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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에스프레소(espresso)는 곱게 간 원두에 고온 고압으로 소량의 물을 투과시켜 추출해 데미타스 컵에 담은 커피이다. 반대로 물을 투과시키는게 아니라 깔때기에 걸러서 추출하면 드립 커피가 된다.2. 유래
전통적인 방식처럼 원두 가루를 물에 넣고 끓이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는 커피는 단시간에 대량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19세기 들어 산업화 시대의 빠듯한 식사시간 또는 휴식시간에 커피를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보다 신속하게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 필요해졌다. 이로 인해 19세기 중반부터 온수 대신에 고압의 수증기를 원두 가루에 통과시키는 방식이 19세기 중반부터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고안되었다. 이를 참조해 이탈리아의 안젤라 모리온도(Angela Moriondo)는 1884년에 이런 증기압 추출 기계에 대한 특허를 최초로 취득하고, 소수를 제작하여 토리노에 있던 본인의 바에서 커피를 만드는데 이용했다. 이어 1901년 밀라노의 기계공 루이지 베쩨라(Luigi Bezzera)는 보다 진보된 증기압 추출 기계를 만들어냈고, 1902년에 특허를 취득하였다. 이 베쩨라의 특허를 1903년에 데지데리오 파보니(Desiderio Pavoni)가 구입하고 '라 파보니(La Pavoni)' 회사를 설립하여 양산하면서 본격 보급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 베쩨라-파보니[1]의 추출 기계를 에스프레소 머신의 시초로 보며, 이렇게 고압 증기로 단시간 내에 추출해 낸 커피가 초기 에스프레소였다.그러다가 고압 수증기 대신 고압 열수를 쓰는 현대적인 에스프레소가 1930~40년대 들어 출현하게 된다. 에스프레소의 특징 중의 하나인 크레마를 잘 만들려면 높은 압력이 필요했는데, 수증기로 고압을 내려면 보일러를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고 자칫 대형 사고의 위험도 있고 해서 압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2]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린더에 열수를 넣고 핸들에 연결된 피스톤으로 강하게 밀어내어 추출하는 새로운 기계가 고안되었다. 이런 고압 열수 추출 기계도 1930년대에 몇 가지가 고안되었으나,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지오바니 가찌아(Giovanni Gaggia)가 1938년에 특허를 취득하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47년 회사를 설립해 이듬해부터 레버식 에스프레소 머신 'Gilda'를 양산하면서 부터이다. 가찌아는 이 머신으로 만든 커피는 종래의 에스프레소보다도 크레마가 풍부하다고 해서 '크레마 카페(crema caffè)'라고 선전하였으나, 오래지 않아 이것이 새로운 에스프레소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때부터 점차 고압 수증기를 이용한 머신은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과 같이 모터의 전동 펌프[3]를 이용해 8~10바(bar)에 이르는 고압의 열수를 이용해 추출하는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시초는 페마(Faema) 社의 E61 머신이다. 레버 머신은 스프링의 장력으로 압력을 주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추출의 후반부로 갈수록 압력이 떨어지거나, 혹은 스프링의 장력이 풀릴 때까지 추출을 멈출 수 없다는 점[4], 싱글 보일러로 항시 팔팔 끓인 물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커피가 과다추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 무거운 레버를 한 추출당 3번씩이나 내려야 한다는 점, 조작 미숙 시 레버가 상단을 가격하면서 머신이 충격을 받거나 바리스타가 부상을 입는 등 여러 문제가 많았다. E61은 이러한 단점들을 해결한 제품으로 현재까지도 여러 커피 머신에서 E61형 그룹헤드가 채용될 정도로 구조적으로 잘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 머신은 열교환(HX) 보일러를 통한 적정의 열수 온도 유지와, 추출 시작 시 곧바로 9바의 압력으로 물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략 5~6초 정도의 지연시간을 두고 저압의 물을 그룹헤드를 통해 흘려보내며 커피 케익을 추출 전 적절히 적셔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동 머신처럼 프리인퓨전(뜸들이기)을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기능, 작동을 정지하면 펌프가 멈추면서 그룹헤드-샤워스크린 쪽 밸브는 잠기며 이와 동시에 샤워스크린-출수구 쪽 밸브는 열리면서 샤워스크린에 남은 압력을 출수구로 밀어내는 3-way 기능 등 현대 에스프레소 머신의 기초가 된 혁신적인 모델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카페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이때 이후의 머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기반으로 라마르조코, 슬레이어 등의 타사의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에스프레소의 어원도 이처럼 압력을 가해(press) 짜낸다(ex-, es-)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빠르게(express, espress) 추출해냈다는 뜻은 근거 없는 몇몇의 의견일 뿐. 혹자는 증기를 뿜어내며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이 증기기관차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기관차의 이탈리아어 표현에서 나왔다고도 하지만, 이도 근거가 없는 설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탈리아식 표현으로 'Espresso'라고 하지만, 프랑스와 포르투갈에서는 'Expresso'라고 한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쇼트 블랙(Short Black)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커피에 물을 타는 카페 아메리카노와 다르게 '물에 커피(숏트 블랙)를 타는' 롱 블랙(Long Black)에 넣기 때문이다.
