불조차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했다. 나는 등을 대고 누워, 천장에 눈을 고정하고 호박색 촛불 빛 속에서 일렁이는 그림자들을 애써 무시했다.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자,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도 속삭임에 대한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속삭임은 백색 소음처럼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가 내 관심을 요구할 때까지는.
…더 가져와라…
극심한 고통과 괴로움이 신음하며 내 방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구석구석이 그 운명적인 날의 숲에서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뒤틀렸다.
그 무게 전체가 나를 마비시켰다.
촛농이 고인 바닥 끝이 가까워지자 심지 끝 불꽃이 꺼질 듯 위태롭게 깜박거렸다. 수많은 발톱과 검은 덩굴이 내 침대를 향해 스멀거리며 다가왔다.
…너는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다…
나는 울부짖으며 태양 에너지를 터뜨렸다. 손에 쥔 망치는 따뜻했다. 침대에서 뛰어내려 그 불타는 무기를 마루에 내리쳤다. 불길이 태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훑자, 더욱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림자가 여전히 일렁였다. 여전히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림자들을 불태워버리려 했다. 나무가 쪼개지고, 금 가며 모든 것이 부서졌다.
집이 무너지는 소리에 내 비명은 파묻히고 말았다.
3.1.4. 괴로움의 각반
네자렉의 시종: 브라이어 - IV"네 도움 따위를 바란 적 없어!" 내가 외쳤다.
분노가 내 몸을 타고 흘렀다.
내 검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런 것을 볼 수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 무엇도.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서, 나의 고스트를 돌아보고 있었다.
"시야를 놓치면 안 돼요!" 불꽃가시가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당시에는 무시했으나 이후로 한참 동안 그 목소리가 기억나곤 했다.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냐! 그는 내 시야를 이용하는 거라고!"
내가 앞으로 걸음을 내딛자, 불꽃가시가 내 시선에 맞추어 떠올랐다.
손안의 검이 흔들리고, 희미한 속삭임이 내 정신을 간지럽혔다.
…죽여라…
나는 고함을 지르며 귀를 막았다. 어둠 속 나무 사이에서 그것이 다시 모습을 갖추는 것이 보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불꽃가시가 계속 나를 치유할 것을 알았다.
"벗어나야 해요." 불꽃가시가 몰아붙였다. "당신은 통제력을 잃고 있어요! 위대했던 야생초 브라이어는 대체 어딨죠?"
…죽었다…
"당신은 장차 신이 될 이들의 심장을 꿰뚫은 가시였잖아요!"
…이제는 꼭두각시지…
"고통과 공포가 당신의 교향곡이었고요!"
…이제 나의 교향곡이 되었지…
"예전의 당신은 대체—"
내 손이 얼마나 쉽게 그를 감싸 쥐었는지 기억한다. 그를 바닥으로 던지고 칼로 그의 렌즈를 꿰뚫었다. 눈에서 깜박이던 빛이 꺼지는 것을 볼 때까지,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불꽃가시의 조각난 파편이 영원한 어둠으로 쓰러지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
3.1.5. 괴로움의 표식
네자렉의 시종: 브라이어 - V불꽃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소리가 동굴 속에 메아리쳤다. 내가 모닥불을 향해 손을 뻗자, 온기가 나를 끌어들였다. 맞은편에 있던 남자는 기억 내내 침묵을 지켰다.
"네게서 그자의 냄새가 난다… 네자렉."
"당신도 그래요, 야생초 브라이어." 남자가 말했다. 그의 이름에서 흘러나온 호칭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저 호칭을 가질 자격이 있나? 자격을 잃은 지 오래된 기분이 들었다. "희미하지만… 냄새가 나는군요."
"날 찾아온 진짜 이유가 뭐지?"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가족은 수 세대 동안 네자렉의 호의를 얻어 왔어요." 그가 말했다.
나는 방어적으로 지팡이를 쥐고, 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무언가 무거운 물체가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에는 책을 넘기는 소리가 났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의 경험이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이어졌고, 사이사이 불이 딱딱 타오르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의 온전한 힘을 다시 느끼고 싶나요?" 그가 물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는 우렁차고 진실하게 그렇다고 냉큼 대답하고 싶다고 느꼈다. 나는 오랫동안 그의 영향력, 그가 내 안에 증폭시킨 순수한 공포를 두려워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가 떠나고 나니, 남은 것은 공허뿐이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공포스러운 진공.
