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25 04:13:56

작가주의

프랑스어 Politique des Auteurs[1]
영어 Auteurism
감독은 평생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만 만든다. 그는 그걸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반복할 뿐이다.
A director makes only one movie in his life. Then he breaks it into pieces and makes it again.
장 르누아르[2]

1. 개요2. 특징3. 역사
3.1. 프랑스에서의 발단3.2. 영미권에서의 발전3.3. 현재
3.3.1. 번외 : 저속한 작가주의
4. 영화 외의 미디어
4.1. 애니메이션 분야4.2. 게임 분야

1. 개요

영화를 평가하는 일종의 경향.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일반적인 판단 : 배우, 소재, 촬영기술, 흥행성 등
  • 작가주의 판단 : 감독의 철학과 개성 (감독=작가)

20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이후 전 세계 영화계를 휩쓴 비평개념이다.

2. 특징

1950년대 프랑스 비평계에서 등장한 개념. 예술가로서의 영화 감독을 중시하며, 각본, 배우, 촬영과 편집 기술 같은 영화의 다른 요소들보다도 영화 감독의 개성과 철학을 더 중시하는 비평적 관점이다.

봉준호의 영화 〈괴물〉을 비평한다고 생각해보자.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영화, 〈괴물〉
괴수·스릴러 영화로서 얼마나 재밌는가? → 장르주의 비평
영화 속 한국 사회가 현실을 반영했는가? → 반영론적 비평
네 번째 천만 영화가 된 비결은 무엇인가? → 상업주의 비평
CGI가 훌륭한가? 배우의 연기가 좋은가? → 기술·연기 비평
봉준호의 개성이 어떻게 발전했는가?[3]작가주의 비평

이 개념을 통해, 오랜 작품활동으로 자기만의 예술관을 확립한 감독들을 영화 작가(Auteur/오퇴르)라고 부르는 전통이 생겼다.

3. 역사

3.1. 프랑스에서의 발단

20세기 초반에도 감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물론 있었지만, 감독보다는 스튜디오와 영화 제작자가 주로 창작의 중심이 되었고, 예술보다는 돈벌이가 더 중시된 까닭에 그 시절의 영화 감독은 그저 '제작진 대표' 같은 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더 강했다.

그러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카예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활동한 앙드레 바쟁, 프랑수아 트뤼포 등 당대 누벨바그를 이끈 시네필들에 의해 비평기준을 '감독'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이루어졌고, 그렇게 해서 '작가주의'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되었다.

특히 프랑수아 트뤼포가 생전에 '작가주의'란 단어를 많이 알렸는데, 아래의 인터뷰도 그 중 하나다.
(영상 34초부터)
작가주의란 개념은 영화란 결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뭉쳐서 영화를 만들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인생이나 영화 또는 세상에 대한 철학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가 하는 모든 작업이 흥미롭겠죠. 작품 간 편차가 있더라도요. 만약 아무 철학 없이 영화를 만들면 덜 흥미로울 겁니다.

작가주의란 개념은 장 지로두[4]의 말을 빌린 겁니다. "작품이란 없다. 오직 작가뿐이다." - 다른 작품은 종종 인기를 끌다가 결국 잊혀지면서도, (유명한 극작가인) 클로델·지로두·몰리에르가 만든 작품에는 어떤 핵심이 있다는 걸 설명한 겁니다.

작가주의는 프랑스 영화 비평계에서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특색 없이 만들어진 걸작이나 장 들라누아[5]의 영화보다, 설령 실패작이라 하더라도, 장 콕토로베르 브레송의 영화가 더 흥미롭다는 겁니다.
프랑수아 트뤼포 / 리처드 라우드[6]와의 1977년 인터뷰 中

작가주의 개념이 등장함으로써, 앙드레 바쟁을 비롯한 신진 비평가들이 오락성과 흥행성만 판단하는 기존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장 르누아르, 앨프리드 히치콕, 루이스 부뉴엘 등의 거장들을 구원해낼 수 있었고, 숨어있던 걸작들을 발굴해내게 되었다.

