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1 23:15:20

지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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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 682 페잔 자치령 창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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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 799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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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이후 은하제국 로엔그람 왕조 }}}}}}}}}
1. 개요2. 상세3. 조직4. 무력5. 교세6. 역사
6.1. 초기
6.1.1. 탄생 시기
6.2. 중기6.3. 후기6.4. 말기6.5. 멸망
7. 실패의 원인
7.1. 부족한 기반과 지구의 매력 부재7.2. 비협조적인 협력자들7.3. 통제수단의 부재7.4. 비현실적인 계획7.5. 잇달은 실패7.6. 무능화7.7. 비밀 유지의 실패7.8. 제국의 토벌전
8. 만일 지구교가 성공했다면?9. 기타10. 관련 인물11.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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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얼굴을 풀지 않은 채 포플랭이 팔짱을 끼었다.
"내 생각에, 지구교란 놈들이 사랑하는 건 지구라는 별 그 자체가 아닐 거야."
지구가 독점했던 권력과 군사력, 그에 따라 다른 행성에 사는 사람을 지배하고 노동의 성과를 독점했던 과거의 역사, 지구교도들은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놈들은 지구를 구실삼아 자기네 선조가 누렸던 특권을 회복하고 싶은 것뿐이라고, 정말로 지구 그 자체를 사랑한다면 전쟁이니 권력투쟁에 끼어드는 짓거리를 왜 하겠어?"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139~140

일본의 SF 소설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가공의 종교.

2. 상세

신 대신 지구라는 신체(神體)를 숭배하며, 지구를 다시 인류의 중심지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종교전제주의 세력. 진영이 크게 제국과 동맹으로 나뉠 뿐 '선악'이라는 구분이 의미 없는[3] 이 작품 속에서 거의 유일한 '악'의 세력[4] 취급을 받는다.

악의 세력으로 불리는 만큼 여러모로 화려한 악행을 벌인다. 동맹과 제국이 협력해서 때려잡을 정도로 지독한 사이옥신 마약으로 신도들을 세뇌해, 맹목적이고 충실한 교단의 종으로 삼는 것이 가장 유명한 악행. 그리고 사이비 종교답게, 사이비 종교의 특기 '궁지에 몰릴 시의 집단자살'도 신도들에게 충실하게 강요한다.

은하영웅전설 OVA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처참하게 나온다. 종반부에서는 애들까지 자살하게 만들 정도로 정신이 나간 집단이다.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 때는, 제국군 장갑척탄병을 상대로 단검 하나만 들고 반자이 어택을 하는 신도들이 수도 없이 나올 정도다. 덕분에 제국군 장갑척탄병들도 탄소 크리스탈 토마호크로 동강내도 계속 덤벼드는 지구교도들의 광신적인 모습에 질려버리고, 견디다 못한 제국군들은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거나 정신줄을 놓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물론 세뇌되지 않은 평범한 지구교 신도들은 그저 각박한 현실에 억압받을 뿐인 선량한 사람들이었으나, 결국 이런 사람들은 사악한 교단 중심부에 이용당했다.[5] 지구가 명실상부한 인류의 발생지임에도 불구하고 변두리 행성 취급받는 것에 대한 분노와 지구를 잊고 우주에서 살아가는 이주자들에 대한 분노가 지구교의 원천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포플랭이 말했듯 진정으로 지구를 더럽히는 건 우주로 나간 인류가 아닌 지구교 자신들이었던 것이다.

꼴에 종교라고 금욕주의를 택하는 듯하다. 지구교의 데그스비 주교가 루퍼트 케셀링크한테 "나한테 술과 여자를 대접한 건 네놈이 아니냐!"라고 화를 냈는데, 여기서 지구교 성직자들한테는 술이나 여자가 금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데그스비 주교는 자신이 술과 여자를 받아들여 타락했다고 자학을 하여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지구교 내에서는 동맹어(미래 영어)가 통용되는 듯 하다. OVA에서 나온 지구교 총본산에서는 일반 평신도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을 막아놓았는데 거기에는 'Don't cross this line' 이라고 되어 있다. 물론 지구교 자체가 제국, 동맹 양국에 퍼져있으니 제국어와 동맹어 모두 사용할 것이다.

여담으로 지구교는 자신들 외에는 '이교도' 라 칭하는데 사실 이교도는 다른 종교를 믿는 경우를 일컬으므로 더 정확한 표현은 '불신자' 였을 것이다. 물론 지구 숭배 외의 모든 것들을 이교적인 행위로 간주한다면 틀린 얘기는 아니겠지만...

3. 조직

본부는 지구칸첸중가 산 지하에 위치한 지구교 총본산이다. 지구교 총대주교가 기거하는 곳이자 신도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수많은 신도들이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총본산을 방문한다. 지부로는 오딘지부페잔지부가 있으며, 하이네센에도 지구교의 교회가 있다. 오딘지부의 수장은 고드윈이지만 페잔지부와 하이네센 교회의 수장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외에도 수많은 행성에 거점이 있는 듯 하지만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성직자의 계급은 평신도 - 주교 - 대주교 - 총대주교로 이루어져 있다. 총대주교는 지구교의 수장이자 지구의 통치자이며, 동시에 페잔의 실질적인 통치자이다. 그 밑에 대주교, 주교 등이 있지만 구체적인 권한과 업무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유일하게 대주교로 나온 고드윈이 오딘 지부의 지부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부장은 대주교급에서 맡는듯하다.

성직자의 호칭을 보면 지구교의 조직은 정교회에서 많이 차용한 듯하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지부 등의 용어를 보면 일반적인 종교단체의 명칭만 쓰진 않는다. 하기사 지구교 자체가 사이비 종교이니 당연하지만...

원작에서는 전원 검은 옷을 입고 있지만 OVA에서는 여러 색깔의 옷을 입고 다닌다.[6]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는 검은 사제복을 입고 얼굴을 발광체로 가렸으며, 총대주교는 유일하게 하얀 사제복과 공중을 떠다니는 고리 여러 개를 몸에 두르고 다닌다.

4. 무력

지구교단이 보유한 무력은 매우 빈약하다. 교단이 보유한 우주선은 있는 듯하나 동맹이나 제국처럼 우주함대를 보유하기는 커녕 기껏해야 무장상선 정도만 가지고 있다. 지구교가 장악한 페잔도 소수 경비함대만 보유하고 있다. 총이나 독가스 같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제국군에 비하면 원시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지구교는 제국군 내부에 수많은 신도나 협력자를 가지고 있어, 유사시마다 그들을 조종하거나 제국군이 보유한 무기를 빌려 쓸 수 있었다. 양 웬리 암살사건에서도 제국군 내 신도를 활용하여 구축함 2척을 빼돌렸고, 우르바시 사건에서는 아예 주둔군을 조종하여 라인하르트를 습격하였다.

무엇보다 지구교의 큰 무기이자 가장 무서운 점은 광신도이다. 이들은 마약과 광신에 취하여 설령 이길 수 없는 상대라도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으며, 지더라도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적을 없애기 위해서는 팀킬도 감수한다.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에서 지구교 총본산 제압에 나선 제국군은 자기들이 죽든 말든 끝까지 저항하는 지구교도를 보고 전투가 아니라 '자살'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수많은 병사들이 광신적인 지구교도의 공세에 정신이 붕괴하고 말았다.

5. 교세

제국, 동맹 양국에 걸쳐 퍼져 있으며 양국 모두에서 지구교도가 등장한다.[7] 특히 제국-동맹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이에 지쳐간 민중들에 의해 지구교의 교세가 커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런 지구교의 교세는 일관성이 없게 묘사된다. 예시로 지구교 오딘지부의 경우 아직 지구교가 멀쩡한 시절인데도 큄멜 사건 당시 제국군이 오딘지부에서 죽이거나 잡아들인 지구교도들은 고작 2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명색이 은하제국 수도인데도 거기서 있던 지구교도는 고작 200여명 남짓이었던 것. 그나마 지구교 총본산은 총본산이라고 굉장히 많은 지구교도들이 나오긴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구교의 교세가 생각보다 형편없어 보인다. 허나 2년뒤 재개한 시점에서는 우르바시 사건을 일으킬 만큼 나름 제국군 내에 세력이 있는 것처럼 묘사한다. 허나 그 뿐, 다시 지구교의 교세에 대한 묘사는 쭉쭉 축소되어서 우르바시 사건으로부터 1년만에 완전히 사라진다.

그나마 제국쪽은 이 정도 규모라도 나오지 동맹쪽은 어쩌다가 나오는 단역 수준. 그나마도 우국기사단 소탕 이후로는 동맹 내 지구교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보리스 코네프가 하이네센에서 드 빌리에를 본 것을 감안하면 본거지를 잃은 후 수뇌부가 하이네센에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그래도 수백년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우리만큼 쉽게 소탕당했다. 사실 지구교는 종교단체에다가 테러단체의 성격도 섞여있음은 감안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지구교는 큄멜 사건으로부터 단 몇년 만에 완전히 소탕당했다. 작중에서는 이미 지구의 존재감이 없어진 지 수 세기가 지났으며, 현실에서 다양한 국가와 이익이나 이해관계로 엮일 수 있는 것과 달리 은하제국, 자유행성동맹 같은 거대 국가체계가 외부 문제를 해결하니 체급 문제로 쉽게 밀려버렸다.

6. 역사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6.1. 초기

서기 2129년 지구통일정부의 건국으로 역사상 첫 인류 통합체제가 출범했다. 지구통일정부는 오염된 지구를 재건한 뒤 우주로 뻗어나갔으며 100개에 달하는 행성들이 지구통일정부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러나 지구는 식민지를 착취하고 권력을 독점하는 데만 열중할 뿐, 식민지인들의 권익에는 무관심했다. 결국 분노한 식민성들이 시리우스 성계 정부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하고, 위협을 느낀 지구가 시리우스를 선제공격하면서 시리우스 전역이 발발한다. 지구통일정부는 전쟁 초반까지만 해도 우월한 전력으로 식민지 연합군을 깔아뭉갰지만 그 과정에서 약탈, 강간, 방화 등 온갖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들의 만행에 분노한 라그랑 그룹이 등장하면서 전세는 역전되고, 2704년 흑기군지구를 공격하여 모든 것을 불태우고 수십 억 명을 학살하면서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나자 지구통일정부는 해체되었고 고관들은 모두 전범으로 몰려 처형당했다. 한때 100억에 달했던 지구의 인구는 10억까지 줄어들었고 환경은 파괴되었으며 세계의 패권은 시리우스로 넘어가버렸다. 지구에 남아있던 사람 대부분은 황폐화된 모성을 버리고 우주로 떠났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지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주의 인류가 지구를 무시하고 잊어간 것에 분노했다. 그리고 그들의 망집을 양분삼아 다시 한 번 지구를 우주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하는 지구교가 탄생했다.