"내가 뭘 하면 되나?" 나는 물었다.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3.2. 헌터
3.2.1. 두려움의 가면
네자렉의 시종: 코락시스 - I소행성의 미로와 리프의 잔해는 일부러 길을 잃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다양한 은신처를 만들어주었다… 또는 수상한 일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한 은밀한 모임 장소가 되기도 했다.
큰 범선은 선장이 고른 아무 소행성 근처에서 잔해 사이에 자리를 잡고 영업을 위해 문을 열었다. "술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한 곳이었다.
내부에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술집의 손님들은 무자비하고 난폭한 엘릭스니 해적단이었다.
테이블에 앉은 코락시스는 두 손으로는 머리를 쥐고, 다른 두 손으로는 에테르 컵을 쥐고 있었다. 너무 지친 나머지 자리에 앉은 후로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채였다. 그는 위풍당당한 선장이 작은 드렉 둘을 데리고 술집 안으로 들어서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선장은 코락시스가 앉은 테이블로 다가왔다.
"성물은 어디 있나?" 탁자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선장이 공용어로 그르렁거렸다.
눈에 띄게 긴장한 코락시스가 컵을 너무 세게 움켜쥐는 바람에, 손바닥을 감싸고 있는 천이 팽팽해졌다.
"내게는 없어." 그가 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선장이 코락시스의 멱살을 잡았다. 그의 부하들에게 "대장"이라고 불리긴 했지만, 코락시스의 몸집은 앞에 있는 엘릭스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그의 발이 공중에서 달랑거렸다.
"한심하군. 제 선원들보다 못하다니."
"뭐, 그렇지." 코락시스가 명백한 패배를 인정하며 말했다.
악의로 가득한 선장의 말보다도, 코락시스의 얼굴로 날아온 주먹은 더욱 충격이 심했다. 주변에 앉아있던 이들이 황급히 흩어졌다. 주먹과 욕설이 터져 나왔고, 폭력의 혼돈 속에서 옅은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3.2.2. 두려움의 손아귀
네자렉의 시종: 코락시스 - II다친 다리를 질질 끌며 돌아가야 했기에, 빈 우주선으로 돌아가는 코락시스의 여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길었다. 고통의 괴로움이 그를 훑고 지나갈 때마다 피로 또한 계속 쌓여갔다. 선장의 구타가 다른 정찰대의 주먹에 가로막힌 동안 잽싸게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고마웠지만, 추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히 그를 휘감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그의 뒤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코락시스는 앞을 향해 나가며 줄곧 앞을 응시했다.
마침내 우주선에 도착하자,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에어로크가 열리며 어두운 공간이 드러났다. 그는 팔다리의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괴로워하느라 평소 지키던 절차를 무시했다.
직접 만든 해먹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신음을 내며 해먹 위로 풀썩 쓰러지듯 누워, 이를 악물고 겨우 편안한 자세를 찾았다.
눈을 감자마자 빠르게 잠이 몰려왔다. 강제 불면과 갑작스러운 구타로 혹사당한 몸이 드디어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코락시스는 해먹 옆 선반에 놓아둔 총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갔다. 무거운 공기가 온몸을 짓눌렀다.
그는 녹슨 금속에 눈을 고정한 채 망설였다. 똑, 똑, 똑, 문이 울렸다…
문이 끼익 열렸고, 그는 즉시 눈앞으로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혼돈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순간, 그는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았다. 코락시스는 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뒤로 물러나며 또 닥쳐올 충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코락시스는 다시 눈을 떴지만, 범선의 벽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그의 눈앞에 매끈하고 어두운 모습의 달 피라미드가 있었다.
3.2.3. 두려움의 조끼
네자렉의 시종: 코락시스 - III코락시스는 본능적으로 피라미드를 향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잊고 싶었던 여정의 메아리였다.
깊은 틈 위로 뾰족하게 나온 피라미드가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고요함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 숨 막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는 들쭉날쭉한 길을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법을 기억해냈다. 피라미드가 그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불안한 감정까지도. 그러나 무언가가 이상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건축물이 흔들리고 변화했다. 조각상들이 그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것 같기도 했다. 희미한 속삭임이 방 주위를 맴돌다가, 무슨 소린지 이해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불안한 기대감과 공포로 공기가 무거웠다.
