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Static universe현대 우주론에서 우주가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초기의 물리 우주론. 주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7년 제안한 소위 실린더 모형을 말한다.[1] 이 모델은 일반 상대론의 우주론적 해석의 여러 기반을 마련하고 우주 상수를 도입했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후 일반 상대성 이론의 중력장 방정식이 정적 우주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고, 결국 우주의 팽창을 지지하는 관찰 결과들이 나타나면서 정적 모델은 사장되었다.
2. 내용
191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기하학에 입각한 새로운 중력 이론으로서, 전체로써의 우주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과 수단을 제공하였다. 일반 상대론에 의하면 우주 공간은 물질 분포에 의해 기하학적으로 휘어지게 되므로 현대 물리학은 이를 통해 전체 우주 공간의 구조와 그 진화과정(시작과 종말)을 논의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1917년 일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 자신의 우주 모델을 발표함으로써, 비록 이후 관측된 사실과는 다르지만 현대 우주론의 시작을 열었다고 평가된다.아인슈타인의 우주 모델은 정적 우주론이라 불리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아인슈타인의 모델 자체는 "정적"보다는 "닫혀 있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닫힌 우주론"에 가깝다.(물론, 그 시점의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정적이라고 믿고 있었다. 또한, 이후 논의 과정에서 닫히지 않은 대안 모형이 등장하면서 논의의 초점은 점차 모형이 "정적"인지 여부로 바뀌었다.) 초창기에 아인슈타인은 무한대에서의 경계 조건을 조절하여 관성에 관한 마흐 원리를 일반 상대론에 구현하려고 시도하였다. 그의 견해는 중앙의 별로부터 무한히 멀어진 물체는 관성을 잃어버리므로 [math(g_{\mu\nu})]가 무한대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행성 문제를 다룰 때처럼 [math(g_{\mu\nu} \rightarrow \text{diag}(-1, 1, 1, 1))]이 아니라 [math(g_{\mu\nu} \rightarrow 0)]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천문학자 드 지터(De Sitter)는 이것이 기존 중력장 방정식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고, 아인슈타인 역시 자신이 생각한 대로 경계 조건을 설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여기에서 아예 경계를 없애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대안을 내놓게 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우주를 휘어진 시공간으로 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즉, 그의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는 우주 전체가 4차원 구의 표면으로 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었다. 한편 이론적으로는 "닫힌 우주 공간"이 "우주의 정적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그의 결론은 "중력장 방정식에 우주 상수를 추가하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방정식은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가 아예 없었는데, 여기에 추가 항을 집어 넣으면 해가 존재했다.
[math(G_{\mu\nu} +\boldsymbol{\lambda g_{\mu\nu}} = kT_{\mu\nu})] |
수정된 아인슈타인 방정식(1917) |
아인슈타인의 우주 모델은 간단히 말해서 (1) 우주는 공 모양으로 닫혀 있고, (2) 정적이다라는 것이다. 먼저, 우주가 공 모양이라는 것은 각각의 시간 단면이 3차원 초구(hypersphere) [math(S^3)]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4차원 유클리드 공간
[math(d\sigma^2 = dx^{\,\,2}_1 + dx^{\,\,2}_2 + dx^{\,\,2}_3 + dx^{\,\,2}_4)]
을 가정한 뒤, 그 안에 담겨 있는 4차원 구
[math(R^2 = x^{\,\,2}_1 + x^{\,\,2}_2 + x^{\,\,2}_3 + x^{\,\,2}_4)]
의 표면이 바로 아인슈타인 우주의 동시 점([math(t=\alpha)])들이 이루는 공간의 형태가 된다. 여기에서, [math(R)]은 우주 "구"의 반지름이며 우주의 총 부피는 (3-Sphere의 표면적이므로) [math(2\pi^2R^3)]으로 계산된다. 이제, 우주가 정적이라고 가정했으므로 [math(R)]은 상수가 되어야 한다. 즉, 각각의 구 표면의 면적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인슈타인 우주는 수학적으로 [math(\R \times S^3)] 형태의 (두께가 일정한) 실린더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
아인슈타인 우주의 구조 |
이 때, 메트릭 텐서의 공간 성분은 ([math(x_4)]를 소거하면 - 즉, [math(x_1, x_2, x_3)]을 공간 좌표로 둔다.) 다음과 같다.
