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자아 존중감(自我尊重感) 혹은 줄여서 자존감(自尊感)은 자신을 존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마음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기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냐는 의미. 일상적 활용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 정도로 사용된다.자존감이 높으면 자신의 행복에 유리하며, 낮으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높은 편이다.
자존심과 철자는 비슷하지만 용법상 차이가 있다. 자존심은 타인이 자신을 존중하거나 받들어 주길 바라는 감정을 의미하지만 자존감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감정의 의미로 쓰인다. 가지면 긍정적으로 보는 자존감과 달리 자존심은 나를 돌아보지 않고 타인의 경의만을 바라는 인간상을 의미하는 이기적 이미지로 사용된다.
이런 말을 만든 과정은 영어 self-esteem이라는 단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Self를 자아로 esteem을 존중으로 해석하고 감정을 뜻하는 접미사 感을 붙여서 만든 조어로 추측된다. 영어에서 "self-esteem"라는 단어 자체는 심리학 용어로서 1890년경부터 쓰였다. 즉, 전문어와 일상어의 차이와 한국어의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는 전혀 다르다. 또한 이들은 영어로 'Self-Esteem'과 'Pride'의 차이를 나타낸다.
자존감은 심리학적으로 두 가지 경우들로 나눌 수 있다.
- 손상된 자존감 - 외형적 자존감은 낮아 보이나 오히려 내면적 자존감이 꽤나 높다.
- 취약한 자존감 -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나쁘지 않아 보이나 오히려 내면적 자존감이 현저히 바닥났다.
일본어에서는 ‘Self-Esteem’을 자존심(自尊心)이라고 한다. 자존감이라고 실제 일본인 앞에서 말하면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
2. 자존감에 대한 인식 확산
1970년대부터 주로 서구 선진국 정부와 각종 단체로부터 자존감의 중요성이 지지를 얻어 자존감 운동(self-esteem movement)이라고 불릴 정도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되었다. 집단주의 사회로 불리던 일본에서의 연구에서는 자존감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 현상은 특정 서구 개인주의 사회에만 국한되었다.#이 운동의 기본적인 태도는 낮은 자존감이 개인적, 사회적 문제 근원이라는 것이다. 이 운동의 주역, 심리학자 나다니엘 브랜든(Nathaniel Branden)은 불안과 우울증, 친밀감이나 성공에 대한 두려움, 배우자 구타 또는 자녀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낮은 자존감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심리적 문제는 찾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많은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낮은 자존감으로 보았다.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던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존 바스콘셀루스(John Vasconcellos)는 1986년 캘리포니아에서 자존감과 개인 및 사회적 책임에 관한 태스크 포스(Task Force on Self-Esteem and Personal and Social Responsibility)를 구성하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2.1. 미국 양육 태도의 변화
이 운동은 미국 가정의 양육 태도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연구에 따르면 따뜻하고 지지적인 양육 방식이 아동의 높은 자존감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되었고, 이러한 양육 방식은 자존감 발달에 어떤 인과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어 아이의 생애 초기 부모의 태도가 자존감 발달의 주요 원천으로 알려졌고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이가 보살핌과 존경을 받고 있다는 안정적인 감각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된다고 믿어졌다. 또 자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의사 결정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성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건강한 자존감에 기여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 경청, 존중하는 말, 적절한 관심과 애정, 성취 인정, 실수나 실패 인정 및 수용.
낮은 자존감에 기여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 가혹한 비판, 신체적, 성적 또는 정서적 학대, 무시, 조롱 또는 놀림 또는 항상 완벽할 것으로 기대됨.
이러한 20세기 말 양육 태도 변화 이후에 미국으로 이민 간 아시아계, 히스페닉계, 중동계, 동유럽계 부모들은 전통적인 권위주의적 양육 태도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과 백인 부모와 차이를 말하는 유머나 인터넷 밈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육아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미국에서 나온 학술 자료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에 따라서 한국에서도 아이를 존중하는 양육 태도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혼내는 것을 꺼리는 양육 방식이 오래전부터 존재하기도 했다.
서양 부모와 아시아 부모의 차이에 대한 인터넷 밈 [1] |
3. 자존감의 유형
3.1. 높은 자존감
- 특정 가치와 원칙을 굳게 믿으며 역풍을 만나더라도 이를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고 경험에 비추어 생각을 수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정됨.