시리우스 전역 이후 지구에 남은 몇 안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생존을 두고, 그 다음에는 신앙을 두고 유혈사태를 벌였다. 소설에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술하고 있지 않으나,[8] 확실한 것은 지배층의 지위에서 추방당한 지구인이 투쟁심과 지배욕을 채우기 위해 싸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교는 어느새 지구의 정치권력을 장악, 지구교를 중심으로 한 제정일치 체제를 수립했다.

6.1.1. 탄생 시기

지구교의 초기 역사는 작중에서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데, 창시자는 커녕 언제 창시되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작중 언급을 종합해 보면, 지구교는 서력 28세기~29세기 사이, 즉 지구통일정부 멸망부터 은하연방 성립 사이의 시기에 탄생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 이것도 확신할수는 없다. 지구통일정부의 멸망 이후 인류사에서 소외된 지구인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종교, 즉 지구교이지만 구체적으로 지구교라는 조직을 만들어지고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시간 흐름을 정리해 보자면
시리우스 전역의 패전으로 지구통일정부가 멸망한 서기 2704년
라그랑 그룹의 와해로 안정된 체제 정착에 실패하여 찾아온 96년간의 혼란기
은하연방의 건국으로 혼란기가 종식된 서기 2801년=우주력 1년
④ 이후 310년간에 이르는 은하연방의 시대
우주력 310년=제국력 1년 루돌프 폰 골덴바움의 찬탈로 은하연방 멸망, 은하제국 건국
우주력 527년=제국력 218년 반세기에 이르는 대장정을 거친 끝에 자유행성동맹 건국
우주력 682년=제국력 373년 지구 출신의 거상 레오폴드 라프에 의해 페잔 자치령 성립
우주력 801년=제국력 492년=신제국력 2년 정전 결말
정도의 흐름인데, 일단 페잔 자치령의 탄생 배경을 볼 때 ⑦의 시점 이전에 지구교(또는 최소한 그 모태가 되는 조직)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것이 언제부터 존재하고 있었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물론 지구통일정부의 멸망 직후부터 자신들이 누려오던 권력과 기득권을 빼앗긴 지구인들의 망집과 원한이 쌓여가기 시작하기는 하였겠으나 그것이 곧바로 '종교를 통한 지배력 회복'이라는 새로운 목표 설정으로 이어져서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활동에 이르렀느냐는 별개의 문제인 것. 지구 쇠망 직후부터 절치부심하여 종교를 통한 영향력 회복을 준비했을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잊혀져 쇠락해가다가 어떤 계기 (예를 들어 뒤틀린 재능과 카리스마를 가진 야심가의 등장 등)로 기억조차 아득해진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망상에 빠져들었을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포교'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구통일정부의 만행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은 96년간의 혼란기보다는 그보다 좀 더 이후, 지구의 오만과 악행은 잊혀지고 그저 '인류의 발상지'라는 감상이 된 시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포교가 가능했을 가능성 역시 높다.

따라서 지구교의 성립 시기는 우주력 기원전 96년~기원후 682년 사이의 '어떤 시기'인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은하연방 성립 이전의 혼란기에 성립했을수도 있으나 은하연방 시기, 또는 은하제국 초기에 탄생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9]

다만 그래도 굳이 추정해보자면 추측할 단서는 있긴 하다. 시리우스 전역 후 남은 지구 거주인들 중 끝까지 지구를 떠나지 않은 이들은 처음에는 생존을, 나중에는 신앙을 두고 싸웠다고 되어있으며 은하연방 건국후 지구는 자치권을 얻었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근거로 보아 지구통일정부 멸망 후 지구에는 혼란이 찾아온 것은 확실하며 이 혼란은 은하연방이 건국된 시기와 비슷한 때에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은하연방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었다는 대목 때문인데 요구를 하지 않으면 자치권을 그냥 받을 리가 없으므로 지구 내에서 자치권을 요구한 세력이 있다는 의미이고 지구 전역의 자치권을 받을 정도면 틀림없이 지구 전역을 장악한 세력일 것이다. 그런데 작중에서 지구를 장악한 세력은 지구교밖에 없으니 지구교가 우주력 이전에 여타 많은 신앙들과 함께 등장하여 신앙끼리의 충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어떠한 이유로 은하연방으로부터 자치권을 받았다면 이야기가 매끄러워진다. 물론 원래는 지구교가 아닌 다른 종교가 주류 종교였다가 변했을 수도 있겠지만 종교의 경우에는 웬만큼 거대해지면 국가와는 달리 그렇게 쉽게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10]

6.2. 중기

지구교가 간접적으로 역사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건 우주력 682년, 제국력 373년이다. 그 해 정체불명의 지구 출신 거상 레오폴드 라프가 은하제국 정부에 로비하여 페잔 회랑 페잔 성계 제2행성의 내정자치권을 얻어내 페잔 자치령을 창건했는데, 사실 지구교가 그 배후에 있었다. 지구교 수뇌부는 페잔 회랑의 전략적 가치를 꿰뚫어보고, 이를 독점하기 위해서 지구에 충성을 맹세한 자를 파견하여 페잔 회랑을 사실상 독립시키고 부를 축적하도록 하였다. 지구교단은 무력으로 동맹과 제국에 대항할 수 없으니 페잔의 경제력과 지구교의 신앙을 이용하여 목적을 이루려고 했으며, 실현을 위해 무려 1세기 동안 인내하였다.

그렇게 등장한 페잔 자치령자유행성동맹과 은하제국 간의 중계무역으로 번영했으며, 제국과 동맹에 비견되는 막대한 부를 손에 넣었다. 제국과 동맹은 전쟁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페잔에 전시국채를 대량으로 팔았고, 페잔은 동맹과 제국의 산업에 침투하여 자원과 기업을 소리소문 없이 탈취하였다. 자연스럽게 페잔과 지구교는 계획의 전제 조건인 제국-동맹의 무한 전쟁이 끝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망명제' 만프레트 2세가 평화를 추구하자 암살하여 양국의 평화 분위기를 파토냈다.

지구교는 페잔 자치령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역대 란데스헤르(자치령주)는 모두 지구교의 꼭두각시였으며, 란데스헤르를 뽑는 선거도 모두 지구교 총대주교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었다. 지구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한 4대 란데스헤르 발렌코프는 지구교에 암살당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철저하게 은폐되어 일반 시민들은 조금도 몰랐고, 페잔이 자유를 열망하는 독립상인들에 의해 건국되었다고 생각했다.[11]

끝나지 않는 전쟁에 두 나라는 지쳐갔고, 인류사회는 정체에 빠졌으며, 희망을 잃은 민중들은 하나 둘 지구교에 입교했다. 덕분에 지구교의 영향력은 날로 커져갔다. 특히 동맹의 경우 일반시민은 물론 정치깡패우국기사단도 지구교에 입교했고, 더 나아가 동맹의 정치가들은 페잔 자치령이 살포한 뇌물을 받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페잔과 지구교의 장기말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동맹 국가원수인 욥 트뤼니히트도 지구교와 손을 잡았다.

이렇게 되자 지구교 총대주교는 앞으로 2~3년이면 지구교의 목표가 완전히 실현되리라고 믿었다. 권력과 무력이 한 점에 집중되고 있는 동맹과 제국에 이른바 '민중의 파도', 페잔에 의해 조직화되고 자금을 지원받은 지구 회귀의 정신운동이 합쳐진다면 자연스럽게 우주로 떠난 '배은망덕한 도당'들은 무너지고 지구 중심의 질서가 부활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실행을 맡은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이제와서 지구 중심의 질서가 부활해봤자 반동에 불과하며, 겉으로는 배신하면 죽는다고 협박하는 총대주교에 복종했지만 언젠가 지구교 사제들을 쓸어버리고 역사의 파도 속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할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6.3. 후기

그러나 백여년에 걸쳐 추진된 지구교의 계획에 의외의 변수가 등장하는데, 황제의 총애와 빛나는 무훈을 등에 업고 출세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다. 라인하르트는 황제 프리드리히 4세 사후 제위 계승자를 두고 벌어진 문벌귀족과의 내전에서 승리하였고, 최후의 경쟁자인 제국재상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공작마저 숙청하여 은하제국의 패권을 장악한다. 로엔그람 공작은 패권을 잡자 바로 개혁을 실행하여, 제국의 오랜 병폐를 일소하고 민생을 안정시켰으며 군사력도 증강시켰다.

반면 자유행성동맹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의 승리에 도취되어 추진한 제국령 침공작전의 대실패로 국력이 크게 쇠퇴했으며, 이듬해 구국군사회의 쿠데타로 촉발된 내전으로 또 한번 타격을 입으면서 군사력이 2년 사이 30% 수준으로 떨어져버렸다. 지구교가 그렇게 맞추려 노력하던 동맹과 제국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그러자 지구교는 페잔 란데스헤르 아드리안 루빈스키가 제안한 계획을 채택했는데, 그것은 바로 로엔그람 공작이 우주를 정복하도록 협력한 뒤 로엔그람 공작을 말살하여 그가 완성한 인류사회 통일이라는 과실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루빈스키의 진짜 의도는 우주가 통일되면 제국의 무력을 빌어 지구교단을 무너뜨려 완벽한 독립을 쟁취하는 데 있었다. 지구교 총대주교는 루빈스키가 불경한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자신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광대에 불과하다고 여겨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어쨌든 지구교의 승인을 받은 루빈스키는 심복 루퍼트 케셀링크니콜라스 볼텍을 통해 문벌귀족 잔당을 모아 은하제국 정통정부를 수립하고, 에르빈 요제프 2세자유행성동맹으로 납치하여 은하제국에 정당한 전쟁 명분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볼텍이 로엔그람 공작에게 포섭당했고, 로엔그람 공작은 페잔과 거래하여 황제를 팔아넘겼지만 곧바로 볼프강 미터마이어 제독을 보내 페잔 자치령을 기습 침공하였다. 무방비 상태였던 페잔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루빈스키는 측근들과 함께 지하 피난소로 숨었다. 교단에서 루빈스키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데그스비 주교는 루퍼트 케셀링크의 함정에 걸려 그의 앞잡이가 되었다가 제국군이 페잔을 공격하고 루빈스키가 루퍼트를 죽이는 난리통 사이에서 베료즈카 호에 탑승해 페잔을 벗어났지만, 배교했다는 자책감에 몸을 망치다가 하이네센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했다.

