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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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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000><colcolor=#fff> 필립 K. 딕
Philip K. Dick
파일:FjvwgYVWIAASl4j.jfif.jpg
본명 필립 킨드레드 딕[1]
Philip Kindred Dick
필명 리처드 필립스
Richard Phillipps
잭 돌랜드
Jack Dowland
국적
[[미국|]][[틀:국기|]][[틀:국기|]]
출생 1928년 12월 16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사망 1982년 3월 2일 (향년 53세)
캘리포니아주 샌타애나
직업 작가
분야 소설, 에세이
장르 SF
활동 1952년1982년
배우자 재닛 말란 (1948년 – 1948년, 이혼)
클리오 애퍼스털리디스 (1950년 – 1959년, 이혼)
앤 윌리암스 루빈스타인 (1959년 – 1965년, 이혼)
낸시 해켓 (1966년 – 1972년, 이혼)
레슬리 버스비 (1973년 – 1977년, 이혼)
자녀 3명
종교 그리스도교?[2]
서명 파일:Philip_K_Dick_signature.svg
1. 개요2. 생애3. 작품의 특징4. 주요 작품 목록
4.1. 미디어믹스4.2. 국내발매

[clearfix]

1. 개요

미국SF 작가. 생전에는 흔한 다작 작가 정도에 그쳤지만 사후에 재평가됐고, 현재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 등과 함께 SF문학계의 최고 거장으로 간주된다.

SF 문학상인 필립 K. 딕 기념상(The Philip K. Dick Memorial Award)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의 위상을 증명해준다.

베트남 전쟁에 극구 반대하여 반전 운동에 참여했고, 국가권력, 대기업, 할리우드를 적대했지만[3], 스탈린주의에 대해서도 혐오했다.

본인이 공언한 바는 없으나 좌파 아나키스트로 보는 견해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딕은 그리스도교적인 테마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그의 소설들에서는 예수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모티브들이 종종 발견된다.

2. 생애[4]

네이버 캐스트, 필립 K. 딕 연보

1928년 12월 16일 미숙아 상태로 태어났다. 본래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었던 필립의 어머니는 제대로 된 수유를 하지 못했고 결국 영양실조로 쌍둥이 누이 제인은 한 달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그는 훗날 "누이는 살기 위해, 나는 누이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영원히... 그녀는 나의 전부나 다름없었고 나는 늘 내 죽은 누이와 헤어지는 동시에 함께해야 하는 저주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부모는 당시 필립과 제인 모두 죽을 것을 예상해 무덤 자리를 두 개 나란히 사두었으며, 제인이 죽은 후 두 묫자리 중 왼쪽에 그녀를 묻었다. 어린 필립은 부모님과 함께 종종 제인의 무덤에 성묘를 갔으며, 그 때마다 제인의 묘석에 마련된 빈 자리를 보며 "저기가 내 자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필립 딕은 실제로 사망 후 제인의 옆자리에 매장되었으며, 묘석에 이름이 나란히 새겨졌다(사진).

제인의 죽음 이후 부모가 이혼한 그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실험적으로 운영하는 탁아소에 다녔다. 탁아소에서 실시한 심리 검사에서 '기억력과 언어능력 및 손의 협응력이 높으며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대 초반, 어머니가 의사의 충고를 받고 천식과 행동장애 치료를 위해서 그를 컨트리데이 기숙학교에 입학시킨다. 그러나 정작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기숙학교에서 구토 공포증, 공황장애, 광장 공포증이 생기면서 이후 평생동안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음식을 삼키지도, 먹지도 못하게 되었다. 결국 딕은 공황장애 때문에 기숙학교를 관두고 집에서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기숙학교에서 나온 직후, 프렌즈 퀘이커 데이 스쿨에 다니다가 2학년 때 공립학교로 전학한다. 하지만 딕은 학교에서 받는 소외감 때문에 무단결석을 자주 하였다. 이 때부터 필립 딕은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린 왕자, 호빗, 곰돌이 푸,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를 탐독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이후 버클리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독일어를 배우고 칼 융의 저서를 읽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잘 현기증 발작을 일으켜 앓아 눕곤 했고 결국 1943년, 학교를 휴학하고 음반, 악보,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아트 뮤직'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아트 뮤직의 주인인 '허브 홀리스'는 카리스마 넘치고 까다로운 인물이었는데, 딕에게는 멘토이자 아버지같은 존재가 되었다. 또한 홀리스는 훗날 딕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제적이지만 따스한 마음을 가진 '보스'의 모델이 된다. 가게에서 일하면서 딕의 불안장애는 많이 나아졌지만 학교에만 가면 재발하는 통에 결국 마지막 1년 과정은 집에서 개인 교습을 받으며 마쳐야 했다.

같은 해 가을이 되자 집에서 나와 로버트 덩컨, 잭 스파이시, 필립 라만티어 같은 작가들과 함께, 창고를 개조한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룸메이트의 대부분은 동성애자로 작가 특유의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즐기던 부류였고 이들의 사상은 딕의 독자적인 지적 성장의 원천이 되었다.

다음 해인 1947년, 딕은 버클리 대학에 철학 전공으로 입학하였지만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ROTC 훈련을 혐오했고 결국 1948년 소총 분해결합 훈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다.

퇴학당한 직후 딕이 동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홀리스는 딕에게 아트 뮤직의 지하방에서 젊은 여성들과 잠자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거기에서 딕은 재닛 말란과 알게 되었고, 재닛이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하자 서둘러 재닛과 결혼한다. 갈등으로 점철되었던 딕의 첫 번째 결혼 생활은 결국 6개월 만에 이혼으로 끝이난다.