- 자신의 판단을 믿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선택을 좋아하지 않을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음.
- 과거에 일어난 일이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계획하지만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 실패와 어려움 뒤에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신뢰하며 필요 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재능, 명성, 재정 상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자신이 열등하거나 우월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동등한 존엄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 우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안다.
- 심리적 조작에 저항하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한다.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내적 감정과 욕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타인이 원할 때에만 그러한 욕구를 드러낸다.
- 다른 사람의 감정과 필요를 잘 알고 사회적 규칙을 존중하고 타인의 비용이 들어가는 권리나 욕구를 주장하지 않는다.
- 문제가 발생할 때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해결책을 찾고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3.2. 낮은 자존감
자긍심이 낮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관련 평정 척도상에서 전체 표본의 하위 33%에 속함을 의미한다. 주로 활용되는 척도는 "Rosenberg's Self-Esteem Scale" 이다.-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낮은 자긍심은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나 삶의 질을 위협한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을수록 감성적이고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
- 겉모습(외모, 몸매, 옷차림)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 외모 관리, 다이어트, 명품에 과하게 집착한다. 자신의 외모가 완벽하지 않다고 느껴지거나, 명품이 없으면 자신을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과도하게 명품을 구매하여 카푸어처럼 되기도 한다. 명품을 도저히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짝퉁을 구매하거나 명품 브랜드의 종이 쇼핑백을 리폼해서 가방처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관련 기사[2][3]
- 반면 자존감이 적절하게 높은 사람들은 외모가 완벽하지 않다고 느끼더라도 열등감에 빠지지 않으며, 평소에는 외모 관리 없이 후줄근하게 다니다가 중요한 자리에서만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한 최소한의 외모 관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자존감이 높으면서도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며, 태생적으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꾸미기에 관심이 없어서 중요한 자리에서도 나쁜 첫인상을 주는 바람에 인간관계에 애를 먹고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타고난 센스가 부족하면 노력을 해도 외모관리의 효력이 없다보니 결국 지나칠 정도로 외모에 관심을 끊게 된다.
- 고급스럽고 비싼 문화(명품, 외제차, 해외여행, 골프, 오마카세, 호캉스 등)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 SNS 등을 통해 자신의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 시기, 질투가 심하다.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열등감,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런 감정을 쉽게 표출하지 못하므로 마음 속에만 쌓아두거나 익명 사이트에서 악플을 달면서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
-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타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 준다면, 자신도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거절당하거나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 자신에 대한 호의적이지 못한 견해를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기혐오와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사람들은 "나는 잘하는 것이 없다, 나는 자랑스러운 것이 없다, 나는 쓸모가 없다, 나는 실패자다" 와 유사한 진술에 동의한다. 또한 오히려 자존심은 높아져 자신에 대해선 방어적으로 대하며 남의 탓을 하기도 하며, 혹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안좋게 평가하기도 한다.
- 타인에 비교하여 열등 의식을 갖고 있다. 물론 자신의 단점을 직시하고 심사숙고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자신의 여러 측면들에 대한 왜곡된 열등감을 갖기 쉽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 사회적으로, 자긍심이 낮은 것만으로 '쟤는 좀 이상하다', '같이 있으면 부담스럽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산다. 본인도 타인을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4] 단체 생활에서 소외되거나 거부당하는 등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회복 탄력성이 약하다.[5][6] 비슷한 맥락에서, 실패의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앞두고 있을 때 수행의 결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불구화 전략(Self-handicapping strategy)[7]을 더 많이 구사한다.[8]
- 미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어 이타적이고 착하게 행동한다.
