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11-19 16:28:36

서력기원

西曆紀元

1. 개요2. 역사3. 원년의 오류4. 표기5. 서기가 비주류 표기법인 국가6. 기타

1. 개요

예수가 탄생했다고 추정한 해를 기원(紀元)으로 하는 기년법이다. 서구문명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연호가 되었다.

2. 역사

서기가 대중화되기 이전 유럽에서는 고대 로마가 건국했다고 전하는 서기전 753년을 원년으로 삼아 연도를 헤아렸다. 라틴어로는 'Ab Urbe Condita(로마 도시가 세워진 이래)'라고 썼는데 약칭하여 'AUC'라 한다.[1]

하지만 AUC도 유럽에서 충분히 보편적인 기년법은 아니었다. 마치 동양에서 국왕의 재위년을 기준으로 연도를 헤아렸듯이, 유럽의 고문서들이나 금석문에서도 로마의 황제나 집정관, 또는 지역의 권력자가 재임했던 시기를 기준으로 연도를 설명하곤 했다.[2] AUC가 사용되기는 하였으나, 여러 방법들 중 한 가지였을 뿐이다.

서기 525년,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라는 수도자가 예수의 탄생 연도를 계산하여 서력기원의 기준을 잡았지만 대중화되지 못했다.

서기 691년부터 정교회권에서는 창세기 내용을 따져서 세계가 창조된 해라고 생각한 서기전 5509년을 원년으로 삼는 '우주력'을 사용하였고, 988년 동로마 제국키예프 공국은 우주력을 공식 연호로 채택하였다.

서기가 비로소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8세기부터이다. 앵글로색슨족 수도사 겸 학자인 가경자 베다(Venerable Bede)가 731년 즈음에 집필한 저서 <잉글랜드 교회사>[3]에서 서력기원을 사용하여 점차 퍼졌다. 이후 11-14세기쯤에는 서유럽에서 대중화되었고, 동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정교회권도 점차 서력기원으로 대체되어 1728년 우주력을 버리고 서력기원만을 사용하였다. 이후 비그리스도교권에도 퍼져 서력기원이 지구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연호가 되었다.

3. 원년의 오류

기년법은 디오니시우스가 예수가 탄생했다고 추정한 해를 기원(紀元)으로 한다. 이 해에 대해서는 1년 문서 참조. 그러나 디오니시우스가 계산한 바에 오류가 있어서, 현대 학자들은 예수가 아마 서력기원(西曆紀元) 원년이 아닌, 기원전에 출생했다고 본다. 기원전 4년이라거나 기원전 8년이라는 둥 여러 주장이 있지만, 기원전 6년 - 기원전 4년쯤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하지만 학자들도 3-4년 사이로 오차를 좁혔을 뿐 정확한 출생연도를 특정한 것이 아니거니와, 이제 와서 원년을 바꾼다면 터무니없는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므로 현재 그대로 서력기원을 사용한다.

4. 표기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기년법이므로, 아무런 표시 없이 연도를 표기하면 서력기원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아시아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연호를 사용했지만 대한민국은 서력기원을 유일한 표준으로 정했고, 자체 연호를 계속 사용하는 나라도 서력기원과 병행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권에서 기원후는 라틴어 약자인 AD(Anno Domini)[4]로 쓰고, 기원전영어 약자인 BC(Before Christ)를 주로 써왔다.[5] AD는 현재 라틴어 문장 내에서 쓸 때에는 주로 장음 표시 악센트인 마크론(¯)을 덧붙인 ‘annō Domini’로 표기하기도 하며, 영어 인쇄물이나 컴퓨터 문서에서는 이탤릭체로 입력하는 경우가 많다. Anno Domini의 뜻은 '주님의 해[年]에서'이며, 영어로는 'in the year of our Lord'로 번역한다. 과거 영어권 국가에서는 'in the year of our Lord', '(the) year of our Lord', '(in the) year of our Lord Jesus Christ(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해)'와 같은 표현이 대신 쓰이기도 하였다. 비영어권 서유럽에서도 기원후는 흔히 AD를 쓰지만, 기원전은 저마다 자국어에서 유래한 다른 약자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이전'이란 뜻으로 av. J.-C. 또는 라틴어로 AC(Ante Christum)을 사용한다.

