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안 트랩 상상도[1] |
식물조차 여파를 피할 수 없던 걸 감안한 또 다른 상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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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Permian–Triassic extinction event고생대와 중생대를 구분하는 기준이며, 약 2억 5천 1백만 년 전, 고생대의 페름기와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의 사이에 일어난 대멸종. 지구 역사상 최대의 멸종이다.
2. 특징
해양 생물종의 약 96%와 육상 척추동물의 80% 이상이 절멸했다.전체 지구 생물의 50%의 과가 멸종했으며, 이 과의 멸종률을 토대로 최초로 수치를 계산한 라우프는 전체의 96%의 종이 절멸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허나 이 96%란 수치는 단순히 임의대로 골라서 몇 %의 종이 멸종했는지를 계산한 결과다. 즉 생태학적으로 이 과의 생물들이 멸종에 취약한지 아닌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생물학자 매키니가 다시 계산한 결과는 80%였다. 다만 어째서인지 일부 일반 생물학 교재에서 98%라고 표기해 98%라고 많이 알려졌다.
유의할 점은 개체 수가 줄었다고 해도 자손이 남아 대를 이어갈 수 있다면 종이 절멸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즉 80~96%가 멸종했다는 말은 생물 개체수의 80~96%가 사망했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 죽고 없어져서 씨가 마른 종이 전체의 80~96%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사라진 개체 비율은 사라진 종의 비율보다 훨씬 크다 봐야 한다.[2]
하마터면 지구도 금성이나 수성처럼 생명이 하나도 없는 행성이 될 뻔한 사건이었다. 일반인에게는 대부분의(비조류)공룡이 멸종한 K-Pg 대멸종이 최고의 네임드지만 80년대 이후 페름기 대멸종의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제는 고생물학 최고의 네임드 대멸종이 되었다.
2011년 11월 20일, 대멸종이 정점에 이른 시기는 2억 5228만 년 전 무렵이었고 지속 기간은 20만 년 미만이며 대부분 동식물이 멸종하기까지는 약 2만 년이 걸렸음이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했다. 물론 2만 년이란 우리 기준에서 길게 느껴질 뿐 배경 멸종의 시간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다.[3]
해양 생물은 약 10만 년 만에 95%가 사라지며 멸종 기간이 짧게 끝났지만, 육지에서는 이보다 10배 정도 긴 약 100만 년에 걸쳐 대멸종이 진행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페름기 중반에 있었던 카피타니안 대멸종 사건이 사실 한 차례가 아니라 두 번에 걸쳐 일어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3. 기간
2억 5100만 년 전, 시베리아 트랩의 분화 시작을 기준으로 고생대의 페름기가 거의 끝나는 순간을 지정했으며, 이 페름기 말에 시작된 대멸종은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므로 생물들의 대량 멸종은 트라이아스기 초기에도 일어났다.[4] 페름기가 끝나자마자 모든 생물종의 80%가 단숨에 쓰러져 죽은 것은 절대 아니다.[5]4. 당시 환경
- 산소가 적었다. 따라서 오존층 또한 거의 사라졌다.
대멸종 이전의 지층이 대부분 산화철로 인해 적갈색을 띠었던 것과 달리, 대멸종 당시의 상당수 지층은 검은색인데, 이 색깔은 무산소 환경에서나 나타나는 것이다. 산소가 없어서 철이 붉게 산화되지 않았고, 유기물 또한 분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쌓였기 때문이다. 석탄기와 페름기에는 현재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거대한 절지동물들이 나타났는데 이는 당시 산소 농도가 매우 높아[6] 거대한 몸집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 수준의 산소가 지질학적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으니[7][8]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이때 오존 또한 거의 생성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지표면에 살인적인 자외선이 내려쬐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여기에 취약한 생물종들은 당연히 절멸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산소가 줄어들자 혐기성 녹색황세균들이 번성했는데, 이로 인해 후술할 이산화황 같은 유독성 기체들이 대기를 채우게 됐다.
-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너무 많았다.