- 인간관계에 집착하여 소외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한다. 넓은 인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다 보니[9] 이런 사회적 시선에 맞추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타인에게 더 쉽게 설득당하는 경향이 있다.[10] 즉 피암시성이 강하다.[11]
- 무슨 일을 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결과에 따른 실패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항상 불안해한다. 그래서 집단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스스로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직접 나서서 주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 직업, 학과를 선택할 때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선택한다. 특히 화려한 이미지의 직업(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나 고학력자들만 할 수 있고 사회적 인식이 좋은 직업(의사, 법조인 등)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예를 들어 공업고등학교에서 용접에 흥미를 느꼈지만 용접사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뜬금없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행정학을 공부하고 있거나, 운동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운동부원들이 학교 조례 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뜬금없이 운동부에 가입을 한다든지... 대개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가진 강점과 장점들보다 남들의 생각이나 평가들에 더 무게를 두고 결정을 하는 것이다. 물론 흥미가 생긴 분야와 적성이 잘 맞으면 문제없지만, 막상 멋있다고 생각한 집단에 들어와 놓고 후회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나 이들은 후회하지만 쉽게 또 바꿀 수 없다. 이미 사람들의 시선에 취해있기 때문이다.
- 자기 자신보다 자기가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조직에 더 자부심을 가진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XXX 집단에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점은 위 내용과도 겹친다. 자기가 소속감을 느끼는 조직이 사회적 인식이 좋다는 이유로 자기 자신보다 그 조직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12] 그래서 무리에서 떨궈지게 되면 매우 큰 충격을 받는다.
- 삶에 대한 애착이 약하므로 죽음에 대한 공포도 약한 편이다. 그래서 익스트림 스포츠 등 위험한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 자기 자신의 가치를 낮추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과 비교하여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자신감이 저하되고, 대인기피 또는 말더듬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특정인물에 대해 우상화를 쉽게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스토킹하거나, 집착하기도 한다.
- 쉽게 롤모델을 만들고, 그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13] 한다. 이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
- 심하면 정신질환자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대인기피증 등의 유병률이 높다.
자존감 높이는 방법
3.3. 안정적 자존감과 방어적 자존감
안정적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격려 없이도 긍정적인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방어적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존감이 깨지기 쉽고 비판에 취약하다. 그런데 두 유형의 사람 모두 로젠버그 자아 존중감 척도에서 긍정적인 자존감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방어적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잠재의식적인 자기 의심과 불안감을 내면화하여 비판을 받는 것에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사람은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자 한다.3.4. 나르시시즘과 부풀려진 자아
나르시시즘은 자신에 대한 과도한 사랑을 나타내는 성향이다. 자기 가치에 대한 부풀려진 인식이 특징이다. 나르시시즘 성향과 자존감 사이에는 중간 정도의 상관관계만 있다. 즉, 자존감이 높고 나르시시즘 성향은 낮을 수 있고, 자존감도 높고 나르시시즘 성향도 높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우월감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나르시시즘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과장된 존중 외에도 권리, 착취, 지배와 같은 특성이 있다. 나르시시스트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자신이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4. 과학 이론
4.1. 사회 관계 측정 이론 (Sociometer theory)
사회 관계 측정 이론은 자존감이 개인이 지각한 자신의 사회 관계를 반영하는 척도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즉 만약에 누군가가 원만한 사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는 자존감이 높을 것이고, 반대로 사회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최소한 자신이 원만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자존감이 낮을 것이라는 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14] 이 이론은 인지 행동 치료의 선구자인 앨리가 처음 아이디어를 제공한 후 2000에 Leary가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제시한 이론인데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사회 관계 측정 이론은 과거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협동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 서로 사회적 관계를 단단히 유지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 자존감을 개발하여 자존감이 떨어지면(=사회적 관계가 약해지면) 자존감을 보충하도록 사회적 관계를 강하게 하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몇몇 연구들은 실제로 이들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어떤 연구에서는[15] 자존감이 낮을수록 사람들이 타인이 자신을 수용하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fMRI 연구 결과[16] 사람들은 타인에게 거절당할 경우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사회 관계 측정 이론은 자존감의 크기와 자존감 불안정성(self-esteem instability:자존감이 변동하는 정도) 사이에 부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메타 분석 결과 사실로 나타났다.[17] 이외에도 많은 연구가 사회 관계 측정 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존감=내 사회적 관계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피진스키와 연구자들은[18] 사회 관계 측정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이 다른 이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피진스키가 미는 이론인 공포 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TMT)에 따르면 자존감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인데, 자신이 타인에게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면 당연히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자존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사회적 관계가 불안정한 히키코모리보다는 사회적 관계가 원만한 정상인들이 자존감이 더 높은 게 당연하다. 