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91년에 드러난[1] 아동 학대 사건. 대한민국에서 서커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악화되고 서커스가 몰락하는 결정타가 된 사건이다. 1981년생으로 당시 11살이던 심주희(본명 지정옥[2])가 서커스단을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본 문서에 기재된 나이는 만 나이나 연 나이가 아니라 전부 세는나이다. 또한 대중들에게 알려진 피해 아동의 이름은 임의로 지어진 것으로 본명이 아니기에[3], 본 문서에서는 대체로 '피해자'로 지칭한다.
2. 사건 경위
피해자는 친부의 극심한 가정폭력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결국 1984년 4살의 나이에 인신매매를 당해 서커스단에 팔려오게 된다. 뉴서울서커스 단장 심동선[4]은 피해자를 심주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호적에 올리고 서울특별시 성동구 송정동 소재의 자택에서 곡예 훈련을 시켰다. 당시 피해자가 생활했던 곳은 심단장의 자택 옥상에 위치한 가건물의 방이었는데, 1.5평 남짓한 좁은 골방 안에는 어린이용 책상과 침대 대용으로 추정되는 허름한 소파 정도가 전부였고 방에는 잠금 장치가 되어 있어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도 없었으며, 마당에는 맹견을 무려 3마리나 풀어서 항상 감시하는 감금 상태였다.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해자는 하루에 고작 2시간만 잠을 자고 그 외에는 거의 12시간 동안이나 혹독한 묘기 연습을 해야 했으며[5] 매질까지 당했다.[6] 게다가 심단장은 피해자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은 것은 물론 홈스쿨링조차도 시키지 않아 11살이 되도록 기본적인 글도 읽지 못하는 문맹 상태로 방치했고, 밤마다 유흥업소에 끌고 다니면서 강제로 공연을 시키며 착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처참한 상황은 한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못했는데, 심단장이 평소 주변 이웃들에게 피해자를 자신의 외손녀라고 소개하면서 아이 아버지가 미국에 유학을 갔으며 아이를 매일 밤마다 학원에 보낸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된 나날을 보내던 피해자는 3번의 탈출 시도 끝에 1991년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 북창동의 한 야간 업소 공연을 갔다가 틈을 노려서 인근 봉제 공장에 숨어들었고, 다행히 공장 직원들이 뭔가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끼고[7] 피해자를 숨겨주었다.
이후 피해자는 경찰서에서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심단장이 경찰서를 찾아와 할아버지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를 데려가려고 했으나, 경찰서에서 마치 제 집인 양 활개치던 피해자가 심단장을 보자마자 대번에 눈치를 살피며 불안해하는 것을 본 형사들이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라는 것을 눈치채고 피해자를 심단장과 분리한 후 진술을 확보하면서 심단장과 업소 전무 박모씨 등은 경찰에 입건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 조사 결과 심단장은 유흥업소 9곳에 공연할 아이들을 연결해 주고 댓가로 6천만원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심단장이 4명의 아이들을 이용해 무려 5억 원의 부당이득을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와 같은 서커스단에서 생활하다 탈출한 또다른 소년[8]도 경찰서를 찾아와 그 동안 당했던 감금과 학대에 대해 증언하면서 이 충격적인 사건의 실상이 대대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건이 밝혀진지 1년이 지난 1992년에 재판이 열렸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는 2020년대와 달리 아동 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했던 탓에 사회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준 사건인 데다 더욱 충격적이게도 또 다른 피해 아동에게는 상습 성폭행까지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단장이라는 양반은 고작 징역 1년을 선고받는 것으로 종결되었다.[9]
3. 계속되는 피해자의 기구한 삶
