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6 09:34:26

흑색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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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2. 원리3. 조성비4. 단점5. 사용분야6. 대체 흑색화약7. 대중매체

1. 소개

흑색화약(, black powder)은 초석과 숯, 황을 혼합해서 만든 검은색의 화약이다. 화약의 시작이자 대표적인 저속폭약.[1] 흑색화약이란 명칭이 붙은 이유는 보통 흑색의 분말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2]

비교적 단순한 재료와 제법으로 만들 수 있어 인류 최초의 폭발물로 쓰였다. 일명 "고대 중국의 4대 발명"인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 중 하나로, 군사사 면에서 냉병기 시대를 넘어 화기 시대로 가는 길을 열었다. 현대적인 화약에 비하자면 여러가지 단점은 있으나, 개인화기에서 대포, 폭탄, 로켓, 불꽃놀이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어서 초창기 폭발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쓸만한 것을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제대로 된 흑색화약을 만들어 비교적 실용적으로 널리 사용했다는 확신할만한 기록의 등장은 9세기 당나라 시대를 꼽으며, 11세기 송나라 시대 무경총요에는 레시피가 확실하게 적혀 있었다. 송대에 군용으로 쓸 정도로 널리 퍼지고, 이를 입수한 몽골 제국이 동아시아에서 중동과 동유럽까지 대확장을 하는 과정에 13세기에 중동과 유럽으로도 전래되었다.

하지만 2세기 후한 말기 오나라의 도사인 위백양, 6~7세기 수나라~당나라 초기의 도사인 손사막 등 연단술을 연구하던 이들이 흑색화약으로 추정할만한 것을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유럽에서도 전래 이전부터 연금술을 연구하던 이들에 의해 우연한 조합으로 흑색화약의 레시피를 발견했다는 설이 있다. 소재 자체가 단순하고 연금술사들이 흔히 다루는 물건이며, 제법도 잘 섞으면 어떻게든 만들어지는 거다보니, 연금술사나 연단술사 같은 화학 조합을 연구하던 사람들이 발견하기 쉬운 화약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단발적 발견이 대규모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공식적인 루트는 중국, 몽골, 중동, 유럽 전수 루트를 꼽는 것이다.

2. 원리

조성은 질산 칼륨[3]+(탄소)[4]+[5]이 일정 비율로 혼합된 형태이며, 황의 비율에 따라서 폭연(deflagration) 속도가 조절된다. 복합화약이므로 장전법이나 장전밀도에 따라 다르지만 폭연 속도는 수백m/s 정도이다. 위력계수[6]는 0.55.

각 물질은 흑색화약의 폭발에 다음과 같이 작용한다.
  • 질산 칼륨(KNO3\, 초석)은 강력한 산화제로 작용한다.
  • 숯(목탄)은 질산칼륨에 의해 산화되어 이산화 탄소 등의 기체와 열을 만들어낸다.
  • 황은 저온에서도 상대적으로 쉽게 발화해 폭발이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

이 구성물들 중에서 질산염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질산염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산화제로 활용할 수 있는 물질이 공기 중의 산소밖에 없고, 그건 이미 폭발이 아니라 단순 연소이다. 비율이 큰 만큼 초석의 수급이 가장 중요했지만 세계적으로 자연 산출되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는 자원이었기에, 예로부터 각국은 다양한 제조 방법을 개발했고, 남의 집에 다짜고짜 쳐 들어가 질산염이 풍부한 흙을 긁어 모으는 관리들을 둔다거나 초석밭을 의무적으로 짓게 해서 세금 대신에 초석을 받는다던지 하는 식으로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초석 수급에 목숨을 걸었다. 초석의 순도 역시 중요하므로, 물에 녹였다 재결정화를 반복시켜 순도를 높일 수 있다.

사실 화학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중요도가 낮은 것은 황으로, 황이 없더라도 목탄 비율만 잘 조절하면 생각보다 꽤 괜찮은 화력의 흑색화약을 만들 수 있다. 황이 없는 흑색화약은 위력은 좀 줄어들어도 연기가 덜 나는 장점이 있다. 전장식 총기라면 줄어드는 위력은 화약을 더 많이 장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벌충할 수도 있고. (탄피식이라면 탄피의 용량에 한계가 있어 부적합한 대처법) 무연화약이 개발되기 직전에 무연화약 비슷한 개념으로 황이 없는 저연 흑색화약을 개발한 적도 있을 정도. 다만 점화 온도가 100도 정도 올라간다는 문제가 있어서 플린트락 총기에 쓰기는 껄끄럽다. 대신 캡락 총기에서는 별 상관 없는 문제점이다.

과거에는 황의 수급 역시 매우 중요시했는데, 황 역시 광물의 일종이라 구하기는 어렵지만 동아시아라면 일본, 유럽이라면 시실리와 같은 화산 지대에서 풍부하게 비교적 순도 높게 나오며, 필요량은 상대적으로 소량이며 한방 재료로도 쓰이던 것이라, 초석에 비해 수입으로 전량 충당하는 것도 가능한 물질이었다. 수입선이 끊기는 경우에는 황철광에서 뽑아내는 방법도 있다.

연소의 실질적인 연료는 목탄(숯)이 담당한다. 그런데 숯 대신에 순수한 탄소를 쓰면 안 된다! 순수한 탄소는 숯에 비해 점화 온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순수한 탄소를 조합해서 만들면 화약이 아닌 성냥대가리마냥 느린 속도로 불타오를 뿐이다.