코락시스는 낯익은 복도와 계단을 되밟으며 걷다가,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가장 안쪽 방으로 발을 디뎠다… 자신의 방이었다.
공간 한가운데 놓인 육체로 다가가 몸을 굽혀 방 중앙에 그림자를 드리우자, 속삭임도 더욱 커졌다. 코락시스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쉿쉿거리는 소리, 고함, 강렬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잔뜩 뒤섞였다.
시체는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망토 아래로 드러난 희미한 몸의 형태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주의 위험 때문인지 순수한 두려움 때문인지, 머리는 멀쩡하게 남아있었다…
코락시스가 그 존재의 얼굴에 점점 다가갈수록, 속삭임이 더욱 커졌다. 어두워진 투구와, 어두운 곳에서도 형형한 눈동자를 내려다보는 그의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렸다.
온몸이 공포로 전율했지만, 코락시스는 익숙한 동작으로 침착하게 눈알 하나를 파냈다. 방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코락시스는 눈알을 잘 집어넣기도 전에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는 눈을 꼭 감고 충격에 대비했다.
3.2.4. 두려움의 장화
네자렉의 시종: 코락시스 - IV선원들이 부산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코락시스가 눈을 뜨자, 현창 너머로 드넓은 우주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엘릭스니 열댓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분위기가 무거웠고, 갑판 위를 돌아다니는 그들에게는 긴장감, 조용한 어조,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러나 코락시스는 손안에서 자신이 자유를 부여한 그것의 무게와 힘을 처음으로 느끼며 침묵하고 있었다. 그것은 고동치고 있었다.
다시 세계가 바뀌었다. 또 다른 익숙한 장면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장." 드렉이 코락시스에게 소곤거렸다. 코락시스는 이 대화를 기억했지만, 드렉의 굵은 목소리는 어딘가 생소했다.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졌다. 드렉이 그의 선원들을 빤히 쳐다보더니 코락시스 쪽으로 몸을 더 가까이 기울였다. "식량도 부족하고, 우주선도 수리해야 하는데, 선원들은… 그 유물이 저주받았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떠나고 싶은 놈들은 떠나라고 해." 코락시스가 딱딱거렸다. 피라미드 속 기억과 마찬가지로,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드렉은 놀라서 머뭇거렸다.
코락시스는 눈을 깜박였다. 더 이상 선원들에 둘러싸여 있지도, 그들의 불만이 들리지도 않았다. 그는 어느샌가 숙소로 돌아와 있었다.
방은 어두웠다. 그를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이었다.
코락시스는 해먹 옆 테이블에 앉았다. 눈알과 그 둘뿐이었다. 그가 눈을 응시하자 눈알도 그를 응시했다.
옆에는 마법의 책이 놓여 있었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광적인 해결책. 의식은 간단할 것이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간신히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너무 완고하고 겁먹은 상태였다. 그는 뾰족한 수정을 집어 들었다.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왔지만, 끊임없는 속삭임 때문에 코락시스에게는 제 말이 들리지 않았다.
수정이 빛났고, 곧 엄청난 에너지가 코락시스를 뒤로 밀어냈다. 이번에는 제대로 충격이 느껴졌다.
3.2.5. 두려움의 망토
네자렉의 시종: 코락시스 - V속삭임과 비명이 코락시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는 얼굴에 두 손을 갖다 댔다. 훌쩍이는 소리와 측은한 소곤거림만이 그의 손아귀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다시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그는 운석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리프는 광활했지만, 그는 자신을 지나쳐 지나가는 우주선 파편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던 것과는 다르게 끔찍한 형태로 일그러져 있었다. 짙은 보랏빛과 푸른빛이 어슴푸레 빛났다. 주변은 고요했다. 그곳의 유일한 관객만 제외한다면.
코락시스는 일그러진 손안의 눈알을 들어 올렸다. 눈알은 여전히 에너지로 고동치고 있었다.
…날 풀어주어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며 영혼을 유혹하는 목소리가 코락시스를 매혹했지만, 뒤이어 일어나는 왜곡을 보며 코락시스는 이곳에 있는 이유를 다시금 상기했다. 이 저주받은 유물이 추적할 수 없는 종말을 맞게 하기 위하여.
그가 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소리가 점점 커지며 비명이 귀를 찔렀다. 검은 손이 불쑥 튀어나와 그를 덮치는 바람에, 손아귀에 팔을 거의 잡힐 뻔했다. 코락시스는 남은 힘을 악착같이 끌어모아 눈알을 리프로 날려 보냈다.