6.4. 말기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성공으로 자유행성동맹이 은하제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로엔그람 공작이 스스로 황제로 즉위하여 로엔그람 왕조를 개창하자 지구교는 황제가 이뤄놓은 인류사회 통일이라는 과실을 따먹기 위해 황제 암살을 시도했다.[12] 우선 문벌귀족 하인리히 폰 큄멜 남작을 포섭해 황제를 암살하려 했으나, 큄멜 남작은 정말 황제를 죽이고 싶어서 협력한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든 역사에 남기기 위해 가담한 것이었으므로 실패로 끝났고, 지구교도들이 황제 암살을 위해 뛰어들었으나 욥 트뤼니히트의 밀고로 암살 계획을 알게 된 제국 헌병들에 의해 저지되었으며, 오히려 지구교 오딘지부가 궤멸하고 만다. 이 계획에 참가했던 신도들의 시신에서 지구교의 상징이 발견되었으므로, 제국은 지구교가 사건의 배후라고 쉽게 특정할 수 있었다(큄멜 사건).

이전까지 카이저 라인하르트의 지구교에 대한 인식은 무관심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들이 황제 암살까지 시도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세력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이상, 군대를 보내 진압하기로 결심한다. 카이저 라인하르트는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상급대장을 지구로 파견해 지구교를 소탕할 것을 명령했다.

우연찮게도 제국 어전회의에서 지구교 토벌을 결정할 때쯤, 율리안 민츠올리비에 포플랭을 비롯한 보리스 코네프 일행이 지구교 총본산에 잠입했다. 이들은 지구교도들과 함께 생활하며 본거지를 샅샅이 수색했다.

지구교 수뇌부는 은하제국군이 지구로 오고 있는 걸 알고 미리 수를 써 두었다. 제국군으로 위장한 암살자가 바렌 상급대장을 암살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암살은 실패했고, 변변한 방공전력이 없었던 지구교 총본산은 제국군의 공격에 노출되고 만다. 제국군은 콘라트 린저 중령 휘하 2개 대대를 투입해 총본산에 진입했으며, 독가스 살포와 자폭, 자살돌격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구교의 저항에 고전했지만 우월한 훈련도, 병력, 무장으로 우위를 점했다. 지구교 총대주교는 탈출 대신 총본산을 폭파시켜 신도들과 함께 지하에 묻혔다. 이때 율리안 민츠는 지구교 자료실에서 지구교의 기밀이 담긴 광디스크를 찾아내는데 성공했고, 엘 파실 독립정부로 돌아가 양 웬리에게 전달하였다(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

은하제국의 지구토벌로 지구교 수뇌부는 궤멸했으나, 대주교 드 빌리에는 탈출하여 지구교 잔당을 규합하였다. 그리고 지구 중심의 신정국가를 세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웠다.
  • 라인하르트가 우주를 통일하도록 도와준 뒤, 부하들이 반역을 일으키도록 해서 라인하르트를 폭군으로 만든다. 신뢰하는 중신이 반역을 일으키면 황제는 부하들을 믿지 못해서 자주 탄압과 숙청을 벌일 것이며, 그에 불안감을 느낀 신하들은 반란을 일으킬 것이고 이는 다시 숙청을 부른다. 결국 숙청과 반역의 연쇄 속에 황제는 인간불신에 걸려 점점 폭군으로 전락할 것이다.[13]
  • 폭정에 신음하는 민중들의 증오와 원한은 라인하르트에게 집중될 것이며, 그 때 폭정에 대항하는 이념은 '역겨운' 민주공화정치가 아닌 지구교여야 한다.
  • 세를 모은 지구교가 로엔그람 왕조를 타도하고 우주를 다스린다.

그 첫번째를 실현하기 위해, 지구교는 세상에서 잊혀진 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앤드류 포크를 탈출시켜 세뇌한 뒤 회랑 전투 이후 황제와의 회담을 위해 제국군으로 가고 있던 레다 II호의 주의를 돌리고, 함내로 침입하여 양 웬리프란체스크 롬스키를 비롯한 엘 파실 독립정부 수뇌부들을 암살하였다. 이 때에도 지구교의 표식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엘 파실 독립정부는 지구교가 사건의 배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작전의 성공으로 드 빌리에는 다른 주교들을 제치고 지구교의 패권을 거머쥔다(양 웬리 암살사건).

라인하르트에 의해 우주가 거의 통일되자, 지구교는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한다. 노이에란트(구 동맹령) 우르바시 행성에 있던 황제의 암살을 시도하여 노이에란트 총독 오스카 폰 로이엔탈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고, 결국 로이엔탈은 반란을 일으킨다. 이 계획은 중간에 노이에란트 총독부의 조사로 실패할 수도 있었으나, 일신의 영달을 위해 지구교의 범행사실을 숨긴 알프레트 그릴파르처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노이에란트 전역).

로이엔탈의 반란은 실패로 끝났으나, 지구교의 의도와는 달리 라인하르트는 폭군이 되지 않고 여전히 선정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와 결혼하고, 힐데가르트가 임신하면서 명확한 후계자가 없다는 로엔그람 왕조의 약점마저 사라져버렸다. 거기에다 지구교 토벌 이후 실권을 잡은 대주교 드 빌리에에게 평신도 수십 명이 쳐들어와 총대주교를 대면하고 싶다고 요구하며 불신과 의혹을 표하자, 드 빌리에는 가짜 총대주교를 신도들 앞에 보여 의혹을 해소했다.

얼마 뒤, 오베르슈타인의 풀베기로 구 동맹의 명사 수천 명이 수감된 라그풀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이 사건 자체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제국의 장성들은 모두 지구교를 배후로 추정했으며, 지구교가 은하제국과 이제르론 공화정부 사이의 신뢰관계 성립을 막기 위해 벌인 짓이라 추측했다.[14](라그풀 교도소 폭동사건).

우주력 801년, 지구교는 황후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와 그 뱃속의 아이를 암살하려 했다.[15] 암살 시도는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울리히 케슬러의 활약으로 아슬아슬하게 실패한다. 황후 힐데가르트는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이 사건으로 지구교는 지구교 페잔지부를 비롯한 페잔의 조직들이 모두 소탕되어 큰 타격을 입는다(호랑가시나무관 습격사건).

6.5. 멸망

계속된 실패와 제국의 추격으로 지구교의 교세는 빠르게 축소되어 교단 수뇌부와 마지막 행동부대를 제외한 나머지 조직들은 모조리 소탕당했다. 궁지에 몰린 지구교단은 몰래 페잔에 잠입하여 다시 황제 암살을 시도했지만 제국군에 체포당한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 때문에 조직의 실태와 계획이 모두 제국군에게 노출되어 버렸다. 어차피 황제는 불치병에 걸려 1년은 커녕 하루도 살기 버거울 정도로 병세가 위중했기에[16] 굳이 황제를 암살할 필요는 없었지만 오베르슈타인이 "황제의 병환은 회복세이며, 병이 나으면 지구교의 근원인 지구를 파괴할 것"이라는 가짜 정보를 유포하자 여기에 낚여 황제 암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미 몰락할대로 몰락한 조직은 가짜 총대주교드 빌리에까지 총출동했는데도 달랑 20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폭풍이 거세게 불어 임시 황궁의 보안설비들이 무력화되는 바람에 의외로 수월하게 임시 황궁에 침입할 수 있었다. 이들은 케슬러가 이끄는 헌병대에 쫓기면서 황제의 방에 사제폭탄을 투척했으나 그 방은 오베르슈타인의 방이었기에 엉뚱하게도 황제가 아니라 오베르슈타인을 죽였다. 그리고 그들은 도망치다가 이제르론 공화정부 사절단에게 걸려 죽거나 붙잡히고 말았다. 가짜 총대주교도 율리안의 손에 죽고, 드 빌리에는 자신이 아는 정보를 제국에 제공하여 살아남으려 했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율리안의 분노어린 총격에 온 몸에 바람구멍이 뚫려 죽는다. 남은 지구교도들도 모두 죽거나 체포했고, 지구교단은 그 오랜 역사를 끝내고 퇴장했다.(벨제데 임시 황궁 습격사건)

7. 실패의 원인

지구교는 우주력 700년대 말쯤 되면 계획의 실현에 불과 몇년 안 남았다고 자부할 정도였지만 정작 몇년 안가 자기네들이 멸망하는 결말을 맞았다. 그것에는 다음과 같은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7.1. 부족한 기반과 지구의 매력 부재

지구교는 지구를 다시 전 인류사회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으나 그렇기에는 지구 자체의 입지조건이 너무 좋지 않았다.

은영전의 지구는 이미 지구통일정부 시기부터 부족한 자원을 충당하기 위해 식민성들을 착취해야 했고, 흑기군궤도 폭격과 살아남은 지구인들의 대량 이주, 거주민들의 내부투쟁으로 인구가 격감하여 우주력 8세기 기준 불과 1천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미 은하연방 시절부터 지구는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치권을 받았을 정도였다. 자원과 부는 고갈되었고, 환경은 오염된 지 오래이며 인류의 우주 개척으로 인류의 중심지라는 지위마저 잃고 변방 행성으로 전락한 게 지구였다.

우주세기스페이스노이드처럼 우주 이민자들 마음 속에 지구에 대한 동경이 있다면 그나마 상황은 좀 나았겠지만 은영전의 우주 이민자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을 착취하는 지구를 극도로 증오하여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도록 파괴해버렸고, 그 다음에는 그러한 증오조차 사라질 정도로 철저히 무시, 망각하였다. 지구를 숭배하는 지구교도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지구는 그냥 "인류의 발상지"일 뿐이고, 그마저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으며 지구가 사라지든 말든 별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그 루돌프 대제조차 지구를 무시했다니 말 다했다. 마지막 남은 문화적 우월성마저 박살난 상황에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되어야 할 근거라고는 오로지 한때 인류의 중심지였다는 과거의 영광 밖에 없다.

오히려 지구보다 지구교가 이면장악한 페잔이야말로 인류사회의 중심지에 적합한 행성이었다. 행성 자체는 척박하지만 그래도 20억 명이 거주할 정도는 되고, 양대 세력을 잇는 통로로써 경제적 번영은 물론 통치와 방어에도 유리하다. 지구교도 이 점을 고려하여 페잔 자치령을 만들어 부를 축적하도록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 인류의 중심지는 지구가 아니라 페잔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나마 페잔 자치령이라도 잘 건사했다면 또 모르겠는데 금발 애송이니콜라스 볼텍을 회유하여 낼름 페잔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페잔은 총 한방 쏴보지 못하고 멸망, 더욱이 그 페잔의 란데스헤르인 루빈스키는 내심 지구교의 뒤통수를 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있는 기반마저 잘 통제하지 못한데다가 심지어는 허무하게 잃어버린 것.

페잔 자치령의 멸망을 기점으로 하여 지구교는 몰락의 스타트를 끊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교 조직은 건재했지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특성상 페잔이라는 인형을 통해서 양지에서 활동한 것인데 그 페잔이 멸망했으니 음지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었고 일이 크게 꼬였다. 그나마 양지에서 활동하던 부분도 큄멜 사건 때문에 오딘 지부와 총본산이 털리고 탄압이 강화되면서 막혀버렸고...

