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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성 제플입자 발생기 탈환 작전 | |||
날짜 | |||
우주력 792년, 제국력 483년 12월 ~ 우주력 793년, 제국력 484년 2월 | |||
장소 | |||
자유행성동맹령 | |||
교전 당사자 |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 자유행성동맹 헤르크스하이머 백작가 | |
지휘관 | 라인하르트 폰 뮈젤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 불명 | |
병력 | 은하제국군 순항함 헤슈리히엔첸 기타 함정 불명 | 자유행성동맹군 함선, 장병 불명 헤르크스하이머 백작가 아이마라 호 호위함 1척 | |
피해 규모 | 없음[1] | 최소 3척 이상 격침[2] | |
결과 | |||
은하제국의 승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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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OVA 외전 <탈환자>
- 시기: 우주력 792년, 제국력 483년 12월 ~ 우주력 793년, 제국력 484년 2월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SE 792년, RC 483년 12월부터 1~2월까지 일어난 사건이다. OVA 오리지널 외전 <탈환자>에서 묘사된다.
2. 발단
은하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문벌귀족 중에서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함께 귀족계를 양분하고 있는 빌헬름 폰 리텐하임 후작의 최측근, 헤르크스하이머 백작이 돌연 실각하여 사교계에서 자취를 감추더니 급기야 조국을 버리고 망명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헤르크스하이머 백작은 리텐하임의 후작을 보필하며 많은 공을 세운 후작의 최측근 가신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후작의 숙청대상이 되어 목숨을 위협받기 시작했고, 백작은 자기 가족과 몇몇 가신들을 대동한 채 페잔 자치령으로 도주하여 반란군 자유행성동맹으로의 망명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은하제국 역사상 귀족들의 내부 권력다툼에서 참패하고 페잔이나 동맹으로 도주하는 사례는 매우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백작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당시 안톤 힐머 폰 샤프트 기술대장을 수장으로 하는 제국 과학성에서 개발한 시험생산형 지향성 제플 입자 발생기와 관련 자료를 탈취하는 심각한 반역행위를 저지르면서, 이 사건은 단순한 일개 귀족의 망명이 아니게 되었다. 제국 정부와 군부까지 개입하여 백작의 망명을 사력을 다해 저지해야 하는 엄청난 사태로 발전한 것이다.
제국 과학성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첨단기술이 이렇게 허망하게 '반란군'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은 제국으로써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제국 정부는 백작의 망명을 저지하고 지향성 제플입자 기술의 시험생산형 발생기와 관련 자료를 탈환해 올 것을 군부에 명하였다. 군부는 아벤트로트 소장을 통해 헬무트 렌넨캄프 대령에게 세부 작전의 입안을 명하였고, 대령은 수 차례의 훌륭한 군공을 세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끝에 어린 나이에 순양함 함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 자신의 부하 라인하르트 폰 뮈젤 중령과 중령이 지휘하는 순항함 헤슈리히엔첸을 본 작전에 동원하였다.[3]
3. 작전 개시
3.1. 작전 목표
문제는 뮈젤 중령에게 명령이 하달되었을 때에는 헤르크스하이머 백작이 이미 페잔 자치령으로 도주해버렸다는 점이었다. 백작이 아직 제국에 남아있었다면 간단한 작전으로 끝났을 임무이나 백작이 제국와 동맹 사이 적대 관계를 이용하며 절묘하게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페잔에 있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조용히 끝날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우선 페잔에 위치한 제국 고등판무관부에서 손을 쓰려했으나 이미 백작이 용병대를 고용하고 있어 판무관부의 힘 정도로는 제압이 불가능했고, 페잔에 추가 병력을 투입하자니 페잔 자치정부의 반발 때문에[4] 이 조차도 불가능했다.