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bgcolor=#060000><colcolor=#fff> 소년이 온다 Human Acts | |
장르 | 장편소설, 역사 |
작가 | 한강 |
출판사 | 창비 |
발매일 | 2014. 05. 19. |
쪽수 | 216 |
ISBN | 9788936434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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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소년이 온다》 도입부
한강 작가의 2014년작 장편소설.[1]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소년이 온다》 도입부
창비에서 출판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하고 있다. 광주를 전후로 한 역사나 정치, 사회에 대한 담론보다는 개인의 고통과 내면에 몰두한 것이 특징이다.
한강 작가 본인이 맨부커상을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뒤 《채식주의자》보다 《소년이 온다》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밝히면서 유명해진 책이기도 하다.노컷뉴스 그만큼 작가 자신도 많은 애착과 정성을 기울인 역작이라는 뜻이다.
2. 구성
이 소설은 군상극의 구성을 띠고 있다. 1장 <어린 새>는 동호에게 말하는 이야기, 2장 <검은 숨>은 유령이 된 정대, 3장 <일곱 개의 뺨>은 번역 서적을 찍어내는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경찰에 잡힌 뒤 끝끝내 살아남아 치욕을 느끼며 살아가는 은숙[2], 4장 <쇠와 피>는 시민군 김진수의 죽음에 대해 증언해줄 것을 부탁받은 1990년의 '나', 5장 <밤의 눈동자>는 광주에서의 증언을 요청받은 2000년대의 선주, 6장 <꽃 핀 쪽으로>는 아들을 잃은 동호 어머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마지막 장 <꽃 핀 쪽으로> 다음에 나오는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는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한강 자신도 광주 출신이고, 1970년생으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10대 초반이었다. 다만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시기에는 서울로 이사를 간 상태여서[3] 광주의 참상을 직접 체험했던 것은 아니다.
참고로 동호는 한강 작가가 서울로 이사간 뒤 중흥동 집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로,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소설가의 제자이기도 했다. 한강 작가가 동호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도 되냐고 동호의 형[4]에게 허락을 받을 때 물론 가능하지만 아무도 동호를 더 이상 모독하지 못하도록 잘 써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전해진다.노컷뉴스
3. 명문장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7pg, 책의 첫 부분이다.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7pg, 책의 첫 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
17pg
17pg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 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 사진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77pg
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 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 사진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77pg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5]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102pg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5]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102pg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114pg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114pg
기억해달라고 윤은 말했다. 직면하고 증언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삼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쇼크를 일으킨 당신을 그들이 통합병원에 데려가 수혈받게 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이년 동안 그 하혈이 계속되었다고, 혈전이 나팔관을 막아 영구히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서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167pg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삼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쇼크를 일으킨 당신을 그들이 통합병원에 데려가 수혈받게 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이년 동안 그 하혈이 계속되었다고, 혈전이 나팔관을 막아 영구히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서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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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다.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6]
206pg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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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상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212pg - 213pg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상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212pg - 213pg
그 경험은 방사능 피폭과 비슷해요, 라고 고문 생존자가 말하는 인터뷰를 읽었다. 뼈와 근육에 침착된 방사성 물질이 수십년간 몸 속에 머무르며 염색체를 변형시킨다. 세포를 암으로 만들어 생명을 공격한다. 피폭된 자가 죽는다 해도, 몸을 태워 뼈만 남긴다 해도 그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207pg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207pg
분수대에서 물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벌써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69pg
69pg
4. 평가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주기 위해, 이 책은 잔혹한 현실화로 사건을 마주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증언 문학 장르에 접근한다."
노벨 위원회#
노벨 위원회#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동적이면서도 끔찍한 이야기"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룬 작품"
안나-카린 팜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회 위원# - 여담으로 해당 위원은 "한강의 작품 중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소년이 온다》를 꼽았다.