2년이 지난 후에도 마찬가지로 그나마 이전의 위세는 어디 가지는 않았는지 무려 현역 제국군 장군을 동원해 우르바시 사건을 일으키고 이후에는 호랑가시나무관을 습격했지만 역시나 실패하고 페잔 지부만 날려먹었다. 그렇게 모든 기반을 다 잃고 쪼그라든 지구교는 오베르슈타인의 헛소문에 낚여 벨제데 임시황궁을 습격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모조리 진압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무력 수준도 허약하기 짝이 없다. 애초 음지에서만 활동하던 이들이긴 하고 제국군과 커넥션을 통해 몇몇 군함이나 무기를 빼돌려 써먹긴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우주함대는 커녕 제대로 된 군사조직조차 없었고 신도들에게 낡은 무기들을 쥐어준 게 교단이 가진 무력의 전부였다. 당연히 제국군과 정면대결하자 순식간에 깨져나갔고, 그나마 광신에 가까운 근성으로 제국군 병사들을 질리게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기실 다른 점은 다 제쳐두더라도 이 점이 아마도 지구교가 실패할 수 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작중에서도 서로 대립한 세력들의 대결 구도가 성립된 이유도 이들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 맞설 만큼의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리우스 전역부터 설친 우주해적들은 확실히 뿌리내린 근거지도 대단한 군사력도 이들을 묶을 조직력도 없어서 소설 내에서 비중은 극도로 낮고 안보에 위협을 끼칠 만큼 강하지도 않으며 은하제국의 공화주의자들은 제국을 뒤엎을만큼의 힘도 세력도 없다. 페잔 자치령도 국가기는 하며 경제력만은 부강하지만 군사력이 제로 수준이라 허무하게 망했다. 마찬가지로 지구교도 기초적인 기반이 부족했기에 처음에는 어찌저찌 위협할 수준은 되었지만 얼마 못가서 그 세력이 쉽게 위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7.2. 비협조적인 협력자들

지구교가 권력지향적이며 전 우주의 패권을 거머쥘 야망을 가져서 그런지 그 협력자들도 대게 그런 편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이들도 지구교와 마찬가지로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구교와 유대할지언정 복종하지는 않고 자신을 위해서 지구교를 팔아먹는 짓도 저지른다. 다음은 대표적인 지구교 협력자들과 그들의 행보다.
  • 욥 트뤼니히트: 언제부턴지는 알 수 없지만 지구교와 협력해왔고 때문에 구국군사회의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용케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버밀리온 회전 막판에도 지구교도를 동원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뷰코크를 제압했다. 하지만 트뤼니히트의 계획에 지구교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는 제국을 입헌군주국으로 변환시켜 자신이 권력을 쥘 생각을 했기에 얼마 후 벌어진 큄멜 사건 당시 이 사건의 주모자가 지구교라는 사실을 불었다. 물론 그 사실은 제국측에서도 라인하르트를 사살하려 한 지구교도를 죽였을 때 알아차렸다. 하지만 큄멜 저택 현장과는 별개로 트뤼니히트의 고발에 의해서 울리히 케슬러는 발빠르게 움직여 큄멜 저택으로 지구교 오딘 지부로 헌병들을 내보낼 수 있었는데 짜여진 것이 그렇게 짜여진 것이지 이런 긴급상황에서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건 분명하다. 그래도 일단 지구교 측에서는 이후로도 꽤나 써먹을 카드라고 여겼는지 노이에란트 전역 막바지에 트뤼니히트가 살해당하자 지구교 내부에서 드 빌리에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실제로 보리스 코네프가 지구교도 일당이 트뤼니히트 저택으로 들어가는걸 목격한걸 감안하면 암암리에 협력중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 우국기사단: 지구교에 입교했다고는 하는데 그 이후 아무 활약이 없다가 하이네센 대화재 때 범인으로 몰려 해산된다. 다만 입교 외의 접점은 별로 없긴 했어도 입교 후에도 교류가 없던건 아닌지 제국군이 우국기사단에 대해 조사할 때 우주력 799년까지도 지구교와 커넥션을 주고받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한다. 우주력 799년이면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이 일어난 해인데 정황상 본부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교류한 것으로 보인다.
  • 아드리안 루빈스키: 전대 란데스헤르 발렌코프가 지구교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다가 지구교측에게 암살된 후 선출된 란데스헤르라 그런지 지구교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 했지만 그도 발렌코프처럼 지구교의 영향력을 벗어나려고 했다. 지구교가 백년도 넘게 고수한 제국과 동맹을 서로 약체화시킨 뒤 접수한다는 계획을 라인하르트에게 통일우주를 안겨준 후 라인하르트를 제거해 꿀꺽한다는 계획으로 바꾸게 한 것이 루빈스키인데, 그 계획은 어디까지나 루빈스키를 위한 계획이었지 지구교를 위한 계획은 아니었다. 계획대로 동맹이 제국에 복속되고 페잔이 제국의 신하로서 종전처럼 경제적 권익을 보장받을 때, 루빈스키는 제국의 군사력을 이용해서 지구교단을 일망타진할 생각이었다. 루빈스키 역시도 우주를 좌지우지할 생각이 있었지만 지구교처럼 정치적인 것이 아닌 경제적인 면이었기에[17] 루빈스키도 말은 저렇게 했지만 실제로는 그래봐야 혼란이 발생하며 이를 수습하기 위해선 엄청난 돈과 강대한 군사력과 엄청나게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들인 루퍼트에게 솔직하게 깠다. 애초 지구교에는 군사력이 없음을 생각해보면 지구교의 구상이 얼마나 허황되었는지 알 수 있다. 루빈스키는 고대 로마 후기나 중세 유럽처럼 기독교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지구교를 똑같이 만들려고 했으나 닥치고 지구를 중심으로 인류를 살아가게 한다는 고집만 부리니 불가능하다고 했다.[18] 우습게도, 루빈스키가 이야기한 페잔을 중심으로 하는 인류 중심지는 정말로 라인하르트가 페잔을 새로운 제국 수도로 정하면서 이뤄졌다.
  • 하인리히 폰 큄멜: 너무도 병약한 나머지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죽을 수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한 나머지 나쁜 의미로라도 이름을 남기겠다고 마음을 먹어 큄멜 사건을 일으킨다. 하지만 큄멜 남작은 지구교와는 달리 라인하르트를 암살한다는 것보다는 라인하르트가 목숨을 아까워해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아주 잠깐이나마 온 우주를 손에 넣었다는 희열감을 느끼기 위해서였기에 라인하르트를 죽이지 않았다.
  • 루퍼트 케셀링크: 애비인 루빈스키와 같았는데 여긴 한 술 더 떠 데그스비 주교를 약물 중독으로 만들어 타락시키고 총대주교를 없애고 데그스비에게 총대주교 역할을 하라며 아예 지구교를 분열시키려고 했다.
  • 하이드리히 랑: 본인은 몰랐지만 지구교에 협력한 셈이 된 인물로 루빈스키에게 놀아난 인물. 루빈스키의 제안에 넘어가 지구교가 일으킨 우르바시 사건에 간접적으로 협조했다.
  • 앤드류 포크: 이쪽은 철저하게 지구교가 이용하려고 한 대상일 뿐 지구교의 협력자는 아니다. 애초에 지구교도들도 앤드류 포크를 좋게 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 알프레트 그릴파르처: 이쪽은 협력은 커녕 서로 면식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우르바시 사건의 주범이 로이엔탈로 보이게 하게끔 하려고 지구교가 배후인 것을 로이엔탈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그 결과 당초 지구교의 목적과 달리 라인하르트가 살아남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자기네들의 범행으로 드러난 것은 노이에란트 전역이 종결된 후였다.
  • 보리스 코네프: 진지하게 협력자인 것은 아니고 단지 지구교 신도들을 지구로 실어 옮겨주는 일만 했다. 다만 지구교와 여러번 접촉한 만큼 나름대로 아는 것도 많아서 양 웬리 함대측에 도움을 주었다. 그 자신이 양 웬리 함대의 협력자이기도 했다. 타이밍 때문에 늦었지만 양 웬리 암살사건 당시 이제르론 요새에 교신하여 앤드류 포크가 양을 암살하려 한다는 말을 하여 양 웬리가 암살당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기도 했다.

보면 알겠지만 직접적으로 협력한 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제 목적만 염두에 두어 지구교를 이용하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 결과 지구교는 큄멜 사건, 우르바시 사건 등의 작중 중후반부 많은 사건들의 배후였음에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7.3. 통제수단의 부재

이런 상황에서 지구교는 협조자들에 대한 통제수단이 없었다. 가장 협력관계였던 페잔이래봤자 자치령주를 상대로 '죽여버린다?'를 시전하는 것이 고작이고 나머지는 그런 통제수단조차 없어서 그들은 자기 의향에 따라서 지구교를 팔아먹기도 지구교를 이용하기도 했다.

사실 이것은 예견된 일이었는데 지구교 협력자들은 서로간의 연계도 없고 지구교와의 교류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교류가 많은 페잔도 지구교는 페잔에서 흑막 노릇이나 하고 있었지 페잔의 특정 분야를 틀어쥔 실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지구교가 정식으로 페잔의 실권을 장악한 것도 아니었다. 즉 가장 지구교의 통제하에 있던 란데스헤르조차도 그가 지구교에 반항하면 대응할 수단은 암살밖에 없었다... 어차피 지구교와 페잔의 관계는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고 그런 만큼 루빈스키같은 모략과 야심을 지닌 자라면 충분히 시도해볼만 하다. 당연하지만 이게 성공해 페잔을 잃는다면 지구교는 모든 기반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7.4. 비현실적인 계획

지구교의 목표는 그렇다고 쳐도 계획 자체도 문제가 많다. 처음에 지구교의 목표는 제국-동맹 전쟁을 지속해 양국 모두 지치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그 대안으로 지구교가 떠오르게끔 하는 것이다. 일단 여기는 반절은 성공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지구교 신자는 양국 모두에서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 다만 지구교의 몰락 속도를 보면 전 우주에 깊게 뿌리박히지는 못한 듯 하다.

하지만 라인하르트 집권 후에는 조금 바꾸어서 제국이 동맹을 멸망시키고 라인하르트가 우주를 손에 넣으면 그 라인하르트를 암살하여 어떻게 해 보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협력대상을 하인리히 폰 큄멜으로 잘못 고르는 바람에 실패했고 제국의 반격을 맞았다.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 이후에는 드 빌리에의 주도로 왕조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켜 라인하르트를 폭군으로 타락시켜 민중이 고통받게 만든 후 지구교가 그 대안으로 떠올라 로엔그람 왕조를 타도하자는 기존의 두 계획을 어느정도 섞은듯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라인하르트가 폭군이 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설사 폭군이 되더라도 문제가 있다. 라인하르트가 폭군이 된다면 심하면 루돌프 대제의 재림인 셈인데 사실 그 막장인 루돌프 대제의 시기에도 공화파라는 반대 세력이 있었지만 그의 생전에는 찍소리도 못했고 그의 사후에야 들고 일어났지만 워낙 왕조의 기초가 잘 다져져서 실패했다.

