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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 세상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 '힘'을 판다.
- 제임스 와트, 현대적 증기기관의 발명가
- 제임스 와트, 현대적 증기기관의 발명가
증기기관이 과학에 빚진 것보다, 과학이 증기기관에 빚진 것이 더 많다.
- 로렌스 헨더슨[1]
- 로렌스 헨더슨[1]
1. 개요
蒸氣機關 / Steam Engine수증기가 가진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시켜주는 기관을 뜻한다. 산업 혁명을 풍미했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동력기관으로 현재까지도 지구상 모든 전력의 80%가량을 생산하는 것이 증기기관이다.[2]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이용하는 왕복식 증기기관과 터빈의 회전운동을 이용하는 회전식 증기기관 두 가지가 있다. 왕복식 증기기관은 초기의 증기선이나 증기 기관차에 쓰였으나 오늘날에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회전식 증기기관은 화력/원자력 발전소 혹은 대형 선박 등 큰 출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현대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2. 종류
3. 역사
3.1. 산업 혁명 이전: ~ 1776
사실 고대 문명 때부터 끓는 물로 기계를 작동시키는 방식은 많이 구상 되어왔고, 일부 구현된 것도 있었다.예를 들면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 헤론이 발명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증기기관인 '아에올리스의 공(Aeolipile)'은 물그릇에 있는 물을 끓이면 파이프를 타고 올라가 분출되는 증기에 의해 회전하는 구형 장치였는데 이걸 동력으로 쓸 만큼의 운동에너지는 없었지만 어쨌거나 인류 최초의 증기기관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신전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된 증기기관 같은 것도 존재했지만 어디까지나 일상생활이 아닌 특수한 장소에만 사용되었다.
헤론이 만든 알렉산드리아의 신전 자동문 메커니즘이다. 신전의 입구에 있는 성화에 불을 붙이면 증기기관이 가동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식이었다.[3]
다만 이러한 헤론의 발명품들은 신기하고 비싼 장난감 수준이었지 산업화 시대의 증기기관처럼 상업용 수준의 경제성에 미치지 못했다. 혹자들은 노예가 더 싸서 사용되지 않았다고 설명을 하나,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애초에 헤론의 증기기관은 구조적으로도 충분한 힘을 내지 못하는 정말로 장난감 수준인 물건들이었기 때문이다. 와트 직전의 증기기관인 뉴커먼 기관조차 석탄을 잡아먹는 양이 워낙 많아서 광산이 적자가 날 지경이었다고 하는데, 그 정도 힘조차 내지 못하는 헤론의 기관들이 어딘가에 사용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대인들도 차라리 물레방아나 풍차를 사용했지, 헤론의 저것들이 더 쓸모있는 무언가로 사용될 것이라고 상상은 못했다. 물론 신전에서야 사람이 손도 대지 않는데 문이 열리니 '우와 신기하다'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노릴 수는 있었겠지만. 원리적으로는 비슷해보여도 유용성은 없는 프로토타입 수준 기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1500년이 1551년 오스만 제국의 과학자 타끼 앗딘이 간단한 증기 기관을 만들었고 17세기 유럽에서도 원시적인 방식의 간단한 증기 기관이 등장했다가 1663년 제 2대 우스터 후작, 에드워드 서머셋이 개발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공업용 증기기관이 등장한다. 후작은 이걸로 광산채굴업을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기도 전에 사망한지라 무산되었고, 이후 1698년 토마스 세이버리라는 자가 우스터 후작의 증기기관을 개량한 광산채굴용 증기기관을 만들었다.1679년 프랑스의 드니 파팽도 비슷한 장치로 요리기구를 만들었다.