결국 남은 수단은 이제르론 요새를 통해 제국군이 장악하고 있는 이제르론 회랑을 돌파하여 동맹령으로 진입하여 페잔 회랑의 동맹쪽 입구까지 이동하여 백작을 막아낸다라는 방법 뿐. 문제는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동맹군 경계망을 뚫고 회랑의 동맹쪽 입구를 돌파하는 것부터가 난제이고, 아무리 변경 지역이라도 해도 적지 한복판을 주파하여 페잔 회랑에 도달하여 백작을 체포한 뒤 다시 이제르론 회랑에 진입하여 요새로 복귀하는 것. 심지어 작전에 동원된 것은 못 알아볼 수가 없는 은회색빛의 제국 표준 순항함. 성공 가능성을 논할 가치도 없는 자살 행위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고, 다른 수단을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그나마 동맹령의 이제르론 회랑 - 페잔 회랑 사이의 최단루트가 동맹에서 변방 중에 변방에 속하는 미개척지로 유인 행성이 존재하지 않아 경계망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에서 성공 확률을 희박하게나마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페잔 주재 은하제국 고등판무관부로부터 백작의 위치 정보를 제공받기로 하여 페잔에 도착했을 때 백작의 행적을 찾을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3.2. 이제르론 회랑
아벤트로트 소장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하달받은 뮈젤 중령은 명을 받들고 부하들을 집결시켜 작전에 나섰다. 보안을 위해 순항함 헤슈리히엔첸은 우선 훈련을 이유로 출격하여 회랑의 동맹측 점령지역에 접근했다. 이후 뮈젤 중령은 함선의 주요 지휘관들을 집결시켜 헤슈리히엔첸에 하달된 '진짜' 명령을 공개하고 자신의 지시대로 회랑 입구를 돌파할 것을 명령했다.헤슈리히엔첸은 회랑의 동맹측 초계지역에 다다르자 함선의 모든 전파발신장치의 출력을 최대치로 높여 동맹군의 관심을 끌었다.[5] 이상 징후를 감지한 순항함 3척과 구축함 15척으로 이루어진 동맹함대가 접근하자 헤슈리히엔첸은 유효사거리 밖에서 함포를 발포한 뒤 즉각 후퇴, 사거리 밖에서 발사된 함포는 적중하지 않았으나 동맹함대는 이를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추격에 나섰다.
이런 기이한 행위에 부하들이 의문을 가졌으나 라인하르트의 목적은 적의 경비함대를 아군함대에 접촉시켜 전투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주변 적 함대가 모두 집결한 틈을 타 회랑 입구를 돌파하는 것이었다. 라인하르트의 작전대로 헤슈리히엔첸의 지원 신호를 수신한 제국군 함대가 접근하자 동맹군과 교전이 벌어졌고, 각자 주변 부대에 지원요청을 보내며 점점 전투의 규모가 거대해졌다.[6] 접전이 벌어지는 사이에 회랑의 동맹군 경계망은 옅어질 수 밖에 없었고 헤슈리히엔첸은 그 틈을 타 회랑 입구를 돌파하는 데 성공한다.
3.3. 헤르크스하이머 추격 및 함선 나포
제국 정보부의 정보대로, 이제르론 회랑에서 페잔 회랑으로 가는 동맹측 성계에는 유인행성이 없었다. 순항함 헤슈리히엔첸은 큰 사고 없이 항행을 계속했으나, 도중 동맹측 경비함대를 마주하여 소행성군에 숨어 경비함대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린 덕분에 작전보다 하루 늦게 페잔 회랑 부근의 주역에 진입하고 만다. 여기서 헤슈리히엔첸은 제국 고등판무관부측의 공작원이 발신한 비보를 수신하게 된다.고등판무관부의 노력으로 백작의 출항은 최대한 지체되었으나 이미 1일 전에 백작이 호위함 1척을 동반하여 페잔을 떠났고, 헤슈리히엔첸이 이 정보를 수신하기 4시간 전에 페잔 회랑의 동맹쪽 입구를 빠져나가버렸다. 다만 제국 공작원이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여 페잔을 떠나 동맹으로 향하는 모든 함선의 항로와 예상 위치를 전송하였기에 헤슈리히엔첸은 겨우 본 작전을 개시할 수 있었다.
페잔에서 출발한 함선은 총 18척. 이 중 목표는 단독으로 항행하는 함선과 3척 이상이 동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5개 조의 10척으로 좁혀졌다. 헤슈리히엔첸의 지휘관들은 진짜 백작의 함선을 찾기 위해 고심했으나 한시가 시급한 백작 입장에서 항행을 서두르고 있을 거라는 이유로 가장 앞서있는 함선을 노려야한다, 반대로 백작은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거드름을 부리며[7] 가장 느리게 오는 함선을 노려야 한다며 의견이 갈렸다.[8] 함장 라인하르트 폰 뮈젤 중령은 백작이 무사히 페잔을 벗어난 이상 긴장을 풀고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백작의 거만한 성격까지 염두에 두었을 때 최대한 여유를 부리고 있을 것이라 보고 가장 느린 함선을 목표로 보고 추격을 시작한다.