그나마 양보를 좀 해서 라인하르트가 기초를 다지는데 실패했다고 해도 쉽지는 않은 것이 아무리 라인하르트가 왕조의 기초를 못 다져도 로엔그람 왕조가 건국되기도 전부터 가진 기반은 지구교 따위보다 튼튼하다. 기존 제국령에 구 동맹령까지 가지고 있으며 10만척 이상의 병력까지도 보유한 로엔그람 왕조를 민중반란 정도로는 전복시킬 수 없다. 적어도 왕조 내부에 협조자들을 얻어야 하는데 지구교의 협조자들의 행보가 그 모양인걸 감안하면 성공은 요원하다.

마지막으로 공통적으로 지구교에게는 계획을 실현시킬 힘이 없다. 어떤 계획을 세우던 마지막은 결국 기존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무력충돌인데 입장이 나름 비슷했던 라그랑 그룹과 비교해 보면 지구교는 모든 면에서 그들보다 절대열세다. 심지어 페잔의 막대한 경제력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처음 계획이라면 몰라도 나중의 계획들에서는 그것조차 사용할 수 없다.

7.5. 잇달은 실패

지구교의 여러 공작들 중에 성공한 건 오직 양 웬리 암살사건우르바시 사건 둘 뿐이다. 양 웬리 암살사건을 일으켜 다시금 제국과 양 웬리 함대의 사이를 벌리려고 했고, 우르바시 사건을 일으켜 라인하르트와 로이엔탈의 사이를 벌리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전자는 제국, 양 웬리 함대 모두 지구교 소행임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오히려 그들의 최종보스인 라인하르트를 도운 꼴만 되었다. 우르바시 사건 역시 로이엔탈이 반역을 일으키도록 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딱 거기까지, 라인하르트는 끝까지 명군으로 남았고 심지어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와 결혼하고 아이까지 가지면서 제국의 약점이었던 확고한 후계자 부재라는 문제까지 해결되어버렸다.[19]

그래서 곧 태어날 황자를 암살하기 위해 호랑가시나무관 습격사건을 벌이지만 역시 실패하며 오히려 페잔 지부가 궤멸당해 지구교는 멸망 직전에 몰린다. 결국 최후의 발악인 벨제데 임시 황궁 습격사건을 일으키지만 오베르슈타인을 죽이는 데 성공할 뿐 정작 황제를 죽이지는 못하고 멸망했다. 물론 그 이전의 큄멜 사건에서의 실패는 덤이다.

물론 지구교의 과거 모습을 보면 분명 지구교 그 자체가 무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골덴바움 왕조의 황제 중에서 제대로 된 기록이 남은 황제 중 암살당했다고 공인된 황제는 율리우스, 아우구스트 2세, 구스타프 1세, 만프레트 2세인데 그나마도 지구교에게 암살당한 만프레트 2세만 빼면 암살범은 황제와 아주 가까운 지간이었다.[20] 그런데 지구교는 황제와 별 관계도 없는데 황제 암살이란 간 큰 짓을 해냈고, 게다가 페잔 회랑의 전략적 가치를 먼저 알아본 것도 지구교가 초기에는 아주 허접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단 걸 의미한다.[21]

그리고 또 작중에 실패한 사건들이 많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실패한 사건 중에서도 단순히 운이 나빴던 사건[22]도 있었기 때문에, 지구교를 무조건 무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럼에도 지구교는 우주력 796년 당시에 몇년만 있으면 전 인류를 지들이 장악한다는 김칫국이나 마시고 있었다.[23] 극중 루빈스키가 아직 지구교 세력이 굳건하던 시절에조차 저건 불가능하다고 루퍼트 케셀링크에게 털어놓으면서 그냥 고대 로마처럼 기독교가 고대 로마 후기를 차지하여 국교같은 종교로 만들던 것을 시도하면 몰라도 도저히 불가능한 고집을 지구교 고위층이 꺾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그 고대 로마조차도 성지인 예루살렘을 수도로 만드네 뭐하는 짓을 안했다.

결국, 가장 큰 실패원인이라고 볼 것이 총대주교부터가 닥치고 지구를 중심지로 만든다고 현실조차 구별도 못하는 고집이나 부리는데 이뤄질리가 없었다.

7.6. 무능화

위의 실패들만 놓고 보면 지구교가 원래 무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4대 란데스헤르 암살까지는 지구교는 자기가 목표한 바를 이뤄내고 있었다. 심지어 지구교의 최대 업적인 페잔 자치령 설립은 교묘하게 지구교 협력자면서도 일단 지구교도는 아닌 레오폴드 라프를 앞세워 실은 시리우스 전역 당시 지구 수뇌부들의 비자금이던 출처불명의 자금을 동원해 자치령 설립에 성공했는데 후세에는 레오폴드 라프가 왜 그렇게까지 자치령 설립에 전념했는지만 궁금해할 뿐 그 밑에 있던 진실에는 근처조차 다가가지 못했다. 심지어 구국군사회의 쿠데타와 페잔이 동맹을 멸망시킬 것,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 당시 제국군이 페잔 회랑으로 쳐들어올 것까지 예상했던 양 웬리조차 율리안이 지구에서 빼내온 자료를 통해서야 그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그 이후 1세기간 페잔을 내세워 제국, 동맹 양국의 국력을 일정비율로 계속 맞춰가며 전쟁을 장기화시키는 일을 이어왔다. 이 역시도 우수한 능력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그래도 큄멜 사건까지는 어느정도 유지되었는지 소리소문없이 큄멜 남작과 접근해 라인하르트 암살을 사주하는데 바깥활동이 어려운 큄멜 남작의 사정상 지구교 측에서 그에 대해서 파악한 후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큄멜 사건의 보고를 전달받고 큄멜에 대해서 도대체 뭘 위해 산 거냐고 중얼거리는 드 빌리에의 대사를 보면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드 빌리에의 능력으로 보이고 정작 다른 지구교 수뇌부들은 그렇지 않은지 총대주교라는 작자는 제국군이 큄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지구교 본거지로 쳐들어오자 그냥 자살해버린다. 살아남은 지구교도들은 결국 드 빌리에에게 휘둘리는 신세가 된 것을 보면 드 빌리에보다 능력이 뛰어난 자들도 죽은 것은 물론 그 지위가 비슷했던 자들도 다 죽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드 빌리에라고 능력이 뛰어난건 아니다. 결국 그가 제안한 작전들은 대부분 말아먹었고 또한 그가 지구교단을 장악했어도 그가 직접 장악한 것이 아니라 가짜 총대주교라는 꼭두각시를 내세운 것으로 보아 그에게도 자기만의 무언가로 지구교단을 사로잡을 카리스마는 없던 모양이다. 거기다가 드 빌리에가 주도한 양 웬리 암살사건도 양 웬리 암살에는 성공했지만 어물쩡거리다가 그 사건의 범인이 자신들이라는걸 드러내고 말았다.[24]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작중 시점에서 지구교단은 페잔 자치령 창건 시점보다 무능해져있다. 총대주교란 작자는 무턱대고 자살하고 그 뒤로 실세로 군림한 드 빌리에마저 저 모양이니 도저히 유능하게 보일 수가 없다.

사실 초창기부터 지구를 중심으로 암약했을뿐이지 페잔을 중심으로 활약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창건 시점부터 대대로 무능했던것은 맞다. 물질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지구의 거대시설에 짱박아둘만큼의 재력과 인력을 진작에 모두 페잔에 투입하고 총대주교가 머무르는 곳도 페잔으로 삼아서 포교와 동시에 발전을 도모했다면[25] 수백년의 시간이 흐른 작중 시점에 이르러서는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물론 전면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는만큼 어느 시점에서 정체가 발각되었을수도 있겠지만, 전투함선을 가진 세력이 쳐들어오기만 해도[26] 멸망할 정도의 세력만 간신히 유지해오는 작중의 지구교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다.

7.7. 비밀 유지의 실패

문제는 실패를 해도 자기네들이 배후임이 드러나지 않으면 그나마 낫다. 실패하더라도 또 노릴 기회는 있으니까, 심지어 이쪽은 ISIS처럼 자기들이 테러 배후라고 떠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구교도들은 광신도답게 지구교단의 구호가 적힌 문구를 꼭 가지고 다녀서 너무나도 쉽게 배후임이 들통난다. 이것도 '무능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명백하게 적대적 임무를 하달받고 잠입한 공작원인데 자기가 어느 소속인지 남에게 알려줄 수 있는 상징물을 소지하고 다닌다는 것은 작위적으로 보일 정도의 바보짓이다.[27] 그 로엔그람 왕조 최초의 반란인 노이에란트 전역마저도 그릴파르처가 엉뚱한 욕심만 안 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양 웬리 암살사건이 지구교가 배후라는 게 금세 들통나서 망한 것도 그 비밀 유지 실패가 컸다.

다만 그래도 일부분에서는 꽤 잘한 편이기는 하다. 예를 들어 지구교 페잔지부는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으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도 무사했는데 그나마도 무너진 이유조차 호랑가시나무관 습격사건의 여파다. 즉, 이들은 평소에는 확실히 자기네들의 존재를 감추는 데는 능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 페잔지부는 제국의 수도인 페잔에 있었는데도 제국은 호랑가시나무관 습격사건으로 붙잡은 지구교도들을 고문하고서야 위치를 알 수 있었다.

7.8. 제국의 토벌전

제국의 토벌도 몰락 속도를 높여주었다. 사실 전대인 골덴바움 왕조 시절이라면 지구교의 몰락 속도는 늦어졌을지도 모른다. 골덴바움 왕조는 무능한데다 여러 이유로 제약도 많아서 지구교를 신속하게 토벌할 수 있었을 지 미지수이기 때문. 본부 정도야 간단히 밀어버리겠지만 지구교가 제국에서는 합법적인 종교로서의 역할을 정지하고 확실한 비밀조직화 되어서 활동한다면 그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본부는 제국군을 동원해 쓸어버리면 된다지만 반체제 세력을 제거하는건 헌병대와 사회질서유지국이 동원되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 지구교에게 어느 정도의 능력과 운이 따라준다면 살아남는건 가능했을 것이다. 더하여 아직 페잔과 동맹이 건재하기도 하고.

