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 |||
{{{#!wiki style="margin:0 -10px -5px" {{{#!folding [ 펼치기 · 접기 ] {{{#!wiki style="margin:-5px -1px -11px" | <colbgcolor=#d5ae59><colcolor=#000> 규칙 | 국가별 룰, 초읽기, 접바둑, 덤, 착수금지 | |
기초 원리 | 활로(단수), 따냄, 집, 행마 | ||
기본 형태 | 축, 패, 자충, 빅, 장문, 촉촉수, 환격, 후절수, 귀곡사, 공배, 궁도 | ||
특수 형태 | 장생, 삼패, 진신두 | ||
대국 흐름 | 포석, 정석, 끝내기, 계가, 복기, 기보 | ||
수읽기 | 먹여치기, 사활, 수상전, 수나누기, 교환, 맞보기 | ||
도구 | 바둑판, 바둑돌, 인공지능, 101weiqi | ||
사람 및 기관 | 바둑 기사, 품계, 기원,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일본기원, 관서기원, 중국기원, 바둑 기전 | ||
프로젝트 | 나무위키 바둑 프로젝트 | ||
기타 | 용어, 격언, 특징, 화점 | }}}}}}}}} |
1. 개요
가로세로 19줄[1], 361개 교차점에 돌로 에워싼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빈 공간을 바둑 용어로 '집'이라고 한다. 바둑의 승리 조건은 단 하나, 상대방보다 더 집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돌을 많이 따는 게임이 아니다.맞바둑(깔고 두는 흑돌 없이 두는 바둑)에서는 흑이 먼저 두고, 접바둑(2점 이상의 흑돌을 시작 전에 깔고 두는 바둑)에서는 백이 먼저 둔다. 보통 흑돌은 배우는 사람, 백돌은 가르치는 사람의 양상을 띈다. 실제로 배우는 단계에서 하수가 흑을 쥐기에, 바둑 입문 책이나 강의에서 주인공은 항상 흑으로 나온다.
맞바둑은 맞수끼리 두는 호선(互先)[2]과 약간의 실력 차이가 나는 사람 간에[3] 두는 정선(定先)으로 나뉜다. 호선에서는 먼저 두는 흑의 유리함을 상쇄시킬 목적으로 덤 규칙에 의해 흑을 잡은 사람이 상대방보다 7집(한국/일본), 8집(중화권) 이상 더 만들어야 이기고[4] 정선에서는 덤 없이 한 집이라도 많은 쪽이 이긴다.
접바둑은 실력 차이가 확실히 나는 사람끼리의 대국에서 사용하며 하수 쪽이 흑을 잡고 흑돌 몇 점을 미리 깔고 둔다. 덤은 없는 것이 보통이나 접바둑 덤에 관해 공인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먼저 깔아두는 흑돌 개수는 2점~9점 사이에서 조정한다.[5]
손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하여 '수담(手談)'이라는 별칭이 있으며 동양적 예의범절 담겨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2. 매우 간단한 룰, 매우 높은 자유도
룰 자체는 오목보다 살짝 어려울 정도로 간결하다.# 어린 아이라도 배울 의지가 있으면 이삼일 만에 배울 수 있다. 사용하는 기물도 바둑판과 흰색과 검은색[6]의 바둑돌이 전부다. 돌의 따냄 규칙[7], 착수금지[8] 패의 규칙, 계가법(집 세는 법)이 사실상 룰의 전부이며, 승리 조건 또한 집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것으로 매우 단순하다.[9] 각종 사활 공식들, 각종 정석과 포석 등 모든 다른 것은 룰이 아니라 룰을 실전에 적용 및 활용하기 위한 이론들일 뿐이다.[10]이렇게 아무런 특징없는 돌들뿐일 정도로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창조해 낸 가장 심오한 보드 게임 가운데 하나다. 동양의 장기, 샹치, 쇼기에 대응하는 서양 게임은 체스가 있지만, 바둑에 대응하는 서양 게임은 없다. 바둑의 가장 큰 특징은 착수금지점이 아닌 한 어느 위치에라도 자신의 돌을 놓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수가 생긴다. 바둑은 동양 고유의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테마게임과 유로게임이 꽉 잡고 있는 보드게임긱 순위에서 200위 안에 들어가는 유일한 고전 추상전략 보드 게임이다.
