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삼국지)

1. 개요

2. 생애

2.1. 백정에서 대장군까지

• 다만 백정. 즉 도축업자가 사회적 지위에서 최하층의 천민으로 여겨진 것은 조선 시대 이후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한국은 고려 말~조선 초기 일종의 국내 유랑민이던 양수척,[3] 재인[4]을 정주하게 하는 과정에서 유목민적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이 사회적 문제를 지속해서 발생하게 했다. 도축업에 주로 종사하던 이들이 사회적 피차별집단이 되면서, 도축업 자체가 천민[5]의 직업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당연히 다른 국가의 사회에서 백정을 보는 관점은 조선 시대의 관점과 같지 않았다. 특히 진한시대의 도축업자는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직종이었는데, 일단 대규모 지주인 호족에 속한 예속민[6]에 비하면 확실히 사회적 지위가 높았고 소규모 자작농과 비교하더라도 그 지위가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았다. 이는 자본과 신용의 문제로 해석하면 간단한데, 도축업자는 가축이나 짐승을 사들여서 도축한 후 고기를 판매해서 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투자된 비용이 묶여있게 된다.[7] 따라서 도축업에 종사하려면 이를 감당할 만한 재산과 향촌 사회 내에서의 신용이 필요했던 것. 현대에 비유하자면 '지역 유지'까지는 아니라도 중산층 사업가, 또는 자영업자 정도는 되는 지위로 여겨졌다고 보는 쪽이 적절할 것이다.[8] 물론 당대의 다른 유명인사들이 어지간하면 지방 호족에 명문세족의 자손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출신이 한미한 것은 분명 사실이나, '백정'이라면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처럼 천민 출신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 다만 역사적으로 봐도 총사령관에 황제의 친인척이 임명된 이런 인선 자체는 무수히 많았다. 후한 이전 전한에는 위청, 곽거병, 이광리가 있었고 이들은 평소에 군업무와는 아무 인연도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였다. 그나마 이들은 직접 야전에 나가 지휘를 했지만 대부분은 안전한 후방에서 부관들과 참모들의 보좌를 받으며 지휘와 보고, 조율 등을 담당했다. 하진 역시 총사령관격인 대장군에 임명된 것은 맞지만 하진은 청류파 출신들을 대거 비호, 등용했으며 황보숭, 주준, 노식, 동탁(?), 왕윤, 조조 등이 야전에서 박터지게 싸웠다. 보통 이러면 시기나 질투, 참소 등으로 현장인력을 방해하거나 사사건건 간섭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하진은 그러지 않았고,[9] 묵묵히 지원업무에 매달린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 이는 고대~전근대 전제군주들의 처지에서 누군가에게 병권을 맡길 때에는 그의 능력 이상으로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따져야 했기 때문이다. 현대와 같은 고도의 관료제와 문민통제적 장치도 상비군도 없던 시절,대규모의 병력을 동원했을 때 그 병력을 총지휘하는 자가 군주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군주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였던 것이다. 유씨가 수백 년간 다스린 한나라라면 그 왕조의 정통성이 굳건해져 다른 성씨가 황제의 자리 자체를 노리기는 힘들었겠지만, 대신 왕조의 존속 기간 만큼 많아진 방계 황족 중 누군가를 옹립한 반란의 가능성이 있었던 것. 따라서 능력으로 보면 당대의 명장 황보숭이 당연히 더 뛰어난 인물이겠지만 당대의 명사이기도 한 황보숭이라면 다른 유력자나 황족들과도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손잡을 수 있다. 하지만 외척인 하진은 '당대의 황제인 영제의 황후가 자신의 누이'라는 것이 유일한 권력기반인 인물이었으므로 영제 개인에게 철저히 충성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것. 하진의 이전 관직이 하남윤이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인데, 황제와 조정이 위치한 수도의 행정과 치안, 방어를 책임지는 하남윤의 자리에 박아넣을만한 인물로는 황제의 처남인 하진이 딱 적당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한나라의 황제들이 친인척을 총사령관에 임명한 것은 당대 권력의 속성상 당연한 일이었고, 본 문서에도 후술된 것처럼 환관과 외척이 중앙권력의 두 축을 이루고 호족-사대부계층이 실무를 담당하는 한나라 특유의 정체치제와 권력구조 역시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다. 물론 이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비효율적이고 부패무능한 연고주의로 보이겠지만 전근대의 사회적 상황을 현대와 같은 관점에서 해석할수는 없다. 그리고 한나라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하진은 일단 자신에게 기대된 역할을 꽤 잘 수행해낸 것이 맞고, 영제 역시 중국을 대표하는 암군 중 하나로 손꼽히는것 치고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적 판단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2.2. 건석과의 갈등