3.2. 영미권에서의 발전

1960년대영미권 영화에 작가주의 개념이 수출되면서 그간 저평가된 거장들도 급부상하게 되었는데, 이때 가장 유명세를 얻는 이가 앨프리드 히치콕이다. 히치콕은 프랑수아 트뤼포가 주선한 일주일 짜리 마라톤 인터뷰를 흔쾌히 받으면서, 몇 십 년을 갈고 닦은 자신의 영화 이론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히치콕/트뤼포〉가 이 일화를 다루고 있다.
2015년 〈히치콕/트뤼포〉 예고편

특히 비평가 앤드루 새리스[7]는 아예 작가주의(Auteur-ism)를 넘어 작가이론(Auteur Theory)으로까지 체계화시켰는데, 이를 통해 그는 "감독들에겐 등급이 있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당대 모든 감독들에게 등급을 매기는 시도까지 과감하게 진행했다. (※ 새리스가 당시 미국에 소개된 거의 모든 영화를 관람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감독 분류: 1929년~1968년앤드루 새리스
Director Categories 1929-1968》 ㅡ Andrew Sarris[8]
만신전[9] Pantheon Director
* 최고의 실력과 그에 알맞은 창작조건.
* 존 포드, 장 르누아르, 앨프리드 히치콕, 찰리 채플린[10]
천국의 저편 The Far Side of Paradise
* 최고가 되기엔 재능 또는 환경이 다소 부족했던 감독들.
*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니콜라스 레이, 더글러스 서크, 프랭크 카프라
활발한 밀교 Expressive Esoterica
* 비주류이지만 품격있는 감독들.
* 돈 시겔, 자크 투르뇌르, 스탠리 도넌, 아서 펜
부가 혜택 Fringe Benefits
* 미국에서 무시당하는 훌륭한 (해외) 감독들.
* 루이스 부뉴엘, 로베르토 로셀리니,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Less Than Meets the Eye
* 실력과 명성은 있지만 그뿐인 감독들.
* 빌리 와일더, 존 휴스턴, 데이비드 린, 엘리아 카잔
가볍게 즐길 만함 Lightly Likable
* 투박하지만, 최소한 가식은 없는 감독들.
* 존 크롬웰, 델머 데이비스, 헨리 해서웨이, 머빈 리로이 등
억지 심각 Strained Seriousness
* 심각함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악한 감독들.
* 스탠리 큐브릭,[11] 시드니 루멧, 존 프랭컨하이머, 리처드 플라이셔
특이함, 한탕주의, 그리고 신세대 Oddities, One-Shots, and Newcomers
* 기대되는 신예 또는 괴짜 감독들.
* 존 부어만, 존 카사베츠,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찰스 로튼
추가 연구 필요 Subjects for Further Research
* 아직 미국에 자료가 부족한 감독들.
* 헨리 킹, 토드 브라우닝, 클래런스 브라운 등
광대들의 잔치 Make Way for the Clowns!
* 감독은 아니지만, 감독만큼 중요한 메인 코미디언들.
* 제리 루이스, 해럴드 로이드, 메이 웨스트, 막스 형제
기타 등등 Miscellany
* 빅터 플레밍, 테렌스 영,[12] 그 밖에 모든 감독들.
{{{#!folding 전체 목록 (원문) [ 펼치기·접기 ]
1. Pantheon Directors
2. The Far Side of Paradise
3. Expressive Esoterica
  • Budd Boetticher
  • Andre De Toth
  • Stanley Donen
  • Clive Donner
  • Allan Dwan
  • Tay Garnett
  • Seth Holt
  • Phil Karlson
  • Joseph H. Lewis
  • Alexander Mackendrick
  • Robert Mulligan
  • Gerd Oswald
  • Arthur Penn
  • Lowell Sherman
  • Donald Siegel
  • Robert Siodmak
  • John M. Stahl
  • Frank Tashlin
  • Jacques Tourneur
  • Edgar G. Ulmer
  • Roland West