목질에 따라, 숯의 가공 상태에 따라 특성도 달라지기에 어떤 목탄이 좋은지에 대해서 저마다 레시피가 존재했다. 어떤 목탄을 쓰느냐에, 어떤 온도나 방식으로 숯을 만드느냐에 따라 흑색화약의 반응 속도(빠르고 즉각적으로 격발되느냐, 한박자 느리게 행파이어가 되느냐)나 타고 나서 찌꺼기가 얼마나 남느냐 등 좋은 흑색화약을 결정하는 많은 요소가 영향받는다. 용도에 따른 최적 조성비를 결정하고, 초석과 유황의 순도를 확보하고, 제조 공정을 안정화 시킨 후에는 이제 흑색화약을 개량할 수 있는 부분은 이제 목탄의 질 정도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탄매는 연료인 목탄이 타고 난 재와 이것저것이 뭉친 찌꺼기다. 당연히 재가 가볍고 부드러워서 쉽게 닦아낼 수 있을수록 추진제용으로 좋다. 그래서 빠르고 쉽게 타며 가볍고 부드러운 재를 남기는 연목계 나무가 대개 적합한 목질로 꼽히는데, 각 수종을 따지고 보면 경목에 속하는 나무도 자주 쓰였다. 예를 들어 오리나무도 탄약용 흑색화약의 숯으로 적합해서 군용으로 쓰였고, 분류상 경목이지만 실제론 연목처럼 가공이 편한 발사나무는 탄약 추진제용 흑색화약의 숯으로는 매우 적합하나(어지간한 상용 화약보다 깨끗하게 탄다), 불똥을 화려하게 빛나게 해야 하는 불꽃놀이용 흑색화약으로는 부적합하다. 애초에 발사 나무 자체가 너무 비싸서 부적합하기도 하다 오동나무도 경목이지만 탄약용 화약으론 적합, 불꽃놀이용으론 부적합. 소나무는 아시아에서 흑색화약용으로 많이 쓰였는데, 사실 수종의 범위가 넓어서 재배 지역에 따라 연목과 경목 모두 소나무 범위 안에 들어가고, 그래서 각 수종마다 특성이 다르다. 대나무 숯은 추진제용으론 괜찮지만(탄속은 좀 덜 나오지만 아주 깨끗하게 타는 편), 불꽃놀이용으론 부적합. 버드나무는 추진제용으로도, 불꽃놀이용으로도 매우 우수한 대표 목질. 사과나무 숯은 대개의 수종이 추진제용으론 부적합하다. 코코넛 숯(야자숯)은 구하기 쉬워서 실험용으로 자주 쓰이긴 하나 추진제용으론 부적합하다는 평.

사실 성능을 따지지 않고 불이 붙기만 해도 되는 수준이면, 목질로 된 것 대부분이 어떻게든 흑색화약의 숯으로 만들어 쓸 수 있다. 추수 후 남은 지푸라기라거나, 커피 가루라거나, 식빵이라거나 등등. 이런 것 대부분이 순수한 나무보다 더럽고 탄속도 낮은 저질 흑색화약을 만든다. 면솜 같은 순수한 목질에 가까운 것일수록 제대로 만든 흑색화약에 가까운 성능을 낸다.

현대의 흑색화약은 정전기로 인한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알갱이에 흑연을 도포(코닝)한다. 이는 흑색화약의 안정성을 한 단계 높여주지만 또한 점화 속도나 불똥에 대한 반응을 한박자 느리게 만들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서는 생략할 수도 있는 요소다. 현대의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플린트락보다는 화력이 좋은 퍼커션 캡을 사용하고, 어쨌든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한 것이 무조건 좋으므로 대부분 흑연을 바른 제품이다.

3. 조성비

현재 사용되고 있는 흑색 화약은 1780년대에 불꽃 제조사들이 발명한 것으로 질산 칼륨 75%, 숯(탄소) 15%, 황 10%의 질량비로 이루어져 있다.[7] 75-15-10은 외우기 쉬워서 현재 대표적인 질량비이지만, 실제론 최적화 비율은 아니다. 현재 알려진 최적 비율은 질산 칼륨 74.64%, 목탄 13.51%, 황 11.85%. 하지만 소숫점 두자리까지 따져서 얻는 성능 차이는 미세하다. 실용적으로 기억하기 쉬운 75-15-10 비율은 일단 만들어보고 용도나 재료 질에 따라 미세 조정을 하면서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준점이 되어주기에, 일단 닥치고 만들어봐도 좋을 쓸만한 범용 조성비다.

과거에는 각국마다 이러한 구성비가 달라서 조선 시대에는 중국일본의 화약을 각각 '화약', '약'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의 경우 신전자초방(新傳煮硝方, 1698년)에 나온 개선형 비율이 초석 1근, 버드나무 재 3량, 황 3돈 (약 78:15:7) 비율이다. 그 이전에는 흙(초석 채취용)과 재가 3배는 들었다고 한다. 유럽 역시 각국이 흑색화약 조성비와 위력이 달라서, 영국제 화약이 더 성능이 좋았다 같은 기록이 있다. 한마디로 만든 시대와 만든 나라에 따라 다 성분비가 달랐다.