게다가 피진스키는 사회 관계 측정 이론을 지지한 연구들이 모두 개인에게 의미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했다고 강조한다. 즉 위의 연구들에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정확하게 자기 자신의 가치과 관련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만 영향을 받았다는 것. 이는 상당히 중요한데 실제로 사회 관계 측정 이론에 따르면 주변 사람에게 무시당하거나 욕먹으면 자존감이 떨어져야 하지만, 인터넷 등지에선 남에게 먹은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관종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위의 논문을 작성한 저자들은, 이런 면에서 자존감을 사회적 관계만으로 설명하는 사회 관계 측정 이론보다는, 자신의 가치라는 면에서 자존감을 설명하는 공포 관리 이론이 더 뛰어난 이론이라고 밀고 있다. 저자들의 관점을 지지할지는 개개인의 자유지만, 사회 관계 측정 이론이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한계 또한 가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5.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미국 심리학자 매튜 맥케이 교수의 저서 'Self-Esteem'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자존감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자기비판에 대응할 것을 가르친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자기비판은 그 자체로 다른 종류의 심리적 안정을 주기 때문에 끊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자기비판은 4세 무렵 부모의 과장되거나 가혹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그래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자기비판의 내용을 들어보고 거기서 모순되는 내용이나 과장된 내용이 없는지 점검하도록 해서 자기 비판을 비판하고 이러한 반복적 자기비판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이때 내담자가 과도한 방식으로 자신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재앙화(Catastrophizing)라고 한다.극단적이거나 과장된 언어사용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시험 점수가 10점 떨어졌다면, '이번 시험은 망했다.' 보다는 '점수가 10점 떨어졌다.'와 같은 현실과 일치하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살이 쪘다면 '돼지가 되었다.' 보다는 '체중이 10% 늘었다.'와 같이 현실에 근거한 표현이 좋다. 극단적인 표현이 내적동기를 자극해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내적 긴장감을 높이고 자존감을 떨어뜨려서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상황을 회피하고 싶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언어사용에 있어서 현실에 기반을 둔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웃으면 도움이 된다. 웃음은 뇌의 엔돌핀을 증가시카고 긴장을 낮춘다. 그러나 웃음이 허용되는 적절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기돌봄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음식 선택, 운동(활동), 수면 및 위생을 통해 매일 어떤 형태로든 자기돌봄을 실천하고 자기 자신을 보호받고 존중받아야하는 대상처럼 대하는 것이 좋다. 어릴 때 이런 경험을 부모로부터 제공받지 못했다고 해도 성인이되어서 스스로 실천해서 자존감을 채워줄 수 있다. 그러나 의식적인 노력이 없다면 어릴 때 받은 대우를 스스로에게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기분이 좋아도 괜찮다는 것을 아는 것이 좋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기분이 좋을 때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생각을 스스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양육 과정에서 기분이 좋은 상황에서 부모로부터 가혹한 비판을 받고 낙담하는 것을 자주 경험했기 때문일 수 있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유사한 불안감을 느끼고 스스로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생각패턴이 있다면 이를 바꾸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들은 기분이 좋으면 행동이 활발해지고 말이 많아 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혼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분이 좋기 때문에 혼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혼나는 것이므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성취를 인정해도 괜찮다는 것을 아는 것이 좋다. 자신의 장점이나 성취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려고 하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을 깎아 내리는 생각패턴을 가질 수 있는데, 이것은 양육기에 부모나 친구에게 자랑을 했을 때 혼나거나 비난받는 경험을 학습했기 때문일 수 있다. 자기 자랑을 했을 때 혼나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과시할 때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반응으로서 타인에게 질투나 미움을 사기 때문인데 이런 반응을 학습하면 스스로 자존감을 낮추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습관이 자신의 웰빙과 건강을 해치는 수준이라면 이것을 의식적으로 교정하는 것이 좋다. 자기 자랑을 남에게 하면 다른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겸손하게 행동하고 동시에 스스로에게는 인정하는 말을 해줄 수 있다면 높은 자존감을 가지면서 동시에 미움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
방어적인 태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취약한 존재로 보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회관계에 있어서 방어적인 태도를 갖기 쉽다. 그러나 방어적인 태도는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의 장애물이 되어서 자신을 더 고독하고 취약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다른사람에게 공격성을 내보이거나 다른 사람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도 적의를 느끼고 유대 관계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게 되고 자존감이 더 취약해지는 결과를 맞게 된다. 미국 사회신경과학자인 존 카치오포 교수는 이러한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취약한 상태에서 생기는 인지적 편향을 이해하고 이것을 의식적으로 극복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외롭고 방어적인 상태가 되었을 때는 만사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인식하는 우리 뇌의 특성을 이해하고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타인의 태도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사회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계획하는 등 외로움을 해소하기위해서 의식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6. 비판
6.1. 자존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제 와서 이런 충고를 드리는 것이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자긍심 같은 건 잊어버리세요. 대신 자기 통제(self-control)와 자기 수양에 더 집중하세요. 최신의 연구에 따르면, 이 두 가지가 여러분 개인이나 우리 사회에게 더 이롭습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 Baumeister), 2005[19]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 Baumeister), 2005[19]
- 자긍심이 높은 개인은 더 현명하고, 매력적이며, 일을 더 잘하고, 더 호감이 가는 생활을 한다.
