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평가를 정리한 문서.2. 개봉 전 반응
개봉 전 북미에서 진행한 사전 시사회 후기들은 대체로 '채드윅 보즈먼에 대한 추모와 그를 향한 헌사로 가득찬 영화'로 귀결되었다. 실사화되는 네이머는 설정 변경이라는 변수를 뚫고 훌륭한 존재감을 보여주었으며 에버렛 로스 역의 마틴 프리먼이 상당히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등의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초반 더딘 진행과 채드윅 보즈먼을 기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지루하다는 평가도 나왔다.3. 평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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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스코어 67 / 100 | 점수 5.3 / 10 | 상세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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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 84% | 관객 점수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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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align=center><tablewidth=480><tablebgcolor=#fff,#191919><tablebordercolor=#fc0><bgcolor=#fc0> ||
전문가 별점 2.9 / 5.0 | 관람객 별점 3.4 / 5.0 |
## 🔶🔶🔶 일단 위키 링크는 사이트 정식 명칭 MYmovies.it로 걸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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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6.8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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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3.8 /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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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4.0 /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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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평점>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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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5.6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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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3.5 /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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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3.2 /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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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68.22% | 별점 /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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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6.1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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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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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8.6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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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8.2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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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QE
]] ||평점 67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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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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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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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7.1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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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1.5 / 4 |
4. 평론가 평
거대한 부재를 안은 확장
거대한 슬픔이 영화를 감싸고 있다. 작품 전체가 길고 장엄한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왕을 잃은 와칸다의 위기가 곧 채드윅 보스만이 없는 시리즈의 상황과 나란한 가운데, 영화는 떠나보낸 배우를 향한 충분한 애도 그리고 거대한 부재를 안은 채로 시리즈를 확장하는 방법 사이에서 최선을 고민한 선택들을 보여준다. 여성 중심의 세계관으로 넓어져 온 MCU 페이즈4의 폭을 가장 적극적이고도 넉넉하게 넓혀 놓는다는 점에서 인상적. 긴 러닝타임을 상쇄할 궁극의 시퀀스가 없다는 점, 본편 이후 쿠키 영상에서 감지되는 시리즈의 미래가 안전함과 안일함 사이의 선택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단점이 될 만하다.
이은선 | ★★★ (영화 저널리스트)
거대한 슬픔이 영화를 감싸고 있다. 작품 전체가 길고 장엄한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왕을 잃은 와칸다의 위기가 곧 채드윅 보스만이 없는 시리즈의 상황과 나란한 가운데, 영화는 떠나보낸 배우를 향한 충분한 애도 그리고 거대한 부재를 안은 채로 시리즈를 확장하는 방법 사이에서 최선을 고민한 선택들을 보여준다. 여성 중심의 세계관으로 넓어져 온 MCU 페이즈4의 폭을 가장 적극적이고도 넉넉하게 넓혀 놓는다는 점에서 인상적. 긴 러닝타임을 상쇄할 궁극의 시퀀스가 없다는 점, 본편 이후 쿠키 영상에서 감지되는 시리즈의 미래가 안전함과 안일함 사이의 선택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단점이 될 만하다.
이은선 | ★★★ (영화 저널리스트)
비어버린 왕좌를 채우기 위한 안간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영화 안팎의 상실을 충분히 슬퍼하고 극복하려 한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채드윅 보스만과 원인 모를 병으로 운명한 왕 티찰라를 공들여 애도하고, 그 바탕 위에 서서 슈리(레티티아 라이트)는 새로운 블랙 팬서가 되는 성장통을 겪는다. 슈리의 상실의 분노와 슬픔 뒤 이어진 각성의 과정에는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해저제국 탈로칸과 그곳의 주인 네이머가 개입한다. 그러나 와칸다를 위협하는 강력한 적의 출현으로 자신이 어떤 지도자이자 블랙 팬서가 될지 결정해야 하는 슈리의 고민이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고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영화는 채스윅 보스만을 제대로 애도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그의 빈자리를 더 확인시키고 말았다.
이지혜 |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영화 안팎의 상실을 충분히 슬퍼하고 극복하려 한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채드윅 보스만과 원인 모를 병으로 운명한 왕 티찰라를 공들여 애도하고, 그 바탕 위에 서서 슈리(레티티아 라이트)는 새로운 블랙 팬서가 되는 성장통을 겪는다. 슈리의 상실의 분노와 슬픔 뒤 이어진 각성의 과정에는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해저제국 탈로칸과 그곳의 주인 네이머가 개입한다. 그러나 와칸다를 위협하는 강력한 적의 출현으로 자신이 어떤 지도자이자 블랙 팬서가 될지 결정해야 하는 슈리의 고민이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고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영화는 채스윅 보스만을 제대로 애도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그의 빈자리를 더 확인시키고 말았다.
이지혜 | ★★☆
너무 큰 그의 빈자리
