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9-08 23:00:07

주디스 슈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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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color=#fff> 주디스 슈클라
Judith Shklar
파일:Judith Shklar.jpg
<colbgcolor=#191919> 본명 <colbgcolor=#fff,#191919>주디스 니세 슈클라
Judith Nisse Shklar
출생 1928년 9월 24일
라트비아 리가
사망 1992년 9월 17일 (향년 63세)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국적
[[미국|]][[틀:국기|]][[틀:국기|]]
모교 맥길 대학교 (BA, MA)
하버드 대학교 (PhD)
분야 정치철학자

1. 개요2. 생애3. 사상4. 평가5.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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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미국의 정치철학자. 정치이론가. 주디스 슈클라는, 철학자들이 '무엇이 옳은가?'를 정하는 원칙개발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잔혹함들을 하나하나 없애나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정치제도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정치철학을 펼쳤다. 여기서 잔혹함이란, 강자[1]가 약자에게 가하는 육체적 폭력을 말하며, 또한 그 폭력에 대한 공포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 이론은 존 롤스[2], 마이클 왈저, 리처드 로티 같은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동시대의 대학자들의 이론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2. 생애

슈클라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유복하고 교양있는 독일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가 딴 곳에 가서 살았으면 하고 바라거나 심지어는 우리를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적대적인 이웃들에 둘러싸인 삶"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슈클라의 가족은 생존이 걸린 위험한 난민의 대열에 올랐다. 그들은 우선 소련군이 진주하기 전에 겨우 스웨덴으로 피신했지만, 독일이 노르웨이를 침공하면서 더 이상의 진로를 찾지 못하고, 다시 조용히 되돌아와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고 탈출을 도모했다. 기적적으로 시베리아 횡단에 성공하여 일본에 도착했고,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있기 얼마 전에 겨우 캐나다 행 배를 탈 수 있었으며, 시애틀에 도착하여서는 동양에서 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검색으로 몇 주 동안 같이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슈클라는 이러한 유년시절의 "초현실적인" 경험은 그녀에게 블랙 코메디의 취향을 남겼다고 하는데, 이는 곧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그녀의 공포의 자유주의의 원형을 형성하는 체험이었다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슈클라의 공포의 자유주의에는 20세기 인류의 야만과 그에 무력하게 일조했던 정치에 대한 회의가 짙게 각인되어 있다.

그녀는 16세에 공부를 시작하여 1949년과 1950년에 맥길 대학교에서 각각 인문계열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때 맥길 대학은 유대인의 합격점수에 차별을 두고 있었던 때 였다. 유대인의 경우 750점, 다른 모든 사람의 경우 600점이 필요했다고 슈클라는 회상했다. 19세에 그녀는 이후 하버드 치과 대학의 구강 병리학 교수가 되는 제럴드 슈클라와 결혼 했고 세 자녀를 두었다. 1955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멘토는 유명한 정치 이론가 칼 요아킴 프리드릭이었다. 그녀가 나중에 회상하길 그는 단 한번 그녀를 칭찬하였다. "음.. 이건 보통 논문이 아니군. 이럴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다네." 결국 그녀는 그의 후계자가 되었다.

슈클라는 1956년 하버드 교수진에 합류하여 1971년 하버드 정부 부서에서 여성 최초로 종신직을 맡게 되었다. 그녀가 일한 첫 해 동안 부서는 그녀가 첫 번째 책을 집필하는 동안 첫 아이와 함께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그녀의 존속을 다시 결정할 때가 되자 부서는 고민에 빠졌고, 슈클라는 세 명의 자녀가 있었기 때문에 하프 타임 강사로 활동했다. 1980년에 그녀는 정부의 John Cowles 교수로 임명되었고 하버드 대학에서 은퇴할 때까지 가르쳤다. 그녀는 동료들 사이에서 최고라고 인정을 받았다.

슈클라의 죽음은 갑작스럽게 너무 일찍 찾아왔다. 1992년 9월 17일 64번째 생일을 딱 1주일 남겨둔 날, 그녀가 뉴햄프셔에 있는 집에서 글을 쓰는 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혼수 상태에 빠졌고, 그녀의 남편과 가족은 그것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심각성을 깨닫고 그녀를 보스턴으로 다시 옮겼을 때는 너무 늦었다. 그녀는 생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제자들에게 높은 평판을 받았었다. 그녀 사후에 많은 제자들이 《환상없는 자유주의; Liberalism Without Illusions》라는 제목의 기념 서적에 참여했다.

3. 사상

슈클라는 '미덕'에 주목했었던 주류 정치철학자들과는 달리, 현실에서 실제로 우리를 고통에 빠뜨리게 하는 '악덕'에 주목한다. 악덕은 "잔혹성, 위선, 속물근성, 배신, 인간혐오" 등을 말한다. 자유주의는 이런 '악덕이 구체적으로 없어진 상태로서의 자유'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슈클라는 주장한다.

악덕들 가운데 특히 최악의 악덕은 ‘잔혹성’이다. 슈클라가 말하는 잔혹성이란 “보다 강한 자나 집단이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보다 약한 자나 집단에게 육체적 고통(부차적으로는 정서적 고통)을 의도적으로 가하는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 잔혹성이야말로 사람들이 서로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악(최고악)이기 때문에, 이 잔혹성이 행해지는 장소에서부터 도덕적 정치적 고민을 시작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녀의 자유주의는 권리를 획득함으로써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닌, 잔혹함을 회피함으로써 자유를 보장받는 의미의 자유주의가 되며, 이를 슈클라는 ‘공포의 자유주의’라고 말하였다. 즉 여기서 '자유'란, 정부가 권력을 가지고 개인에게 잔혹성을 발휘할 때 그 공포를 즉각적으로 예민하게 느낌으로써 그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말하며, '공포의 자유주의'란 이러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잔혹함을 행하는 정부권력[3]에 대한 통제와 이에 따른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을 뜻한다.

