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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공기와 빛이 알맞게 통하고 여러 용도에 따라 제작되는 조선의 모자 패션은 파리 사람들이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
샤를 바라, 프랑스의 민속학자
샤를 바라, 프랑스의 민속학자
한국에서 발생한 전통 머리쓰개를 통틀어 이르는 말. 비싼 금부터 각종 금속, 비단, 천, 대나무, 동물의 털, 가죽, 풀, 종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다. 한자로는 관(冠), 입(笠), 모(帽), 건(巾), 회(盔) 등으로 부른다.
관(冠)은 주로 지위와 벼슬을 나타내기 위해 쓰는 것이며[1] 재질이 다양하고 모양이 화려하다. 입(笠)은 대나무 죽(𥫗) 부수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나무나 갈대 등으로 만든 삿갓이나 패랭이를 뜻한다.[2] 모(帽)는 건과 마찬가지로 천인데,[3] 머리에 두르는 띠에서 기원하여 나중에는 덮는 형태까지 발전한 게 건(巾)이라면, 모는 관에 가깝게 더 변형된 것이다.[4] 건과 관사이가 모라고 보면 되며, 일상과 격식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것이기에 현대어 모자(帽子)가 여기서 나왔다. 여성은 머리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가리는 천을 모자아래로 늘어뜨리는 풍습이 세계곳곳에 공통적으로 있는데,[5] 이를 한국에서는 너울이라 부른다. 회(盔)는 본래 쇠그릇을 뜻하는 말로서 머리에 쓰는 투구, 즉 헬멧을 뜻한다.
현대인들에게 갓을 묻는다면 대부분 흑립을 떠올릴 것이다. 때문에 "갓=흑립"이란 개념으로 정리되곤 하는데, 명확히 하자면 갓은 특정 의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 의류 양식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명칭이다. 따라서 갓=모자, 다시 말해 모자의 순우리말이 갓이라고 정리하는 것이 알맞다.
2. 역사
고구려 약수리 고분 벽화 |
고구려 감신총 벽화 |
둔황 석굴에서 발견된 신라 사람 (맨 왼쪽) # |
둔황 석굴 오대산도 고려(발해)왕사 |
갓의 시초는 의외로 삼국시대부터 유래하였다.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신라 입형백화피모 모자나, 고구려 감신총 벽화에 등장하는 패랭이를 쓴 인물들이나, 원성왕이 꿈에 복두를 벗고 소립을 썼다는 삼국유사의 기록 등, 여러 자료들을 통해 갓의 존재시기와 기원을 추정할 수 있다.
개화기의 말총모자 광고 |
개화기에는 서구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말총으로 서양의 실크햇을 모방해 만든 말총모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세기 초반 무렵부턴 중절모가 갓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광의의 갓(립)은 모자 부분과 챙(양태)으로 이루어진 쓰개를 이르는 말로 삿갓, 패랭이 등도 포함하는 개념. 초기의 갓은 방립이라 하여 모자 부분과 챙의 구별이 희미하였으나, 챙이 생기면서 패랭이가 되었고, 짚으로 만들던 패랭이를 말총으로 만들면서 우리가 흔히 아는 갓, 흑립이 탄생하였다. 실제로 갓은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갓" 하면 "흑립"만을 의미한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조선시대 양반용 갓"에 대한 정보를 보려면 해당문서 참고.[6]
3. 구조
조선시대 갓 변천사 (아카이브) |
형태, 구조, 제작 방법이 단편적이지 않고 매우 다양한데, 이러한 원인은 자생적인 전통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재료로는 대나무, 짚, 말총 등을 주로 쓰며 가느다란 실들로 만든 뒤 하나하나 섬세하게 꿰어서 만든다. 조선시대에 중인 이상 계급이 대표적으로 썼던 흑립을 보면 그 형태를 잡기 위해선 꽤나 부지런해야만 다룰 수 있는 물건임을 알 수 있다. 여담으로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방립, 정자관 등 "모자"보단 "관"을 겸하는 경우는 계급과 위엄을 나타내려는 성격을 가지고있다.
