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3-05 17:31:06

쿠루루기 스자쿠/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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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비판
2.1. 위선언행불일치2.2. 존속살해매국 및 자발적 부역 행위2.3. 자기합리화와 선인 코스프레2.4. 자기객관화 부재 및 인지부조화2.5. 실현 불가능한 비현실적 목표
3. 근본적인 원인
3.1. 작품 내적으로
3.1.1. 유년기의 폭력적이고 뒤틀린 성격3.1.2. 반성과 성찰의식 묘사 부족3.1.3.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속죄 거부
3.2. 작품 외적으로
3.2.1. 주인공의 라이벌로서의 서사와 개연성 부족3.2.2. 디자인 컨셉과 행적의 괴리
4. 결말5. 기타6. 관련 문서

1. 개요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의 주요 인물 쿠루루기 스자쿠의 비판을 다룬 문서. 오우기 카나메와 더불어 코드 기아스 시리즈를 통틀어 단독 비판 문서가 개설된 단 둘뿐인 캐릭터들 중 한 명이다.

2. 비판[1]

카렌: 나이트메어로 너와 싸워왔어.

스자쿠: 그 붉은 녀석으로?

카렌: 그래... 서로 맞찔러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언젠가 너의 하얀 투구를 박살내고 말겠어.

스자쿠: (카렌을 노려보며) 카렌의 해결 방식에는 미래가 없어.

카렌: 그럼 너의 미래는 뭔데!? 지배 체제가 되어 살아가고 있을 뿐이잖아! 명예 브리타니아인? 제3황녀호위 기사님? (코웃음을 치며) 최후의 사무라이 쿠루루기 겐부의 이름값도 못해! 난 달라. 이 잘못된 세계를 뒤바꾸고 말겠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고서는... 오빠는 성불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난 싸울 거야.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고!

스자쿠: 카렌.. 나 사실. 아버지를 죽였어. (카렌: 뭐?)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니야. 내가 죽인 거야. 이 손으로.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1기 19화, 카미네 섬에서 표류되어 한밤중에 이야기를 나누는 스자쿠와 코우즈키 카렌[2]
너 같이 배신만을 계속해온 사내를 누가 믿는단 말이냐?![6]
비스마르크 발트슈타인
원래부터 끊임 없는 배신으로 자리에 오른 남자니까요.
카논 말디니[7]
쿠루루기 스자쿠, 악귀나찰 같은 매국노가...!
배신의 기사, 쿠루루기 스자쿠가 죽었군요.
스메라기 카구야[8][9]

코드 기아스 시리즈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의 중심 그 자체. 애니메이션을 넘어 미디어 역사상 안티가 가장 많고 작품이 끝난 뒤에도 미움과 욕을 가장 많이 얻어먹는 역대 최악의 욕받이 & 비호감 & 발암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신념을 초반부터 내세우기는 하는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타협을 해대는 통에 작품이 끝날 때까지 결국 그 올바른 '방식'에 대해서도, '변화'에 대해서도 확실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는 애매한 행보만 걷는다. 를르슈 람페르지와 대립각을 세우긴 하는데, 일관된 원칙과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성공과 실패를 두루두루 맛보며 어떻게든 진척을 내는 를르슈와는 달리 결심은커녕 고민과 고뇌만 하고 원칙도 과정도 결과도 보여주는 일 없이 공공 선을 자처하는 통에 피카레스크를 추구하는 본작에 수없이 널리고 널린 악인들 중에서도 유독 자기합리화인지부조화, 그리고 이율배반내로남불로 점철된 문제적인 캐릭터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주인공 를르슈와 악의 조직 포지션인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을 능가하는 코드 기아스 시리즈 사상 최악의 빌런이자 발암 캐릭터로 등극했다.[10] 아무로 레이키라 야마토의 계보를 잇는 하얀 유니폼을 입은 세계관 최강의 조종 실력과 전투력을 가진 전통적인 메카물 주인공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비교한다는 것만으로 모욕일 정도로 인성과 행적, 작품 내외적 평가 모두 역대급으로 최악이다.[11] 주인공 보정도 통하지 않고 작품 내외적으로 남녀노소와 국적, 인종, 나이, 진영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신뢰와 옹호, 지지, 재평가는 커녕 오직 철저하게 증오와 미움을 받는 욕받이 캐릭터이다.

보통 이렇게 안티가 많은 발암 캐릭터들은 실제로 논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사연과 행동의 정당성을 공들여 묘사했음에도 저지른 죄에 비해 너무 억울할 정도로 과하게 욕먹거나 각종 SNS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왜곡 밈의 희생양으로서 억까를 당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팬덤의 열기가 식고 커서 보면 불쌍해진다든지 그 나름대로 동정하고 이해할 만한 사연이 있었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옹호와 재해석, 재평가를 받아 이미지가 회복되고 개선되는 일이 많은데, 스자쿠의 경우는 그딴 거 없다. 사연과 정당성조차 전혀 납득되지 않고 철저히 본인의 악행과 행보, 인성 문제로 두고두고 욕먹는 거라 재평가와 논란의 여지가 전무하다. 성격도 성격이지만 지금껏 저지르고 다닌 악행과 전쟁범죄만 해도 를르슈와 기타 빌런들을 아득히 능가하는 수준으로 손속이 엄청나게 잔혹하고 악랄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스케일 큰 악행을 꼽자면 존속살해, 매국 행위, 배신, 식민지 민간인과 레지스탕스 학살탄압, 마약 리플레인을 이용한 포로 고문시도, 프레이야 발사 및 도쿄 조계에 있는 3,500만명 민간인 대학살[12], 악의 황제이자 폭군 를르슈의 독재정에 대한 적극적 동조 행위, 기타 등등이다.

오죽하면 스자쿠를 이해하고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13]이나 소수의 라이트 팬들[14]조차 하술될 비판 내용을 반박 없이 인정하고 그의 사상과 행적에 대해 섣부른 옹호를 하지 않는다. 심하면 아예 논란의 여지를 피하려고 입부터 닫아버리거나 무관심으로 묻어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괜히 애꿎은 스자쿠의 담당 성우인 사쿠라이 타카히로까지 심하게 사이버불링과 욕을 먹었으며 2011년 <코드 기아스 기적의 탄생일> 이벤트에서는 "니들 나한테 사과해"라는 멘트를 날렸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이는 스자쿠가 처음부터 끝까지 재평가의 여지도 없이 철저하게 시청자들의 미움과 욕만 얻어먹으라고 짜인 발암 캐릭터 & 비하 캐릭터라서가 아니다. 작가와 감독 공인 더블 주인공이지만 작품 외적으로 오우기 카나메와 마찬가지로 의도치 않은 심각한 연출 미스와 급한 스토리 변경으로 인한 연속된 캐릭터 붕괴라는 두 가지 원인이 겹친 탓에 인기 면에서의 주인공 보정도 못 받고 당초 의도한 캐릭터와는 완벽하게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와버린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제작진의 기획 의도와 결과물을 평가하는 대중의 시선은 별개이기 때문에 작품 안팎으로의 취급과 대우가 한없이 낮은 건 물론이고, 코드 기아스 팬덤과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의 인기와 평판 면에서도 를르슈와 극과 극을 달린다. 치밀하게 짜인 사이다스러운 왕도적 서사와 일관된 신념, 파격의 끝을 달리면서도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성으로 국적과 지역, 남녀노소 관계 없이 대중에게 무한히 회자되고 사랑받아온 를르슈와 정반대로 스자쿠는 호감 캐릭터로 자리잡기에는 자체적인 매력이 너무 부족한 것도 모자라 공식적인 인기와 호감도가 밑바닥을 뚫을 정도로 형편없이 낮다. 이유는 쓸데없이 극단적인 아집과 철저하게 자기 보신과 밥그릇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본인의 잣대에 따라 눈앞의 현실을 멋대로 왜곡하고 애먼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심각하게 머리가 나쁘고 충동적인 성격[15], 순하고 부드러운 인상과 대비되게 큰 소리로만 어린애처럼 정의를 빽빽 우기는 주제에 정작 본인은 작중 그 누구보다도 그렇게 없애야 한다는 악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내로남불의 화신 그 자체이다. 특히 자신의 조국을 전범국에게 팔아넘기며 부와 명예를 누리고 떵떵거리는 행보와 나쁜 의미로 불쾌하게 와닿는 자기합리화 시의 임팩트는 마치 구한말매국노의 대명사이자 을사오적 중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완용과 비슷해 오죽하면 대한민국 한정으로 '스완용'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심지어 종영된 지 수십년 가까이 흐른 뒤에도 간간이 스자쿠를 이 별명으로 부르며 스자쿠의 매국노 행보를 비꼬고 조롱하는 한국 팬들이 많다.

작중 스자쿠가 충성하는 주요 악의 축의 포지션인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의 황족들과 고위층 인사들은 클로비스코넬리아, 비렛타 누, 슈나이젤, 달튼, 샤를, 마리안느, V.V., 제레미아, 길포드 경, 비스마르크, 루키아노를 비롯해 식민지의 약자들을 탄압하는 성품이 악랄하고 잔인한 네임드 악역들이지만 스자쿠보다 덜 욕을 먹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적어도 자신들의 행동들이 명백한 악이라는 사실을 적극 부정하지도 않으며, 악역이라는 정해진 역할과 자기 진영과 주변 동료들에게만큼은 일관된 애정과 소속감을 보인다. 잠깐만 등장하고 사라지는 마오도 마찬가지. 그만큼 악역으로서의 아이덴티티와 포지션, 임팩트와 매력이 강렬하고 확고하기 때문에 도덕성과 악행으로 비난받아도 캐릭터성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는 없다. 거기다 맨 처음에 노골적인 악인의 포지션에 맞게 시원하게 막나가도 마지막에는 시원하게 업보를 되돌려받아 비참한 결말을 맞아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와 통쾌감을 안겨주므로 스자쿠에 비하면 자기에게만 관대하고 타인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이중잣대를 들이밀며 가르치려들면서 혼자만 처벌을 피해가려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혐성 캐릭터의 이미지도 옅다.[16] 오히려 '매력적인 선역'과는 다른 방향인 '매력적인 악역'의 형태로 시청자와 팬들로부터 호평과 환호,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으며 독자적인 소수 팬층을 거느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17][18]

반면 스자쿠는 그것조차 없다. 타당한 이유 없이 아버지를 죽이고 조국을 팔아넘긴 패륜아매국노로서 서사를 시작한 것도 모자라, 보란 듯이 일본과 브리타니아를 막론하고 여러 진영을 배신하는 박쥐짓만 밥 먹듯이 저질렀다. 정의의 사도인 것마냥 굴면서 악의 세력인 브리타니아를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브리타니아에 정당하게 대항하는 식민지의 약자들을 '악'이라고 규정하고는 탄압하고 학살하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철저하게 줏대없고 비굴한 부역자로서의 막장 행보를 보여왔다. '제작진 공인 더블 주인공'이라는 작품 외적인 이유로 시청자들은 종잡을 수 없는 스자쿠의 발암 행보를 그야말로 진절머리가 나도록 참고 봐야 하니 스자쿠 특유의 위선적이고 비호감적인 인상이 팬덤에 정착하는 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오직 나야말로 정의이고 제로와 흑의 기사단야말로 진정한 악이다!"라는 뻔뻔하고 공허하기 짝이 없는 거짓말을 큰 소리로 뻥뻥 치면서 막상 말과 행동이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모순적인 행보가 결말부까지 계속되었기 때문. 작품 외적으로도 를르슈와 방향만 다를 뿐 실상은 명백한 악인데 스스로를 정의라고 떠들어대며 작중 캐릭터들과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성장은커녕 퇴보와 제자리 걸음만을 반복하는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한 스자쿠라는 캐릭터와 그의 비논리성에 대해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생리적인 위화감과 불쾌감, 거부감과 혐오감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와 반대로 를르슈에 대한 호감도와 몰입도가 한없이 커져갔다. 수많은 시련과 강적을 마주하고 친구에게 배신당하며 소중한 것을 잃는 등 절망을 끊임없이 겪으면서도 브리타니아에게 굴복하기는커녕, 자신만의 확고한 논리와 신념을 일관성있게 관철하고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성장해가며 자신의 서사를 스스로의 손으로 깔끔하고 완벽하게 끝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를르슈는 적어도 스스로를 정의라고 미화하지 않으며 명백한 악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깔끔하게 인정한다. 자신이 내린 선택의 결과와 과오로 끊임없이 고통받고 후회하면서도 반성하고 성장하지만, 스자쿠는 겉으로 정의를 표방하는 주제에 자신 역시 필요할 때마다 주변을 마구 이용해먹고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악인임을 부정하려 들고 본인이 내린 선택의 결과로 고통받고 성찰하는 장면이 비교적 적다. 설사 고통받더라도 이를 억지로 무시하거나 외면하기만 하며 확고한 신념도 없이 상황에 따라 자기 편할 대로만 가치관을 바꿔버리거나 보는 이로 하여금 아주 징글징글할 정도로 정당화와 합리화만 반복한다. 이러한 내로남불적인 모습에 오만 정이 떨어진 주변인들에게 손절당하는 식으로 실질적으로 거머쥐는 이득은 단 하나도 없이 정치적으로도, 인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수많은 방면에서 막대한 손해만 보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를르슈와 다른 악역들보다 훨씬 얄밉고 짜증나는 패배주의적인 위선자처럼 느껴지는 것.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놓고 시원스레 막나가는 다크 히어로(를르슈)나 확실한 악당(신성 브리타니아 제국)보다 자기가 무조건 정의라고 우기며 모두를 기만하는 위선자(스자쿠)나 악역만도 못한 어설픈 선역(흑의 기사단)을 더 혐오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스자쿠가 궤변으로 가득찬 신념 같지도 않은 신념으로 를르슈의 확고한 신념을 필사적으로 부정하며 그를 막고자 했던 모든 노력들이 오히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반발감과 더불어 를르슈를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역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자체적인 매력과 인기가 떨어지는 건 물론 밑도 끝도 없이 비호감만 유발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메카물의 범주를 넘어 스자쿠의 캐릭터성은 전 세계 창작물 전체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무후무할 지경이다. 겉모습과 능력치만 보면 누가 봐도 여느 메카닉물열혈 선역 남주인공처럼 생긴 캐릭터가 실상은 온통 비하 캐릭터 속성들[19]로만 똘똘 뭉친 빼도 박도 못할 얄밉고 재수없는 개막장 비호감 쓰레기 악당일 줄은 방영 초기만 해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보통 이런 부류의 캐릭터는 주인공이 아니라 작정하고 욕먹으라고 만든 엑스트라나 평범한 조연, 건담 3대 악녀마냥 못 만든 발암 계열 캐릭터들이나 떠맡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주인공들은 행적 면에서의 비판을 들을지언정 대놓고 작정하고 살의와 미움 섞인 비난을 듣는 경우는 없다. 반면 스자쿠는 작정하고 비하 캐릭터로 기획된 것도 아니고 조연도 아닌 무려 를르슈와 대등한(?) 더블 주인공이면서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의 쌍욕을 유발하는 비하 캐릭터&발암 캐릭터가 된 것도 모자라 그 최후까지 비참하기 짝이 없는 여러 의미로 희귀하고 괴랄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어떻게 보면 를르슈와는 다른 방향으로 신선하고 파격적인 클리셰 파괴의 사례를 보여주는 인물인 셈.