뮈젤 중령의 판단대로 백작은 여유로움을 자랑하며 항행을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페잔의 상선단이 이런 백작보다 더욱 느리게 항행하고 있었고,[9] 헤슈리히엔첸은 귀중한 시간을 더 허비하고 말았다. 발각을 피해 우회한 헤슈리히엔첸은 다음 목표를 찾아 추격을 재개했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백작이 탄 우주선 '아이마라 호'를 포착하고 공격을 개시할 수 있었다.
이미 2차례 시간을 허비한 탓에 백작의 함선이 동맹의 유인행성에 가까이 접근하여 자칫 동맹군 경비함대와 조우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 헤슈리히엔첸은 방해전파를 발신함과 동시에 발퀴레를 출격시켜 아이마라 호의 몇 안되는 무장과 안테나를 파괴하고 주포 일제사격으로 호위함을 격침했다. 아이마라 호를 무력화한 헤슈리히엔첸은 강제로 접현하여 통로를 만들었고, 보안주임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중위가 지휘하는 장갑척탄병들이 아이마라 호에 진입하여 우주선 장악을 시도했다. 선내에 타고 있던 몇몇 경비병이 저항했지만 장갑척탄병에게 어떠한 타격도 입히지 못한 채 살해당했고, 나머지 승무원과 경비병들은 모두 항복했다. 헤슈리히엔첸과 발퀴레들이 주변 경계에 나선 사이 아이마라 호를 장악한 키르히아이스 중위는 지향성 제플 입자 발생기와 관련 자료를 찾으며 백작의 행방을 쫓았다.
그런데 헤르크스하이머 백작은 가족과 가신들을 데리고 비상탈출포트로 탈출을 시도하던 중 감압장치 문제로 마르가레테 폰 헤르크스하이머를 제외한 모든 일행이 비참하게 사망하고 말았다.[10] 더구나 함선 화물구역에서 지향성 제플 입자 발생기를 발견했으나 장치 이전을 위한 절차는 보안장치에 막혀있었고 관련 자료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작전을 계속하는데 심각한 차질이 빚어져버린 것이다.
더구나 인근 지역을 순찰하던 동맹 경비함대가 이상을 감지하여 현장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라인하르트는 어쩔 수 없이 함재기를 귀환시키고 키르히아이스 중위에게 아이마라 호를 지휘하도록 하여 순항함 헤슈리히엔첸과 함께 현장을 빠져나갔다. 도착한 동맹함대는 흩뿌려진 함선의 잔해를 포착했으나 어떤 이유로 사고가 발생했는지는[11] 파악하지 못했다.
3.4. 제국령으로의 탈출
일단 안전구역까지 이동한 라인하르트는 혜성군에 모습을 감추고 아이마라 호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착수했다. 벤드링 소령의 조사 결과, 지향성 제플 입자는 기존 제플 입자에 제어용 나노머신을 대량으로 섞어 살포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입자를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라인하르트는 탈출 과정에서 이 신무기를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으나 시험생산형 단계라 나노머신의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 지향성 제플 입자의 살포는 단 1회만 가능했고, 애초에 장치 가동에 필요한 동력이 만만찮은데다가 제어 프로그램이 보안코드로 봉인되어있어 지금 단계에서는 일반 제플 입자 살포 이외의 기능은 사용할 수 없었다.여객선 내지 화물선에 불과한 아이마라 호는 너무 둔중했다. 결국 라인하르트로써는 어떤 식으로든 보안코드를 획득하여 발생기를 헤슈리히엔첸으로 이동시켜야했다. 문제는 백작과 그 일행이 모두 사망했고 함선의 승무원들은 단지 고용인에 불과할 뿐이다보니 코드를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오직 홀로 살아남은 백작의 어린 딸 마르가레테 폰 헤르크스하이머 뿐. 마르가레테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가족을 모두 살해한 셈이 된 라인하르트를 불신하여 입을 다물어버렸다. 마르가레테가 코드를 알고 있는지도 미지수이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해도 10살 안밖의 여자아이에게 고문을 가하거나 자백제를 투여할 수도 없는 노릇. 헤슈리히엔첸의 지휘부는 차라리 발생기를 파괴하고 마르가레테를 데리고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벤드링 소령이 발생기 컴퓨터에 관련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결사 반대, 라인하르트 역시 헤르크스하이머의 신변을 확보하지 못한 이상 지향성 제플 입자 발생기와 자료라도 회수해야 한다며 벤드링 소령의 의견에 동의한다.