그는 쓰러졌다.
곧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코락시스는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과 함께 눈을 떴다. 쭉 뻗은 손에는 총이 쥐어져 있었다. 속삭임은 사라지고 없었으며,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코락시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갔다. 그는 총을 겨눈 채 문을 열었다.
금속 문이 끼익 열렸다.
밖에는 어둡고 화려한 망토를 입은 인간이 서 있었다. 한 손은 인사하기 위해 들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두꺼운 장서를 꼭 안고 있었다. 악몽과 똑같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책이었다… 마치 네자렉의 눈처럼.
"잠을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코락시스가 어설프게 이해하는 언어로 남자가 말했다. "그런데, 혹시 당신이 코락시스인가요?"
3.3. 워록
3.3.1. 증오의 가면
네자렉의 시종: 아카시아 - I정글은 너무 빽빽하여 위압적이었고, 길을 지나는 미숙한 탐험가들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나는 이런 환경을 헤쳐나가 본 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단념하지도 않았다.
습기, 벌레, 무성한 나무— 나는 그것들을 모두 견뎠다. 그녀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남긴 흔적은 추적하기는커녕 찾기조차 거의 불가능했지만, 그녀는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며칠이 지난 뒤 나는 우연히 무성하고 빽빽한 덤불 군락 뒤에 숨겨진 동굴을 발견했다. 어두운 밤이었는데도, 그곳에서 베리를 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 발에 밟힌 나뭇가지가 투둑 부러졌다. 그녀는 즉시 돌아서서 손에 보랏빛 힘을 띄우고 공격 태세를 취하며 한 눈으로 나를 주시했다. 나는 얼른 두 손을 들었다.
"해—해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저 하룻밤 묵을 곳을 찾는 여행자입니다. 비무장 상태고요."
그녀가 내 몸을 뒤지며 해가 될만한 물건이 있는지 찾는 동안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내 가방 속에서 두꺼운 책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그녀는 여전히 손에서 보라색 빛을 거두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마침내 그녀가 까닥 고개를 끄덕이고 동굴 속 야영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피운 불은 작지만 따뜻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그녀는 마른 흙을 끼얹어 불을 껐다. 나는 통나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얼마가 지나자 마침내 그녀가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등을 대고 돌아누웠다. 나는 눈앞의 사이온에 시선을 고정하고 기다렸다.
3.3.2. 증오의 손목보호대
네자렉의 시종: 아카시아 - II나는 기다리다가 불안한 숨소리와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가가면서 나는 그녀의 잠든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동굴 속으로 달빛이 거의 스며들지 않았기에,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그녀가 몸부림쳤다. 악몽이었다. 그의 악몽 중 하나… 그래야만 했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내 손가락이 그녀 팔의 살갗에 닿았다.
일순간 회오리바람이 나를 감쌌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비명, 목소리, 자꾸만 떠오르는 그의 얼굴, 공포의 본질…
나는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 생각이 옳았다… 그였다.
그녀의 손에서 날아온 보랏빛 광선이 나를 강타했다. 나는 쿵 소리를 내며 착지했고, 그녀는 내가 눈치채기도 전에 와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호흡은 거칠었고,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팔까지도 휘감은 것을 보아 화난 듯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미안해요." 나는 다시 손을 위로 치켜들고 일을 수습했다. "나는 그를 찾고 있어요. 네자렉을요— 당신은 우리 가족 외에 네자렉과 접촉한 존재 중 처음으로 만난 존재고요."
그녀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의 힘을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궁금했어요."
아주 약간이었지만 그녀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그녀와 내 마음이 통했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 통나무에 걸터앉았다. 나도 조심스럽게 일어나 그녀 옆에 앉았다.
"부탁할게요." 나는 애원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가, 그녀가 나를 보았다. 그녀를 마주 응시하던 중 갑자기 시야가 뒤틀렸다.
3.3.3. 증오의 로브
네자렉의 시종: 아카시아 - III내가 발견한 건물은 단순하고 기이한 집이었다. 그 작은 공간은 알아볼 수 없는 상징으로 치장된 장식물로 가득 차 있었다.
방의 중앙에는 사이온 둘이 담요와 베개 더미 속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나는 마음속 한구석에서 펼쳐지는 기억을 보았다.