한 마디로 스자쿠는 더블 주인공으로서 크게 실패한 캐릭터이자, 코드 기아스 시리즈라는 프렌차이즈의 최대 비판점이 된 셈이다.[20] 특히 초창기부터 대놓고 악역으로 밀고 나온 캐릭터들은 스토리 전개상 주인공과 대립하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게 당연하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뭘 저질러도 거부감이 적지만, 더블 주인공은 주인공과 대등한 또다른 주인공이자 라이벌이라는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그 어떤 역할보다도 기대받고 시청자들이 이입해야 할 이유와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특히 이런 캐릭터는 절대로 악역 이상의 욕받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기한 대로 디자인과 능력치 설정만 봐도 흑의 마왕 역을 맡은 를르슈와 대비되는 백의 기사 포지션임이 명확했기에 정식 방영 전까지만 해도 '또다른 악 내지는 를르슈와 대치되는 정의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컸다.[21] 허나 매화가 지날수록 제작진이 "왜 스자쿠가 코드 기아스의 또다른 주인공이어야 하는가"를 제대로 표현하는 데 계속 실패한 탓에 재평가의 여지도 없이 숨만 쉬어도 욕먹는 욕받이가 되어버린 것. 주인공 이상으로 기대받는 역할에 전혀 합당치 않은 인격과 행보로 캐릭터성이 일관된 브리타니아의 악역들보다 연출상의 비판점이 쌓이니 시청자들로서는 크게 통수맞았다는 배신감과 불쾌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를르슈와 이야기를 양분하는 더블 주인공이라고 보기에는 훨씬 명분이 떨어지는 악역, 그렇다고 브리타니아로 돌아선 완벽한 악역이라기엔 맨날 지가 정의롭다 우기고 일관성이 없이 사리사욕에 따라 여기저기 배신하며 이득을 취하는 위선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TVA 한정으로는 제작진마저 설득을 포기할 정도로 시청자들이 전혀 납득도 공감도 할 수 없는, 말그대로 애매함과 모순의 극치를 달리는 역대 최악의 캐릭터로 남고 말았다. 더 나아가 성격과 행동에 있어 그 어떤 정당성과 면죄부조차 없이 만인으로부터 미움받는 발암계 악역 남주인공의 선구자 격인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2.1. 위선언행불일치

스자쿠는 초반부터 줄기차게 고전 열혈물거대로봇물에 나올 법한 왕도적인 정의의 히어로가 된 것마냥 공공 선을 울부짖어 왔으나 정작 스자쿠 자신은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생명, 재산, 지위, 명예 등)를 걸고 공공 선을 실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실 내면의 추악한 본성과 쿠루루기 겐부 자살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기 전부터 스자쿠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굉장히 나빴다. 설정상 를르슈와 더불어 정치물을 이끄는 더블 주인공 중 한 명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정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치고는 정의로운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첫 등장부터 사성검이나 오우기 그룹 같은 일본의 소규모 레지스탕스 집단이 아닌 누가 봐도 세계관 최악의 악의 세력인 브리타니아로 귀화하여 명예 브리타니아인 하급 군인이 되어 브리타니아에 충성하고 있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은 그가 겉으로 내세우는 정의에 의문을 제기하기 충분했다. 심지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걸린 상황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본인이 그렇게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악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거대 세력이자 악행의 책임을 대신 뒤집어써줄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의 충견이 되어 흑의 기사단을 비롯한 레지스탕스 세력과 식민지의 민간인들을 일제히 무력으로 탄압하고 학살하는 크고 작은 악행을 저지른 대가로 부와 명예, 지위를 얻어 초고속 승진하는 행보를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 가끔씩 양아치를 응징하는 등의 선행을 하는 장면도 있지만 오직 브리타니아 소속 사립 애쉬포드 학원 학생으로서의 개인적인 일상과 교내 축제 및 자원봉사 활동을 비롯해 사생활의 범주에서 끝난다. 한 마디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상에서 한두번쯤 간단하게 해볼 법한 '사적인 선행'이 존재할지언정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공인의 이름을 걸고 한 '공적인 업적'이 단 한 개도 없다.

한 마디로 겉으로만 연출되는 평상시의 밝고 선한 모습마저 괴짜 기질이 다분한 직속 상관들인 로이드세실, 소꿉친구 를르슈와 의붓동생이나 다름없는 나나리, 주군인 유페미아, 아예 넘버즈에 대한 편견이 없는 극소수의 선인 캐릭터들인 미레이 애쉬포드, 리발 칼데몬드, 셜리 페넷 같이 개인적으로 친한 소수의 브리타니아인들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다.[22] 라이벌 카렌만 빼면 흑의 기사단을 비롯한 일본인과 식민지인들과 제대로 대화와 소통하는 장면은 전무하다. 일본인들을 비롯해 핍박 받는 무고한 약자와 식민지인들을 해방하거나 이들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과 선행을 단 한 장면에서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정반대로 그들이 조직 단위로 브리타니아에 정당하게 대항하여 독립을 쟁취하려는 행동을 취할 때마다 이유불문하고 가차없이 비판하는 걸 넘어 폭력을 동반한 억압으로 찍어누르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행보를 취했다. 한 마디로 불평등은 인류의 진화를 이끈다는 우월주의 하에 자국 외의 모든 나라를 적대시하고 탄압하는 브리타니아인에게 약하고 일본인을 포함한 브리타니아에게 억압당하는 식민지인들에게 강한 강약약강의 비굴한 모습을 보인 것. 그래서 방영 초기부터 시청자들은 스자쿠에 대한 혐오가 그야말로 극에 달해 있었으며 스자쿠 개인의 사상과 행동원리, 대의명분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불호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같은 일본인 출신 명예 브리타니아인인 시노자키 사요코와 행보가 더욱 비교되는 것도 한몫했다. 어디까지나 충성이자 매국의 수단이 아닌 브리타니아라는 거대 세력 집단의 탄압과 지배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의 영역으로서 신분을 따낸 것이지, 진심으로 브리타니아라는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다. 그 증거로 사요코는 브리타니아군에 가입하지 않고 일상에서도 애쉬포드 가문의 메이드로 일해왔지만 동시에 일본인으로서의 애국심과 정체성이 확고한 인물이고 같은 일본인들을 탄압하는 매국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미레이, 를르슈와 나나리를 주군으로 섬긴 이유도 국적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사요코를 포함한 넘버즈들을 편견 없이 대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며 특히 를르슈의 경우는 조국 일본을 해방시킬 수 있는 진정한 영웅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다. R2에 들어서 제로의 정체가 를르슈라는 걸 알고서는 그간의 차분한 메이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닌자로서의 뛰어난 변장술과 무술을 십분 활용하여 흑의 기사단의 유능한 스파이이자 비밀병기로 활약하게 된다. 스자쿠가 진정한 공공 선과 일본의 독립과 권익 신장을 위하려는 정의롭고 선량한 인물이었다면 쓸데없이 정의 타령이나 하며 시간 잡아먹지 말고 처음부터 R2의 사요코처럼 제로를 따라 흑의 기사단에 가입하는 게 정상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세계관 최강의 파일럿 기량과 전투 능력, 운동신경을 살려 카렌과 사요코마저 구경꾼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를르슈 다음가는 실질적인 No.2이자 흑의 기사단 최고의 에이스 파일럿이 될 수 있었다. 근데 그 기회를 스스로의 의지로 팽개쳐버리고 브리타니아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으니 안티가 많아지는 것도 당연했다.

2.2. 존속살해매국 및 자발적 부역 행위

친아버지이자 일본의 마지막 총리 쿠루루기 겐부는 브리타니아에 맞서지 않고 항복을 외치며 자살로 비겁하게 생을 마감한 일본 역사상 최악의 매국노이자 막장 아버지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기 중반부쯤에 등장한 마오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 기아스로 쿠루루기 겐부의 죽음을 둘러싼 엄청난 진실과 반전을 폭로하면서 상황은 거꾸로 뒤집혔다. 일반 시청자와 코드기아스 팬덤 모두 만장일치로 스자쿠에게 무서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등을 돌려버렸다. 덕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소수의 옹호 여론마저 완전히 스자쿠를 포기했고, 한미일 세 나라뿐만 아니라 코드기아스가 방영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 사이에서 스자쿠의 이미지와 평가는 문자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방영 당시에도 인터넷의 모든 코드 기아스 관련 커뮤니티SNS 댓글란, 게시글마다 스자쿠를 한결같이 비난하고 욕설을 퍼붓는 글이 쉴 틈 없이 폭발적으로 올라왔을 정도다. 종영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겐부는 브라타니아의 일본 침공 당시 항복을 주장하고 자살한 비열한 매국노가 아니라 오로지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철저한 애국자이자 브리타니아를 향한 결사항전을 부르짖은 강경파였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항복을 주장한 스자쿠 본인이 사고사로 살해한 것이다. 즉, 정의를 부르짖었던 건 스자쿠가 아니라 겐부였다. 겐부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매국노는커녕 선전포고 없이 나라를 침략한 브리타니아의 전쟁범죄에 굴복하지도 않았다.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침착하고 냉철하게 브리타니아에 대항할 우방을 만들기 위해 EU와 중화연방 등에 비밀외교를 하고 있었다는 등 불리한 상황 속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최대한 노력한 성실하고 능력 있는 인물이었다. 오히려 끝까지 맞서싸우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였을 만큼 감독의 평가처럼 세계관 속 역사를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유능하고 애국심 강한 총리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방에 쳐들어와서는 냉큼 칼을 겨누고 싸움을 멈출 것을 대책없이 강요해대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어린 외아들에게 일방적으로 배신당하고 살해당하고 말았다.

즉, 겐부는 외아들에게 죽임당했을 뿐만 아니라 매국노로 기억된 채 불명예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작품 속에서 가장 억울하고 불쌍한 피해자들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입만 열면 선을 추구한다는 인물이 정작 알고 보니 어린 나이에 브리타니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려 한 국가 지도자인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사후에도 영원히 매국노의 누명까지 씌우는 민족 반역 행위를 저지른 작중 최악의 패륜아이자 위선자, 거짓말쟁이였던 것.[23][24] 나아가 자신이 태어나 자란 조국인 일본을 현 시점 브리타니아의 식민지 에어리어 11로 전락시킨 작중 최악의 만악의 근원이자 매국노, 배신자였다. 겐부 살해는 스자쿠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지른 인생 최초의 배신이었다.

매국이 얼마나 심각한 악행이냐면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날고 기는 브리타니아의 황족과 귀족, 고위 관료와 장교들은 오만함과 잔혹함을 디폴트로 지니고 있고, 세뇌 교육을 제대로 받은 니나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조차 선민의식과 차별의식이 하늘을 찌르지만, 적어도 단 한 명도 자기 나라를 배신하고 타국에 국가의 주권과 이권을 팔아넘기는 행위를 절대 저지르지 않았다. 작중 비중이 눈에 띄게 큰 네임드 주연 캐릭터들 중에서도 멀쩡한 의지로 매국 행위를 저지른 건 스자쿠가 유일. 특히 명분론이나 진영논리와 상관 없이 배신자거짓말쟁이를 극도로 혐오하는 브리타니아 황제 샤를과 그의 총애를 입은 최측근인 비스마르크 발트슈타인, 그리고 나이트 오브 라운즈최흉 최악의 쓰레기이자 사이코패스루키아노 브래들리조차 출세를 위해 제로와 흑의 기사단의 신병까지 적국에 팔아치우고, '학살황녀'인 유페미아의 기사를 자처하는 스자쿠를 절대로 좋게 보지 않았으며, 오히려 마냥 믿을 수 없는 위험분자 그 이상 그 이하로 바라보지 않았다. 이들도 세계사에 길이 남을 작품 속 최악의 악인이자 전쟁범죄자, 테러리스트임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조국에게 일관된 충성과 소속감을 보일 정도로 배신자를 꺼리기 때문. 스자쿠가 전장에 나가 활약을 할 때마다 상층부는 그에 합당한 지위와 부를 수여했지만, 결국에는 단물을 쪽쪽 빨아먹고 얼마든지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리는 꼭두각시로 취급했다.[25]

존속살해 사건의 경위조차도 어처구니없다. 브리타니아의 침략 전쟁에 대해 철저항전을 주장하는 아버지를 진검을 들고 협박해서 전쟁을 끝내려고 하다가 그만 실수로 손이 미끄러져 과실치사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일단 철저항전을 주장하는 자국 지도자만 설득하면 평화가 올 거라는 생각부터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발상인 데다가, 아무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친아버지를 상대로 아들이 진검을 들었다는 것 자체도 무슨 사연이 있든지 간에 명백한 패륜이다. 설사 겐부가 사적으로 스자쿠에게 문제가 많은 아버지였거나 부자가 이전부터 사이가 나쁘고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악연이었다 하더라도[26] 전쟁 같이 자국의 명운이 걸린 공적인 사안에서는 사심을 접고 의기투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판에 스자쿠는 아버지이자 국가 지도자인 겐부를 그냥 제압하는 것도 아니고 죽여버린 것이다. 겐부는 최소한 샤를 지 브리타니아나 슈타트펠트 백작[27]처럼 자식에게 아동학대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막장 쓰레기 아버지라는 묘사나 언급, 회상조차 없다. 겐부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미래를 짊어질 하나뿐인 아들이 아버지에게 매국노의 누명을 씌워 죽인 것도 모자라 일본까지 멸망시킨 최악의 비극 그 자체이다.

