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칼날을 보호하기 위해 칼의 몸(도신)을 꽂아 넣어 두는 물건
라틴어 | Vagina[1] |
영어 | Scabbard, Sheath[2] |
일본어 | 鞘(さや) |
일반적으로 알려진 도(刀), 검(劍), 작게는 부엌칼이나 과도 등에도 칼집이 따라붙는다. 특히 전자의 두 가지의 경우 칼집이 없으면 매우 위험하다.
여기서 칼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공격이나 방어를 하는 기술을 발도술이라고 한다. 매체에서는 마치 굉장한 위력의 필살기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호신용 혹은 암습용으로 발달한 기술이다.
간혹 칼집과 칼로 쌍검술을 선보이거나 칼집째로 두들겨 패서 불살을 실천하는 캐릭터도 심심하면 한번씩 보인다. 하지만 역으로 칼집을 가지고 때려도 칼로 베는 것만큼의 위력을 가지는 경우도 보인다. 물론 저렇게 칼집으로 때리는 건 당장 칼이 손안에 없거나 칼을 뽑을 여유조차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나 쓰는 거고, 계속해서 칼집으로 때렸다간 칼집에 무리가 가서 나중엔 칼집이 뒤틀어지거나 깨져서 못 쓰게 된다.
칼집 역시 칼 만드는 이가 제작을 하거나, 전문 칼집 제작자에게 칼을 보내 만드는데 이는 칼이 정확히 수납이 되어야 칼의 수명이 오래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칼을 보수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칼집을 다시 제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칼집은 검을 뽑을 때 칼날과 칼집 내부가 닿지 않아야 한다. 칼날과 칼집 내부가 닿을 경우, 칼날에 마찰이 생겨서 칼날이 손상되거나, 급히 발도해야 하는 상황에 칼날이 칼집 내부에서 걸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알비온 소드사의 경우 칼보다 칼집 가격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칼집은 보통 가죽이나 나무로 만들지만, 금속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칼집이라도 이동하거나 검을 뽑을 때, 칼집과 칼날이 부딪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때 금속제 칼집은 칼날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고 무겁다는 문제도 있어서 주류가 아니며 연철이나 황동,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그러나 비금속제 칼집이라고 순수하게 가죽이나 목재만을 칼집 제작에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칼막이와 칼집이 부딪히는 부분인 칼집의 상단 부분은 우각 등의 단단한 재료를 써서 칼집의 파손을 막는다. 매체에서처럼 납도할 때 철컥 하는 소리를 내겠다고 칼집에 검을 강하게 때려넣다시피 하면 이 부분이 망가지는 수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소리가 나지 않게 부드럽게 납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오늘날 단검용 칼집(Sheath; 쉬스)의 경우 보통 가죽 같은 전통적인 천연소재나 나일론, 카이덱스 등의 합성소재로 만든다. 특히 카이덱스는 꽤 튼튼하면서도 열성형이 매우 자유로워, 칼에 헐겁지 않게 딱 맞으면서도 손에 약간의 힘만 주면 수월하게 넣고 뺄 수 있는 실용적인 쉬스를 만들기 적합하다.
일부 대중매체에서 하는 것처럼 칼을 닦지도 않고 이물질이 묻은 상태로 칼집에 납도하면 칼날이 녹슬고, 칼집도 내부에서 썩어서 칼과 칼집 모두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검술에서는 검을 칼집에 넣기 전에 칼날을 닦고 넣도록 지도한다. 검술 뿐만 아니라 검을 관리하는 기법도 발달한 일본의 경우, 하카마나 종이 혹은 헝겊 등에 칼날을 닦는 동작 후에 납도 하도록 한다. 치부리라 해서 칼날을 터는 동작이 유명하지만, 사실 이 동작은 칼날과 칼자루의 이음못이 파손되었나 점검하는 동작이다.[3] 다만 정말 잘 만든 검이라 피가 잘 묻지 않는 경우라면 이 정도만 해도 되긴 하다. 다만 간지난다고 한 번 터는건 무리고 서너번 하는게 칼에게 좋다.