든 자리도 컸는데, 난 자리는 더 크다. 단순한 슈퍼히어로를 넘어, 현실 세상 속 흑인들의 아이콘이 된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누군가 대체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현실에서의 애도를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장례식 장면으로 잇겠다는 마블의 선택과 그 마음에는 동의하나 아쉬움은 남는다. 추모와 재미 사이에서의 균형추를 매끄럽게 잡지 못하면서 전진해야 할 곳에서 머뭇거리는 인상을 자주 남긴다. 개국 공신들이 하나 둘 은퇴하면서 마블의 숙제/위기로 거론되고 있는 세대교체 면에서도 딱 부러진 응답을 주진 못한다. 2대 아이언맨(아이언하트)의 첫 데뷔 무대로 어떻게 기능할지 궁금했던 입장에서 뉴 히어로의 매력이 무엇인지 갸웃하게 된다. 수중 왕국 탈로칸의 세계관과 OST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정시우 | ★★★ (영화 저널리스트)
든 자리도 컸는데, 난 자리는 더 크다. 단순한 슈퍼히어로를 넘어, 현실 세상 속 흑인들의 아이콘이 된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누군가 대체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현실에서의 애도를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장례식 장면으로 잇겠다는 마블의 선택과 그 마음에는 동의하나 아쉬움은 남는다. 추모와 재미 사이에서의 균형추를 매끄럽게 잡지 못하면서 전진해야 할 곳에서 머뭇거리는 인상을 자주 남긴다. 개국 공신들이 하나 둘 은퇴하면서 마블의 숙제/위기로 거론되고 있는 세대교체 면에서도 딱 부러진 응답을 주진 못한다. 2대 아이언맨(아이언하트)의 첫 데뷔 무대로 어떻게 기능할지 궁금했던 입장에서 뉴 히어로의 매력이 무엇인지 갸웃하게 된다. 수중 왕국 탈로칸의 세계관과 OST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정시우 | ★★★ (영화 저널리스트)
위기를 기회로 만든 속편
MCU의 서른 번째 영화이자 마블 페이즈 4의 대미를 장식하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영화 안팎으로 기로에 놓인 작품이다. 주연배우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세계관 확장과 마블 히어로의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과업까지 떠안았다. 타개책은 주인공의 부재를 인정하고 애도의 방식을 취하되, 전편에서 충분히 활약상을 인정받은 여성 캐릭터들에게 무게를 분배한 것이다. 이는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의 변화가 아니라 다양성의 확대를 보여준 <블랙 팬서>의 일관된 선택으로 읽힌다. 중심 캐릭터의 부재에 따른 한계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시리즈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영화의 눈물겨운 분투는 마블의 미래에 거는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정유미 | ★★★ (영화 저널리스트)
MCU의 서른 번째 영화이자 마블 페이즈 4의 대미를 장식하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영화 안팎으로 기로에 놓인 작품이다. 주연배우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세계관 확장과 마블 히어로의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과업까지 떠안았다. 타개책은 주인공의 부재를 인정하고 애도의 방식을 취하되, 전편에서 충분히 활약상을 인정받은 여성 캐릭터들에게 무게를 분배한 것이다. 이는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의 변화가 아니라 다양성의 확대를 보여준 <블랙 팬서>의 일관된 선택으로 읽힌다. 중심 캐릭터의 부재에 따른 한계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시리즈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영화의 눈물겨운 분투는 마블의 미래에 거는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정유미 | ★★★ (영화 저널리스트)
그래도 와칸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여기 있다
김수영 | ★★★★ (씨네21)
김수영 | ★★★★ (씨네21)
영화 안팎에서 끌어모은 ‘영끌’ 승계, 다소 맥빠진 외침 ‘포에버’
김철홍 | ★★★ (씨네21)
김철홍 | ★★★ (씨네21)
최고보다 최선. 영혼까지 짜낸 마블(히어로물)의 현주소
송경원 | ★★★ (씨네21)
송경원 | ★★★ (씨네21)
애도로 관통하기엔 2시간41분은 버겁다
이용철 | ★★☆ (씨네21)
이용철 | ★★☆ (씨네21)
식민주의 그 다음을 향한 직관적 질문, 순진한 봉합
임수연 | ★★★☆ (씨네21)
임수연 | ★★★☆ (씨네21)
5. 개봉 후
5.1. 호평
5.1.1. 채드윅 보즈먼에 대한 추모/헌사
평론가들이나 관객들이나 공통적으로 호평하는 것은 사망한 채드윅 보즈먼과 그의 죽음과 함께 퇴장한 트찰라를 위한 헌사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적합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당장 시작 부분의 마블 스튜디오 오프닝 로고부터 전부 그의 생전 모습으로 채워두었고[1], 영화의 엔딩도 슈리가 오빠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말그대로 영화 전체가 채드윅을 기리며 시작하고 마무리를 한 셈이다.전작 주인공들이 퇴장하거나 세대교체 떡밥을 뿌리는 많은 시리즈들의 후속작들이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지거나 신 캐릭터에만 집중하다 정작 전임자에 대한 예우도 잃고 어필조차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와칸다 포에버는 트찰라에 대한 예우나 그를 연기한 채드윅 보즈먼에 대한 예우 모두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며 블랙 팬서에 애정을 가진 관객들에게 감동과 만족을 선사했다는 평가가 많다.
5.1.2.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의식
채드윅 보즈먼이 갑작스럽게 사망해 각본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했고, 이로 인하여 난잡한 스토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반응이 많았지만 왕의 죽음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지게 된 슈리의 스토리를 진지하게 다룬다. '오빠에 이어 엄마까지 죽어 가족을 대부분 잃은 뒤 복수심으로 하트 허브를 만들었기에 선조의 세계에서 만난 인물이 에릭 킬몽거다'는 설정도 신선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후 복수와 용서의 선에서 계속 갈등하다,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보며[2] 블랙 팬서로서 오빠와 같은 선택을 한다는 점도 성공한 세대 교체라는 느낌을 준다.와칸다 포에버는 1편과 같은 갈등 구조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구조가 훨씬 현실적이며 깊다. 2시간 4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부족할 정도로 그 구조가 복잡하다. 싸우는 이들은 마야 문명과 아프리카 문명이지만 이 모든 일을 초래한 서구 문명을 정확히 인지한다. 이야기는 대단히 거대한 동시에 미시적이다. 현대 소수자 문명의 피의 역사이자, 동시에 상실을 받아들이는 한 가정의 역사다. 이 둘은 아주 밀접하게 호흡한다. 슈리의 고뇌는 전편보다 무겁다. 그리고 이것이 해결되는 과정은, 시간배치상으론 매끄럽지 않으나 전후과정은 대단히 매끄럽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서로 불필요한 증오를 만들며 대립하던 두 문명은 이런 상황을 만든 서구 문명에 맞설 수 밖에 없는 서로를 깊게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평화를 얻는다는 결론은 문명과의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로 훌륭한 매듭을 짓는다. 결국 이 이야기는 전편이 있었기에 비로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다. 1편의 트찰라의 고뇌는 2편의 슈리의 고뇌보단 깊지 않았지만 그게 있기에 한정된 시간에 슈리의 고뇌가 설득력있게 전달될 수 있었다. 슈리의 정서 상태를 아주 상징적이고 충격적으로 전하는 장면의 등장도 가능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와칸다 포에버 자체가 블랙 팬서 1편에 대한 헌사라는 것이다. 그걸 넘어서 트찰라에 대한, 채드윅 보스만에 대한 헌사다. 영화 모든 곳에 트찰라의 흔적이 살아 숨쉰다. 그 없이는 전개가 안됐을 부분이 많다.
또한 트찰라에 대한 헌사와 동시에 다른 1세대 영화에서 아쉽게 다룬 일종의 세대교체를 훌륭하게 설명하며 윗세대에서 투쟁한 것을 아랫세대가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지역 중 하나가 아이티라는 점도 뜻깊은 점인데, 아이티는 최초로 혁명을 통해 노예가 해방된 국가이자, 최초의 흑인 근대 국가로 혁명 과정에서도 트찰라로 대표되는 온건파인 투생 르베르튀르[3]와, 에릭 킬몽거로 대표되는 강경파인 장자크 데살린이 갈등을 빚은 곳이기도 하다.
5.1.3. 슈리의 서사
이 영화의 주제는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잃어버린 것들, 잡지 못할 것들에 집착해 삶을 망치지 말라'는 주제를 담았다. 오프닝에서 슈리는 사실상 가망 없는 하트 허브에 매달리다 정작 오라비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 이후에 슈리가 1년 동안 선택한 것은 과학과 기술이다. 왜냐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하지만 오빠를 살리지 못한 실패의 산물인 하트 허브는 감히 손을 대지 못한다. 라몬다는 상복을 불태우는 전통 의식을 통해 슈리를 위로하려 하지만 슈리는 전통을 거부한다. 원래부터 전통 같은 것들은 신경 안 썼는데, 신과 선조들이 오빠의 죽음을 방관했다고 여긴 이후에는 더 격하게 불신하게 된 것이다.중요한 것은, 이때 과학에 집착하는 슈리의 태도가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녀는 항상 분노에 차 있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네이머다. 탈로칸과 네이머는 철저하게 슈리와 대비되는 거울상으로 설계된 이들이다. 이런 영화에서,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이 비슷하다'는 풀이방식은 관객의 이해를 쉽게 만든다. 슈리가 '불로 상복을 태워 마음을 정리하는 전통의식'을 거부하며 '세상을 불태우고 싶다'고 말하는 상처받은 이라면, 네이머는 '물의 세상으로 떠나 평화로운 삶을 꾸린 이들'의 신왕 겸 수호자이자, 동시에 '지상을 물로 파괴하는' 빌런이기도 하다. 둘 모두 물과 불을 남용하는 이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첫 조우는 물의 네이머, 불의 슈리/라몬다의 대치로 이루어진다. 그 씬에서 물의 어두움은 작은 장작불을 압도하며 라몬다의 운명을 암시한다.
