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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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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장화의 저서 박물지(博物志)3. 대 플리니우스의 저서 박물지(Naturalis historia)4. 같이보기

1. 개요

중국 서진고대 로마의 서적. 두 책 모두 일종의 백과사전 적인 성격을 지닌 서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2. 장화의 저서 박물지(博物志)

, 서진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장화가 지은 백과사전 겸 지리서, 기서(奇書). 총 10권.

'박물지'는 이름 그대로 사물에 대한 해박한 내용을 다룬 기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문학에서는 흔히 지괴소설로 분류되는데, 위진남북조 시대 이 시기의 대표적인 소설 형식이 바로 문학사에서 흔히 일컫는 지괴소설(志怪小說)이다. 이 지괴소설의 대표작이 바로 수신기이며 그 외에 이 박물지를 비롯하여 이원(異苑) 등 많은 자료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소설'이란 서구식 의미인 픽션(fiction), 곧 허구(虛構)의 뜻이 아니라, 유가 경전에 의거하지 않는 자질구레한 말이나 길거리와 골목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의 기록물을 가리킨다. 그래서 지괴소설은 대부분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일이나 기이한 이야기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따라서 박물지는 서진시대 흥성하였던 문인들의 지식욕에 대한 기록물 중의 하나이다. 내용은 이경(異境), 기물(奇物) 및 잡사(雜事)와 신선, 방술(方術)은 물론, 의학, 본초(本草), 생태, 물리, 지리와 역사, 귀신 등 그 다양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흥미롭게도 한국 고대의 고구려옥저에 대한 기록도 있다.

실제로 박물지의 내용은 장화가 창작한 것이 아니고, 그가 다른 데서 봤거나 들은 이야기를 박물지에 옮겨 기록한 것이다. 장화는 저술 동기로 '옛날부터 내려온 지리서들이 대단한 명성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미비한 점들이 있기 때문에 보충하려 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로 볼 때 그는 완벽을 추구했던 사람으로 보인다. 박물지는 산해경의 영향을 받았고 따라서 지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리적인 공간 속에는 동식물과 사람들의 삶의 모습, 생활 방식, 사유 체계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서(地理書)로서의 특성을 살리면서 지괴라는 문학 양식의 틀 속에 다양한 내용을 백과사전식으로 기록해 놓은 책인 것이다.

이처럼 박물지가 비록 지괴소설의 범주에 속한다고는 하나 기록욕구를 이기지 못한 당시 문인들의 분위기에서 나타난 백과사전적인 구성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 의도는 책 이름이 나타내듯이 세상의 신기한 모든 물건에 대하여 해박하게 이를 기록, 정리하여 유서(類書, 백과사전), 공구서(工具書)의 역할을 하고자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거대한 책 이름에 걸맞지 않게, 현존하는 박물지는 10권에 권당 수록된 내용도 그리 대단한 분량은 아니다. 왕가습유기에는 장화가 박물지 400권을 지어 진무제(사마염)에게 바쳤는데, 허황되고 의심스런 부분을 삭제해 10권으로 나누라는 명에 따라 10권으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한데 습유기의 신뢰성을 생각하면 믿을순 없다. 박물지는 권수와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39개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한 권당 3.9개의 항목이 들어 있는 셈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또한 항목당 30∼40개 정도의 조목으로 나누어 각각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항목에서는 조목이 많은가 하면 어떤 것은 14개의 조목만 있는 것도 있다.

사실 박물지는 원본이 유실된 상태다. 다만 원문 중 일부가 다른 책에 수록되어 전해 왔다. 현존 박물지의 특징 중 하나는 서문(序文)이 없다는 점이다. 원본 박물지에는 틀림없이 서문이 있었겠지만, 소실되었던 박물지를 후세 사람이 다시 엮을 때 서문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후세 사람들이 곳곳에 흩어진 박물지 관련 글을 모으고 하면서 오늘날의 흔히 널리 통용되는 판본 및 기타 이본들이 이뤄졌다. 사고전서총목제요에서는 원본 박물지는 없어지고 일을 꾸미기 좋아하는 자들이 여러 책에서 이것저것 취해 이룬 것으로 추측했다. 따라서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날의 박물지는 장화가 지은 원본은 아니고 후세 사람이 글자를 고치고 문장을 빼는 등 원래의 모습을 바꾸어 새로 엮은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이에 따라 원본 진위 문제, 원작자 문제 등이 대두되긴 했으나 전체적인 내용을 장화가 썼다는 점은 거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분량은 의외로 적지만 그럼에도 그 영향력은 매우 컸으며 송대에 이를 모방한 속박물지(續博物志)가 다시 나타기도 하였다.