그 결과 국가 전체가 전시 중에 국가 지도자를 잃고 대혼란에 빠져 실질적으로 모국이 식민지가 되는 데에 크게 공헌했다. 초창기 흑의 기사단의 행보에 대해 '테러라는 올바르지 못 한 수단을 쓰는 주제에 정의의 사도를 자칭하는 파렴치한 무리'라고 자기가 무슨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실컷 매도하더니 정작 본인이 흑의 기사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파렴치한 쓰레기였던 것이다. 기아스에 대해 알고 나서 를르슈를 몰아 붙일 때에도 '그림자 속에 숨어서 책임은 남에게 뒤집어 씌우다니 오만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놈'이라고 비판하는데 이 말도 '그림자 속에서'를 '남의 권위 뒤에 숨어서'로 치환시켜 버리면 딱 본인 이야기이며 빼도 박도 못할 내로남불 그 자체이다.
이 자살 희망자 같으니. 사람을 구하고 싶다고? 구하고 싶은 건 자기 마음이잖아.
희생되어 죽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매번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네 선의는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야. 벌을 받고 싶을 뿐인 어리광쟁이 놈!
마오

위의 마오의 대사로도 스자쿠의 자기합리화가 얼마나 얼토당토 없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심지어 마오는 를르슈와 스자쿠 양쪽 모두에게 강경하고 적대적인 인물이다. 타인에 깃든 내면의 목소리를 들은 독심술 기아스로 인해 이 둘의 진상을 초반부터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데 를르슈와 스자쿠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정반대다.

마오가 를르슈를 적대한 이유는 자신을 키우다 버리다시피 떠난 양어머니/누나 격인 존재이자 첫 사랑인 C.C.의 연인이라는 자리와 그의 신병을 차지하기 위한 개인적인 소유욕, 그의 입장에서 보면 난데없이 등장하여 C.C.를 빼앗은 를르슈를 향한 시기, 질투심 때문이다. 사상 및 이념적인 대립이나 정치극 같은 공적인 요소가 아닌 연적으로서의 사적인 치정극이자 삼각관계성 대립이다. 오히려 사상이나 이념, 능력, 투사로서의 행위에 대해서는 를르슈를 더 높이 평가하는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스자쿠에게는 진심으로 사람을 구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자기만족대로 죽고 싶어 할 뿐인 한심하고 이기적인 어리광쟁이라고 가차 없는 팩트폭력과 비난만 쏟아 부었다. 심지어 스자쿠는 C.C.랑 관련 있지도 않고 연적의 친구라는 제3자 포지션일 뿐더러 마오는 일본인도 아닌 중화연방 출신이었으며 스자쿠를 적대할 명확한 이유가 없음에도 이렇게까지 과하게 격렬한 비난을 쏟아부은 것을 보면 공적인 요소에서는 를르슈보다 더 혐오스러운 존재라고 볼 수 있다.[28]

즉, 마오는 자기 입장에서 보면 C.C.를 빼앗은 를르슈를 증오하긴 했지만 세계 1/3을 지배하는 작중 역사상 최악의 전범국 브리타니아의 부조리에 용감하게 대항하고자 하고 이상적 세계를 꿈꾸는 신념과 비전, 능력에 한해서는 진영과 국가를 초월한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복잡한 애증 섞인 입체적 태도를 취했으나, 스자쿠에게는 좋은 의미로 관심과 애증은커녕 100% 순수한 혐오뿐이다. 심지어 앞에 애기했듯 마오는 스자쿠를 증오할 이유가 없음에도 오히려 증오하고 있는 를르슈보다 평가가 더 떨어진다. 실제로 두 사람에 대한 마오의 평가와 결론은 정확했으며 시청자들도 거기에 납득했다. 한 마디로 대상 개개인이 원수라고 해도 장점이건 단점이건 인정할 건 확실히 인정하는 냉철한 판단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

2.3. 자기합리화와 선인 코스프레

패륜이 가져온 최악의 결말 때문에 스자쿠는 아버지와 조국을 파멸시킨 죄업을 청산할 길조차 사라진다. 진상을 알고 있는 일본인들마저 증거인멸로 진실을 영원히 은폐하고는 스자쿠를 외면해버리고 사실상 일본에게 버림받은 고아 신세로 추락한다. 돌이킬 수 없는 극한의 죄책감트라우마에 걸린 스자쿠도 존속살해 사건을 계기로 논리적 일관성이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강박적인 수준으로 '잘못된 과정과 방법(전쟁 같이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폭력)으로 얻은 결과는 무의미하다.'는 신조와 '선역'이 되는 것에 집착하는 악인으로 타락한다.

'선한 사람'과는 다르다. 스자쿠가 원하는 건 선하다는 이미지이자 역할이지 실질적인 선행과 덕행에는 관심이 없다. 스자쿠는 진심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정의'나 '대의', '속죄'를 추구하고 싶은 게 절대 아니라 아버지를 죽이고 일본을 적국의 식민지로 전락시켰다는 개인적 트라우마를 해소하고자 '올바른 사람' 코스프레하면서 자신이 만족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이로운 속죄와 죽음을 갈구하며 방황하는 것뿐이다.

개인의 일상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나라 간의 정치외교라는 공적인 영역에서도 본인이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올바른 사람'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목숨을 버려서라도 반드시 지키려고 든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스자쿠가 만들어낸 올바른 사람은 구체적으로는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사람을 상대로 살인과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겉으로는 온화하고 선량한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면 일본해방전선을 섬멸하고 식민지인들을 죽이라는 브리타니아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고 끙끙대고 고뇌할 뿐이지만, 막상 일본이 브리타니아를 상대로 무력 시위와 반란을 일으키면 발작버튼이 눌린 건지 되려 본인이 이상하리만큼 분노하며 똑같이 무력으로 찍어눌러버린다.

무력으로 약소국들을 핍박하는 브리타니아 제국에 무력으로 대항하고 일본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이들의 움직임과 노력 그 모든 것은 자신이 본의 아니게 저지른 패륜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상황, 자신이 일으킨 결과를 근본부터 부정하고 뒤엎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스자쿠의 눈에는 레지스탕스는 존재 자체만으로 결과적으로도 과정적으로도 '악 그 자체'이며 자기는 '정의'이니 쓸어버려도 된다는 둥 공적인 영역에서 적, 아군 가리지 않고 이를 모두를 기만하고 강요하는 터무니없는 개논리를 펼치고 있는 진풍경인 것. 이렇기 때문에 브리타니아에게는 '겉으로는 개 같이 굴지만 속으로는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마냥 믿을 수 없는 위험인물'라고 끝없는 의심과 불신을 사고 일본에게는 '나라를 팔아치우고 원수 같은 적국황제들, 황자에게 충성하여 부와 명예를 뜯어내는 매국노이자 얍삽하고 졸렬한 독재정의 앞잡이' 라고 엄청난 증오와 분노를 산다. 이런 행동들은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기는커녕 브리타니아와 일본 앙쪽 진영 모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저절로 만들어지고 지금의 스자쿠라는 캐릭터를 구축한 것.

이것이야말로 괘씸하기 짝이 없는 내로남불인데, 그렇게까지 '잘못된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는 무의미하다.'는 신조에 매달리는 주제에 본인이 저지른 그 잘못된 과정 중 하나인 '존속살해'를 통해 얻은 '결과'(브리타니아의 식민지로 추락한 일본)를 부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키려 들고 있는 꼴이다. 심지어 본인의 모순성을 지적하고 반박하려드는 자들이야말로 본인이 추구하는 '올바른 사람'의 기준을 깨부수려는 괘씸한 적들이며 여기에 똑같이 반박하기는커녕 아예 적반하장의 태도로 폭력으로 때려눕히며 정의인 마냥 당당하게 행동한다. 그래놓고 반성조차 안 하는 파렴치하고 뻔뻔한 모습은 본인이 그렇게도 목숨보다 지키고 싶어하는 '폭력을 통해 얻은 결과물은 무의미하다.'는 신조를 스스로 뒤엎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벌이는 수많은 모순과 악행마저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거나 인지하지 않고 '선을 행하기 위한 대가'로 간주하며 납득해 버린다. 심지어 이 대가에는 자신의 목숨과 인간성마저도 포함되어 있어서 '올바른 사람'인 채 죽는 걸 두려워 하긴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환영하기까지 한다. 모순적이게도 자신을 '올바른 사람'이게 해주는 브리타니아의 기사로서의 공무 집행을 할 때의 모습은 누가 봐도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인간성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자비한 냉혈한로 변해 버린다.

예를 들면 를르슈는 어린 시절의 우정과 의리 때문에 온갖 위험을 다 감수하고 클로비스 황자 시해범으로 몰린 스자쿠의 공개처형을 집행하려던 순혈파의 수장 제레미아 고트발트를 몰락시키고 스자쿠를 구출했다.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당했지만 이후로도 일본해방전선과 브리타니아군의 전투에서도 스자쿠를 몇번이고 구했을 뿐만 아니라 회유하려고 죽기살기로 온갖 고생을 다했다. 정작 스자쿠는 를르슈가 제로라는 걸 알고는 아무 망설임 없이 황제에게 팔아넘겨 자신의 출세에 이용했고[29] 를르슈가 제로로서 복귀한 듯한 낌새를 감지하자마자 새로운 총독과 전화 연결을 해주겠다고 하며 나나리 람페르지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반응을 확인하는 등 친구뿐만 아니라 친구가 끔찍히 여기는 여동생마저 거침없이 이용한다. 이후엔 셜리 페넷의 죽음 소식에 아랫사람들을 움직여 정황을 직접 조사해보지도 않고 를르슈가 기아스를 써서 셜리의 마음을 조종하여[30] 죽였을 거라고 멋대로 심증만으로 단정짓고는 포로로 잡혀 있는 코우즈키 카렌에게 마약류인 리플레인을 써서 를르슈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무책임하게 마구 휘두르는 모습을 보인다. 를르슈를 기아스라는 불가사의한 힘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마구 속이고 이용해먹고 심지어 죽이는 졸렬하고 비열한 악인이라고 쌍심지를 키고 분노하면서 정작 본인도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자백제인 리플레인[31]을 애먼 사람에게 투여해서 정보를 얻어내려드는 내로남불적인 모습은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32][33]

이렇듯 브리타니아의 기사로서의 명예에 대한 집착이 광기 어린 강박의 영역에 들어서 있다. 정작 그 명예를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게 모국을 식민 지배 중인 브리타니아밖에 없다 보니 역설적으로 모국을 패망으로 이끈 죄를 속죄하기 위해 침략국의 철저한 개가 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상단의 인용문처럼 카렌이 괜히 자신의 해결 방식에는 미래가 없다는 얼토당토 않는 개논리로 쏘아붙이는 스자쿠를 역으로 쏘아붙이며 "그럼 너의 미래는 뭔데? 지배 체제의 개가 되어 살아가고 있을 뿐이잖아!?"라고 논리적인 팩폭을 갈긴 게 아니다. 이렇다 보니 스자쿠라는 캐릭터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제삼자가 봐도 자신의 패륜으로 인해 조국이 적국에게 멸망당한 참극을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조국을 배신하고 조국을 멸망시킨 적국에 비굴하게 충성하는 패륜아이자 매국노, 그리고 명예욕과 출세욕을 정의감으로 포장시킨 구역질 나는 속물형 악인이자 위선자로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이 브리타니아와 일본 모두에게 악역이 되는 걸 조금도 참지 못해서 손익 계산이나 명분, 필요성을 다 떠나 자기가 악역이 될 것 같은 선택은 얼마나 말이 안 되더라도 무조건 피하고 본다. 작품 초반부에 클로비스 시해범으로 몰려 죽을 위기에서 제로가 구해줬을 때도 제로의 스카우트 제안[34]을 걷어차고는 군법재판소에 제 발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작중 조명은 안 됐지만 이 선택은 어쨌든 위험을 감수해 가며 자신을 구해준 제로와 제로의 협력자들의 얼굴에 대놓고 침을 뱉는 짓이다. 스메라기 카구야도 R2에 제로는 예전에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당신은 그래도 배은망덕하게 사형시킬 셈이냐고 팩폭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를르슈는 친구의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에 질려서 '살아라!'라는 기어스를 걸기도 했지만 이 기어스가 계기가 되어서 추후 스자쿠는 도쿄 조계 한복판에서 프레이야를 쏜 희대의 대량살인마가 되어 버렸고 유페미아 사건 다음 가는 수준으로 어마어마한 멘붕을 겪는다. 그만큼 스자쿠에게 있어 '악역'이 되는 건 그 어떤 논리나 이해득실도 초월해서 피해야 하는 일이고 '선역'이 되는 건 인간성이고 뭐고 전부 다 버려야 할만큼 압도적인 가치를 가진 지상 목표나 다름 없다.

이렇듯 실질적인 선행보다 선역이라는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하다 보니 작중에서의 인간관계도 말 그대로 전멸 상태이며 사회적 평판도 적, 아군 가릴 거 없이 최악이다. 본인은 그 누구에게도 악당으로 찍히기 싫어서 일부러 최대한도로 어중간하게 행동하지만 이미 그러기도 전에 일본에게도 브리타니아에게도 제3세력에게도 믿을 수 없는 최악의 악역, 매국노, 위험분자로 찍혀 있는 상태라 무의미한 행동에 불과하다. 소꿉친구들인 를르슈와 나나리, 먼 친척이자 약혼자였던 스메라기 카구야, 스승인 토도 쿄시로, 직속 상관 코넬리아, 라이벌이자 애쉬포드 동급생 카렌, 그리고 라운즈 멤버이자 동료 지노를 비롯해 스자쿠와 친분이 닿은 인물들은 유페미아와 로이드, 세실과 같은 극소수의 예외[35][36]를 빼곤 주변 관계가 단절되었다. 이들 역시 스자쿠에 대해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고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스자쿠의 무분별한 자기합리화와 위선, 매국 행위와 민간인 학살을 비롯한 온갖 악행에 정나미가 떨어지고 손절했다.[37] 슈나이젤의 최측근 카논 말디니는 스자쿠를 비웃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네 뜻대로만 돌아갈 거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일침했다.