삼국시대까지 주로 대나무나 가죽으로 만들던 모자들은 고려부터 몽골제국으로 인해 목장들이 늘어나 말총(말의 꼬리털)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흑립을 비롯한 다양한 모자들이 말총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말총은 매우 가볍고 의외로 질기고 오래가기 때문에 "가볍게 쓰고다니는 물건"으로서는 매우 편했다. 몇몇 갓들 처럼 사람보다 넓은 경우에도, 현대에 사용하는 어떤 모자보다도 가벼운 느낌이 든다.
갓은 수제작임과 동시에 예술품으로도 속하다 보니 꽤나 비싼 물건이었다. 거기다 말총으로 만들어서 자칫하면 모자가 꺾이거나 물에 젖어 풀어질 수도 있었기에 관리하기 까다로운 물건이다. 그렇기에 갓집, 혹은 갓통이라 부르는 갓 보관용 수납장에 따로 넣어서 보관하거나 갓의 제작, 유지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 생기기도 했다.
흑립 뿐만 아니라 초립이나 패랭이가 나온 모습도 보면 알 수 있지만 "가장 한국적인 모자"로서 받아들여진 복식이다. 엄밀히 따지면 전모와 너울도 이러한 갓(립)의 구조에서 파생되었다. 심지어 조선시대 중기 이후 관모들도 대부분 한국 전통 구조인 갓에서 파생되었다. 그야말로 전통모자의 대표격인 셈.
장식같은 경우 모자 위에 장식을 달기도 했으나 턱 밑에서 갓을 고정하는 갓끈이야말로 갓의 장식성을 풍부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디자인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의 구슬을 연결했는데 계급별로 옥, 마노, 호박, 산호, 수정 등을 사용했고 중앙 구슬을 중심으로 좌우로 균형감 있게 장식했다.
4. 종류
4.1. 일상용 갓
- 흑립 - 가장 대표적인 양반용 갓.
- 탕건
다소 작은 관. 다른 관 형태의 갓을 쓰기 전에 쓰기도 했다. 흑립보다는 격이 낮게 여겨지기 때문인지, 사극에서는 묘하게 향리나 중인들이 쓰거나 시골 양반들(초시나 진사같은 향반)이 쓰는 물건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 망건
상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말총으로 만든 두건. 구조 자체는 동아시아식 머리두건(망건)이랑 별로 차이가 없다. 흑립을 비롯하여 각종 관을 쓰기 이전에 둘렀다. 대부분이 사용했던 물건이라서 헤진 유물이 많다. 참고로 벗어서 끌러보면 참으로 없어 보이는 모양새가 특징(…). 참고로 이마에 두르는 물건이랑 상투를 묶는 2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지는데, 위에 올린 상투 고정용 망건은 고급품일수록 코르크마개처럼 생긴 물건이 많다.
4.2. 행사용 갓
- 주립
융복에 쓰는 관리용 갓. 주로 가죽이나 종이, 천으로 만든다. 단어 그대로 붉은 색이 특징. 사진은 조우관처럼 깃장식과 두건까지 딸려 있는 걸로 보아서 예식용으로 장식한 물건. 애초에 예복에 가까운지라 저런 형태가 많다.
- 상모
풍악이나 사물놀이에서 사용하는 모자. 가죽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동아시아 전통적인 관에 가까운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전립을 축소하고 공연용 천과 장식을 추가한 물건이다.
4.3. 여성용
갓(립)에서 파생된 전통 여성용 모자들. 발생학적으로 구조와 개념이 같다는 걸 알 수 있다.4.4. 관류
관에 해당하는 물건이지만, 말총으로 만든 점이나 구조상으로는 갓에 영향을 받은 물건. 역시 전통모자의 대표격들이다.- 사방관
사다리꼴의 막대모양 갓. 참고로 모델은 정약용.