➜ 물론 여러 평정 척도들을 통하여 이러한 응답들이 얻어지기는 해도, 결국에는 이것도 자기 보고(self-report)다. 자긍심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자기가 그렇다고 믿을 뿐이지, 남들이 보기에도 객관적으로 그가 그런 사람일지까지 예측하지는 못한다. 자긍심이 높더라도 그 사람이 실제로 현명하거나 호감이 갈지는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 과제 수행의 경우에는 실제로 상관관계는 존재하나, 잘하기 때문에 자긍심이 높은 것이지 자긍심이 높기 때문에 잘하는 것은 아니다.
- 점점 더 많은 현대인들이 낮은 자긍심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 미국 한정으로 거짓. 미국 중학생들의 1975년에서 1995년까지의 자긍심 데이터는, 이 기간 동안 자긍심 점수가 60점에서 80점까지 꾸준히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당시 출간된 많은 대중심리학 육아 지침서들이 자녀의 자긍심을 가능한 한 높여주라고 충고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20]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기간 동안 이 세대의 학업 성취는 더 떨어졌고 반사회적 행동들과 각종 적응상의 문제들은 도리어 증가했다.[21] 이 세대가 2000년 이후 현대 미국의 경제 활동 인구에 해당한다는 것에 주목해 보라.
-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는 우선 그 학생의 학업 수행을 격려함으로써 자긍심을 높여 줄 필요가 있다.[22]
➜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된다. 학업 수행 실패에 대한 피드백으로서 소위 "자존감 강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이 자신의 나쁜 성취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 한다. 관련 실험에서는 자존감 강화 프로그램을 통과했던 하위 성적 집단의 시험 성적이 유의미하게 더 떨어졌다.[23] 구체적으로 첨언하자면, 실험 집단에서는 D를 받은 학생의 성적표 뒤에다 "고개를 들라!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여서 더 나은 학점을 받고 자신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등의 격려 메시지를 첨부해 보여주고, 통제 집단에서는 성적표만 제공하거나, 성적표 뒤에 "학생은 스스로의 학점에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생활을 통제할 필요가 있겠네. 주의하게."와 같은 경고 메시지만을 제공했다.[24]
- 자신감이 높으면 자기 능력의 500%가 발휘되지만 자신감이 낮으면 30%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각종 자기개발서와 넷상에서 성공 명언이랍시고 돌아다니는 말 중 하나이다. 보통 영국의 심리학자 하드필드가 저서 '힘의 논리'에서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500%라는 괴물 같은 수치는 둘째 치고실상을 보면 저 말의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 자세히 파보면 저 말은 정신분석학자 제임스 하드필드(James Hadfield)가 저서 'Psychology of Power'에서 한 말이다. 심리학도라면 알겠지만 정신분석학은 보통 심리학으로 여기지 않거나 좋게 봐도 비주류로 여긴다. 게다가 하드필드가 연구한 것은 자신감이 아닌 정신분석 치료이고, 뭣보다 저 양반은 텔레파시와 사후 세계를 믿는 사람이었다. 나폴레온 힐 같은 자기개발서 저자들도 초능력을 옹호하며 헛소리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과연 이 양반이 신뢰할 만할까?