다음 해인 1950년 6월, 딕은 밀입국자 출신인 클리오 애퍼스털리디스와 재혼, 버클리의 프란시스코 거리에 작은 집을 장만한다. 이 때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났다. 직후 작문 교사이자 범죄소설과 SF 분야에서 편집자, 평론가로 활동하던 앤서니 바우처와 조우했고 그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SF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훗날 딕은 바우처를 평하며 "성숙한 어른, 그것도 분별 있고 교육받은 어른도 SF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인물'이라고 회고하기도 하였다.

1951년에서 1952년, 더 매거진 오브 판타지 & 사이언스 픽션에서 단편 <루그 (Roog)>로 데뷔한다. 직후 홀리스에 대한 신의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아트 뮤직에서 해고당한다. 잡지 '플래닛 스토리즈'에 단편 <위브가 저기 누워있다 (Beyond Lies the Web)>를 게재하고 스콧 메러디스 출판 에이전시와 전속 계약을 채결한다. 이 시기 딕은 리얼리즘 소설인 <거리에서 들리는 목소리 (Voice from the Street, 2007)>,< 매리와 거인 (Marry and the Giant, 1987)>도 집필하지만 생전에는 출간되지 못했다. 훗날 딕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순수문학과 SF를 동시에 쓰는 것이었다'라고 회고했다.

1953년 음반 가게인 '터퍼와 리드'에서 잠시 일했지만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이 재발, 우울증, 폐쇄공포증까지 생기게 된다. 이후 딕은 공포증과 우울증 치료제로 처방받은 암페타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암페타민의 각성 효과를 원동력으로 1년 동안 딕은 자신의 최초 장편 SF 소설 <태양계 제비뽑기 (Solar Lottery, 1955)>와 <존의 세계 (The World Jones Made, 1956)>, 판타지 소설 <우주 꼭두각시 (The Cosmic Puppets, 1957)> 및 리얼리즘 소설인 <함께 모여라 (Gather Yourselves Together, 1994)> 등 무려 30편의 작품을 썼고 그중 대다수가 펄프 잡지에 개재되었다.

그는 1952년에서 1955년까지 90편의 단편을 펄프 잡지에 투고했으며, 딕이 평생 동안 집필한 단편의 60%가 이 시절에 집필되었다. 이 시기 딕은 자신의 단편 원고료와 아내가 이런저런 시간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주택 융자금을 갚고 짧은 기간이나마 재정적인 안정을 누렸다. 이처럼 딕이 SF 작가 중 가장 다작을 하는 작가로 알려지자 갑작스레 FBI 수사관 두 명이 딕을 방문하여 점잖게 심문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평생동안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SF 작가로 이름을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모호한 저항감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면서도 딕은 난생 처음으로 1954년에 열린 SF 컨벤션에 참가해서 A. E. 밴보트를 만났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주로 썼던 밴보트의 소설은 딕의 초기 SF 소설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딕의 어머니는 매리언 이모가 세상을 떠나자 매리언의 남편인 조 허드너와 재혼하고 조카인 여덟 살배기 쌍둥이를 입양했다.

1955년을 기점으로 딕은 본격적으로 장편을 쓰기 시작한다. <농담을 한 사내 (The Man Who Japed, 1956)>, <하늘의 눈 (Eye in The Sky, 1957)>을 집필했으며, 같은 해, 장편 데뷔작인 <태양계 제비뽑기>가 에이스 북스에서 페이퍼백 단행본으로, 첫 번째 단편집 <한 줌의 암흑 (A Handful of Darkness)>가 리치 & 코원 출판사에 의해 영국에서 간행된다. 이후 1956년에서 57년, 딕은 주류 문단의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으로 순문학인 <조지 스티브로스의 시간 (소실됨)>, <언덕 위의 순례자 (소실됨)>, <시스비 홀트의 깨진 거울 (1988)>, <좁은 땅에서 빈둥거리며 (1985)>를 집필했고 클리오와 아칸소 지방까지 두 번의 자동차 여행을 한다.

1958년 딕은 처음으로 자신이 쓴 순문학 소설의 주제에 SF 요소를 접목시키는 시도를 했고 그 결과 <어긋난 시간>을 완성시켰다. <어긋난 시간>은 딕의 소설 중에서 처음으로 하드커버로 출간된 소설이었으며 영화 《트루먼 쇼》의 모티브를 제공하였다. 한편 이 때 자신의 단편인 <포스터, 너는 죽었어!>가 무단으로 소비에트 연방의 잡지에 실린 것을 알게 되었다.[5] 다만 판권료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소련 과학자 알렉산드르 톱치예프와 편지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상대성 이론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고, 이 편지들은 CIA에게 노출되었다. 딕은 한참 뒤 1970년대에 정보자유법에 의거해 공개 요청을 보낸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같은 해 9월 클리오와 마린 카운티의 포인트 러예스 스테이션으로 이사한 딕은 앤 루빈스타인이라는 미망인을 만나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고, 12월에는 클리오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1959년 클리오는 이혼에 동의했고 그와 이혼 후 버클리로 돌아갔다. 딕은 59년 만우절에 앤과 결혼했고, 앤과 함께 살며 그녀의 새 딸(해티, 제인, 탠디)의 의붓아버지가 되었다. 이들은 가금류와 양을 키우며 아이들의 양육비 명목으로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앤의 전남편 가족들이 보내준 돈으로 생계를 꾸려나갔으며 딕은 돈을 벌기 위해 초기 중편 중 2편을 장편 SF로 개작했다. 이들 소설은 1960년에 각각 <미래 의사>, <불카누스의 망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개작한 시기부터 딕은 앤의 정신과 의사에게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이는 1971년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클리오와의 이혼, 앤과의 연애에서 영감을 얻어서 순문학 소설인 <허풍선이 과학자의 고백 (1975)>을 집필했다.