여담으로 여자들의 정조를 검증하기 위해 수궁사를 만드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를 믿을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김영식 역과 임동석 역이 재출간을 반복하면서 자강두천을 벌이고 있다. 대략 면면을 보면
  • 김영식 역본 - 1998년, 2008년, 2013년
  • 임동석 역본 - 2004년, 2011년

고즈윈에서 출간된 박물지가 꽤 잘나온 편이나 절판되었다.

3. 대 플리니우스의 저서 박물지(Naturalis historia)

파일:박물지.jpg

고대 로마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대 플리니우스가 쓴 책. 서양 판타지에서 박물지라고 하면 이 책을 말하는 것이다.

플리니우스는 생전에 수많은 저서를 집필했다고 알려졌지만, 긴 세월 동안 모두 사장되었고 <박물지>만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저서는 37권으로 구성되는데, 플리니우스는 77년경에 처음 10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나머지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사망하는 바람에 마무리되지 못했고, 조카 소 플리니우스가 후에 정리한 후 출간했다. 천문학, 수학, 지리학, 민족학, 인류학, 인간생리학, 동물학, 식물학, 농업, 원예학, 약리학, 광산학, 광물학, 조각, 예술, 보석 등 수많은 주제를 다뤄, 현대 백과사전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을 받는다.

플리니우스는 서문에서 당대 로마의 황제였던 티투스 황제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목적은 "사물의 본성과 삶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제1권은 나머지 36권의 책들의 요약본으로, 자신이 책을 쓰기 위해 활용한 저자들과 책들의 제목을 나열했다. 제2권은 우주론과 천문학에 전념했는데,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천문학자들의 저서의 내용을 대부분 다루었다. 다만 세부 사항을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할 때 종종 실수를 범해 많은 기술적, 수학적 구절의 의미를 본의 아니게 왜곡했다. 제3권부터 제6권까지는 고대 세계의 물리적, 역사적 지리를 다뤘는데, 특히 고대 세계의 주요 도시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제7권부터 제11권까지는 인간을 포함해 당대에 알려진 모든 동물들을 다뤘다. 플리니우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으로부터 대부분의 정보를 얻었으며, 당시에 전해지는 상상속의 동물 서술에도 큰 비중을 두었다. 12권부터 19권까지는 식물학을 다뤘다. 플리니우스는 게르마니아 속주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식물을 관찰하여 저서에 상세하게 기록하였으며, 이탈리아의 농업 및 원예에 쓰이는 식물 종에 대해서도 큰 비중을 두었다. 특히 제18권은 농업에 할애되어 작물 수확, 농장 관리, 콩류 및 기타 작물의 식물 등 농업기술 증진에 필수적인 요소를 잘 다루었다. 갈리아의 소물이 곡물 수확기에 대한 그의 묘사는 오랫동안 학자들에게 공상적인 존재로 간주되었지만, 1958년 벨기에 남부에서 그러한 도구를 묘사한 2세기 석조 부조가 발견되면서 실존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여러 식물의 그리스 이름에 라틴어 동의어를 기록함으로써, 초기 그리스 문헌에서 언급된 식물 대부분을 식별할 수 있게 하였다.