대중매체, 특히 게임이나 영화에서 자주 묘사되는 요소로 등장인물이 장검을 등에 매거나 일본도를 X자로 교차하여 매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나 실제 역사에서 칼집을 등에 매고 다닌 역사는 전쟁사에 존재하지[4] 않았다.[5] 전장에서 쓰인 도검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등에서 뽑기 힘들었고, 빠르게 뽑아 대응하거나 이동 편의를 위해서는 허리춤에 패용하는 것이 가장 편했다. 등 뒤에 패용했다간 뽑다가 실수로 목이나 등을 베이거나, 배후의 적에게 기습이나 무기 탈취를 허용할 우려도 컸다. 무엇보다 검은 주무장으로 널리 쓰인 게 아니었으므로, 활이나 창 등의 주무장을 들거나 매기 위해 검은 허리에 패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칼집이라고 해서 검 보관용 칼집만 있는 건 아니다. 일본의 경우, 나기나타나 야리용 칼집도 제작한다. 보통의 도검류가 '칼집에 칼을 넣는' 느낌이라면, 이 쪽은 장병기라는 특성 상 '날에 칼집을 씌우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보통은 이쪽은 천으로 날을 꽁꽁 싸서 보관하는 쪽이 더 편하고 비용도 적게 들어 흔히 쓰지는 않는 편.
흔히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칼집을 버리다"라는 관용구가 있는데, 다시 검을 집어넣을 일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전투에서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우는 것을 의미한다.[6]
전설로 내려오는 명검에는 칼집에도 영험한 기운이 있다는 전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서 왕의 검 엑스칼리버의 칼집은 그 검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였는데, 이는 칼집이 검의 부식을 막아줄 뿐더러, 소유자가 칼집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그는 결코 상처를 입는 법이 없다고 전승됐기 때문이다. 이런 '명검에 맞는 영험한 칼집' 이야기는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고른 2세가 그의 명검 안두릴의 칼집을 켈레보른과 갈라드리엘에게 선물받는 과정에서 "이 칼집에서 뽑은 칼은 녹슬지 않을 것이며 설혹 싸움에서 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부러지지 않을 거예요." 라고 갈라드리엘이 칼집에 대해 말하는 장면으로 오마주 된다.
2. 요리를 만들 재료에 칼로 베어서 낸 진집
보통 소시지 요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칼집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요리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소시지나 특정 생선 등은 조리하면서 껍질이 오그라들고 살 속에서 김이 새어나오기 때문에 칼집을 내지 않고 조리한 경우에 껍질이 터지고 살이 제멋대로 으스러지게 된다. 두꺼운 재료인 경우도 마찬가지. 이것을 막기 위해 미리 칼집을 넣어두는 것으로, 비스킷에 미리 구멍을 내어두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두꺼운 식재료를 빨리 그리고 골고루 익힐 수 있고 간을 잘 배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오징어 살을 요리할 때 격자형으로 칼집을 넣기도 하는데, 이는 살이 익으면서 수축할 때 동그랗게 말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생선회에서도 칼집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잔뼈가 많아 일일이 발라내기 힘든 생선일 경우 사용한다. 칼집을 넣어 잔뼈를 자잘하게 끊어 통째로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이를 세꼬시라고 한다.
칼집을 통해 식재료의 즙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칼집을 내어 식재료 맛이 상하는 일은 없다. 즙이 빠져나가도 상관 없는 요리법이거나 즙이 빠져나가지 않는 요리법에서 주로 칼집을 내기 때문이다.
[1] 질은 사실 "칼집처럼 생긴 기관"이란 뜻에서 유래됐다. 성염 교수의 <고전 라틴어>에는 Vagina Ferrum Erepuit이란 예문이 실려 있는데, "칼집에서 칼을 뺐다" 라는 뜻이다.[2]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Scabbard는 목재로 만든 우드코어 위에 가죽을 씌우거나 옻칠로 마감을 한 도검의 칼집, Sheath는 우드코어가 없이 카이덱스나 가죽으로만 만든 칼집을 가리킨다. Scabbard와 Sheath의 가장 큰 차이는 우드코어의 유무이다. 즉 현대의 EDC나 택티컬 나이프용 칼집은 대부분 Sheath라 할 수 있다.[3] 창작물에선 이렇게만 한 뒤 납도하는 식의 연출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칼날에 이물질이 묻는 것 자체가 잘 표현되지 않는다.[4] 유사한 물건을 메고 다닌 경우는 있다. 클레이모어를 슬링이라는 가죽끈+짧은 주머니에 넣어 등에 메고 다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칼집이라기 보다는 휴대하기 편한 일종의 어깨끈 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5] 징비록에서 일본측이 등에 칼을 멘 모습이 햇빛에 반짝였다는 기록이 있긴 하다.[6] 마법천자문에서 천세태자가 대마왕을 봉인하기 위해 나섰을 때 천왕보검의 칼집을 던지는 연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