1960년 딕과 앤의 첫 아이인 로라 아처 딕이 태어났다. 가을이 되자 앤이 또 임신을 했지만 경제적으로 더 궁핍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던 앤은 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낙태했다. 이즈음 딕의 암페타민 복용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1961년 딕은 앤이 개점한 수공예 보석상에서 일을 시작했으나 곧 중단하고 자신이 '움막'이라고 부르던 집필실에 틀어박혀서 주역의 점괘를 참고하여 높은 성의 사나이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1962년 높은 성의 사나이가 발매되지만 판매량은 부진했다. 같은 해 <당신을 합성해드립니다>, <화성의 타임슬립>을 각각 '어메이징'지와 '월드 오브 투모로우'지에 연재한다. 훗날 딕은 "높은 성의 사나이와 <화성의 타임슬립>을 통해 나는 실험적인 순수문학과 SF 사이의 간극을 줄였다고 생각했다. 작가로서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1963년 열의에 차서 쓴 10편의 순문학 소설들이 계속 반송되자 딕은 돈이 궁해진 나머지 앤의 집을 담보로 레코드 가게를 시작할 것을 고려했다. 이후 딕과 앤의 결혼 생활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결국 딕은 앤과 오랫동안 부부싸움을 하다가 친구들에게 "아내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앤을 정신병원에 보낼려고까지 한다.

이후 딕과 앤 두 사람은 결혼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성공회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딕은 성공회 예배에서 자신의 팬이었던 매런 해켓과 그녀의 딸 낸시 해켓을 만나게 되고, 얼마 안 가서 낸시 해켓과 불륜 관계가 되었다.

이 시기 딕은 암페타민을 연료 삼아 1년 내내 집필실에 틀어박혀서 <닥터 블러드머니 (1965)>, <타이탄의 게임 플레이어 (1963)>, <시뮬라크라 (1964)>, <작년을 기다리며 (1966)>, <알파성의 씨족들 (1964)>,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1965)>을 차례로 집필했다. 1963년 9월에는 높은 성의 사나이가 SF 문학상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을 받았다.

한편 1964년 3월 9일 딕은 앤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그는 어머니의 집에 살면서 <높은 성의 사내> 후속편을 쓰기 시작하였으나 곧 중단하고 <우주의 균열 (1966)>, <끝에서 두 번째의 진실 (1964)>, <텔레포트되지 않은 남자 (1966)> 등의 소설을 탈고하면서 지역의 활기찬 SF 팬덤과 교류하였다.

1964년 7월 딕은 운전 도중 차가 전복되어 큰 부상을 입고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면서 집필 의욕을 상실하였으나 오클랜드에서 열린 세계SF대회[6]에 참석하여 작가들과 교류를 시작하고 낸시 해켓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다시 의욕을 되찾았다.

1965년 3월 낸시 해켓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집필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동시에 고질적인 광장공포증도 재발했다. 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해 딕은 LSD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딕은 캘리포니아의 미국 성공회 주교이자 낸시의 의붓어머니 매런 해켓의 정부 제임스 파이크와 돈둑한 우정을 쌓았다. 그는 파이크와의 대화를 통해 신학적 고찰과 초기 기독교의 기원에 관한 연구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1966년 <거꾸로 도는 세계 (1967)>,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1968)>, <유빅 (1969)>을 탈고했다. 그 해 7월 낸시와 정식으로 결혼하고 파이크 주교와 매런 해켓, 낸시와 함께 영매가 주최하는 세앙스[7]에 참석했다. 이 모임의 목적은 자살한 파이크의 아들인 짐과 접촉하기 위한 것이었다.

1967년 3월 15일에 딸 이사 프레이어 딕이 태어났다. 6월 낸시의 의붓어머니 매런 해켓이 자살했다. IRS가 딕에게 체납된 세금과 벌금 및 이자의 납부를 요구하면서 이미 심각했던 가계 재정난이 한층 더 악화되었고 이러한 딕의 집안 사정을 본 할란 엘리슨, 로저 젤라즈니, 존 레논 등 유명 인사들이 필립 딕을 극찬하면서 일반 대중에게 비로소 필립 딕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딕은 자신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불안함에 시달렸고 갑자기 그의 정신적 멘토였던 파이크 주교마저 사망하자[8]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물 특히 리탈린을 과다복용하기 시작했다. 암페타민을 강박적으로 복용한 나머지 췌장염과 초기 신부전증 증세로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결국 또 다시 결혼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1970년 <흘려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1974)>를 쓰기 시작하였다. 평소의 집필 습관과는 달리 3월과 8월 사이에 여러번 고쳐썼다. 딕은 환각제인 메스칼린을 복용한 후 '찬란한 사랑의 비전'을 경험하고 해당 소설에 이를 투영했다. 낸시의 동생 마이클 해켓이 아내와의 이혼 소송 중에 딕의 집으로 와서 눌러앉았고 7월에는 당국에 푸드 스템프(저소득자용 식량 배급권)를 신청했다. 결국 9월에 낸시가 딸을 데리고 집을 떠난다.

이후 딕은 거리에서 구입한 불법 약물을 포함한 다량의 약물과 암페타민의 기운을 빌려서 밤샘 토론, 편집증, 보헤미안적 너저분함으로 점철된 친구들과의 공동 생활을 시작하였다. 글은 거의 쓰지 않았고 <흘려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를 가끔 개고하는 정도였다. 결국 이듬해에 젊은 히피폭주족 등이 딕의 집에 드나들기 시작하자 딕은 해당 소설의 미완성 원고를 엉망진창이 된 일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변호사에게 맡기고 스탠포드 대학병원의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다.