2.3. 하진의 우유부단

2.4. 원소의 자작극 작전

2.5. 십상시의 난

3. 평가

4. 가족 관계

5. 기타

• 하진은 흔히 무능한 인물로 여겨지지만, 사실 정치적 판단을 제외하고 행정 문제나 공정성 등의 기본적인 측면에서 하진 자신이 잘못한 것은 사서에 특별히 기록되어 있지 않다. 백정 출신이라 배운 것은 없었으나, 말단 관리가 된 이후론 승진을 거듭하며 처세술을 익혔을 것이다. 애초에 유식함과 지혜로움은 다른 의미이니, 학문 교육은 받지 못했어도 기본적으로 명석한 인물이라 빠르게 적응했던 걸로 보인다. 행정 능력도 한미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장군 녹상서사라는 높은 벼슬에서 적응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함량 미달 수준의 무능한 인물이었다면 하진은 대장군 자리에 오르지도, 청류파의 지지를 끌어모으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실 행정 능력면에서도 나름대로의 경험이라든가 짬도 있었고, 무지랭이 천민 출신으로 출세하여 청류파와 환관 세력을 조율하며 기반을 키워 정권을 장악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천부적으로 타고난 센스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진이 백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재산을 모으고, 그 재산을 기반으로 밑바닥 무관에서부터 끈질기게 올라가 결국 대장군에 이르고 자신의 여동생을 황후로 만드는데 성공한 사람이란걸 생각해보면 나름의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란걸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 후한서에 의하면 하진은 성품이 어질고 부하들에게 자주 은혜를 베풀었다고 한다. 여러 기록을 참고하면 하진은 실제로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의외로 매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석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하진과 친했기 때문에 하진에게 도움을 줘 위기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진의 대장군 취임 직후 당시 사도부의 속관이었던 공융이 사도부 대표로 인사를 갔다가 쫓겨난 일이 있었는데[29] 이런 꼴을 눈 뜨고 못 보던 공융은 하진을 탄핵하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하진 본인은 그냥 넘어갔지만, 하남윤 시절 하진의 부하들이 이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해서 검객을 고용해 공융을 습격했다고 한다. 하진이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해듣고 황급히 중지시켰다. 또 하진의 사망 소식이 알려질 당시 하진의 부관 오광을 비롯해서 하진의 직속 휘하였던 병사들 전원이 맛탱이가 가버려서 눈물을 흘리며 "죽더라도 우리는 복수하기를 원한다."하고 궁성에 불을 지르질 않나, 기록상으로 봤을 때 하진의 부하들은 하진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지지를 보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진 본인부터가 귀족이 아닌 백정 출신이라 말단 병사들을 잘 대해줬을 수 있다.

• 일면식도 없는 유비에게는 엄청난 은인이다. 유비는 독우를 폭행하고 도망간 죄가 있어서 이것 때문에 쫓기는 몸이었는데 하진이 그런 유비를 공식적으로 용서했다. 하진은 황건적으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었는데 내가 지금 황건적을 토벌해야겠으니까 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병을 하는데 이 모병에 응하기만 하면 무슨 죄든 다 용서하겠다.라고 선언하며 후한 전토 방방곡곡에 이 내용의 방을 붙였고 유비는 여기에 응해서 독우를 폭행한 일을 하진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용서받고 무혐의 처리되었다. 만약 하진이 이렇게 조치하지 않았더라면 유비는 계속 쫓기는 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30]

• 대장군이라는 직급과 탁류에 맞서는 청류파의 수장격이라는 위치 때문에 당연하다만 당연한 일이지만 그의 막하에는 부하로 유능하고 유명한 인물들이 많았는데 조조, 원소, 순우경, 순유, 종요, 유표, 괴월, 봉기, 정태, 하옹, 왕윤 등 훗날 이름을 크게 알릴 인물이 한자리에 포진한 어벤져스급 인선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삼국지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풀을 보유했던 인물은 유비도, 손권도, 그 조조도 아닌 하진이었던 셈.

6. 대중매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