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파워 코드(Power Chord)는 주로 록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는 화음의 일종으로, 3도 음 없이, 근음과 완전5도의 단 2개 음만으로 구성된 화음이다. 가령 C 메이저 코드의 구성음이 '도 + 미 + 솔'이라면 C 파워 코드는 '도 + 솔이 된다.2. 역사
힘(Power)이라는 수식어가 말해 주듯, 일렉트릭 기타로 블루스나 로큰롤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코드이다.최초로 상업 레코딩에서 파워 코드를 사용한 인물은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윌리 존슨(Willie Johnson)과 팻 헤어(Pat Hare)였다. 이들은 1950년대 본인들의 레코딩에서 파워 코드를 사용하였고, 이것이 초창기 록 음악의 일종인 로커빌리와 로큰롤에 큰 영향을 주면서 록 음악에 파워 코드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척 베리는 1958년에 발표된 그의 곡 Johnny B. Goode에서 파워 코드와 6도 코드를 번갈아가며 연주하는 리프를 도입함으로써 로큰롤 기타 연주의 전형적인 용례를 만들어내었고, 이후 더 후의 기타리스트 피트 타운젠드는 이 파워 코드를 초창기 록 음악의 직전성 강하고 공격적인 음색을 위해 사용하면서 현재의 용례를 만들어내었다.
이후 1970년대에 로큰롤의 뒤를 이어 발생한 하드 록은 이 직진성을 이어받아 파워 코드로 구성된 리프를 활용한 훨씬 공격적이고 강력한 사운드를 만들어내었다. 특히 이러한 장르들은 일렉트릭 기타에 기타 앰프의 진공관을 과열시켜 만들어낸 브레이크 업 사운드나 페달형 오버드라이브, 디스토션같은 장비들을 활용해 기타 사운드를 크게 왜곡시켰는데, 파워 코드의 단순한 구성이 이렇게 왜곡된 지저분한 기타 사운드와 매우 잘 맞아 떨어졌고[1], 파워 코드의 용례는 순식간에 장르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직계 후손인 헤비 메탈에 까지 큰 영향을 주었다.
이후 파워 코드는 펑크 록, 얼터너티브 록 등 관련성이 비교적 적은 장르들로까지 퍼져나가며 이를 활용한 리프 메이킹은 록 음악 전체의 매우 보편적인 용법이 된다.
3. 상세
3.1. 화성학적 원리
파워 코드의 두 구성음은 서로 완전5도로, 구성음 간의 주파수 비율이 3:2로 매우 작고 궁합이 좋기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 음이 훨씬 강하고 또렷하게 들리게 된다. 거기다가 근음과 완전5도 음은 메이저 코드와 마이너 코드를 가리지 않고 어떠한 코드를 만들 때 거의 필수 재료 급으로 중요한 음정들이라 어떤 코드 옆에 가져다놔도 어울리는 음색이 나오게 된다.후술하겠지만 이러한 화성학적 원리 덕에 메이저 코드와 마이너 코드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유형의 코드에서 사용할 수 있다.
3.2. 장단점
파워 코드의 강력함의 핵심 원리는 단 2개의 음만 연주한다는 데에 있다. 기타에 장착한 6개의 현을 동시에 친다고 볼륨이 6배가 되지는 않는다. 하나의 현만을 치든, 모든 현을 치든 전체 볼륨은 일정한데, 하나의 현을 칠 때는 해당 음이 모든 볼륨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고 6개의 현을 칠 때는 동시에 울리는 6개의 음이 볼륨을 나눠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도 파워 코드의 사운드적 특성에 기여하는데, 파워 코드는 단 두 개의 음만으로 이 모든 볼륨을 커버하게 되므로 6개의 현 모두를 치는 것 이상으로 훨씬 직진성이 강하고 또렷하게 들리게 된다.이러한 특징 덕에 파워 코드는 특히 입문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데, 익히기가 매우 쉽고, 코드 유형의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타로 F 메이저 코드를 잡으려면 손가락 차력쇼(...)를 해야 한다는 불편[2]이 있으나, 파워 코드는 단 두 개에서 세 개의 손가락만을 사용하여 운지해주면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기타의 6현을 E에서 드롭 D로 다운 튜닝하면 한 손가락으로도 코드를 칠 수 있게 된다.[3] 또한 메이저 코드와 마이너 코드 그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동시에 두 유형의 코드 모두와 공통되는 음을 가지고 있기에 코드 유형 구분 없이 연주해도 아주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그것이 곧 올바른 연주가 된다.[4][5]
하지만 단점도 있는데, 파워 코드는 단순성과 직진성에 중점을 둔 코드이기 때문에 구성음이 단 두 개밖에 안 될 정도로 미니멀하며, 그렇기에 듣기에 따라서는 풍부하지 않고 허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음색이 나온다. 이러한 직선적인 성향 탓에 아르페지오같은 풍부하고 섬세한 연주에 사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후술하듯 재즈처럼 풍부한 텐션 노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장르들에서 파워 코드의 사용은 거의 금기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3.3. 용례 및 취급