와칸다와 탈로칸은 '서구 문명이라는 외부의 위험을 피해 은둔한 국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졌을며, 비브라늄을 지닌 배타적 국가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처음에 슈리는 탈로칸과 와칸다, 네이머와 자신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이때 라몬다는 네이머에게 살해당하는데, 네이머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흑화했듯이 이제 슈리는 네이머와 동일해진다.
결국 슈리는 하트 허브의 복원에 성공하고 블랙 팬서의 힘을 얻어, 본격적으로 킬몽거와 네이머가 걸어간 길을 걷기 시작한다. 슈리가 허브의 복원에 사용한 것은 네이머의 어머니가 남긴, 그리고 네이머가 선물로 건넨 팔찌의 비브라늄이 함유된 섬유질인데 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고 소개한 네이머도, 그 유품이 아름답다고 말한 슈리도 이젠 팔찌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팔찌의 식물과 와칸다의 하트 허브가 비슷하고 두 국가가 아주 흡사한 문화적 토양에서 자라났으며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두 사람 모두 관심사가 아니다. 이제 슈리가 원하는건 와칸다를 지킬 허브의 힘 뿐으로 오빠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보단 증오하는 자를 죽이는게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슈리가 선조들의 땅에 갔을 때, 그녀에게 찾아오는 이는 살인자 은자다카, 킬몽거 뿐이다. 슈리는 전통과 신들을 거부했고, 무엇보다 가족을 다시 보고 싶은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족의 복수를 원하지만 가족을 부정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어머니의 복수로 시작했지만 어머니가 그리워한 지상을 혐오한다는 점에서 네이머가 생각나는 부분이며 이 둘은 거울에 비친듯이 닮아 있다. 킬몽거가 선조들의 땅에서 슈리에게 '네 오빠처럼 고결해질래, 아니면 나처럼 할 일 할래?'라고 물을 때 영화는 그 답을 숨기지만, 사실 배경에서 이미 보여준다. 선조들의 땅은 불타는데 킬몽거가 하트 허브를 태운 불길처럼, 슈리의 분노는 선조들의 토양을 불태운 것이다.
실제로 현명한 조언자 음바쿠가 '너희 어머니와 오빠의 왕국이 멸망할 수도 있다. 이것이 너희 어머니가 원하던 바였겠냐'고 묻자[4] 슈리는 가족은 죽었고 이제 사라졌다는, '과학적 유물론'에 입각해 가족을 부정한다. 저 세계관은 사후세계와 선조의 땅이 있는 곳이고, 본인이 그곳을 방금 방문했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상징들이 다 그렇다. 과학은 비이성적이고, 불과 물은 남용되고, 네이머의 전통은 500년 전에 머물러 뒤틀렸다. 음바쿠와 나키아는 지금 필요한 수호자 블랙 팬서가 아닌, 자신의 복수를 위해 나라를 불태울 제2의 킬몽거가 나타났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슈리의 슈트 디자인도 이런 점이 묻어나오는데 금색 포인트가 들어간 블랙 팬서 슈트는 아버지 트차카와 사촌 은자다카의 슈트와 공통적이다. 둘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고, 나라를 말아먹을 뻔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블랙 팬서의 메인 테마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슈리가 블랙 팬서로 등장할 때 살짝 변주될 뿐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슈리는 과학으로 무장해 네이머를 상대하고, 결국 네이머를 제압하는데 성공한다. 열기로 네이머의 힘을 빼고, 물이 없고 불타는 대지로 네이머를 끌고 왔으며, 마침내 불길로 그를 태워버린다. 하지만 그녀가 개발한 강화복과 과학 기술은 정작 와칸다의 군인들, 슈리를 아끼던 사람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그들은 물의 힘으로 강력해진 탈로칸에게 수세에 몰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녀의 과학은 힘을 제공하지만 계산을 넘지 못한다.
이때 슈리가 복수를 포기한 이유는 산더미이다. 그 정도로 제작진은 꼼꼼하게 빌드업을 쌓았다. 우선 탈로칸과 화해하지 않고 이대로 서로간의 이해와 화합을 만들지 못한다면 두 나라는 영원한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며, 동시에 양국의 국민들이 불필요한 싸움으로 모두 죽는다는 실리적 이유가 있으며 동시에 슈리가 네이머란 존재와 자신이 부정할 수 없는 판박이임을 인지했고 그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플래시백에서, 네이머와 자신 모두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세상을 불과 물로 파괴하고자 하는 빌런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슈리는 자신이 여기서 복수를 완결하는 것이 죽은 어머니를 모욕하는 가장 끔찍한 행위임을 자각하게 된다. 또 그녀가 그토록 외면하고자 한 전통과 선조들이 슈리에게 말을 거는 장면은 슈리의 복수가 끝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사실, 전통과 선조라는 거시적인 관념에서 살짝 시선을 돌리면 그저 엄마가 '딸내미야 정신 좀 차려라'고 한 마디를 건넨 것이지만 그 한 마디가, 이젠 잃어버린 이들이 건네는 한 마디 토닥임과 소통, 그들과 다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슈리에겐 어떤 전통과 과학보다도 절실한 것이었다. 그래서 슈리는 창을 내리고 복수를 포기하며 드디어 진정한 블랙 팬서로 와칸다에 돌아온다.
엔딩에서 슈리가 마침내 오라버니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삶을 다시 살기로 결심했을 때 그녀는 바닷가에서 조용히 상복을 불태우며 눈물을 흘린다. 그동안 영화에서 격렬하게 대립하던 불과 물이 비로소 조화를 찾는 순간이다. 그제야 비로소 석양이, 세상이 슈리를 안아준다. 그것이 전통이고, 망자에 대한 예의이며, 가족들이 지키고자 했던 인간미이자 슈리가 와칸다의 전통과 과거에 와칸다를 수호한 자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전통이란 이런 식으로 귀찮고 거치적거리고 무의미한 행사 같지만, 그래도 한번 쉬어가며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마침내 성장했을 때, 죽은 트찰라는 자신의 아들을 슈리의 곁에 보내준다. 영화가 트찰라 2세를 꽁꽁 숨긴 것은 그동안 슈리가 오빠의 아이를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을 부정하는 자에게 세상이 무슨 보답을 할 수 있겠는가. 그 슬픔을 극복하고 일어났을 때, 분명 아직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산 자들의 마음과 죽은 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짐을 짊어져 다시 삶을 살아가기로 했을 때 비로소 세상이 작은 선물을 돌려주었다는 얘기로 슈리의 이야기는 마무리 되는 것이다.
