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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국

1. 개요2. 단어의 성립불가능3. '전범국'의 역사적 활용례4. 관련 문서

1. 개요

전범국()은 '전쟁범죄'의 줄임말인 '전범'과 '국'(國, 나라)의 합성어로, 대응되는 외국어 없이 대한민국에서만 쓰이는데, 국가에는 범죄 능력이 없으므로 사전적으로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 형용 모순 조어이다.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표면적으로는 일본 제국 군부나 나치당 같은, 정부 또는 정부를 실질적으로 장악한 단체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중 국민들이나 휘하 장병들에게 전쟁범죄저지를 것을 권장하거나 강요하거나 명령하여 홀로코스트신멸작전과 같은 대규모의 근대적 전쟁범죄에 책임있는 자들이 지도부인 국가를 말하며, 더 정확히는 추축국, 그 중에서도 나치 독일일본 제국 및 그 후신인 현대 독일일본을 대상으로 한 멸칭으로 사용된다.#

2. 단어의 성립불가능

개요 문단에도 들어 있지만 단체는 범죄주체가 될 수 없어 '전범국' 및 '전범기', '전범기업'[1] 등 관련 단어는 성립이 불가능한 잘못된 단어이다.[2]

2.1. 형용 모순

용어가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에서 유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한국어 화자가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법리적 관점에서 '전쟁범죄+국'이라는 단어에 '개요' 문단에 적힌 것처럼 형용 모순이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가'란 주권을 가진 존재이며, '전쟁범죄'란 국제법인 전쟁법, 국제인도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행위이며 그 범위가 정해져있고, 범죄능력이 있어야 전쟁범죄자가 되며 수범자로서 다른 주권의 지배하에 있어야 범죄로 단죄되는 것인데, 이는 국가 밑에 국가가 존재하고 국가가 타 국가를 통치하여 전쟁범죄를 단죄한다는, 근대 법체계의 기본 근간을 붕괴하는 불가능한 주장이다.

국가의 범죄능력이 존재하느냐를 근현대 법학은 일관적으로 부정하며, 자연인만이 전쟁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대통령, 임금, 장교 등 권력자 자체가 곧 국가인 것도 아니다. 실제로 뉘른베르크 재판을 비롯한 각종 전쟁 관련 재판에서도, 그 어떤 근대법체계에 의한 전쟁범죄 재판에서 '국가'라는 주권 주체를 피고로 기소한 적이 없으며, 연합국에서도 독일, 이탈리아, 일본과 같은 국가 자체나, 민족 자체를 범죄 집단으로 간주한 적이 없다. 전후에 승전국 권력자들이 처리하면서 단죄한 것은 독일의 나치당 및 전쟁범죄자, 일본의 군부 및 전쟁범죄자들이고, 국가나 민족 자체를 범죄 집단으로 간주해 처벌한 게 아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성안된 UN Charter에 적국으로 규정되었지만(구적국 조항), 이것이 사문화된 조항인 건 차치하고 그 '적국'에 '전범국' 뉘앙스는 들어 있지도 않다. 하켄크로이츠 또한 이런 맥락에서 나치당이 불법화됨에 따라 같이 금기시된 것. 나치즘과 관련없이 독일 그 자체를 상징하는 상징물은 그대로 남았다. 미국이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는 이유도 단지 욱일기는 일장기, 히노마루와 같이 '일본'이라는 국가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봤기 때문이다. 다소 한정적인 의미이지만 '추축국'에 대응되는 'Axis Power(영어)' 등이라는 용어를 쓴다.