1972년 2월 딕은 밴쿠버에서 열린 SF커벤션의 주빈으로 참가해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연설했고, 이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자 그는 캐나다에 머무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얼머 지나지 않어서 딕은 밴쿠버에 환멸을 느껴서 어슐러 K. 르 귄에게 편지를 써 방문해도 될지 물어보거나, 캘리포니아 주립대 풀러턴 캠퍼스의 윌리스 맥넬리 교수에게 풀러턴이 살 만한 곳인지 물어보는 등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맥넬리 교수는 딕에게 객원 강사를 일선했고 맥널리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립대 풀러턴 캠퍼스에 다량의 딕 관련 서류가 보관될 수 있었다. 이 시절부터 어슐러 K. 르 귄, 스타니스와프 렘, 시어도어 스터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등 동료 작가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는 그가 죽을 때 계속 이어졌다. 3월에는 처음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

이후 딕은 주로 헤로인 중독자들을 위한 시설에 입원하여 공격적 집단 요법에 참여, 몇십 년 동안이나 처방을 받아 남용해오던 암페타민을 끊었고, 풀리턴에 정착해서 일련의 룸메이트와 함께 살았다. 이 때 젊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중에는 훗날 작가가 되는 팀 파워스도 있었다. 한편 딕은 자신의 개인 서신과 꿈일기를 모은 책 <검은 머리의 소녀>를 작업했으며, 그해 출판된 필립 K. 딕 걸작선의 작품 선정을 도왔다.

1972년 7월부터 딕은 18세의 레슬리(테사) 버스비와 동거에 들어갔고 9월에 열린 로스엔젤레스 SF 컨벤션에 참가했다. 10월이 되자 딕은 낸시 해켓과의 이혼 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 마린 카운터로 여행을 터났다. 이 시기 딕은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를 완성하고, 단편 <시간 여행자를 위한 사소한 배려>를 썼다. 스타니스와프 렘유빅폴란드어 번역을 주선한 것도 이 때였다.

1973년, 딕은 다시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하여 2월에서 4월까지 스캐너 다클리의 초고를 썼다. 4월에 테사와 결혼했고, 7월 25일에 아들 크리스토퍼 케니스 딕이 태어났다. 한편, 당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장 피에르 고랭이 딕의 집을 방문해 프랑스 평론가들이 텔레비전에서 그를 노벨상 수상자로 추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딕은 런던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인터뷰를 했으며 BBC와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작가들과도 인터뷰를 가졌다. 또한 유나이트 아티스트 영화사에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영화 판권을 매입했다. 그러나 딕은 계속해서 돈 문제와 건강문제에 시달렸다.

1974년 2월에 출간된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는 높은 성의 사나이 이래 가장 좋은 평을 받으며 휴고상과 네뷸러상 후보에 올랐고, 1975년에는 존 W. 캠벨 주니어 기념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당시 램파츠 청원서에 서명했던 딕은 혹은 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서 4월의 납세 기간이 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때 딕은 사랑니 발치 수술을 받으며 소듐 펜토탈이라는 마취제를 투여받았는데, 부작용으로 일련의 강렬한 환영을 경험했다. 이는 3월 내내 강도가 높아지면서 지속되다가, 4월이 되자 간혈적으로 나타나다가 점점 약해졌다. 이때 딕이 받은 여러 계시는 그동안 그가 경험한 각양각색의 선하고 악한 종교적, 정치적 영향의 산물로 치부된다. 이후 딕은 남은 생애 동안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골몰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2-3-74라고 부르며 거기에 관한 사변적 해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해설서는 원고지 8천장에 달하였으며 딕은 이를 주해라고 명명했다.

한편, 이 시기 그는 메러디어 출판 에어전시와 결별했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재계약을 하고,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의 출판 계약을 더블데이에서 DAW로 이전하는 데 동의했다. 또한 영화감독 장 피에르 고랭이 딕을 다시 찾아와서 딕 본인이 각본을 쓰는 조건으로 유빅의 판관을 일괄 지급하는 계약을 했고[9] 블레이드 러너의 사나리오 작가들의 방문을 받았다. 롤링스타즈지의 폴 윌리엄스와 인터뷰를 한 것도 이때였다. 이 인터뷰는 1971년에 격었던 주거 침입 사건에 대한 상세한 회고와 분석이 주된 내용을 이루었다.

1975년, 1월과 2월에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듯한 비전을 체험했으며 그노시스주의, 조로아스터교, 불교에 관한 책을 열독하고 밤마다 주해를 집필했다. 뉴오커지는 1월호와 2월호에 연속 인터뷰 기사를 싣고 딕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SF작가'라는 제목을 달았고 만화가인 아트 슈피겔만의 방문을 받았다. 장편 <허풍선이 과학자의 고백>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딕이 쓴 사실주의적 소설 중 유일하게 딕 생전에 출간된 것이었다. 할란 엘리슨과 사이가 틀어졌고 로저 젤라즈니외 함께 <분노의 신>을 완성했다.

1975년 5월에 옛 친구이자 영국 성공회 사제 훈련을 받고 있던 도리스 소우터가 암이라는 진단을 받자 딕은 그녀에게 점점 사랑을 느꼈다. 딕은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후 진행 중이던 장편 <발리시스템 A>[10]에 관한 메모를 휴대용 녹음기로 녹음하기 시작했으나 결국 2주 만에 다시 타자기로 집필하기 시작했다. 한편 외국에서 들어 오는 인세가 늘어나자 딕은 중고 스포츠카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구입하는 등 사치를 일삼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그의 우상이자 멘토인, 로버트 하인라인에게 돈을 빌리는 신세가 되었다. 스캐너 다클리의 수정 작업을 끝냈다. 11월에 롤링스톤즈지에 실린 특집 기사에서 로큰롤 평론가인 폴 윌리엄스가 딕을 '우주 최고의 SF 마인드를 가진 인물'로 평가를 내렸다.