그러나 지구교가 토벌받는 시점은 로엔그람 왕조 시대였다. 황제 이하 수뇌부가 모두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진 로엔그람 왕조는 골덴바움 왕조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유능했다. 이를 보여주는게 드 빌리에에 의해 양 웬리 암살사건이 터지는 것으로 지구교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드러냈는데, 겨우 1년도 못가 지구교가 박멸당한다. 기독교의 사례에서 보듯 종교란게 박해한다고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님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놀랍게 빨리 몰락했으며 작중에서 지구교를 잡기 위해 누구보다도 혈안이 되었고 또 그럴 수 있는 집단이 제국 뿐임을 감안하면 제국이 엄청나게 유능하게 지구교를 토벌했을 것으로 보인다.

8. 만일 지구교가 성공했다면?

만약 지구교가 성공해서 지구가 다시 전 인류의 중심지가 된다면, 루빈스키 말마따나 역사의 퇴보이자 암흑기가 도래할 것이다. 근대시민사회 성립 이후 민주주의에 자리를 내준 전제군주제를 부활시켜 반동적인 정치를 펼친 루돌프처럼, 전 인류를 다스리는 신정국가가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며 '이교도'를[28] 억압할 것이다. 그리고 지구교 교리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지구교 입장에서 민주주의는 '역겨운' 것이므로, 민주주의는 종말을 맞고 황제 대신 지구교 총대주교가 전 인류사회를 통치하는 또 다른 전제군주제가 성립될 것이다.[29] 그나마 전제군주정은 왕조의 권위만 위협받지 않으면 무난하게 선정을 펼칠 여지라도 있지, 신정국가는 정상인의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자기들만의 정치를 그것도 비효율적으로 펼치기 때문에 나라가 잘 굴러갈 턱이 없다. 대개 이렇게 정부를 대체할 정도로 권력에 집착하는 종교집단은 권력과 종교교리가 결합되어 비틀려서 실상 사이비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신민들이 제대로 된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는 확률이 희박하다.

지구교가 당장 성공을 거둔다 해도 그 패권을 장기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당장 지구교의 희망대로 지구를 중심지로 돌리려면 통일정부 때처럼 100억 까지는 안 되더라도 하이네센이나 페잔처럼 수십억 대 인구를 이주시켜야 하겠지만, 지구에는 사람이 1천만 명밖에 없기에 사람들을 이주시켜야 한다. 그런데 무슨 수로? 사람들을 배부르게 먹여주고 사람들이 살 수 있게 인프라를 갖춰주면 된다? 말이야 쉽지만 900년 전에 이미 지구 전체가 전쟁으로 박살 난 상황에 이 모든 걸 이루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데 그나마도 지구가 자체적인 생산을 할 길도 막막하다. 지구 전역을 공업화시키는 발상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 공업단지를 짓는 것도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것도 불가능한 게 이미 지구는 900년도 더 전에 자원이 바닥나서 식민지별을 착취하면서 부를 유지했을 뿐이었다. 시리우스 전역에서 나오듯이 식민지별들이 힘을 합쳐 전쟁을 일으켜 지구로 가는 자원 보급을 끊어버리자 지구 안에서 100억 인구인 군대는 지구 민간인을 착취해야 할 정도로 물자를 스스로 갖출 수도 없었다.

한마디로 황무지가 된 지구에 공장을 짓자면 이건 다른 별에서 자원을 따로 가져와야 하니 항만시설도 새롭게 더 엄청나고 크고 많이 만들어야 하고 공장을 돌릴 에너지 역시 외부 보급에 의존해야 하니 이것도 따로 크게 준비해야 하고 그럼 저 공장 시설에 일할 사람들 거주지, 생활구역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그냥 공장 시설을 짓는 수준이 아닌 그 모든 것을 다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지구뿐이 아니다. 이미 900년 전에 인류는 테오리아 성계로 대다수 인류가 건너가 버리면서 은하계는 지구는 물론, 은하계 별들도 항만시설이니 거주시설도 버려져있다. 꼴랑 지구만 저렇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 지구를 중심지로 만들자면 달이나 은하계 여러 별까지도 중간 정착지로서 마찬가지로 엄청난 시간과 돈으로 재개발해야 한다. 작중에서 시리우스 전역으로 쫄딱 망한 건 지구만 언급되지만 지구를 버려두고 인류는 다른 성계에서 은하연방을 이룩하고 지구를 잊어버려 지구는 사실상 버려졌기에 태양계 행성항만시설이나 거주지들도 쫄딱 망했을 수 있지만 그래도 37세기 세계관에서는 정 안되어도 달 같은 태양계의 다른 거주지들을 내버려도 주위 성계들의 도움으로 어떻게 할 수 있긴 하다. 이 시간대는 100광년도 가지 못하는 28세기가 아니라 1만 광년 가는데 몇 달 정도면 되는 37세기 초이긴 하다. 하지만, 극 중에서도 동맹도 제국조차도 오랜 전쟁이나 여러 문제로 아예 자국령 변경 행성 개발 및 개척도 흐지부지되어 버린 상황에 머나먼 지구로 가서 개발하고 뭐 하는 것은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드는 건 똑같으며 이는 루빈스키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정도로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라고 서술된다.

이러니 드는 돈이나 시간이 대체 얼마나 들지 상상도 하기 어려울 형편이지만 알다시피 지구교가 가진 부라곤 신도들의 기부금 정도다. 결국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세금을 거두어야 하는데 저 많은 돈을 최대한 단기간에 마련하려면 착취할 수밖에 없다. 그럼 사람들은 들고일어날 거고 그렇다면 군사력으로 찍어 눌러야 하는데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우주 전체가 지구교에 미쳐 살지 않는 이상 지구교가 지구를 실질적인 중심지로 돌려놓는 건 불가능하다.

운이 좋아 가능하더라도 지구통일정부 시절보다도 더 넓어진 인류의 생활권 때문에 유지가 힘들 테고 누군가 이제르론 회랑과 페잔 회랑을 장악하기라도 하면 지리적인 이유로 우주의 반쪽이 절단 난다. 이러느니 차라리 페잔을 인류의 실질적인 중심지로 삼아 전 인류의 지구교도화를 진행시켜 인류가 지구 교도 가 되어 지구를 정신적으로 숭배하게 하는 게 더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실에서 비슷한 사례는 이슬람교가 있다.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메디나는 이슬람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성지고 그리고 일단 메카도 2백만이나 사는 도시라서 작은 곳도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정통 칼리프 시대 이후로는 이슬람 왕조들이 메카를 수도로 삼지는 않았다. 즉 실질적 중심지와 정신적 중심지는 얼마든지 분리되어 있을 수 있다. 심지어 메카, 메디나조차도 역대 이슬람 제국들은 초창기의 정통 칼리파 시대와 우마이야 왕조를 제외하면 간접지배했을 정도로 지배는 하는데 그렇게까지 큰 관심은 없었다. 이유야 당연히 이 지역이 위치한 아라비아 사막이 당시로서는 별 가치 없는 땅이었기 때문.[30] 그나마 이슬람 초창기인 무함마드 시대와 정통 칼리파 시대는 아직 이슬람의 지배영역이 좁거나 점령한 지 얼마 안 되어 메카에 있었지 우마이야 왕조 시대에 가면 다마스쿠스로 천도한다. 이후로는 메카를 수도로 한 제국은 등장하지 않았다.

기독교 역시 교황령 같이 정신적 중심지가 있긴 했다. 물론 교황령은 은영전 시점에서의 지구와는 달리 가치가 있는 땅이기는 했다. 당장에 교황령의 중심지인 로마는 그 당시 기준으로 나름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었다.(1600년 기준 11만 명). 하지만 그 가치라는 것도 바로 위에 있고 상업적, 정치적으로 중요했던 피렌체, 베네치아, 제노바 등에 비하면 특별한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에 세속군주와의 티키타카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명목상 교황은 로마 제국의 황제를 앉혀주었으며 또 황제를 선출하는 선제후 7인 중 3명이 대주교들이었고 전성기에는 파문 등 온갖 권한으로 세속군주들 위에 군림하다시피 했다. 요컨대 정신적 중심지가 되는 것으로도 정치적 상황을 잘 이용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실질적인 중심지 노릇까지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당장에 페잔과 지구교의 관계가 교황과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사이와 어느 정도 닮아있는데 여기서 기존대로 페잔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되 아예 그 영향력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자치령주 같이 페잔의 통치자들을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면 페잔 자체가 지구의 꼭두각시가 된다. 이러면 페잔이 인류의 실질적 중심지 노릇을 하더라도 지구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신세이므로 겉으로야 페잔이 인류의 중심지며 지구는 단지 정신적 중심지에 불과하나 실질적으로는 페잔은 껍데기고 지구가 중심지가 된다. 여기서 지구교가 원했던 것과 차이점이라면 명목상으로라도 페잔을 인류의 중심지로 인정하냐 마냐의 차이뿐이다.

이래서, 루빈스키는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고 차라리 성지로서 지구를 숭배하도록 하고 가끔 성지순례를 하고 지구를 보존케 하며 페잔을 중심으로 이러자고 진심으로 간언했지만, 총대주교는 닥치고 지구로 중심지로 해야 한다는 고집을 계속 부렸으니 결국 한계만 보여준 셈이다. 지구를 실질적 중심지로 돌려놓겠다는 말은 지구통일정부 시절처럼 권력, 부 등도 모두 지구를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 조건도 없으면 지구가 실질적 중심지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원작에서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루빈스키는 아들인 루퍼트 케셀링크에게 기독교를 이렇게 한 고대 로마 제국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하며 나도 지구교를 이렇게 만들자고 그리도 건의했거늘, 그저 지구교 상층부는 닥치고 무조건 지구를 중심지로 만들자고 하는데 대관절 그럴 돈이나 노동력은 대체 어떻게 구하려고 하는지, 그게 가능하다고 여기는지 지친다고 하소연했을까. 즉, 루빈스키부터도 터무니없이 현실성도 없음을 잘 알았던 것이다. 아무리 지구교의 꼭두각시라고 하지만 루빈스키는 엄연히 페잔 란데스헤르, 즉 국가원수이다. 거기다가 페잔은 제국과 동맹의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이점으로 양국 간의 중간지대 역할을 하며 교역으로 쏠쏠히 부를 축적한 상업국가다. 이런 나라의 수장쯤 되는 사람이면 돈이나 노동력 같은 경제적 여건에 대한 문제점쯤은 진작에 알아챘을 것이다. 실제로도 루빈스키는 제국이 동맹을 멸망시키게 놔둔 뒤 페잔이, 그리고 그 뒤에는 자신이 경제를 틀어쥐어 경제적 지배를 한다는 구상을 했는데 그가 워낙 위험인물로 찍힌 데다 볼텍이 배신할 줄 예상하지 못하기는 했다만 페잔의 경제적 가치를 감안하여 본다면 지구교보다야 현실적이다. 훗날에 페잔이 진짜로 전인류의 중심지가 된 걸 감안하면 루빈스키가 지구교 따위보다는 백 배는 더 현명했다.