- 자긍심은 마약의 남용, 원하지 않는 임신, 반사회적 행동, 흡연, 섭식장애, 리더십, 결혼 생활의 행복 등을 예측하는 통계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자긍심이 높을수록 친사회적이고 바람직한 생활을 할 것이다.
➜ 실제 조사 결과, 인과 관계는 둘째 치고라도 상관관계부터 아예 없거나 미약한 수준이었다.[25] 또한 10대 조폭 일원들, 테러리스트들, 강력 범죄 수감자들이 평균보다 높은 자긍심을 갖고 있더라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26] 이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학계에 발표됐을 때 큰 논란에 휩싸였으며 그 결과 자긍심에 대한 좀 더 회의적이고 엄밀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음을 고려한다면, 일견 이 연구가 믿어지지 않는다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6.2. 반성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부정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것이 지속되면 잘못을 했을 때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쉽게 떠오를 수 있다.그러나 반성을 위해서 반드시 자기 존재를 부정적으로 묘사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시험 성적이 낮은 아이게 "너는 참 멍청하다", "너는 게으르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너는 참 훌륭한 아이인데 왜 성적이 낮게 나올까?"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 개인의 존재가 가치가 낮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건에 대해서 국한해서 비평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무가치하거나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소중한 사람임을 언급해 주는 것이다. 특정 행동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기 존재는 비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특정 행동과 자기 존재를 동시에 비판하면 극심한 우울과 분노 같은 신체적인 증상이 동반되는데 이것이 강력한 감정적 변화를 동반하므로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기 쉽다. 예를 들면 "너는 참 멍청하다. 그러니 성적이 낮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극도의 우울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공부라는 분야 전체를 두렵고 부담스러우며 자신감이 떨어지는 분야로 만들어버릴 수가 있다. 지하철에서 공황 발작을 일으킨 사람이 지하철뿐만 아니라 기차도 싫어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면서 반성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사건에 국한해서 비판하면서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부정적인 행동을 나답지 않은 행동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6.3. 옳지 않은 표현인가, 아닌가?
정신과 전문의 李修景(이수경) 씨는 성폭력 피해자의 후유증으로 자기 학대, 죄책감, 세상에 대한 공포, 낮은 자존감과 이에 따른 사회적 기술 부족, 억압된 분노.적개심, 신뢰를 맺는 능력 부족, 역할 혼돈 등을 들면서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애착 관계 형성과 성폭력 발생의 귀책이 가해자에게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95년 10월 4일 연합뉴스 기사 기사 원문
-1995년 10월 4일 연합뉴스 기사 기사 원문
한때 불었던 자기계발서 열풍 속에서 자존감의 개념 및 의미가 널리 사용되었지만 자기계발서 유행에 반하는 여론을 중심으로 자존감이란 단어가 오히려 번역 과정에서 생긴 잘못된 표현이라거나 자기계발서가 지어낸 신조어라는 주장이라며 자주 지적했다. 하지만 자존감이라는 단어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딱히 self-esteem과의 연관성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인용문에서 보이듯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2000년대 이전부터 쓰여오던 단어이다. 그런다고 단순히 대충 쓰는 용어도 아니었던 것이, 1990년대에 발간된 심리학/의학 등의 논문에서도 쓰이던 표현이었으며[27], 방송대에서 1999년 출판한 교육심리학 도서에도 언급이 되어 있는 용어이다.#[28] 기반이 되었을 단어인 '자아존중감'은 자존감보다 더 많은 검색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또한 단어 활용이 정착된 2010년 이후로는 학술, 업계 쪽 사람들도 스스럼없이 쓰고 있는 중이다. 또한 한국심리학회 사이트에 있는 용어 사전에서 역시 collective self-esteem를 집단 자존감으로 번역하는 등,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쓰이고 있는 상태이다.
2015년 이후로는 사전에서도 인터넷 사전을 위시하여 등재되고 있고, 국립국어원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단어이나 존중하다에 -감이라는 단어를 붙인 조어로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법상으로도 큰 문제는 없는 셈.
결론적으로 자기계발서가 자존감이라는 단어에 미친 영향은 학술, 전문 용어 정도로 간간이 쓰였던 단어를 일상 언어화시킨 것이지, 아예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었거나 학술 용어를 멋대로 지어낸 것이 아니다.