2.2. 표현의 기준

용어 '전범국'을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점은 '전범'이라는 보편적인 용어를 제2차 세계 대전의 추축국에 국한하는 점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밖의 다른 역사를 무시하고 '전범국'이라는 용어를 전세계 200여 국 가운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방공 협정에 참여한 추축국에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하술된 내용에 따라 재분류하면 이탈리아가 전범국 목록에서 제외되거나 전범국이 너무 많아지는 등으로 사람들이 '전범국' 하면 흔히 떠올리는 추축국에 가까운 이미지와 괴리가 생기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추축국 세력만 따져도 흔히 떠올리는 독이일 삼국 밖에 더 있는데, 국민 투표를 통해 나치 독일의 일부가 된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3], 태국 등도 추축국에 가담하여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전쟁 수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사실 일본과 독일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저지른 만행은 세계사적으로 놓고 보아도 손꼽힐 정도로 잔인했고 이들로 말미암아 발생한 피해 규모 역시 압도적이었기 때문에[4] 국가 차원에서 '전범'으로 불릴 여지라도 있지만, 이탈리아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5] 대놓고 제네바 협약을 위반해 포로를 학대하고 민간인 학살을 거리낌없이 저지른 일본, 독일과 달리 이탈리아는 제네바 협약을 철저히 준수했고, 연합국 내에서도 이탈리아군에 대한 인간적 평가는 상당히 괜찮았다. 물론 이탈리아도 에티오피아 전선에서의 독가스 살포나 소수민족 탄압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지만 타 추축국에 비해 비교적 소규모에 그쳤고, 이 정도 규모의 전쟁범죄에는 제2차 세계 대전의 연합국과 제1차 세계 대전을 비롯한 타 전쟁을 수행한 국가들도 엮일 수밖에 없다. 인류사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제2차 세계 대전 전후에도 침략과 학살은 빈번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전무후무한 규모를 감안해도 타 전쟁의 역사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제2차 세계 대전만 놓고 봐도 연합국의 일원인 소련의 전쟁범죄가 이탈리아보다 훨씬 악독했는데, 단지 승패 결과를 두고 소련은 '전범'국으로 분류하지 않고 이탈리아는 '전범'국으로 분류하기에는 설득력이 낮다. 대표적으로 폴란드, 핀란드, 발트 3국 침공과 카틴 학살, 전쟁 포로들을 학대하고 굴라그로 수용한 조치, 점령지에서의 집단 학살 및 강간, 그리고 동유럽을 비롯한 점령지의 정치 인사 탄압 및 강제적인 공산화 등이 소련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속한다. 또한 소련은 한국사와도 유관한데, 북한의 김일성을 옹립하여 남북분단에 기여했음은 물론이고 38선 이북에 진주한 일반 병사들도 동유럽과 만주에서 그랬듯이 한반도 민간인을 상대로 집단적인 약탈, 학살, 강간을 벌였다. 한반도에 진주한 소련군의 만행은 휴전 후의 남한에 정착한 실향민들의 증언을 통해 쏟아졌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직접 사용한 국가로서 핵 폭격으로 수만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부가적인 피해를 입었고, 독일과 이탈리아,[6] 일본 본토를 공습해 부가적인 피해를 야기했으며, 적군 시신 훼손, SS 포로 즉결 처형 등 전쟁범죄에도 관여하였다.

그나마 미국은 전쟁범죄가 대개 일선 병사들의 복수심에서 기인했을 뿐, 정부 차원에서 지시하지는 않은 점, 일제의 선공과 나치의 선전포고로 인해 원치 않은 전쟁에 끌려왔다 하는 점, 당시에 '민간인 학살' 개념이 미비해 너도나도 공습한 점, 핵 투하는 트롤리 딜레마적 성격이 있던 점 등 제 나름 정당화 여지나마 있지만, 소련은 분명히 나치의 피해국이기 이전에 폴란드와 핀란드, 발트 3국을 침략한 가해국이자 나치 정권의 1차 협조자였다. 이러한 소련은 놔두고 소련에 비하면 훨씬 신사적으로 전쟁포로와 점령지 주민들을 대우한 이탈리아에만 전범국 타이틀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술했듯이 제2차 세계 대전 시작 전에 전쟁범죄를 행한 사람들도 많은 문제점도 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예로는 아르메니아 학살을 주도한 오스만 제국(현 튀르키예)이 있고, 19세기 이전으로 회귀하면 보어인을 학살하고 세계 각지에서 침략 전쟁을 일으킨 영국, 원주민을 학살하고 명분없이 멕시코와 스페인을 침략한 미국(미멕전쟁, 미서전쟁), '노예제'라는 범죄 행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 남부연합(현 미국 동남부)도 이 분류에 들어갈 만하며, 더욱 과거로 가면 신대륙 문명들을 모조리 멸망시키고 원주민을 학살한 스페인 제국과 유라시아 전체를 쑥밭으로 만든 몽골 제국도 있다.[7]