여담으로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지점이지만 슈리를 둘러싼 와칸다 포에버의 전체적인 서사 구조는 비서구 문명간의 이야기임에도 서구문명적 시선에서 바라본 비서구문명의 이야기라 전반적으로 서구 문명의 핵심적 기둥인 일리아스의 변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와칸다 포에버는 분노와 복수라는 주제를 통해 밀려드는 비애감, 시련과 고통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맞닥뜨린 자의 필사적인 고뇌 및 죽음과 마주한 자의 쓰라림이라는 정서적 추동력의 산물로써 그려진 일리아스의 구조를 그대로 대입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관한 이야기며, 이처럼 곤경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간을 향한 애잔한 마음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된 동력임과 동시에 산 자와 죽은 자와의 관계로부터 타인에 대한 이해와 화해를 통한 분노와 복수의 궁극적인 해소를 이끌어내는 결말로 끝난다는 점에서 결말조차도 일리아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슈리는 21세기의 아킬레우스, 쿠쿨칸은 21세기의 헥토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5.1.4.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배우들이 극중 서사에 잘 몰입하도록 매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작중 등장하는 비극적인 서사들과 사건에 맞춰 등장인물들이 격한 감정표현을 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를 인상적이고 잘 와닿게 훌륭히 연기하였다.특히 라몬다 역의 안젤라 바셋은 가족을 잃은 여왕으로서 강경하게 연설하고, 무고한 미국인 한 명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하여 이번 영화로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
슈리 역의 레티티아 라이트는 극 초반에는 오빠 트찰라를 잃고 어머니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며 아직 까불이 소녀의 이미지가 남아있지만, 중반에 어머니 라몬다마저 잃자 그나마 남아있던 웃음기조차 빠져 어머니를 부르며 울부짖는 모습, 사촌오빠처럼 선을 넘기 직전까지 가는 분노에 찬 모습, 후반에 이를 극복하고 담담히 서지만 한편으로는 반 강제로 영웅이 된 상황을 마냥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선을 모두 훌륭하게 보여주면서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2대 블랙 팬서로서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대척점에 서는 네이머 또한 원작과 외모가 다르다는 불만과는 별개로 상당히 인상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원작의 비호감일 정도로 막나가는 이미지를, 여전히 과격하지만 어느 정도는 동포 의식을 가지고 유화적인 성격으로 바꾼 캐릭터 설정을 배우 본인의 연기로 더욱 인상깊게 표현해냈다.
5.1.5. 전작들의 충실한 오마주
의외로 이전 작들의 오마주가 많다. 아이언하트 Mk1을 입고 리리가 불이 꺼진 창고에서 요원을 급습하는 장면은 영화 아이언맨 1편의 토니 스타크 동굴 탈출씬과 오베디아가 페퍼를 습격하는 장면, 이어지는 첫 비행 씬은 아이언맨 Mk.2 비행 테스트, 토니 스타크가 한 것처럼 망치로 철을 두드리는 리리 윌리엄스, 네이머의 수류탄에 맞아 사망한 왕비를 끌어안는 슈리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UN 연설장에 폭탄 테러가 발생해 사망한 왕을 끌어 안는 트찰라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외에도 많은 장면들이 전작들 연상케하는 요소들이 많아 MCU를 오랫동안 봐온 팬들에게는 나름 소소한 재미를 준다.5.2. 혹평
5.2.1. 빌런으로서의 네이머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반동인물은 주인공 만큼이나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포지션의 캐릭터가 주인공을 위기로 몰아넣고 장애물을 제공해야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몰입할 수 있으며, 악역 또는 반동인물이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와야 이에 맞서는 주인공이 돋보이게 된다. 특히 네이머는 유명 캐릭터의 수가 적은 와칸다 포에버에서 몇 안 되는 네임드라 인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며, 기반이 되는 코믹스에서도 역사가 깊고 작품 내적으로 강력한 인물로 묘사되기에 영화 내 묘사에 제약이 덜하고, 작품도 사막 전투를 종점으로 잡고 분위기가 고조되기에 이를 따르는 관객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동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사랑 없는 소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나, 육지에 처음 상륙한 직후 목격한 광경을 보고서 침랙자들을 불태운 뒤 곧바로 바다로 돌아간 것 모두 개연성과 설득력이 부족한, '백인 침략자' 구도의 완성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또한 라몬다 여왕과 슈리 앞에 처음 등장했던 당시의 태도와 슈리를 납치한 직후의 태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 대체 어떤 부분이 그와 같은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못한다. 또 슈리를 납치한 직후에도 리리 윌리엄스를 죽이는 것에 대해 슈리를 납득시키려 애쓰던 인물이 동네를 한바퀴 둘러본 직후에 그런 건 아무 상관 없다며 또 태도를 바꾼다. 그 사이에 둘 사이에 무슨 정서적 유대나 공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슈리가 납치된 뒤 라몬다 여왕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네이머가 와칸다와 동맹을 맺고자 한다면 그가 가장 유한 태도를 보여야 할 대상은 슈리가 아니라 라몬다 여왕이다. 만일 그녀가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탈로칸과의 동맹은 맺을 수 없다는 벽창호 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면 모를까, 영화에 보여진 모습만으로는 네이머가 오직 슈리에게만 저런 부드럽고 정중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태도의 변화 뿐만 아니라, 네이머는 초반에는 압도적인 힘으로 주인공 일행을 휘어잡다 막판에 가자 갑자기 카리스마가 사라져버린다. 중반까지는 힘과 군세로 주인공 일행을 제압하고 말은 되지만 공감할 수 없는 사상으로 결국 이 인물이 왜 반동인물인지까지 보여주지만, 막상 절정이 되어야 할 마지막 전투에서는 전쟁에 대비하면서 몇백 년을 살아왔다는 설정이 무색하게 좁은 사막 한구석에서 몇 번 치고받다 쓰러져버린다. 네이머 혼자만 나왔다면 묘사에 제약이 없었겠지만 주인공이 방금 막 블랙 팬서가 된 슈리와 이제야 마크 2를 만든 아이언하트이기에 주인공 일행이 네이머를 쓰러뜨린다는 전개를 맞추기 위해 후반에 갑자기 하향된 것인데, 힘을 발휘하려면 수분이 필요하다는 약점을 공략하는 전개로 마무리되기에 전개상의 합리성은 갖췄을지라도 보는 입장에서는 갑자기 끝난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MCU의 시작을 알린 영화 아이언맨도 캐릭터 네임밸류로 성공한 것이 아닌 만큼 유명 캐릭터가 적다는 점 자체는 인물의 완성도에 따라 넘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와칸다 포에버는 똑같이 적은 수의 인물을 심층적으로 집중 묘사한다는 노선을 택했음에도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해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5.2.2. 부족한 시각적 디자인과 CG