조합비를 달리 하면 조금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다. 총의 추진제용과 포의 추진제용, 로켓의 추진제용은 조합비가 다르다. 예를 들어 목탄의 탄화가 덜 된 것을 조합해서 만든 경우 갈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갈색화약이라고 부르는데, 연소 속도가 느려 대포의 추진제로 적합하다. 화약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도 연소속도가 느린 흑색화약을 흡수성의 삼끈 등에 바르거나 흡수시켜 만든다. 폭죽용 흑색화약은 다양한 색깔을 위해 금속 원소나 자연물 등의 불순물을 혼합한다. 플래시 파우더라고 부르는 번쩍이는 빛이 잘 나오게 하는 용도라면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을 많이 섞어준다. 조성비 조정으로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점은 흑색화약의 장점 중 하나이다.

현대에도 과거와 조합비만 다르지 흑색화약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라스팅 파우더라고 부르는, 바위를 깨트리는 등의 광산용으로 사용하는 흑색화약은 초석 70%, 목탄 14%, 황 16% 비율을 사용한다. 질산칼륨보다 더 싼 질산나트륨을 사용하는 블라스팅 파우더의 경우, 질산염 40%, 목탄 30%, 황 30% 비율로도 만든다. 돈 없는 테러단체나 민병대 등은 로켓이나 트럭 등 좀 덜 정교해도 되는 무기체계에 흑색화약을 대량으로 넣어 쓰기도 한다.

흑색화약은 각 성분을 잘 섞은 혼합물 분말 형태로는 습기에도 약하고 사용하기도 어렵고 성분이 불균일하게 나뉘기도 하므로 알갱이 형태로 가공해서 만든다. 이렇게 흑색화약 가루를 가공해 알갱이 형태로 만드는 것을 코닝(corning)이라고 하며 14세기 유럽과 중국의 화약 무기에서 실용성을 높여준 중요한 발명이다. 알갱이의 굵기로 연소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같은 화약으로도 알갱이 굵기에 따라 연소 속도와 용도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흑색화약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다. 덤으로 습기에도 강해져서 보관성이 좋아지기에 안전성도 올라가고, 약실에 다져 넣었을 때도 산소와 접촉할 수 있는 화약 알갱이의 표면 면적이 넓게 남아 있기에 화력도 올라간다. 가루 화약보다 대략 30~300%까지 더 화력이 나온다. 흑색 화약으로는 올리는 화력의 한계가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더 적은 양의 화약으로 같은 위력을 낼 수 있다고 보는 게 좋다.

코닝은 잘 갈아서 한데 섞어준 흑색화약 가루 혼합물에 적당한 분량의 물이나 주정을 뿌려 흡수시키고 일정한 틀에 넣어 굳힌 후 다시 절구맷돌 같은 데에 갈아서 적당한 크기의 알갱이로 분쇄시킨 후에[8] 적절한 굵기의 체로 걸러주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물에 녹은 질산염이 다공질 숯 속으로 파고들어가 재결정화되고 이후 분쇄된 가루를 체에 쳐서 적당한 크기의 입자로 모아 연소속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보장할 수 있게 되므로 대포용 장약과 소총용 장약을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흑색화약 제조의 핵심이 바로 덩어리가 된 화약을 잘 갈아서 굵은 체와 가는 체로 잘 걸러서 알갱이의 크기를 되도록 균일하게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분류 과정이다. 코닝한 알갱이의 굵기에 따라 용도가 갈리는 데 F(fine, 고움)가 제일 굵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고와진다. F를 재는 법은 인치당 체의 철사 갯수가 몇 개냐를 주로 쓴다. 그 갯수 기준은 국가나 시기마다 조금 다를 수 있다.
  • 캐논 파우더, 굵은 분말(coarse powder) 또는 웨일링: 포탄 장약용. 캐논 파우더는 1F보다 굵은 것을 대충 싸잡아 부르는 명칭이고, 실제 화포용으로 규격화해서 썼던 시절에는 F보다 굵은 규격은 C(coarse, 굵음)를 표기 단위로 썼다. F와는 반대로 C 갯수가 많을수록 굵어지며 최대 7C까지 있었다. 7C면 알갱이 직경이 15 mm다. 게다가 10인치를 넘는 아주 큰 초대형 화포를 위해,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려고 일부러 더 굵게 만든 특제 화약을 쓰기도 했다. 이런 것은 알갱이 크기가 골프공이나 테니스공만하게 빚은 걸 쓰기도 했고, 공 모양이 아니라 중앙에 구멍을 뚫은 육각기둥형으로 만들기도 했다.
  • F: 느리게 탄다. 산탄총, 대구경 머스킷 장약용. 인치 당 체의 철사 숫자가 10~12개 정도.
  • FF: 1F보다 조금 빠르게 탄다. 주로 .50구경 이상급의 대구경 머스킷에 사용. 인치 당 철사 16개 가량. 다만 2F와 3F는 서로 바꿔 써도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차이 밖에 없다.
  • FFF: 2F보다 조금 더 빠르게 탄다. 권총, 50구경 미만의 비교적 작은 구경의 머스킷에 사용한다. 인치 당 철사 20개 가량. 같은 양이면 탄속이 더 나오는 편. 그래서 대구경 머스킷용으로도 애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만, 그만큼 약실 압력이 올라가므로 장단점이 있다. 2F보다 3F가 10~15% 더 에너지가 높다는 것이 대략적인 경험칙(=같은 화력을 내려면 3F는 10~15% 분량을 줄여야 한다). 아무래도 총열이 짧고 장약이 적은 권총은 탄속을 뽑기 위해 3F가 좋다. 호큰 라이플처럼 총열 길이가 좀 짧은 총에서도 2F보단 3F가 성능이 좋게 나오는 편. 흑색화약을 잘 모르겠다면 일단 3F를 쓰면 대충 괜찮을 정도로 범용으로 쓰기 좋다.
  • FFFF: 3F보다 더욱 빠르게 탄다. 작은 불똥에도 쉽게 점화해, 플린트락의 점화용 화약으로 사용한다. 인치 당 철사 40개 정도. 다만 반드시 4F를 점화용으로 쓸 필요는 없다. 플린트락에 2F나 3F를 점화용으로 써도, 격발 반응속도가 조금 느려지거나 불발률이 미세하게 크거나 정도의 차이 밖에 없어 군용으로는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페이퍼 카트리지로 장전할때는 그냥 입으로 페이퍼 카트리지 뜯고 2F, 3F 장약을 조금 플래시팬에 쏟아붓는 빠른 장전을 더 중시했었다. 한편 4F를 주 장약으로 써도 쏘는 것 자체는 문제 없다. 하지만 4F 파우더는 너무 곱기 때문에 약실에 채워넣고 탄두를 물린 장전 상태에서는[9] 입자 사이의 빈 공간이 너무 적어 불꽃이 번질 공간을 확보해주지 못하고, 그 결과로 타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게 되어 각 발마다 탄속이 꽤 랜덤하게, 위아래 폭이 넓게 나올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 주 장약으로는 아무래도 미흡한 편.