현대 영어권에서는 AD와 BC를 CE와 BCE(Before CE)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CE는 Common Era, 또는 Christian Era의 약자인데, 일반적으로 쓰이는 Common Era라는 표현은 이 역법이 현재 종교와 지역에 무관하게 전 세계에 퍼졌다는 점을 감안해 종교적 의미를 완전히 제거한 것이다. 반대로 Christian Era는 Anno Domini 같은 특정 종교에서만 사용되는 숭배의 어감을 배제하고 '기독교의 연호'라는 뜻을 담았다. 그러나 이러한 CE, BCE는 아직까지 AD와 BC를 대체할 만큼 보급되지는 않았고 주로 학계를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중문화에서도 영어권이나 유럽에서는 CE/BCE가 AD/BC와 함께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들 문화권을 벗어나면 CE/BCE의 사용 사례가 줄어든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서력기원'이란 표현은 서양에서 온 기년법이라는 뜻이라 종교적 색채가 전혀 없기 때문에 영어권의 동향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보통은 서력기원을 약칭하여 서기(西紀)라고 한다. 서력기원 이전은 '기원전'이라고 하고, 서기 원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후 시대에 한정하여 '기원후'라고 적는 경우도 있다.[6] 기원전을 가리키는 '서기전'이란 낱말도 국어사전엔 있지만 '기원전'에 비하면 잘 안 쓰인다. 한국 개신교에서는 서적 등에서 서기 이후를 주후(主後)라, 서기 이전을 주전(主前)이라 칭한다. 한국 천주교는 한잣말을 많이 쓰는 시절에 서기를 천주강생(天主降生)으로 번역했는데, 현대에는 의도적으로 예스러운 표현을 쓰고자 하는 경우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개신교에서도 대한제국 시대와 일제강점기에 구주강생(求主降生)이라는 번역을 쓰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거의 주후(主後)가 대체하였다. 북한에서는 정말 알기 쉽게 기독교년대(基督敎年代)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도 西暦紀元(서력기원)이라고 하나, 줄임말로는 한국과는 달리 西紀(서기) 대신 西暦(서력)이라는 표현을 널리 사용한다. 일본식 발음은 세-레키(せいれき).

중화권에서는 기독기년(基督纪年), 또는 기독기원(基督纪元)이라고 하다가, 중화인민공화국에서 1949년부터 법정 연호로 채택하여 공력기원(公曆紀元)·공력(公曆)·공원(公元)이라 하였는데, 국제사회에서 공용하는 연호란 뜻으로,[7] 따라서 보편적 시기란 뜻인 Common Era와 비슷하다.[8] 그렇다고 중국어에서 서력기원이란 말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만에서는 서원(西元)이란 말도 많이 쓴다. 중국 대륙은 서력기원이 공식 연호지만, 대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5. 서기가 비주류 표기법인 국가

중화민국(대만)에서는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화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민국기년을 사용하며, 민간 부문에서도 서기에 비해 민국기년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심지어 中華民國(중화민국) 또는 民國(민국)이라는 연호를 붙이지 않고 연도만 적은 경우 디폴트 값이 중화민국 기년법인 무시무시한 나라라 서기를 병기하는 자비심도 베풀지 않는다. 따라서 대만을 장기간 방문한다면 올해가 중화민국 몇 년인지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식품 포장에 써있는 유통기한도 108. 04. 01.식으로 연도를 민국기년으로만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단하게 서기에서 1911을 빼면 OK. 현재는 민국 [age(1911-01-01)]년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탄생년도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연호를 1997년부터 사용 중인데, 우연히도 위의 민국기년과 원년이 같다. 다만 북한은 대만과 달리 '주체 107(2018)년' 하는 식으로 괄호 안에 서기 연도를 병기하는 것이 공식이다.[9] 서기를 거의 병행하는 북한과는 반대로 대만에서는 서기를 병기하지 않는 편이다. 헌데... 종교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고 매우 영향력 있는 정치가인 쑨원장제스가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대만과는 반대로, 주체사상을 강요하며 기독교를 탄압하는 북한이 오히려 서기를 병기함은 얄궂은 일이다.

