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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신권정치제(神權政治制, Theocracy) 또는 신정제(神政制)는 통치자가 신 또는 신의 대리자로 간주되어 절대적 권력으로 인민을 지배하는 정체이다. 근대 초기까지 인류의 모든 문명권에서 행해졌다.신(神)이나 종교적 원리에 의해 통치가 이루어지는 정치 형태다. 파라오가 호루스의 화신이었던 고대 이집트처럼 왕이 신으로 숭배되거나 신의 대리자 또는 종교적 원리를 해석할 권위를 가진 사제나 성직자들이 국가를 통치하는 형태(대표적인 예로 이란의 라흐바르)로 나타난다. 제정일치 문서도 참고할 것.
2. 설명
영어 단어 "theocracy"의 어원은 코이네 그리스어로 "θεοκρατία(신의 통치)"인데 그리스화된 유대인 저술가 플라비오스 요세포스(요세프 벤 마티트야후)가 기원후 1세기에 저술한 《유대 전쟁사》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종교화된 유대 국가의 특이성을 가리키기 위해 만든 용어였다. 요세포스가 보기에 인간의 정치 체제는 군주정, 과두정, 민주정으로 보통 분류할 수 있지만 유대 국가는 이 셋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특이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국가에서 주권자는 개인도 집단도 민중도 아닌 신이었고 신의 말이 곧 법이었다.이 용어가 프랑스와 독일의 계몽주의 시대와 헤겔의 저작들을 거치면서 의미가 점점 확장되어(성서 시대의 이스라엘 국가 등) 19세기 초에는 현대와 동일한 "종교적 집단이 공적, 정치적 권력을 갖춘 정치체제"로 완전히 정착되었다.
3. 유사 개념
비슷하지만 다른 것으로는 종교 국가가 있는데 종교 국가는 국교가 정해져 있고 정해진 국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는 하지만 꼭 성직자나 종교인에 의해 통치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는 세속 국가가 있다.국교가 있다고 해서 신정제인 건 아니며 성직자가 신권을 내세우며 통치하는 경우 또는 신격화된 통치자에 의한 지배가 신정제다. 예를 들어 사우디 아라비아는 국교가 이슬람이지만 국왕은 종교지도자가 아니고 신격화되지도 않으므로 신정제가 아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에끌레시아키(Ecclesiarchy)가 존재하는데 이 용어는 중세 그리스어로 교회를 일컫는 에끌레시(εκκλησία)와 통치를 일컫는 아크(αρχ)의 합성어다. 미리엄-웹스터 사전(영어) 해석하면 교회 정치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1] 에끌레시아키는 종교가 통치 이념이라는 점에서는 테오크라시와 같지만 다른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는데 테오크라시는 일종의 대표[2]의 존재를 용인하는 반면 에끌라시아키는 절대군주가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성직자들이 민주적인 절차로 합의를 이끌어내며 통치한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즉, 테오크라시가 교황을 신의 대리인으로 본다면 에끌레시아키는 신의 대리인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 통치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잘 안 쓰이는 편인데 그 이유는 실제로 그런 나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결국 칼리파라는 대표자를 선출했고 가톨릭 교회도 알려져 있다시피 대표자로 교황을 선출하며 그 외 종교들도 대부분 똑같이 대표자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바티칸의 정치체계는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이 단순히 선대가 후계자를 직접 지정하는 전제군주제의 방식이 아니라 콘클라베라는 과두정적인 기관을 거쳐서 선출하는 만큼 어느 정도 에끌레시아키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왕권신수설은 신권 정치가 아니다. 왕권신수설은 지배자가 신에게서 권력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할 뿐 반드시 종교적 원리나 교리에 입각해서 통치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왕권신수설을 신봉했던 절대왕정의 국왕들은 수많은 정부(情婦)를 두고 종교적인 경건함과는 반대되는 난잡한 사생활과 화려한 파티를 즐겼다. 그러나 지배자가 신에게서 권력을 부여받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배자 본인이 스스로 종교적으로 신으로서 숭배받는 신격화(God-king, Imperial cult)는 명백히 신권정치다.