논쟁이 격렬해지려는 차, 사태의 전모를 파악한 동맹군이[12] 헤슈리히엔첸을 추격해오는 것이 포착되었다. 그런데 이 추격함대에서 혜성군을 향해 정찰대를 파견하였고 이에 라인하르트는 전투 준비를 명령하는 동시에 키르히아이스에게 제플 입자 발생기를 가동할 것을 지시한다.
원래는 지향성 제플입자 발생기를 온전하게 회수할 생각이었으나 전투가 불가피해진 이상, 라인하르트는 발생기를 적극적으로 전투에 동원했다. 나노머신 사용이 불가능해도 제플입자 자체는 살포가 가능하기 때문에 헤슈리히엔첸은 도주하면서 추격해오는 동맹함대에 입자를 살포하는 식으로 한 차례 동맹함대를 전멸시켜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연달아 벌어진 전투로 함선의 포탄이나 에너지 등이 소진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순양함 1척으로 적지 한 가운데에서 계속되는 추격을 언제까지고 뿌리칠 수도 없으니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와 벤드링 소령을 앞세워 마르가레테를 설득하기로 한다.
키르히아이스 중위는 마르가레테에게 백작과 가족들의 시신을 보여주며 그녀를 위로하는 것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부드럽게 설득을 시작했다. 마르가레테는 온화한 키르히아이스의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었고 자신의 어머니가 독살당해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망명을 택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보안코드를 그에게 넘겨주게 된다. 그러는 동안 헤슈리히엔첸은 사태를 파악하고 경로를 봉쇄하기 위해 전방에 배치된 동맹함대를 포착하였다. 라인하르트가 아이마라 호를 방패로 삼고[13] 혼잡한 소행성군을 통해 동맹군의 추격을 뿌리치는 사이 키르히아이스 중위는 발생기를 절묘하게 살포하여 경로를 봉쇄한 동맹군을 전멸시켜 헤슈리히엔첸은 또다시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3차례에 걸친 전투로 인해 함선의 물자가 거의 바닥나버렸다. 추가 지원이 시급한 라인하르트는 재차 페잔주재 고등판무관부와 교신을 시도하여 이제르론 방면군을 통해 보급이 준비되어 있다는 답신을 받고 항행 속도를 높였다.
3.5. 드러난 진실
이렇게 헤슈리히엔첸은 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자 라인하르트는 작전을 진행하며 생겨난 의문을 풀기 위해, 자신들 모르게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키르히아이스와 함께 벤드링 소령을 추궁한다. 작전의 감시역으로 파견되었다는 점이나, 부득이하게 제플입자 발생기를 파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때 그간 조용히 있던 것과 다르게 크게 당황하여 격하게 반대했던 점 등 벤드링 소령에게 남모르게 내려진 비밀명령이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파악하고 있었다.추가로 키르히아이스는 이대로 마르가레테를 데리고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망명을 결심한 시점에서 헤르크스하이머 가문은 귀족사회에서 축출되었고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모두를 잃은 이상 돌아간다 한들 신변을 위협받을 것은 당연지사.[14] 이 점을 들어 키르히아이스는 이미 작전 목표를 완수한 이상 마르가레테는 무사히 동맹으로 보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벤드링 소령은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추궁에 오래가지 못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다만 그 역시도 발생기 관련 자료 외에 장치 내부에 저장된 '어떤' 정보를 비밀리에 회수하고, 이것이 여의치 못하다면 파기하라는 명령만을 받았을 뿐 자세한 사항은 전달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와 함께 발생기 컴퓨터를 조사하여 사건 뒤에 숨겨진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다.