중화권에서는 '농축커피(번체 濃縮咖啡, 간체 浓缩咖啡)'라고도 한다.[5]
3. 성분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어로 빠르다, 고속이라는 뜻을 가진 것답게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하는 기준으로 약 25 ~ 30초 안에 추출하게 되고 동시에 향미를 결정하는 가용성 성분도 추출되지만 동시에 불용성 성분도 추출되어서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에스프레소의 성분상 커피 오일 등 불용성 성분이 거르지 못하고 추출되는 영향인데, 커피 오일은 직접 혀와 접하게되면 쓰디쓴 맛이 매우 강하기에 에스프레소에서 쓴맛이 난다. 때문에 이탈리아 이외에 한국 등 외국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즐겨마시는 경우가 없거나 드물며 대부분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은 카페 아메리카노나 우유를 섞은 라떼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아메리카노의 성분을 보면 물이 불용성 성분의 쓴맛을 희석시키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로 마시는 것보다 쓴맛이 덜해지고 라떼는 우유의 유당 성분이 에스프레소의 불용성 성분을 희석시키기에 쓴맛 대신 유당 성분의 고소한 맛이 스며들었던 영향으로 쓴맛이 덜해진다. 여기에 시럽을 섞으면 단맛이 더해진다.바리스타 시험 자료에도 에스프레소에 커피 오일 등 불용성 성분이 거르지 못하고 자연히 추출된다는 대목도 나오기에 이를 모르는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그저 쓴맛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3.1. 커피오일
커피 원두에서 나오는 말 그대로 커피의 기름이라는 뜻으로 일반 기름과 같이 끈적거리는 성질이 있으며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도 가용성 성분과 거르지 못하고 함께 추출되기에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오일이기 때문에 혀에 접하면 쓴맛이 느껴지게 된다.다만 미각상으로는 그렇지만 향미에 있어서는 자당 성분과 함께 향미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점이 있어서 에스프레소 추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성분이기도 하다.
4. 맛과 레시피
보통 핸드드립이나 프렌치프레스를 이용한 방법과 달리 고온 고압에서 매우 진하게, 종이필터를 거치지 않고 추출되는 방식이므로 커피의 맛이 강렬하게 드러난다.에스프레소의 원조인 이탈리아에는 국립 에스프레소 연구소(Istituto Nazionale Espresso Italiano)까지 있는데, 이 곳에서 정해놓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로 인증받는데 필요한 추출조건은 다음과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탈리아식의 경우이고, 다른 나라들은 이 레시피에 얽매이지 않고 추출의 변수를 다양화하여 추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를 그대로 마시는 문화 때문에 약 1:3 정도의 농도가 적정선이지만, 에스프레소보다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의 수요가 더 높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이외 카페들의 현대적인 에스프레소는 1:2 비율이 기본적이다. 현대 카페들의 다수는 이탈리아 공식 기준으로는 리스트레토를 사용하는 셈.
