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Finesse Pitcher투수의 유형 중 한 가지. 삼진을 잡기보다는 맞춰잡는 투수를 의미한다.[1]
빌 제임스가 고안한 투수 유형 평가 지표인 'PFR(Power Finesse Ratio)'에서 유래되었다. 흔히 말하는 '기교파 투수'나 '제구력 투수'를 스탯으로 정의한 것이다. PFR은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 PFR = ( K + BB ) / IP
삼진과 볼넷을 더한 다음 이닝으로 나누어준 값. K/9와 BB/9을 더한 값으로 이해해도 된다. 보다시피 매우 간단하다.
PFR 값이 리그 평균보다 일정 수준 이상 아래에 있으면 '피네스 피처', 리그 평균 보다 일정 수준 위에 있으면 '파워 피처'라고 한다. 리그 평균을 기준으로 반을 딱 자르기에는 평균 근처의 투수들을 나누기가 애매하므로, 평균 근처에 있는 중립적 성향의 투수들을 가리켜서 '뉴트럴 피처'라고 말하기도 한다. 리그 상황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1.13 이상이면 파워 피처, 0.93 이하면 피네스 피처, 그 사이면 뉴트럴 피처로 구분한다.
파워피처가 구위와 구속의 강력함으로 타자를 상대하면서 많은 삼진을 뽑아내고, 그에 수반하는 제구의 불안정함으로 볼넷도 같이 늘어나서 PFR 값이 리그 평균보다 높아지는 반면, 피네스 피처는 정교한 제구력(컨트롤과 커맨드)으로 타자를 상대한다. 삼진이 파워 피처 보다 적지만, 볼넷도 적어서 PFR 값이 리그 평균 이하가 된다.
데뷔부터 은퇴할 때까지 시종일관 피네스 피처, 시종일관 파워 피처 인 투수[2]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편. 적지 않은 투수들이 젊은 시절에는 피지컬에 의존하는 파워 피처였다가, 피지컬이 점차 하강하고 대신 피칭 기술이 향상되면서 피네스 피처로 전환하는 테크트리를 밟는다.[3]
대개 피네스 피처는 파워 피처보다 에이징 커브에 취약하다. 파워 피처는 구위가 하락해도 경험으로 인해 상승한 피칭 기술을 바탕으로 피네스 피처로의 전환 시도가 가능하지만, 피네스 피처는 구위가 하락하면 경쟁력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4][5] 한국에서 심한 에이징 커브를 겪은 피네스 피쳐로는 대표적으로 장원삼이 있다.
구속혁명으로 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는 2020년대에는 탈삼진의 우수성이 계속 부각됨에 따라 피네스 피처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다. 현 시점의 피네스 피처들은 대부분 빠르게 휘어들어가는 싱커를 던지는 땅볼 유도 투수인 경우가 많고, 그게 아닌 게릿 콜과 같은 대부분의 뜬공 투수들은 탈삼진율이 높으며 우직하게 느린 직구와 기본 변화구들을 제구하며 수싸움으로 뜬공 유도를 하는 클래식한 정통파 피네스 피처들은 거의 사멸하고 있는 추세이다.[6] 오히려 샌디 알칸타라같은 하이브리드형 싱커볼러가 많이 나오고 있으며, 제구력과 경기운영이 좋은 유형의 경우 KBO는 원태인, MLB에서는 야마모토 요시노부[7]와 같이 기본 구속과 구위까지 갖추고 있는 등 현대야구에서 구속과 구위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KBO의 경우 ABS존 도입으로 심판진의 눈을 속이는 유형의 많은 피네스 피처들이 도태되었다.
2. 대표적 피네스 피처들
- 그렉 매덕스 - 사이영상 4회. 설명이 필요 없는 사상 최고의 피네스 피처. 다만 기록상으로는 완벽한 피네스 피처에 해당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덕스의 피칭 스타일은 파워 피처의 그것이었다.[8]
- 톰 글래빈 - 사이영상 2회. 사실 글래빈은 볼넷 허용이 많았기 때문에 전형적인 피네스 피처는 아니지만,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특유의 피칭 스타일 때문에 예로부터 기교파 투수로 주로 불렸고, 이와 의미가 통하는 피네스 피처로도 불리게 되었다.
- 로이 할러데이 : 사이영상 2회. 매덕스의 뒤를 잇는 21세기 최고의 피네스 피처.