마지막으로 지구교가 정신적으로라도 전인류를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지구교에게 있어 장밋빛 길이 열린 것도 아니다. 지구교가 전인류를 정신적으로라도 장악했다는 것은 지구교는 전인류의 최강의 권력집단이 되었다는 의미다. 이는 전인류가 지구교를 맹신하게 되면 사람들은 지구교가 시키라는 대로 움직일 테고 그건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권력을 안정적으로 나눠먹는 건 힘든 일이다. 크게 보면 기존의 지구 출신 지구교 수뇌부 VS 새로이 들어온 비 지구 신도 출신[31]으로 나뉘고 지구 출신이라고 해도 또 파벌이 나뉠 수 있다.

문제는 지구교가 권력을 잡는데만 정신이 팔렸지 권력을 잡은 후가 없다. 그들이 잡지 못했기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런 건 고려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폭정을 펼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자기 이념이라도 내세우며 그에 따라 통치하기라도 한 루돌프와는 달리 지구교는 지구 숭배 외에 딱히 자기만의 통치이념이나 사상이 묘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말 어떻게 통치할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남는 건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한 만인의 투쟁뿐이다. 지구 숭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지구교 하에서는 자기가 어떻게 어떻게 이끌어 나가겠다는 비전 없이 더 지구를 신봉한다는 일정한 기준이 없는 논리 하나로 상대방을 비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일단 자기가 이기기만 하면 자신의 논리는 진리가 된다. 그리고 이건 반복된다. 이러니 지구교가 우주정복에 성공해도 잘해봐야 그래도 명목상으로는 지구교 내에서 명망 있는 지구교 총대주교나 그나마 실력이 있다고 묘사되는 드 빌리에 같은 자들이 죽으면 지구교는 라그랑 그룹이 그랬듯 분열을 거듭하여 몰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지구교 내에서 만의 싸움으로 그치면 위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리그로만 끝나고 말겠지만 지구교가 실질적인 군사력까지 갖춘다면 라그랑 그룹 몰락~은하연방 건국 사이의 혼란기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사이옥신의 존재이다. 지구교는 신도들의 절대복종을 위해 몰래 밥과 물에 사이옥신을 타서 먹여 모두 중독자로 만드는 집단이다. 지구교가 패권을 잡으면 필연적으로 대부분의 인구는 사이옥신에 쪄들은 중독자가 될 것이다. 애초에 사이옥신 마약을 먹인 이유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구교에 순종하지 않고 반항적인 무리가 생겨나서 그러는 거였는데, 지구교가 패권을 잡고 우주적 규모로 교세를 확장한다면 반발세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사이옥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32] 이렇게 되면 사실상 인류 문명 자체가 제대로 굴러는 갈지부터 걱정해야 한다. 기형아 출산이 일반적인 현상이 될 것이고, 그마저도 낳지 못하고 조기에 죽는 사람들이 많아져 우주의 인구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33]

9. 기타

은영전 종반부 시점에서 "나 지구교요."라고 말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잡범들이 그런 식으로 허세를 부려 사칭했다가, 열받은 제국군의 고문을 받고 비명횡사할 정도였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폭공격도 마다하지 않고 온갖 테러를 일으키는 통에 많은 제국 민간인이나 경찰, 군인들이 목숨을 잃어서 제국 군인들의 지구교에 대한 사적인 원한도 가득했고, 공적으로도 카이저에 대한 충성 때문에 더더욱 그들을 증오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지구교 오딘지부를 급습하던 제국군 헌병들은 정보를 찾고자 지부를 헤집고 죽은 지구교도의 옷을 벗기고 꼼꼼하게 조사했다. 그러자 포로로 잡힌 지구교도 부상자가 신성모독이라고 따졌는데, 이 말에 빡친 헌병 하나가 부상당한 그 지구교도의 머리에 힘껏 발차기를 날려 그 부상자를 결국 죽인 적도 있다.

제국군 헌병들은 이렇게 잡힌 지구교도들에게서 정보를 끄집어내기 위해 자백제고문 등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급기야 의사가 "그런 방법을 썼다간 피심문자가 미치거나 부작용이 많다."고 우려를 보이자,[34] 헌병들이 "부작용이 걱정이라고? 뭔 헛소리냐! 저놈들은 원래 정상이 아니니 약을 써서 정상으로 돌려놓으란 말이야!"[35]라고 분노하며 일갈해 의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을 정도이다. 그래서 잡힌 지구교도들은 작가의 서술에서처럼 죽은 사람을 부러워할 정도로 후한 대접을 온몸으로 받았다. 비교적 관대한 성격인 울리히 케슬러 헌병총감이 "지구교도를 심문할 때는 어떤 방법이라도 다 써서 실토시켜라."고 할 정도로 이들은 인간적으로 봐줄 필요가 없었다.[36] 종교적 극단주의+사이비 종교+테러리스트라서 나쁜 짓 한 게 어디 한 둘이어야지... 심지어 양 웬리 함대측도 이들은 답이 없다고 봤는지 양 웬리 암살사건에서 잡아들인 지구교도들은 보리스 코네프 일행의 말에 의하면 바그다슈에 의해 자백제가 투여되었다고 한다.[37]

우국기사단도 함부로 건드리다간 동맹에서 반제국 투사라고 미화되는 게 아니냐며 제국군이나 헌병들도 쉽사리 건드리지 못했다가 이들이 바로 지구교랑 연관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자마자 주저없이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우국기사단을 그야말로 박살냈다. 2만 4천명이 넘는 우국기사단 멤버들 중 상당수가 생포되었는데 상술하듯이 그저 잡범들이 뻥치며 지구교도라고 사칭하다가 고문받아 죽었는데 지구교와 연관이 있음이 드러난 이들은 온몸으로 화려한 대우를 받을 게 뻔하다.

OVA에서 보면 오히려 지구교도들은 고문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오히려 이교도들에게 고문받는 건 지구에 대한 충직한 신도들의 신성함의 증거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이런 식이라서 케슬러도 고문해봐야 우리만 힘들테니 그냥 자백제나 실컷 놓으라 지시[38]했으며, 당연히 부작용이 나타나 몸이 묶인 지구교도가 눈이 튀어나올듯한 고통과 같이 피를 흘리며 끔살당하는 묘사가 나오는데, 취조하던 헌병들은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시체나 정리하고 다음 지구교도들을 데려와 취조라는 이름으로 계속 자백제 주사를 놓는다. 이 장면은 제국군에게 지구교도는 사람 취급조차 받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구교도 전투병(?)들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썩어있거나 비정상적인 웃음을 짓고 있고, 어깨나 허리도 이상하게 굽히고 다니는데 사이옥신 마약의 영향인듯 하다. 하지만 이렇게 약먹이고 뭐해봐도 후반부쯤 되면 본부가 박살나고 많은 신도가 죽은데다 자금 동원에서도 타격이 커서 규모도 줄고 여럿 써먹은 지구교의 전략도 제국군에게 간파당해 작전에 실패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실 정상적인 국가가 작정하고 공권력을 동원하면 이런 범죄조직은 일망타진당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이나 자유행성동맹에서 이들을 미리 소탕하지 않은 것은 이들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39] 별 것도 아닌 조직을 찾으려고 사회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어 안정성을 해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제국이 큄멜 이후 작정하고 나서자 지구교는 결국 손도 쓰지 못하고 소탕된다.