4. Fringe Benefits
5. Less Than Meets the Eye
6. Lightly Likable
  • Busby Berkeley
  • Henry Cornelius
  • John Cromwell
  • Michael Curtiz
  • Harry D'Arrast
  • Delmer Daves
  • Edmund Goulding
  • Byron Haskin
  • Henry Hathaway
  • Garson Kanin
  • Burt Kennedy
  • Alexander Korda
  • Zoltan Korda
  • Mitchell Leisen
  • Mervyn Le Roy
  • Franklin Schaffner
  • George Sidney
  • Andrew L. Stone
  • Charles Waters
  • James Whale

7. Strained Seriousness
8. Oddities, One-Shots, and Newcomers
9. Subjects for Further Research
  • Clarence Brown
  • Tod Browning
  • James Cruze
  • Paul Fejos
  • Sidney Franklin
  • William K. Howard
  • Rex Ingram
  • Henry King
  • Malcolm St. Clair
  • Victor Seastrom
  • Maurice Tourneur

10. Make Way for the Clowns!
11. Miscellany
  • Michael Anderson
  • Laslo Benedek
  • John Brahm
  • Hubert Cornfield
  • William Dieterle
  • Roy Del Ruth
  • Gordon Douglas
  • Philip Dunne
  • Victor Fleming
  • Jack Garfein
  • Stuart Heisler
  • Stanley Kramer
  • Joshua Logan
  • David Miller
  • Jean Negulesco
  • Joseph M. Newman
  • Elliot Nugent
  • Arch Oboler
  • Richard Quine
  • Leslie Stevens
  • Edward Sutherland
  • Burt Topper
  • W.S. Van Dyke
  • Don Weis
  • Terance Young

}}}
마치 고기등급 매기듯 감독들을 분류한 것에 대해 당대에도 많은 비판이 잇따랐지만, 분류 목록이 생각보다 그럴싸해 보이는 까닭에(?) 지금까지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떠돌면서 종종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갑작스런 이론적 접근에 당황한 이들도 몇몇 있었는데, 존 포드가 그 중 하나였다.
(영상 13분 8초부터)
이건 내 일이야, 직업이라고. 이걸로 나는 가족들을 먹여살려. 난 이 일을 사랑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을 뿐이야. 나는 무슨 작가 감독인가 뭔가가 아니라고.[13]
존 포드 / 1965년, 예술에 관해 묻는 프랑스 기자에게 짜증을 내며[14]
또한, 영화는 공동의 산물이라 생각하던 기존의 할리우드 평론가들도 이같은 새로운 개념에 반기를 들며, 작가주의적 비평과 맞서싸우기도 하였다.

일례로, 비평가 폴린 케일[15]은 〈시민 케인〉과 오슨 웰스를 칭송하는 세력들을 공격하며, 1971년에 "〈시민 케인〉의 진정한 작가는 감독 오슨 웰스가 아닌, 각본가 허먼 J. 맹키위츠"라는 내용의 두꺼운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16]

이러한 시도들과 무관하게, 1970년대 들어 전 세계 영화계가 급속도로 변하고,[17] 다른 대형이론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작가주의를 이론화하려는 시도는 서서히 잊혀지고, 지금과 같이 개념만 남게 되었다.

3.3. 현재

현재도 웬만한 비평가들은 거의 작가주의 개념을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영화 감독 위주의 영화 연구자들은 작가주의 비평의 직속 후계자라 볼 수 있다.

미국의 태그 갤러거조너선 로젠봄, 일본의 하스미 시게히코가 현재 작가주의 비평의 대표주자인데, 특히 하스미는 작가주의 관점이 극심해서 "최고의 이마무라 쇼헤이보다, 최악의 로베르 브레송이 훨 낫다" 라는 비평을 아무렇지 않게 휘갈기곤 한다.

국내엔 정성일허문영이 작가주의적 비평가라 할 수 있는데, 정성일은 임권택왕가위 등을, 허문영은 클린트 이스트우드홍상수 등을 지지하며 종종 비평문을 쓰고 있다

박평식은 작가주의와 장르주의, 사상적 관점, 메타포 등을 모두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작가주의적으로만 판단하지는 않으면서 작가주의를 아예 배제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은 작가주의를 빼고 휘둘리지 않으면서 세계관이 연결될 만한 작가에게만 사용하는 편이다.