- 브렛 세이버하겐 : 사이영상 2회. 80년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피네스 피처. 동시대 NL에 전형적인 파워 피처 타입인 드와이트 구든이 있었다면, AL에는 브렛 세이버하겐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9]
- 마리아노 리베라 -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무리 투수. 리그 전체 평균에 대해서는 뉴트럴 피처라고 할 수 있으나, 불펜 투수 표본의 PRF 값은 리그 전체보다 높기 때문에 불펜 투수 중에서는 피네스 피처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만 리베라도 기록과는 달리 피칭 스타일은 위에서 언급한 매덕스처럼 위닝샷인 커터를 적극적으로 활용 및 정면 승부를 하는 파워 피처의 스타일에 더 가까웠다.
메이저리그 역대 피네스 피처 Best 5를 뽑자면, 이상의 다섯 명을 들 수 있다. 삼진과 볼넷의 기록만 볼 때는 70년대 이전의 투수들 중에서도 선정할 수 있겠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피칭의 패러다임이 현재와 많이 달랐고, 리그 평균 볼넷, 삼진 비율도 지금과 많이 달라서 비교하기가 어렵다.
2.1. 각 리그별 대표적인 피네스 피처
- MLB
- 마크 벌리
- 댈러스 카이클
- 데이빗 웰스
- 다르빗슈 유
- 잭 그레인키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이후. 파워 피처에서 피네스 피처로 스타일을 매우 성공적으로 바꾼 교과서 적인 경우다.
- 왕젠민
- 서재응 - 뉴욕 메츠 시절 102타자 연속 무볼넷 기록을 세웠다.
- 카일 헨드릭스 - 현역 선수들 중 매덕스와 가장 비슷한 유형의 투수.[10]
- 류현진 -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2017 시즌 이후. 리그 평균 구속이 MLB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편인 KBO 1기 시절에는 당연히 리그 역대최고 파워 피처였다.[11]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운 14시즌은 ML에서도 정상급의 파워 피처라 할 만 했다.[12]
- 셰인 비버
- 애런 놀라
- 메릴 켈리
- 김광현 - MLB 진출 이후. KBO 1기 당시에는 파워 피처였다.
- 마일스 마이콜라스
- 네스터 코르테스
- 베일리 오버
- 타일러 알렉산더
- NPB
- KBO
- 이상군
- 장호연 - 한국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無탈삼진 노히트 노런 기록자이기도 하다.
- 방수원 -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노히트 노런 기록자이며 제구력, 변화구, 완급 조절 등으로 경기를 운영했던 투수였다.[13]
- 주형광 - 피칭 스타일은 투 피치로 코너웍을 활용한 뛰어난 제구를 갖춘 피네스 피처 스타일에 가깝지만 다른 피네스 피처 투수에 비해 탈삼진이 굉장히 많이 잡는 편이라 엄밀한 의미의 피네스 피처라 하기엔 애매하다.
- 손민한
- 배영수 - 원래는 파워 피처였으나 토미존 수술 이후 구속이 급락하자 피네스 피처로 전향.
- 윤성환 - 그 좋은 제구력을 가지고 삼성 라이온즈 최다승 투수가 되었지만 그 제구력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 은퇴 이후 밝혀졌다.
- 장원삼
- 아킬리노 로페즈 - KBO에서 한가닥했던 외국인 투수 중 대표적인 피네스 피처.
- 유희관 - 구속이 느리고 제구가 좋아서 피네스 피처로 보통 불리지만 직구 회전수가 압도적이었기에 파워 피처로도 볼 수 있는거 아니냐는 말도 있다.
- 정찬헌 - 불펜 시절에는 강력한 포심을 던졌으나,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연투가 불가능해지자, 2021년 선발 전환 이후에는 구속을 확 줄여서 나름 괜찮은 선발로 탈바꿈 했다. 후반기부터는 아예 포심을 버리고, 투심, 너클커브[14], 포크볼, 스플리터를 던지는 피네스 피처로 바뀌었다.
- 에릭 요키시
- 고영표 - 2023년 kbo 단일시즌 최저 bb/9를 기록하였다.
- 김명신
- 신민혁
- 원태인
- 윤영철
- 류현진 - KBO 2기 한정. 1기 시절에는 탈삼진을 무수히 잡아내는 파워피처였으나, 복귀 이후에는 어깨 부상으로 구위가 감소하며 평균 구속은 큰 차이가 없지만 최고 구속은 154km에서 150km 정도로 5km 정도 줄었고, 리그 수준도 상승하며 2019시즌 이후 MLB에서 보여준 것처럼 피네스 피처가 되었다.