게임판에서는 잘 안 나온다. 그나마 은영전 4에서 랜덤으로 이동하던 함대가 지구교도의 습격을 받는 랜덤 이벤트가 끝이다.[40]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는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어 지구를 형상화하는 제스처를 자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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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SE 799[2] 모두 우주력으로 표기[3] 정확히 말하면 은영전은 '제국과 동맹이라는 양 진영을 선악으로 구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각 캐릭터간의 선악 구별 자체는 거의 평면적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명확하지만, 양대 진영이 선악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양 진영 모두에 선역과 악역이 섞여있는 것.[4] 지구교가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악역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진영이나 세력 단위로 악행을 일삼는 악의 '세력'이라는 점이 크며, 다른 악역들이 리타이어한 후 최후까지 활동하는 악역이기 때문.[5] 율리안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도 한 할머니 지구교도가 율리안에게 먹을 것을 내밀며 어디에서 왔냐고 묻자 율리안이 페잔에서 왔다고 대답했는데 그러자 그 먼데서까지 찾아온거냐며 기특하게 여기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이후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이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지구교 총본산과 함께 깔려 죽었을 것이다.[6] 평신도는 밝은 옷 혹은 일상복 위에 지구교 구호를 얹어서 다니고 간부급이 되면 어두워지는데 드 빌리에나 총대주교 같은 최고위 간부쯤 되면 완전 검은 옷을 입는다.[7] 다만 초기에는 지구교에 대해서 제대로 나온 적이 없어서 제국에서는 립슈타트 전역 당시 보리스 코네프가 지구로 수송하는 가난한 지구교도들이 나오고 동맹에서는 성전을 일으켜야 한다고 시위를 벌이는 지구교도들이 등장한다.[8] OVA 기준으로는 시리우스 전역 후 지구의 일은 보리스 코네프의 언급으로 짧게 지나갈 뿐이다.[9] 은영전의 경우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그럴싸하게 잘 짜여져 있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은 몹시 허술한 작품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독자들 중에는 전후관계를 그럴싸하게 연결하는 설명을 제시하는 것을 중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작중에 이런 '설명'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줄 디테일한 설정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10] 당장에 메이저급 종교들을 보면 어린 축인 개신교도 50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즉 주류종교가 교체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종교 내에서 분열이 일어나 아웅다웅하다가 한 분파가 최종승리하는게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등장한 종교는 기존 종교와는 꽤 달라질 수 있어도 큰 틀은 비슷해진다.[11] 다만 지구 출신이라고는 하나 초대 란데스헤르가 거상 출신이라는 점, 페잔이 외형상 상업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독립상인들에 의한 건국이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요컨대 자유를 열망하는 독립상인들의 성향에 지구교가 편승하여 페잔을 건국했을 수도 있다는 것.[12] 다만 이는 사실 너무나도 지나치게 성급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일단 아직 동맹이 반절은 살아 있었기에 라인하르트가 죽기라도 하면 그 즉시 동맹은 바라트 화약을 깨버릴 것이고 제국은 라인하르트 원수부에 있던 부하들이 사분오열할 것이 뻔해서 사실 지구교가 볼 이익은 얼마 없다.[13] 비단 군주가 아니더라도 젊은 시절에 유능했던 혹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영웅이었던 독재자가 시간이 지나며 온갖 실정을 저지르며 타락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이 불신이다. 부하들이 진짜 자기에게 들고 일어났을 때는 물론 들고일어나지 않아도 자기가 가진 권력을 빼앗으려고 달려들까봐 늘 불안에 떨고 의심을 한다. 당연하지만 이런 사람은 자기 권력을 지키는데만 혈안이 되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14] 이는 이미 이를 위해 양을 암살한 전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15] 이는 라인하르트는 폭군으로 타락하지 않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황후인 힐데가르트는 라인하르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로엔그람 왕조가 무사히 대를 잇는 지구교 입장에서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기에 행한 일이다. 추정상 노이에란트 전역을 통해서 라인하르트가 폭군으로 타락할 가능성은 낮고 부하들의 충성심도 변함이 없는것을 통해 라인하르트를 폭군으로 타락시킨 뒤 지구교가 라인하르트의 폭정의 대항마가 되어 우주를 지배한다는 기존의 방침은 실패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대신 힐데가르트를 죽여 라인하르트가 후사를 얻지 못한 채 서거하여 그 뒤를 누가 잇는지를 두고 갈라진 틈을 노린다는 것으로 바꿔서 이런듯하다. 일단 적어도 OVA에서는 지구교도 한 명이 드 빌리에에게 양 웬리와 로이엔탈을 죽게 한 것은 결과적으로 금발 애송이에게 도움만 되었고 이대로라면 황후인 힐데가르트는 라인하르트의 아이를 출산할 테니 로엔그람 왕조는 대를 잇게 되었다며 비판하는데서 보면 가능성은 있다.[16] 실제로 라인하르트는 지구교단이 몰락하고 몇 시간 뒤에 죽는다.[17] 즉, 루빈스키는 사실상 현상유지를 원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당시 페잔은 동맹을 사실상 경제적 식민지화하고 있었기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사실상 우주의 절반 가까이 손에 넣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18] 이런 점 때문인지 지구교는 본거지 소탕 후 계획을 수정하여 폭군 라인하르트 VS 이에 대항하는 지구교 구도로 바꾸어 계획을 실현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한다.[19] 다만 이는 지구교 입장에서는 운이 극악으로 나빴는데 사실 라인하르트는 본디 자식계획이 없었다.(...) 근데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으로 멘탈이 가루가 된 후...결국 암살자가 로엔그람 왕조의 명운을 늘려준 셈이다.[20] 율리우스를 독살한 칼 대공은 그의 손자였고 아우구스트 2세를 살해한 샴바크 준장은 그의 측근이었고 구스타프 1세를 독살한 자는 그의 친동생 헤르베르트의 부하였다.[21] 페잔 자치령의 초대 자치령주인 레오폴드 라프는 제국 정부에 막대한 로비로 페잔의 자치권을 얻어냈다고 하는데, 그 자금 출처가 시리우스 전역 시기 지구통일정부의 높으신 분들 비자금이었다고 하니 분명 막대한 액수였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국도 페잔 회랑의 가치를 알아보았다면 자치권을 줬을 리 없다.[22] 가령 호랑가시나무관 습격 같은 경우, 안네로제와 케슬러가 현장에 없었으면 성공할 뻔 했다. 특히 지구교 입장에선 안네로제가 예상치 못한 변수였는데, 케슬러가 지구교의 목표가 힐다임을 알았을 때 지구교도 한 명이 황궁에 침입했기 때문이다(이 지구교도는 안네로제가 던진 촛대에 맞은 뒤 케슬러에게 죽는다).[23] 당장에 이 몇년 사이에 가능하다고 확신할 근거가 없었다. 하다못해 제국과 동맹 양국 모두 장기간의 내전이라도 일어난다면 모를까 그런 기미는 없었다. 물론 루빈스키의 예측으로는 제국은 여러 소왕국들로 분열될 것이니 내전이 일어난다는 말은 틀리지 않고 동맹도 끝없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하니 내전만은 못해도 전반적으로 사회 전체가 암울해질 것이긴 하나 루빈스키의 예측은 단 몇년 정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24] 미끼용이었던 앤드류 포크는 쉽게 죽였지만 정작 양 웬리는 죽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앤드류 포크는 타고 있는 함선을 격침시켜서 날려버렸는데 양 웬리는 굳이 함선에 침투해 살해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양 웬리가 탄 함선도 빨리 격침시키든가 아니면 포크가 양을 죽이게 냅둔 후 포크를 날려버렸다면 자신들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났을 것이다.[25] 물론 발흥 직후에는 지구에 대한 악감정이 다분할때라 숨어서 몸을 사려야했겠지만, 최소한 지구에 대한 감정이 옅어지던 시대부터는 페잔으로 천도해서 활동하는게 맞다.[26] 제국군은 물론이고 동맹군, 심지어는 이제르론 공화정부군이나 엘 파실 혁명군만 쳐들어왔어도 못이길게 뻔했을 정도로 무력하다.[27] 작품 외적으로 보자면, 필력에 한계를 느낀 작가가 보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편리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삽입한 요소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28] 은영전에서는 종교가 지구교를 제외하면 별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이교도는 흔히 비 지구교도를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29] 실제로도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나 지구교 총대주교나 다를 게 없는 역사적 퇴행이라 평했다.[30] 현재에도 메카는 그나마 이슬람의 5대 의무인 메카 순례 덕으로 순례철마다 찾아오는 순례객들로 인해 돈벌이가 되지 메디나는 그런 것도 없다. 그래도 의무만 아닐 뿐 메디나 순례도 권장 대상이기에 방문객이 많긴 하다만.[31] 지구 출신이야 권력을 나눠주기 싫겠지만 그래도 자신들만으로는 우주를 통치하기에는 역량이 떨어지니 구 제국, 동맹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권력을 나눠줘야 할 것이다.[32] 수원지에다가 사이옥신을 타는 것 이외에도, 지구교 지배하의 신민들에게 모두 의료접종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받을 것을 명해 전국의 접종소에 백신이나 여타 영양제로 속인 사이옥신을 맞도록 유도하면 설령 들통나더라도 이미 상당한 인구가 중독된 이후가 될 것이다.[33] 그러나 지구교가 패권을 잡고서도 사이옥신에 의존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패권을 잡은 상태라면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지 않아도 되는 게 설령 충성하지 않는 자들이 있어도 패권을 잡을 정도면 그만한 무력도 갖췄기 때문. 지구교 수뇌부가 모두 바보가 아닌 이상은 더 이상의 사이옥신 마약에 의존하는 짓은 그만둘 것이다. 비슷한 예시로 중국 공산당은 중국을 손에 넣기 전까지는 아편을 팔아댔지만(이건 당시 중국 군벌들의 흔한 현상이었지만) 자신들이 중국을 손에 넣은 후 아편을 무자비하게 때려잡았다. 반대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권력을 다시 잡았음에도 국제적인 경제제재로 여전히 반탈레반 세력과 내전을 벌이는 터라 돈이 부족하고 경제제재로 인하여 생필품 문제에 휩쓸려 아편 재배를 그냥 방치하는 상황이다. 어차피 완벽하게 패권을 손에 넣는다면 굳이 마약 같은 더러운 돈이 아니더라도 돈나올 구석은 생긴다.[34] 여기서 로엔그람 왕조가 그래도 인권을 챙기는 편임을 알 수 있다. 골덴바움 왕조에선 범인 잡고자 무고한 이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써먹으며 애꿎은 사람도 희생시켰지만, 이런 걸 혐오하던 라인하르트는 철저하게 범인만 수사하고 무고한 이를 연루하여 피해를 입히면 가차없이 처벌했다. 그래서 의사들도 이전 골덴바움 왕조에서는 고문이나 자백제를 마음대로 썼지만, 이제는 범인 인권도 생각하며 반대했던 거다.[35] 애초에 지구교도들은 사이옥신 마약을 빨고 미쳐 있었다.[36] 라인하르트부터가 골덴바움 왕조 시절, 고문이나 세뇌도 마다하지 않던 정치범 수사 및 온갖 인권탄압을 무척 혐오했다. 때문에 고문이나 자백제같은 건 마지막 수단으로나 여기던 걸 생각하면, 케슬러도 지구교도 심문에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된다.[37] 참고로 자백제는 명백히 고문용으로 사용된다. 고문이 엄격히 금지된 민주공화주의 추종집단도 이런걸 사용하는걸 보면 지구교가 어지간히도 막장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38] 마리카 폰 포이어바흐와 만나면서 쑥스러운 대령님으로 미소짓던 얼굴을 하던 케슬러였는데, 그녀와 헤어지면서 공적인 일이 되자 표정이 싹 달라진다. 임시황궁 습격사건을 일으킨 지구교도 몇몇을 사로잡았다는 부하의 보고를 듣고, 무표정하게 자백제 주사를 명령한다.[39] 어느 정도냐면 제국측에는 큄멜 사건 전에는 한줄 언급도 안되고(그나마 립슈타트 전역 당시 키르히아이스가 보리스 코네프에 의해 지구로 성지순례중인 지구교도 무리를 발견했는데 OVA를 보면 알겠지만 중후반부에 나오는 지구교와는 완전 이미지가 다르다. 아니, 애초에 율리안 일행이 지구에 방문했을 때도 세뇌당하지 않은 지구교도들은 지구교에 지극히 신실하다는 점만 빼면 정상인이다. 추정상 이렇게 대외적으로는 평범한 종교단체로 위장해 있던 만큼 제국도 동맹도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지구교인들을 나르며 지구에도 들르곤 했던 보리스 코네프조차도 지구교에 대한 진상은 전혀 몰랐다. 페잔 자치령 역시도 루빈스키 외엔 니콜라스 볼텍 같은 고위층에서나 알고 있었다) 동맹에서는 지구교도들이 성전을 벌이자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본 양이나 뷰코크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물론 버밀리온 회전 당시 지구교도들이 트뤼니히트를 돕기는 했지만 대중에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이런 지구교가 위협으로 인식된 것은 제국에서는 큄멜 사건 직후, 동맹(정확하게는 양 함대)에서는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 당시 율리안이 빼내온 정보를 통해 지구교와 페잔의 관계를 알아낸 후라고 봐야 한다. 물론 전자는 아까도 말했듯 본거지 토벌로 응답했고 후자는 별반 반응 없이 넘어갔지만 양 웬리 암살사건이 터지자 양 함대와 지구교의 공존은 불가능해졌고 결국 벨제데 임시 황궁 습격사건에서 율리안이 드 빌리에를 사살하는 것으로 응답했다.[40] 단 이 경우엔 작전에 흠집을 낼 수 있으니 주의.[41] 지구교도를 지구로 데려다 주는 일을 많이 했는데 어쨌든 지구교와 엮인 적이 있었기에 양 웬리 함대측에서 지구교의 실상에 대해서 알게 된 후 포플랭으로부터 지구교와 놀았다며 조롱당하기도 했다. 물론 이에 자신은 나도 이런 쓰레기들인줄은 몰랐다고 화를 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