7. 기타
7.1. 자긍심 함양의 문화적 차이
상기했듯이 1970~1990년대에 북미권의 수많은 가정들에서는 "우리 아이 자존감 키워주기" 가 최대의 핫이슈가 되었었다. 물론 그 당시의 교육 관행이 오늘날까지도 어느 정도는 잔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나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중요하게 취급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이전에는 의외로 서양에서도 자녀가 뭘 하든지 무조건 칭찬해 주거나 자녀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경향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1930~1940년대 서구권 육아 지침서에는 "만일 당신의 자녀가 떼를 쓰면, 세상이 자기들 맘대로 그리 만만하게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철저히 깨닫도록 해 주어라." 라는 문구가 버젓이 있었을 정도였다.동아시아의 경우 뜻밖에도 의도적으로 자녀의 자긍심을 깎아내리는 문화적 특징이 과거에 존재했었다. 자기 자녀를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특징은 서구 연구자들에게 줄기차게 연구되어 왔으며, 현대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극복되긴 했지만 일부 노년층들 사이에는 아직 잔존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취학 전 연령의 자녀를 타인에게 소개 : "제 돼지새끼 같은 못난 놈들입니다."[29]
- 자녀가 학교에 입학할 때 교사에게 소개 : "제 자식은 때려야만 말을 들어먹는 놈입니다."
- 자녀가 기업에 취직할 때 사장에게 소개 : "제 자식이 아직 여러모로 불민한 놈이지만 믿고 써 주시니..."[30]
문화심리학 계통의 서구 연구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비하 → 타인의 추켜세움 과정이 불문율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잠재적 역기능이 최소화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즉 공동체적인 가치와 질서를 개인이 흔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부모가 낮추고 타인이 높이는 전략을 채택한다는 것.[31] 참고로 이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곳은 바로 중국.
하여간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자녀를 소개했다간 자칫 자녀의 앞길을 망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32]
한국 뿐만 아니라 모든 전통사회에서는 자녀가 부모에게 완전히 복종하도록 학습시키는 모습을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강자 앞에서 굴종하지 않으면 죽음에 가까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과거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가 성장해서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무력을 가진 사람에게 항의했다가 죽거나 재산을 강탈 당하는 상황을 막기위해서 사전에 부모가 강자에 대한 저항은 큰 고통을 초래한다는 것을 학습시키고 굴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강자 앞에서라도 정당한 논리를 가지고 저항하는 사람을 의롭게 여기기 때문에 상대의 지위보다는 정당한 논리를 가지고 반응하도록 학습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소개가 아닐 경우에도 이러한 문화적 맥락은 여전히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빼어난 미모를 지닌 될성부른(?) 어린이에게 유치원 선생님이 일부러 "너 못생겼어! 아유 못생긴 녀석!"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33] 이 역시 이 아이가 훗날 "나 좀 잘생긴 듯? 후훗~" 하면서 민폐를 끼치지 못하게 하고 겸손함을 갖게 하려는 의도이지만, 많은 현대인들의 관점에서는 쉽게 이해되기 힘든 양육 방식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이러한 의도적인 깎아내리기는 문화충격까지도 초래할 수 있을 정도이다.