4. 목록
4.1. 현재
- 교황령 → 바티칸 - 국가원수인 교황은 80세 미만 추기경들이 콘클라베라는 선거로 선출하는 선거군주제이면서도 동시에 전제군주제, 그리고 군주가 가톨릭의 수장이라는 종교 국가의 특성상 신정제에 해당하는 특수한 정체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바티칸은 세계 유일의 선거 • 전제군주제 국가다.
- 이란 - 이슬람 성직자인 라흐바르(최고지도자)가 국가원수로써 실권을 잡고 있으며, 신의 대리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통령보다 지위가 높다. 실제로 이란의 라흐바르는 대통령 인준과 해임권, 그리고 군사령관 임명권 등을 갖고 사실상 모든 국가정책을 최종 결정한다. 심지어 정부가 통과시키는 어떠한 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리고 라흐바흐는 12명으로 구성된 혁명수호위원회라 불리는 이슬람 종교회의체를 총괄하며 감독한다.
-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 - 민간 정부가 탈레반에게 전복된 이후 국가를 장악한 탈레반에 의해 아프간 전쟁 이전의 신정 체제로 회귀했다.
- 아토스 - 그리스 동북부에 위치한 반도 지역으로 그리스의 영토에 속해 있지만 일종의 자치 지역이다. 실질적 정치 체제는 신권정치 구조로 아토스 내 수도원의 대표들로 구성된 기관이 행정을 담당한다. 정교회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가 관할하고 있다.
4.2. 과거
- 하스몬 왕조 - 유대교 대제사장 가문이 세운 나라라서 국왕이 대제사장을 겸하는 신정 국가였다. 이전의 이스라엘 왕국과 유다 왕국, 이후의 헤로데 왕조는 국왕과 대제사장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정 국가는 아니었다.
- 주교후국
- 기사단국
- 칼리파국(Caliphate) - 칼리파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계자다.
- 초기 사파비 제국 - 창시자인 이스마일 1세는 사파비야라는 시아파 수피 교단의 교주였지만 백양 왕조를 전복한 후에는 신비주의 성향의 사파비야 교단 대신 12이맘파를 국교로 했다.
- 이맘국
- 장 칼뱅 치하의 제네바
- 울리히 츠빙글리 치하의 취리히
- 데저릿(State of Deseret) - 과거 유타 주, 와이오밍 주, 네바다 주 등지에 세워졌던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의 신정국가. 정치 지도자 브리검 영은 교회 회장이기도 했다.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에서는 당시 브리검 영의 지시를 따라 서부로 이동하였고 솔트레이크 시티를 기준으로 주변 지역에 세를 넓혀가고 있었다. 정착이 안정된 1849년부터 50년 사이에 존속하였으며 브리검 영은 해당 지역 일부가 유타 준주로 편입된 후에도 한동안 교회와 정치 지도자 역할을 겸임했다. 다만 이후 미국의 뷰캐넌 대통령에 의해 후기성도가 아닌 준주지사가 선임되며 신정정치는 끝났다.
4.3. 제안 또는 무산
- 벡타쉬 교단의 주권 국가 - 알바니아 총리 에디 라마가 벡타쉬 교단의 세계총본부를 중심으로한 영토를 기반으로 독립을 제안했다.
- 진리국 - 옴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를 중심으로 건국 시도된 종교국가. 아사하라가 경찰에 검거되고, 교단이 해체되면서 무산되었다.
4.4. 신격화
왕권신수설의 사례와 단순한 칭호인 경우는 기재하지 않으며 진지하게 지배자 본인이 신이나 초월자를 자처하거나 그렇게 숭배받은 사례만 기재한다.- 동아시아
- 일본계 국가
- 야마토 왕권 ~ 헤이안 시대 일본 - 오오키미[3] 및 천황들은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후예이자 아라히토가미(현인신)으로서 숭배받으며 통치했다. 다만 헤이안 시대 중기에는 외척인 후지와라씨에게 실권을 빼앗겼고 후기에는 황실이 권력을 되찾았으나 전임 천황이 살아서 현임 천황을 압도하는 권력을 휘두르는 기묘한 체제가 형성되었다. 이후 타이라씨에 의해 무가정권인 헤이케가 수립되면서 고대 일본의 신권정치는 막을 내렸다.
