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
1. 개요
A Modest Proposal《걸리버 여행기》로 유명한 조너선 스위프트가 1729년 쓴 수필.
정확한 이름은 겸손한 제안 : 아일랜드 빈민층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나 국가에 부담이 되는 것을 예방하고, 그들을 공공사회에 유익한 존재로 만들기 위한 제안[1]이다.
2. 상세
아주 길다. 아일랜드 빈민층은 아이를 내다팔고 영국이 그걸 수입해 먹으면 기근이 해결된다는 엄청 극단적인 내용이다. 정리하면이럴 바에 다 죽을 테니 소수를 희생시켜 다수를 살리자. 아일랜드에서 수출품은 감자뿐이고 감자도 지금 흉작이니, 갓 낳은 아기를 잉글랜드에 수출하는 게 어떻겠냐. 진미 좋아하는 귀족들에겐 이만 한 고기가 없을 테고, 아기 하나 가지고 최소한 3인분의 고기가 나올 테니 만찬으론 그만이다. 내가 알기로는 겨울에 아기를 갈라 소금에 절여 눈속에 식히고, 후추를 좀 뿌리면 최고의 진미가 된다더라. 이렇게만 하면 아일랜드 빈민들의 식량문제가 해결되고 그와 동시에 아일랜드 놈들을 죽이고 싶어하는 영국의 문제도 해결 된다. <이하 생략>
원문에는 번식용으로 남겨두는 아이의 성비를 몇대 몇으로 유지하자는 등 구체적인 계획까지 실려 있다(!).이런 글을 쓴 이유는 쫄쫄 굶는 아일랜드 서민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안 해주는 현실을 비꼬기 위해서다. 스위프트는 아일랜드인은 아니고 잉글랜드계 신교도었지만 아일랜드 출신인 데다가 자신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 라퓨타편에서 라퓨타에 항거해 독립을 쟁취하는 린달리노(Lindalino)라는 도시를 통해 아일랜드의 독립을 간접적으로 주장하다가 초판에서 편집당한 전적이 있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잉글랜드인들이 아일랜드에 살았고, 이들은 신교도들로 아일랜드인들과는 실제로는 별로 섞이지 않았다. 1922년 아일랜드 대부분이 독립한 후 이들은 거의 다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잉글랜드계 혈통임에도 아일랜드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놀라운 부분.
이런 관점에서 다시 앞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해보자면 "아일랜드 사람들 다 죽게 생겼다. 이럴 바엔 차라리 죽여라 영국놈들아."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며 위에서 언급한 걸리버 여행기와 더불어 블랙 코미디의 원조다. 파격적인 내용 덕분에 현대에도 많이 인용되는 수필이기도 하다.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 상황을 풍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나, 저작 연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00년 전에 나온 글이다. 다만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나아질래야 나아질 수가 없는 관계를 설명하는데 좋은 글이긴 하다. 그리고 이 글이 쓰인 뒤에도 아일랜드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실제로 100년 뒤 대기근 때는 진짜로 사람을 수출(?)하기 시작했다.[2] 이것 때문에 아일랜드 인구는 기근전 900만 명에서 절반넘게 이민가거나 아사해버려서 현재에도 아일랜드섬 전체의 인구는 600만 명을 간신히 넘긴다. "셋 중 하나는 죽고, 하나는 이민가고, 하나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그 대신 100년 뒤에 엄청난 인생역전을 이뤄냈다.
3. 여담
잭 톰슨의 겸손한 게임 제안은 이 수필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책 내용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정말 블랙 코미디를 위해서 인지 엉뚱한 표지 그림을 단 출판물이 존재한다.
[1] A Modest Proposal: For Preventing the Children of Poor People in Ireland from Being a Burden to Their Parents or Country, and for Making Them Beneficial to the Public[2] 물론 고기가 아니라 노동력. 주로 미국으로 향했다. 당시 아일랜드 상황이 개판 5분 전, 아니 개판 5분 후이긴 했지만 뉴욕행 3등석 증기선 표 정도는 어찌저찌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3등석이라는게 24시간 소음에 시달리는 창고 수준이라는게 문제였지... 일설에는 당시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보다 싸게 일했다고 하며, 그래서 '하얀 흑인(White nigger)'이라는 멸칭으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