전반적으로 영화가 어두운 톤이다. 그래서 밤이거나 빛이 안 들어오는 어두운 장소에서는 화면이 잘 안 보이는 문제가 발생해 영화에 몰입이 힘들어진다. 그러다 갑자기 낮이나 밝은 장소로 화면 전환을 하면 눈이 아프고 보기가 불편하다. 영화 톤의 경우 전작도 그렇지만, 흑인 피부색에 최적화된 화면을 만드는 기술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했던지라 이러한 시행착오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탈로칸에 진입하는 장면에서도 떨어지는 CG는 둘째치고 영화 아쿠아맨의 아틀란티스에 비해 바닷속이 지나치게 뿌옇고 흐릿해 건물이나 사람이 구분이 힘들 정도다. 뭔가 거무튀튀한 바닷속에서 움직이는 씬이 상당히 길고 잦은데, 너무 어두워 해저 속의 숨겨진 강대국이라는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실제로 물 속에서 연기를 진행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후반 전투에서 파란색 미드나잇 엔젤 수트를 입은 인물들과 파란 피부를 가진 탈로칸 병사들이 뒤엉킬 때 피아식별이 잘 되지 않아 가시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또한 페이즈 4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의 CG가 전반적으로 부각됐다. 상술한 화면이 너무 어둡거나 뿌옇게 나오는 건 보통 부족한 CG를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인데 그 외의 장면에서도 CG 퀄리티가 낮다.[5] 그나마 게임 그래픽보다 못한 전작의 일부 전투씬 수준의 조악한 장면은 없지만, 사람들이 수송선에 UFO처럼 올라가는 장면, 탈로칸의 침공씬(특히 네이머가 슈리의 전투기 공격을 피해 물 속으로 다이빙 하는 장면)은 CG가 완전히 붕 떠서 흐릿하게 보일 지경이다. 아이언하트의 CG와 디자인도 평가가 안 좋은데, 특히 MK2 슈트는 마치 또봇이나 슈퍼전대/파워레인저를 보는 것 마냥 장난감 같은 질감이다. #
슈리의 과학 실험씬도 하트 허브를 합성하는 장면이 1990년대를 방불케하는 심플한 그래픽이라 행크 핌이나 아이언맨의 실험실과 비교해보면 초라하다. 공놀이 몇번 하더니 흰색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수준으로, 뭔가 대단한 실험을 한다기보단 유아용 풍선 퍼즐 어플을 갖고 노는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은 페이즈 4 전반에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블랙 팬서 시리즈의 감독 라이언 쿠글러의 특수효과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다. 블랙 팬서 1편도 투입된 예산에 비해 CG 활용이나 액션 연출이 어설픈 경우가 많은데 와칸다 포에버에서도 개선되지 않은 걸로 보인다. 똑같은 와칸다 배경의 집단 전투 장면인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나온 장면과 라이언 쿠글러가 연출한 집단 액션신의 퀄리티 차이는 단순히 투입된 예산으로 채워지지 않는 격차가 있다.
그리고 블랙 팬서 시리즈에서 구현된 와칸다의 모습도 냉정하게 평가해서 '환상의 도시'라고 하는 것 치고는 그렇게까지 매혹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데 이 부분 역시 라이언 쿠글러의 역량 부족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작중에서는 최강국이라고 이야기 하나 와칸다의 베리어를 빼면 열강의 미사일 공격도 못 막아낼 것 같은 수준의 모습만 보이기 때문에 많이 아쉽다.
5.2.3. 빈약한 액션의 질과 스케일
호흡이 느리고 인물간의 서사에 힘을 준 본작의 특성상 액션신의 비중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물론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문제는 그 액션의 질에 있다. 이게 CG 문제와 겹쳐 악화된다. 그나마 액션은 혹평을 많이 받은 전편보다는 낫다는 평이다. 대규모 전투는 다른 마블 영화들 보다도 빈약하다는 소리를 듣는다.와칸다가 비현대적인 전술을 쓰는 것은 오히려 히어로 영화다운 개성이라고 볼 수 있다. 마블이 와칸다의 전투 방식을 현대전이 아니라, 전사 대 전사의 근접전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극성적인 마블 팬들이나 비판자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과는 달리 이런 부분은 마블의 개성적인 설정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 영화의 문제점은 묘사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전투신을 못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전투 규모부터 굉장히 작다. 코로나 때문인지 카메라에 근접하여 잡히는 전투 인원이 열댓명도 안된다. 그저 찍어야 하니깐 기계적으로 찍어낸 전투 장면만 있을 뿐, 히어로 영화의 액션으로 보든 전근대식 전쟁씬으로도 보든 아무런 특이성이 보이지 않는다.[6]
또한 액션에 슬로우 모션을 지나치게 자주 걸어 멋진 장면을 연출하려는 의도와 다르게 발리우드의 액션을 보는 것 같이 과장되고 웃기게 느껴진다는 반응 또한 존재한다. 네이머가 음바쿠의 전투복을 부수는 장면이나 최후반의 섬에서 슈리와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은 이와 같은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즉, 와칸다와 탈로칸이 현대 전쟁에 맞는 전투 묘사를 못했다는 건 전혀 문제거리가 아니며, 이 영화는 아주 기본적인 무술 액션부터 제대로 연출하지 않아 와이어를 걸고 날아다닌다던지 단순하게 터지는 낡은 액션을 영화의 기본으로 삼았다. 영화 아쿠아맨이나 존윅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이 영화가 돈은 많이 쓰고도 오락 영화로서는 얼마나 심각하게 나쁜 방향으로 액션 노선을 잡았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극후반의 전투씬은 양 국가의 멸운을 걸고 싸우는 것치곤 관객들의 눈으로 보기에 규모가 너무 초라하며, 아이언하트는 이전 장면에서는 네이머를 격추하는 액션을 보여주고도 마지막에는 창칼로 싸우는 백병전에서 같이 몰리는 장면이 개그씬처럼 보이면서 퀄리티가 심각하게 추락한다. 여기에 영화 300에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를 무개성적으로 베껴온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5.2.4. 겉도는 아이언하트
MCU가 매끄럽지 못한 세대 교체로 끼워 팔기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아이언하트도 마찬가지다. 걱정한 것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나왔으나, 사건에 얽히게 되는 과정이나 계기에 대한 설명은 불호가 많으며 거의 단편적으로 끝나는지라, 사실상 디즈니+에서 공개할 솔로 드라마 때문에 억지로 끼워넣은 것 같다는 평가가 있다. 이 영화의 플롯은 굉장히 밀도가 높다. 트찰라의 죽음, 슈리의 블랙 팬서 등극, 라몬다의 비극, 탈로칸의 소개, 네이머의 활약, 감초로 들어가는 음바쿠와 오코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캐릭터 하나를 어거지로 집어넣었다는 게 문제다. 안 그래도 배우의 사망으로 복잡해진 플롯에 너무 큰 비중을 가지고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이 때문에 영화는 루즈해지게 된다.일단 아이언하트가 와칸다에 유대감을 갖는 과정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작의 에버렛 로스 기믹을 그대로 계승한 케이스가 아이언 하트라고 볼 수 있는데, 전선의 전방에서 필요 이상으로 설치기보다는 슈리의 지시에 따라 적정선을 지키면서 메인 인물들의 스토리에 크게 간여하지 않은 로스와 달리, 아이언하트는 필요 이상으로 와칸다의 일에 개입한다. 아무리 리리 윌리엄스가 천재적이라지만 그래봐야 20살도 안된 어린 여자아이일 뿐이고, 고작 학교 과제로 낸 비브라늄 탐지기 하나로 한 나라의 전쟁에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서사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라몬다와의 유대관계 역시 둘 사이에 제대로 된 감정씬이 있는 것도 아닌데, 리리 혼자 지나치게 오바하는 감도 없잖아 있다. 고작 "여왕님께서는 날 친어머니처럼 대해 주셨어"라는 대사 하나로 개연성을 보충하기에는 그 감정선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라몬다와 아이언하트가 만난 시간은 아무리 길게 봐도 3일도 안돼보이는데, 고작 와칸다에서 친절하게 대해줬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거는 전쟁에 참여한다는 명분은 이해하기 힘들다.