수개월 전, 헤르크스하이머 백작은 빌헬름 폰 리텐하임 후작에게 자신의 최대 정적인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약점을 찾아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에 백작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조사를 거듭한 끝에 후작의 여식 자비네 폰 리텐하임과 차기 제위계승을 두고 격렬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여식,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에게 유전적인 결함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었다.
골덴바움 왕조 치하 은하제국은 초대 루돌프 폰 골덴바움 대제가 직접 제정한 열악유전자 배제법에 의거하여 신체적 결함이 있는 자를 철저하게 말살해왔다. '청안제'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 시대에 들어서야 이 악법이 사문화되긴 했으나 루돌프 대제가 직접 제정한 법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었고, 악법이라고 해도 시행된지 너무 오래되어 제국 사회 각 분야에 그 영향력이 너무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15]
이 사실 하나면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제위계승을 무산시켜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몰락시킬 수 있다. 헤르크스하이머 백작은 크게 기뻐하며 자신의 주인 빌헬름 폰 리텐하임 후작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그런데 백작이 한 가지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엘리자베트의 유전적 결함은 아버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아닌, 다름 아닌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딸이자 브라운슈바이크 가문에 시집 온 황녀 아말리에 폰 브라운슈바이크가 가지고 있던 결함이라는 것. 사실 열악유전자 배제법를 제정하여 수십 억명을 살해한 제국의 초대황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은 그 자신은 몰랐으나 어떤 유전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총애하던 후궁 사이에서 낳은 자식 상당수가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뒤 그 사실을 안 루돌프는 후궁과 그 가문, 이 사실을 알고 여기에 관련된 사람 전원을 처형하여 사실을 은폐했으나 용케 정상적으로 태어난 후손을 통해 이 결함은 계속 유전되고 있었다.
문제는 리텐하임 후작의 아내 크리스티네 폰 리텐하임도 아말리에와 마찬가지로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딸이었다는 것. 즉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유전적 문제는 후작의 여식 자비네 폰 리텐하임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헤르크스하이머 백작은 엘리자베트와 자비네의 제위계승을 무산시켜 당대 제국의 귀족사회를 양분하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가문과 리텐하임 후작 가문 모두를 몰락시킬 수 있는, 감히 밝혀서는 안되는 진실을 파헤치고 말았던 것이다.[16]
이에 리텐하임 후작은 헤르크스하이머 백작 본인은 물론 백작 가문 전체를 제거하기로 마음 먹고 행동에 나섰다. 우선 백작의 아내가 독으로 사망했고 운 좋게 이를 피한 백작은 황급하게 재화를 긁어모은 뒤 지향성 제플 입자 장치를 강탈하여 페잔으로 도주해 동맹으로 망명을 시도하였다. 일개 백작의 망명에 제국 정부가 이상하리만치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자신이 귀족 사이의 권력다툼의 더러운 뒷처리를 떠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벤드링 소령은 크게 실망하여 제국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깊은 회의감에 시달리던 소령은 급기야 함장 라인하르트를 찾아와 자신이 마르가레테의 후견인이 되어 동맹으로 망명하겠다는 놀라운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느닷없는 충격적인 발언에 그 라인하르트조차 당황하였고, 소령이 망명하게 되면 제국에 남은 가족들은 어찌하겠냐는 물음에 소령은 그렇다면 자신이 작전 중 사망했다고 꾸며달라 요청한다. 금도를 넘어선[17]
라인하르트는 벤드링 소령이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과 어차피 동맹으로 보내줄 생각이었던 마르가레테에게 후견인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들어 벤드링 소령의 요청을 승낙하고, 소령을 마르가레테에게 데려가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뮈젤 함장이라고 했나? 그대에게 키르히아이스는 가신인가 종자인가?"
"친구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대답에 놀란 그녀는 이내 무언가를 생각했는지, 수긍하며 키르히아이스를 포기한다. 이후 후견인이 되기로 한 벤드링 소령에게도 말한다.
"그대는 나의 친구로 있어주게. 가신도 종자도 아닌."
이 말에 세 사람 모두 놀라고 이후 마르가레테는 자신의 곰인형을 지크프리트라는 이름을 짓고 키르히아이스에게 조그만한 빨간 곰인형, 지크프리트 2세를 준다.