1769년 프랑스의 니콜라 퀴뇨가 화포를 견인할 용도의 증기 자동차를 처음 개발했지만 시험용으로만 제작했을 뿐 실용화하진 못하였다. 퀴뇨가 만든 이 증기기관 자동차는 최초의 동력기관 자동차로 꼽힌다. 참고로 이 자동차는 최초의 '교통사고'도 일으켰다. 브레이크가 없어서 시험 운행을 하던 도중 멈추지 못하고 집 담벼락을 들이박고 파손되었다. 이후 퀴뇨는 "위험한 기계로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이유로 한동안 감옥 신세를 져야 했다.자세한 얘기는 해당 기사 참고
3.2. 상업용 증기기관: 1776
1705년 토머스 뉴커먼이 대기압식 증기기관을 발명, 1765년 제임스 와트가 뉴커먼의 증기기관을 개량해 현재와 같은 모양의 증기기관이 등장한다. 그리고 10년 후인 1776년 첫 상업용 증기기관이 발명되며 인류 역사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증기기관 모형
3.3. 최초의 증기 자동차, 증기 기관차: 1801, 1804
이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특허가 1799년 12월 31일을 끝으로 만료되자 이를 토대로 리처드 트레비식이 1800년 고압 증기기관을 개발했다. 리처드 트레비딕은 이전부터 증기기관의 개량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특허권 때문에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그리고 1801년 Puffing Devil이라는 증기 자동차를, 1804년 페니다렌(Pen-y-Darren) 증기 기관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의 레일은 주철을 사용했기 때문에 증기 기관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깨지기 일쑤였고, 트레비식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여 상용화에는 실패했다.Doble 사의 1925년형 E-20 증기차
증기 기관은 외연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자동차에는 실질적으로 채용되지 못했으나 명맥만큼은 1930년대까지 Doble 증기차 사에 의해 이어진다. 대신 증기 기관차는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여 철도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만들어냈다.
3.4. 발전
- 증기선: 1802 ~
- 1802: 스코틀랜드 엔지니어 윌리엄 시밍톤, 첫 실용적 증기선 샬롯 둔다스 제작.
- 1807: 미국인 로버트 풀톤, 최초의 상업적으로 성공한 증기선 노스 리버 스팀 보트 제작.
- 1819: 증기선 사반나, 미국 조지아주에서 영국 리버풀까지 최초의 대륙간 항해 성공.
- 최초의 상용화된 증기 기관차: 1825
조지 스티븐슨이 연철 레일을 개발하면서 영국 스톡턴과 달링턴 사이에 화물철도를 부설하여 첫 증기 기관차의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이후 1830년, 리버풀과 맨체스터를 잇는 철도를 부설, 성능을 높힌 로켓호를 선보이며, 여객 운송을 시작하였다. - 최초의 실용화된 자동차 등장: 1826
영국에서 증기기관을 탑재한 10대의 28인승 노선버스가 등장. - 스팀 마차 서비스: 1830년대
1830년대 월터 핸콕과 골즈워시 구니경이 잉글랜드에서, 존 스콧 러셀이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해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서비스. 하지만 턴파이크 법에 의한 높은 세금으로 다시 마차수송에게 밀리게 된다. - 선박용 컴파운드 엔진: 1850 ~
- 20세기 초까지 주된 동력원으로 사용됨.
- 1850, 영국의 존 엘더, 대양운행용 컴파운드 엔진 제작 성공.
- 1881, 영국의 화객선, SS 애버딘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운행되는 삼단 팽창식 증기 기관을 장착함.
- 최초의 교통법: 1865
- 선박용 증기터빈 엔진: 1897
1894년, 찰스 파슨스경이 터비니아 건조 후, 1897년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쥬빌레의 관함식에서 관함식장을 터비니아를 몰고 헤집어 놓음으로서, 컴파운드 엔진, 트리플 엑스팬션 스팀 엔진(증기왕복엔진) 대비 증기 터빈 엔진의 압도적 성능을 보여줌. 이후 1906년 최초의 증기 터빈 추진방식을 채택한 전함 드레드노트가 탄생하게 됨.