1976년 딕은 도리스 소우터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했다. 2월에는 크리스토퍼 딕이 탈장으로 입원했고, 5월 밴텀 출판사에서 복간을 목적으로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유빅, 죽음의 미로 판권을 매입했고, '2-3-74'를 토대로 집필 중인 소설 <발리시스탬 A>의 선금을 지불했다. 9월에는 도리스가 딕의 옆집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10월에 다시 우울증이 도지면서 자살 충동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 해 말 테사 비스비와 딕은 별거를 시작했다. 테사가 딕을 떠난지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딕은 여러가지 방법을 동시에 동원해 자살을 시도했고 그는 시설에 수용되었다가 곧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14일 동안 감시를 받으며 격리되었다. 결국 테사가 잠시 딕에게 돌아왔지만 딕은 곧 그녀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도리스와 함께 산타아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으며 그곳에서 남은 일생을 보냈다. 딕은 도리스와는 플라토닉한 관계를 유지했다. 연말에는 출판사의 편집장이 <발리시스템 A>를 약간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고 <분노의 신>이 출간되었다.

1977년 2월에는 테사와의 이혼이 마무리되었다. 테사와 크리스토퍼는 장기적으로 딕을 찾아왔고 딕은 처음으로 혼자 사는 것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4월에 32세의 여성 사회사업가인 조안 심슨을 만나서 3주 동안 함께 지낸다. 그 후 심슨을 따라 소노마에서 여름동안 잠시 머물렸다. 딕은 우울증으로 인한 격렬한 발작에 시달렸다.

스캐너 다클리가 출간되었고, 팀 파워스와 우정은 절정에 달했다. 딕은 팀 파워스와 마찬가지로 훗날 SF작가가 되는 K. W. 지터, 제임스 블레이록과 정기적으로 저녁을 함께 보내며 그들에게 자신이 본 2-3-74 비전에 관해 자세히 애기하고 토론을 벌였다. 이 파워스와 지터는 딕이 구상 중이던 자서전적 색채가 짙은 장편 <발리스>의 등장인물들의 모델이 된다. 유빅, <파머 엘드리치의 성혼>, <죽음의 미로>가 복간되면서 롤링스톤스지의 극찬을 받았고, 동시대인들에 의해 매우 중요한 미국작가로 인정받는다.

같은 해, 프랑스의 메스(Metz)문학 축제에 주빈으로 초빙받아서 출국했다. 이는 공포증에 대한 승리를 의미했다. 그곳에서 딕이 강연했던 "만약 이 세상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세상들로 가보라"는 종교적 색체가 짙었던 데다가 동시통역 문제가 겹쳐서 청중을 당혹하게 했다. 귀국 후에는 캘리포니아 북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을 거부한 탓에 심슨과 헤어졌다. 주해의 집필을 계속했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의 영화 판권을 팔았다.

1978년 배다른 딸들인 로라와 아사가 처음으로 만났고, 딕은 이 만남에 감격한다. 밴텀 출판사에서 의뢰받은 "발리시스템 A'" 수정작업이 주해 집필로 인해 당초 생각보다 늦어진다. 딕은 <발리시스템 A>를 대폭 수정하여 <발리스>라는 별개의 소설을 만들 생각을 한다.[11] 8월에 어머니가 사망했다. 9월이 되자 2-3-74 체험을 담을 적절한 소설적 구조를 모색하면서 주해에 이렇게 썼다. "나의 장편-및 단편들-은 지적-개념적-미로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놓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적인 미로에서 헤매고 있다. 왜냐하면 현 상황 자체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이기 때문이다." 메러디스 출판 에이전시의 새 담당자 러셀 갤런이 딕이 낸 장편들의 재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논픽션을 한편 써보라고 딕에게 권유한다. 딕은 이 권유를 계기로 11월이 되자 2주에 걸쳐 <발리스>를 썼고, 갤런에게 이 책을 헌정했다.

1979년 딸 로라와 이사가 딕을 여러 번 방문했다. 스캐너 다클리가 프랑스의 메스 문학 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주해 집필에 심혈을 기울였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했다. 러셀 갤런은 딕의 신작 단편들을 플레이보이, 옴니 같이 높은 고료를 주는 시장에 내놓았다. 갤런이 오렌지 카운티를 방문했을 때 마침내 두 사람은 직접 만났다. 그러나 딕이 평소 버릇대로 밤새도록 애기를 나누자 갤런은 녹초가 되었다. 임대 아파트 건물이 조합 주택으로 개조되면서 딕은 자기가 살던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옆집의 도리스는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그러자 딕은 크게 고뇌했으며, 도리스에 대한 자신의 애착을 <투영한 공기의 사슬, 에테르의 그물>이라는 단편을 통해 투영했다. 단편 <두 번째 변종> 의 영화 판권이 팔렸다.

1980년, 3월 말까지 <공기의 사슬, 에테르의 그물>을 포함해 <발리스>의 속편으로 간주되는 <성스러운 침입>을 탈고했다. 주해의 집필을 계속했고 몇몇 장편소설의 윤곽을 구성하지만 결국 쓰지는 못했다. 그렇게 딕은 연말까지 별다른 저술 활동을 하지 못했다. 딕은 더 이상 환영을 통해 영감을 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다가 11월 말에 급작스러운 계시를 받는다. 이 계시를 통해 그는 주해의 집필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5페이지에 달하는 결말부의 우화를 작성하고 12월 2알에 End라는 단어를 친 다음 표제인 『변증법: 신과 사탄, 그리고 예고되고 제시된 신의 최후의 승리/필립 K. 딕/주해/Apologia Pro Mia Vite[12]을 쓰지만, 열흘 뒤에 참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집필을 재개한다.