이는 비단 개개인 차원에서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1기에선 나름 평화적인 대안을 추구한 온건파 일본인들의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독재자의 부역자이자 인류 역사상 최악의 매국노, 학살자의 낙인이 찍혀버렸고, 이렇게 공적인 위상마저 밑바닥을 넘어 걷잡을 수 없는 나락 끝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2.4. 자기객관화 부재 및 인지부조화

사람은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상황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며 그만큼 판단의 적절성은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스자쿠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판단 없이 결과적으로 자신이 '선역'이 될 수 있는지, '악역'이 되는 걸 피할 수 있는지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다 보니 작중 내내 적절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행동을 반복해서 작품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뜻을 점차 관철시키고 성장해나가는 를르슈와는 달리 자가당착에 빠져 작품이 끝나가도록 자신의 방향성조차 확립하지 못했다.

우선 스자쿠의 신조라고 할 수 있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결과는 무의미하다'는 사상부터가 스자쿠의 행보와 모순된다. 사상 자체는 준법 의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시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적인 사상이지만 스자쿠는 그런 일반 시민이 아니라 무려 패권 국가의 군인으로 복무 중인 피지배 국가 지도자의 아들이다. 이미 출신 성분부터가 결코 일반 시민일 수 없는 스자쿠가 신조로 삼기에는 너무나 소시민스럽다. 스자쿠 본인의 의사는 둘째치고 스자쿠의 출신 성분을 고려하면 이 같이 안일한 사상을 신조로 삼는 시점에서 국가지도층으로서의 직무유기를 자행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스자쿠는 한 술 더 떠서 이 사상을 자신의 식민지배 협조 행보를 정당화하는데에 사용하고 있다.

브리타니아의 입장에서는 신생 테러리스트 조직인 '흑의 기사단'을 비판하는 건 그렇다쳐도 구 일본군 출신의 저항운동가들의 행보를 전 일본 수상의 아들인 스자쿠가 '악행'이라고 비판하며 '정의'를 내걸고 브리타니아 군의 개가 되어 저항운동가들을 진압하는 건 아무리 좋게 봐줘도 매국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 겉으로라도 '정의'를 내거는 스자쿠가 충성을 바치고 있는 브리타니아는 전세계적인 규모로 침략과 민간인 학살, 식민지배를 반복하고 있는 국제적인 악의 축이나 다름 없다. 그런 세력에게 충성을 바치는 입장인 스자쿠가 정의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된 짓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브리타니아 고위층 인사들은 누구 하나 자기 자신들을 보편 타당한 정의랍시고 대립하는 자들을 모조리 악으로 규정해 가며 멋대로 단죄하는 인물이 없다. 기껏 정의라는 말을 입에 담더라도 그저 학술적, 철학적 담론의 일환 정도로 삼거나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수사로 사용할 뿐이지 스자쿠처럼 '내가 정의이니 나와 대립하는 넌 단죄 당해 마땅한 악이다'는 식으로 정치적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자기정당화 논리로 쓰지 않는다. 대다수의 브리타니아 인사들조차도 최소한 자신들을 악이라 부정하지 않고 스자쿠처럼 정의로 포장하고 미화하지 않는다.

2.5. 실현 불가능한 비현실적 목표

쿠루루기가 만들려는 생활은 평화로운 노예의 생활이잖아!
1기 21화의 일본인 엑스트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브리타니아 내부에서부터 일본인들의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목표 또한 말만 들으면 선량한 청년의 선의에 찬 결의로 보이지만 브리타니아가 전제군주제 국가라는 점, 그리고 브리타니아 황제가 철저하게 약육강식을 국정기조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제 내부에서부터 피지배민들의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건 반역이라도 저질러 샤를 지 브리타니아를 왕좌에서 끌어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에게 지적 받은 바가 있다. 무려 황녀인 유페미아마저도 넘버즈의 처우를 향상시키는 건 국정기조를 뒤엎는 짓이라 불가능하다고 지적 받는 판국인데 고작 넘버즈 출신의 군인인 스자쿠가 백날 전장에서 활약해 봤자 가능할 턱이 없다.

반역을 저지른다는 건 스자쿠 기준으로는 '올바르지 못한 수단'을 취하는 셈이 되니 결국 스자쿠의 목표는 단순히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또한 스자쿠는 나이트 오브 라운즈라는 막강한 지위를 손에 넣었음에도 카랄레스 총독의 폭정 아래에서 신음하는 일본을 그저 방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겉으로라도 모국인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겠다고 공언하던 인물이 정작 높은 지위에 오른 뒤에는 입을 싹 닦고 상류층의 삶을 영위하는데에만 열중하는 모순을 보인 것. 이후 총독으로 임명된 나나리 람페르지와 함께 돌아온 뒤에도 공무에만 열중하지 정작 일본인들의 처우에 대해선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개인적인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브리타니아 역사상 유일무이한 넘버즈 출신의 나이트 오브 라운즈라는 지위를 이용해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명예 브리타니아인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아랫사람들로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었음에도 스자쿠는 그저 자기 자신의 비극과 개인의 행복 외에는 관심이 없으며 명예 브리타니아인들의 처우에 관해선 의도적으로 보일 만큼 철저히 눈을 돌린다. 결국 스자쿠가 내건 목표는 그저 자신의 출세욕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덕적 명분에 불과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

2기에 들어와서는 '자신이 나이트 오브 원이 되어서 일본의 통치권을 얻어내겠다'는 계획을 입에 담지만, 이 또한 어불성설인 게, 나이트 오브 원은 황제의 최측근이며 그만큼 브리타니아 내부에서 단순한 실력과 경력을 넘어 황제에게 가장 큰 총애와 신뢰를 받는 기사만이 얻을 수 있는 지위인데 스자쿠는 그간의 오락가락하는 정치적 입장 때문에 브리타니아 내부에서 이미 신뢰할 수 없는 배신의 기사라고 낙인 찍힌 입장이다.[38] 정말 나이트 오브 원이 되고 싶었다면 도중부터라도 명백하게 브리타니아 편이라는 걸 일관되게 어필했어야 하는데 2기에서마저도 스자쿠는 브리타니아에게도, 일본에게도 악역이 되기 싫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하게 하는 걸 철저하리만치 기피한다. 위정자 입장에서 이런 회색 분자를 최측근으로 삼을 리가 없다는 걸 고려하면 스자쿠의 이런 계획은 그저 듣기 좋은 허언에 지나지 않는다.[39]

결국 스자쿠는 작품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뭐 하나 분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게 되었다. 인생 계획 자체에 확실한 체계나 이론이 잡혀있지 않았으니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성과가 안 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작품 초반부터 인생 계획의 확실한 이론과 체계를 잡고 그 이론과 체계에 필요한 조건들을 하나 하나 일관성있게 만족시키는 데다가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보며 성장해가는 를르슈와는 정반대의 케이스. 오히려 제로 레퀴엠 뒤로는 전 세계적으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매국노이자 전쟁범죄자, 학살자', '악의 황제이자 폭군 를르슈의 개'로 찍혀 버린다. 말 그대로 초기의 목표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력질주하고 만 셈이 되었다.[40]

3. 근본적인 원인

스자쿠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이렇게까지 뒤틀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버지를 본의 아니게 시해하게 된 사건[41]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작품 내적으로는 결국 스자쿠 본인의 치명적일 만큼 결여된 처참한 현실 감각과 상황 판단, 그리고 밑바닥 너머를 뚫어버리는 0점짜리 처세술과 융통성, 연기력, 사리분별력, 이미지 관리 능력이고, 작품 외적으로는 선역으로 오해받을 만한 디자인과 실제로 드러난 본편 행적 간의 심한 괴리와 스자쿠가 를르슈와 대립할 당위성 있는 서사를 잘못 짠 각본가와 제작진의 성의 없는 연출 방식도 포함되어 있다.

3.1. 작품 내적으로

3.1.1. 유년기의 폭력적이고 뒤틀린 성격

유년기의 스자쿠는 엄연한 일본 최상류층 명문가 출신 엘리트에 일본 총리의 아들임에도 어렸을 적부터 명문가 자제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인 예의범절과 교양, 처세술이 부족하고 성질 급한 개초딩, 잼민이, 문제아 기질이 역력했다.

적절한 대비를 갖추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상황을 자기 편할 대로만 해석하고 끝내버리거나 후환을 고려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감정적으로 긁히는 부분이 있으면 타인에게 함부로 막말과 폭언, 신체적 폭력을 충동적으로 휘두르곤 했다. 그래놓고 자기가 불리해지거나 손해가 된다 싶으면 곧바로 태세 전환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등 극도로 비겁하고 무책임한 성격을 보였으며, 커서도 제대로 나아진 부분이 없었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이쯤되면 이는 교육과 환경의 문제보다도 타고난 천성의 문제로 봐야 하며 태생부터 싹수가 노란 꼬맹이로 볼 여지가 크다.

일본과 브리타니아의 전쟁 전의 유년기 시점을 다룬 영상 특전 1화에서부터 스자쿠는 를르슈와의 첫 만남 당시 어린 를르슈가 앞으로 지내게 될 쿠루루기 신사의 노후화된 시설에 할 말을 잃었음에도 눈이 보이지 않는 동생 나나리를 배려해 최대한 신사의 내부를 미화해서 설명하고 있을 때 눈치 없이 끼어들고는 를르슈를 향해 "역시 거짓말쟁이잖아!"하고 도발한다. 결국 도 넘은 막말에 분노한 를르슈는 스자쿠를 먼저 때리려고 하지만, 곧바로 스자쿠는 주먹 한 방에 때려눕혀버렸다. 놀란 나나리가 오빠를 때리지 말라며 애원하자 그제서야 나나리가 눈이 보이지 않으며 를르슈의 행동이 하반신 마비에 시각장애인인 동생을 배려한 것이었다는 걸 깨닫곤 어정쩡한 사과 한 마디만 한 뒤 즉시 도주해 버린다.

당시 스자쿠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자기 집에 불쑥 튀어나온 브리타니아의 황자와 황녀에게 자신의 소중한 비밀 아지트를 도둑질하듯 빼앗긴 상황이라 분노할 만했다. 하지만 그렇게 불만이면 그냥 아버지에게 항의하거나 여긴 내 아지트니까 얌전히 떠나달라고 조용하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되지 어차피 힘 없는 볼모에 불과한 두 남매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고도 하지 않고 무작정 때려눕힐 기세로 냉큼 소리 지르며 쫓아내는 건 난폭하고 무례한 폭거이다. 거기다 두 사람은 일본에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었고 강제로 막장 아버지에 의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타국의 인질 신세였다. 현재는 외교적 인질이라 해도 황자와 황녀 신분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평민이 된 것도 아니었으며 언제든 샤를에 의해 브리타니아로 송환될 수 있는 신분[42]이라 후일 이걸 가지고 앙심을 품고 스자쿠에게 복수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 이후로도 를르슈를 상대로 단지 브리타니아의 황자니까 성격도 더럽고 오만할 거라고 단정짓고는[43][44] "침략자"라고 폭언하는 무례한 언사를 내뱉는다. 이에 를르슈가 "일본도 다른 나라를 경제적으로 침략하고 있다"며 냉철하게 사실만을 말하며 반박하자 본인도 반박하려는 시도는커녕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다짜고짜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고 무력으로 압박하는 폭력적이고 찌질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래놓고 자신의 무례한 언행을 인정하거나 를르슈에게 미안하다고 깔끔하게 사과하는 일도 없이 그저 자리를 피해 버렸다. 스자쿠가 작품 안팎으로 만인에게 욕먹는 비호감 캐릭터라는 낙인이 찍힌 데에는 단순 자기합리화적인 위선보다도 아집에 가까운 그릇된 인성과 문제를 더 없이 악화시키는 이런 성급하고 다혈질적인 성질머리가 거대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찌 보면 스자쿠는 열혈형 남주인공의 성격적 특성들 중에서도 부정적인 면모[45]만 최대한 극대화시키고 한 곳으로 집중시켜 때려박다시피 만든 안티테제 격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만나는 타인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과잉진압을 섣불리 휘두르는 지나치게 무분별하고 몰지각한 행동 패턴과 최악의 처세술로 주변에 적을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내었다. 사방을 밑도 끝도 없이 적으로 돌리는 스자쿠의 무능하고 형편 없는 판단력과 엉망진창 처신 능력은 스자쿠의 인생을 파멸시킨 원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은 물론이고 인생이 꼬이게 된 최악의 흑역사인 아버지 쿠루루기 겐부 시해 사건부터 카렌을 심문한답시고 리플레인 마약을 주사하는 엄청난 트롤짓을 칠 뻔한 사건을 비롯해 본편 종료 시점까지도 무수히 반복된다. 즉, 쿠루루기 겐부 시해 사건 이후로 스자쿠라는 인물의 자기합리화가 극단으로 치닫긴 했지만 이미 그 전부터 스자쿠는 심사숙고도 없이 자기 편할 대로 눈앞의 상황을 왜곡해 일을 무책임하게 악화시키곤 뒤늦은 변명을 갖다붙이는 일이 잦았다.[46][47]

3.1.2. 반성과 성찰의식 묘사 부족

그보다 더 문제인 점은 스자쿠 스스로도 이것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인지하거나 자각하지 않는다는 것. 우연히 얻은 자각의 기회마저 의도적으로 보일 만큼 자꾸 회피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걸 진지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려는 최소한 의지와 노력, 책임감조차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본편이 아닌 어렸을 때부터도 스자쿠의 근간을 이루는 성격 중 이러한 추잡하고 부정적인 면모들이 계속해서 두드러지고 있던 셈이다. 애초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불완전하기에 필연적으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지 자신의 모순과 잘못을 자발적으로 발견하고 성찰함으로써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존재이다. 성장의 근간에 있어 제일 중요한 '성찰'과 '반성'과 그에 대한 기본적 의지도 없으니 성장과 가장 거리가 먼 감정인 극한의 자기연민과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스자쿠는 제대로 된 성장이 불가능하다.

본인 스스로가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행적에 대한 지속적인 고뇌와 성찰, 조심성과 체계성에 바탕을 둔 주도면밀한 전략으로 해답을 구체화해나가며 궁극적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는 를르슈와 비교해봐도 나쁜 의미로 불쾌할 정도로 수동적인 인간상처럼 연출될 수밖에 없다.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떤 유의미한 성취와 성과도 얻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전술과 전투에서 압도적으로 이겨도 전략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깔끔하지 못한 패배와 손해만 잔뜩 보는 게 당연한 것이다.