존 롤스의 자유주의는 ‘이론적’ 토대 위에서 '권리'를 주장하기 때문에, 그 이론이 권리로서 추구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잔혹성의 문제들에 대해 쉽게 간과하게 된다. 반면에 슈클라의 자유주의는 이론적 토대를 포기함으로써,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었을 때 '누군가는 찾아내는 이론의 헛점'에서 발생되는 잔혹함을 피하고자 하는 자유주의이다. 즉 이념이나 이론을 핑게 대면서 의도적으로 벌어지는, 정부[4]의 잔혹성들을 하나씩 없애나가는 것이야말로 자유주의자의 일차적인 정치적 실천과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주의는 타자의 삶에서 고통을 제거하는 일이 '어떤 이론적 근거에서 합당한지'를 논증하려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잔인성이 행해지는 장소에서 희생자의 고통을 느낌으로써 그런 잔인성이 중단되도록 할 방안을 모색하게끔 한다. 슈클라는 거대한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바로 잡으려고 했던 사람들에 의해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의 고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런 고통을 중단시키고자 했던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잔혹성이 우선시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잔혹성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영국과 미국의 수많은 제도들이 변경됐다. 그 시대의 찬미자인 다이시가 우리에게 일깨우듯이, 남부의 노예제도를 폐지하도록 했던 것은 독립 선언문에 명시된 박탈할 수 없는 권리가 아니라 노예들의 고생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었다.”

잔혹성은 때로는 도덕의 이름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심지어 잔혹성이 겨누는 방향은 나 자신을 향하기도 한다. 슈클라는 호손의 《주홍글씨》의 주인공들이 도덕적 잔혹성의 희생자들이라고 해석한다. 딤즈데일 목사는 자기증오와 죄의식으로 스스로를 학대하다가 자살한다. 슈클라는 이와 같은 자기학대와 같은 잔혹성은 오로지 완전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런 완전함을 강요하는 것이 기독교의 교리였다고 보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다. 잔혹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자유주의자는 인간적인 불완전성을 긍정함으로써 인간의 죄의식, 양심 등이 가하는 잔혹성을 피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슈클라는 칸트의 ‘정언명법’ 역시 잔혹한 것이며, 정언명법은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는 스스로에게 극형을 내리는 재판관”이라고 평가한다.

인간에 대한 혐오를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잔인한 행위를 자행함으로써 타인이나 스스로를 고통에 빠뜨리는 악순환을 중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거대한 이념에서 눈을 돌려 눈앞에서 행해지는 잔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슈클라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악덕들에 대한 고민이 없이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현실적 대안은 없다. 슈클라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 속 악덕들을 살펴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4. 평가

"슈클라의 책들과 인격에 대하여 압도되지 않기란 정말 어려운 일."
스텐리 호프만
"학계를 넘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하버드의 명물이었으며, 정치학과 정치이념의 연구에서 대단한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고, 난해한 이슈의 핵심을 뚫는 그녀의 능력은 눈부실 정도였으며, 그녀의 지식의 범위는 경악케 할 정도였으며, 다른 한편 말꼬리 잡는 문제제기에는 전혀 재주가 없었고, 거칠고 고압적이며 성마른 수사와도 거리가 먼 사람."

" '유명인은 사랑을 받든가 아니면 두려움을 느끼게 하든가 둘 중의 하나'라는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이 틀린 것임을 입증하는 인물."
버코비츠
"미국의 몽테뉴"
Mark Hulliung
"피론식(회의주의식) 자유주의(Pyrrhonic Liberalism)"
James Miller
"디스토피아의 자유주의"
Seyla Benhabib

5. 여담

  • 슈클라는, 악덕에 대한 관심과 마찬가지로, 불의에도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해 쉽게 외면해 버리는 수동적인 사람들을 비판했다. 그녀의 이러한 점은 맹자의 수오지심과 비슷해 보인다. 슈클라가 서양철학자 중에서 루소를 가장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 그녀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철학은 최고선에 집중하기 보다는 최고악에 철학의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맹자와도 다르고, 루소와도 다르다. 즉 슈클라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냐 악하냐를 떠나서, 실제로 현실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악에 조치를 취하자는 입장이다. '선'에 대해 이론적으로 백날 떠들어봐도 결국 '선'의 이름으로 '악'을 행하는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현실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악' 그 자체에만 집중하면 그러한 사태까지 가는 것을 원천차단할 수 있고, 그것이 개인 자유를 지키는 길이 된다.

[1] 여기서 강자란, 힘쎈 사람, 권력자, 다수, 정부 등 힘이나 권력을 가지고, 힘이나 권력이 약한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다만, 슈클라는 강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강자가 폭력을 저지를 때'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처벌해야 된다는 쪽이다.[2] 엄밀히 말하면 '정치적 자유주의'를 말했던 '후기 롤스'를 말한다.[3] 정부권력만 말하는 것은 아니고, 시장의 경제 권력, 우세 집단의 사회적 권력 등 각종 권력에 대해서, 그 권력이 자신의 지배적인 힘을 이용하여 개인에게 잔혹함을 행한다면, 그것 역시 통제 대상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슈클라는 말한다.[4] 정부권력 뿐만이 아니라 슈클라는 시장권력의 잔혹성 역시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