바둑은 체스나 장기와 달리 게임 시작 시 돌(말)이 전혀 없고 돌을 어느 곳이든 스스로 자유롭게 두며 싸우는 턴제 땅따먹기 게임이다. 비유하면 체스나 장기의 말들을 매 수마다 스스로 만들어가며 싸우는 게임이고, 이는 상대 또한 마찬가지다. 체스나 장기 같은 종류는 게임 시작부터 배치된 말들의 개성이 명확하고 구조가 대칭돼 있어 적과 자신의 1:1 대립 구도가 명확하며, 각 기물의 초기 위치와 움직임이 정해져 있어서 그에 따라 최선의 효율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구상한다. 룰이 허용하는 움직임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되니 룰만 알고 게임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아도 그런 대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바둑은 아예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매 턴마다 수백 곳의 착수 가능점 중 하나를 선택해 돌을 놓아가며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매 승부마다 보드 게임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번갈아가며 바둑판에 바둑돌을 얹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상대의 바둑돌을 포위하면 잡는다는 매우 간단한 룰을 갖고 있지만, 어디를 놓아도 이론상 금지되지 않는 만큼 활동이 극도로 자유롭다는 점으로 인해 무한에 가까운 변수가 존재한다. 귀, 눈, 덤, 뜀, 맥, 변, 빅, 집, 축, 패, 계가, 고목, 공배, 굳힘, 궁도, 단수, 미생, 빈축, 사석, 사활, 삼삼, 삼패, 쌍립, 소목, 속기, 악수, 오오, 옥집, 완생, 외목, 우형, 잇기, 장생, 장문, 착수, 천원, 판빅, 팻감, 포석, 행마, 호구, 화점, 환격, 화국, 가일수, 귀곡사, 귀 8궁, 끝내기, 날일자, 눈목자, 마늘모, 만년패, 버림돌, 빈삼각, 빵따냄, 수상전, 수읽기, 순환패, 양단수, 양자충, 옥집삶, 접바둑, 초읽기, 촉촉수, 치받음, 패싸움, 호리병, 회돌이, 후절수, 꽃놀이패, 대궁소궁, 만패불청, 매화육궁, 오궁도화, 유가무가, 육사팔활, 좌우 동형, 착수 금지, 천지대패 등 무궁무진한 용어가 파생될 만큼 심오한 보드게임이다.
실제로 프로 기사나 아마추어 고수가 두던 곳에 두다 말고 바둑돌 한 개를 갑자기 상대 쪽 한복판에 놓거나, 반대로 뜬금없이 허허벌판에 돌을 놓는 것은 반상 전체를 볼 여력이 없어 상대가 직전에 둔 곳만 생각하기 마련인 하수 입장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상 전체를 볼 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수인 경우가 많다.
2016년 1월 20일에 19x19 바둑판에서 가능한 배치의 수가 완전히 계산되었다.#[11] 총 208,168,199,381,979,984,699,478,633,344,862,770,286,522,453,884,530,548,425,639,456,820,927,419,612,738,015,378,525,648,451,698,519,643,907,259,916,015,628,128,546,089,888,314,427,129,715,319,317,557,736,620,397,247,064,840,935 가지로, 대략 2*10170의 수이다. 이걸 계산하는데 15TB 용량, 8~16코어, 192GB의 램을 가진 서버가 몇 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반상 위의 우주라는 바둑의 이명(異名)이 제대로 들어맞는 부분.
가능한 경우의 수는 구골을 뛰어넘는다고 하며[12], 똑같은 방법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패와 따낸 자리에 다시 둘 수 있는 룰을 적용하거나 착수 포기 등의 방법으로 바둑판을 전부 메우고 다시 따낸다면 또 다시 둘 곳이 360개 생기므로 사실상 가능한 경우의 수는 무한하다고 보아야 한다.