라인하르트은 그동안 동행하던 아이마라 호를 해방한다. 해방된 승무원들은 죽은 백작에게 받았던 의뢰를 따라 벤드링 소령과 마르가레테를 안전하게 자유행성동맹까지 호송하였고,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는 떠나가는 아이마라 호를 보며 마르가레테가 성인이 되어 자유행성동맹군에 입대하기 전에 평화로운 우주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다.
3.6. 동맹령 탈출과 이제르론 요새로의 귀환
그렇게 이제르론 요새로의 복귀를 시작한 헤슈리히엔첸은 이제르론 회랑의 동맹측 지역에서 봉쇄선을 만든 동맹군 함선들을 발견한다. 보급품과 에너지 모두 고갈되가는 상황에서 저 봉쇄를 뚫는 방법은 오직 지향성 제플 입자 뿐. 그런데 지향성 제플 입자 발생기는 시작기인 탓에 보유하고 있는 나노머신도 제한되어 있고 아직 실험 단계라 제플입자를 조종하는 것도 성공률 50%의 낮은 확률을 뚫어야만 했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던 라인하르트는 발생기의 작동을 명령, 다행스럽게도 키르히아이스의 노력이 빛을 보아서인지 입자 방출과 제어 모두가 성공한다.발사된 지향성 제플 입자는 동맹군을 삽시간에 소멸시켰고, 덕분에 헤슈리히엔첸은 봉쇄선을 돌파하여 요새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발생기가 소비하는 에너지량 때문에 함선 동력이 고갈되어 각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결국 함선의 엔진마저 정지되고 말았고 함선이 관성을 이용하여 전진하는 사이 바렌 부함장은 남은 보조동력을 총동원하고,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와 함선 수뢰장에게 모든 기뢰를 살포하도록 지시한다. 동맹군의 추격을 처절하게 뿌리치는 사이, 헤슈리히엔첸의 전방에 드디어 제국군 수송선이 포착된다.
그런데 이 수송선은 호위 함선도 없는데다가 요새로 철수를 개시하며 보급품을 방출할 테니 알아서 수거하라는 어이없는 통신을 보내온다. 헤슈리히엔첸의 승무원들은 수송선의 비겁함에 분노했으나[18] 이내 수송선의 함장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판단을 내린 것을 깨닫게 된다. 무장도 없고 기동성도 낮은 수송선은 되려 헤슈리히엔첸의 퇴로를 방해할 수 있고, 방출된 보급품을 알아서 수거하게 되면 일부 물자를 잃어도 함선의 속도를 유지하며 보급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기뢰를 모두 뿌려 동맹군의 발을 묶은 사이 헤슈리히엔첸은 측면 갑판을 개방하고 승무원들이 직접 방출된 보급품들을 수거하여 선체로 회수했다. 약 70% 가량의 물자가 회수되었고 헤슈리히엔첸은 동력을 재가동하고 겨우 추격을 뿌리치고 요새로 복귀할 수 있었다.[19]
3.7. 요새 복귀 후
복귀한 라인하르트는 바로 아벤트로트 소장에게 작전 보고를 올린다. 아벤트로트는 임무의 성공을 치하하고 '전사한' 벤드링 소령의 일을 안타까워한다. 라인하르트는 이 작전에 숨겨진 진짜 목적을 밝히며 소장을 압박했고, 소장은 진땀을 흘린 끝에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승진을 약속해야했다.집무실을 나선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로부터 페잔에서 자신들을 지원한 무관이 22세의 나이트하르트 뮐러 중위라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숨겨진 인물이 많다면서 뮐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된다.