- 일본 남조 - 같은 시대에 공존한 북조가 무로마치 막부의 허수아비였던 것과 달리 남조는 천황이 실권을 가진 신정 국가였지만 결국 북조의 주도하에 남북조통일이 이뤄지면서 전근대 일본의 신권정치는 완전히 막을 내리고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무가정권이 지속되었다.
- 일본 제국 - 국가적으로 천황이 현인신임을 진지하게 주장했었다. 그리고 일제는 그러한 천황을 중심으로한 국가신토에 기반하여 통치된 신정국가였다. 헌법에 천황을 주권자로 명시했으며, 일본군은 내각의 통제에 따를 의무 없이 오직 천황에게만 충성할 의무가 있는 군대였다. 결국 패전 이후에는 천황이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인간선언이 이루어졌고 1947년에 일본국 헌법이 제정되면서 천황의 정치권력이 완전히 박탈되고 정교분리가 실현되었다.
- 태봉 - 궁예가 미륵불을 자칭했다.
- 티베트 - 티베트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숭배받는 달라이 라마가 군주로서 통치하던 나라였다.
- 복드 칸국 - 달라이 라마처럼 환생하는 활불인 젭춘담바 후툭투를 칸으로 추대했다.
- 태평천국 - 건국자인 홍수전이 상제의 아들이자 예수의 친동생임을 자처했다.
- 동남아시아
- 아프리카
- 아메리카
참고자료(싱글벙글 신으로 추앙받는 사람)[6]
5. 대중매체에서
- Blasphemous 시리즈 - 쿠스토디아: 타 국가와는 단절되어 있으며 '기적(The Miracle)' 이라는 가톨릭 비스무리한 유일신을 믿는 종교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정국가다. 교회의 수가 인구수의 두 배라고 하며, 쿠스토디아의 국민들은 매일 기도와 참회하는 삶을 강요받았고 종교에 의한 공포와 억제에 시달리는 삶을 보냈다. 종교에 의한 공포 정치는 절대적이어서 아주 작은 죄라도 극형에 처해졌으며 종교지도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국민의 질서와 단결을 유지하였고, 국민들은 이러한 고난조차 신이 내린 축복이라 여겼다. 이러한 극단적인 신정체제로 인해 폭력과 희생이 만연하다.
-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 신성연방
- 듄 시리즈 - 레토 아트레이드 2세 치세의 제국
- 벽람항로 - 아이리스 교국: 현실의 프랑스를 모티브로 했지만 강경한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현실의 프랑스와 달리 교황이 군주인 신정국가이다. 설정상 메탈블러드의 침공 이후 아이리스 리브레와 비시아 성좌라는 두 세력으로 갈라졌다가 통합되었다.
-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 - 게임업계의 4대 국가들: 신들이 직접 통치한다.
[1] 실제로는 정확한 번역명이 없다. 후술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체제의 국가가 없다 보니 워낙 안 유명한 단어라 번역명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만 후술할 미리엄-웹스터 등 영문 사전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단어다.[2] 교황, 칼리파 같은 존재[3] 덴무 천황 이전까지 야마토 군주들이 사용한 칭호이며 이전까지의 천황들은 당대에는 오오키미라고 불렸다가 덴무 천황 및 후대 천황에 의해 천황으로 추존되었다.[4] 데바(신) + 라자(왕)[5] 시대에 따라 명칭이 달라졌다.[6] 주로 문서에서 언급된 신권정치의 사례들이 많다. 다만 북한의 경우 아무리 근현대 공화정 국가 중 지도자 우상화 수준이 가장 극단적이라고 해도 공식적으로 지도자를 신으로 언급하지 않았기에 언급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