3. 진입장벽과 난이도
앞서 언급한 높은 자유도로 인해 룰만 알고 바둑에 대한 기초 공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대국은 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생각만 들 것이다. 유의미한 대국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돌을 잡는 여러 방법(단수, 양단수, 축, 장문, 환격, 촉촉수 등)을 이해해야 하고 산 돌과 죽은 돌, 살릴 수 있는 돌과 살릴 수 없는 돌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돌의 연결과 끊김의 개념을 알고 돌을 연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꽉이음, 호구, 쌍립 등)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실전과 별개로 무조건 알아야 하는 개념이다.그러고 나서 실전과 연관된 기초 공부를 하면 된다. 먼저 초반에 어떻게 돌을 깔아야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데 정석, 포석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이며, 절대적 최선의 수가 아님을 알아야 하고, 초보자에게 가르칠 때는 변화도가 적은 방식을 가르치기 때문에 실력을 쌓고 난 후 더 좋은 수를 배울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우의 수가 사실상 무한대에 달하는 바둑에서 절대적 최선의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국이 진행되면 필연적으로 여기저기서 돌과 돌이 얽히면서 전투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내 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혹은 상대 돌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를 알아야 하고, 행마와 맥이 바로 그것이다. 한쪽 돌이 다른쪽 돌에 둘러싸여 있는 상태에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내 돌을 살리거나 상대 돌을 잡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바로 사활이다. 후반부가 되어 집의 윤곽이 어느 정도 결정나면[13] 내 집을 최대한 늘리고 상대 집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수를 둘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끝내기라 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기초 정석·포석법, 기초 행마, 기초 사활, 기초 끝내기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초심자 딱지는 뗐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여기까지 올라가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정석과 포석법만 해도 수십가지가 넘으며, 사활 문제로 가게 되면 수천가지 경우는 가볍게 넘는다. 물론 이런 경우를 전부 외우는 건 불가능하고, 초보 수준의 것만 외운 뒤 실전 바둑을 두다 보면
특히 다른 보드게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집'의 개념은 논리적이라기보단 감각적인 이해가 필요한 영역이라 체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즉 바둑은 입문도 어렵고 숙달하기도 어려운 게임이다. 숙달이 어려운 이유라 하면 바둑은 정답을 찾아가는 게임이 아닌 안목을 키워나가는 게임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프로 기사라 할지라도 완벽하게 모든 상황에 대한 최선의 답을 찾아낼 수 없으며 숙련된 감각을 통해 최선에 가까운 수를 두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바둑은 한 수 한 수를 깊이 생각하면서 두어야 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한 판 두는 데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긴 편이다. 현대 프로 바둑 기준으로, 대국 시간이 가장 짧은 TV 방송용 속기전의 경우도 한 판에 1시간은 족히 걸리고, 대국 시간이 가장 긴 일본의 (대)기성전과 명인전 도전기는 제한 시간을 각각 8시간씩 주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서 바둑을 둔다.[14] 이 때문에 일본 프로 기전에서는 봉수라는 룰도 만들어서 사용하는 중. 한국이나 중국 기전, 심지어 응씨배에서도 점심시간 직전에 봉수를 한다. 여담으로 현대 바둑에서 기록된 최장 시간 대국은 1938년 일본의 바둑 명인 혼인보 슈사이가 기타니 미노루(木谷實)[15]를 상대로 둔 은퇴 대국으로, 각각 40시간의 제한 시간을 부여받았으며 그 중 슈사이는 19시간 57분, 기타니는 34시간 19분을 사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대국이 일반 대국처럼 한 판을 한 자리에서 쭉 둔 게 아니라 찔끔찔끔 두면서 이어가는 바람에 대국이 끝날 때까지 무려 158일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봉수도 15번이나 행해졌다.