5F, 6F, 7F 같은 더 가느다란 파우더 규격도 있다. 하지만 너무 고운 상태라 먼지처럼 날리고, 유폭 위험도 있어서 실질적으로 거의 쓰지 않았다. 그래서 제조 과정에서 체로 치고 남은 고운 먼지 상태의 5F 이하의 화약 가루는, 물 뿌려 굳히기 전 단계의 흑색화약 가루 혼합물에 도로 던져넣어서 다음 제작에 재활용했다.

미국 등지에서 판매하는 흑색화약을 보면 Fg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F는 앞서 설명했듯 fine의 의미이고, g는 glazed를 의미한다. 흑색화약을 쪼개고 코닝한 조각 하나를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당연히 모서리가 각지고 삐죽삐죽, 표면은 다공성 상태이다. 이걸 텀블러에 넣고 몇 시간을 돌리면 모서리가 갈리고 표면도 맨들맨들하며 유광 윤택이 돈다. 글레이즈드 도넛처럼 광택이 돈다고 해서 glazed라는 말이 붙었다. 흑색화약을 총구로 부어넣을 때 매끄럽게 잘 미끄러져 들어가고, 다공성 구멍도 좀 막히게 되어서 약간이나마 내습성도 좋아진다.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흑색화약은 규격이 F나 C 규격 말고도 몇 개 더 있다. 독자적인 흑색화약 품질 기준을 갖고 있는 정부 지정 군납용 규격, 실탄을 쏘지 않고 공포탄만 쏘는 리인액터를 위해 더 싸게 만든 (알갱이 크기를 따지지 않고 대충 섞여 있는) 리인액터 파우더, 그리고 탄매 같은 거 생각할 필요 없는 불꽃놀이용 파우더 등등.

구성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만큼 제조 와중의 사소한 노하우가 실제 성능을 좌우하기에, 의외로 좋은 품질을 만들기 힘들다. 전근대보다 훨씬 고순도로 정제된 화공약품을 사다가 불을 붙여봤더니 폭발하는 대신 불쏘시개처럼 잘 타버리는 경우도 있다. 재료의 고른 혼합에 충분히 시간을 들이느냐로 화력 차이가 나는 일도 다반사. 코닝 전 케이크를 만드는 단계에서 꽉꽉 압축해서 화약의 밀도와 화력을 높이는 등 예전에는 없던 노하우도 여럿 있다.

반면 불 붙이면 그냥 푸화악 하고 타는 정도의 불량한 흑색화약은 조성비 따지지 않고 원료를 대충 섞기만 해도 어떻게든 만들어진다. 그래서 중세인들이 우연한 실험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4. 단점

하지만 흑색화약은 만들어질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으며 특히 취급과 보관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 했다.
  • 발화시 탄매(그을음)와 금속을 부식시키는 연소생성물(특히 수산화칼륨)이 엄청나게 생성된다. 어느 실험에 따르면, 고체형 생성물은 56% 가량에 달하며, 43% 정도만이 탄환을 밀어주는 가스형 생성물이다. 그래서 매번 발사시마다 꽂을대로 총강에 낀 탄매를 닦아내고 화기를 사용한 다음에는 구석구석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심지어 전투중에 몇 발만 쏘더라도 재사용을 위해 간략한 청소를 해주어야 동작한다. 머스킷을 장전할 때 탄알과 함께 헝겊을 넣거나, 종이탄피를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볼이 잘 물리게 와딩 역할을 하는 동시에, 천 재질이 총열로 들어가고 발사되는 과정에서 탄매를 어느 정도 닦아내어주기 때문이다.[10] 전투가 끝난 후 이를 잘 청소해주지 않으면 총강이나 약실이 강염기성인데다 조해성(hygroscopy)이 아주 강해 공기 중의 수분을 끌어들이는 특성을 지닌 수산화칼륨에 의해 부식되어 불량이나 고장의 원인이 된다.