아카시아.
그녀의 이름이, 내 마음속에 메아리쳤다.
내 뒤편에서 사악한 존재가 휘몰아쳤다. 피부에 오톨도톨 소름이 돋고, 살면서 수없이 들었던 익숙한 속삭임이 점점 크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집의 현관을 보니, 창문도 그 주변도 새카만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창문에서 눈동자가 구체화하며 나타났다.
네자렉.
그의 이름이 불리자 창문의 그림자가 방 안까지 들어와 방안의 모든 빛을 집어삼켰다. 아카시아와 다른 사이온의 형체만이 겨우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어둠이 그들을 향해 흘러내렸다.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열중하여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손이 만들어지고, 손가락과 손톱이 뻗어 나오고… 그다음은 팔… 그리고 얼굴이 생겨났다. 뿔이 두 개 뻗은 모양의 투구, 눈동자. 쉭쉭 거리는 소리와 비명의 불협화음이 허공을 울렸으나, 둘은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았다.
네자렉은 아카시아 곁에 잠든 사이온에게 손을 뻗었다. 발톱 끝이 피부를 타고 내려오다 그의 감긴 눈 위에서 멈추었다.
어둠이 방을 휘젓자 네자렉은 사라졌다. 그 뒤에는 달빛만이 남았다.
3.3.4. 증오의 장화
네자렉의 시종: 아카시아 - IV그는 선택받았다.
아카시아의 나머지 기억 내내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말이었다.
그 말들은 내 마음속에서 메아리치며 맴돌았고, 날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다른 목소리가 흘러들어 그녀의 목소리와 섞였다.
다른 억양.
전부 다른 사이온.
그는 선택받았다…
어느 한밤 중,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이온 무리가 아카시아의 집을 찾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거칠고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가 오가더니 그들이 그녀를 붙잡았다. 자신의 배우자가 잡혀가는 모습을 보는 그녀의 입에서 비통에 찬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강력하다.
그는 오랫동안 네자렉을 만족시킬 것이다.
그가 선택받은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
서로 다른 문장들이 닥치는 대로 섞였다.
기억은 서서히 흐려졌고, 이미지가 서로 섞여 들면서 혼돈의 중심에 사이온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 사이에 아카시아의 배우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가 느끼는 고통의 무게가 내게도 느껴졌다… 그때 어둠이 스며들었다. 수백 개의 발톱이 기억의 모서리를 찢고 조각냈다.
아카시아의 비통한 통곡 소리가 네자렉의 교향곡에 녹아들었다.
그녀의 배우자의 몸이 여러 방향으로 뒤틀렸다. 마치 몸이 산산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보라색 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공중으로 붕 떠올랐고, 곧 검은 덩굴이 그의 그림자를 휘감으며 그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었다.
갑자기 현실이 다시 뒤틀렸고, 나는 현 세계로 던져져 돌아왔다. 현기증이 부서지는 파도처럼 밀려와 덮쳤다. 나는 통나무에 기대어 토했다.
3.3.5. 증오의 완장
네자렉의 시종: 아카시아 - V아카시아가 자신의 동족과 네자렉에게 느끼는 증오심은 동굴 구석구석까지 스며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네자렉의 손길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게는 아카시아의 파트너가 더 좋았겠지만, 아카시아로도 충분할 것이었다.
"당신의 고통을 이해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 그녀는 몸을 움찔하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당신이 그를 증오한다는 것은 알아요… 그렇지만 그건 좋은 거예요."
아카시아가 일어났다. 보라색 빛이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휘감았다.
"그는 자신의 고통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보상합니다. 당신도 그의 힘을 알잖아요. 그의 악몽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나도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카시아는 초조하고 안달 난 듯 보였다. 내가 가방을 집으려 손을 뻗자 그녀도 방어적으로 손을 뻗었다. 우리는 한참 서로를 주시했다. 나는 가방에서 천천히 두꺼운 장서를 꺼내어, 통나무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책을 열자 뿔이 두 개 뻗어있는, 익숙한 형상의 도상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가문은 오랫동안 그를 숭배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아카시아는 책을 내려다보았다. "그 증오심을 계속 유지하세요. 그가 원하는 것이니까요."
그녀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를 이 차원으로 다시 데려와 그를 숭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그가 당신 배우자를 그냥 보내줄지도 모르죠."