이러한 진입장벽 때문에 바둑은 제대로 된 재미를 알기까지 무척 오래 걸린다. 다른 놀이 문화가 발달한 현재, 이런 인고의 과정을 거쳐 바둑을 진지하게 배우려는 젊은 사람의 수가 줄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바둑 인구는 점점 줄어만 가고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할 만한 놀이가 마땅치 않았던 1970~80년대에 바둑의 인기가 매우 높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4. 두뇌 게임
이전에도 그런 의견이 어느 정도 있긴 했었지만,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은 응용수학의 한 갈래라는 점이 확실히 증명된 상태다. 최선의 수순을 찾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로 찾기 문제와 동일하고, 형세 판단이란 곧 승률 계산, 확률 계산이다. 이외에도 바둑의 여러 부분들을 종합하여 고려한다면, 바둑 자체가 이산수학을 게임화한 것이다.바둑은 현대에 양산되는 많은 보드 게임과 달리 철저한 실력 게임이다. '땅따먹기'라는 지극히 단순한 목표로 승패를 가르며, 그러다 보니 전략전술과 수단이 자유롭고(돌을 두는 방식이 자유롭고)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는 길이 한둘이 아니다. 따라서 고도의 정신적인 인내력과 판단력을 요구하며, 수읽기와 끝내기의 과정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어려운 두뇌회전의 과정을 참고 견뎌내야만 실력이 늘어난다. 당연히 바둑을 배우는 과정에서 고수들에게 양민학살을 당하기도 쉽다. 여기서 못 견디면 실력은 절대로 안 늘어나고 흥미를 붙이기도 어렵다. 그래서 처음 배울 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하기에 판돈이 걸리지 않은 판[16]은 상수가 봐주는 경우가 많다.[17]
초보자들끼리는 장난스럽게 둘 수 있지만, 프로 기사들 간의 대국은 그야말로 치열한 수의 전쟁이다. 19x19 판 아래서 자신의 수와 상대의 수를 한 수 한 수 예측하며 온갖 변수를 고려한 뒤 최대의 효과를 이뤄내야 하는데 심지어 게임이 변칙적이라 매 번 새롭게 계산해야 한다. 쉬울 리가 없다. 과거 일본에서는 피를 토하다가 패자가 병사한 사례도 있었을 정도다.[18][19]
상대방이 아주 가끔 양보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상대가 더 기분이 나쁘다. 이건 무조건 자신이 승리한 걸 알고 조금의 손해는 볼지언정 극도로 안전하게 두느라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를 통칭 "계산서 나왔다"고 말한다. 이창호가 전성기 시절 초반부터 다른 기사들을 압도할 때, 중국 바둑계에서 "하늘은 어째서 마샤오춘을 낳고 또 이창호를 낳았는가."라는 곡소리를 할 정도였다.
알파고와 맞붙을 당시 이세돌은 태어난 이래 인생에서 가장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물론 이건 이세돌이 워낙 자신을 비관하는 비관파[20]이기 때문이고, 대표적인 낙관파인 박영훈 九단은 아무리 결과가 안 좋고 고통스러워도 "그냥 넘기면 되지" 정도로 훌훌 턴다. 박영훈은 지나치게 긍정적이라서 문제지만. 이세돌은 "안 받아도 될 스트레스까지 받는다"고, 박영훈은 "받아야 할 스트레스도 안 받는다"고 보면 된다.
5. 중독성
중국 진나라의 왕질이라는 나무꾼이 나무하러 산에 갔다가 두 동자가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게 되었다. 정신 없이 지켜보다가 그 중 한 동자가 건네준 귤 비슷한 열매를 받아 먹으니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아 그 덕에 계속 구경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두 동자는 신선이었다. 대국이 끝나고 한 동자가 자신의 도끼 자루가 썩었다고 알려 주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무꾼이 자루 없는 도끼를 들고 마을로 내려가니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자기 집에 가보니 자기 증손자가 자신이 나무하러 간 날을 제삿날로 삼고 있었다.#
현대에는 각종 매체를 이용한 다양한 오락거리가 개발되어 바둑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바둑은 여전히 많은 인구가 즐기는 보드 게임이다. 바둑에 제대로 맛을 들이면 일상생활은 물 건너 간다. 자기가 두는 게 아니라 바둑TV를 통해 바둑 기사들이 두는 것만 봐도 재밌게 보인다고 한다. 여기서 더욱 심해지면 그냥 동네 바둑에 끼어서 훈수도 두고, 아예 자기가 그 동네 바둑에 참여하다가 말기엔 밤에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 알아서 격자가 그려지고 흑돌과 백돌이 놓이는 지경이 된다. 다른 여가가 생각이 안 날 정도.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편이긴 하지만, 일단 한 번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 폐인을 여럿 양성할 수 있는 유서깊은 막장제조 게임이다.[21] 재미를 알면 진짜 무섭다.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상기한 대로 행동(바둑 용어로는 '행마')이 자유롭기 때문에 다음 번엔 누가 무슨 수를 둘 지, 그리고 어떤 수를 두면 다음엔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둑에 한번 맛을 들여보면 남들은 재미 없어하는 바둑 대국 방송을 하루종일 누워서 보고 있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을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될 것이다.