    이는 흑색화약을 사용하는 화기가 자동사격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었다. 만약 이걸 현용 돌격소총이나 기관총 같은 가스압이나 반동을 이용한 자동화기에 적용한다면 잘 해봐야 서른발 남짓 쏘고 총열을 포함한 가스통로 등이 다 찌꺼기로 막혀버려 작동을 못 한다.[11] 게다가 현장에서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고 통로가 아주 막혀버리거나 하는 심한 상황이 되면 아예 병기창에 총을 후송해야 한다. 그 시절 부사관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 하나가 이렇게 막혀버린 총을 수리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고, 있으면 그 자리에서 뚝딱 하는 재주였다.

    파일:external/farm3.staticflickr.com/2201647319_0b370cfd1b_b.jpg
    흑색화약 머스킷의 발사 장면.
  • 연소 과정에서 많은 연기를 만든다. 덕분에 흑색화약을 쓴 화승총같은 무기를 2-3발만 발사해도 사수 주변이 흑색과 회색의 연기로 휩싸이며 대구경의 대포나 화차 등의 무기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연기는 화기 내부에도 탄매의 형태로 낄 뿐만 아니라, 사수의 시야를 막아서 조준사격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질식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나 독성 기체도 있다. 이 역시 화기 내부에 불순물이 끼는 문제와 함께 자동사격을 못하게 된 원인이었다. 흑색화약을 주로 사용한 전열보병 시대에는 부대원들을 밀집해 열을 맞춰 정렬시키고 군복도 매우 화려하고 눈에 잘 띄게 디자인하였다. 몇 발 쏘면 벌써 전장 전체가 연막탄을 쓴 것처럼 연기가 자욱해져 이렇게 눈에 잘 띄게 하지 않으면 부대를 구분하기 힘들어서 제대로 된 지휘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의 눈에도 잘 띈 것은 덤 결국 총기와 화약의 발전이 전투복 발전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또한 개별 조준사격이 아니라 집단사격 교리를 채택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수천 명이 쏘면 연막탄 수준으로 눈앞이 깜깜해지니, 총기 숫자가 늘어날수록 조준사격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습기에 매우 취약해서 가 오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질산염이 스스로 물기를 끌어모으는 흡습성이 있어서다. 맑더라도 습기 찬 곳에서는 질산나트륨을 베이스로 한 흑색화약이 덩어리로 뭉치는 경향이 있어서 난감해진다.[12] 질산칼륨을 베이스로 만든 흑색화약은 습기 정도는 문제가 없지만 사용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마찬가지. 습기를 먹어 덩어리가 된 흑색화약은 반드시 폐기해야 하는데 사용해보겠다고 두들겨서 가루로 다시 만들다가 까딱하면 터져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명나라 말기 이렇게 굳어버린 화약을 명나라 군인들이 다시 사용해 보겠다고 도끼로 쳐서 부수려다가 오히려 폭발해서 도끼로 친 사람과 근처 사람들이 몽땅 날아가버린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흑색화약을 관리하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 가루형태의 흑색화약은 성분마다 비중이 달라 브라질너트 효과로 인해 질산염 + 탄소 + 황이 진동 때문에 서로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태의 분말을 그린 믹스라고 하는데 불발이 자주 일어나며 성능 또한 매우 저질이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위에서 설명한 코닝(corning)이란 작업을 거쳐 만든다. 덤으로 습기에도 강해져서 보관성이 좋아지기에 안전성도 올라간다. 하지만 이래도 조해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화력 자체는 무연화약보다 낮은데도 밀폐 공간에서 통 크기로 모아서 불을 붙이면 폭발하는 습성이 있다.[13] 그에 반해 무연화약은 많이 모아서 태워도 폭발이 아닌 연소에 가까운 결과가 나온다. 때문에 소용량 통으로 취급할 때 무연화약보다 흑색화약이 훨씬 위험하다. 게다가 흑색화약 쪽은 워낙 점화가 쉽다 보니 고폭약보다도 훨씬 사고가 나기 쉽고. 총기의 사용이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화약을 통으로도 판매하는데, 무연화약보다는 흑색화약을 더 위험한 물질로 간주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흑색화약을 많이 구입하면 ATF에서 확인하러 찾아온다.

    반면 이 특성은 고폭약이 없던 시대에는 장점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성문 파괴나 공사장 바위 깨트리기 같은 파괴용 공작용으로도 쓸 수 있는 다용도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 정전기에 많이 취약하다. 상당히 민감해서 잘못하면 화약 플라스크 상태로도 펑 터지는 수가 있고, 코닝을 하더라도 이리저리 통을 내돌리다 보면 알갱이가 부스러져서 더욱 민감한 작은 가루가 생기게 된다. 요샌 흑연을 도포해서 정전기 점화는 거의 막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옛날엔 그래서 나무나 로 된 플라스크에 화약을 담아 다녔다.[14] 또한 흑색화약 관련 금속 부품(계량컵, 금속제 파우더 플라스크 등)을 반드시 황동이나 플라스틱제로 고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일반 쇠통이나 쇠컵을 썼다가 정전기가 내부에 전도돼서 폭발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 탄속이 낮다. 흑색화약 자체가 연소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보니, 흑색화약으로 쏘는 총탄도 탄속을 높일 수 있는 한계가 매우 낮았다. 총탄의 관통력은 탄속에서 나오는데, 흑색화약 총기는 탄속을 올릴 수 없으니 위력을 높이기 위해선 구경을 확대하고 탄자 무게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을 보인 대표적인 물건이 엘리펀트 건과 흑색화약 대포들.