한편 작가주의 관점에 거부감을 느끼는 비평가도 많다.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이동진이 있는데, 이동진은 주기적으로 유명 감독에 관해 작가주의 분석을 시도하면서도, 그만큼 평범한 감독들의 작품도 들여다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곤 한다.
저는 영화라는 매체가 예술로서 많은 단점과 한계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이든 작곡이든 문학이든 창작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 이상으로 나오기 쉽지 않은 게 다른 예술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폴 매카트니는 어떤 곡을 써도 일정 수준 이상은 되는 거죠. 싸구려 삼류작가가 갑자기 기적 같은 걸작 소설을 쓰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영화는 그게 가능하기도 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스〉를 무척 좋아하는데, 〈원스〉를 만들었다고 해서 존 카니가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두 번째 영화에 대해서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런데도 〈원스〉를 보면 어떤 장면들은 기적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If You Want Me」라는 노래를 극중 여자주인공이 상점에서 건전지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 주변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던 것까지 그대로 보이거든요. 근데 전 그 장면이 그렇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심지어 그 노래의 가사도 그 장면에 잘 맞지 않는데도 그랬어요. 그 감동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건 감독인 존 카니의 재능도 아니고, 여자 배우의 훌륭한 연기도 아니고, 훌륭한 촬영도 아닐 거예요. 그런데도 그 장면이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건데요, 그게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인 것 같아요. 만드는 과정에서의 우연성 같은 걸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나 흡수성이 큰 거죠.
이동진 평론가 / 2010년 8월씨네21》에서 #
애초에 작가주의가 태어난 배경이 "몇몇 감독은 특별한 세계관이 있다"라는 개념을 표현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굳이 모든 영화를 작가주의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기도 하다.

간혹 작가주의를 "작품의 결정권이 감독에게 있느냐, 스튜디오에게 있느냐"로 판단하는 시선도 있는데, 이는 넒은 의미의 작가주의는 될 수 있어도, 비평적 의미의 작가주의는 될 수 없다. 가령 크리스토퍼 놀란, 데이빗 핀처, 봉준호, 박찬욱은 제작·각본·연출에 모두 관여해 자기 작품을 완전히 장악하지만, 평단에서는 이들 중 핀처와 봉준호에게 특히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18] 즉 개별 작품을 얼마나 개성 있고 탁월하게 찍느냐를 넘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지에 따라 작가 여부가 갈린다는 것이다.

3.3.1. 번외 : 저속한 작가주의

저속한 작가주의(Vulgar Auteurism)는 2010년대 초중반, 캐나다의 영화 비평지 시네마 스코프(cinema scope)MUBI를 비롯한 영미권 인터넷 시네필 커뮤니티에서 촉발된 비평 운동이다.

할리우드에서 흥행 지향적인 SF,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감독들은 비평가들에게 '예술성'을 지닌 영화로 취급되지 않거나, 무시당하고는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작가주의 거장으로 취급받는 알프레드 히치콕, 하워드 혹스, 새뮤얼 풀러 또한 당대에는 예술성과는 거리가 먼 할리우드 B급 감독 취급을 받았다. 그것을 《카이에 뒤 시네마》를 비롯한 일군의 프랑스 비평가들이 재발견한 것인데, 그렇다면 현재 21세기에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흥행 감독들 역시 비평계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 의식을 소수의 비평가들이 공유한 것이다. 그들은 예술영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현역 할리우드 감독들을 주목하고, 이들을 비평적으로 재평가하려 시도하였다. 이에 관련된 논의와 비판이 영화 관련 지면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었고, 대표적인 글로 <우아한 분노의 질주 : 저스틴 린과 저속한 작가주의>, <저속한 작가주의 : 마이클 만의 경우> 등이 있다.