일본에서는 (일부를 제외하고) 공문서에서는 천황 즉위년을 원년으로 하는 일본의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한다. 2019년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컴퓨터 시스템상으로는' 서기를 사용하되, 종이 문서로는 여전히 연호를 사용하기로 했다. 민간에는 연호를 사용하는 곳도, 서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는데 대만보다는 서기를 좀 더 사용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식품의 유통기한도 서기로 써 있고, 일본 만화나 소설 등도 원서를 보면 출간년을 연호로 표시한 책도, 서기로 쓴 책도 있다.

태국에서는 불기를 법정연호로 사용한다. 그러나 전통의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쓰는 불기보다 1년이 늦다.

6. 기타

천문학에서는 연도를 양수와 음수로 표현하기도 한다. 기원후는 양수로, 기원전은 숫자에서 1을 뺀 후 음의 부호를 붙인다. 기원전 1년은 0년, 기원전 2년은 -1년, 기원전 1000년이면 -999년. 기년법에는 0년이 없기 때문에 덧셈과 뺄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조선 헌종실록에는 1846년과 47년에 각각 어떤 이양인들이 문서를 전했다고 기록하며 그 내용을 수록했는데, 여기서 '구세(救世)'라는 명칭으로 서기를 사용했다. '救世一千八百四十六年(구세 1846년)'이라는 식이었다.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서기가 소개된 때는 1883년 11월 30일이다. 이후 일제강점기, 미군정기를 거쳐,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1961년 12월 「연호에 관한 법률」을 법률 제 775호로 개정하여[10] 이듬해(1962년) 1월 1일부터 이전까지 사용했던 단기를 법정 연호에서 폐지하고 서기를 새로운 법정 연호로 채택하여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1] 이 건국 기원도 당연히 건국 직후부터 쓴 것은 아니고 245AUC(기원전 509년 경)부터 썼다고 한다.[2] 예를 들어 A지역의 금석문에 'A지역의 로마 총독으로 아무개가 취임한 이듬해'라는 식으로 쓰는 것이다.[3] 베다는 라틴어로 책을 썼다. <잉글랜드 교회사> 역시 원제는 라틴어로 'Historia ecclesiastica gentis Anglorum'(앵글로 민족 교회의 역사)이다.[4] After Death가 아니지만 영어권 사람들도 이렇게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AD를 AC라고 하지 않음은 영어에서 비슷한 약자들이 많은 데다, 비영어권 유럽인들은 오히려 기원전(Ante Christum)과 헷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5] 라틴어로 기원전을 가리키는 표현은 고정되지 않았지만, 보통은 Ante Christum natum(그리스도 탄생 이전)이라고 쓰며, 약자로는 A.C.N. 또는 a.Ch.n. 등으로 쓴다.[6] 예를 들어 누군가 서적에서 '기원전 10년 - 5년'이라고 적었다 해보자. 여기서 5년이 기원전인지 기원후인지 헷갈리기 때문에 오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7] 중국에서는 서양에서 유래했지만 국제적으로 쓰이는 것에 흔히 공(公)자를 붙인다. 예를 들어 킬로그램이란 뜻으로 공근(公斤), 미터라는 뜻으로 공척(公尺)이라고 한다.[8] 다만, 중국에서 공력(公曆)이라는 단어는 역법으로서의 그레고리력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하므로 기년법임이 명확히 드러나는 공원을 더 선호하는 편.[9] 북한에서 공개한 명령서 등을 보면 김정은은 아예 서기만 쓴다.[10] 대외적으로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박정희)이 1961년 11월 30일 연호를 바꾼다는 문서를 정부에 보내고 12월 1일 내각에서 의결한 뒤, 2일에 행정부에서 공포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그러므로 연호법 개정은 국가재건최고회의의 포고령에 들어가지 않는다. 당시 문서를 보면 '연호에 관한 법률 공포의 건'에 서명한 사람은 대통령 윤보선, 문교부 장관 문희석(文熙奭), 내각사무처장 김병삼(金炳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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