사실 에스프레소에 정답은 없다는 걸 이탈리아인들도 모를 리가 없는 만큼 위의 레시피도 자세히 보면 그다지 빡빡하지 않다. 원두의 양은 명확하게 규정한 편이지만 나머지 조건들은 최소와 최대를 기준으로 추출 양은 약 20%, 추출시간은 무려 50%나 차이가 난다. 또한 이 레시피는 일리와 라바짜를 비롯한 이탈리아식 강배전 커피에 한정된 방식이기 때문에 로스팅 스타일이 다양해진 현대의 커피들에 적용하긴 난점이 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중요한 건 맛인 만큼 어느 정도 범위는 정해놓되 나머지는 전부 자유롭게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나가면 된다는 것.
처음 마셔보는 사람들이 멋모르고 쭉 들이켜다가 뿜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 특히 대부분의 카페에서 가장 싼 메뉴가 에스프레소라, 카페 처음 가는 사람들이 멋모르고 시켰다가 간장종지만 한 잔에 담겨 와서 한 번 놀라고 쓰디쓴 맛에 또 한 번 놀라는 안타까운 사례도 종종 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대부분 설탕을 같이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고, 점원이나 알바생이 에스프레소는 양도 적고 엄청 쓴데 괜찮겠냐고 미리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일부 매장에서는 에스프레소 손님에게는 아예 설탕을 넣은 채로 서빙하는 곳도 있다. 쓴맛으로만 따지면 고삼차와 비슷한 정도. 사실 이탈리아에서도 설탕을 다 안 녹아 바닥에 깔릴 정도로 넣고 달고 쓰게 마시는 게 국룰이다.
아주 진한 순수 원액 커피지만 1회 제공량이 워낙 적고 빠르게 추출하기 때문에 총 카페인 함량은 낮다.[9][10] 하지만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총 섭취량도 중요하지만 섭취 속도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데, 에스프레소 더블 샷 정도를 빠르게 들이켜면 아무리 카페인 내성이 발달한 사람이라도 순간적인 과잉 각성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를 넣으면 카푸치노, 카페라떼, 플랫 화이트, 코르타도가 되는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 커피를 만들 수 있다.
특유의 강한 향과 진한 맛 때문에 유럽에서 아침잠을 깨는 용도로 자주 마신다. 농도가 높아서 쓴맛도 강하게 느껴지므로, 이걸 맛있다고 할 정도가 되면 상당히 커피에 적응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기계로 추출하기 때문에 바리스타의 실력이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확실히 추출 과정 자체는 레버머신이 아니라면 기계가 해서 사람 손이 별로 가지 않지만 원두를 적당한 곱기로 분쇄하고, 적당한 양을 넣어, 고르게 추출해내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의 차이가 상당하다. 이때 여러 변수를 조절하려면 바리스타의 많은 경험과 민감한 입맛이 필요하다. 공기 중의 습기나 원두의 상태에 따라 분쇄도를 하루에도 여러 번 조절해야 할 때도 있다. 드립 커피가 과학적 연구와 도구의 발달로 인해 입문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오히려 변수 조절이 매우 어려운 에스프레소가 다루기 가장 어려운 추출법이 된 셈. 물론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알바생을 대충 교육시켜 저울도 없이 감으로 뽑아내는 경우가 많으니, 입문은 쉽고 마스터는 어려운 추출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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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된 현대의 에스프레소 기계. La Marzocco 의 GB/5 모델이다. (출처 : 위키백과) |
에스프레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 에스프레소 솔로(싱글) - 7 g으로 30 ml 정도 추출
일반 에스프레소 샷 하나
- 에스프레소 도피오(더블) - 14 g으로 60 ml 정도 추출
싱글과 같은 농도, 두배의 양. 투샷, 더블 샷이라고도 부른다.
- 에스프레소 리스트레토 - 7 g으로 20 ml 정도 추출
싱글보다 농도는 진하지만 더 깔끔한 맛.
- 에스프레소 룽고 - 7 g으로 40 ml 이상 추출
싱글보다 농도는 연하지만 더 쓴맛.
