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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상께서 더 이상 내가 쓸모 없다고 하시니, 더 살아 무엇 하겠더냐!"[1] |
1. 개요
조조의 제일책사였던 순욱은 조조에게 빈 찬합을 받고 죽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흔히 찬합이라 하면 삼국지에서 조조와 순욱의 고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순욱은 본래 조조의 일생을 함께 해온 충직한 책사였고, 조조가 천하의 대세를 거머쥐는 데까지의 과정에서 일등공신이라 할 만한 위인이었다. 하지만, 조조가 위공(魏公)이 되기 얼마 전부터 조조와 순욱은 조금씩 사이가 벌어져 끝내 갈등이 깊어졌다. 이에 조조는 음식을 준비했다면서 순욱에게 빈 찬합을 보냈고, 음식은 커녕 텅 비어 있는 찬합을 본 순욱은 그것이 조조가 자신을 더 이상 쓸모 없다고 여기는 메시지라는 것을 깨닫고는 탄식하며 독약을 마시고 자결했다고 한다.사실 진수의 삼국지 정사에는 찬합에 대한 기술이 없다. 정확히는 후대 동진의 역사가 손성이 쓴 위씨춘추를 배송지가 삼국지의 주석으로 인용한 내용과, 이보다 좀 더 후대에 유송의 역사가 범엽이 지은 역사서 후한서에 찬합 일화가 쓰여 있다. 그런데 이걸 인용해서 적은 삼국지연의에 나온 묘사가 인상적이었고, 현대 삼국지 매체에서 너도나도 '순욱의 최후 하면 빈찬합이지!' 라면서 마지막에는 찬합씬을 넣기 때문에 현대까지도 찬합=순욱이라는 인식이 박혔다.[2]
이처럼 역사적으로도 자주 인용될 정도로 '빈 찬합'이 인상적인 일화다 보니 자주 밈이 된다. 예를 들어 게임 등에서 뭔가 거창하게 광고해놓고 실제 내용물에 실속이 없는 경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 속 빈 강정이다는 평가와 함께 빈 찬합이잖아, 순욱당했다 같은 불만이 나오기도.
대체적인 의미는 빈 찬합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너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라는 숙청의 의미로 여겨진다.[3] 그냥 보내도 충격받을 만한 걸 음식을 넣었다고 페이크까지 쳐 가면서 보냈으니 2단 통수가 된 것이다.
순욱이 반대한 건 위공인데 어째 위왕을 반대한 걸로 잘 못 알고있는 경우가 많다. 각종 패러디는 물론 대군사 사마의같은 중국산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오류. 조조가 위왕이 된 건 위공에서 3년 후이며 연의에선 순유가 반대했지만 정사에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2. 밈화와 패러디
요즘 유행하는 순욱 밈에 대해 알아보자1 2워낙 유명한 일화기 때문에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되었었지만 본격적으로 한국 인터넷에서 밈으로 활용된 건 2019년 말부터로 당시 배달거지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 고사가 배달거지랑 엮이는 경우가 늘었다. 원래는 채워 보냈는데 배달 도중에 수행원이 내용물을 빼먹어서 순욱에게 빈 찬합이 갔거나, 혹은 조조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공정 상의 오류로 실수로 빈 찬합이 가버렸고 그래서 순욱이 자살했다는 식이다. # # 때문에 이런 종류 패러디에선 배달대행업자가 내용물 일부를 중간에 빼돌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순욱의 최후를 비틀어 배달대행업자(파발꾼)가 중간에 찬합의 내용물을 하나씩 빼먹어 최종적으로 순욱에게 빈 찬합이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패러디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히 양수의 일합소 일화와 합쳐서 순욱에게 간 찬합을 뺏어먹은 배달거지가 양수라는 식의 이야기도 있다.
역사적으로는 이 대목에서 순욱을 살리는 정답은 조조가 위공에 오르지 않고 구석을 받지 않는 것이지만, 막상 또 위공이든 구석이든 다 포기하면 그래도 뭐가 마음에 안들었다거나 신의 충언을 들어주셨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자살을 하고,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아도 진짜 어거지를 써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찾아 자살하고, 애초에 찬합이 오자마자 열지도 않고선 빈 찬합일게 뻔하다고 자살하거나, 찬합은 보내지도 않았는데 대충 오늘 찬합이 올 것 같다고 자살하는 등 기승전자살이 되는 것이 포인트이다. # # # 그 미쳐버린 범용성으로 인해 밈에 대한 반응에도 밈으로 반응하는 것이 가능하다[4]는 것도 소소한 웃음 포인트.