이에 관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감독은 폴 W. S. 앤더슨, 토니 스콧, 마이클 베이, 저스틴 린, 마이클 만, 잭 스나이더가 있다. 특히 〈분노의 질주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예술적 재평가에 관해 특히 논점이 쏠렸는데, 특히 폴 W. S. 앤더슨의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과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가 동시기에 개봉했을 때, 영미권 시네필 커뮤니티에서는 전자를 옹호하는 "저속한 작가주의" 분파들의 공세가 거셌다. 한편 MUBI에선 토니 스콧 영화의 운동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 특집 비평을 개재하기도 했다.[19]

4. 영화 외의 미디어

4.1. 애니메이션 분야

종종 애니메이션 작품에 자신의 철학이 많이 투영되거나 다른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는 작가, 감독들을 작가주의 비평과 유사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상업적 TV 애니메이션 분야는 많은 자본과 고도의 전문인력이 투입되어 제작되고, 시청자들은 원화와 동화, 미술, 음악, 캐릭터, 성우와 CG 등 다양한 요소에서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느끼기도 하는 등 영화와 유사한 특징이 많은데, 개중에서도 감독하는 작품마다 자신만의 색채가 크게 드러나는 감독들을 작가주의적 관점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20] 이와 관련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작가주의 성향의 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이 대성공을 하게 되면 작품 원작의 작가보다 연출을 한 감독의 명성을 얻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리 원작 만화의 이야기와 작화가 좋다고 하더라도, 영상물의 성공 여부가 원작의 평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으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20세기 세대에는 〈기동전사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여러 TVA[21]와 지브리 영화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으며, 21세기 세대에는 영화에선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의 호소다 마모루와 〈너의 이름은.〉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TVA의 〈케모노 프렌즈〉, 〈케무리쿠사〉의 오모토 타츠키가 있다.[22] 그러나 세간의 작가주의적 평가와 달리, 토미노와 오모토 감독은 자신들의 직업을 스폰서와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비즈니스로 여긴다는 점[23]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기할 만한 점으로, 앞서 언급한 감독들은 모두 일본 미디어계에서 권위 있는 상인 성운상을 받았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자 중에선 연상호레트로봇의 대표이자 감독인 이달이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다만, 이달은 상업성과 대상 연령대에 대한 고려조차도 없는 교조주의에 가깝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4.2. 게임 분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게임계에도 작가주의 게임들이 등장하여, 현재는 게임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게임이 기존의 '아이들의 놀이'에서부터 시작했지만 게임을 하던 나이층이 성인으로 성장한 이후 타겟층이 더욱 넓어졌으며, 성장한 타겟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더 세밀하고 치밀한 구성의 게임성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게임 요소에 있어서 스토리를 중시하기 시작하자 작가의 영향이 강해지는 시나리오 부분에서 시작해 게임 내에서 작가주의 성향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의 예술분류에서도 "제 10의 예술"로 '게임'이 선택되는 등 게임이 예술로써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분위기 또한 게임의 작가주의화에 영향을 주었다. 일본의 게임제작자 코지마 히데오가 이 분야에서 유명하며, 데스 스트랜딩은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그 자체의 예술성에서는 높게 평가받는다. 서양권에서도 바이오쇼크 시리즈부터 시작하여 여러 작가주의적 작품들이 등장했으며,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같은 경우는 작품들의 경우는 유저는 물론 평론가들도 게임계의 시민 케인 운운하면서 극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게임 평론가들은 유독 영화 같은 연출을 가진 게임이나, 인디 게임에게 상대적으로 점수를 후하게 준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러나 게임계 안에서 작가주의를 향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 '게임'이라는 매체의 오락적 특성을 간과하여, 영화 등의 다른 예술 매체 이상으로 평론가, 일반 대중 간의 괴리가 크다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게임은 타 매체와는 다르게, 구매자인 플레이어가 직접 행동하면서 재미와 오락을 느낀다는 특징이 강하다. 이는 곧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와 오락성이 게임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이러한 게임의 특징을 무시하고 다른 예술 매체를 기준 삼아 섣부르게 재단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게임이 지나치게 정치적, 사회적 메세지에 몰두하게 되면 기본적인 재미나 오락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어 왔지만, 작가주의 색채의 게임들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뒤로는 이러한 비판도 잦아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발매된 뒤 평가 항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당 게임이 메세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평론가들과 일부 팬들에게서의 고평가와는 달리 대중에게서는 불쾌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논란이 거셌으며, 이에 대해서 개발자와 게이머 간의 갈등까지 발생하는 등의 문제까지 발생하자 다시금 작가주의 게임의 문제점이 조명되었고. 이로 인해 게임이 다른 예술 분야에 자격지심을 지니고 과하게 따라가려는 상황을 반성하면서, 게임에서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것을 지양하고 본연의 가치인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해졌다.