자료에 따라서는 이때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3~10%[9]였다는 말도 있다. 이는 바로 이전 석탄기 때 묻힌 석탄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시베리아 트랩과 아미산 트랩에서 폭발하며 지진이 발생하였고 이는 지각을 갈랐다. 이렇게 석탄기 때 묻힌 식물들이 타며 이산화탄소를 내뿜었고 현재(0.042%)의 약 100~300배 정도 많은 양을 내뿜었다. 그래서 순식간에 지구 평균 온도가 6도 상승하는 등[10] 미치도록 더웠다. 또한 호흡 과정은 공기 중 산소 농도가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해서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 정도 이산화탄소 농도라면 생물체들의 호흡 중추가 박살났으리라는 것도 추정할 수 있다. 바다의 경우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양생물들의 물질대사를 촉진시킨 반면 바다의 용존 산소량은 급감하는 바람에 해양생물들은 떼죽음을 맞이했고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혐기성 녹색황세균들이 사체를 분해하기 시작하면서 이산화황을 방출하게 됐다. 그리고 식물들의 경우, 온난화로 인해 광합성에 지장이 생겼으며[11], 이러한 이산화탄소들 중 일부는 바다에 녹아 들어가서 혐기성 녹색황세균이 생성한 이산화황과 함께 바다를 산성화시켰고 그로 인해 탄산염에 의존하는 연체동물이나 플랑크톤에게 피해를 끼쳤다. 또한 이산화황의 경우 후술할 오존층 파괴에도 영향을 끼쳤다.
- 메탄, 황화수소와 같은 유독 물질이 많았다.
역시나 시베리아 트랩과 아미산 트랩에서의 폭발 때문에 묻혀있던 석탄이 드러났고 이것들이 타며 수많은 매연을 내뿜었으며, 혐기성 녹색황세균이 방출한 이산화황의 일부는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 곧 이는 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농도의 산성비와 산성 안개를 만들었고, 안 그래도 고농도의 이산화탄소와 저농도의 산소로 인해 어려웠던 동식물들의 호흡과 생존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그리고 메탄의 경우, 유독성 외에도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높은 온실 효과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양성 피드백으로 심해에 있던 메탄들을 더 많이 공기 중으로 방출시켜서 온난화를 더욱 촉진했다.
- 오존층을 파괴하는 가스들이 배출됐다.
전술한 이산화황은 단순히 바다를 산성화시키고 산성비의 원인이 됐을 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서 오존층을 파괴하는 촉매 작용을 일으키며 오존층의 두께를 감소시켰다. 또한 시베리안 트랩의 마그마는 석탄과 석유뿐만 아니라 암염층에도 들어가서 당시 퉁구스카 분지에 있던 암염층을 연소시켰는데 이로 인해 염화메틸, 브롬화메틸 같은 오존층을 직접 파괴하는 가스들이 배출되면서 안 그래도 산소 농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 오존층을 더 심하게 파괴했고, 이로 인해 동물들만이 아닌 식물들에게도 악영향을 주어서 식물들의 멸종 역시 초래하게 됐다. 그 증거로, 한 겉씨식물의 꽃가루 화석에서는 자외선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일어난 흔적이 남아있으며, 이로 인해 식물들의 생식 활동에 지장을 줘서 멸종을 촉진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대기 오염, 지구온난화, 물 부족, 오존층 파괴, 토양 오염, 산성비의 콤보다. 여기에 초기에는 황산화물 등에 의해서 태양빛이 차단된 지구가 한랭화, 즉 빙하기를 거치다가 이후 연속된 양성 피드백에 의해 온난화가 다시 한번 쓸고 지나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5. 원인을 설명하는 가설들
5.1. 시베리아 트랩과 어메이산 트랩
시베리아 트랩과 어메이산 트랩의 화산 분출에 의한 석탄기 지층 연소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설명으로, 현재 유력한 원인으로 여겨진다.[12]자세한 것은 별도 항목 참조.