조조도 이쯤되니 빡쳐서 찬합 안에 민트초코, 런천미트같이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을 채우거나, 대놓고 사약을 보내거나, 다이너마이트나 비격진천뢰를 담아 폭사를 시키기도 하고# # # 시간이 지나면서 자살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연희 시리즈를 넣어주거나# 가면라이더 벨트를 넣어줘서 가면라이더로 변신하게 하거나 대상혁 사진을 넣어줘서 숭배나 하게 만드는(...) 등 가지각색의 기출변형이 나오고 있다. 역으로 순욱이 조조에게 빈 찬합을 보내거나 역습을 가는 등 바리에이션이 다양해지고 있다. #, # 이러다보니 순욱 외에도 조조한테 미움받아 죽은 양수까지도 계륵 고사 때문에 등장하는 등 빈찬합 유니버스가 이어지는 중이다. #, #, #, # 아예 반대로 뒤집어서 빈 찬합을 받을때마다 어떻게든 합리화하면서 절대로 안죽는 리버스 순욱(내지 순욱 역전) 밈까지 등장했다. 이 경우 아예 정욱이 "이것은 자네가 필요없으니 죽으라는 뜻"이라며 자살을 대놓고 권하기도 한다.
죽음을 막기 위해 별의 별 시도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인물의 죽음을 바꿀 수는 없다는 점에서 포트거스 D. 에이스의 취소해라 방금 그 말 밈과 비슷하지만 웃음 포인트가 소소하게 다르다. 에이스의 밈이 '별별 상황적 버프를 다 걸어줘도' 결국 에이스가 덤벼들다가 어이없게 털리는 만큼 "저런 뻘짓을 벌여서 죽는 것도 참 쉽지 않다"라는 감상이 담긴 밈이라면, 이쪽은 '조조가 무슨 수를 써도' 순욱이 자신이 쓸모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자살하는 만큼 "순욱을 살리기 참 쉽지 않다"라는 감상을 자아낸다는 것이 포인트.
또한 단순 밈을 떠나서 '뭘 보내도 자살을 못 막는다'는 점에서 이 시점에서 둘의 관계는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돌아섰음을 나타내는 밈이라는 진중한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도 순욱 드립 글에서는 댓글로 애초에 조조가 위공을 꿈꾼 시점부터 조조가 한나라의 충신으로 남길 원했던 순욱과는 공존할 수 없는 관계였다고 이를 설명해주는 글들이 항상 같이 적히곤 한다.[5]
재미있게도 밈으로 사용되는 드라마 신삼국의 순욱은 조조와 사이가 틀어지기 전까지는 조조의 가장 큰 이해자이자 꾀주머니로 등장해서[6] 말년 갈등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심영물로도 패러디되었다.
[1] 밈에서 주로 쓰이는 템플릿이지만, 원본인 신삼국에선 이 장면에서 대사가 없다. 그저 허탈하게 웃은 뒤 칼을 뽑아 자결을 암시하는 장면만 나온다.[2] 비슷하게 삼국지 내에서 강렬한 일화로 인해 보통명사가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대상이 된 예시로는 꿀물과 원술이 있다. 다만 순욱의 찬합 기록은 후대에 추가된 것과 달리, 원술은 후대에 더욱 극적으로 각색된 면은 있지만 꿀물을 찾다 죽었다는 것은 정사의 기록이다.[3] 예시로 인터넷 밈이 나오기 전인 2011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세종에게 태종이 깊이 실망하여 압박의 의미로 빈 찬합을 보내는 장면이 있다.[4] 예를 들면 이제 순욱 밈 뇌절 아니냐는 혹평이 달려도 "네티즌들이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더 살아 무엇 하겠더냐!" 라고 답하는 등.[5] 다만 순욱 본인의 문서에서도 나오듯이, 정말로 순욱이 한나라의 충신인지는 과거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6] 조조의 서주 침공 당시 아예 조숭의 죽음을 침공명분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자고 조조에게 간언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