전술되었듯 서커스단을 탈출한 피해자는 한동안 마포경찰서 형사들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1990년대에는 아동 보호 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었고 그나마 있는 시설도 열악한 곳이 많았기 때문에 피해자를 임시로 보호할 곳이 마땅치 않아 형사들은 고심 끝에 당번을 정해 각자의 집에서 돌아가면서 숙식을 제공하며 돌봄 품앗이를 하게 되었다. 심 단장의 감금, 학대로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세계에 노출된 탓에 처음에는 도저히 아이다운 모습이 아니었고[10] 정신적으로도 많이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점차 안정을 찾고 또래 아이들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그러나 피해자가 너무나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져버려 친부모 신상정보는 물론 자신의 본명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등 단서가 워낙 없었기 때문에 경찰은 피해자의 친부모를 찾는 데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었고, 결국은 입양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자신이 입양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10명이 넘었으나 본인의 완강한 거부로 결국 입양이 무산되었다. 어찌어찌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한 아동 보호 시설에 입소했지만 이곳에서도 적응을 잘 하지 못해 가출을 밥 먹듯이 했고, 몇 년 후 시설을 나온 피해자는 경기여자기술학원에 들어가 그곳에서 미용 기술을 배우려고 했다. 그러나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가 일어났고 피해자도 이 사고에 휘말렸다가 가까스로 생존했지만 질식으로 거의 1개월 동안 사경을 헤맸으며,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기억상실과 극심한 불안 증세를 겪으면서 2년 동안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피해자를 잊지 않고 계속 도움을 주었던 마포경찰서 형사들 덕분에 친모(지 모씨[11])를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피해자는 행복한 삶을 다시 찾는 듯 했으나 안타깝게도 피해자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어머니야말로 희대의 인간 말종이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눈물의 재회를 하는 듯싶었으나, 딱 기자들이 철수하자마자 돌변해 학대와 폭력을 일삼은 것도 모자라[12] 피해자 앞으로 온 각종 성금과 보상금을 자신이 갈취하여 제 배를 불리는 데만 급급했다고 한다. 애초에 피해자를 찾아온 것도 돈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정작 피해자 본인은 자신 앞으로 그런 돈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결국 피해자는 얼마 못 가 어머니를 피해 집을 나와 유흥업소에서 돈을 벌며 숨어 살았으나 어머니는 피해자가 도망치는 곳마다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협박과 폭언, 폭력, 갈취를 계속했다. 게다가 이 친모가 2007년에 사망했음에도 여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었는데, 핏줄이라는 이유로 그녀가 남긴 거액의 빚을 고스란히 상속받은 탓이었다. 그러나 '서커스 소녀'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이미 식은 지 오래였기에 피해자는 속절없이 모든 것을 홀로 떠안고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 모든 사실은 2011년이 되어서야 아동 학대 피해자들의 후일담을 취재한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을 통해서야 드러나면서 대중의 공분을 불렀다. 피해자는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표출했다.
"그래도 서커스단에서는 밥도 주고 일을 잘 하면 돈도 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기는 했다. 차라리 서커스단에 있었을 때가 훨씬 더 나았다"
서커스단 시절 감금 당해 그렇게 매질을 당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곡예 기계로 혹사 당했는데도 이렇게 말할 정도면 어머니라는 인간의 악행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4. 사건 이후
안 그래도 이미 사양세였던 서커스는[13] 이 사건을 기점으로 대중들에게 '서커스라는 게 저렇게 아이들을 가둬 놓고 학대하면서 곡예를 시키는 거구나'라는 편견이 퍼지면서 막대한 이미지 실추를 얻었고 결국 급속도로 몰락한다. 당연히 정상적인 서커스단에서는 절대로 이런 행위를 하지 않으나, 이 사건의 여파가 워낙 큰 탓에 많은 서커스단이 큰 타격을 입고 하나둘씩 폐업 수순을 밟는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2020년대 이후까지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서커스단은 단 한 곳, 동춘서커스 뿐이다. 그나마도 사람이 없어서 중국인 단원들로 겨우 유지되는 상황이다.한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이 일이 다뤄지면서 2024년 기준 44세가 된 피해자의 근황이 공개되었는데, 다행히 이제는 안정된 삶을 찾았다.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현재는 이름도 개명한 상태.[14]
5. 미디어에서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서커스 소녀 -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라는 제하로 2024년 2월 15일 방영되었다.[15] 회차 막바지에는 제작진들의 도움으로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형사 아빠'[16]들 중 임만규 형사와 재회하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6. 관련 기사