6. 기타
공자는 "밥만 먹고 아무것도 안 하느니 차라리 바둑이나 장기라도 둬라"고 언급한 바 있다.#중국 후한 말의 장군 관우는 팔의 독을 제거하기 위해 뼈를 깎이면서도 마량과 바둑을 두어서 주변을 서늘하게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만큼 배짱이 두둑하고 대담한 관우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지만 마량조차 그 일에 신경쓰지 않고 무덤덤하게 바둑을 두었다 하니 바둑의 무서움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선 중기의 문신 류성룡은 국수급의 바둑 실력으로 유명했고, 이순신도 난중일기에 바둑을 두었다는 내용이 자주 나오는 등 조선에도 바둑을 즐긴 위인이 많이 있다.
실학자 이덕무는 자제들에게 가르치지 못하게 할 것 4가지에 바둑을 넣기도 했다. 나머지 3개는 소설, 담배, 여색. 심지어 바둑을 가리켜 죄의 괴수라고 하거나 바둑 두는 소리가 나는 집은 난잡한 집안인 걸 알 수 있다고 까지하고, 당시 왕 정조도 승정원에서 바둑판을 두고 종종 두던 걸 없앴다고 하며 비슷한 의견을 내는 등 지금의 게임규제론자들이 게임을 보는 시선과 유사한 말이 많이 남아 있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게임이니만큼 한국에서 각종 숙어들에도 바둑 용어가 쓰인다. 대표적으로는 "사활이 걸려있다.", "초읽기에 들어가다", "이런 호구 같은 자식", "자충수를 두다", "신의 한 수"[22], "승부수를 던지다" 등이 있다. 언론에서 많이 쓰는 대마불사라는 표현도 바둑에서 나왔다. 또한 바둑은 도박의 왕이기도 하다. 실제로 조선 시대 내내 바둑은 엄청난 인기를 지닌 도박이었고 꽤나 사회적 문제도 많이 일으켰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 기원을 세운 조남철 九단이[23] 내기 바둑을 강력히 반대한 덕분에 현재 바둑은 도박에서 꽤 거리를 두었다. 바둑을 내기로 배우면 깊이가 없어지고 꼼수를 익히는 안 좋은 습관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즐기는 선에서는) 돈이 걸리면 몰입도가 확 달라진다. 프로 공식 기전은 내기 바둑이 아니지만 아직도 기원 등지에서는 대부분 대국이 내기 바둑이다. 물론, 내기 바둑이라고 해서 무슨 도박마냥 거액의 돈이 오가는 경우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고, 짜장면 내기 등 소소한 내기도 많다.
[1] 13줄이나 9줄로 되어 있는 미니 바둑판도 있는데, 이런 바둑판은 초보자들이 연습용으로 두거나 간단하게 두고 싶을 때, 또는 휴대용으로 쓴다.[2] 모든 프로기사 간의 대국은 이 방식이다.[3] 인터넷 바둑에서는 한 급수 차이.[4] 선공을 하는 흑이 집만들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선 6.5집, 중국에선 7.5집을 백에게 인정 해주고 시작한다. 반집은 무승부를 막기 위한 가상의 집이다.[5] 인터넷 바둑에서는 2~3급수 차이에 2점, 4~5급수 차이에 3점, 6~7급수 차이에 4점... 을 깔고 두게 되어있다.[6] 한국기원이 제정한 공식 바둑 규칙은 바둑 경기를 흑과 백의 바둑돌을 바둑판의 교차점에 교대로 한 수씩 놓은 후 집과 잡은 돌을 더해 그 합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경기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과거에도 바둑돌이 항상 검은색과 흰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백제의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한 바둑돌 중 백기자와 흑기자는 흰색과 검은색 바둑돌이지만 감아발루기자, 홍아발루기자는 감색과 붉은색 바둑돌이다.#[7] 내가 어떤 점에 착수했을 때, 내 돌들이 상대의 돌뭉치를 빈틈없이 둘러싸게 된 상태가 되면 그 상대의 돌뭉치를 모두 따내어 반상 밖으로 내보내게 된다.[8] 매우 간단하다. "두자마자 내가 둔 돌이 상대에 의해 따내어지는 자리는 애초에 둘 수 없다"가 착수금지 룰의 전부다.[9] 단, 맞수 바둑(모든 프로기사 간 대국도 이에 해당)에서는 덤을 적용하여 계산한다.