5.1.1. 메탄 가스
페름기 대멸종 시점에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메탄 가스가 대규모로 분출되었다고 하면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따르면 지구 내부에 있는 맨틀이 대류하면서 아주 가끔 열 덩어리가 치솟는다. 이것이 지구 외각의 얇은 지각과 충돌하면서 시베리아 대륙에 광범위하고 엄청난 화산 폭발을 일으켰다는 것이다.(시베리아 트랩) 이러한 화산 폭발은 바닷속에서도 일어났으며 그 결과 심해 바다를 끓이게 되었다. 이로써 고체 상태로 바닷속에 머물고 있는 메탄 가스가 기화하며 대규모 분출로 온난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수준까진 아니지만 현재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수년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지표면에 매장되어 있던 메탄이 폭발 또는 분출되는 양이 늘고 있다. 이에 따른 온난화 가속화 역시 얼마 있지 않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메탄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1배 정도 강한데 이 때문에 지구의 온난화는 매우 심각했고 기온이 최소 6℃ 이상 치솟았다. 이는 지표면의 강과 호수들을 몽땅 증발시킬 정도였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때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석 중 가장 처참한 것은 물이 나온 것으로 보이는 웅덩이 주변에 육식동물, 초식동물을 포함한 동물들이 모두 모여 죽은 상태가 그대로 화석화 된 것이다. 시베리아에 대륙이 찢긴 정도의 흔적이 남은 것, 그리고 물 때문에 고생한 화석의 흔적 등으로 볼 때 저 학설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세.
5.1.2. 무산소화
온실 효과로 인해 해류가 멈춰 버리면서 전 세계 해양의 무산소화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바다 생태계가 절단났다는 설이다.이 시기 지층에서는 산소가 없고 빛이 있는 환경에서 사는 녹색유황균(green sulfur bacteria)의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는데 이 세균은 황화 수소 가스를 산화시켜 황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세균들로 당시 엄청난 양의 황화수소가 바닷속에 저장되어 있었다는 증거였다. 본래 이 황화수소는 수면에서 흡수되어 해류를 타고 내려오는 산소와 균형을 이루면서 케모클라인(chemocline)이라고 하는 접촉면을 만든다. 하지만 산소가 부족하게 되자 혐기성 세균이 엄청나게 증식하게 되었고 황화수소의 양도 엄청나게 늘어 이 케모클라인이 해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카메룬에 있는 니오스 호수는 1986년 이산화탄소 가스 분출을 일으켜 1,700명이 사망하는 재난을 일으켰다. 페름기 대멸종 때도 니오스 호수가 이산화탄소를 분출하듯 바다에서 황화수소 용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달리 황화수소는 훨씬 더 유독하며 식물까지 작살을 내는데 이로써 육상 식물군의 대절멸을 설명할 수 있다. 게다가 황화수소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기체이므로 오존층까지 작살난 지구는 살인적인 자외선을 직접 받게 되었고 남아있는 생물체들마저 말끔하게 처리해 버렸다는 설이다.
5.2. 운석
또 다른 유추로는 운석 충돌설이 있다. 2006년, 오하이오 대학교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극 대륙에서 이때쯤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480km짜리 윌크스랜드 크레이터(Wilkes Land crater)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 크기의 크레이터를 만들 운석이라면 그 크기는 족히 24km 정도 될 것이다.[13] 정말로 저만 한 크기의 운석이 충돌했다면 메탄 분출 수준이 아니라 지축을 뒤집어 엎는 정도의 대재앙을 수반하므로 사실상 모든 종류의 설명과 공존할 수 있다.문제는 운석 충돌이 일어난 시점이 정확하게 페름기 대멸종 시점과 일치하는가 하는 점. 대멸종보다 운석 충돌이 시기적으로 몇백만 년 정도 빠르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또한 유카탄 반도 운석 충돌 지대에서의 K-Pg 멸종 시기의 지층에서 이리듐[14] 층 등의 운석의 여파가 발견되는 것과는 달리 페름기 말의 지층에서는 이러한 흔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운석 충돌이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는지에도 의문이 있다.