[math(\displaystyle g_{ij} = \delta_{ij} + \frac{x_{i}x_{j}}{R^2 - \left(x_1^{\,\,2} + x_2^{\,\,2} + x_3^{\,\,2}\right)})]
또한, 물질이 정지해 있으려면 [math(g_{00})]이 상수여야 하므로 [math(g_{0\mu} = -\delta_{0\mu})]라 둘 수 있다.
한편, 우주가 정적이므로 에너지-운동량 텐서는
[math(\displaystyle T^{\mu\nu} = \rho\frac{dx^{\mu}}{d\tau}\frac{dx^{\nu}}{d\tau} = \left(\begin{array} {cccc} \rho & 0 & 0 & 0 \\ 0 & 0 & 0 & 0 \\ 0 & 0 & 0 & 0 \\ 0 & 0 & 0 & 0 \end{array}\right))]
라 쓸 수 있다. 여기에서 [math(\rho)]는 우주의 평균 밀도이다.
이제, (우주 상수가 포함된)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좌변에 메트릭 텐서를, 우변에 에너지-운동량 텐서를 삽입하면 모든 지표가 결정된다. 우주 상수 [math(\lambda)]에 대하여 [math(\displaystyle \lambda = \frac{k\rho}{2} = {\frac{1}{R^2}})]이며, 우주의 총 질량은 [math(\displaystyle M = \rho2\pi^2R^3 = \pi^2\sqrt{\frac{32}{k^3\rho}})]가 된다.
아인슈타인의 우주 모형은 구처럼 닫힌 우주 공간을 가정함으로써 공간이 휠 수 없는 뉴턴 이론에 비해 일반 상대론이 가지는 새로운 강점을 잘 보여준다. 반대로 우주가 동적이라는 또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찰 결과로부터) 아예 처음부터 배제하면서 간과하고 있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닫혀 있다는 것은 마흐의 원리 같은 물리적 고찰에 따라 "유도된" 것이지만, 우주가 동적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배경도 없고 그것을 지지하는 관측 결과 또한 전무했다(당시에는 외부 은하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우주론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현대 우주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개척자로서의) 한계 또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평평하고, 계속해서 팽창한다고 보고 있다.
재밌는 점은, 아인슈타인이 우주 상수를 찾지 못했다면 자신의 닫힌 우주를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구현하려면 우주가 정적일 수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우주 상수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훗날 우주가 진짜로 동적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를 포기했으나, 최후의 최후에는 결국 우주 상수 또한 천문학적으로 정당화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3. 논의
여기에서는 훗날 우주의 팽창이 관측되면서 폐기된 것과는 별개로 모델 자체에 대해서 진행된 논의를 다룬다. 이 논문은 관성의 문제에 관한 드 지터와의 논의 끝에 나온만큼, 이 논문 이후로도 드 지터와의 논쟁은 지속되었다. 먼저, 드 지터는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중력장 방정식으로부터 "물질이 없는데" 시공간이 휘어있는 해(진공해)를 발견하였다. 아인슈타인의 모형이 3차원 구를 실린더처럼 연결한 데에 비해, 드지터의 모형은 시공간 자체가 5차원 유클리드 공간에 놓인 4차원 초쌍곡면(hyper-hyperboloid)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입장에서 이는 반갑지 않은 해였는데, 이에 따르면 우주 시공간 자체가 물질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독립적 실체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은 이 모형이 정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제기했으나, 드 지터는 모형에 정적이라는 선험적 기준을 두는 것을 반대하였다. 그리고 드 지터는 결국 자신의 모형에서 정적인 해를 찾아냈다. 두 사람의 정적 모형은 1917~1920년에 가장 격렬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일반 상대론에 깊이 관여하던 수학자 헤르만 바일과 펠릭스 클라인 또한 아인슈타인과 드 지터의 모형을 검토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정적 드지터 모형의 메트릭 텐서가 "적도"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들어서 적도에 물질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바일은 이 적도에서 특이점이 발생한다고 계산하여 아인슈타인의 승리를 점찍었으나, 클라인은 이 특이점을 좌표 변환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아인슈타인이 관측적 사실을 반영하여 자신의 모형을 포기할 때 쯤인 1930년, 에딩턴은 아인슈타인의 모형이 수학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즉 약간이라도 균형이 깨지면 모형의 정적 상태는 붕괴된다.