이후 라인하르트 폰 뮈젤과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는 대령과 대위로 각각 승진한다. 다만 제플 입자와 관련된 작전은 기밀 사항이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황제 프리드리히 4세가 라인하르트의 생일을 축하하여 포상으로 1계급 승진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 다만 라인하르트가 미끼작전으로 끌어들인 제국군 경비함대에서는 피해가 나왔을 수 있다.[2] 대부분 지향성 제플입자에 의해 격침되었다.[3] 보안을 위해 순항함 승무원들이 그대로 동원되어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소령이 부함장,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중위가 보안주임 직을 유지하였다. 이 외에 작전 감찰 및 정보 제공역으로 상부에서 벤드링 소령이 감찰관으로 파견되었다.[4] 약 1년 전에 취임한 란데스헤르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은하제국이 백작 체포에 무력을 동원하거나 페잔에 필요 이상의 압박을 가한다면, 반란군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이를 저지하겠다며 되려 제국 정부를 위협하고 있었다. 명색이 제국의 속령이지만 내정자치권은 확실히 가지고 있던데다 제국과 동맹의 사이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까지 있으니 이정도 배짱도 가능했던 것. 심지어 상대는 루빈스키였다.[5] 제국군 함선 하나가 위치를 드러내며 접근하면 동맹군으로써는 혹여 망명을 희망하는 배가 아닌지 확인하러 접근할 수 밖에 없다.[6] 이건 아군 장병들을 미끼로 사용하는 행위라 밴드링 소령이 우려를 표했으나 라인하르트는 기밀 임무를 수행하는데 제대로 된 지원도 해주지 않으니 지원군이 되도록 만들어준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시기상 크고작은 충돌이 잦은 시기였기에 쌍방 모두 별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7] 리텐하임 후작의 암살 시도로 아내도 잃고 황급하게 도망처나오긴 했으나, 그래도 백작은 문벌귀족의 일원이다. 귀족으로써의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완전 타지에서 새출발을 하는 상황에서 백작은 자신의 몸값을 올려 동맹측이 자신들을 '모시도록' 만들 필요성도 있다.[8] 근데 정작 백작이 빨리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건 벤드링 뿐이고 바렌과 키르히아이스는 공통적으로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9] 이는 다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바렌은 페잔 상인들은 상인이라는 특성상 최대한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10] 당황한 백작과 가족들은 다급하게 탈출하려다가 조작 미숙으로 감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포트를 발진시키고 말았다. 탈출 포트는 감압 이상으로 내부 온도가 급속하게 동결되어 탑승 인원 모두가 극심한 고통 속에 동사, 오직 마르가레테만이 장치 이상으로 의식을 잃고 살아남았다.[11] 남은 잔해를 분석하여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소모되는데 설마 제국군이 여기까지 침투하였을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심지어 우주해적의 존재도 있기에 자세히 조사를 해야지 확인이 가능했다.[12] 사실 동맹도 헤르크스하이머가 지향성 제플 입자 발생장치를 가져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협의까지 마친 상태였다. 제플 입자가 일반적인 발생장치에서 만들어지면 얼마나 통제불가능하고 쉽게 폭발하는 위험한 물건인지에 대해서는 그 당시엔 이미 상식이었기 때문에 동맹 측의 노력도 지대한 것은 당연했다.[13] 동맹군은 아직 백작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라인하르트는 백작과 함선 승무원들의 목숨을 인질로 이용할 수 있었다. 동맹군은 섣부르게 발포하지 못하고 헤슈리히엔첸에 접근하여 함선 탈환을 꾀해야만 했다.[14] 리텐하임 후작은 이미 백작을 대놓고 살해하려 들었다. 다른 가족을 잃은 마르가레테가 제국으로 돌아가봐야 후작의 압력을 무시하고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15] 은하제국 유년학교 살인사건 당시에도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 시대를 지나 무려 프리드리히 4세 시절이었음에도 천적 장애를 가진 학생이 과거처럼 수용소로 끌려가 살해되거나 하지는 않았어도 퇴학당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다.[16] 거기다 단순히 브라운슈바이크와 리텐하임만이 아니다. 다들 그런 상상을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골덴바움 황가 그 자체에 유전적 결함이 있다는 결론도 낼 수 있기 때문. 이렇게 보면 제국은 설사 헤르크스하이머가 지향성 제플입자 발생기를 가져가지 않았더라도 별 차이 없이 그를 끝장내도록 했을지 모른다.[17] 동맹으로 망명하겠다는 소리부터가 반역죄, 심지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거짓 전사 보고를 올려달라는 소리는 라인하르트와 바렌 모두를 반역자의 공범으로 만드는 것이다. 소령의 발언에 부함장 바렌 소령이 크게 노했으나 라인하르트가 이를 제지했고, 벤드링 소령은 자신은 남작가의 삼남으로 결혼도 하지않아 피해를 볼 사람도 없다고 주장한다.[20][18] 라인하르트는 수송선에 호위함 몇 척을 붙일 배려도 없냐며 짜증을 냈다.[19] 그리고 이 수송선의 함장이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 소령이었음이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