3.1.3.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속죄 거부

스자쿠는 사실 이런 답답하고 어정쩡한 행보를 끝내고 악행의 업보를 청산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당장 친우인 를르슈가 작중 몇 번이고 내부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흑의 기사단에 가입할 기회를 준 적이 있다. 한 번은 상단에서 앞서 언급했듯 클로비스 시해범으로 몰린 스자쿠를 제레미아를 필두로 한 순혈파 일당으로부터 구출했을 때, 또 한 번은 란슬롯의 파일럿이 스자쿠라는 걸 안 를르슈가 시키네 섬에서 회유를 시도했을 때. 그러나 스자쿠는 둘 다 '룰에 따르지 않는 정의는 그저 폭력일 뿐'이라며 제 손으로 무시하고 거부했다.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가 총독으로 부임한 뒤에는 스자쿠의 재주를 아까워 한 코넬리아나 안드레아스 달튼이 직접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스자쿠가 충성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배려해주기도 했다.[48] 심지어 를르슈를 팔아넘기고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된 뒤에는 황제 직속의 기사가 되어 황족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한으로 마음만 먹으면 에어리어 11의 통치에도 개입하거나 죄수로 붙잡힌 교토 6가의 면책과 석방을 요구하는 등 얼마든지 일본인들 사이에서의 악평을 해소하고 지지자들을 늘려나갈 수도 있었다.

당시 일본은 블랙 리벨리온의 실패로 인해 교정교육 에리어로 격하되어 카랄레스 총독의 폭정 아래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자쿠는 당시에도 그렇고 그 후에도 충분히 통치에 개입할 수 있는 막강한 지위와 권력을 손에 넣었음에도 에리어 11의 통치에 한결 같이 방임과 묵인으로 일관된 태도를 취한다. 교토 6가에 대해서도 그들은 죄인들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공식 성명 발표로 무책임하게 방관하여 브라타니아에 의해 처형당하게 만들었고, 애증을 품고 있었던 스메라기 카구야와 일본인들마저 스자쿠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며 매국노 취급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스자쿠는 이 모든 기회를 기회라고 인지조차 못하고 작중 내내 어물쩡한 태도를 취하며 끝까지 그 누구에게도 인정도, 신뢰도, 지지도 못 받는 주제에 입으로만 정의를 떠들고 극단적인 피해망상내로남불, 적반하장이율배반, 그리고 자기합리화보상 심리로 똘똘 뭉친 가증스러운 위선자에 머물렀다.[49]

이 때문에 1기의 스자쿠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아무리 평판이 안 좋아도 그저 욕만 얻어먹고 마는 정도였지만 2기 들어와서는 스자쿠를 노리고 대낮에 청사에 잠입해 암살을 시도하는 일본인 자객이 생길 정도로 평판이 그야말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최악에 치달았다. 더군다나 자신을 암살하려다 체포된 일본인의 사형 집행 명령서에 서명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브리타니아 출신 아랫사람들에게 의심을 사는 언동을 보여서 브리타니아 쪽에서는 브리타니아 쪽대로 욕 먹고 일본 쪽에서는 일본 쪽대로 욕 먹는 사태를 자초한다. 만사에 과묵하고 냉정한 나이트 오브 식스 아냐 아르스트레임마저 스자쿠를 어이없게 쳐다보며 "너 마조히스트야?"라고 팩트폭력 & 촌철살인을 날리곤 본인이 대신 명령서에 동의 서명을 했고 그 자객은 얼마 안 가 사형당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이것도 전혀 억울해할 이유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신경 써서 제공해준 진정으로 올바른 속죄의 기회와 올바른 선택지들을 스스로 헌신짝 내다버리고 스스로의 의지로 거부한 본인의 탓이니 철저한 자업자득, 인과응보에 지나지 않는다.

3.2. 작품 외적으로

3.2.1. 주인공의 라이벌로서의 서사와 개연성 부족

다른 작품이었다면 작중 최악의 발암 캐릭터 내지는 비호감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일은 없었겠지만 하필 출연한 작품이 정치물인데다가 뛰어난 정무 감각과 우수한 전략적 안목을 갖춘 를르슈를 꾸준히 견제해야 하는 더블 주인공 포지션을 맡은 게 화근이었다.[50] 를르슈가 꾸준히 언급하는 대로 전술만으로는 전략을 이길 수가 없다. 쉽게 말해 전술이 상황에 대처한다면 전략은 상황을 통제한다고 할 수 있다.

아직 를르슈의 세력이 약소했던 1기 때야 뛰어난 무력으로 깽판을 치며 를르슈를 견제할 수 있었지만, 를르슈의 최우선 전략 목표가 브리타니아의 멸망인 이상 를르슈의 세력은 지속적으로 그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2기에 이르러선 사실상 더 이상 더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를르슈를 상대로 무력하기 짝이 없어지며 R2의 중간보스 역할을 샤를 지 브리타니아마리안느 비 브리타니아, 를르슈의 진정한 아치에너미이자 숙적의 역할은 슈나이젤 엘 브리타니아, 최종 보스의 역할을 나나리 비 브리타니아에게 넘기게 된다. 작중 배정된 역할이 더블 주인공이라 계속해서 스포트라이트는 받게 되고 작중 전개에 계속해서 간섭을 하게 되긴 하는데 정작 인물 자체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그에 따라주질 못 하니 스자쿠라는 인물은 갈수록 '상황 판단을 못하고 주제 넘게 나서지 않으면 더블 주인공 구실을 할 수 없는 괴기하고 애매한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

이렇다 보니 스자쿠는 작중 내내 본인이 직접 를르슈를 견제하는 위치에 오르는 게 아니라 이미 를르슈를 견제해야 하는 위치에 있고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춘 유페미아나 나나리, 슈나이젤의 밑에 들어가는 식으로 계속해서 를르슈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이는 작중 배경 상 전 일본 수상의 아들이 브리타니아의 수뇌부의 개가 되는 꼴이므로 매국노 이미지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된다.[51] 정치물의 더블 주인공이 모자란 정무 감각에도 불구하고 더블 주인공 자리를 지키려고 발버둥을 쳐대니 비호감 요소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꼴이다. 결국 2기 중반부터는 제작진도 한계가 왔는지 '를르슈를 견제하는 라이벌'이라는 역할은 슈나이젤이 가져가고 스자쿠는 그저 '카렌의 라이벌이자 브리타니아의 강력한 병사 1호'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1기에선 랜슬롯과 스자쿠가 나타나기만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를 갈았던 를르슈가 R2에선 '지금은 너 따위한테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면서 무시해 버리는 식의 태도 변화를 통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메카물이라 규모가 축소되어 보일 뿐 2기의 흑의 기사단은 100만명 규모의 어지간한 국가상비군급 무장집단이고 초합집국 건국 후엔 초합집국 회원국들의 상비군마저 전부 흡수해 규모가 몇 십배나 뻥튀기 되었는데, 그런 무장집단의 지도자인 를르슈와 아무리 뛰어난 무력을 갖췄다 한들 지도력이 전무한 일개 병사 따위인 스자쿠가 더블 주인공으로 묶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52] 를르슈의 친위대 대장이자 흑의 기사단 에이스 파일럿인 코우즈키 카렌에게 발이 묶이는 시점에서 최악의 정무 감각을 가진 스자쿠의 역할은 일개 병사 그 이상이 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스자쿠가 충성을 바치는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사탄 마귀도 울고 갈 정도로 자국민마저 소모품 취급하는 극악무도한 통치 방식을 국정 기조로 삼고 있는 작중 인류 역사상 최악의 No.1 전범국이다.[53][54] 이런 미치광이 국가에게 충성을 바치면서 정의라는 단어를 울부짖을 자격을 갖추려면 더더욱 일처리를 은밀하게 진행하는 수완과 치밀한 처신, 예민한 정무 감각이 당연히 필수인데 스자쿠는 그저 모든 걸 막연하게 '착하게만 행동하면 언젠가 다 보상받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처리하다 보니 지위는 올라가도 정치적인 입지는 나아지는 기미가 없이 시종일관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이걸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예시가 스자쿠가 본의 아니게 저지르고만 프레이야 발사의 책임을 덮어주려던 슈나이젤에게 오히려 이의를 제기하는 장면이다. 당시 슈나이젤은 프레이야 발사의 책임을 기어스에 걸려 브리타니아 군과 교전하다가 폭발에 휘말려 죽었다고 여겨진 길버트 G.P. 길포드 경에게 뒤집어 씌워 길포드 경과 스자쿠의 명예를 둘 다 챙겨줄 생각이었는데 이걸 당사자인 스자쿠가 정면에서 '그건 제 공적입니다'라고 반박하며 슈나이젤의 발언을 뒤집어 버린 것. 일단 일본인과 브리타니아인을 전부 싸잡아서 학살해 버린 프레이야 투하가 '공적'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정치적인 오판인데다가 어찌 되었든 스자쿠를 정치적으로 보호해주려던 슈나이젤의 조치를 스자쿠 본인이 뒤엎은 격이므로 그나마 있는 정치적 아군을 상대로도 배신을 때려버리는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 오죽하면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지노 바인베르그마저 평소의 웃음기를 싹 빼고 스자쿠를 제지했다. 더블 주인공이라는 역할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스자쿠는 작품 내적으로도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대에 정의를 추구하며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

3.2.2. 디자인 컨셉과 행적의 괴리

초반에는 시청자들도 더블 주인공인 스자쿠가 충성이나 매국이 아니라 시노자키 사요코처럼 브리타니아의 넘버즈 탄압 정책과 폭정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수단으로서 명예 브리타니아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를르슈와 함께 스토리를 양분하는 더블 주인공으로서 크게 활약할 거라는 기대를 걸었었다.

스자쿠는 선이 날카롭고 도도한 를르슈와 대비를 이루는 선해 보이는 순한 외모, 하얀 유니폼과 유약하고 온화하지만 근본적으로 선해 보이는 성격, 세계관 최강의 파일럿 능력과 육체능력까지 죄다 고전적인 거대로봇물에 자주 등장하던 선역 남주인공의 클리셰만 끌어다모은 캐릭터 그 자체였다. 이러한 클리셰적인 요소들이 잘 모여들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스자쿠를 선역이자 를르슈의 대척점으로 인지하며 받아들였지만, 갈수록 괴리감이 들 정도로 기대하던 이미지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되려 정반대되는 말도 안 되는 모순적인 행보가 쉴새없이 튀어나오면서 기대는 배신감으로, 호감도 비호감으로 급변한 것이다. 어쩌면 시청자들도 스자쿠의 첫인상만 믿고 그가 악역인 를르슈와 대치되는 선역일 거라는 세뇌에 넘어가버린 것이다.

4. 결말

스자쿠의 이러한 치명적일 정도로 최악인 컨셉들은 결국 그가 평생을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로 귀결되었다.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이름으로 그간 저지른 온갖 매국, 배신 행위, 전 세계 각국의 레지스탕스 탄압 및 학살, 프레이야 대학살, 악의 황제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의 독재 적극 동조 등의 행위 덕에 스자쿠는 행여 생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신변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설사 를르슈 사후 제로로서 활동했다는 게 알려진다 하더라도 제로라는 이름이 스자쿠를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다. 되려 "존재 자체가 제로에 대한 모욕"이며 인간 쓰레기인 주제에 감히 위대하신 제로의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갖고 놀았다고 엄청나게 욕먹어도 할 말이 없다.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이름 하에 셀 수 없이 잔인하고 끔찍한 악행과 변절, 전쟁범죄를 저지른 데다 제2차 도쿄 대전에서 프레이야를 발사해 3,500만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을 흔적도 없이 학살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대학살자이기 때문이다.[55] 제로의 아이덴티티 자체가 특정한 개인을 가리키는 이명이 아니라 '가면의 영웅', '절대선'의 상징인 하나의 캐릭터라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절대로 신상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외려 현재의 제로가 스자쿠라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의 후폭풍 역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텐데 역사상 최악의 위선자이자 쓰레기인 스자쿠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는 분노와 불쾌감, 배신감에 휩싸여 여론이 폭발할 것이다. 국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건 둘째치고 제로에 대한 현 인류의 절대적 지지와 갈망으로 간신히 이뤄낸 세계적 안정과 평화는 서서히 붕괴되고 세상은 또 한번의 혼란의 도가니에 빠질 여지가 크다.

항상 속죄에 걸맞은 자기만족적인 죽음을 미친 듯이 찾아다니던 스자쿠는 결국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자신의 이름을 죽이고 '제로'가 되면서 서사를 끝맺었다. 결국 그 대가로 개인으로서의 행복을 모두 잃어버리고 늙어서 노환으로 자연사할 때까지 속죄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으로 죽음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가혹한 형벌을 되돌려받은 셈이다.[56] 를르슈의 말마따나 말 그대로의 끔찍한 벌이다. 또한 를르슈는 그나마 자신의 주변 인물들의 행복에는 큰 기여를 했고 본인의 진의를 알아채고 남몰래 감사하는 이들도 적게나마 있는 것에 비해, 스자쿠는 말 그대로 본인에게 감사하거나 애정을 품은 사람이라고는 단 한 사람도 곁에 있지 않고[57]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결말을 맞게 되었다.