캐릭터 자체도 영화의 스토리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했고, 존재감으로 보나 떡밥으로 보나 너무 무리하게 나온 느낌이 세다. 갑작스럽게 역전의 용사가 된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탈로칸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은 이게 슈퍼히어로인지 용역깡패인지 알기 어려울 만큼 기본적인 개연성에 문제가 있고, 뜬금없이 마지막 전투 때 벼랑 끝에 몰려있는 모습은 와칸다나 탈로칸 병사들과 달리 아이언하트는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다. 이런 식이라 활약을 해도 임팩트가 없다. 차라리 슈리를 서포트하되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 정도로만 출연시키는게 더 나았을 것이다.[7]
사실 수트가 나오는 부분만 각본을 수정하면 아마데우스 조 같은 다른 청소년 천재 캐릭터를 가져다 놓아도 리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수트로 전투에 기여한 일도 미드나잇 엔젤 수트를 입은 오코예, 아네카, 아니면 다른 와칸다 전투기로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아이언하트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데뷔하여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고 깔끔하게 퇴장한 스파이더맨과는 비교도 안 되고[8],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서사의 깊이가 적다는 평을 받은 아메리카 차베즈보다도 평가가 좋지 못하다. 차베즈는 서사의 완전한 중심에 있는 캐릭터가 아니고, 오히려 마이클 월드론이 닥터 스트레인지를 너무 무능하게 만들어 분량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지, 존재감은 결코 주연들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처럼 쪽대본도 아니고 시간도 넉넉했는데 라이언 쿠글러는 아이언하트를 사실상 완전히 다른 캐릭터나 설정으로 때워도 될 듯한 캐릭터로 만들어 이에 대한혹평이 크다.
5.2.5. 부족한 개연성
영화 내내 “쟤들은 왜 굳이 저러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리리는 학교 과제물로 비브라늄을 탐지하는 장치를 만들었고, 그것이 미국 정부에게 넘어가 영화 초반 바다에서 비브라늄을 탐지하는 씬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네이머는 그 장치가 있다면 탈로칸이 침략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비브라늄 탐지장치를 만든 과학자의 신변을 요구한다. 그런데 미국이 아닌 와칸다에 과학자의 신변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과학자의 신변을 왜 와칸다에서 가서 내놓으라고 하는 것일까? 탈로칸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와칸다를 이용한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는데, 탈로칸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서라면 미국 본토에 모습을 드러내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데 슈리와 오코예가 리리를 만난 후 굳이 미국 본토로 들어가 한바탕 싸움을 벌인 후 리리와 슈리를 납치해 돌아간다. 그럴 거라면 와칸다에 찾아갈 필요 없이 아예 처음부터 미국으로 가서 리리를 납치했어도 되었을 것이다.[9]
영화 초반 슈리가 티찰라의 죽음 이후 세계가 불타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이후 네이머와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복선이었지만 어째서 티찰라의 죽음이 세계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는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또한 슈리가 나키아의 도움으로 탈로칸을 탈출할 때 "이대로 떠나면 전쟁이야"라고 스스로의 입으로 말했음에도 정작 와칸다로 돌아간 이후에는 강력한 국방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경계 강화 한마디 대사 외에는 어떠한 군사적 방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와칸다의 민간인들이 습격당하고 왕비가 죽는 결과를 낳는데, 이는 슈리의 분노를 정당화 하기 위한 억지 전개다.
또한 슈리가 네이머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는 장면에서 굳이 탈로칸에게 유리한 바다, 그것도 배 위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바다에서 싸우기로 했다 하더라도, 전면전도 아니고 네이머를 생포한 뒤 곧장 전장을 빠져나가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굳이 배를 이용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10]
라몬다 여왕의 행동 역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눈에 띈다. 작중 라몬다 여왕은 여왕보다 어머니로서의 면모가 부각된다. 이 부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자신의 딸을 구하는데 혈안이 된 인물이 나키아를 찾아가서는 자신의 딸이 납치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1년 전 그녀가 티찰라의 장례식에 오지 않은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티찰라, 나아가 채드윅 보스만에 대한 추모를 위한 장면이나 다른 장면 사이에 끼워넣어도 충분했을 장면이다. 단순히 플롯에 대한 검수가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영화 종장에 창에 하복부를 관통당한 슈리는 그 다음 장면에서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슈트의 기술로 응급처치가 된 것이라고 하기에는, 전작에서 마찬가지로 비브라늄 창에 찔린 킬몽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미국 경찰과 FBI의 차를 부수면서[11] [12] 로 그들을 따돌린 슈리와 오코예의 앞에 탈로칸의 병사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위기에 처하자 슈리는 리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인질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물론 히어로물의 주인공이 어린 소녀를 죽여도 좋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만난지 몇 시간 된 소녀를 위해서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 속으로 뛰어들겠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게다가 슈리의 신분은 현 와칸다 여왕의 하나뿐인 혈육이자 한 국가의 공주이다. 그녀의 신변은 그냥 슈리라는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결국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나키아가 탈로칸에 침투하여 탈로칸 국민을 살해하고 슈리와 리리를 구출해오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것이 와칸다와 탈로칸의 전쟁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13]
탈로칸은 와칸다의 수도를 공격한다. 그런데 여왕 곁을 지키는 경호원이 없다. 아무리 그녀가 뛰어난 여전사 출신이라고 해도, 외국의 군대가 자국의 수도를 공격하는데 여왕은 피신조차 하지 않고 그런 여왕을 지키려는 병사가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다. 게다가 여왕은 리리 윌리엄스라는 미국인 소녀를 보호하려 하고, 네이머가 폭탄을 터뜨려 물에 빠졌을 때도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결국 그 소녀를 물밖으로 끌어올리고 자신은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익사한다. 이타적이고 영웅적인 행동인 것은 사실이나, 그녀는 와칸다의 여왕으로 그녀 한 사람의 목숨은 이미 그녀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자국민도 아닌 미국인 소녀 단 한명을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에버렛은 CIA 요원임에도 불구하고 와칸다에 협조하여, 슈리와 오코예가 리리를 만나러 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CIA의 내부 정보를 라몬다에게 계속 전달하는데, 미국의 입장에서 이는 분명한 이적행위로 볼 수 있다. 발렌티나에게 반역행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각한 범죄로, 그 결과 영화 후반에 체포되어 이송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때 오코예가 나타나 이송 차량을 습격하고 에버렛을 구출한다. 이는 미국과 와칸다의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명백한 테러 행위로, 에버렛에게도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결국 이 모든 억지스러운 전개와 일관되지 못하고 설득력없는 캐릭터 구성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편의주의라고 할 수 있다. 예를들어 슈리가 블랙팬서를 계승하게 하려는 제작진의 편의를 위해, 외국의 군대가 침략을 해 온 상황에서 와칸다의 여왕은 피신도 하지 않고 단 한명의 경호원도 없이, 리리와 단 둘이서 왕궁의 창문 앞에 가만히 서있다가 죽은 것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개연성도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다. 그저 슈리가 블랙팬서를 계승하게 하려는 제작진의 편의만 있을 뿐이다.