    한편 탄속이 높지 않다는 점은 총탄으로 무르디 무른 납을 그냥 사용해도 괜찮다는 나름의 장점을 주긴 했다. 덕분에 야전에서 모닥불과 큰 숟가락으로 납을 녹이고 휴대용 몰드에 부어서 직접 납탄을 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 쉬웠다. 하지만 무연화약이 등장해서 탄속이 극도로 올라가면 순수 납 탄두는 마찰로 총신 내에 납매를 매우 심하게 남기게 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리 재킷을 씌운 FMJ와 같은 탄종을 사용해야 하게 된다.

5. 사용분야


||<tablebordercolor=#000,#000><colbgcolor=#fff,#fff><tablealign=center><-6> 파일:musketsilhouette.png근대 총기 발전사 ||
장전 방식 전장식 후장식
격발 방식 매치락 휠락 플린트락 퍼커션 캡 탄피
강선 유무 머스킷 소총(라이플)


이렇듯 취급과 보관이 까다롭고 성능도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영 못쓸 정도는 아닌데다 기존의 냉병기보다는 월등히 나았으며 단점들도 전술이나 운용의 묘로 극복 가능한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대체품이 없었기에, 19세기 중반 무연화약과 고폭약이 등장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여러 용도로 쓰였다. 가장 큰 부분은 개인화기, 대포, 폭탄, 로켓으로 대표되는 군용 분야, 그리고 불꽃놀이와 바위 쪼개기 등으로 대표되는 산업 분야.

개인화기의 경우 전장총 시대 전부, 그리고 탄피가 개발된 후장총 시대에도 리볼버, 레버액션, 볼트액션 같은 극초창기의 수동 작동식 연발총까지는 흑색화약을 문제 없이 사용했다. 무연화약과 고폭약에 비하자면 연소 속도가 느려서 대포나 총탄의 추진제로서는 높은 탄속을 내기는 어렵지만, 탄두를 대구경으로 무겁게 만드는 것으로 위력을 높이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또한 무연화약은 폭속이 높고 가스 발생량이 아주 많다보니 화약량이 권장량보다 미세하게 많은 정도로도 총이 터질 위험이 있는 반면, 흑색화약은 화약량의 조절에 너그러운 편이고 사실 전장총 시대 총은 화약을 두 배 가량 넣어도 버티는 일이 빈번했다. 이러면서도 총신 재질로 현대 강재와 같은 극도로 튼튼한 것을 요구하지 않아, 황동, 연철이나 철로도 총신을 만들 수 있었다.

개인화기와 마찬가지로, 화포에서도 19세기 후반 무연화약이 나오기 전까지, 전장식 대포 시기와 후장식 시기 초창기에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기존의 공성무기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으로 재래식 성벽을 파훼하고, 야전포와 함포로서 전장 환경을 바꿔놨다. 하지만 흑색화약의 특성상 탄속과 사거리에 한계가 있어, 위력을 높이려면 중후장대화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흑색화약 전장식 대포 말기의 최대급인 구경 17인치의 암스트롱 100톤 전장포가 최대사거리 8 마일 밖에 되지 않았다.

고폭약이 나오기 전에는 폭탄으로도 사용했는데, 앞서 말했듯 통 단위로 많이 모아서 밀폐된 공간에서 점화하면 폭발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TNT의 위력을 1로 놓는 위력계수 기준 0.55라서 약하다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TNT가 가지는 위력의 반절은 되니 광산에서 바위를 깨트리고 성문을 부수는 등의 용도로는 충분히 쓸만했다. 게다가 고폭약과 달리 특별한 제조법이 필요한 별도의 화약이 아니라 그저 일반 흑색화약을 밀폐 공간(예컨데 쇠로 만든 포탄 케이싱)에서 터트리기만 해도 되니, 화공 기술이 떨어지던 시대에 다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편리했다.

그러한 폭발성의 응용으로, 동력톱 같은 기계 공구가 없던 시절에는 커다란 나무 둥치를 쪼개기 위해 흑색화약을 쓰기도 했다. 나무 중간에 구멍을 내서 소량의 흑색화약과 심지를 집어넣고 구멍 위쪽을 나무 플러그 따위로 막아준 후 터트리면 쫙 쪼개진다. 정밀하게 쪼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미국의 톱질하는 것조차 중노동인 거대한 거목을 빠르게 빠개는 용도 등으로 썼다. 바위 역시 사전에 여러 개의 구멍을 줄지어 내고 흑색화약을 구멍에 넣어 터트리면 잘 쪼개진다.

물론 21세기 현재에는 군용으로도 산업용으로도 잘 사용되지 않는다. 무연화약이 개발되자 대부분 그쪽으로 갈아탔고, 특히 개인화기류에서는 무연화약의 개발로 인해 엄폐와 속사가 가능해져 전술상의 이유로도 흑색화약은 버려졌다.

흑색화약으로 만든 소화기 탄약을 M1911, AK-47 같은 현대 연발 총기에 넣고 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험 결과 M1911 같은 자동권총이나 SMG 같은 반동 작동식(쇼트 리코일, 롱 리코일 포함) 블로우백은 연기가 좀 많이 나는 것 말고는 꽤 정상적으로 발사되며 서너 탄창까지 버티는 반면, 가스압 피스톤식인 AK-47은 15발 정도 쏜 후에 가스관이 막혀버려서 이 걸렸다. 가스압 작동식은 한 탄창 소화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특히, 가느다랗고 긴 가스튜브를 통해 가스직결식으로 작동하는 AR-15은 단 몇 발 쏘고 막힐 정도로 흑색화약 찌꺼기에 취약하다.