8. 관련 문서
[1] 백인 부모는 아이에게 '곧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아시아 부모는 '내가 ~하라고 했지? 내 말을 안 들어서 이렇게 됐다'고 꾸짖는 내용.[2] 명품 치장은 자존감을 높이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무의식적으로 남들이 갖고 있는 명품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다시 떨어지고, 점점 더 비싸고 좋은 것을 원하게 된다.[3] 이와는 반대로, 자기혐오의 방향으로 표출될 경우 지나칠 정도로 외모에 관심을 끊기도 한다. 자신이라는 존재는 추하고 보잘것없으며, 겉모습을 꾸미더라도 여전히 자신은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4] Sommer, K. L., & Baumeister, R. F. (2002). Self-evaluation, persistence, and performance following implicit rejection: The role of trait self-esteem.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8(7), 926-938.[5] Shrauger, J. S., & Rosenberg, S. E. (1970). Self‐esteem and the effects of success and failure feedback on performance. Journal of Personality, 38(3), 404-417.; Shrauger, J. S., & Sorman, P. B. (1977). Self-evaluations, initial success and failure, and improvement as determinants of persistence.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45(5), 784.[6] 쉽게 말하자면 역경에 처했을 때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실패를 경험했을 때 좌절감을 올바르게 잘 극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7] "내가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실패하면 나는 정말 존재 가치가 없으니까,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도록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어"의 동기로 인해 발생하는 인지적 전략이다. 시험 전날부터 반의도적으로 자기 컨디션을 망치거나 게임을 하고, 시험을 망친 뒤 '이유가 있어서 시험을 못 본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8] Tice, 1991; Tice & Baumeister, 1997.[9] 이런 인식 때문에 인싸, 아싸 등의 표현이 생겨난 것이다.[10] Brockner, 1984.[11] 이와 반대로, 자아 존중감이 너무 떨어져서 타인을 쉽게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도 못 믿는 것이다.[12] 물론 자기가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집단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뜻은 'xx 집단의 소속된 자랑스러운 나가 아닌 단순히 xx 집단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13] 실제로 정신분석학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이다.[14] Leary, M. R., & Baumeister, R. F. (2000). The nature and function of self-esteem: Sociometer theory.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2, 1-62[15] Anthony, D. B., Wood, J. V., & Holmes, J. G. (2007). Testing sociometer theory: Self-esteem and the importance of acceptance for social decision-making.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3(3), 425-432[16] Eisenberger, N. I., Inagaki, T. K., Muscatell, K. A., Haltom, K. E. B., & Leary, M. R. (2011). The neural sociometer: brain mechanisms underlying state self-esteem.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23(11), 3448-3455.[17] Okada, R. (2010). A meta-analytic review of the relation between self-esteem level and self-esteem instabilit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8(2), 243-246.[18] Pyszczynski, T., Greenberg, J., Solomon, S., Arndt, J., & Schimel, J. (2004). Why do people need self-esteem? A theoretical and empirical review. Psychological bulletin, 130(3), 435.[19] 주요 저서로서 국내에도 번역된 《소모되는 남자》 가 있다.[20] J.M.Twenge & W.K.Campbell, 2001.[21] L.E.Berk, 2005.[22] "결과에 대해 칭찬하기 vs 과정에 대해 칭찬하기"와는 관계가 없는 연구임에 유의할 것. 낙제 학생에게 자긍심을 높이고 "당신은 가치 있는 학생입니다" 와 같은 위로를 전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이다.[23] Forsyth, Lawrence, Burnette, & Baumeister, 2007.[24] D.G.Myers, 《사회심리학》(11th ed.), p.64.[25] Baumeister et al., 2003.[26] Dawes, 1994; 1998.[27] 성취관련 스트레스 경험 후 완벽주의와 자존감이 우울발생 및 지속에 미치는 영향, (The) effects of perfectionism and self-esteem on immediate depressive reaction and enduring depressive reaction after experiencing achievement-related stress, 김연수, 학위논문(석사, 가톨릭대학교)[28] 대학 교재에서 까지 등장하는 용어이면 비교적 최신의 용어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90년대 후반이라면.[29] 실제로 코망쇠 형제로 잘 알려진 오원석 화백의 만화일기 시리즈에서 바로 이 용례가 등장한 적이 있다.[30] 이런 말에는 '날 생각해서 해주는 말일 텐데 또 스스로 자존감만 깎아내리고 있네 역시 난 구제불능이야' 라며 더욱 부정적인 영향의 위험이 있다.[31] 즉 위의 사례에서 사장은 관습적으로 "아유, 아닙니다. 이 친구가 그래도 맡은 일을 금세 배워서 곧잘 해 주니 회사에 크게 도움이 되는걸요." 라고 답례하게 된다는 것.[32] 나이가 어릴수록 자라면서 점점 더 아이가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므로 자존감이 낮아질 위험이 높은데 특히 부모 이외에 다른 사회(대표적으로 학교 친구 등)와 접촉 시간이 적을수록 아이에게 자신을 그런 식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게 된다.[33] 물론 이들도 주변 어른들이나 해당 어린이의 부모님에게는 아이의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한없이 늘어놓곤 한다. 그런데 진짜로 아닌 경우가 있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