이런 식으로 나뉜다고 알려져 있다. [11]
리스트레토는 룽고에 비해 농도는 진하지만 잡맛이 적어 더 깔끔하고, 룽고는 리스트레토에 비해 농도는 연하지만[12] 더 쓰다고 하니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는 커피의 쓴맛 성분이 추출 후반에 나오기 때문이다.[13] 잘 만든 리스트레또는 보통 산미와 단맛이 약간 더 강하다.
동일 원두로 만든 리스트레토와 룽고로 아메리카노를 만들게 되면 상황은 바뀐다. 즉, 룽고 쪽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는 것. 이유는 간단한데, 아메리카노 안에서 룽고 쪽의 에스프레소 양이 많기에 그런 것. [14] 물론 룽고와 동일 추출양의 리스트레토면 훨씬 진하게 만들 수 있다.
기본적인 분류는 위와 같지만, 가게의 지향점에 따라, 원두에 따라 추출비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 가게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5. 한국의 에스프레소
믹스커피에서 이어지는 카페라떼, 돌체라떼 선호,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주도하는 한국 커피 매장에는 사실상 어디에나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지만, 정작 에스프레소 그 자체는 인기가 없다. 심하게는 모든 커피 음료가 에스프레소 기반인데 에스프레소를 따로 내지 않는 커피 전문점도 있다.빨리 뽑아서 후루룩 하고 가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와 정반대로 한국의 카페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기도 하고, 굳이 인간 연료(…) 역할로 쓰기에는 이미 아메리카노나 믹스커피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이러다 보니 매장 입장에서도 에스프레소 자체에 신경을 쓸 이유가 많지 않아서, 굳이 시켜도 썩 괜찮은 퀄리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문점이 아니면 기계 세팅도 오락가락하고 원두도 대량으로 미리 갈아서 쓰다 보니 심하게는 거의 빙초산에 범접하는 시큼하고 기름 냄새 나는 에스프레소를 받아 볼 가능성이 높다. 에스프레소가 맛있는 로스팅과 아메리카노가 맛있는 로스팅은 또 다르다 보니 업자 입장에서도 골치아프다. 드물게 몇몇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별도의 작은 머신과 (상대적으로) 고가의 스페셜티 원두를 따로 준비하는 방법으로 이쪽의 수요에 밸런스를 맞추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한국에서 에스프레소 퀄리티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 이미 상당한 레벨의 커피 마니아라고 볼 수 있다. 선반공 출신의 커피덕후인 고 김기덕 감독은 생전 자작 에스프레소 머신을 세 대나 만들었으며, 식단에 고집이 있는 봉준호 감독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으면 촬영을 안 하려 할 정도.
세계화가 진행된 2020년대에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유럽 여행을 갔다가 그냥 커피를 시켰더니 조그만 에스프레소 한 잔만 나와서 당황하고, 그걸 모르고 생으로 원샷했다가 고생하는 경험담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구판 먼나라 이웃나라 영국편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 신판에서는 에스프레소가 익숙해져서인지 삭제되었다. 요즘에도 카페를 처음 가는 젊은 층에게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한국에도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탠딩 에스프레소 바가 조금씩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착석이 가능한 자리가 거의 없는 대신 에스프레소 솔로의 가격을 1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여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데, 에스프레소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스트라파짜토(에스프레소+초콜릿 파우더), 카페 샤케라토, 아포가토, 그라니따 등 정통 이탈리아 커피메뉴를 주로 판매한다.
5.1. 좋은 가게를 구분하는 법
결국에는 아무리 장비와 환경이 좋아도, 직접 맛을 보지 않으면 추출 품질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하의 조건들은 에스프레소를 잘 하는 집이면 기본으로 지키고 있을 확률이 높기에 참고해두면 크게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용하는 원두의 생두 품종이나 로스팅 정보, 블렌딩일 경우 블렌드 비율 등을 잘 보이게 공개한다.
-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 다음의 수순을 따르는가를 본다.
- 추출 전에 포타필터가 커피머신에 결합되어 예열을 하고 있다.