- 임찬규 - 데뷔 당시 파워 피처였으나, 혹사로 구속을 잃은 뒤 피네스 피처로 전향하여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2.2. 가상 인물
- GM 시리즈 - 이상용
피네스 피처에 대한 판타지를 극대화시킨 캐릭터. 김성욱, 최기헌, 김기정, 정인권 등 GM 세계관의 모든 최강의 타자들을 140km/h도 안 넘는 구속으로 줄줄이 돌려세운다. 다만 이상용 역시 작중에서 피네스 피처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구속이 느릴 뿐 투구 스타일은 파워 피처에 가깝다고 묘사된다. 현실의 그렉 매덕스처럼, 구위가 엄청난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과감하게 정면 승부를 한다는 점에서.
-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 국민성
[1] 절대로 구속이 느리다고 해서 피네스 피처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헥터 노에시나 원태인은 리그 평균 구속보다 월등히 구속이 빠른데 피네스 피처로 분류된다. 반대로 그렉 매덕스같은 경우 구속과 기록은 피네스 피처에 가깝지만 구위와 플레이 스타일상으로는 파워 피처에 가깝다.[2] 굳이 예를 들자면 전자는 톰 글래빈과 그렉 매덕스 등이 있고, 후자는 놀란 라이언, 랜디 존슨 등이 있다.[3] 대표적인 예시가 페드로 마르티네스. 페드로는 보스턴 시절까지는 일단 최고의 변화구를 가졌지만 90마일대 후반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이 밑받침된 탈삼진형 투수였다면 메츠 시절부터는 구속 하락으로 인해 맞춰잡는 유형으로 탈바꿈했다.[4] 피네스 피처들은 파워 피처들에 비해 구위의 부족함을 피칭 기술로 커버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구위가 에이징 커브로 인해 하락하는 걸 피칭 기술로 커버하지 못하는 경우 리그 내 경쟁에서 탈락하기 마련이다.[5] 단 워렌 스판, 제이미 모이어 등 정말 롱런한 예외들도 존재하며, 류현진이나 잭 그레인키처럼 에이징 커브로 파워피처에서 피네스 피처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사례들은 당연히 제외된다.[6] 물론 KBO에서는 원태인 등의 정통파 피네스 피처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 원태인같은 경우 사실 구속은 평균보다 조금 더 빠른데 스터프와는 별개로 투구 스타일부터가 뜬공유도를 하는 피네스 피처에 가깝다.[7] 원태인과 야마모토는 서로 구속이 10km 차이나며 이는 KBO와 MLB의 평균구속 차이와 거의 비슷하고 실제로 이 둘은 평균보다 구속이 조금 빠르다고 간주된다.[8]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에 공을 던지는 것에 전혀 주저함이 없고,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도 위닝샷인 투심으로 적극적으로 정면 승부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주무기가 구속이 빠르지 않은 투심인지라 탈삼진은 리그 평균치에 그쳤으나, 무브먼트가 매우 뛰어났기에 정중앙에 대놓고 던져도 땅볼이 양산된 것.[9] 80년대의 불꽃같은 전성기를 뒤로 하고 90년대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200승도 못 채우고 명전도 가지 못한 공통점도 있다.[10] 다만 매덕스는 금강불괴지만 헨드릭스는 매덕스에 비하면 다소 유리몸이다.[11] 다만 정작 KBO 1기 때는 소속팀의 특성 상 긴 이닝을 던져야 했기에 일부러 구속을 120km대~130km대씩 상당히 낮춰서 던졌고 위기가 왔을 때 페이스를 올려 150km대 진심으로 던지는등 극한의 완급조절 투구를 했었다.[12] FIP 2.62 리그전체 7위, NL 3위 평균구속도 147.3km 로 ML 커리어중 가장 빠른해였다.[13] 전설의 타이거즈에서 송유석이 술회하길 방수원과 이상윤은 광주일고-해태 입단 동기지만 피칭 스타일과 성격은 극과 극이며 이상윤은 전형적인 파워 피처였다고 한다.[14] 봉중근한테 배운 것이다.[15] 다만 작중 초반에는 오리지널 무빙볼의 볼끝에 의존하는 파워 피처에 가까웠다.[16] 하지만 신서외고의 야우리는 안시윤을 보고 피네스 피처의 탈을 쓴 파워 피처라고 평했다.[17] 다만 아오이의 경우 다혈질 특성이 발동되면 제구가 떨어지고 구속이 150km/h를 찍는 파워 피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