그 외에도 디테일한 고증 등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데, 예를 들어 아무 호흡장비 없이 9 Km 상공[14]에 올라갔다가 곧바로 지상으로 떨어진 리리 윌리엄스는 기압차로 인한 고산병 등의 문제를 전혀 겪지 않는다. 그저 뒤에 와칸다나 툴로칸의 기술력으로 해결했다는 언급만 했어도 충분했을 부분이다.
5.3. 호불호
5.3.1. 느리고 긴 이야기 전개
이번 영화의 러닝타임은 이터널스보다 긴 161분(2시간 41분 7초)로, 역대 MCU 영화 중에서는 두번째로 길다.[15] 이로 인하여 지나치게 늘어지는 전개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화가 지루하다는 평이 많다.다만 트찰라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죽음을 대하는 와칸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영화이고, 긴 시간에 걸맞게 급전개 없이[16] 각 장면들을 세세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이질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전개라고 보기는 어렵다.
5.3.2. 네이머의 캐릭터성과 탈로칸의 묘사
네이머와 탈로칸의 디자인 자체는 DC 확장 유니버스의 아쿠아맨, 아틀란티스와 겹치지 않으면서도 마야 문명이 수중에서 유지하는 설정을 신선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네이머의 동기와 행적은 납득하기 쉽지 않게 만들어졌다. 지상의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본인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비브라늄을 탐사만 한 민간인들을 모조리 학살하고 자신들과 동맹을 맺어 세계 정복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와칸다를 침략하는 등 극단적인 배타성을 띄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콩키스타도르에게 수탈당한 라틴 아메리카의 아픈 과거사와 네이머의 배경을 연관 지은 점 또한 상당히 반응이 갈린다. 설정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반면[17] 해외 여론 대다수, 특히 히스패닉들에게는 공감을 사며 호평 받았다.
물론 태어나서부터 수중에서 지낸 네이머가 처음으로 지상에 올라가서 목격한 것은 인간이 인간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식민 통치 현장이라, 지상의 사람들의 잔인성에 치를 떨며 탈로칸에 틀어박혔다는 이유가 나온다. 그러나 그 생각을 500년 가까이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을 받는다. 네이머 항목에 들어가면 볼 수 있듯이 500년간 인간의 본성이 변함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반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네이머는 어찌되었든 이 영화의 빌런이고 반동인물이기에, 사상이 공감을 얻어 악역으로서의 위치를 잃지 않도록 납득할 수 없는 입장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 자신에게 접근하는 모든 것을 적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신경질적이며 오만하다 못해 비호감스럽기까지 한 원작 네이머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납득이 가도록 순화된 것이다. 비록 슈리를 납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거칠게 데려왔지만 예복과 음식을 가져다주며 정중히 대접했고, 여기에 자신의 과거사를 고백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 와칸다와 탈로칸의 동맹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슈리를 설득하려 하는 등, 코믹스의 네이머라면 상상도 못할 유화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게다가 네이머는 가뜩이나 원작에서도 그 더러운 성격 때문에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고참 캐릭터임에도 인기가 미묘한데, 아이언맨이나 앤트맨의 사례처럼 대중들에게 거부감이 들 만한 성격, 행적 묘사를 지양하는 MCU의 캐릭터 묘사 성향을 볼 때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애초에 원작의 극단적인 캐릭터성을 그대로 따라갔다가는 영화의 평가만 더욱 나빠졌을 것이다.
6. 총평
평론계에서는 국내외 통틀어 대부분 그럭저럭 괜찮은 평가를 내린다. 재밌는건 관객평인데, 두 양대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와 메타크리틱의 유저 평가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이는 두 사이트가 점수를 집계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여 참고해야 할 듯.[18]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며, 영화 관련 사이트들에서의 관람객 평점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전작보다 깊어진 스토리텔링은 이 영화의 분명한 장점이다. 제작 도중에 주인공 배우의 사망이라는 작품 내외적으로 큰 공백이 닥쳤지만 그것을 배경 삼아 주요 인물들의 극적인 성장 과정을 묘사하는 것, 그리고 배우들의 감정이 가득 실린 뛰어난 연기로 구멍을 메웠다. '미국 흑인'이 아니라면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전작의 주제의식 역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두 국가의 대립과 공존'이라는 보편적 주제[19]를 제시하여 개선했다.
그러나 비브라늄을 사용하는 두 강대국 와칸다와 탈로칸의 전쟁에 걸맞은 화려한 블록버스터급 스케일 대신 배우들의 서사와 감정 표현이라는 드라마성에 집중한 결과, 보통 관객들이 히어로물에서 기대하는 액션과 CG의 분량 및 퀄리티 측면에선 기존 히어로 영화들보다 모자르다는 혹평을 듣는다. 이는 본작을 좋게 본 관객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 따라서 기존 MCU 특유의 오락성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확률이 큰 작품이다. 즉 방향성이 대규모 상업 영화보다는 예술 영화에 가까운 셈이다.
이전 마블처럼 액션과 화려한 CG를 기대한다면 혹평을 주며, 실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게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특히 전작이 당시 인피니티 사가의 절정 바로 직전의 작품이자 기념비적인 흑인 영웅 주연 서사라는 버프를 받아 역대급 흥행 성적을 일궈낸 것과 별개로 주제의식이 너무 한정적이고 CG나 소품의 비주얼적인 섬세함 및 액션의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평가받은 것과 비교하면, 오락 영화로 혹평을 들은 작품성이나 주제의식 문제는 크게 개선된 반명 히어로물에 맞는 액션 완성도는 어째 제자리라는 것이다. 이 작품의 장점과 단점이 대체로 페이즈 4 영화 이터널스와 비슷한 느낌이다. 추모성과 드라마성은 잘 살렸지만, 액션 부분과 스토리 서사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는 부분은 유독 심하다.[20]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채드윅의 트찰라의 죽음으로 인해 영화의 구심점이 사라져 어떻게든 이야기는 전개해야 하는데, 외부적인 사정-트찰라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면도 넣어야 하다 보니 영화의 개연성은 떨어지고 러닝타임에 비해 이야기가 늘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도 블랙 팬서라는 캐릭터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까지 꾸준히 서사를 쌓아왔고, 정신적인 성장과 더불어 와칸다의 국왕으로서의 위엄까지 완벽하게 갖춘 상태였기 때문에 채드윅 보스만의 사망과는 별개로 이 캐릭터가 감당해야 할 MCU 전체에서의 비중이 너무도 중요한 상태였다. 반면 슈리라는 인물은 트찰라의 조력자에 불과한 인물로,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팬들에게 각인이 될만한 일을 별로 하지 않은 상태였고 심지어 담당 배우 레티티아 라이트의 백신 음모론과 관련된 논란으로 인해 캐릭터의 이미지마저 덩달아 하락한 상태였다.