[10] 룰이란 게임 규칙으로 '그냥' 지정한 것을 의미하지,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기 위한 필수 상식을 뜻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11] 여기서 사용하는 규칙은 중국식 룰, 즉 패도 장생도 허용하지 않는 규칙을 따른다. 한국/일본식 룰에서도 패는 금지고 장생은 무승부니 결과 자체는 동일하다.[12] 간단히 말해서 우주의 총 원자 개수보다도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13] 주로 150수 전후에서 이런 상태가 된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다르다.[14] 2023년까지는 혼인보전 도전기도 제한 시간 각각 8시간에 이틀 바둑으로 진행됐지만 2024년부터 기전 규모가 축소되면서 제한 시간 3시간짜리 대국으로 변경됐다.[15] 조치훈 9단의 스승이다.[16] 다만 사람들의 막연한 편견과 달리 오히려 내기바둑판에서 고수들이 일부러 봐주면서 바둑을 두는 경우가 많다. 상식적으로 도박판에서 상대가 타짜인 것을 알면 도박판에 끼고 싶겠는가? 내기바둑판 또한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전국의 동네 기원들을 돌아다니면서 판돈을 쓸어담던 고수들은 오히려 바둑을 일부러 티나지 않게 조금씩만 이기는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조금만 더 잘 두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하는 기술을 썼다.[17] 비슷한 두뇌 게임인 체스를 다루는 체스닷컴의 경우, 컴퓨터가 불리하면 강한 수를 두고, 컴퓨터가 유리하면 봐주는 인공지능 봇이 있다.[18] 대표적인 예가 토혈국이라 불리는 혼인보 조와 八단과 아카보시 인테쓰 七단의 대국이다. 이노우에 겐난 인세키는 이노우에 가의 11세 당주로 혼인보 조와가 명인이던 당시 八단이었다. 인세키는 명인이 되고 싶었고, 이노우에 가문이 흥하기를 바랐다. 조와와 인세키의 대국이 성사되었고, 인세키는 대국에서 이기면 조와를 명인에서 끌어내릴 심산이었다. 대국일이 다가오던 어느날, 지방에 나갔다가 돌아온 제자 아카보시 인테쓰와 연습 바둑을 두었는데 네 판을 모두 졌다. 인세키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七단인 인테쓰가 조와를 이기면 명인의 위상에 더욱 흠집이 날 것이다. 인세키는 조와와의 대국에 제자를 내보냈다. 첫 날에는 인테쓰가 우세했다. 숨겨두었던 가문의 비밀 수법을 사용했다. 둘째 날에 불리하던 조와에게서 묘수 3개가 터졌다. 셋째 날에 대세는 백에게 넘어왔고, 3일 후 마지막날에 인테쓰는 돌을 던졌다. 승부가 끝난 뒤 몸를 일으키던 인테쓰는 입을 가렸고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아카보시 인테쓰는 두 달 후에 세상을 떠났다.[19] 다만 이 당시 아카보시는 원래 간과 관련된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상태로 추정되고 있다. 간질환 환자는 쉽게 지치기 때문에 오래 누워 있어야 하는데, 누워서 쉬기는 커녕 과도한 체력 소모가 필요한 장고 대국을 치르다 보니 결국에는 토혈까지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20] 이세돌 九단은 부정적인 성격 때문에 조금만 기분이 나빠도 싫어하고 고통받는 것이 티가 많이 난다.[21] 바둑에 중독된 목사가 강단에 섰는데 예배에 참가한 사람들의 검은 머리와 흰 머리가 바둑돌처럼 보여서 기도를 올리다가 마지막에 '아멘'이라고 말한다는 게 그만 '아다리'라고 말했다는 카더라도 있다. 아다리는 '맞다'를 뜻하는 일본어 あたる(当る)가 명사형인 あたり(当り)로 바뀐 것. 바둑 용어로는 한 수만 더 두면 상대의 돌을 잡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단수(單手)'로 순화. 게임 회사 아타리의 어원이기도 하다.[22] 단, '신의 한 수'는 전통적인 바둑 용어가 아니라 일본의 바둑 만화 히카루의 바둑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이며,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쓰이는 기묘한 용어이다.[23] 단급 표기는 아마추어의 경우 아라비아 숫자, 프로 기사의 경우 한자로 표기가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