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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양측 군대가 1초 안에 서로를 궤멸할 수 있게 되는 날, 그 날이 되면 모든 문명 국가가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해산할 것이다.
알프레드 노벨
알프레드 노벨
우리는 유리병 속에 든 두 마리의 전갈과 같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러려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지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의 대사 中
상호확증파괴(相互確證破壞, 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1]는 핵무기 보유국이 선제 핵 공격을 감행한다면 그 상대국 역시 핵 전력을 동원해 적성국을 전멸시킨다는 보복전략이다. 먼저 핵공격을 시작해도 양측 모두 공멸하게 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핵보유국들끼리 핵전쟁을 피하게 된다.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의 대사 中
약자인 MAD는 개념 자체에 내재된 냉전 시대의 광기를 표현하기 위한 역두문자어로, 허드슨 연구소에서 일하던 도널드 브레넌(Donald Brennan)이 지었다.
전통적인 국제정치학 단어인 세력균형과 비교하여 공포의 균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2. 성립 요건
전쟁은 결국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핵보유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면 자국을 파괴할 수 있는 적국의 핵무기를 최대한 파괴해야 한다. 일단 핵무기가 발사되면 공중에서 요격하기는 힘들기에 최초의 선제공격으로 적국의 핵무기를 파괴하려고 시도하며, 이를 1차 공격(First strike)이라고 한다. 핵전쟁을 상정하여 정립된 이념이므로 핵공격을 전제한다.그러나 1차 공격에도 불구하고 적국의 일부 핵무기가 살아남아 반격이 가해질 수 있는데, 이 핵반격을 2차 공격(Second strike)이라고 한다. 핵무기는 극소수로도 치명적이며 대도시 등을 목표로 대량 보복을 당하면 감당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한쪽이 1차 공격으로 상대방의 핵무기를 충분히 파괴할 수 없다면 상대방의 2차 공격에 의해 자국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양쪽 핵보유국이 서로 1차 공격으로 상대방의 핵무기를 충분히 파괴할 수 없어서 선제공격을 가해도 핵반격으로 인해 '파괴될 것이 확증적' 인 상태를 상호확증파괴라고 하며, 이 상황에서는 핵전력이 우월한 측이 선제공격을 가해도 자신도 멸망할 것이 확증적이기에 서로 핵전쟁을 회피하게 된다.
만약 한쪽의 핵무기의 수량이 적거나 수준이 낮아 1차 공격에 충분히 파괴될 것[2]이 확실시되거나 1차 공격에서 살아남은 핵무기에 의한 2차 공격을 미사일 방어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거나 심지어는 충분히 많은 방공호를 지어두어서 핵교환 후에도 한쪽이 국가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상호확증파괴는 성립되지 않으며, 이렇게 한쪽만 완전히 파괴되는 상황을 일방확증파괴(Unilaterally Assured Destruction)라고 한다. 일방확증파괴 단계에서 우월측의 전략가들은 '상호확증파괴로 발전하기 전에 우리쪽 피해를 감수하고 상대방을 끝장내는 게 좋지 않을까? 다 죽는 것보다 낫잖아?' 라는 유혹에 시달리게 되어, 오히려 핵전쟁 발발 위험도가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한다.
상호확증파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의 1차 공격에서 핵무기를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핵보유국들은 핵무기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발사 위치를 분산시켜둔다. 상세한 내용은 하단 역사 파트 참조. 21세기 현재 가장 생존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수단은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로, 주요 핵보유국들이 사용하고 있다.
3. 역사
3.1. 초기 개념
핵무기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상호확증파괴와 유사한 개념은 여러 차례 등장하였다. 1860년대 개틀링 기관총을 개발한 리처드 조던 개틀링은 기관총으로 전선에 투입되는 병력의 수를 줄이면 희생되는 젊은이들 역시 크게 줄어들 것이고, 압도적인 화력에 국가들이 대량의 희생자를 우려해 전쟁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3] 1870년대에 영국의 작가 윌키 콜린스는 전쟁을 막을 방법은 무기의 파괴력이 강해져서 전쟁으로 인한 절멸의 공포가 평화를 유지시키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처럼 상호확증파괴 개념은 19세기 말부터 지식인들 사이에서 제시되었지만 20세기 중반에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현실화되었다.
3.2. 냉전 초반
미국과 소련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와 수많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위력을 파악했고, 미래의 강대국 간의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기 핵무기 경쟁은 당시 유일한 장거리 핵공격 수단이었던 폭격기에 집중되었지만 이후 탄도 미사일 기술의 발달로 요격 불가능한 핵무기 공격이 가능해졌다.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는 서방 측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핵 경쟁은 대륙 간 탄도 미사일로 대표되는 같은 장거리 전략 미사일로 넘어갔다.그러나 고정된 위치에 대규모로 건설된 미사일 기지는 인공위성과 항공기 등 정찰 수단의 발달로 쉽게 파악되었다.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크게 늘리고 위장 핵 발사대까지 설치하며 경쟁했다. 핵무기가 1만 발을 넘을 정도로 너무 많아지면서 미국과 소련 모두 공멸의 위협을 느끼자 핵무기 감축 협정을 맺었다.