- 포타필터를 커피머신에서 빼서 원두가루를 받기 전에 포타필터 안쪽의 물기를 린넨 등으로 닦는다[15].
- 바스켓에 커피를 담고 솟아오른 부분을 탬퍼로 때려서 정리(태핑)하지 않고, 전용 레벨링 툴인 칠침봉 및 디스트리뷰터를 사용하여 정리한다. 태핑은 커피베드를 불균일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어 채널링(고르지 않은 편추출)의 원인이 되기 쉽다.
- 포타필터에 원두를 도징할 때, 샷을 추출할 때 저울을 사용하여 도징량과 추출량, 추출 시간을 정확하게 계량한다. 러시타임에는 매우 바빠서 샷을 일일이 재긴 어렵기 때문에 머신에 추출 시간을 저장시켜 추출하더라도, 그 머신 세팅값에 최적화된 도징량만큼은 잘 측정해줘야 한다.
- 어느 정도의 체급이 되는 그라인더와 머신을 사용한다.[16] 하이엔드 장비들을 쓴다고 추출의 품질을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저가형 카페 수준의 장비에서 고품질 추출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그라인더는 커피의 맛표현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고성능 머신이 연속 추출 중 일정한 세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으며, 저성능 장비로는 실력 좋은 바리스타도 세팅에 한계가 있다.
- 에스프레소 위의 크레마만을 보고 추출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로부스타나 강배전 원두를 사용하면 크레마는 더 강하게 나오는 반면 약배전 에스프레소는 크레마가 희미하다. 과거에는 얼룩무늬 반점(타이거스킨) 크레마가 나온 것이 최고의 추출으로 보았으나, 현재는 미분이 샌 채널링의 일종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크레마는 커피오일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낸 쓴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제대로 맛을 보려면 제거하고 마시는 것이 좋다.
5.2. 설탕 첨가 여부
에스프레소는 하나의 기호식품이므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올바른’ 방법 같은 건 따로 없다. 차와 같은 다른 음료와 마찬가지로, 커피도 세계 각국에서 즐기다 보니 문화권에 따라 수많은 음용법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를 들어 터키 커피는 한 잔에 설탕 1작은술 비율이 기본이다.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도 되고, 그대로 마셔도 되고, 설탕 반 커피 반이 되더라도 본인이 만족하면 그만이다. 어디서 주워 들은 얘기 갖고 남의 커피에 설탕을 넣어라 말아라 하는 것은 결국 남의 국밥에 깍두기 붓는 짓과 다를 게 없다. 애초에 에스프레소 맛을 살리는 법이 궁금하다면 그 커피를 가장 잘 아는 바리스타 본인에게 원두 특성에 맞는 음용 방법을 물어보는 것이 제일 정확할 것이다.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도 이는 개인의 취향 차이로 취급되고, 설탕을 첨가하는 인구가 상당히 많다.[17] 아무리 음식에 고집 센 이탈리안이라도 남의 밥 간 맞추는 걸로는 터치 안 한다.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보통 작은 스푼과 얇은 막대형 설탕 한 포를 함께 내놓는데, 이것을 잔에 취향껏 부어 마시면 된다. 중강배전 원두를 즐기는 북부에서는 젓지 않아 다 마시고서도 바닥에 설탕이 약간 남게 하는게 보통이고[18], 극강배전 원두를 즐기는 남부로 갈수록 충분히 저어주어 커피 맛과 골고루 섞이게 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에스프레소에 사용하는 설탕의 종류와 궁합을 따지는 커피 애호가와 바리스타들도 있다. 사실 커피맛에 방해 없이 순수한 단맛만을 높여주는 설탕은 정제당, 그 중에서도 백설탕이다. 비정제당의 경우 정제당보다 용해도가 낮아 단맛이 더 약하고, 커피의 신맛과 개성을 부각시키며 당밀 특유의 묵직함과 쌉쌀한 풍미가 더해진다. 이러한 특징이 자신 매장의 에스프레소에 잘 맞다고 생각하는 카페의 경우 라 빠르쉐 등의 원당이나 데메라라같은 분밀당, 머스코바도 등의 함밀당을 비롯한 비정제당을 서빙하는 곳들도 있다. 제로 슈거가 유행하면서 대체당에 대한 논의도 있으나, 아스파탐은 열을 가하면 신맛과 쓴맛이 형성되므로 잘 쓰이지 않고, 스테비오사이드(+에리스리톨)의 경우 단맛이 설탕보다 가볍고 쓴맛과 화한 맛의 문제로 인해 불호 의견이 많으며, 알룰로스는 맛은 설탕과 꽤 유사하지만 현재로썬 단가가 너무 높아 경제성이 없어 거의 쓰이지 않는다.