5.3. 기타 학설
보다 전통적인 설명인 초대륙 판게아의 형성으로 내륙에 거대한 사막이 형성되었으며, 해안가가 줄어들고 내해가 말라붙으면서 당시 대부분의 해양 생명체가 서식하던 초(礁, 산호초 할 때 그 글자다.)를 이루고 있는 대륙붕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설 등이 있으며, 하나 때문이 아닌 복합적인 연쇄 반응[15] 때문일 것이란 의견이 주류이다. 여하간 그 복합적인 연쇄 반응 때문에, 대멸종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전 세계 해양의 무산소화가 일어난 것은 거의 확실하다.5.4. 관련 정보
캐나다 캘거리 대학 연구진이 대멸종 직전에 형성된 퇴적암층으로부터 3개의 비산재층[16]을 찾아냈다. 이 재는 하필이면 용암이 뚫고 지나간 석탄층이 연소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2012년 국제 공동 연구에 따르면 원인은 극단적인 온난화#로 추측되고 있으며, 2018년 프랑스 연구에 의하면 온난화의 원인은# 화산의 유독성 연기라고 한다.
6. 멸종된 생물들
여기에 이름을 올린 네임드는 멸종된 생물 중 화석으로 남은 극히 일부의 유명한 종뿐이며, 멸종한 종과 생존한 종 중 하나를 굳이 센다면 생존한 종을 세는것이 월등히 빠르다. 위에서 나왔다시피, 이 대멸종을 견디고 살아남은 생물은 한 줌도 안 되기 때문이다.- 캄브리아기 초기에 등장하여 오르도비스기와 데본기의 대멸종을 두 번이나 버틴 삼엽충이 이때 멸종했다.[17]
- 바다전갈을 비롯한 대부분의 해양 생물종이 완전히 멸종하거나 쇠퇴했다.
- 특히 방추충(초대형 플랑크톤), 완족동물[18]이 큰 타격을 입었고, 불가사리의 친척뻘 생물들도 모두 전멸하여 내장격을 외곽으로 바꾼 불가사리만이 살아남았다.
- 육지에서도 식물, 양서류, 파충류 등 전 생태계에 걸친 광범위한 멸종이 있었다.
- 곤충들마저도 대멸종을 피해가지 못했다. 여러 대멸종들 중에서도 그 질긴 곤충류가 대량 멸종[19]한 것은 페름기 대멸종이 유일하다.[20] 다만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이 어디 가지는 않는지 다른 계통에 비해서는 멸종률이 비교적 낮았다.
- 페름기까지 땅 위를 지배하던, 시냅시드(단궁류)들이 이 대멸종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 상어 친척뻘 어류들은 잘 살아남은 것처럼 묘사되나 사실 바다의 피해가 육지보다 컸던 만큼(96% 멸종) 당대 바다를 주름잡던 연골어류 자체가 큰 피해를 입었으며, 특히 석탄기-페름기에 걸쳐 엄청나게 번성했던 전두어아강은 은상어를 비롯한 일부 소형종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판새아강도 상당한 피해를 입어서 페름기 당시에 있었던 주요한 3부류[21] 중 크테나칸투스목은 절멸하고, 크세나칸투스목과 히보두스목도 큰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페름기 대멸종은 결코 이들에게 순탄했던 대멸종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연골어류 중심의 바다 척추동물 동물상에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대멸종이었다. 그러니까 그럭저럭 생태계 포맷을 순탄하게 넘어가서 현대까지 후손이 생존한 게 아니라, 애초에 숫자가 워낙 많아서 극소수가 멸종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
7. 살아남은 생명체들
페름기 대멸종은 생태계를 거의 완벽하게 절멸시켰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었다. 이들이 살아남아 진화한 덕분에 후대의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끼
- 겉씨식물 일부
- 종자양치식물을 제외한 양치식물[24]
- 속씨식물의 조상
- 버섯등 균류
- 바다나리, 불가사리 등 극피동물
- 곤충 - 강도래, 잠자리, 원시 망시류[25], 딱정벌레 등
- 어류
- 양서류
- 석형류
- 리스트로사우루스, 모스코리누스 등 일부 단궁류
- 두족류 - 암모나이트, 오소콘
- 그 외 플랑크톤 등 상당수의 미생물
8. 대멸종 이후
한동안 지구상에는 리스트로사우루스라는 초식 수궁류가 대부분의 육상 지역에서 활보했다. 이들은 돼지 정도의 몸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29] 이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땅굴을 파서 숨을 줄 안다는 보잘것없는 능력만으로 위업을 이루어낸 듯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의 대표적 예시이다. 다만 페름기 대멸종의 주원인을 산소 농도 저하로 보는 학자들은 리스트로사우루스가 다른 시냅시드보다 넓고 큰 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한다.