3.5. 증기 기관차의 확산, 전성기
- 1829: 프랑스 첫 노선
- 1835: 벨기에, 독일 첫 노선
- 1837: 오스트리아 첫 노선
- 오스트리아: 비엔나플로리드스로드프-도이체바그람 노선
- 1899: 한국 첫 노선
- 1935: 영국, 증기 기관차 최고속도 기록 202.8km/h
3.6. 증기기관의 쇠퇴: 내연기관의 개발
- 1860: 벨기에의 에티엔 르누아르가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발명
- 1876: 니콜라우스 오토가 고틀리프 다임러, 빌헬름 마이바흐와 함께 4행정기관(오토행정) 발명
- 1879: 독일 카를 벤츠가 오토와 다임러, 마이바흐의 엔진을 참조하여 독자적인 2행정기관을 발명하여 특허획득
- 1885: 독일 카를 벤츠가 가솔린 엔진을 이용한 삼륜차 모토바겐을 발명
- 1901: 빌헬름 마이바흐와 폴 다임러가 에밀 젤리넥을 위해 최초의 현대적 차, 메르세데스 35 HP 개발
4. 영향
증기기관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는데, 우선 산업 혁명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은 러다이트 운동을 벌여 기계를 부수고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시켜 공산주의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증기기관은 많은 영향을 줬지만,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철도. 사람이 손으로 끌거나 말이 끌던 궤도마차는 증기 기관차로 발전했고, "철도"라는 근대적인 육상교통수단의 시발점이 되었다.[4] 증기 기관차는 다음 세대의 동력기관인 석유/디젤 기관차가 등장하기까지 수많은 파생형을 만들며 철도라는 교통수단의 엄청난 발전을 이끌었다. 로켓호와 트레비딕의 기관차에서부터 LNER A4, PRR S1[5], 빅 보이까지 실로 증기기관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기세로 개발된 역작들이다.
오늘날에도 증기기관은 절찬리에 이용된다. 모든 화력 발전소에서는 증기기관에 연결된 발전기로 발전을 한다. 연료도 역사와 전통의 석탄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즉 오늘날에도 지구상의 전력 중 대부분을(35%) 석탄을 태워 돌리는 증기기관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대식 화력발전에서 발전기를 구동하는 증기기관은 피스톤 방식이 아니라 터빈 방식, 즉 증기 터빈이므로, 만약 증기 터빈은 증기기관이 아니라고 정의할 경우 현역 증기기관의 수는 확 줄어든다.
내연기관이 널리 사용되게 된 후에도 거대한 선박의 엔진은 증기기관이었다. RMS 타이타닉은 당대 가장 큰 증기기관 선박이었다. 29개의 보일러에서 만든 증기로 두 개의 거대한 증기기관을 돌렸으며(작은 중앙 프러펠러용으로 증기 터빈도 하나 있었다) 총 출력이 4만 6천 마력이었다. 오늘날엔 큰 선박도 증기기관을 쓰지 않으며 중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 전기 기관이나 가스 터빈으로 프로펠러를 돌린다.
여담으로, 증기기관 보일러에는 바닷물을 쓰면 안 된다. 보일러는 이물질에 매우 민감해 염분은 커녕 이산화탄소만 들어가도 문제가 생긴다. 증기기관차는 민물을 쓰는데도 한달에 한번꼴로 보일러를 완전 청소해야 했다. 때문에 타이타닉호같은 증기선은 보일러에 바닷물을 쓸 수 없었고, 보일러의 열을 이용해 바닷물을 증류해 증류수를 만들어 보일러에 공급했다.
원자력 추진 선박들(원자력 잠수함, 원자력 항공모함 등)은 원자로로 증기를 만들어내지만 증기 터빈 방식이라 증기기관은 아니다.