1981년에는 2월에 <발리스>가 출간된다. 깊은 우정을 쌓았던 어슐러 K. 르 귄과 크게 다투었지만 금세 화해했다.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생각에 다이어트를 시작하여 체중을 많이 줄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영화 제목 블레이드 러너)를 햄튼 팬처와 데이비드 피플스의 각본으로 촬영에 착수했다. 영화화에 대한 그의 반응은 환호와 경멸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투자자 측에서는 영화 대본을 소설화하기를 원했지만, 러셀 갤런은 딕이 쓴 원작과 함께 출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먼 & 슈스터 출판사의 편집장이었던 데이비드 하트웰이 딕에게 일반 소설SF 소설을 한 권씩 써 달라는 제안을 했고, 딕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서 4월과 5월에 <티모시 아처의 환생>을 썼다. 이 책은 제임스 파이크 주교의 죽음을 둘려싸고 일어난 사건들을 소설화한 것으로, 1963년 메러디스 에어잔시에서 그가 쓴 주류 소설을 거부한 아래 처음으로 쓴 비 SF소설이었다. 딕은 6월에 갤런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비장르소설들이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을 "나의 작가 인생에서 비극- 그것도 너무나도 오랫동안 지속된 비극-이 었네"라고 서술했다. 두 달 후 SF 차기작인 <한낮의 올뻬미>를 구성하면서 "SF를 계속 쓸 생각이야. 그건 내 천직이니까."라고 썼다. 허나 딕은 기력이 고갈되어 자신이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81년 9월 17일 밤에는 '타고르(Tagore)'라고 불리는 구세주환영을 보았다. 딕은 이 사람이 실존 인물이며 실론에 살고 있다고 확신하고, 그에게 지시를 받고 있다고 느꼈다. 다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하는 희망을 품고 테사와의 재결합을 고려했다. 11월에는 블레이드 러너 초기 편집본의 특수효과영상 시사회에 초대받았다. 메스 분학 축제에도 재차 초빙을 받고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렉 릭멘과 일련의 인터뷰를 하기 시작하면서 릭멘에게 자신의 공식 전기작가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한낮의 올빼미에 관해서 완전히 상이한 두 개의 윤곽을 작성했다.

1982년 미륵의 세상이 도래한다는 영국신비주의자 벤자민 크림의 예언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릭멘과의 인터뷰는 계속되었고, 딕은 영적인 문제에 대한 불안감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리스 소우터의 친구인 그웬 리가 대학교 보고서를 쓰기 위해 딕을 인터뷰했다. 아마 그의 생에서 마지막이었을 이 인터뷰에서 딕은 <한낮의 올빼미>에 관한 세부사항들을 밝혔지만, 결국 쓰지 못했다.

2월 18일에 자신의 아파트에 홀로 있던 딕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이웃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진 딕은 의식을 되찾았지만, 말을 할 수 없었고, 몸의 왼쪽도 마비되었다. 3월 2일 딕은 뇌졸중 발작 재발과 심부전으로 인해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딕은 콜로라도주 포트 모건의 공동묘지에 잠들어있는 쌍둥이 누이 제인 곁에 나란히 묻혔다. 티모시 아처의 환생이 사후에 출간되었으며, 같은 해 5월에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는 딕에게 헌정되었다. '필립 K. 딕 상'도 제정되었다. 이는 미국에서 처음부터 페이퍼백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뛰어난 SF 장편을 산정해서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3. 작품의 특징

허구의 제국에 사는 사람이 저항과 진실을 말하는 책을, 잔혹한 거짓의 제국에 사는사람이 올곧은 책을 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적들의 코앞에서 이런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장실에 몰래 숨어서 글을 쓴다는 고리타분한 방식으로는 무리일 겁니다. 그러나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미래의 국가체제하에서라면 어떨까요? 새로운 상황에 맞춰 자유와 독립을 외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할까요? 다시 말해서 새로운 폭압적 정부가 이러한 저항을 소멸시킬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새로운 정신으로부터 새로운 시도가 등장할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하다는 겁니다.
필립 K. 딕, 1974년 인터뷰에서 필립 K. 딕의 세계-겉보기만 현실에서

작품 세계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기말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딕은 대단히 독창적이면서 낯설고, 불합리할 정도로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는 SF 소재들을 고안하는 데 탁월했다. 더불어, 기업이나 국가 같은 존재들도 자기들의 논리로 움직이면서 개인을 파멸적인 상황으로 몰아붙인다.

간혹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인간의 적이거나 인간의 불행을 틈타 이득을 보려는 기회주의자들로 묘사된다. 로봇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주로 인간을 증오하는 적대세력이거나 인간들에게 탄압받다가 탈출해 복수를 갈망하거나 맹목적인 살인무기 등이다. 반면에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자기가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로봇들도 종종 나온다.

로봇 외에 인공지능을 가진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이 많이 등장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셨다며 운전을 못하게 하는 자가용차, 돈을 넣어주지 않으면 주인을 들여보내주지 않는 현관문이 대표적이다. 당대의 기술적 한계가 작품에 반영됐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이 톱니바퀴를 핵심 부품으로 포함하는 등 현대의 관점에서는 당혹스러운 장면도 있다.