참고 : M.Janssen, "The Einstein-De Sitter Debate and Its Aftermath" #
4. 폐기
1922년 러시아 물리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xander Alexandrovich Friedmann)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우주론을 유도해냈고 1927년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Henri Joseph Édouard Lemaître)는 빅뱅 우주론을 제안하고 허블의 법칙을 유도해 내었다. 하지만 정적우주론이 대세였던 당시에는 르메트르가 우주의 시작이 있다는 종교적 편향을 가지고 연구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결국 1929년에 에드윈 허블에 의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아인슈타인은 빠르게 이를 수용하고 자신의 모델을 폐기함과 동시에 우주 상수도 폐기하였다. 이후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관측 사실을 바탕으로 드 지터(De sitter)과 함께 동적 우주 모델(아인슈타인-드지터 모델)을 개발하였다.(아인슈타인 & 드 지터, "우주의 팽창과 평균 밀도의 관계에 대하여", 1932)[2] 이것은 우주 상수를 0으로 두었을 때, 우주의 곡률이 0이라고 상정한 모델이다. 우주 배경 복사에 관한 분석 결과 우주가 거의 평탄하다는 것이 실제로 밝혀지자, 한 때 실제 우주에 가장 가까운 모델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1998년 이후 가속 팽창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자, 더 이상 아인슈타인-드지터 모델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 내에서 가속 팽창을 설명할 방법은 우주 상수를 넣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1945년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1917년 우주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다.
허블의 팽창(Hubble's expansion)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 만들어졌을 당시 발견되었다면, 우주상수 항은 절대 도입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장 방정식에 해당 항을 도입하는 게 훨씬 정당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러한 도입의 본래의 정당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즉, 우주론적 문제의 자연스러운 해법을 제시하는 것 말이다.
5. 여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어도, 우주의 태초에 특이점이 있었느냐는 문제는 별개이다. 르메트르, 가모프의 빅뱅 우주론이 바로 태초의 특이점을 주장하는 우주 모형이다. 아인슈타인의 경우 태초 특이점 개념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다만 그는 태초의 우주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논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균일성을 가정한 단순한 상대론적 우주 모델이 초기의 우주 상태를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한편 같은 관점에서 시작하여 우주의 (팽창하지만) 항등적 상태를 가정한 학자들은 정상 우주론을 주장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이 1932년 아인슈타인-드지터 우주론을 발표하기 전 1931년에 정상 우주론을 고려했다고 알려져 있고, 다만 이 모델에는 오류기 있어서 아인슈타인은 발표도 하기 전 폐기처분했다. 제대로 된 정상 우주론은 프레드 호일 등이 나중에 1948년 발표했다.
한편 아인슈타인이 도입한 우주 상수는 이 사건 이후 한참 동안 잊혔다가 최근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1] 1917년 2월 8일 제출되어 1917년 2월 15일 발표된 논문 'Kosmologische Betrachtungen zur allgemeinen Relativitätstheorie'(일반 상대성 이론에서의 우주에 대한 고찰)에 나타나 있다.[2] Einstein, A. ; de Sitter, W.(1932), "On the Relation between the Expansion and the Mean Density of the Universe", Contributions from the Mount Wilson Observatory, vol. 3, pp.5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