정계에서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이름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고, 역사서에도 재평가의 여지가 없는 쓰레기로 이름이 올라갈 건 당연지사다. 심지어 를르슈가 걸어놓은 기아스 때문에 죽음조차 뜻대로 결정할 수도 없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쓰레기가 되었는지를 두 눈 뜨고 보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자연사를 하염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결국 마지막 화에 와서야 악행들에 대한 제대로 된 업보와 죗값을 고스란히 되돌려받음으로써 일관성도 없고 파란만장하기 짝이 없었던 서사에 종지부를 찍은 것. 초반부터 쉴새없이 어그로를 끌 대로 끌어버린 이상 인기와 호감을 회복하기에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지 오래지만, 적어도 마지막까지 자기합리화로 일관된 태도를 보일 바에야 깔끔한 인정과 함께 죽음보다 더한 대가를 치르는 게 최선인 셈. 덕분에 R2 최종화까지 폭발해버린 안티비호감스러운 이미지도 어느 정도 덜고 아주 약간의 호감동정의 여론을 얻어냈다.[58]

스자쿠와 다른 방향으로 죽음을 원했던 제로의 또 다른 호적수 슈나이젤이 남은 평생을 제로의 노예로 살아가는 굴욕적인 결말을 맞이했듯이, 누구보다 제로를 증오하며 죽이려 들었던 본인 역시 를르슈에 이은 2대 제로로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했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이상적이고 위대한 영웅의 표상이자 상징으로 거듭난 거창한 기회를 누린 것처럼 보이지만, 깊게 파고들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의도치 않은 실수로 가면이 벗겨지면 제로 레퀴엠이 허투루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 속에서 벌벌 떨어야 하는 괴로운 삶이다. 뿐만 아니라 절대선이라는 이름을 차지한 이상 단 한순간도 편히 쉬지 못하고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만인의 기대와 절대적 정의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하므로 업무상의 스트레스도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총집편 결말인 부활의 를르슈에 이르러 C.C.에 의해 원치 않게 부활하고 불로불사가 된 를르슈 역시 스자쿠와 한 치 다를 바 없이 생전에 '폭군 황제'로서 저지른 악행들 때문에 '를르슈 람페르지',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의 이름을 버리고 'L.L.'라는 새로운 이름 하에 앞으로는 절대로 대외적인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숨어살아야 하는 위치로 파란만장한 서사를 끝맺었다. 영원의 시간 동안 연인 C.C.와 함께 살다가 소중한 사람들인 스자쿠와 카렌, 흑의 기사단이 죽고 그들의 시대가 한참 지나고 나서 제로 레퀴엠으로 간신히 이룩해낸 평화가 깨지고 세계가 또다시 전란의 시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직관할지도 모르는 신세가 되었다. 서로에게 있어 끈질긴 악연으로 점철된 친구이자 숙적, 공범이었던 를르슈와 스자쿠는 이렇게 둘 다 자신들이 저지른 잔학한 악행으로 자신들의 '진짜 이름'이 작중 세계관에 '절대악의 상징'으로 낙인이 찍혀 '진짜 이름'으로 살아갈 수도, 속죄할 수도 없게 된 것도 모자라 그토록 바라던 인간으로서의 행복과 가장 거리가 먼 불행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공통된 결말에 이르게 되었다.

그나마 스자쿠는 불로불사가 아닌 평범한 필멸자라 언젠가 때가 되면 늙어죽을 수 있지만, 를르슈는 아예 인간이라는 한도 범위를 벗어나 죽음이 허용되지 않고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고통의 삶을 영원히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더 비참하고 괴로운 셈이다. 그래도 관점에 따라서는 스자쿠 쪽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를르슈는 정실충신, 가족, 친구[59]들은 챙기며 어느 정도 고독을 달랠 보험 수단을 남겨뒀지만, 스자쿠는 죽을 때까지 사랑 받지 못하고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는 신세이기 때문.

물론, 스자쿠 개인의 입장에서는 비참한 결말이 아니라 나름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 제로의 서사 자체가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의 폭정에 맞서 흑의 기사단을 창설하고 끝내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 황제를 죽여 세계를 구한 영웅'인데 형식적인 죽음을 통해서야 겨우 그 타이틀을 거머쥐었기 때문. C의 세계에서의 일로 초대 제로인 를르슈와 화해하면서 제로에 대한 증오심 역시 청산한 이상 제로가 되는 일에 대한 한 치 거부감도 없을 테니. 본래의 자신을 죽임으로써 그 이름대로 속죄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으니, 본래의 자신을 숨긴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짜 선행을 할 수 있는 대영웅의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이 본인이 이룰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결말일 것이다.

5. 기타

파일:스자쿠 자동검색어.png
스자쿠에 대한 구글 검색창 자동 검색어 목록

스자쿠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악명을 떨쳤는지 위에 상술한 대로 스완용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구글에서도 연관 검색어에 스자쿠 매국노, 스자쿠 발암이 자동 검색어에 뜬다. 한국의 스완용처럼 일본에서도 스자쿠 전용 별명인 우자쿠(ウザク)[60]가 만들어 쓰일 정도.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다 똑같다는 걸 증명하듯 미국 팬덤도 마찬가지로 SOS[61]라는 전용 별명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작품 초기부터 결말까지 시청자들로부터 줄기차게 많은 어그로와 욕을 먹는 욕받이 캐릭터이지만 그나마 막판에 와서라도 깔끔하고 확실한 심판과 징벌을 받았다는 점은 약간이나마 호평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그나마 의외로 뜯어보면 아주 약간 긍정적으로 볼 만한 부분이 있다는 정도지, 존속살해와 그로 인한 결과(브리타니아의 식민지가 된 일본)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국을 배신하고 브리타니아의 부역자이자 앞잡이로서 무수한 범죄와 악행을 잔뜩 저지른 매국노, 전쟁범죄자, 위선자, 학살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비슷하거나 더한 수준의 캐릭터들이 나온 현재까지도 여전히 잊을 만하면 욕부터 얻어먹는 욕받이 주인공이자 배신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6. 관련 문서


