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말 그대로 국부(國富. 국가의 재산)를 운용하여 증식시키기 위해 운용하는 기금이다.2. 역사
왕정시대부터 각 국가의 군주들이 왕실 재산을 활용하여 각종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국부펀드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내수사를 통해 내탕금을 운용했던 조선 왕조, 프란츠 1세가 신성 로마 제국 각지에 은행을 설립하여 축적한 막대한 자산을 보유했던 합스부르크-로트링겐 가문, 사략함대[1] 특허장 발급을 대가로 사략선 선장들에게서 재보를 받고 동인도회사 등에 투자해서 배당금 등을 받던 영국 왕실[2] 등이 그 예로 들 수 있다.현대사회가 본격적인 금융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함과 동시에 시민사회가 성숙함에 따라 복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 국가들은 국가 지속성장의 동력과 후세의 번영,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국가의 여유자산을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설립했다.
3. 현황
국부펀드의 출처는 굉장히 다양하다. 정부에서 갖고 있는 외환보유고, 석유나 천연가스, 구리 등의 특정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얻은 소득 등을 기초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후자의 케이스에 속한다. 특히 어지간한 자원 수출 대국 중 아랍계 국가들과 러시아, 노르웨이에서는 자산 규모 1,000억 달러 단위 이상의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도합 1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단일국부펀드기관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을 운영하고 있다.[3] 2위가 중국투자공사(CIC)이다.[4] 싱가포르 계열 국부펀드인 테마섹 홀딩스와 싱가포르 투자청(GIC)도 유명하다. 이 2개의 국부펀드는 도합해서 싱가포르 GDP와 맞먹는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싱가포르의 GDP가 작은 점을 고려해도 2018년 기준으로 두 개 펀드를 합쳐서 총 7,600억 달러의 자산을 일궈냈다는 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다. 사우디와 캐나다도 두 개의 펀드를 운영중이며 도합 7,000억 달러, 한화 800조에 달하는 규모다.국가별 국부펀드 운용자산 1위는 단연 중국이다. 9천억 달러의 중국투자공사를 시작으로 홍콩 외환관리국에서 운용하는 4,566억 달러, 중국 외환관리국의 약 4,410억 달러, 중국사회보장기금의 2950억 달러 등 이상 4개 국부펀드의 자산총계는 무려 2조 926억 달러에 육박한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은 중국 정부의 투자와 증시 성장 덕분에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자산을 형성했다. 2위는 아랍에미리트로 1조 5,000억 달러 수준이다.
한국도 대규모의 외환보유고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한국투자공사를 설립했지만 시기가 영 좋지 않아서 대규모의 손실을 봤다.[5] 그래도 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초기에 출자받은 1,000억 달러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고 계속해서 출자금을 받아 1,000억 달러를 넘겼다.
국부펀드로 얻은 수익을 통해 무세국가를 실현하자는 주장도 있다.[6] 물론 하술할 국부펀드의 규모도 그렇고, 어느 나라든 정부 예산의 주요 재원이 세금이라는 걸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얘기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도 세금으로 대부분의 예산을 조달하고 있는 마당이라서, 국부펀드 하나로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며, 애초에 국부펀드 자체도 기본적인 종잣돈은 세금에서 기반을 두고 있다[7].
의외로 한 국가의 국부펀드를 다 모아도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운용자산(9조 4천억 미국 달러)을 넘어서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만큼 사기업인 블랙록의 운용자산이 일국에서 운용하는 국부펀드를 수십배 뛰어넘을 정도로 많다는 뜻이다. 기관투자자 중에서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국부펀드, 보험사는 엄청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장에 막대한 공급을 불어 넣어준다.
연기금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연기금은 가입자들로부터 조달한 부채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향후 연금에다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해서 부채를 돌려줘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며 안정지향형으로 자산을 배분한다. 반면 국부펀드는 배분구조가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연기금보다 부채 비율이 적기 때문에 비교적 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해진다.