딕이 애용한 주제는 자아정체성과 기억의 혼란이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것이 현실인가?' '나는 내가 맞는가?' '나의 기억은 진짜인가?'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이런 점이 갈수록 개인화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딕을 사이버펑크의 시조로 꼽는 이들도 있다. 일반인들은 딕의 작품을 사이버펑크 SF로 간주하지 않지만 주류 사이버펑크 작가들 중에 “내 작품/세계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필립 K. 딕이다”라 말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브루스 스털링윌리엄 깁슨이 그랬다. 확실히 아시모프나 클라크 등과 달리, 딕의 작품들은 “과학기술은 인간을 구원해주기는 커녕 인간을 지배하고 파멸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불신이 짙게 배어있으며 이는 사이버펑크 문학의 핵심 철학인 “과학기술에 의한 인간 소외”와 일맥상통한다. 커트 보니것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딕 쪽이 더 염세적이다.

하지만 딕의 글솜씨 자체는 뛰어난 편이 아니다.[13] 대학에서 1년 만에 퇴학당한 탓에 제대로 된 고등 교육을 받지 못했고, 정신질환에 시달린 약물중독자였고, 생계를 위해 문장을 제대로 다듬을 틈 없이 다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되기도 하는데, 이는 딕의 작품(특히 장편소설) 대부분이 인식론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나 가정을 기반으로 실존적인 질문을 하는 등 내면적으로는 순수문학의 변형으로 보아도 무방한 높은 수준의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실제로 작가 어슐러 르 귄이 그의 작품이 과소평가받았다고 발언한 적도 있는 만큼, 문체의 한계를 넘어선다면 그의 글에서 필립 k 딕만의 철학과 매력을 느낄 수 있다.

4. 주요 작품 목록

네이버 캐스트, 주요 작품
연도 제목
1953<colbgcolor=#ffffff,#1f2023>엘프의 왕 (King of the Elves)[14]
사기꾼 로봇 (Impostor)
두번째 변종 (Second Variety)
페이첵 (Paycheck)
1954컨트롤러 (Adjustment Team)
1956마이너리티 리포트 (The Minority Report)
1961높은 성의 사나이 (The Man in the High Castle)
1962화성의 타임슬립 (Martian Time-Slip)
1963작년을 기다리며 (Now Wait for Last Year)
닥터 블러드머니 (Dr. Bloodmoney, or How We Got Along After the Bomb)
1964죽은 자가 무슨 말을 (What the Dead Men Say)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The Three Stigmata of Palmer Eldritch)
1966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유빅 (Ubik)
1968죽음의 미로 (A Maze of Death)
1970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Flow My Tears, the Policeman Said)
1973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1978발리스 (VALIS)
1980성스러운 침입 (The Divine Invasion)
1981티모시 아처의 환생 (The Transmigration of Timothy Archer)

4.1. 미디어믹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가. 딕의 작품 가운데 엄청나게 많은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명과 원작 소설이 다른 경우 가운데에 표기하였다.
연도제목
1982<colbgcolor=#ffffff,#1f2023>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tric Sheep?)
1990토탈 리콜 (Total Recall)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1992Confessions d'un Barjo
Confessions of a Crap Artist
1994Drug-Taking and the Arts[15]
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1995스크리머스 (Screamers)
두 번째 변종 (Second Variety)
2002임포스터 (The Imposter)[16]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2003페이첵 (Paycheck)
2006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2007넥스트 (Next)
골든맨 (The Golden Man)[17]
2010Radio Free Albemuth
2011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18]
2012토탈 리콜 (Total Recall), 리메이크
2015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미국 드라마)
2016높은 성의 사나이 (The Man in the High Castle) (미국 드라마)
2017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스 (Electric Dreams) (미국 드라마)

이 중 《블레이드 러너》와 《스캐너 다클리》가 장편을 영화화했고 비교적 완성도가 높게 영상화된 작품이다. 《토탈 리콜》도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성기의 액션물 정도로 호도되기 쉬우나 폴 버호벤의 폭력 해부 연출과 함께 어우러진 수작.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역시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제작 년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딕 생전에 영화 판권을 매각한 작품은 여럿 있지만, 딕이 살아서 본 작품은 없다. 최초로 제작한 영화인 블레이드 러너는 딕이 사망한지 3개월 후에 개봉했다. (1982년 6월 개봉)

그의 작품들 중 특히 할리우드에서 사랑받는 것들은 주로 단편들인데 할리우드 입맛에 맞는 반전(2번 이상일 때도 있음)이 많아 예상을 하고도 당할 정도라는 평을 받는다. 다만 단편을 장편으로 각색하는 것에 대한 한계와, 작가의 사상과 할리우드의 가치관이 대립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영화화된 작품들은 그의 소설에서 기본 아이디어나 반전 정도만 따온 경우가 많다.

한편 "원작 필립 딕" 하고 명시하지 않은 영화들 중에도 딕 팬이 보면 그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따왔음이 뻔히 보이는 작품들도 많다. 앞서 말했듯이 글솜씨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아이디어만은 천재적이라 할만큼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를 많이 낸 게 원인일지 모른다.

일례가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로, 이는 딕이 쓴 《어긋난 시간(Time Out of Joint)》의 오마주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전략적으로 귀중한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잡아두기 위해 가짜 마을을 만들고 주인공의 기억을 조작하여, 평범한 마을에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인 것으로 속인다는 내용으로, 《트루먼 쇼》의 방송국을 펜타곤으로 바꾸기만 하면 거의 똑같은 얘기가 된다.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 오블리비언도 원작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비공개 그래픽 노블 <treatment>을 기반으로 하여 각색한것이지만,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우리라구요!(Explorers We)》의 결말에 대한 반전과 주인공의 시점이 상당히 유사하다. 주인공의 귀환 시점과 외계의 존재에 대한 차이를 바꾸면 거의 유사한 이야기가 된다.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토이스토리》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토이즈》 등에 나오는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고 그 장난감의 위력을 어른들이 전쟁, 범죄에 이용하려 하는 것도 딕 소설 <전쟁놀이>의 오마주이다. 물론 딕의 단편은 어두운 내용으로, 어린이가 새로 받은 군인 장난감이 신기하게도 살아 움직이는데, 이놈의 장난감이 어른들이 안 볼 때마다 어린이를 윽박질러 범죄에 이용하려 한다는 이야기.