반면 애초에 흑색화약을 사용하던 시대에 개발된 수동식 연발총인 리볼버나 레버액션, 볼트액션 라이플, 수동식 개틀링은 무연화약용으로 개발된 탄약이라도 흑색화약을 넣고 쏴도 별 문제없이 작동하는 게 대부분이다. 흑색화약 시대에 개발된 일부 극초창기 반동이용식 반자동/자동화기는 흑색화약 탄으로도 어느 정도까진 작동한다.

이런 영상은 양덕의 취미활동일 뿐이지만, 만일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이 도래한다면 비축해둔 탄약을 다 쓴 뒤에 이렇게 흑색화약으로 재생탄을 만들어 쓸 수 있을 것이다. 자동권총 서너 탄창이면 20~30발은 될 테니, 단발총으로 낑낑대던 흑색화약 시대를 생각한다면 생각보다 꽤 많이 쏠 수 있는 셈이다.

성능과 별개로 무연화약을 구할 수 없어 흑색화약을 쓰는 경우가 있긴 하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무연화약의 부족을 이유로 판처파우스트의 추진제를 흑색화약으로 만든 기록이 있다. 지금도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만드는 사제 RPG-7 추진제는 흑색화약이 흔히 쓰인다. 애초에 선대 무기인 RPG-2의 추진장약은 원래부터 흑색화약이었다.

그나마 흑색화약이 현역으로 사용되는 분야는 불꽃놀이용 폭죽. 여러가지 불순물을 넣어서 다양한 연소 색깔을 내는 기법이 흑색화약 초창기 시절부터 개발됐으며, 장난감용 폭죽에 위험한 고성능 고폭약을 쓸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도 널리 사용된다.

대한민국이나 일본 등 총기 통제가 비교적 엄격한 나라에서는 사제 총기를 만들기 위해 폭죽의 흑색화약을 모아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과 일본의 아베 신조 피살 사건 등에 사용된 총기가 이렇게 폭죽에서 흑색화약을 모은 뒤 볼베어링 용 쇠구슬을 탄환으로, 쇠파이프를 총열로 써서 만들어졌다. 사실상 일회용 총기이고 명중률도 조악하지만 명중만 한다면 인명을 살상할 정도의 위력은 낼 수 있다.

총포 법률이 까다롭지 않은 지역에서는 취미용 흑색화약 총기 산업이 자리잡아 있어서 현대에도 여러 브랜드가 흑색화약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품질이 좋은 흑색화약은 스위스산인 Swiss를 꼽는데, 타 브랜드에 비해 탄속이 잘 나오고 탄매도 깨끗한 편이다. 글레이징도 잘 돼서 딱 보면 윤기가 자르르 돈다. 대신에 그만큼 비싸다. 독일슛젠(Schuetzen)은 스위스만은 못하지만 상위 브랜드. 미국산인 고엑스(Goex)는 미국에서 제일 구하기 쉽고 유럽제보다 싼 브랜드라 널리 쓰이는데, 스위스나 슛젠에 비하자면 한 수 아래라는 평. 물론 최대 탄속이나, 탄매 등 흑색화약 덕후들이나 따지는 분야에서 좀 떨어질 뿐 그냥 쓰기에는 고엑스도 충분하다.

6. 대체 흑색화약

요즘에는 대체 흑색화약(또는 유사 흑색화약, black powder substitute)이란 것이 있다. 현대 전장식 총기에 사용하기 위해 흑색화약과 비슷한 성질을 띠도록 조합한 화약이다. 부피당 화력을 일부러 흑색화약과 비슷하게 조성하고[15] 대신에 무연화약과 같이 탄매 등의 잔여물이 거의 남지 않는다.

점화 특성이 무연화약과 비슷해서, 밀폐된 공간에서도 흑색화약처럼 폭발하지 않고, 밀폐되지 않은 열린 공간에서는 폭연(deflagration)하지 않는다. 즉 플린트락의 플래시팬에서는 제대로 터지는 게 아니라 피쉭 하고 타고 끝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고전적인 흑색화약에 비해 점화가 어렵지만, 퍼커션 캡이나 뇌관을 따로 사용하는 총기를 사용한다면 점화 및 발사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물론 약실 밑바닥에 일반 흑색화약을 조금 깔아준 후 대체 흑색화약을 장전하고, 화약접시에도 일반 흑색화약을 담아 점화 자체를 일반 흑색화약으로 한다면, 플린트락에서도 억지로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할 바에야 그냥 흑색화약을 쓰는 게 낫기에, 대체 흑색화약은 거의 퍼커션 캡과 탄피 총기용이다. (단, 상당수 대체 흑색화약 브랜드는 탄피에 넣지 말라는 권고를 낸다. 흑색화약을 탄피에 담을 때는 원래 화약이 압축될 정도로 꽉꽉 눌러담는데, 실제론 흑색화약이 아닌 대체 흑색화약은 이런 압축을 하면 압력 변화가 너무 급격하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저들이 실험해본 바론 실용적으로 문제는 없는 레벨이라 하며, 고로 권고는 회사가 책임회피를 위해 의무적으로 붙이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호즈든(Hodgdon)에서 만든 파이로덱스(Pyrodex)트리플 세븐(Triple Se7en), Blackhorn209, Black Mag 3(공장 폭발 사고로 단종) 등이 있다.

