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건

"태비(太妃) 한씨가 세상을 떠나니, 마음이 상하여 비통하기 그지없다. 태비께서는 선조 시대에 아홉 빈(嬪)에 준하는 지위에 계셨고, 상류 가문에 속하며 나의 형제를 낳으셨다. 이에 따라 어린 자식을 생각하니 슬픔이 더욱 깊다. 내일 잠시 가서 조문하며 애도할 것이니, 외부에 준비를 지시하도록 하라."

"계세(季世)에 많은 일이 있으니, 감정이 이성에 밀려 떠날 수밖에 없구나. 탁발건은 이미 요직에서 관직의 선발과 평정 업무를 맡고 있는데, 어찌 사사로운 뜻을 따르게 하여 담당 업무를 소홀히 하게 할 수 있겠는가? 황문랑(黃門郎)을 보내어 간곡히 타이르며, 왕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라. 머지않아 짐이 직접 그를 만나보도록 하겠다."

"사공 목량(穆亮)은 나이와 그릇이 본받을 만하며, 산기상시 노연(盧淵)은 능력이 뛰어나 자문을 구할 만하니, 그들을 스승으로 삼도록 하여라."

"형옥(刑獄)을 다스리는 것은 옛 현인들도 어려워한 일이니, 나라가 이미 존재하는 이상 스스로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너는 나의 사랑하는 아우이니 마땅히 그 덕을 열 배로 닦아 조종의 위업을 빛내며 깊이 생각하고 멀리 도모하여 마치 깊은 곳을 임하고 얇은 얼음을 밟는 것처럼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만약 친분에 기대어 중하게 여기며 세상의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면, 나라에는 상헌(常憲)이 있어 슬픔과 안타까움이 더해질 것이다."

"무릇 형벌이란 사람을 단속하기 위해 있는 것이므로, 죄를 벌함에 있어 남용함이 없어야 하며, 형벌이 적절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안심할 곳이 없을 것이다. 만약 반드시 위세를 통해 사람을 죽이는 것을 훌륭하다고 여긴다면, 모든 관리들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금할 필요가 있다면 어찌 올바른 법규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율령과 규정에는 새로 부임한 지방관이 함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내용이 없으며, 전례의 옛 법에도 처음 부임하여 독단적으로 위세를 부리는 것이 미덕이라 기록되어 있지 않다. 상서(尚書)가 짐의 뜻을 잘못 헤아려 황제의 법도에 참으로 해를 끼쳤다. 탁발건은 다스림에 어두워 법을 벗어나 무거운 형벌을 내렸으니, 모두 드러내어 알리도록 하라."

"전하, 최근 풍문을 듣고 곧바로 탄핵하려 하였으나, 성상께서 위임하신 뜻을 해칠까 두려웠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과거를 고치고 앞으로 잘 다스리신다면, 이 이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고치지 않으신다면, 오늘 저녁에 들은 것을 내일 아침에 폐하께 곧바로 보고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