캡틴이나 아이언맨처럼 퇴장이 예정된 것이 아닌 채드윅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이전에 완성한 시나리오를 긴급하게 뜯어고치면서 트찰라가 맡아야 했던 블랙 팬서 역할을 슈리가 대신하게 되어 1편에 비해 뭔가 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으니 애초부터 큰 호평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기에 차라리 아이언맨 1편의 로디 배우가 바뀐 것처럼 채드윅 보스만과 최대한 닮은 다른 흑인 배우를 대신 캐스팅해 본 배우는 죽었어도 스토리 내에서의 트찰라는 계속 살아있는 걸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들도 많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못지 않은데 채드윅의 트찰라와 하워드의 로디는 그 비중면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로디는 그저 조연에 불과했고 아이언맨이 첫 영화라 딱 1회 출연한 반면에 트찰라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솔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그리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라는 4편의 영화를 통해 채드윅 = 트찰라라는 이미지를 사실상 공고히 한 상태라 아무리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도 다시 캐스팅하면 기존 팬들의 반발도 상당할 뿐더러 새로운 배우도 부담감이 작용할 뿐더러 함께 해온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것이 채드윅에 대한 예우라 아니라는 생각 역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놓고 보자면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변수로 모든걸 뜯어고쳐가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했고 그 와중에도 호평적인 면을 거두기도 했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과물로 나타나게 된 아쉬운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1] 해당 인트로 자체는 디즈니+ 스트리밍판 블랙 팬서에서 먼저 사용한 것인데, 이번에는 로고송 없이 고요한 바람 소리만 들리는 상태로 재생한다.[2] 영혼 세계에서 킬몽거를 만난 일, 음바쿠가 라몬다를 생각하라며 말린 일, 결정적으로 라몬다의 영혼이 등장해 직접 설득하기까지 하는 등, 슈리에게 복수를 멈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연출과 대사들이 여러번 등장한다.[3] 트찰라 2세의 아이티 이름이 투생이기도 하다.[4] 실제로 본작의 라몬다는 절대로 그런걸 원할 위인이 아니다.[5] 블랙 팬서 1편에서의 자동차 추격씬 역시 밤이 배경이지만 적재적소의 조명 배치를 하는 등을 통해, 가시성을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본 작은 많은 작업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서, 또는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1편과 달리 가시성까지 떨어뜨리며 화면을 어둡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2시간 40분 가량 되는 러닝타임 중 수많은 시퀀스들이 어둡거나 뿌옇다보니 그 단점이 크게 드러나는 편.[6]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만 하더라도 각각의 히어로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현실적이고 박력 넘치는 액션을 연출했다. 하지만 와칸다와 탈로칸은 그런 무술 액션이 너무 빈약하다.[7] 이런 캐릭터 활용은 이미 전작에 나오는데, 작중 부산에서 트찰라가 실전을 뛰어다니는 동안 슈리가 여러 보조적인 도움을 주는 장면이 그 예시다.[8] 더 나아가 본 영화의 중심인 트찰라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로 처음 등장했음에도 겉돌지 않았으며, 본 작품의 전개와 갈등에 깊이 관여하였다.[9] "네이머는 비브라늄 탐지기를 만든 과학자가 누구인지 몰랐고, 그래서 와칸다가 그 과학자를 찾아주길 바랬던 것이 아닐까?"라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과학자가 누구인지 몰랐다면, 다리 위에서 리리 윌리엄스를 만났을 때 그녀가 탐지기를 만든 과학자라고 확신하고 그녀를 죽이려한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슈리와 오코예가 만난 사람이 누구인줄 알고 그녀가 과학자라고 확신하는 것일까? 만약 슈리와 오코예가 전혀 다른 이유로 미국에 가서 네드 리즈를 만났다면, 네드는 억울하게 살해당할뻔 했다.[10] 막상 옆동네 쉴드는 헬리케리어 3대씩 보유해서 상시 띄워놓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굳이 배를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11] 경찰이 죽거나 다칠 수 있음을 아랑곳않고 폭격을 가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리리 윌리엄스에게 "잘했어"라고 말하면서.[12] 해당 사건이 공식화되고 리리가 체포된다면, 1급 살인죄 내지 살인미수로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13] 그런 사건이 없었어도 어차피 전쟁은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작중에서 슈리가 나키아에게 총격당한 탈로칸 국민을 응급처치하며 "이러면 전쟁이 일어날거야"라고 말한다. 즉, 와칸다와 탈로칸의 전쟁에 있어 이 사건이 분명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14] 심지어 9 Km 상공에 산소가 0%로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다. 유효산소량 기준 대략 7% 정도.[15] 가장 긴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181분(3시간 57초).[16]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던 슈리가 어머니의 환상을 보고 그 즉시 복수를 포기하는 것은 급전개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슈리가 선조의 세계를 믿는 캐릭터였다면 저 세상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바꾸는 것을 납득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선조의 세계를 믿지 않으며 유물론적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자이다.[17] 무엇보다 마야 문명이나 아즈텍 문명의 묘사를 단순히 "식민제국의 압박으로 고통받은 평화로웠던 원주민들"이라는 1차원적 해석으로 간추린 것에서 당혹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다. 잘 알려진 사실처럼, 라틴 아메리카 문명은 호전적인 전쟁광들이었으며 문자 그대로 식인을 주 국가 기반으로 통치한 문명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디즈니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 지향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물론 스페인 제국이 잘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마냥 피해자 소리듣기에는 문제가 많은 묘사라는 것.[18] 메타크리틱은 10점 만점에 점수를 매긴 평균치를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에 반해 로튼 토마토는 평균 점수가 아닌, 평가에 참가한 사람들의 해당 작품에 관한 호불호 비율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를 감안하더라도 두 사이트에서 같은 작품을 두고 이 정도의 온도차가 나는 것은 흔치 않기는 하다.[19] 다만 트찰라의 죽음 이후 외세에 시달리는 와칸다와 콩키스타도르에게 박해당하여 바다로 도망친 후 지상과의 전쟁만을 광적으로 준비하던 탈로칸을 통해, 1편에서 제시한 흑인 영화로서의 정체성 역시 유지했다.[20] CG와 영상미에서는 이터널스가 훨씬 더 호평이 자자하나 본 작품의 상영 시간은 160분에 육박하는 반면 전투씬은 얼마 없어 오락 영화로 보러 간 관객들이 지루해했다는 얘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