5.3. 좋은 원두를 고르는 법
집에서 드립 커피를 즐기던 사람이 에스프레소로 넘어왔을 때 기존에 쓰던 원두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카페의 그 맛을 생각했다가 생각과는 다른 맛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는 드립 등 브루잉에 쓰는 원두들이 대부분 한 품종으로만 된 싱글 오리진이며 (최근 경향이면 더더욱) 배전도도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라떼의 밸런스를 위해서 에스프레소 원두는 브루잉용보다 배전도가 높고 다른 원두와 혼합한 블렌드 원두를 사용한다. 커피는 배전도가 낮을수록 산도가 높아지고 바디감도 가벼워지는데, 블랙 커피면 몰라도 라떼에서 신맛이 나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은데다가 우유맛에 밀리지 않는 바디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의 원조인 이탈리아에서는 'Italian Roast'라 하여 겉보기에 새카맣게 강배전 로스팅을 하며, 쓴맛이 강한 로부스타를 거의 대부분 섞는다. 로부스타를 블렌딩한 샷은 아라비카만 사용한 샷에 비해 바디감이 강해지고 크레마도 만들기 더 쉽다.[19]때문에 카페의 맛을 따라하기 위해 홈 에스프레소에 입문한다면 원두를 바꾸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보통 일리나 라바짜 등 실제 카페에서도 쓰이는 이탈리아산 브랜드 원두가 추천된다. 특정 매장의 맛을 재현하고 싶으면 아예 거기서 해당 원두를 사는 방법도 있다. 대형 카페는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매장에서도 사장 취향대로 로스팅한 원두를 따로 파는 경우가 꽤 있다.
블랙만 마셔서 라떼류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단순히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에 흥미가 있는 경우라면(특히 산미 취향이라면) 취향에 따라 싱글로도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체인점에서는 라떼류를 위해 강배전 원두만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메리카노도 쓴 맛만 강한 경향이 있는데 산미가 강한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로 만든 아메리카노는 놀라울 정도로 다른 특색을 가지니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산미 강한 원두(약배전 원두)로 에스프레소 뽑아서 얼음물 넣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 때엔 향의 느낌이 뜨겁게 먹을 때와 많이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에스프레소용 원두는 브루잉용 원두보다 디개싱을 길게 잡는 것이 좋다. 이산화탄소를 추출 과정에서 배출시키기 쉬운 브루잉과 다르게 에스프레소는 매우 빠르게 압력을 가하는 구조상 가스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
6. 에스프레소 관련 기구
6.1. 에스프레소 메이커
6.2. 데미타스
Demitasse에스프레소와 같은 적은 양의 커피를 마실 때 쓰는 작은 잔.
프랑스어로 반(demi) 잔(tasse) 이라는 뜻으로, 철자 때문에 '데미타세'라고도 읽는데 프랑스어 발음법으로는 드미타스고, 보통 영어 발음상으로 데미타스라 부른다. 정작 프랑스에서는 그냥 에스프레소 잔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어로는 '타치나 다 카페 (Tazzina da caffè)'라 한다고 한다.