3.3. 냉전 중반
미국과 소련은 선제적인 핵무기 공격을 받아도 자국의 핵무기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과 소련의 협정으로 미사일의 숫자가 제한되자 핵무기 발사대를 벙커처럼 만들어 방어력을 최대한 강화하였다. 핵무기의 위력을 극대화하고 적의 요새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위한 정밀유도기술 역시 발전했다.[4]미국과 소련은 핵전력 경쟁이 무의미하게 국력만 낭비하면서 공멸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는데 합의하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다탄두 미사일의 숫자를 제한하며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대 건설을 중단하는 등의 협정을 맺었다.
3.4. 냉전 후반
1980년대에 들어서는 원자력 잠수함을 통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이 핵 투발 수단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무리한 핵무기 전력 증강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균형이 유지되었다.그러나 이미 소련은 핵무기 경쟁으로 막대한 국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이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한 SDI 등으로 촉발 군비 경쟁이 벌어졌고, 1991년 소련 붕괴로 이어졌다.
3.5. 냉전 이후
현재에도 핵보유국 간 상호확증파괴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히 비교적 확실한 2차 공격 수단인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중심의 핵무기 확보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2002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소련과 맺었던 ABM조약[5]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미사일 방어 구성을 시도하여 러시아와 중국이 반발했다. 러시아는 핵전력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를 뚫는 ICBM을 배치하며 미국과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한 핵전력은 필사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019년,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러시아가 미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핵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미국의 유일한 존재적 위협이라고 발언했다.
4. 비례억지전략
상호확증파괴와 유사한 개념으로, 대량 보복을 공언하며 전쟁을 회피하는 전략이다.자세한 내용은 비례억지전략 문서 참고하십시오.
5. 문제점
5.1. 군비 경쟁
상호확증파괴의 조건 역시 전력 수준에 따라 상대적이므로 상대의 발전 수준에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핵전력을 늘리는 군비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점은 재래식전력도 마찬가지지만 핵무기의 파괴성 때문에 더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냉전 초기에는 적국의 주요 도시 수십~수백여개를 제압할 정도의 핵 전력만 갖추면 상호확증파괴가 성립하여 확실한 핵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고 여겨졌으나 결국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핵무기가 너무 많아지자 공멸의 위험을 느낀 미국과 소련은 상호 합의 하에 핵무기를 감축하며 과열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탄도 미사일의 정확도가 향상되고, 선제 공격으로 더 많은 타격을 입힐 수 있게 되면서 일방적 승리 가능성이 커졌다.[6] 미국과 소련은 기습 핵 공격을 당하고도 상대를 확증파괴하기에 충분한 핵전력이 잔존할 정도의 핵전력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목표는 상대의 핵무기가 늘어나면 따라 늘어나면서 서로에게 각각 1~2만발 가량씩 투발할 수 있을 극단적인 핵전력으로 커졌다.
충분한 2차 타격 능력을 보장 해주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확보되면서 수량만 늘리는 핵 경쟁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2차 타격을 위한 탄도 미사일 원자력 잠수함 확보와 이를 차단하려는 공격 원자력 잠수함의 추격, 미사일 방어의 요격 시도와 극초음속 미사일의 돌파 시도 등 군비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5.2. 핵을 통한 전쟁 억지력의 한계
핵무기는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사용성이 크게 감소해 억지력의 한계가 발생한다. 상호확증파괴에서 전략 핵무기를 사용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적국의 군대를 제압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국의 소멸, 최소한 재기불능의 타격을 주는 것이다. 기밀이 해제된 미국과 소련의 자료에 따르면 전략핵들이 적국과 적국의 동맹국들의 민간인과 산업시설이 밀집된 주요 도시들을 겨냥했다.그러나 국지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제한전에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핵무기는 강한 파급력을 가져 국내외 여론 악화와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무기와 그에 의존한 상호확증파괴는 한계가 있으며, 재래식전력만을 사용한 군사 분쟁 역시 계속될 수밖에 없다.