위에서 설명하였듯, 파워 코드와 일렉트릭 기타는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매우 가까운 관계이다. 드라이브 계열 이펙터가 적용된 기타 톤에서 기성 코드를 치면 소리가 매우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들리지만, 파워 코드 같은 간단한 코드를 치게 될 경우 매우 직전성이 강하고 소위 '반주에 잘 묻는' 소리가 나오기에 많이 이용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배경 탓에 일렉트릭 기타가 대중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곧 파워 코드의 위상과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사전적으로는 근음 + 완전5도로 이루어진 코드를 파워 코드라고 하지만, 근음의 1옥타브 위 음을 추가한 근음 + 완전5도 + 완전8도의 3화음 파워 코드도 많이 사용된다. 간혹 저 3화음 파워 코드에서 근음을 제거하여 완전5도 + 완전8도만 남겨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파워 코드의 변종 중 하나로, 수많은 장르에서 사용된다. 당장 일렉트릭 기타 입문 리프의 정석 중 하나로 통하는 Smoke on the Water의 인트로 리프 또한 이 변종 파워 코드로 연주한다.
또한 '근음+3도', '근음+감5도', '근음+증5도', '근음+한 옥타브 낮은 5도' 등 또한 코드진행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이것 또한 파워코드라고 말하는 기타리스트들도 많이 있으며,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자주 사용되는 '근음+5도+9도'의 3화음도 파워코드의 바리에이션으로 많이 쓰인다. 존 페트루치의 파워코드 바리에이션 강좌
본래는 메탈, 펑크 록 등의 일렉트릭 기타가 메인으로 나오는 곡에서 많이 사용되던 코드였으나, 어쿠스틱 기타에서도 간혹 사용된다. 예를 들어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같은 어쿠스틱한 느낌이 강한 곡도 라이브 영상을 보면 파워 코드를 짚으며 반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영상 해당 영상을 잘 보면 6, 5, 4번줄만을 짚고 위아래로 왕복하는 므라즈의 손가락을 볼 수 있다. 다만 어쿠스틱 기타에서 파워 코드의 사용성이 일렉트릭 기타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는 보컬이나 다른 악기들 사이에서 훨씬 다채롭고 복잡한 음색의 코드를 넣어주며 보조해주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아노, 신디사이저(키보드)에서는 취급이 상대적으로 박한 편인데, 정규 커리큘럼 등에서도 일부러 지면까지 할애해서 가르치지는 않는다. 사실 반드시 배울 필요는 없는 코드다. 기타에 비해 들리는 멜로디가 훨씬 강한 건반으로 파워 코드를 쳐 보면 풀 코드와 음색이나 느낌 차이가 너무 커서 별로 듣기 좋은 음은 안 나온다. 게다가, 밴드에서 키보디스트와 기타리스트가 둘 다 파워 코드로 반주하면 3도음이 아예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뭔가 빠진 듯한 어색한 느낌이 든다. 반대로 말하자면, 락 밴드에서 키보디스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베이시스트가 근음을 짚고, 기타리스트가 파워코드로 근음과 완전5도를 때려주면 그 사이에 화성과 텐션을 넣어 사운드의 때깔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 다만, 피아노/키보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왼손 반주가 매우매우 쉬워지기 때문에, 입문자에게 예외적으로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재즈 뮤지션들은 파워 코드를 대체로 혐오한다. 사실, 이러한 감정전달이 중요한 장르에서 음을 차갑게 그냥 때려박는 파워 코드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애초에 화성학적으로도 재즈에서는 텐션과 그 미묘한 음색에서 나오는 감정과 분위기의 전달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에 어마어마하게 중요하고, 블루스 역시 몇몇 스타일에서는 블루스 텐션, 즉 블루 노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반면, 펑크 록 뮤지션들은 가난한 자들의 코드, 노동자의 코드라며 숭상한다. 학습 난이도가 낮아서 펑크에선 파워코드를 특히 많이 사용하기 때문.