4. 목록
순위 | 펀드명 | 운용금 (USD) | 설립 | 재원 |
1위 |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 1조 3,382억 | 1990년 | 석유 |
2위 | 중국투자공사 | 1조 2,223억 | 2007년 | 외환보유액 |
3위 | 아부다비 투자청 | 7,087억 | 1976년 | 석유 |
4위 | 쿠웨이트 투자청 | 7,084억 | 1953년 | 석유 |
5위 | 싱가포르투자청 | 6,900억 | 1997년 | 외환보유액 |
6위 | 공공투자기금 | 6,200억 | 1952년 | 석유 |
7위 | 홍콩외환안정기금 | 5,889억 | 1993년 | 외환보유액 |
8위 | 테마섹 홀딩스 | 497억 | 1974년 | 외환보유액 |
9위 | 카타르투자청 | 4,610억 | 2003년 | 석유 |
10위 | 중국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 | 4,473억 | 2000년 | 연금 |
11위 | 두바이 투자청 | 2,997억 | 2006년 | 석유 |
12위 | 터키 국부펀드 | 2,941억 | 2006년 | 외환보유액 |
13위 | 무바달라 투자 회사 | 2,845억 | 2002년 | 석유 |
14위 | 한국투자공사 | 2,050억 | 2005년 | 외환보유액 |
15위 | 러시아 국부펀드 | 1,826억 | 2008년 | 석유, 천연가스 |
16위 | 퓨처펀드 | 1,508억 | 2006년 | 외환보유액 |
17위 | 이란 국가개발기금 | 1,390억 | 2011년 | 석유 |
18위 | 앨버타 투자관리공단 | 1,081억 | 2007년 | 연금 |
19위 | 아부다비투자회의 | 1,020억 | 1999년 | 석유 |
20위 | 알래스카영구기금 | 848억 | 1976년 | 석유 |
<rowcolor=#fff> 2022년 6월 운용자산 기준# |
약 50여개 국가에서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자산이 1,000억 미국 달러를 넘는 국부펀드들은 위 20개사 정도이다.
특이하게 영국, 일본, 대만 등 경제대국임에도 국부펀드를 운영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운용자산 5천억 미국 달러 수준[8]으로 일본의 국부펀드 전일본투자공사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우정 해산을 하면서 일본우정 민영화가 중심과제로 떠올라 설립이 미뤄졌다. 고이즈미는 일본우정 민영화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 총리직에서 사임했고 뒤를 이어 집권한 아베 신조는 1차 내각(2006년 ~ 2007년) 때 전일본투자공사 설립안을 유보시켰다. 이 결정은 현재까지도 유지되어 여전히 국부펀드가 없다. 그 대신 국부펀드 비슷한 역할을 하는 민관펀드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혁신투자기구[9]가 있다. 르네사스, 재팬 디스플레이의 설립에 관여하는 등 주로 해외투자 보다는 자국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만은 국부펀드를 만들어 투자할 경우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의 국부펀드 자산들을 하나의 중국을 들먹이며 강탈하지 않을까 우려하여 국부펀드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행정원 산하 행정원 국가발전기금이 국부펀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때 공기업이었던 TSMC의 지분 6.68%를 소유하여 주요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1] 해적들에게 국적선 약탈을 금지시키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같은 적대국 선박의 약탈하는 조건으로 국가 공인으로 인정해 준 형태였다. 대표적인 인물로 프랜시스 드레이크 제독이 있다.[2] 오늘날의 영국 왕실은 전 세계의 왕실 중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로 꼽힌다.[3]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두 개로 나뉘는데 하나는 '노르웨이 석유기금'이라고 불리는 해외투자 전담 기금이고 하나는 '노르웨이 국립보험계획기금'이라고 불리는 국내투자 전담 기금이다. 두 개의 기금은 별개의 위원회로 분리되어 있고 납입재원도 다르다. 석유기금은 말 그대로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대금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국립보험계획기금은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가 납입재원이다. 두 기금 모두 주요 투자 상품은 주식인데 특이사항이 있다면 그 중에서도 환경파괴, 담배, 집속탄, 핵무기 등 "인류에게 해로운 것들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내규가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KT&G와 한화(기업), 풍산그룹이 투자 금지 종목에 걸려 있다.[4] 운용자산이 9천억 달러인 초대형 국부펀드로 중앙회금투자유한공사(이하 회금공사)라는 자회사가 있는데 회금공사는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의 지분을 각각 67.49%, 59.12%, 35.3%씩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금융주권의 핵심인 대형 상업은행인 만큼 정부에서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5] 그 손실 중에서 특히 20억 달러를 메릴린치 증권에 투자할 때 자금 위탁 운용이 아닌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형태로 투자하여 큰 손실을 봤고 10년 만에 본전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투자 성사 직후 당시 총무기획관 김백준의 아들 김형찬이 메릴린치 서울 지점장이 됐고 그 다음부터 자원외교 인수 자문을 독점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황상 돈이 굉장히 급했던 메릴린치 증권과 이명박 간의 커넥션이 의심된다는 의혹이 있다.[6] 이 주장을 비슷하게 실현한 국가가 스위스 옆 소국 리히텐슈타인으로 무세국가까지는 아니지만 세금이 극도로 적으며 국가의 재정수입에 있어 금융업의 비중이 높다. 리히텐슈타인/경제 항목에 관련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7] 노르웨이나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처럼 석유 산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국부펀드의 재원을 조달하는 나라도 있으나, 이들도 종잣돈은 세금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의 경우, 석유 매장량의 하락으로 인해 그 수입이 감소할 가능성을 우려해서, 재원 조달처에서 석유 관련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려는 시도까지 일어나고 있다.[8] 일본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의 절반이다.[9] 다만 상단에 있는 세계 국부펀드 AUM 순위 지표에서는 산업혁신투자기구(Japan Investment Corporation)도 국부펀드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