《소년이 온다》는 인간 행위의 양면성을 해명하기 위해 5・18항쟁의 기억을 집합적 개인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내포 저자의 질문을 따라 독자들은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구체화하는 5・18항쟁의 기억에 대해 지각하도록 초대받는다. 이 이해는 독자로부터 깊은 애도의 감정을 끌어내면서 독자를 공유기억의 공동체에 참여하게 이끌고, 공동체를 두터운 윤리적 관계로 결합한다. 이때 존엄과 신뢰라는 인간다움의 조건은 등장인물에게는 행위의 기제이고, 저자나 독자에게는 비극을 기억해야 할 의무로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기제이다."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룬 작품"
안나-카린 팜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회 위원# - 여담으로 해당 위원은 "한강의 작품 중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소년이 온다》를 꼽았다.
5월 문학[7]의 하나로서 《소년이 온다》는 중대한 공유기억을 전달하는 강력한 시학적 장치로서 기억 공유를 실행하기 위한 객체적 장으로 역할하고 있다. 소설이 등장인물을 통해 미학적으로 폭력에 직면한 인간에 대한 강렬한 비전을 수반하는 실천적 선택을 부각시킴으로써 5.18 민주화운동의 집단적 기억을 현재화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독자에게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기억과 기억의 윤리를 호명하기 위해 나아간다.공유기억의 장치로서의 문학과 기억의 윤리: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5. 영어 번역
작가의 전작인 《채식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Human Acts》라는 제목으로 영어권에 번역되어 수출되었다. '신이 하시는 일(Divine Acts)'과 대비되는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뜻과 연극에서의 '막'을 나타내는 영단어 act를 의도한 중의적인 번역이다. 역자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이다. 한국어 제목을 그대로 옮긴 The Boy Approaches를 비롯한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군상극이라는 작품의 특징 때문에 이 제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분수대에서 물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8]...어떻게 벌써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번역 과정에서 스미스가 이해하기 어려워한 묘사 중 하나는 '금남로 분수대에서 물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대목이었다는데 분수를 꺼놓는 것과 추모의 이미지가 영미권에서는 잘 연결되는 심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분수를 공공장소나 축제에서 밖에 접할 일이 별로 없지만 영미권에서는 굳이 축제 때가 아니라도 정원에서든 공공장소에서든 좀더 일상적으로 분수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여담으로 영미권의 시각에서 '축제 때의 분수' 이미지와 그나마 대응되는 것으로는 water salute라고 해서 비행기나 선박에 물줄기를 쏟아부어 경례하는 전통이 있다. 만약 이를 활용해 의역했더라면 마치 계엄군을 개선군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은 아이러니를 그럭저럭 표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6. 사건 사고
6.1.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재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등을 써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4년 세종도서 사업에서는 마지막 3차 심사에서 “도서의 사상적 편향성에 대해 검토”했고, 그 결과 탈락했다.
7. 모티브
소년이 온다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 희생자였던 광주상업고등학교(現 광주동성고등학교) 1학년 문재학(1964.06.01~1980.05.27) 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2묘역 2-34에 매장된 문재학 군 당시 문재학 군은 국민학교 동창 양창근 군을 계엄군의 총탄에 잃었고, 전남도청(現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시신을 염하는 일을 맡다가 결국 그도 계엄군의 총탄에 의해 스러지고 말았다. 문재학 군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감사를 표했다.오마이뉴스 인터뷰,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한국경제신문문재학 군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소년이 온다를 기증했다.문재학 열사 어머니 ‘소년이 온다’ 책 기증 “재학아버지 눈물 밴 책…아들 기억해주길”
분수대 이야기는 실화로 광주수피아여자고등학교 학생이 도청 민원실에 민원을 넣은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1980년 6월 도청에 들어온 민원으로 금남로 분수대의 분수를 꺼달라는 내용은 기록에도 남아 있다.