[1] 본 항목은 극장판이 아닌 TVA 버전 스자쿠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두 버전 간의 차이점은 문단 내용을 참조 바란다.[2] 코드 기아스: 반역의 를르슈 1기 19화 Shorts에서 카미네 섬에서의 카렌의 명대사. 스자쿠의 자가당착적인 가치관과 행적을 대놓고 직설적으로 깠다. 비판이랍시고 소극적인 어투로 카렌의 해결 방식에는 미래가 없다는 식으로 제로와 손을 잡아 브리타니아의 폭압적인 독재와 지배 정책에 맞서싸워 일본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은근슬쩍 몰아가자, 잠자코 조국을 배신한 매국노를 향한 경멸과 분노를 퍼부으며 앞뒤가 안 맞는 스자쿠의 모순성을 맹렬하게 비판한 셈. 아래의 카구야의 대사와 마찬가지로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정의로 포장하나 실상은 조국을 배신하고 브리타니아의 악랄한 국정 기조에 맹목적인 개처럼 복종하고 식민지인들의 투쟁을 탄압하는 비굴한 앞잡이인 스자쿠의 참모습을 가장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렌의 반박과 결의를 들은 스자쿠는 아무 반박도 못하고 결국 아버지는 세간에 알려진 대로 비겁하게 자결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살해당했다는 진실을 실토한다.[3] ゼロ! お前は最後まで人を騙して、裏切って![4] ふん、偽善なる遊びに付き合う暇はない。さらばだ。枢木スザク。[5] 코드 기아스 반역의 를르슈 1기 24화 Shorts.[6] 극장판은 "역시 이빨을 들이대는가?! 나이트 오브 세븐. 유감이야, 배신의 기사!"로 바뀐다.[7] TV로 생중계되는 를르슈의 황제 선언 당시 그와 함께 있는 스자쿠를 본 코넬리아가 "쿠루루기 저 녀석 거기서 뭐하는 거지? 대체 목적이 뭐야?"라고 당황해하자 슈나이젤의 최측근 카논 말디니가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무덤덤한 표정과 말투로 한 대답. 그만큼 목적과 이익을 위해 사방을 배신해 온 스자쿠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대사이다. 슈나이젤도 이전부터 매번 주군을 바꿔먹는 족족 배신해먹은 스자쿠의 악명을 너무 잘 알았다 보니 를르슈와 스자쿠의 즉위 선언에 한 치도 놀라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다.[8] 이 대사는 TVA판이 아닌 코드기아스 극장판 시리즈에서 나온 대사이다. TVA와의 연출 방식의 차이만 빼면 스자쿠의 위선적인 매국노 행적을 짤막하게 요약한 대사인 건 변함 없다. TV판에서는 카구야 쪽이 먼저 흑의 기사단과 사전 협의하고 를르슈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기아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독단으로 감금시키는 외교적 무리수를 감행했다가 그 대가로 황제 를르슈의 정당한 보복을 당해서 아무 반박과 항의도 못한 채 얌전히 굴욕적으로 당하는 모습으로 나오지만, 극장판에서는 반대로 바뀌었다. 정반대로 를르슈와 스자쿠 쪽이 먼저 카구야와 흑의 기사단에게 냅다 선제공격을 가하여 카구야와 흑의 기사단에게 정당성을 실어줬다. 그에 따라 카구야는 일방적으로 당한 순수한 피해자 포지션이 되면서 반응과 느낌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일단은 를르슈를 이해하고 먼저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되려 를르슈의 명령에 따라 랜슬롯 알비온을 이끌고 회의장을 습격하는 테러를 저지른 스자쿠에게 공격당하고 정당하고 순수한 증오와 분노 섞인 눈빛으로 매섭게 노려보곤 "매국노"라고 팩트폭력을 가한다.[9] 두 번째 대사는 스자쿠가 카렌에게 패배하여 전사한 소식이 알려지자 카구야가 사방에 고립된 C.C.에게 협력을 제안하며 한 대사. 일본의 대표이자 황실 후계자인 카구야가 스자쿠를 향해 부른 '매국노', '배신의 기사'라는 키워드는 일본이 스자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알려준다.[10] 그래도 오우기 카나메 정도는 아니다. 이쪽은 아예 스자쿠를 제치고 코드 기아스에 출연한 모든 여성 성우진이 가장 싫어하는 남성 캐릭터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이를 증언한 성우도 오우기의 아내인 비렛타 누의 성우인 와타나베 아케노라는 것이 코미디라면 코미디이며, 등장인물들 중 브리타니아의 빌런들마저 제치고 최초로 비판 문서가 작성된 캐릭터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오우기의 담당 성우인 마도노 미츠아키조차 싫어한다고 언급했을 정도이니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이입할 만한 매력이 부재한 최악의 발암 캐릭터라는 걸 온몸으로 증명한 셈.아내 안쪽에 있는 사람에게도 실컷 미움받는 오우기[11] 거기다가 아무로와 키라는 작품 내에서 논란이 일 만한 행동과 모순을 보이긴 했지만 큰 틀에서는 공공 선과 세계와 우주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움직이는 왕도적인 히어로 캐릭터이며 스자쿠와 달리 비판 문서도 없다.[12] 본의는 아니고 순간적으로 발동한 기아스에 걸려 저지른 일이지만 애초에 본인의 끝없는 자기합리화로 인한 결과 중 하나이다. 순순히 를르슈를 따라 올바른 방향으로 속죄했거나 살려는 의지를 붙잡고 버텼더라면, 를르슈는 굳이 스자쿠에게 살으라는 기아스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 제2차 도쿄 대전의 프레이야를 발사할 일도 없었을 테니 프레이야 학살조차 스자쿠 본인의 인과응보다.[13] 격렬한 비하와 욕설도 서슴지 않는 안티들에 비하면 온건하지만 스자쿠가 비뚤어진 악인이 된 근본적 동기와 이유 자체는 납득하고 이해하는 부류이지 절대로 진심으로 팬심의 의미로 스자쿠를 빨거나 좋아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문자 그대로 특정 캐릭터를 싫어하지 않을 뿐이지 그 캐릭터를 온 마음을 담아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머리로부터 오는 이해와 마음으로부터 오는 호감은 별개의 영역이다.[14] 이런 부류는 주로 스자쿠의 초월적인 근접 전투력과 세계관 최강의 파일럿 기량, 신들린 액션신과 멋있고 간지나는 랜슬롯 기체, 를르슈만큼은 아니지만 선이 둥글고 순해 보이는 수려하고 잘생긴 용모, 2차 창작을 통해 이루어지는 를르슈와의 브로맨스BL 서사에 파고들어 스자쿠를 좋아하는 부류이다. 그러니까 서사보다도 그 캐릭터의 외적 매력에 파고드는 라이트 팬들을 일컫는다. 다르게 보면 스자쿠가 캐릭터로서 내세울 만한 매력 포인트가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고 서사가 극단적으로 형편없다는 반증이다. 이들조차 스자쿠의 비판점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다.[15] 이는 스자쿠의 폭력에 당한 주요 희생자들이 주인공 를르슈와 스자쿠의 라이벌 코우즈키 카렌처럼 코드 기아스 시리즈 전체에 걸쳐 손꼽히는 인기와 호감도를 누리는 호감캐들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대다수의 창작물에서는 남녀노소나 일반적 선악 구분을 초월해 확실한 인기와 매력도를 적립하지 못한 어중간하고 애매한 캐릭터성을 지닌 캐릭터는 한 컷 나오기만 해도 위화감과 불편감을 자아내기 쉽다. 서사와 능력, 매력도 가뜩이나 애매한데 팬덤을 충분히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한 불리한 상황에서 인기 캐릭터를 해치거나 죽여버리면 아예 이유 불문하고 팬덤 모두의 공공의 적 내지는 민폐 캐릭터로 찍히다 못해 빨리 죽어버리라고 웬만한 메인 빌런과 서브 빌런, 중간 보스최종 보스마저 듣지 않는 증오와 혐오 섞인 저주와 욕을 왕창 얻어먹는 게 대부분이다. 당연히 기본적인 인기 순위 Top 10~20에도 들기는커녕 뒤에서 세는 게 더 빠를 정도. 전개를 넘기며 성장과 활약을 해도 완결 뒤에도 평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끝까지 고구마, 비호감으로 낙인찍혀 이미지 세탁이 실패한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창작 매체에 사이다 감성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10년대 후반~202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16] 전부는 아니다.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길버트 G.P. 길포드, 비렛타 누처럼 제대로 된 심판과 처벌도 안 받고 살아남은 케이스도 있기 때문이다.[17] 특히, 슈나이젤 엘 브리타니아의 경우에는 안티보다는 팬의 비율이 더 많다. 브리타니아 최고의 엄친아이자 황태자다운 금발자안의 고고하고 잘생긴 외모와 천재적 두뇌, 미형 악역 포지션, 를르슈의 유일무이한 호적수이자 강력한 라이벌, 숙적답게 그 이상을 능가하는 천재적인 두뇌와 주도면밀한 계략과 이간질, 정보력, 전략전술로 를르슈를 몇 번이고 죽음과 절망의 위기로 몰아넣고 미리 만들어둔 다모클레스와 프레이야로 엿먹이는 모습은 시청자의 혐오와 반감을 사기보다 "와, 적이긴 해도 이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놈인 건 인정해야 해."라는 식의 납득, 경외와 인정을 불러일으켰고, 두뇌싸움이 중심인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끌어올렸다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말 그대로 R2의 마지막을 장식해도 손색이 없는 간지폭풍 최종 보스의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 그러면서도 를르슈에게 깔끔하게 완패하고 평생 제로의 노예가 되는 것으로 그동안 악행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렀기에 흔해빠진 악역 미화 논란에서 자유롭다.[18] 오우기와 스자쿠가 시리즈 사상 최악의 비호감 캐릭터로 평가 받는 이유는 이들은 애초에 를르슈는 물론 그에 버금가는 지능캐들의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지략과 두뇌 쪽으로는 무능하고 무식한 인물에 일말의 대책과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고 어설픈 신념과 가치관에 사로잡혀 되도 않는 쇠고집을 부리고 아군의 상황을 불리한 쪽으로 악화시키는 어리석고 줏대 없는 모습 때문이다. 최소한의 선택적 여유나 유연성 없이 오판을 내리고 일을 그르치는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매력을 자아내기는커녕 점수를 깎는 요인이고 비호감 캐릭터의 가장 전형적인 클리셰이다. 다만, 애초에 스자쿠는 뒤틀려질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고 1기부터 꾸준히 를르슈의 안티테제이자 대립자 포지션이었으며 옹호나 미화는 커녕, 비난과 규탄만 받는 데다가, 마지막에 가서 죗값 자체는 치루었으니 그렇다 쳐도 오우기는 1기부터 를르슈를 보좌해온 충신이자 조직원들을 규합시키는 순박한 샌님, 동네형 이미지의 중재자의 역할을 맡아온 부사령관이라는 녀석이 대낮에 적국의 군인 비렛타와의 로맨스를 벌이거나 슈나이젤이 보여준 정보와 그의 이간계에 한방에 넘어가다 못해 여태껏 일본 독립 코앞까지 이끌어온 주군을 배신해버렸다는 점에서 전시 지도자로서 엄청난 결격 사유를 보였다. 오우기는 앞장서서 를르슈를 배신한 그 후로도 최소한의 이익은커녕 손해만 보는 짓만 골라서 했는데, 기아스에 대응한답시고 엄연한 일국의 황제인 를르슈를 감금하고 협박을 시도해 세계의 적으로 돌려버리는 대규모 외교적 참사를 저지르고도 정신도 못 차리고 를르슈를 악으로 몰아갔다. 마지막 전투 때도 모두 다 함께 힘을 합치면 를르슈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망상에 취하며 스스로 과대포장하고 자기객관화조차 못하는 무능하고 이중적인 모습은 1기 시절의 스자쿠 이상으로 발암이며 마지막까지 선택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일본의 총리라는 그릇에 안 맞는 과분한 지위에 올라 많은 팬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사람을 사로잡거나 납득시킬 만한 만한 매력이나 장점이라곤 쥐뿔도 없이 팬덤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실망과 조롱, 분노와 한심함만 불러일으켰고, 이는 종영한 후로도 오우기의 안티만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19] 위선자+학살자+비호감+발암+찌질이+근육뇌+내로남불+욕받이+벽창호+앞잡이+패륜아+매국노+배신자+자기합리화+인간 쓰레기+민폐+폭력남.[20] 오우기와 흑의 기사단의 경우에는 를르슈 VS 슈나이젤의 최종 결전을 무리하게 진행시키려다 희생된 피해자에 가깝다. 더군다나 오우기와 흑의 기사단의 경우에는 비판점에 대해 쥐꼬리만한 반박이라도 해 주는데 반해, 상술했듯이 스자쿠의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비판점에 대해 반박하지 않고, 심할 경우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기까지 한다.[21] 스자쿠의 비중이 대폭 높아진 방영 10주년 기념 극장판 시리즈에서는 자기합리화하는 언행들이 모두 삭제되고 전자에 맞게 를르슈와 정반대 노선을 택하여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소시민적인 악인'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정의라고 우기고 보는 위선적인 언행들을 대거 쳐냈는데, 이 정도만 했는데도 브리타니아의 체제에 충성하는 식민지 출신 군인이라는 캐릭터성이 모순 없이 부각 되어 를르슈에 대비되는 또 다른 악인이라는 포지션을 확실하게 표현해 내었다. 따라서 내내 욕을 먹었던 본편과는 달리 극장판에서의 스자쿠는 꽤 호평 받았다. 그리고 실질적인 최종편인 부활의 를르슈에서는 개념을 되찾고 를르슈와 나나리를 위해 성심성의껏 싸워주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완전한 성장을 이루어냈다.[22] 첫 등장부터 일본인의 증오범죄와 자국 우월주의 및 인종차별주의 세뇌교육에 의해 골수 브리타니아 우월주의자가 된 니나 아인슈타인은 처음부터 스자쿠를 극도로 불신하고 혐오하는 반응을 보였기에 논외 대상으로 친다.[23] 실제 역사에서도 가공의 캐릭터인 스자쿠와 성경유다조선을사오적 이상으로 부정한 배신자의 대명사로 알려진 베네딕트 아놀드의 말로만 봐도 자기 아군과 진영을 배신한 자들은 결말이 웬만한 악당보다도 더 좋지 않으며 배신자의 낙인이 평생을 넘어 죽은 그 이후에도 따라붙게 된다. 베네딕트는 스자쿠처럼 본인의 안일하고 아둔한 현실 감각과 판단 미스로 인해 건국의 아버지들을 포함한 미국의 동지들을 배신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영국군은 베네딕트를 환영하기는커녕 비웃으며 "우린 배신자는 필요 없다!"라며 전향 후에도 지속적인 적대와 차별, 불신으로 화답했다. 죽어서 수백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스자쿠 이상의 배신의 아이콘으로 취급 받으며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브리타니아 역시 모티브가 현실의 영국인 점을 생각하면 재밌는 부분. 코드 기아스는 세간에 알려진 유명한 위인들이 세계사의 판도를 현실과는 다른 선택으로 뒤바꾼 평행세계를 가정한 대체역사물적인 성격도 보이고 있다.[24] 다만, 베네딕트는 스자쿠와 달리 억울한 면이 없잖아 있는데, 독립군에 있을 시기 나름 전쟁 영웅으로 인정 받을만한 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을 높으신 분들에게 가로채이거나, 독립군에 내부적인 문제로 모함에 시달리고 빚을 져가면서 까지 전쟁에 참여하는 등 이리저리 치였다가 결국 이를 참지 못해서 매국 행위를 저지른 인물이기 때문이다.[25] 애초에 샤를 황제는 배신을 많이 당해서 배신에 민감한 상태였던지라 스자쿠가 친구인 를르슈를 팔고 출세한 시점에서 스자쿠를 털끝만큼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스자쿠가 브리타니아 황위를 노리는 슈나이젤파로 갈아타자마자 황제에게 검을 들이미는데, 샤를은 전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하나도 놀라지 않고 스자쿠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미리 대기시켜놓은 나이트 오브 원 비스마르크에게 뒷일을 맡기고 오랜 숙원인 라그나로크 계획 실행을 위해 '아카샤의 검'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샤를의 최측근으로서 스자쿠를 불신해온 비스마르크도 검으로 황제를 치려는 스자쿠의 앞을 막아세우며 "너 같이 배신만을 계속해온 사내를 누가 믿는단 말이냐?!"는 식으로 단도직입적인 독설을 날렸다.[26] 스자쿠의 어렸을 적 성격이나 현재 모습을 보면 인성교육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스자쿠가 천성적으로 뒤틀린 인물이었을지도 모른다.[27] 코우즈키 카렌의 브리타니아인 친부.[28] 물론 당시 상황상 잡히지 않기 위해 스자쿠의 멘탈을 뒤흔들기 위한 치밀한 심리전, 가스라이팅도 있지만 묘사로 볼 때 필요 이상으로 비난을 쏟아부었다.[29] 다만 이건 를르슈의 기아스 때문에 의도치 않게 유페미아가 일본인들을 학살하게 만들고 어쩔수없이 유페미아를 죽인일 때문에 유페미아가 사망했을뿐만 아니라 학살 황녀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예전의 소꿉친구나 의형제도 아닌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되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를르슈 또한 이에 해명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스자쿠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30] 실상은 로로 람페르지가 시간 조작 기아스로 제레미아의 본의 아닌 기아스캔슬러 발동에 의해 샤를 지 브리타니아의 조작으로 지워진 기억을 되찾은 셜리를 죽인 것이었다.[31] 리플레인은 카렌의 친모 코우즈키 씨를 마약중독에 걸리게 한 약물이라 카렌은 리플레인을 무척 싫어하고 혐오했다.[32] 셜리는 를르슈가 지금까지 제로로 활동하며 자신과 학생회 멤버들을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속여온 것도 모자라 아버지를 의도치 않게 테러에 휘말려 죽게 만든 원수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증오하기보다 고뇌 끝에 그의 진의와 진실을 알아나가며 이해하고 사랑하고자 한 올바르고 고결한 인물이었다. 이와 정반대로 주변인물들을 속이 다 보이는 거짓말로 속이고 이용해먹으려 들면서 오직 심증만으로 카렌을 용의자로 의심하고 마약을 주입하려는 스자쿠의 모습은 명백한 권력남용에 지나지 않고 팬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를르슈는 기아스로 셜리의 마음을 조종한 것도 아니었고 더 이상 자신 때문에 불행해지지 않도록 데이트 당시의 기억을 기아스로 지운 것이고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셜리가 스스로의 의지로 를르슈를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한 것인데 스자쿠는 이걸 정반대로 해석했으니 셜리의 죽음에 대한 오독이자 모욕을 저지른 셈이다. 게다가 스자쿠는 학생회 멤버라는 것만 빼면 사적으로 셜리와 가까운 인연을 형성한 것도 아니었고 평범한 친구일 뿐이었는데, 이제 와서 셜리가 인생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마냥 굴고 있으니 더욱 어처구니없고 황당할 수밖에 없다.[33] 본인도 맘 바꾸고 그만 두지만 결국 완전히 폭발해버린 카렌에게 자업자득으로 복날에 개패듯이 흠씬 두들겨맞았다. 시청자들마저 코드기아스에서 가장 통쾌하고 속시원한 명장면 TOP 10에 꼽을 정도. 이 사건을 계기로 그나마 최소한의 잔정이 있었던 카렌과 스자쿠의 관계는 완전히 끝장나버렸다. 이후로도 인질로 잡힌 카렌은 사요코의 구출로 홍련 성천팔극식에 탑승하여 제2차 도쿄 대전에 참전하는데, 슬래쉬 하켄으로 스자쿠의 랜슬롯을 구속하고는 "잘 가, 스자쿠."라는 말까지 남기며 완전히 죽이려들었다.[34] 이 제안을 받게 되면 스자쿠는 그 순간 브리타니아 입장에서 '테러리스트'가 된다.[35]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 나나리 람페르지, 를르슈 람페르지. 유페미아는 스자쿠와 본격적으로 정치적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망해 버려서 스자쿠의 자기합리화적인 면모를 제대로 겪어볼 시간조차 없었다. 