게다가 제2차 세계 대전 종료 후에 전쟁범죄를 저지른 국가도 많다. 여러 예로 연합국 가운데에서도 식민지 독립 전쟁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을 학살한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구 열강들이 있으며, 6.25 전쟁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침공하고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북한과 역으로 이들의 민간인들도 학살한 대한민국, 한반도 뿐만 아니라 티베트유혈 점령한 후 민간인을 학살한 중국, 명분없이 베트남과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도 있고(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유고 내전 당시 보스니아인들과 코소보인들에게 인종청소를 감행한 세르비아, 서로의 포로들을 학살하고 그것을 자랑하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 가자 지구와 주변 아랍 국가들을 무력 침공하여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 있는 이스라엘, 이란쿠웨이트쿠르드 민간인을 미사일과 독가스 등으로 학살한 바트주의 이라크, 동티모르에서 수많은 학살을 저지른 인도네시아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반서방국들은 현재도 군사도발을 벌이고 주변국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한다.[8]

이처럼 인류사에서 전쟁범죄는 비일비재했으며, 이러한 역사에서 무결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인류사의 전쟁들은 악 대 악의 대결이며, 악한 면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다. 따라서 '전범국'이라는 용어를 현재진행형 국가들에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80여 년이 지난 2차 대전 추축국들/독일·일본 2개국/독일·일본·이탈리아 3개국에만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모순이다.

간혹 ‘독일(+오스트리아)’이라는 공통 분모와 세계 대전 패전국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독일 제국과 같은 1차 대전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전범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선악 구도가 불명확한 1차 대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전범국’의 기준이 얼마나 모호한지 여실히 드러난다.[9]

2.3. 군중에 호소하는 오류

언어의 사회성을 근거로 '전범국'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바가 존재하나, 일부 한국인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을 뿐, 단어 '전쟁범죄'는 국제법과 형사법체계에 의한 학술용어이고, '전쟁범죄국'이라는 단어는 법학의 논의 안에서 터무니 없기에 논의되지도 않는다.

상술된 이유들로 이 단어는 학술용어로 성립될 수 없고 이 단어의 사용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으며, 고유명사이고 다소 한정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추축국'이라는 더 널리 쓰이는 단어가 존재하는 이상은 굳이 이 용어를 고수할 이유도 없다. 그러므로 글 내에서 명확한 정의를 내리거나, 단순히 그런 말이 있다는 언급만 하는 게 아니면 논문이나 교재와 같은 학술적인 글에 학술용어처럼 사용하면 안 되며, 공영매체에서 이 단어를 사용할 때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10]

국제법상으로 '전범국'에 대응하는 외국어가 규정된 바가 없으며 이러한 용어는 한국 밖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고,[11] 외국인들은 '전범기'나 '전범국' 등이라는 표현을 생소하게 받아들인다.[12]#

3. '전범국'의 역사적 활용례

'전범국'이라는 단어가 논리상으로 성립할 수 없음과는 별개로, 해당 단어는 공식석상에서 쓰인 점이 유사한 위치에 있는 '전범기'와는 차이를 보인다. 2000년대 이전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던 '전범기'와는 달리 '전범국'은 드물게 언급된 바가 20세기에도 있으나, 여전히 이 두 단어 모두 대한민국에서만 통용되는 한계가 있다.