일부 테크닉 지향의 헤비 메탈 기타리스트들도 파워코드를 경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유는 대충 파워코드 세개로 돌려막기하면서 연주도 대충하는 펑크 따위가 클래식 연주자에 비교해야 할 정도로 정교한 자신들의 음악을 밀어낸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대표적인 인물로 리치 블랙모어, 그리고 잉베이 말름스틴 등이 있다. 이 사람들은 원래부터가 성격이 더럽게 까다롭긴 하지만.
물론 현대에 들어서서 다양한 음악들이 나오고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쉬운 현대에는 제아무리 펑크나 메탈이라도 파워코드 하나로만 리프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단순하니만큼 다른 음악들과 겹치기가 쉬워서 표절이나 도작을 피하기위해선 어쩔 수 없이 리프를 파워코드 하나만으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상술했듯이 파워코드는 메탈의 시작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6] 메탈리카같은 큰형님부터 오늘날의 젊은 메탈코어, 트랜스코어 밴드들까지 대부분의 메탈 기타리스트들은 파워코드 백킹을 여전히 선호하며 애용하고 있다. 애초에 데스메탈급 하이게인을 풀코드로 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 소리도 너무 지저분하게 나기 때문에 선호되지는 않는다.[7]
4. 관련 문서
[1] 이렇게 왜곡된 기타로 모든 구성음이 살아있는 기성 코드를 연주하면 구성음이 잘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매우 지저분하게 들린다. 물론 일부러 기성코드를 써서 지저분한 느낌을 극단적으로 살리는 장르도 존재한다. 블랙 메탈과 둠 메탈이 대표적. 디스토션을 걸로 기성코드로 아르페지오를 파워코드의 스크로크에 섞어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더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연출이 극대화된다.[2] 이러한 부분 탓에 수많은 기타 입문자들이 F 메이저 코드를 잡으려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기타를 접기도 한다. 조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다른 악기는 대부분 매우 쉬운 다장조의 난이도가 기타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이유도 F 메이저 코드 때문이다. F 메이저 코드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약식코드나 FM7코드, Fadd9코드 등의 F코드 기반 오픈코드로 잡는 방법도 있다. F 메이저 코드가 주요 3화음인 다장조나 바장조, 내림나장조의 경우 카포를 끼기도 한다.[3] 기타의 정튜닝 개방현은 굵은 현부터 EADGBE이고, 여기서 드롭 D 튜닝을 할 시 DADGBE로, 6-5-4현이 딱 일렬로 완전5도 음정이 된다. 이러한 특징은 몇몇 메탈의 하위 장르들에서 더 빠른 코드 변경을 위해 자주 사용되고 있다.[4] 악보에 F라고 쓰여있든 Fm이라고 쓰여있든 F7이라고 쓰여있든 Fm7이라고 쓰여있든 Fsus4라고 쓰여있든 Fm(maj7)라고 쓰여있든 F9이라고 쓰여있든 F7sus4라고 쓰여있든 Fmaj7(9)이라고 쓰여있든 파-도(-파)를 치면 그게 맞는 반주이다.[5] 이는 메이저 코드와 마이너 코드의 구분 기준이 3도음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파워 코드는 그 3도음이 없기 때문에, 어떤 악보를 연주하든 간에 틀리지 않은 반주가 되는 것. 근음 + 완전5도 조합이기 때문에 정말 웬만해서는 어떤 멜로디든 듣기 거슬리지 않는다.[6] 헤비 메탈 기타 연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니 아이오미도 (물론 신체적 핸디캡 때문도 있지만) 파워 코드를 애용했다. 그럼에도 상술한 파워코드 혐오론자 리치 블랙모어는 토니 아이오미의 톤메이킹과 실력을 매우 부러워했다고.톤만 부러워했지 프레이즈나 리프는 안부러워 했을지도?[7] 물론 실제로는 데스메탈이나 블랙메탈에서는 다양하지는 않아도 다른 코드를 같이 쓰기는 한다. 예시 1(1분 41초부터) 예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