5.3. 비합리적&비국가적 의사결정자의 위협
상호확증파괴에 따른 억제전략은 대량살상무기 보유국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의사결정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 모델을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행위자"라는 기본 전제하에 성립된다. 그런데 비국가행위자(예시: 테러리스트)나 합리적인 계산을 집어치운 국가 지도자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비국가행위자들은 전통적인 국가의 이익(생존, 안보 등)과는 무관한 정치적, 종교적, 이념적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상대의 괴멸과 공포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전략도 서슴치 않는다. 독재자와 같은 비합리적 행위자가 지배한 국가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무시된 채 일개 개인의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에 국가가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두 경우 모두 부정확한 정보를 신뢰한 채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거나 단순히 심리적&신념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를 선제 사용하여 상대와 공멸하는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다.
즉, 테러리스트나 비합리적인 독재자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서 상호확증파괴 모델에 들어갈 경우 상호확증파괴는 커녕 언제 세계가 핵구름에 뒤덮힐지 모를 돌발확증파괴로 전락해 버린다.[7] 자국과 지도부의 피해엔 아랑곳 하지 않고 상대국가에 대한 파괴에 만족하는 식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자가 대량살상무기에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이 위험은 증대된다.
6. 개선 노력
상호확증파괴가 실제로 벌어지면 승자없이 모두 공멸하기 때문에 우발적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대국 간에 핫라인을 개설하고, 핵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인류 문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여러 번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적의 핵무기를 요격하는 SDI로 상호확증파괴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달성할 수 없었다. 결국 SDI는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일부는 미사일 방어로 이어졌다.
상호확증파괴와 냉전 상황은 국제정치학에서 국가안보 개념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끌어냈고 구성주의 패러다임에서 논하는 상호안보의 틀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비판받게 된다. 상호안보 개념에 의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안보문제에 접근하면 필연적으로 군비경쟁의 안보 딜레마를 가져오며, 진정한 안보는 관계를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상기한 핵감축 노력 등과 닿아 있다.
7. 매체에서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 데프콘(게임)
-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 워커 - 피스 워커 계획
- 버터 전쟁 책
- 에이스 컴뱃 시리즈 - 악당들의 최종 목표가 상호확증파괴를 일으켜 전세계를 불태우는 것인 경우가 많다.
- 에이스 컴뱃 5 The Unsung War - 회색 남자들
- 에이스 컴뱃 제로 The Belkan War - 국경없는 세계
- 에이스 컴뱃 7 Skies Unknown - 마티아스 토레스 & 알리콘급 잠수 항공순양함
- 워게임
- 진격의 거인 - 땅울림
- 핫라인 마이애미 2: 롱 넘버 - 50 Blessings의 양측 대통령 사살로 인해 대체역사 세계관 속의 미국, 소련이 일으킨 핵전쟁.
- Calm down Stalin[8]
8. 관련 문서
- 게임 이론
- 공포의 균형
- 벼랑 끝 전술
- 미치광이 전략
- 비례억지전략
- 억지력
- 제3차 세계 대전
- 데이지 걸
- 우발적 핵전쟁
- 적대적 공생
- 핵전략사령부
- 미사일 방어
- SDI
- 파멸의 날 기계
- 치킨 게임 - 죄수의 딜레마
- NOP - SIOP - 핵전쟁
- 승자 없는 싸움
- 자폭
[1] 상호확증파괴란 서로 확증을 파괴한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서로 확증적으로 파괴(assured destruction)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의역으로 상호파괴확증이라고 분석하는 의견도 꽤나 타당하지만 이 경우 Mutual Destruction Assurance로 보게될 여지도 있어서 결국 원어를 그대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직역한 듯하다.[2] 즉, 2차 공격으로 이쪽을 멸망시킬 수 없을 정도로.[3] 하지만 실제로는 소총수 수십 명 대신 기관총 사수 한 명이 아니라 기관총 사수 수십 명을 배치했다.[4] 폭발의 파괴력은 거리의 세제곱근으로 약화되므로 핵무기 발사대같이 방호된 표적을 파괴하기 위해서 정확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5] Anti-Ballistic Missile Agreement. 1972년 5월 26일에 모스크바에서 맺은 조약으로 양국 간 요격 미사일 숫자를 100개로 제한해 상호간의 상호확증파괴 성립을 유지시켰다.[6] 1979년 랜드 연구소의 가상 시나리오 First Strike는 소련의 기습 선제 핵공격으로 인해 미군의 ICBM과 SSBN, 폭격기 전력의 대다수가 격파되고, 미국 대통령은 결국 소련에 항복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철저히 군사적 타겟만을 노렸다고 가정해서 민간인 사망자는 약 8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7] 이런 불안감은 대중에게 이미 널리 퍼저셔 음모론자나 종말론자들의 예언은 물론, 국제안보 및 외교 전문가들도 테러리스트들을 통해 이 위험성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지구종말시계에 핵전쟁말고도 핵테러가 추가된 이유이기도 하다.[8] 아예 게임 주제부터가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