보통 60ml에서 90ml까지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잔을 말한다. 에스프레소의 특성상 양이 적고 독하기 때문에 큰 잔에 담으면 공기와의 접촉 면적이 넓어져서 커피가 빠르게 식어버리게 되고, 한 번에 넘기는 양이 많아지므로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즐기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좋은 데미타스는 잔 벽면이 두껍고, 한 번 마실 때 너무 많은 양이 입으로 넘어가지 않아야 하며, 잔과 바닥 사이의 거리가 보통 잔보다는 많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게 이탈리아 안캅의 데미타스들. 그래서 크기에 비해 무겁다.
재질은 주로 세라믹이다. 간혹 유리로 만든 데미타스도 있으나 대개 내열성이라는 측면에 있어 아쉽기 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다.
"샷잔"과 다른 점이라면 이쪽은 주로 용량을 재서 다른 바리에이션 메뉴에 넣거나 하는 용도이지만 (=일종의 계량컵. 눈금이 있는 것도 있다), 데미타스는 직접 들고 마시는 잔이라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1] 이들과 자손들이 세운 '베쩨라'와 '라 파보니'는 현재도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머신 제작 회사로 존속하고 있다.[2] 현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스팀밀크 등을 만들 때 내는 증기가 굉장히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1.0~1.3바(bar)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3] 가찌아가 원래 고안한대로 레버를 이용해 인력으로 압력을 가해주는 방식도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 때문에 여전히 일부 팔리고 있다.[4] 잔압이 확실하게 빠지지 않은 상태로 포터필터를 분리하면 퍽이 폭발한다.[5] '이태리 커피' 그대로 음차하여 '義大利咖啡'라고도 한다.[6] 0.9~1.1 MPa, 약 10기압[7] 저 추출압은 모카포트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초기식 증기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내었던 압력이 아닌, 1938년 아킬레 가찌아가 만들었던 피스톤식 머신 초기형의 추출압이었던 9~10기압을 기초치로 한 것이다. (초기식 증기 에스프레소의 추출압력은 1.5~1.6bar 정도로, 현재 일반 모카포트에서 나오는 압력 정도라고 보면 된다.).[8] 미국 커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에서는 보통 1 fl.oz.(1액량온스) 정도라고 가르친다. 1(액량)온스는 미국 단위계 기준으로 29.57353mL(= 1/128 미국갤런)인데, 보통 스타벅스 바리스타 교육 또는 커피 관련 학원에서는 부피 30mL 정도라고 외우게 한다.[9] 카페인은 80도 이상의 물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많이 나온다.[10] 반대로 콜드브루의 경우 온도는 상당히 낮지만 몇 시간 동안 접촉해있기 때문에 일반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아주 오래 추출하면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11] 네이버 블로그 출처[12] 추출해 보면 처음엔 진하게 나오다가 점점 옅어지기 시작한다.[13] 커피의 쓴맛에서 카페인이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적다(수 % 이내). 디카페인 커피도 쓴맛이 있다.[14] 엄밀히 말하자면 에스프레소=쓰다=진하다 라는 인식 때문에 쓴맛이 강한 룽고 쪽이 진하게 느껴진다.[15] 물기가 있는 경우 그 방향으로만 물이 많이 흘러 과추출이 일어나기 쉽다. 이 현상을 채널링이라고 한다.[16] 저가형 카페가 아닌, 에스프레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게에서 사용할 만한 품질의 머신은 신품 기준 1,000만 원이 넘는 것도 적지 않다. 그라인더도 백만 원 이상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장비 영역이 그렇듯이 지식이 없으면 알기 어려운 분야지만, 업계에서 평이 좋은 장비들은 특정 브랜드들로 수렴하긴 한다.[17] 물론 그렇다고 "이탈리아에서는 설탕을 넣는 게 정석" 같은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알베르토 몬디는 설탕 없이 마신다.#[18] 이 때 잔 바닥에 녹지 않은 설탕이 남게되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를 다 마신 후 바닥에 남아있는 설탕을 긁어서 마시는 편이다.[19] 로부스타 혼합은 원가절감, 크레마의 비주얼 측면도 없지는 않다. 상술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이탈리아식의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탈리아에서도 100%아라비카를 쓰기도 하며 스페셜티 위주 카페라면 거의 대부분 아라비카만 사용한 블렌드로 에스프레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