- 서커스 어린이 학대 수사(1991년 10월 14일자)
- 서커스 소녀 심주희 양, 상처받은 동심(1991년 10월 15일자)
- 사건해결뒤 10년간 ‘부녀의 情’(2001년 6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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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대 행위 자체는 그 7년여 전부터 계속되었다.[2] 이후 개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지현주'라는 가명으로 처리되었다.[3] 또한 겨우 찾은 본명마저도 친모와의 끔찍한 기억이 남은 이름이라 다시 개명했다고 한다. 자세한 사항은 후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서커스 소녀 편의 부제가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4] 당시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심철호(1939 ~ 2002)의 친형이다. 물론 심철호 본인은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하며, 오히려 형과는 정반대로 1980년대 초반부터 사회복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사회 공헌 활동을 하여 각종 상과 표창을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한 코미디언으로써도 사업가로써도 실로 훌륭한 사람이다.[5] 살인적인 연습량을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는 아이돌 연습생들도 이 정도로 가혹하지는 않다. 이 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장성규의 이야기 친구로 출연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미연 본인도 연습생 때 충분한 휴식과 수면은 기본이고 연습 시간도 4~5시간 정도가 보통이라고 증언했다. 즉, 심주희의 연습량은 보통의 아이돌 연습생의 2~3배 정도였다.[6] 어린아이가 성인에게도 쉽지 않은 고난이도의 묘기를 구사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신기한 구경거리 취급이었을 뿐 아동 학대라는 충격적인 결과물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인식을 악용해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피해자는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그간 강제로 배운 묘기를 시연하기도 했는데, 익숙하게 묘기를 선보이면서도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이 장면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도 자료화면으로 나왔다.[7] 어린아이가 성인 여자들이나 입을 법한 몸에 딱 붙는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도망친 피해자를 찾아 봉제 공장으로 들이닥친 심단장의 모습과 공장 구석에 숨어 겁에 질린 모습으로 떨고 있는 아이를 보고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칼에 알아차렸다.[8] 이 아이도 7살 때 부모가 삼척에서 서커스단에 팔아넘겼으며, 역시 심단장이 자신의 호적에 심민우라는 가명으로 올렸다.[9] 요즘 같으면 아동 인신매매에 상습 아동 성폭행에 감금과 학대, 갈취까지 감안해 최소 징역 10년부터 시작해 20 ~ 30년 혹은 무기징역 등의 중형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사안이다.[10] 당시의 취재 화면 등을 보면 거의 성인들이나 쓸 법한 말투를 구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이야기 친구로 출연한 미연과 홍지윤도 자료 화면 속 피해자의 언동을 보고 "말하는 게 아이 같지가 않다", "인생 2~3회차 아니냐"며 경악했으며 당시 기자로 사건을 취재했던 최일구 전 앵커도 "뭔가 첫 눈에 봐도 문제가 있는 아이였다"고 증언했다.[11]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미숙'이라는 가명으로 처리되었다.[12] 구타 정도는 예사고 심지어는 흉기로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고 한다.[13] 물론 서커스의 쇠퇴는 대한민국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고 TV 등 각종 대중 매체가 보급되고 보편화되면서 전 세계 공통으로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었다.[14] 이 새로 개명한 이름은 당사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았으며, 진행자인 장성규도 그 이름은 굳이 알려고 하지 말자며 넘어갔다.[15] 시간이 꽤 흘러 잊혀져가던 사건을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문서도 방영 이후 만들어졌을 정도. 사건의 주인공인 서커스 소녀 심주희가 영상에 댓글을 달아서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16]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해 주던 마포경찰서 형사들을 부르던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