20권부터 32권까지는 의학과 약학에 집중했다. 특히 유용한 약을 생산하는 식물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 저서에 언급된 약의 종류는 900개 이상에 달한다. 이중 양귀비꽃아편이 언급되는 게 눈에 띄는데, 플리니우스는 "아편이 수면을 유도하지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30권에서는 마법을 다루었다. 플리니우스는 점성술이 인간을 타락시킨다며 강력히 비판하면서, 고대 페르시아조로아스터교가 점성술의 기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피타고라스, 엠페도클레스, 데모크리토스플라톤이 모두 마법을 배우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면서, 의학과 마법이 동시에 번성했다면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과학에 대한 민간요법이 나오는데, 당시 치료법은 하이에나의 살과 머리카락, 사슴의 성기가 목에 둘러져 있는 가젤 가죽 가방을 목에 걸고 있는 여성은 결코 유산하지 않을 것이고, 거위 정액과 물 또는 족제비의 체액을 섞어 마시면 분만이 쉬워지고, 분만 중인 여자에게 하이에나의 오른발을 얹으면 해산을 돕지만 왼발은 그 임산부를 죽일 것이고, 사슴과 에서 발견된 돌(위석 등)은 임신 중 보호와 건강을 위한 부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여자는 기한이 가까워지면 늑대의 살을 먹어야 하고, 출산하는 동안 같이 있는 다른 사람은 보호적이거나 극도로 위험할 수 있다고 나오는 등 미신적인데 시골에 살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여성이 산파가 되었을 때 임산부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제 33권부터는 금속학을 다뤘다. 플리니우스는 부터 시작하여 구리, 수은, , 주석, , 청동, 백금, 강철, 합금 등 당대 로마인들이 다루었던 다양한 금속을 서술했다. 플리니우스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초월적인 능력을 얻었지만 이로 인해 파멸해버린 미다스의 이야기를 예시로 들며, 금에 대한 지나친 탐욕을 경고했다. 한편, 플리니우스는 은이 본래의 형태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채굴을 통해 캐내야 하며, 보통 납광석과 함께 발생한다고 기록했다. 그러면서 브리타니아 속주의 많은 곳에서 지상에서 발견되는 납이 매우 풍부해, 은을 찾기가 매우 쉽다고 덧붙였다. 또한 구리와 은을 섞거나, 심지어 철을 섞어서 은화로 위조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다. 그 외에도 금속을 정제하고 추출할 때 사용되는 수은, 눈썹 화장품으로 사용되는 안티몬 등 다양한 금속의 용도를 서술했다.

플리니우스는 여러 권에서 예술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그는 장군이자 역사가였던 가이우스 리키니우스 무키아누스가 소아시아 해안과 인근 섬들에서 가져온 예술 작품들을 저서에 그대로 기재하였고, 베스파시아누스가 수집한 미술품들을 평화의 신전에서 확인한 뒤 역시 책에 옮겨 적었다. 하지만 책에서 나오는 예술 작품 상당수는 그리스 작가들의 저서에서 따온 것이었다. 플리니우스는 예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로마에서 예술 작품은 실로 무수히 많지만, 우리가 의무와 사업에 대한 강력한 열망에 정신이 팔려있어서, 아름다운 작품들이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 예술을 동경하기 위해서는 여가와 심오한 고요함이 필요하다.

마지막 2권의 책, 즉 제36권과 제37권은 보석을 다루었다. 그는 다이아몬드의 팔면체 모양을 묘사하고, 보석 조각가들이 다이아몬드 먼지를 다른 보석을 자르고 광택을 내기 위해 사용한다고 기록했다. 그 외에 가장 가치있는 보석들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러한 보석에 집착을 보이는 세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보석을 채굴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다뤘는데, 물을 대량으로 사용하여 금광을 채굴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으며, 지하에서 불을 지펴서 바위를 깨고 광석을 추출하는 방식도 설명했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는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중세의 의사들은 박물지에서 언급된 내용을 토대로 약물을 제조하였다. 익명의 중세 약사가 저술한 메디치나 플리니(Medicina Plinii)에는 1,100가지 이상의 약리학적 조리법이 수록되었는데, 그 대부분은 박물지에서 따온 것이었다. 박물지는 이외에도 천문학, 동물학, 식물학, 지리학, 금속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중세 유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엔 플리니우스가 크게 의존했던 그리스어 문헌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박물지는 교육서로서 널리 이용되었다. 중세 유럽의 웬만한 수도원들은 박물지의 사본을 1부 이상 소장하였고, 박물지의 요약본들은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다.

그러나 1492년 페라라에서 니콜로 레오니노의 <플리니우스의 오류>가 출간된 후 박물지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면서 박물지의 영향력은 차츰 쇠퇴하였고, 17세기 말에 이르러 과학계는 박물지를 더 이상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과학 작가들은 여전히 이 서적에 열광한다. 19세기 라틴어 학자들은 고대 최고의 문학 작품 중 하나로 떠받들었으며, 서기 1세기 로마인들의 삶을 연구하는 역사가들 역시 박물지를 중요한 문헌 자료로 취급하고 있다.

2021년 7월 국내에도 존 S. 화이트가 엮은 판본의 발췌본으로 플리니우스 박물지가 번역되었다. 전체 번역은 아니지만 국내 최초 번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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