조성비는 각 회사의 노하우라 자세한 성분비가 완전히 파악되진 않은 물건인데, 제품마다 조금씩 특성이 다르기도 해서 실제로 레시피가 다른 종류가 대체 흑색화약이란 이름으로 싸잡혀서 불리고 있는 듯하다. 특성과 알려진 정보로 볼 때 흑색화약에 여러 물질을 첨가해 개선한 물건(파이로덱스), 황이 없는 저연 흑색화약(트리플 세븐)의 일종, 무연화약을 조금 섞어 흑색화약 찌꺼기를 날려버리는 부스터 형식 흑색화약, 무연화약에 연소속도를 줄이고 부피를 늘리기 위한 불순물을 넣은 물건 등등으로 추정된다.

7. 대중매체


[1] 폭속이 느린 low explosive materials. 반대되는 개념으로는 고폭약/고폭발물질 high explosive materials가 있으며, 폭심지에서의 최초 충격파 속도가 음속을 넘는가 안 넘는가로 구분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현대 고폭탄/고폭약의 폭속은 초속 3km, 즉 마하 9 이상이다. 고폭탄은 폭발력/폭발압력/폭압/충격파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저폭발물질에 비해 둔감하게 만든다. 그래서 일반적으론 스파크나 불만으로 잘 폭발하지는 않고 별도의 기폭장치가 필요하다.[2] 다만 무연화약이라고 백색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대개의 무연화약 역시 검은색.[3] 또는 질산염. 일반적으로는 질산 칼륨이 주로 쓰이는데, 질산암모늄이나 질산나트륨도 사용 가능하다. 과거에는 자연에서 초석을 캐다 썼는데, 자원이 유한하여 여기저기서 초석을 찾아 헤매다 공중질소고정법을 발견하고부터는 만들어 사용한다.[4] 보통은 버드나무, 소나무 숯이 사용된다.[5] 또는 산화 철, 그러니까 녹슨 철로도 대체가 가능하다고 한다.[6] TNT의 위력을 1로 놓고 다른 폭약의 위력을 비교한 수치.[7] 유의할 점은 질량비조합법은 전혀 다르다. 특히 폭발 문서에도 나오지만 산화/연소/폭발은 본질적으로 같은 반응이기 때문에 질량비가 완전히 같은 물질이라고 해서 언제나 똑같이 폭발한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화약의 특성상 재료의 구성비뿐만 아니라 습도, 밀도, 질량, 재료의 순도 등등 수많은 조건에 영향을 받는지라 전문적 지식 없이 흑색화약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8] 절구와 공이 양쪽 모두를 돌이나 쇠로 된 것으로 사용하면 정말 큰일날 수 있으니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석재와 금속이 같이 부딪히며 스파크라도 일어나면 빻던 화약이 그대로 폭발하며 작업자들이 전부 몰살당하는 수가 있다. 가능하면 나무절구와 나무공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절구나 공이 어느 한쪽이 석재나 금속재라면 다른 한쪽이라도 반드시 목재로 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9] 빈 공간이 있어도 전혀 상관없는 무연화약과 달리, 흑색화약은 전장식이면 탄두를 꽉 눌러넣고, 탄피식이면 밀가루 따위로 빈 공간을 채워넣는 등 기본적으로 약실에 빈 공간이 없게 장전하는 것이 오랜 관습이다.[10] 전열보병 시기에도 탄약 휴대량이 50~60여발에 달했고 레드 코트같이 사격에 특화된 사수들이 방어사격을 퍼부으며 굳히기에 들어가면 이 탄약마저 다 써서 시체를 뒤지는 일도 있었다.[11] 흑색화약인 마티니-헨리 소총탄을 사용한 초기형 맥심 기관총처럼 잘만 작동하는 신박한 케이스도 있지만, 무연화약에 비해 불리한 요소인 건 확실하다.[12] 이런 상황이라면 현대의 무연화약도 사용할 수 없긴 하다. 하지만 현대에는 금속제 탄피 속에 무연화약을 밀봉해 넣어 상당한 방수성을 갖춘 반면, 흑색화약은 별도의 방수 처리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큰 탓에 영향을 쉽게 받는다.[13] 무연화약과 흑색화약을 동시에 불을 붙여보면 흑색화약이 훨씬 빨리 타오른다. 처음 불을 붙인 오른쪽이 무연화약, 반쯤 타다 대량의 연기를 뿜으며 순식간에 타들어가는 것이 흑색화약이다. 대부분의 무연화약은 불만 붙여서는 폭굉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부영화나 캐리비안의 해적과 같은 영화에서 흑색화약을 한 줄로 뿌려 기폭시키려고 할 때 화약이 천천히 타들어가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론 무연화약이 그 정도 속도로 타야 정상이다. 흑색화약으로는 일부러 불량한 상태로 혼합하는 등 잘못 만들어야 연소 속도가 느려진다.[14] 미국 초창기 이민시대 사냥꾼들이 뿔 플라스크를 차고 다니는 걸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다.[15] 위력이 너무 강하거나 계량 부피가 달라지면 흑색화약용 장비를 써서 재래식 전장총에 화약을 쟀다가는 총이 터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도 브랜드마다 조금 달라서, 기존 흑색화약 계량을 해선 안 되는 제품도 있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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