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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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에스나에 소재한 고대 이집트의 신전. 나일 강을 주재하는 크눔 신에게 바쳐졌으며, 내부 벽화의 색이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뛰어난 보존 상태 덕분에 유명하다. 수 천년의 세월 동안 토사가 쌓이고 쌓이면서 인근 지대가 높아져버렸기 때문에, 신전의 지대가 9m 가량 낮아보인다.에스나 신전은 붉은 사암으로 지어져 각각 4열 x 6행의 기둥들이 떠받치는 거대한 규모의 신전이다. 기둥들은 모두 화려한 기둥주로 장식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기둥주 모양들이 하나같이 조금씩 다르다. 원래는 투트모세 3세 시절에 처음 지어졌지만,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 들어서 모두 철거하고 확장개건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투트모세 3세가 지은 신전이 조금은 남아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문틀로 개조된 문설주가 바로 그 것.
벽에는 길들인 사자들을 쓰러뜨리는 프톨레마이오스 3세의 모습이 새겨져있다.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모습도 함께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모습이 새겨진 벽의 규모 자체는 확실히 인상적이지만 그 정교도는 확연히 이전에 비해 떨어진다. 프톨레마이오스 3세 이후 쇠퇴하는 고대 이집트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모습. 천장에는 '레토폴리스 천궁도'라는 이름의 거대한 별자리가 새겨졌다. 그 옆에는 히에로글리프로 역대 통치자들의 이름이 적혔는데, 여기에 적힌 마지막 황제의 이름은 로마 제국의 황제 게타다. 물론 후임 카라칼라 황제가 게타를 몰아내고 집권하면서 이름이 약간 지워지긴 했지만...
그 외에도 벽과 천장에는 온갖 종류의 벽화들이 가득하다. 파라오들의 모습만 있는 건 아니라서 여신을 경배하는 트라야누스 황제, 크눔 신에게 바치는 찬송가, 들새를 신에게 바치는 파라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와 그 후계자들의 모습 등 모티브도 다양하다. 특히 신에게 월계관을 바치는 모습은 고대 이집트에서 여태까지 찾아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벽화라고. 입구의 남쪽에 있는 작은 맞물린 방이 하나 있는데 여기는 사제들이 제례 전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생각 중이다. 이 건물 뒤쪽에는 지성소를 포함해 더 긴 건물들이 추가로 더 있었는데 이 것들은 죄다 무너지고 현재 남아있는 건 다열주홀의 모습 뿐이다.
옛날에는 에스나 신전이 나일 강과 예식적인 보도로 연결된 상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독교도들이 이 보도를 파괴하면서 지금은 완전히 고립됐다. 그나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카르투슈가 새겨진 부두 장식이 이 고대 보도의 유일한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