5. 갓일
갓일은 세죽사와 말총으로 갓을 만드는 기술과 과정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어 있다.갓일 |
6. 기타
-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도 점차 알려지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서양에서는 중절모와 비슷한 용도라고 해석하는 반응도 나온다. 이미지적으로 점잖은 남성용 정장 모자이기 때문에 대충 비슷하다고 볼 수는 있을 듯.#
- 19세기 서구 문물이 도입될 때에는 실크 햇이 유행하고 있었기에, 조선과 서양 양쪽에서는 탑 햇과 갓을 서로 동일하게 치환하여 생각했다. 조선을 찾은 여행객이나 선교사들의 기행문에 갓을 탑 햇의 느낌으로 묘사하거나 탑 햇을 살짝 벗어 들어(Hat tip) 인사하는 서양인에게 갓끈을 풀려 했다는 등 서로의 모자를 치환해 생각했다는 묘사가 있다.
- 실제로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페도라가 갓을 대체하는 모자로 유행했기도 하였으니, 갓을 중절모로 생각하는 것은 의외로 이치에 맞는 생각이다. 특히 두루마기+갓은 바바리 코트+중절모 조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준다.[8] 한편으로는 갓을 중절모로, 두루마기를 바바리 코트로 개조한 생활한복 디자인도 존재한다. 지금도 한복에 갓 대신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기도 하다.
- 의외로 비슷한 형태를 가진 근현대적 모자 디자인이 많다. 그러다보니 현대적인 군 제식 정복으로도 어울린다. Europa Universalis IV에서 4티어[9] 보병 스킨으로 별기군 복식이 적용되었는대,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이 호주군의 부쉬햇 같은 느낌을 준다.
-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극중 유진 초이의 미국인 동료인 카일이 '조선인들이 거리에서 모두 하나씩 쓰고 다니길래 나도 하나 사서 써봤다.'며 갓을 쓰는 모습이 나온다. 유진이 조선에선 그것을 '갓'이라고 부른다고 말하자. '갓? 조선인들은 '신(god)'과 같이 다니는군.'이라며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 2021년 2월 4일, thatgamecompany의 공동대표 중 한명인 제노바 첸이 Sky - 빛의 아이들에서 출시된 한국 전통 모자인 갓을 중국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논란을 빚었다. 관련 기사
- 2021년 10월 26일, 영국 주재 신임 대사가 영국 여왕 알현 때 갓에 도포를 쓴 차림을 하였다기사
- 2022년 2월 28일 발매된 길드워 2의 확장팩 '용의 최후(End of dragons)'에서도 갓이 묘사된다. 이 확장팩에서 추가된 칸타 지방은 중국, 일본을 비롯해 다양한 동양 국가들에서 모티브를 따왔는데, 이번 작에선 갓을 쓴 인물이나 조선 왕비 같은 복장을 한 여왕 등 한국적인 모습도 많이 나타난다.영상
7. 같이 보기
[1] 왕관, 조우관, 익선관 등이 있다.[2] 초립은 왕골 등 누런 풀로 만든 것이며, 흑립은 대나무로 만든 뒤 검게 칠을 한 것이다.[3] 모(帽)에는 수건 건(巾) 부수가 있다.[4] 문라건 등이 있다. 복두의 예에 보듯 유교 문화권에서는 기본적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이 맨 머리를 내놓고 다니는 것을 괴상하게 여겼는데, 이는 유교 문화권뿐 아니라 사실 세계 공통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불과 몇십 년전만 해도 신사가 수트를 입으면서 중절모를 쓰지 않으면 이상하게 봤다.[5] 일반적으로 상류층 여성에게만 해당되었다.[6] 엄밀히 말해서 흑립이 양반들의 필수품이던것은 맞지만, 양반들의 전유물이라곤 볼 수 없다. 당시에도 신분을 고사하고 재력만 있다면 누구나 흑립을 쓸 수 있었다.[7] 상이나 무속에서 쓰는 전통 종이꽃.[8] 드라마 도깨비에서 기존의 두루마기+갓 조합인 저승사자를 코트+중절모 조합으로 재해석하여 디자인했다.[9] 군사 레벨 26 병종에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