[1] 이 프랑스어를 직역해서 "작가정책"이라 하기도 한다.[2] 다만, 장 르누아르가 작가주의 비평의 개념을 정립한 건 아니다. 원류는 알렉상드르 아스트뤽의 '카메라-만년필설'. '카메라-만년필설'을 구체화하고 '작가주의'로 정립한 건 프랑수아 트뤼포다.[3] 이 부분이 핵심이다. 일반적인 비평이 한 작품의 인상 또는 연출 의도만 논하는 것과 달리, 작가주의 비평은 감독의 철학과 발전 과정을 아울러 논평한다.[4] Jean Giraudoux. 프랑스의 유명 극작가[5] Jean Delannoy. 프랑스 영화 감독.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별다른 개성이 없었다.[6] 리처드 라우드(Richard Roud) - 미국의 영화 평론가. 누벨바그 영화를 영미권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7] Andrew Sarris. 미국의 비평가. 풍부한 영화 지식과 세련된 문체로 태그 갤러거, 로저 이버트, 레너드 말틴과 같은 후대 비평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8] 정식 출간된 제목은 《The American Cinema: Directors And Directions 1929-1968[9] 영화 평론에서 종종 쓰이는 "○○○는 만신전에 올랐다" 라는 표현이 여기서 비롯됐다.[10] 총 14명이 선정됐는데, 나머지 10명은 하단 전체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11] 새리스는 대표적인 큐브릭 비판자였다. 큐브릭은 작가가 아닌 스타일리스트라고 평하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도 디자인은 정교하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다고 비판했다.[12]007 살인번호〉, 〈007 위기일발〉 감독[13] 작가 감독이란 표현을 "Career director"라며 에둘러 표현한다.[14] 그런데 이 발언이 포드 다큐멘터리나 관련 연구의 서론으로 쓰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15] Pauline Kael. 미국의 비평가. 시사회 비평만으로 영화 최종 편집본을 바꿀 만큼 영향력이 대단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존경하는 영화인으로도 유명하다.[16] 케일의 저서 《The Citizen Kane Book》 / 현재도 비평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저이며, 케일의 비평과 함께 〈시민 케인〉 각본이 수록되어 있다.[17] 68운동의 열기가 식으면서 누벨바그 비평계가 동력을 잃었고, 게다가 할리우드에서 〈대부〉·〈죠스〉·〈스타워즈〉 등의 신세대 영화가 나타나, 자연스레 고전 영화 시대가 저물었다.[18] 국내외 비평을 살펴보면, 이 둘에 대한 비평이 더 많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19] 흥미롭게도, 일본 예술영화계에서는 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향으로 토니 스콧의 평판이 예전부터 높았다.[20] 샤프트 같은 경우는 이런 작가주의가 두드러지지만,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에까지 제작사의 개성을 물들이는지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21]미래소년 코난〉, 〈루팡 3세〉 등 여러 작품[22] 신카이 마코토는 〈너의 이름은.〉 이전에도 줄곧 영화 제작을 했으며 이미 〈별의 목소리〉로 성운상 및 각종 수상을 차지하면서 명성을 쌓았지만, 타츠키는 〈케모노 프렌즈〉 전에는 2016년 말까지 니코니코동화 및 유튜브 계정에 간간히 1달에 한번씩 에피소드를 짧게 이어가는 개인 작품을 올리면서 소수의 팬들만 인지도가 있었던 동인 감독이었고, 6년 동안의 동인 작품을 끝낸 뒤 첫 데뷔 작품이 센세이션의 빅히트를 친 것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CG 애니메이션 콘테스트로 데뷔를 했다는 것이다.[23] 토미노는 〈건담 시리즈〉의 지속 가능성이나 작품의 방향성은 오로지 스폰서에 달린 것이라는 발언을 많이 남겼고, 타츠키 감독은 그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자신의 팬들을 팬이라 부르지 않고 작품을 통해 수요를 충족시켜주어야 할 고객, 손님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