대멸종 이후 텅텅 빈 대지에서 지상 척추동물 중 약 60%[30]가 리스트로사우루스 한 종이었으며, 대략 10억 마리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트라이아스기 초기부터는 공룡/익룡/악어의 조상이자 이궁류인 지배 파충류로 주도권이 넘어갔으나 디키노돈과 수궁류들은 트라이아스기가 또 다른 대멸종으로 끝날 때까지 계속 진화하고 살아남았다.
또한 육지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만큼 대멸종 사건 이후 바다 생태계 또한 완전히 포맷되었는데, 일단 고생대의 트레이드마크인 삼엽충을 비롯한 먹이그물의 아래쪽에 있던 수많은 고생대의 무척추동물들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보다 먹이그물 위쪽에 포진했던 해양 척추동물들, 특히 석탄기-페름기에 걸쳐 크게 번성했던 연골어류들이 사실상 당분간 재활이 불가능했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탓에 바다의 대형 척추동물 자리가 텅 비게 되었고 이 자리는 어룡들을 필두로 한 해양 파충류들이 차지하게 된다.
2010년 대멸종 이후의 생태계 회복상을 보여주는 화석 유적지가 발견되었다. 회복에는 대략 1천만 년이 걸렸다고 한다. 다만 완전한 회복에는 중생대 중기까지 1억 년이 걸렸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지구 역사상 복잡한 생태계 구조가 최초로 형성된 게 페름기 후기였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그 정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간 건 쥐라기 후기에서 백악기 초기였다고 한다. 트라이아스기 역시 페름기 대멸종 수준이 아닐 뿐 크고 작은 멸종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던 가혹한 시기라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회복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6번째 대멸종을 지지하는 이들은 지금이 페름기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9. 관련 문서
[1] 다른 대멸종에도 적용이 가능한 가설이다.[2] 예를 들어 사람을 포함한 육상 척추동물의 경우, 종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 생존 개체 수는 500에서 1000 정도로 여긴다.(참고로 무성생식생물의 경우, 단 하나의 개체만 생존했어도 멸종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즉 80억 명에 달하는 인류 중 수천 명만 남고 다 멸절해도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는다면 멸종만 안 되었다 뿐이지 엄청난 재앙이다. 다시 말해, 페름기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생물종도 실제로는 막대한 수의 개체가 죽는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다.[3] 본격적으로 현생 인류가 출몰한 뒤, 막 우주로 진출하려는 현재까지의 기간이 대충 30만 년 정도다.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동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생물 대다수가 사라진 것이다.[4] 물론 페름기 대멸종이 끝난 순간을 트라이아스기와 중생대의 시작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반대로 페름기 대멸종이 시작된 시점을 트라이아스기 및 중생대의 시작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5] 이는 비조류 공룡의 멸종도 비슷하다.[6] 페름기의 대기 중 산소 농도는 평균 30%로 추정, 최대 35%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의 대기 중 산소 농도는 21% 정도. 사실 가장 산소 농도가 높았던 시기는 석탄기고 페름기는 전 기간에 걸쳐 오히려 산소 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학설도 있다.[7] 페름기 대멸종 당시에는 15%까지 떨어졌다는 자료도 있다.[8] 산소 농도 감소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는 가설은 화산 폭발로 인해 발생한 산성비가 식물의 개체 수를 줄여 산소 생산량을 감소시켰다는 가설이다.