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의

"매장에 대한 은혜는 황제의 뜻에 따른 것이거늘, 번악(籓岳, 제후)이 감히 어찌 월권하여 청원하는가!"

"백주대낮에 공적인 장소에서 어찌 도둑이 있을 수 있는가?"

"저 자리에 앉아 있는 자가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재물이 많은 자가 관직을 얻도록 하고 있으니, 이것이 대도둑이 아니겠는가?"

"지금 적이 항주(恆州)와 삭주(朔州)를 잇달아 침공하여 금릉(金陵)에 근접하고 있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는가?"

"중신(重臣)을 보내 군대를 감독하며 항주와 삭주를 수비하여 적을 막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난해에 아나재(阿那纃)가 반란을 일으켜 이숭(李崇)을 북방으로 보내어 진압하게 하였다. 이숭이 상표하여 진(鎮)을 주(州)로 개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짐은 옛 규범을 바꾸기 어렵다 여겨 따르지 않았다. 이숭의 표문을 따르지 않은 것이 그들의 불만을 키워 오늘날의 재앙을 초래하였다.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지만, 다시 논할 뿐이다. 이숭은 귀족 출신으로 명망이 높고, 지혜와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를 다시 보내고자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방법이야말로 모두의 기대에 부합합니다."

"장안(長安)은 관중(關中)의 근본이오. 지금 대군이 경빈(涇豳) 일대에 주둔하며 적과 대치하고 있는데, 만약 장안을 지키지 못하면 대군은 자연히 와해될 것이오. 그런 상태에서 나중에야 군사를 보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