5. 기타
한국사에는 증기기관과 관련해 아주 재미있는 기록이 하나 있는데, 흥선대원군이 가라앉은 제너럴 셔먼호를 건져내서 증기기관을 복제하려고 했었다는 거다. 10개월 만에 복원하기는 했으나, 야사에서는 아주 느리게 움직여서 사실상 실패했다고 한다. 하지만 승정원일기는 시범운행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며 화포 시범 사격도 성공했다고 한다. 일단 배가 처음에 느렸던 주된 이유로는 기관실에 땔감으로 넣은 것이 석탄이 아닌 숯이었고 숙련된 선원이 없었던 점이 컸다. 그리고 증기선은 예열을 하고 나서나 제대로 속도가 나오는데 예열도 안 하고 땔감 넣자마자 움직이려고 해서 그렇게 느리게 간 것이었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후로 고종의 친정 후에도 철갑선을 포기 못했는지 서양으로부터 두 척을 구입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고장이 잘 나 수리비가 배값을 넘어설 지경이었다고 한다.어쨌거나 이후 300년이 지나도록 현재도 생활의 필수요소다. 어지간한 동력계는 이 증기기관의 모델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실린더에서 하얀 증기가 새어나오며 파워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반한 덕후들도 상당히 많아서 스팀펑크 같은 장르가 발생하기도 했다.
증기기관 기술은 의외로 대포 제작과 연관이 깊다. 그 이유는 바로 증기기관의 핵심부품인 실린더 때문. 쓸만한 실린더를 만들려면 충분한 정밀도와 강도가 필요한데, 대포를 만들던 기술을 응용해서 실린더 제작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포야말로 단행정 열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증기기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온고압 보일러의 등장은 본격적인 산업재해와 교통재난의 시대를 열었다. 공장이나 기차나 증기선을 막론하고 초창기의 보일러는 빈번하게 터져나갔고 그때마다 많은 노동자나 승객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간기 미국에선 도블(Doble)이라는 회사가 증기기관의 토크와 정숙성을 모토로 고급형 증기자동차를 생산하였다. 모델 E의 후기형 모델의 출력은 당시 최고급 차량의 선두주자급인 듀센버그를 상회하였으며, 가솔린 차량에 비하면 신기할 정도로 조용했다.1차~2차대전 시절에는 가솔린 자동차 대신 증기자동차와 유사한 형태의 목탄자동차가 사용되기도 했는데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었고 차량에 설치된 가스 포집장치의 부피 문제로 인해[6] 2차 대전 이후에는 거의 사장되어 현재는 보기 어려워졌지만 북한에서는 아직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승리 58 트럭 등)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쓰다 남겨둔 목탄차를 손봐서 사용 중이다. 다만 목탄자동차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목탄차는 외형이 증기기관과 비슷해서 사람들이 외연기관으로 오해하는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내연기관이다.
증기기관의 연료로는 석탄을 많이 떠올리지만 꼭 석탄이 아니어도 된다. 어떻게든 물만 끓이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재나 석유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증기기관도 있다.
6. 관련 문서
[1] Lawrence Joseph Henderson 1878~1942. 미국의 생리학자[2] 원자력 발전 역시 물을 끓이는 수단으로 석탄을 때는 보일러 대신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를 쓴다는 점에서 화력 발전과 다를 뿐 증기기관(증기터빈)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는 기본 원리는 유사하다.[3] 다만 이 자동문에서 수증기는 일절 발생하지 않는다. 성화의 열로 공기가 팽창해 큰 물통의 물을 도르래에 연결된 통으로 밀어내는 식으로, 증기기관이라고 하기에는 비교적 단순한 장난감이다.[4] 증기 기관을 이용한 자동차도 여러 번 시도되었지만, 기관 자체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대다수의 증기자동차는 20세기 초반쯤 가면 거의 사장되었고 현재는 일부 업체를 빼면 거의 만들지도 않고 사용하는 사람도 보기 힘들어졌다. 철도는 그 특성상 증기 기관의 무게를 충분히 견딜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5] 증기 기관차 문서의 텐더기관차 예시로 올라온 T1과 비슷한 기종이나 저 기종은 미국에서 전 세계를 통틀어 단 1대만이 제작 운용되었고,세계에서 제일 큰 여객용 증기 기관차라는 타이틀 덕분에 특별하게 개별 문서가 존재한다.[6] 포집장치가 내장형으로 되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에 노출된 형태가 더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