[9] 사람의 경우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4% 이상일 경우 호흡 장애를 겪으며, 10% 이상일 경우 사망에 이른다. 페름기 대멸종이 약 2만 년 정도 지속되었다고 하니 만약 현생 인류가 현대의 기술력을 가지고 페름기 당시로 간다 해도 멸종을 걱정해야 할 치명적인 환경이다.[10] 참고로 현재 산업혁명 이전보다 평균 기온이 고작 2도 가량 오른 것만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11] 식물의 광합성은 35°C까지는 기온이 올라갈수록 증가하지만, 35°C를 넘어가면 광합성량이 급감하며, 40°C 이상에서는 광합성 자체가 불가능해진다.[12] 2억 6000만 년 전에 어메이산 트랩이 화산 활동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800만 년 후 시베리아 트랩이 활동했으며, 지질학적 분석으로 100만 년 동안이나 분화 활동이 지속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13] 참고로 K-Pg 멸종의 원인으로 꼽히는 운석 대충돌의 흔적인 칙술루브 크레이터(Chicxulub crater)가 반지름 180km 정도다.(크레이터의 크기지 운석의 크기는 아니다.)[14] 물론 이리듐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지각에서는 매우 희박한 이리듐이 지구 내부 깊숙한 곳에서는 흔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운석 충돌뿐만 아니라 화산 폭발에 의해서도 이런 이리듐 대량 방출이 가능하다고 보는 학계도 있다.[15] 예를 들면 우선 판게아의 생성으로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떨어져 나온 거대 메갈라스들이 맨틀 내부로 내려와 핵과 충돌한 까닭에 외핵의 대류에 이상을 가져와 지구의 자기장이 약화되어 우주선에 노출된 탓에 빙하기를 불러왔고, 외핵 대류 이상은 맨틀 대류에도 영향을 미쳐 맨틀 열점이 동시다발적으로 치솟게 하고 초대륙이 형성되어 맨틀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곳으로 모이게 해 메탄가스 등의 유독성 물질들을 내뿜는 막대한 화산 활동을 발발케 하여 무산소증 및 엄청난 온난화가 초래되었다거나.[16] 석탄이나 나무 등을 연소시킬 때 매우 미세한 가루 형태로 공중에 떠다니는 재를 말한다. 납•카드뮴•아연 등의 중금속성분은 물론 휘발성이 낮은 유기성 오염물질 (일부 다이옥신류)이 잔존한다.[17] 이때 삼엽충은 프로에투스목 한 개의 목만 생존하고 있었다.[18] 조개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 지금도 일부가 살아남아 현존한다.[19] 목 단위에서 11개나 멸종했다. 백악기 대멸종에서는 단 1개의 목도 멸종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20] 특히 석탄기 즈음 등장한 원시 곤충들(즉 석탄기의 거대한 곤충들)이 중생대 이후에는 다양성이 급격히 줄 정도로 피해를 많이 받았다.[21] 크테나칸투스목(''Ctenacanthiformes'), 히보두스목, 크세나칸투스목. 크세나칸투스목은 담수에서 번성했고 크테나칸투스목은 바다에서 번성했으며, 히보두스목은 상대적으로 적었다.[22] 여기서도 끈덕지게 살아남은 은행나무 종들은 신생대에 매개 동물이 멸종하면서 궤멸적인 타격을 입는다. 북미의 은행나무는 700만년 전, 유럽의 은행나무는 250만년 전에 멸종하는 등 꽤 최근에 절멸한 분류군이며, 동아시아의 은행나무만 인류라는 새로운 매개 동물이 나타날 때까지 끈덕지게 버티다 겨우 살아남은 것. 이러한 이유로 현재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이라는 해괴한 분류를 보여주는 생물이다.[23] 1문 1강 1목 3과만이 현존하고 3과 중 소철과에는 1속만이 현존하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해괴한 분류를 보여주는 생물이다. 그나마 종 분류는 단독 1종 뿐인 은행나무와는 다르게 약 160종이 존재하고 나머지 2과에 있는 속과 종까지 포함하면 그래도 꽤 있기에 상황은 좀 낫다.[24] 대표적으로 고사리.[25] 바퀴벌레, 사마귀, 흰개미 등의 공통조상이다. 바퀴벌레는 백악기에 출현했다.[26] 종 자체가 워낙 많아서 살아남기는 했지만 이쪽도 어마어마하게 죽어나갔다. 이들이 가까스로 생존하여 오늘날의 은상어, 상어, 가오리가 된 것이다.[27] 이 대멸종 때문에 육기어류가 쇠락했다.[28] 공룡, 익룡, 악어의 선조들.[29] 그래도 트라이아스기 초기에는 최대 크기의 육상 동물이기도 했다. 이보다 큰 동물들은 환경 변화에 취약해 모두 멸종했기 때문이다.[30] 최대 95%로 보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