명작 SF 영화로 각광받는 매트릭스도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을 원류로 두고 만든 영화다.

이외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딕의 소설에서 메멘토, 인셉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4.2. 국내발매

집사재에서 단편 선집을 내놓았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 이지선 옮김 (2002년 4월 출간)
  • 죽은 자가 무슨 말을 / 유영일 옮김 (2002년 6월 출간)
  • 사기꾼 로봇 / 어윤금.김소연 옮김 (2004년 1월 출간)
  • 페이첵 / 김소연 옮김 (2004년 1월 출간)
  • 넥스트 / 권도희.이지선.김소연.유영일 옮김 (2006년 7월 출간): 기존의 4권에서 영화 원작인 된 단편들을 재수록하고, 영화 넥스트의 원작인 골든맨을 새롭게 번역하여 추가하였다.

폴라북스[19]에서 장편 걸작선을 발행하였다. SF계의 명 번역/기획자인 김상훈이 전집의 기획자이며, 번역은 여러 역자가 나눠서 진행하였다. 출간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장편
    • 화성의 타임슬립 / 김상훈 옮김 (2011년 5월 출간)
    • 죽음의 미로 / 김상훈 옮김 (2011년 5월 출간)
    • 닥터 블러드머니 / 고호관 옮김 (2011년 5월 출간)
    • 높은 성의 사내 / 남명성 옮김 (2011년 9월 출간)
    •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 김상훈 옮김 (2011년 11월 출간)
    • 발리스 / 박중서 옮김 (2012년 1월 출간)
    • 성스러운 침입 / 박중서 옮김 (2012년 3월 출간)
    • 티모시 아처의 환생 / 이은선 옮김 (2012년 4월 출간)
    • 작년을 기다리며 / 김상훈 옮김 (2012년 7월 출간)
    •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 박중서 옮김 (2012년 8월 출간)
    • 유빅 / 김상훈 옮김 (2012년 10월 출간)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박중서 옮김 (2013년 9월 출간)
    • 스캐너 다클리 / 조호근 옮김(2020년 1월 출간)
  • 단편
    •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 조호근 옮김 (2012년 8월 출간): 단편전집(전5권) 5권의 번역본. 영화 토탈 리콜의 원작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가 포함되어 있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 조호근 옮김 (2015년 7월 출간): 영화 원작 6편이 포함된 선집이다.
    • 진흙발의 오르페우스 / 조호근 옮김 (2017년 10월 출간): 초기 단편작 17편을 수록한 선집이다.

[1] '딕'은 스코틀랜드 성이라고 한다. 영어에서 딕은 대개 이름인 리처드(Richard)의 애칭이지만, 필립 딕의 딕은 이름이 아니라 성이다. 필립 딕이 자기 이름을 말장난으로 바꾼 캐릭터인 "호스러버 팻(Horselover Fat)"에서 Dick을 Fat으로 바꾼 것은 영어에서 thick에 해당하는 독일어 형용사가 딕(dick)이기 때문. 호스러버는 물론 필립(필리포스, phil-hippos = horse lover)의 말장난이다.[2] 1963년 환상을 보고 그리스도인이 됐으나 이후 신자의 삶에서 멀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그리스도교의 주제와 문제에 매료되어 있었다. / Erik Davis, “When Philip K. Dick turned to Christianity,” Salon.com, 2019년 7월 6일.[3] 그의 소설들이 사후에야 제대로 영화화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4] 폴라북스에서 출판한 필립 딕 걸작선의 저자 연보에서 발췌 및 편집.[5] 그는 '미국보다 소련에 자신의 독자가 더 많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6] 마약이 횡행한 집회였다.[7] 교령회. 죽은 사람들의 영혼과 통교하려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8] 예수가 역사 인물로서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로 탐사 여행을 떠났으나, 유대 사막에서 사망했다.[9] 딕은 한달만에 각본을 완성했으며 유빅의 영화화는 결국 취소되었지만, 각본은 1982년에 출간되었다.[10] 이 소설은 <앨버무스 자유 방송>과 <발리스>로 분할되어 딕 사후에 출간되었다.[11] 나머지 발리시스템 A는 <앨버무스 자유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12] 라틴어로 '나의 삶을 위한 변론'[13] 심지어 커트 보니것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인 SF 작가인 킬고어 트라우트가, 필립 딕을 패러디한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는 시어도어 스터전의 패러디.) 그 이유는 킬고어가 "글솜씨는 형편없지만 아이디어만은 정말 뛰어난 작가"라는 묘사가 있기 때문이다.[14] 딕의 작품 중 드물게 판타지 계열 작품.[15] 다큐멘터리 형식.[16] 책 제목은 사기꾼 로봇으로 번역됨. 2015년 폴라북스 판 단편집에서 제목 사칭자[17] 2015년 폴라북스 판 단편집에서 제목 황금 사나이[18] 소설 제목은 The Adjustment Team이고 국내엔 '조정국'으로 번역되었다. 원제의 bureau는 조직의 단위를 뜻하는 '국(局)'을 의미한다. 결국 소설의 원제목인 'Team'이나 같은 말. 2015년 폴라북스 판 단편집에서 제목 조정 팀[19] 현대문학 출판사가 1997년에 설립했다. 폴라북스 이전에는 SF 문학하고는 거리가 먼 일반 문학 잡지/출판사였다. 동명의 잡지는 1950년대에 창간되어 한국 문학사에 쟁쟁한 시인과 작가들을 배출해낸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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