그녀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녀는 곧 책에 손을 얹고 책 표지에 눈을 고정했다. 나는 그녀가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을 만큼 필사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4. 잔혹함의 선물
"그래, 네자렉의 네 번째 묘지에 갔다 오긴 했지… 그런데 미광체를 아무리 많이 준대도 다시 가고 싶진 않아서 말이야. 가고 싶으면 혼자 가." —방랑자"그건 네 것이 아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날아와 방 중앙에 있는 방랑자의 고막에 꽂혔다. 그가 탐색하고 있던 제단은 신성한 물건들로 장식되어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 묘비 자체가 그렇듯, 대부분 엘릭스니 물건들이었다. 불 꺼진 양초로 둘러싸인 호화로운 천 위는 화려하게 장식된 함이 놓여 있었다.
그가 파악해낼 수 없는 소리가 정적을 깨트리고 방을 가득 채웠다.
"누님, 미안하지만 말이야." 방랑자가 입을 뗐다. "당신이랑 그 시종 친구들이 이것만큼은 포기해 줘야겠어."
갑자기 제단의 촛불이 홀연히 켜지자, 방랑자는 목덜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일렁이는 불의 온기가 망토 같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여자의 얼굴을 가렸다. 그녀가 다가설수록 그림자의 모양이 변했다.
방랑자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빼 들었다. 그녀도 똑같이 했다.
낮은 소리가 속삭임으로 바뀌었다. 소리는 더 선명해져 거의 들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우리 아버지는 오랫동안 이걸 찾아 헤맸다. 내 앞을 가로막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그녀의 말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방랑자가 총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녀의 협박이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는 아니었다.
"나도 먹고살아야 해서. 이런 횡재를 뺏길 수는 없는데." 방랑자가 대답했다. "너나 나나 물러날 생각은 없는 것 같군."
속삭임이 그의 정신 속에서 일렁거렸다.
방랑자가 먼저 총을 쏘았다.
총소리가 방 안의 모든 것을 흩트리며 촛불을 꺼트렸다. 총구의 섬광 속에서 나타난 그림자의 긴 발톱이 그를 향해 다가오자, 방랑자는 천 위에 놓여있던 함을 홱 낚아챘다.
그녀가 맞서 총을 쏘았지만, 방랑자는 이미 사라져, 발뒤꿈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무덤 깊숙한 곳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방랑자는 죽음의 냄새가 신선한 밤공기 냄새로 바뀌고 그림자가 쫓아오지 않을 때까지 달렸다.
이 정도면 대금을 4배는 받아야 했다.
5. 꿈의 악마
"악마에게 네 공포를 먹이로 주어라. 악몽으로 악마의 필연적인 귀환을 부채질해라." — 증오의 대상 네자렉마이켈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18번째 생일날 밤, 깊은 잠에 빠진 그를 깨우면서 난 알아차렸다. 늦은 밤이었고 악몽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늘 밤, 나는 커튼을 걷기로 했다.
내가 탁자 위에 내려놓은 가죽 장정의 장서를 보고 그는 흠칫 놀랐다. 하나뿐인 전구 아래서 나를 향해 눈을 끔벅이는 그 모습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혼란스럽고 두려운 감정이 역력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악몽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나는 책 표지에 있는 고대의 존재를 나타내는 화려한 문양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천천히 걸쇠를 열었다. 책이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그분께서는 황금기 한참 전부터 악몽과 함께하셨지… 새로운 세대가 나타날 때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가치를 시험한단다… 우리의 충성심을."
나는 목탄과 피가 겹겹이 쌓인 그림으로 가득 찬 묵직한 페이지들을 넘겼다. 책 이음매에 머리카락 한 타래가 엮여 있었다. 옆 페이지의 글자 또한 진홍빛으로 빛났다.
"오늘 밤, 너는 우리의 유산을 이어받게 된다."
마이켈이 반박하거나 질문을 하려고 숨을 고르기도 전에, 덜걱거리는 쇠사슬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마이켈은 몸을 돌려 방 뒤의 어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내가 잡아 온 엘릭스니의 속삭이는 지저귐이, 사슬이 철컹철컹 당겨지는 쇳소리와 어우러졌다.
나는 그를 앞으로 이끌고 벽의 촛대에 불을 밝혔다. 불빛에 죄수의 모습이 비쳤다. 마이켈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부릅뜨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두려움을 끌어내라." 나는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