1946년 김구한국독립당의 의견발표에 사용한 것이 역사적 첫 활용례이다.[13]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를 때 김구의 사용례 이후에 드문 빈도로 사용되어 왔으며 1990년도부터 사용량이 증가해 지속적으로 쓰인다.

4. 관련 문서


[1] 기업은 법인이므로 범죄 능력의 존부는 학술적 논의의 대상이지만 형사형벌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없다고 보는 것이 대륙법계의 다수설이다. 별도의 논의로서 전쟁범죄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법인의 금전적 보상 책임을 강제할 수 있다.[2] 국어사전 중에는 기술주의를 취하는《고려대 한국어사전》에 수록되어 있다.[3] 추축국들의 유고슬라비아 침공 후에 추축국의 괴뢰국으로 세워졌다.[4] 자국 피해를 제외하더라도 나치가 일으킨 유럽-대서양 전역에서 약 4,000만 명, 일제가 일으킨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약 3,00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이러한 피해규모는 세계사상 두 번째로 참혹한 전쟁인 제1차 세계 대전의 각각 3배, 2배를 상회한다. 즉, 나치 독일은 6년 동안(1939~1945) 1차 대전을 3번, 일본 제국은 8년 동안(1937~1945) 1차 대전을 2번 일으킨 정도의 인명피해를 야기했다.[5] 문서 전반부에서 '전범국' 표현이 주로 일본과 독일을 향한 멸칭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이탈리아 왕국과 현대 이탈리아의 존재감이 양국보다 약하기 때문이지, 한국 대중들이 이탈리아의 전쟁범죄가 보다 경미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이 아니다. 존재감으로 인해 전범국 담론에서 자주 빠질 뿐,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언급되면 전범국 분류에 항상 포함된다.[6] 동서양 불문하고 독일과 일본에 비해 이탈리아 본토 공습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탈리아 반도도 1943년까지 대대적으로 미군과 영국군의 공습을 받았고 민간인 피해자도 다수 발생했다.[7] 특히 몽골 제국의 정복전쟁으로 13세기 당시 전세계 인구의 약 10% 이상이 증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수치는 제2차 세계 대전조차 비교할 바가 못 된다.[8] 특히 북한과 러시아는 이러한 성향이 두드러진다. 북한에서는 정전 이후에도 온갖 대남 군사도발을 벌이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꾸준히 인명피해를 야기했고,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인다. 중국은 서방을 대상으로 각종 사보타주 행위를 벌이고 불량정권 북한을 도와주며 자국민 인권을 탄압하고 수시로 대만 침공 가능성을 암시하듯이 평화를 위협하는 불량정권의 면모를 보이지만 21세기 들어 군사행동을 벌여 주변국 시민들을 살해한 바는 아직 없기에 북한, 러시아와 완전한 동격으로 볼 수 없다.[9] 일례로 독일을 두고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벌인 ‘전범국’이라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전범국’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1차 대전은 독일이 일으킨 전쟁도 아니다.[10] 역덕들 가운데에서도 용어 사용에 민감한 부류는 오히려 이러한 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11] '전범국'을 굳이 영어로 번역하면 'War Criminal Country' 정도로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용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있다고 해야 한국어 번역체일 뿐이다.[12] 실제로 한 일본의 기자도 '욱일기는 해상자위대의 자위함 깃발로 사용돼 세계 각국에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전범기’ 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사 이 사람은 망언을 자주 했지만, 별개로 이 말 자체는 사실이다.[13] "거대한 희생으로써 투쟁하여온 평화민족에게 이러한 전범국(戰犯國)과 동일한 질곡을 주는 것은 이상 더 감내치 못할 바이다" - 1946년 8월 27일 조선일보, 한글 변환 시 해당 내용은 잘리므로 원문 탭에서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