나나리는 총독이 되고부터 서서히 자기에게 밥 먹듯이 거짓말만 일삼는 스자쿠라는 인물에 대해 평가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에 를르슈의 개입으로 사이가 안정되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완전히 학을 떼긴 했으나 나나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제로 레퀴엠을 위해 스스로 스자쿠와의 관계를 수복시켰다.[36] 다만 유페미아를 통해 이런 스자쿠의 이러한 면모가 나아질 가능성도 있었다. 애당초 유페미아는 그린 듯한 아름다운 공주님에 정말로 성품도 선량하고 상냥하고 식민지 일본인들도 차별없이 대해주는, 스자쿠의 눈에 비쳤을 때 그야말로 이상적인 사람이었기 때문. 그리고 그런 공주님의 기사라는 건 그야말로 스자쿠가 바라 마지않던 선역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자쿠가 그렇게 바라던, 전쟁을 멈출 수 있고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아도 조국을 해방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메시아이자 구원자 격인 존재였다. 하지만 하필 그 유페미아가 를르슈의 기아스로 인해 누명을 쓰고 죽어버리는 바람에 그 기회를 잃고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다만, 유페미아 문서의 평가 항목에도 나와있듯이 유페미아가 추진하던 행정특구 계획은 근본부터가 한계가 있는 계획이었다 보니 스자쿠는 결국 구원받지 못할 운명이었다... 라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철없는 공주님 혼자서만의 계획이라 그렇지 만약 유페미아가 를르슈와 손을 잡았다면 가능성이 반드시 제로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37] 작중 눈에 띄는 괴짜들이라 스자쿠에 대한 호감이 처음부터 유독 높은 편이었던 로이드 아스프룬드지노 바인베르그조차도 프레이아 발사 직후 스자쿠가 결과론으로 자기합리화에 빠지자 학을 뗐다. 특히 로이드 박사와 세실 크루미의 경우엔 스자쿠의 인생을 말 그대로 구원해준 은인임에도 불구하고 스자쿠에게 온갖 수모를 겪어 언제 스자쿠를 버려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최후의 최후까지 스자쿠의 곁에 남아 있어줬다.[38] 물론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안드레아스 달튼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처럼 스자쿠의 재주를 아까워 하던 무관 출신의 수뇌부 인사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스자쿠에게 브리타니아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해방전선 섬멸 작전에 참가시키거나 토도 쿄시로의 사형 집행인으로 임명하는 식. 하지만 수뇌부의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게 배려인 줄조차 눈치채지 못 하고 임무 중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 되려 더 주변으로부터 의심만 샀다. 정무 감각이 결코 뛰어난 편이 아닌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조차 스자쿠의 이런 불분명한 태도로 인해 활약에 비해 도통 나아지지 않는 스자쿠의 입지를 인지하고는 스자쿠에게 충성심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을 명했다. 스자쿠의 상황 판단력이 뛰어난 무력에 비해 얼마나 뒤떨어지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39] 하지만 작중에서 스자쿠의 이런 계획은 의외로 작중 척척 실현되고 있긴 했다. 사실 진짜 웃기는 점은, 스자쿠가 이렇게 출세하는데 있어서 그의 친구인 를르슈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는 것이다. 를르슈가 의도해서 그렇게 되었든, 스자쿠가 를르슈를 이용해먹었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가면 스자쿠는 를르슈의 제안을 받아들여 제로 레퀴엠을 실행하기로 하는데 정작 거기서도 자기 목숨을 거는 것은 를르슈 혼자고 스자쿠는 제로의 이름을 이어받아 비록 자신의 정체는 드러낼 수 없게 되었지만 대신 제로의 명성을 혼자 받아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스자쿠가 바라던 선역 그 자체가 된 것. 쉽게 말해 스자쿠가 자기 나름의 꿈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하는데, 순전히 스자쿠 스스로가 노력해서 이룬 것이 아니라, 십중팔구 를르슈가 다 해줬다는 게 어찌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40] 그래도 그나마 이것이 친구인 를르슈가 있는 힘껏 스자쿠의 인생을 어떻게든 개입해서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다. 이제 더이상 스자쿠라는 정체를 드러낼 수 없고 죽을 때까지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긴 했지만 어쨌든 스자쿠 본인은 그가 그렇게 바라던 선역으로 돌아오긴 했으니까. 그리고 스자쿠는 자기가 선역이 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는 인물이다.[41] 외전 코믹스판 작품인 코드 기아스 나이트메어 오브 나나리에선 스자쿠가 겐부를 죽인 게 아니게 되었는데 그 결과 대단히 올곧은 인물로 성장해 원작 팬들을 경악시켰다. 또한 대체적으로 이런 외전 작품들에서는 스자쿠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 없더라도 쿠루루기 겐부가 사생활적으로 막장이었더라는 설정이 붙어서 스자쿠의 트라우마가 본편 애니메이션보다는 적게 묘사된다는 특징이 있다.[42] 실제로 샤를은 전쟁 직전 를르슈와 나나리를 본국에 송환하려 했지만, 겐부는 이미 스자쿠에게 살해당하여 연락도 끊기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를르슈의 나나리의 인생이 더욱 꼬여지고 를르슈가 복수의 길에 나서게 된 원흉도 스자쿠 본인이다.[43] 당시의 를르슈와 나나리는 모후 마리안느가 V.V.에게 암살당하고 순식간에 부황에 의해 일본에 추방당한 신세였다. 생면부지의 일본에서는 정치외교적 인질이자 볼모로서 감시당하는 비참한 신세라 누굴 하대하고 차별할 여유도 없이 자신들의 생사를 고민하기에 바쁜 거지이자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다. 신분을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두 남매는 본능에 가까운 브리타니아 황족의 선민사상에 따라 일본인들을 먼저 차별하는 언동을 보이지 않았으며 일레븐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일본 쪽이 아직 아무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를르슈와 나나리를 멋대로 경계하고 푸대접했다. 쿠루루기 겐부는 를르슈와 나나리에게 평범한 별장은커녕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노후화된 집을 새로운 보금자리랍시고 제공해줬고, 스자쿠는 친구로 발전하기 전에는 말할 것도 없이 첫 만남부터 가만히 있던 를르슈를 도둑이라고 멋대로 비하하고는 물리적 폭력까지 행사했다. 심지어 극장판까지 가면 몸이 허약함에도 나나리를 힘들게 업고 계단에 오르는 를르슈를 경호원들을 시켜서 도와주지도 않고 그저 알아서 올라오라는 듯이 두 사람을 싸늘하게 노려보기만 한다. 를르슈가 브리타니아를 향한 증오와 별개로 일본 자체에게 별다른 애정을 보이지 않고 한낱 장기말 취급하는 이유는 본인이 적국의 황자임이 들켜서는 안 된다는 사정도 있지만 겐부와 그 측근들로부터 아이로서의 보호도 못 받고 불신 섞인 감시와 푸대접을 당한 상처도 큰 듯. 쿠루루기 겐부의 대우는 애쉬포드 가문과 상당히 대비된다. 애쉬포드 가문은 필요가 없어지면 를르슈와 나나리를 제거하려고는 했지만 적어도 학원에 다니면서 학생으로서의 윤택하고 부유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남매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미레이 애쉬포드도 를르슈와 나나리가 황족이건 아니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학생회장이자 누나언니로서 허물없이 보살펴줬다.[44] 겐부가 악한으로 등장하는 코드 기아스 반공의 스자쿠에서는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지만 겐부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중년의 기혼자임에도 본인이 직접 어린 소녀인 나나리와의 결혼을 계획하는 등 소아성애자가 의심될 면모는 물론 수틀리면 어린 아이마저 정략결혼의 도구로 취급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는 오듀세우스 우 브리타니아와 어린 소녀인 장 리화의 결혼을 추진한 슈나이젤과 별 다를 게 없는 짓이다. 어찌 되었든 어른들의 정치적 계산에 어린 애들을 단지 적국의 황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거침없이 이용해먹는 건 어떻게 봐도 아동 학대이다.[45] 주변인을 배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악화시키며 설쳐대는 성급함과 충동성, 말보다 주먹이 더 앞서는 다혈질, 머리도 단순무식한 근육뇌 기질, 그래놓고 남의 잘못은 훈계하려들면서 자기 잘못은 절대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는 쓸데없는 자존심과 찌질하고 고집스러운 성격,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과한 억척스러움과 짜증나고 시끄러운 목소리. 본편의 모습은 어린 시절보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고전적인 열혈 주인공이 연상될 정도는 아니지만 대신 어떻게든 일을 저지르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얍삽하고 찌질한 위선자의 면모가 더 부각되어 회복과 세탁조차 불가능한 비호감 이미지가 확립된 것.[46] 이게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출신 배경이 비슷한 스메라기 카구야를 보면 알 수 있다. 스자쿠는 일본 수상의 아들이고 카구야는 일본 황실황태녀이자 정통 후계자, 둘 다 일본을 대표하는 최상류층 고위 정치 가문의 자제들이라 출신 배경과 성장 환경이 비슷하다. 하지만 스메라기 카구야는 스자쿠보다 세 살 어림에도 불구하고 스자쿠 따위와는 비교하는 게 실례일 만큼 성인 정치인들을 압도할 정도로 강인함과 유능함, 정치 외교적 수완과 업적, 정무 감각을 보여준다. 를르슈와 슈나이젤에 비교하면 카리스마, 전략적 안목, 그리고 경험 면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역으로 말해 세계관 정점에 선 먼치킨인 이 두 사람 외에는 장성한 성인 정치인들을 통틀어도 카구야에 비견될 만한 뛰어난 수완과 성과를 보여준 인물이 없다. 그리고 카구야의 유능함은 블랙 리벨리온 실패 이후 중화연방으로 패주하자마자 스메라기 콘체른을 설립하여 흑의 기사단의 부활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히 인정받았다. 편하게 놀고 먹기만 하지 않고 국제 기업 재벌의 총수라는 지위와 권력을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해 천자 장 리화중화연방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아 인맥과 영향력을 넓히는 등 정치 및 외교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실적을 세워 후일 초합집국의 수립에 있어 가장 큰 공헌을 하였고 이는 제로에게 그 뛰어난 능력과 수완을 인정 받아 초합집국의 초대 평의회장으로 취임하는 밑바탕이 되었다.[47] 물론, 이 차이는 카구야가 정치적 식견은 몰라도 전투 참전 경험이 일천하고 군사적 식견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카구야는 군사적인 전략전술 수립이나 나이트메어를 몰지 못하기 때문에 평시에는 당당함과 여유를 부리지만 전시만 되면 카구야는 평시의 활약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병풍이 된다. 극장판에선 블랙 리벨리온이 실패로 돌아가자 디트하르트 리트와 패주하는데 이 때의 모습을 보면 그저 전쟁에 겁 먹은 힘 없고 유약한 민간인 소녀에 불과하다.[48] 안드레아스 달튼은 스자쿠를 일본 해방전선 섬멸 작전에 투입해 주었고,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토도 쿄시로의 처형 집행인으로 일부러 스자쿠를 임명했다. 이후에도 안드레아스 달튼은 스자쿠가 유페미아의 기사로 임명되자 공식 석상에서 로이드와 함께 박수를 치며 공개적인 옹호와 지지를 표하는 태도를 보여 기사 서임식이 제대로 마무리 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코넬리아는 카미네 섬에서 스자쿠가 '제로와 함께 죽어라'라는 명령을 기어스의 영향으로 무시하는 일을 저지른 탓에 군기 위반으로 체포되자 "참 써먹기 까다로운 사내다."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49]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된 뒤에도 여가 시간을 일본 전통 복장으로 보내는 등 아주 대놓고 자기가 회색분자라고 광고까지 한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일본 전통 복장은커녕 일본 문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보인 적이 없다는 게 코미디.[50] 메카는 겉절이고 정치가 중심인 작품에 출연한 게 문제지 사실 강력한 메카에 탑승해 뛰어난 무력으로 전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병사라는 스자쿠의 캐릭터성은 메카물이라면 오히려 주인공이 아닐 수가 없을 만큼 굉장히 흔한 주인공의 특징이다. 되려 무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데 정무 감각과 전략적 안목으로 활약하는 를르슈가 장르 자체를 기준으로 볼 때 예외 중의 예외다.[51] 한국에서 스자쿠의 방영 당시 별명은 스완용이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익을 위해 매국을 한 게 아니니 스자쿠의 행보는 이완용이 아니라 '일본에 충실히 봉사하면 조선인이라도 일본인과 동등한 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일본에 충성한 홍사익에 가깝다. 하지만 홍사익은 최소한 군사 지도자로서 유능했던 데다가 부하들을 매우 아끼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들지 않았기에 지도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주변 인물들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해먹으며, 자기합리화의 극치를 달리는 스자쿠를 비교하는 건 되려 홍사익에게 실례라고 볼 수 있다.[52] 제2차 세계 대전에 비유하자면 를르슈는 연합국 최고 사령관인 반면 스자쿠는 추축국이 정의라고 큰소리로 실컷 떠들어대는 추축국의 장교이자 병사 나부랭이라고 할 수 있다. 를르슈가 했던 말인 전술만으로는 전략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이런 의미였다.[53]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도 뒤로는 자국민을 탄압하는 통치를 벌이긴 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자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걸 궁극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브리타니아는 코넬리아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인질로 잡힌 자국민들을 몰살하는 행동을 벌여도 그저 '약하니까 도태된 것'이라며 자국민들을 더욱 채찍질하는 선전 도구로 삼을만큼 자국민을 탄압하는 걸 공공연히 드러낼 만큼 막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이라도 지도자가 이런 짓을 벌이면 자국에서도 전 세계적으로도 어마어마한 비난에 직면하게 됐을 것이다.[54] 브리타니아의 국정 기조와 유사한 운영 방침을 가진 타 작품의 조직으로는 원피스에 등장하는 신 어인 해적단이 있다. 브리타니아가 작중 세계관에서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종횡무진 날뛰는 것에 비해 신 어인 해적단은 활동 무대의 여타 조직들을 상대로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무력을 완력 강화 약물 과다 복용으로 메꾸며 인간들을 괴롭히고 천룡인을 설득하여 인간과 어인의 화해를 극적으로 성사시키는 업적을 이룬 오토히메 왕비를 암살하고 또다시 인간을 향한 어인들의 증오를 부추기는 등 동족인 어인들을 상대로도 온갖 극악무도한 패악질과 횡포를 부리다가 피해자들과 친분이 있던 밀짚모자 일당에 의해 아주 처절하게 개발살이 났다. 이후 민심은 민심대로 잃고 조직원들은 약물 부작용이 찾아와 폐인이 되어버려 조직이 완전히 몰락해 버렸다. 브리타니아의 방식이 강대한 군사력과 무력 없이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55] 본인의 순수 의지로 저지른 게 아니라 카렌에 의해 사지에 몰린 상태에서 를르슈의 "살아라" 기아스에 의해 세뇌당해 최후의 발악으로 프레이야를 발사해버린 것. 하지만 그것도 본인의 개인 사정일 뿐이고 세간에서는 스자쿠가 단독으로 일으킨 사상 최악의 대학살로 역사서에 기록될 것이다. 애초에 본인이 처음부터 자살충동을 잠깐이나마 누르고 살고자 했거나 쓸데없는 아집을 버리고 를르슈의 말대로 진정한 속죄를 했더라면 '살아라' 기아스라는 보험을 걸 필요도 없었기에, 학살자의 낙인 또한 스자쿠의 업보이다.[56] 스자쿠가 철저한 자기만족적 속죄를 위해 죽음으로 도피하고자 한다면 슈나이젤은 멘탈이 갈려나간 상태는 아니나 자신이 추구하는 대의와 세계를 위해서라면 좋을 대로 죽음을 감수하는 타입이다. 즉 스자쿠가 죽음을 '목적'으로 본다면 슈나이젤은 '수단'으로 본다. 결국 스자쿠나 슈나이젤이나 제로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던 양쪽 모두 를르슈의 뜻과 제로라는 존재에게 종속되는 고통과 굴욕 속에서 여생을 살아야 하는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은 변함없다.[57] 그나마 본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세실 크루미로이드 아스프룬드, 그리고 주군이 된 나나리가 있지만 세실과 로이드는 제로로서는 몰라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업무에 투신해야 하는 스자쿠 개인에게 더 이상 힘을 실어줄 수 없다. 나나리의 경우 부드럽고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오빠 를르슈 이상으로 굉장히 단호하고 가차없는 행동력과 신념의 소유자에 공적인 자리에서는 스자쿠와 제로를 엄격하게 가르는 공사 구분이 확고한 인물인데다, 를르슈가 죽고 스자쿠 역시 대외적으로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면서 더 이상 어렸을 때처럼 셋이서 함께 모여 살던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58] 하지만 이제 와서 그나마 의미 있는 속죄와 선행을 한다고 해도 그전까지 쌓아온 부정적인 인상과 행적이 달라지는 건 당연히 아니기 때문에 오우기 카나메니나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코드기아스에서 가장 안티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호감 캐릭터라는 건 변함없다. 다만, 여전히 안티만이 남아있는 오우기 카나메, 딱히 제대로 개심이나 큰 처벌 묘사도 없이 끝나서 이에 대한 비판 및 여전히 똑같이 안티가 존재하는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 & 길버트 G.P. 길포드비렛타 누보다는 사정이 조금 낫다.[59] 극장판에서도 흑의 기사단 측의 인물들인 타마키와 오우기는 초대 제로이자 진짜 제로인 를르슈를 적극 지지하고 옹호했지, 스자쿠는 옹호는커녕 일체의 접점조차 없었다. 이는 당연한 게 스자쿠는 나이트 오브 세븐 시절에도 이들이 길포드에 의해 공개처형당하든 간에 그저 될 대로 되라는 듯이 방관만 일삼았기 때문에 스자쿠를 좋게 볼 여지가 전혀 없었다.[60] 우자이(ウザい, 짜증난다는 뜻의 일본 신조어)+스자쿠(スザク).[61] Son of Bitch Suzaku의 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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