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M1902 세이버 (M1902 U.S. army saber)
1902년 채용된 미합중국 육군의 장교용 세이버.
미육군은 원래 병과별로 군용검의 제식이 다 달랐고, 포병, 보병, 기병, 군악대에 이르기까지 병, 부사관, 장교의 도검이 모두 다 달랐다. 가령 포병장교는 M1872 포병장교도, 기병장교는 M1872 기병장교도를 사용하였고, 보병장교는 M1860 참모&야전장교검을 사용하고, 보병부사관은 M1840 NCO 소드를 쓰는 식이었다. 미육군은 이러한 중구난방인 장교용 세이버들을 모조리 단일화할 요량으로 M1872 기병장교도의 디자인을 참조한 새로운 통합 육군장교도의 제식을 개발했으며, 1902년 신제식의 통합 육군장교도를 채용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최후의 미육군 통합장교도인 M1902 세이버였다.
(M1872 기병장교도)
(M1902 세이버)
2. 특징과 조작성
M1902는 실전검에서 예도로 넘어가는 첫 공식적 사례로 일컬어지는데, 기존의 세이버 장교도에 비해 칼날 폭이 크게 좁아진 것이 그 상징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세이버들은 총기의 발달과 이탈리안 펜싱의 검리에 따라 칼날폭이 좁아지고 가벼워지는 경향을 띠고 있었으나 군용임을 감안하여 최소 24~26 mm정도의 날폭(리캇소 기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M1902는 날폭이 22 mm(스프링필드 조병창 생산품 기준)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이는 민간용 듀얼링 세이버와 비교해도 큰 차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의 날폭이었다. 칼날 끝부분의 폭은 12 mm로 레이피어나 스몰소드에 버금가는 수준의 날끝 폭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의해 부드러운 물체는 매우 잘 벨 수 있지만 단단한 물체는 베기 어려웠다. "살은 벨 수 있으나 뼈는 벨 수 없는 검"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문제 때문에 격렬한 기병전투를 상정해야 할 기병을 위해 날폭을 다시 늘린 M1904 / 1905 실험형 세이버가 연구되기도 했으며, 결국 미육군 기병은 조지 S.패튼 장군(당시 소위)가 고안한 M1913 세이버를 채택하게 된다.즉 기병도로써는 어울리지 않는 완전한 보병용, 그것도 결투용 세이버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디자인상의 특징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손잡이인데, 손가락 4개가 들어가는 홈을 자루에 파놓고, 여기에 맞춰 파지하면 엄지손가락을 칼등에 올릴 만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19세기 후반부터 유행한 근대 세이버 검술의 경향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손잡이인 것이다. 세이버 검술의 전체적인 이해와 근대 세이버 검술에 대한 이해는 세이버 검술 문서를 참조.
칼날은 폭이 좁고 가벼우나, 세부적인 스펙은 생산 공장에 따라 모두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날길이를 선택하여 주문할 수 있었으며, 30"(76.2 cm) / 32"(81.28 cm) / 34"(86.36 cm)의 날길이가 표준이었다. 이것은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칼날의 2/3에 해당하는 부위에 에칭으로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M1902와 현재의 에칭 문양 제식은 일부 내용이 다르다. 리캇소[1] 부분의 에칭은[2] 원래 제작사 이름이 들어가는데, M1902는 다른 여타 세이버들이 그러하듯이 당시 미군 조병창이었던 스프링필드 아머리를 비롯해서, 독일 졸링겐, 아메스 소드컴퍼니, 그외 미국 내 수많은 군소 업체들이 생산을 맡았으며, 장교들의 개별 의뢰를 받아 그 형태나 스펙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았다. 가령 위의 사진의 제품은 손잡이가 강화 플라스틱제이지만, 실제로는 목제도 있었고 위에 가죽을 씌운 것도 있었다. 힐트도 독수리 머리 모양이라든가 금도금을 한 것 등이 선물용, 부하들이 장성에게 바칠 때[3] 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3. 영원한 현역
이렇듯 전쟁용이라기보다는 결투용에 가까운 M1902이지만 현재까지도 당당히 현역으로 군림하고 있다. 미합중국 육군 장교용의 예도로써 그 제식이 칼날의 에칭 문양 등 일부를 제외하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M1902는 1912년까지 스프링필드 아머리에서만 5,735자루가 양산되었으나 1차 대전 이후 도검의 패용 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생산이 중지되었고, 이러한 기간을 거쳐 다른 세이버들도 폐지의 길을 걸었으며 현재 19~20세기에 제정된 실전검이 살아남은 것은 미육군 부사관용의 M1840 NCO Sword / 장교용의 M1902 Saber와, 미해군과 해안경비대 공통인 장교용의 M1852 / 부사관용의 M1860커틀러스, 해병대의 장교용 M1875 / 부사관용의 M1859 정도로 총 6종류뿐이니, 많은 세이버들이 퇴역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아 예도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4. 관련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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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날의 부위 중에서 손잡이 바로 위쪽의 부분. 날의 뿌리부분이다.[2] 금속 표면에 부식액을 부어 부식시킴으로써 원하는 글자와 문양이 새겨지게 만드는 방식. 중동에서부터 유래하여 금속공예의 기본이 된다. 18세기 유럽부터는 도검에서 상징성을 추구하는 바가 커짐에 따라 소속 부대의 문양이나 기타 표식, 소유자의 이름 등도 에칭으로 새기는 경우가 일반화되기 시작했으며, 군대에 따라 이러한 문양은 제식화되어 있었다.[3] 근대 미군은 부하들이 지지하는 장군에게 검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도 미군에서는 장성 진급시에 부사관들이 예장용 검을 만들어 주는 풍습이 남아있긴 한데 문제는 검이 더 이상 의전에도 안 쓰이는 관계로 중후한 중세 롱소드를 바치거나, 판타지 게임에 나올 법한 디자인을 만들어 올리거나, 그것은 검이라기엔 너무나 컸다 수준의 물건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