8. 여담
- 비록 5.18 민주화운동 이전에 서울로 상경하여 직접 사건을 겪지는 못했으나, 광주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낸 만큼 애착이 큰 작품이고, 집필 과정에서 많은 압박을 받았다고 작가는 에필로그에 서술한다. 하지만 수많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설가 한강은 지식인으로서 불굴의 의지로 작품이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 맨부커상을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뒤 채식주의자보다 소년이 온다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밝히면서 유명해진 책이기도 하다.노컷뉴스
- 맨부커상을 받은 뒤 지식채널E에서 밝히기로는 소설을 쓰는 내내 밀도 높은 감정들로 인해 하루에 세 줄 이상 쓰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벌을 받는 기분으로 써내렸다고 지식채널E 작가가 한 문장을 집필하고 한 나절을 울기만 하다가 겨우 진정하고 다시 한 문장을 썼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 책의 주인공인 동호는 한강 작가가 서울로 이사간 뒤 중흥동 집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로 한승원 소설가의 제자이기도 했다. 한강 작가가 동호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도 되냐고 동호의 형에게 허락을 받을 때 물론 가능하지만 아무도 동호를 더 이상 모독하지 못하도록 잘 써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한다.노컷뉴스
- 소설 자체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으나 한강에 따르면 용산 참사가 집필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다룬 에필로그에서 언급된다.그 경험은 방사능 피폭과 비슷해요, 라고 고문 생존자가 말하는 인터뷰를 읽었다. 뼈와 근육에 침착된 방사성 물질이 수십년간 몸 속에 머무르며 염색체를 변형시킨다. 세포를 암으로 만들어 생명을 공격한다. 피폭된 자가 죽는다 해도, 몸을 태워 뼈만 남긴다 해도 그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도 《어둠꽃》이라는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삼은 단편 소설을 쓴 바 있다. 《5월문학총서》에도 실릴 정도로 인정받는 작품이다.
2023년 3월, 전두환의 손자인 전우원이 광주에 내려가 사죄 행보를 하고 있었는데 행보 도중에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가 전우원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며 추천해 주었다. 이 장면은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볼 수 있다.
- 작품을 담당했던 편집자는 소설의 연재가 끝나고 나서야 한강 작가를 실제로 만났는데, 당시 너무 힘들어 보여서 건강이 걱정이 됐다고 한다. #
- 1년 반 동안 소설을 썼다고 한다. #
- 많은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이 탐을 냈으나 ‘소설로 태어났으니 소설로 남아 있게 해 주고 싶다’는 작가의 호소에 따라 영화화를 포기했다고 한다.
- 2024년 기준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 중 '소년이 온다'가 유일하게 중국에서 출판되지 않았다. 중국에 판권은 이미 팔렸지만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내용이 1989년 중국에서 일어난 천안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정치적 이유로 아직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2차 표결 제안설명에서 박찬대 의원이 '소년이 온다'의 내용을 인용하고, 2024년 대한민국이 1980년 광주에게 큰 빚을 졌다고 호소했다. #
9. 인터뷰
[1] 출판하기 전 창비 공식 블로그에서 연재하는 방식으로 공개되었다. 출간 후 삭제되었다.[2]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수피아여고 3학년생이었으며 선주와 함께 부상자 치료 및 사망자 염습을 맡았다. 도청 사격 몇 시간 전에 이탈하여 생존했으나 진수와 동호를 비롯한 동료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늘 품고 다녔고, 한동안 히키코모리로 살다 부모의 권유로 겨우 인서울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거기서도 험악한 시국에 치이다가 2학년 자퇴를 했다.[3] 보다 정확히는 1980년 1월, 즉 5.18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이사갔다.[4]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삼수생이었던 동호의 작은형이다. 서울에서 공무원을 하느라 자초지종을 잘 모르던 큰형과는 달리 작은형은 동호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겪었고, 나라에 커다란 분노를 품었다고 한다. 동호 부친의 장례식에 오랜만에 두 형제가 만났을 때에는 동호의 죽음을 두고 말싸움을 벌이다 멱살잡이까지 했다고 한다. 큰형은 '그냥 그 때 동호 데리고 집에 왔으면 되었잖느냐'고 했지만 서슬퍼런 계엄군의 학살을 직접 목격한 작은형은 그 말을 듣고 PTSD가 도져 울부짖으며 '서울에만 있던 주제에 형이 뭘 아느냐'고 크게 싸우고 말았다. 이 일로 남은 두 형제는 20년 넘는 세월 동안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되었다.[5] 항쟁 이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장의차와 관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에 신군부는 김장용 비닐봉투에 시체를 담아 청소차로 실어날라 망월묘지공원 3구역에 시체를 매립했다.[6]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으면 5.18 민주화운동/학살 문서를 참고할 것.[7]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문학[8]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7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