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우크라이나의 전통 요리. 러시아 요리랑 상당부분 겹치지만 날씨가 덜 춥기 때문에 녹색 채소를 좀 더 많이 사용하는 편이며 양고기나 돼지고기를 많이 먹던 러시아에 비해서 전통적으로 닭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편이었다.
돈바스 전방부대를 시찰하여 우크라이나군 병사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우크라이나에서 통상적으로 먹는 가정식 정찬을 먹고 있다. 과일, 빵, 치즈, 살라미, 청어절임 버터 샌드위치 등이 보인다. |
2. 배경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초르노젬, 이른바 흑토 지대를 중심으로 전통적으로 수산업과 농업이 발달했던 지역으로 고대 그리스에 이 지역의 스키타이인들이 밀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고대부터 대표적인 곡창 지대로 유명하였지만 근세에는 농노제가 발달한 이유로 밀의 재배와 수출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정작 현지의 우크라이나인 농민들 중 밀가루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일반적인 우크라이나인들의 주식은 감자나 호밀, 메밀이나 귀리와 같은 지주들이 따로 과세하지 않는 작물들이 주가 되었다.척박한 땅이 많은 러시아에서는 양과 염소를 키우는 경우도 많았을 뿐더러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지방 공급원으로 돼지 비계를 선호했던 것과 다르게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토양 덕분에 집약적인 토지 이용이 이루어지면서 양이나 염소보다는 닭의 비중이 더 컸고 러시아보다 날씨도 덜 추웠으므로 돼지 비계에 대한 수요도 상대적으로 적었음은 물론이다. 러시아에 비해서 닭고기 요리가 맛있는 편이다.
우크라이나 요리 중 제일 유명한 요리로 보르시와 해외의 우크라이나인 이민자들에 의해 유명해진 치킨 키이우(코틀레트 포 키이우스키;котлета по-київськи)가 있는데 버터와 시금치를 얇게 저민 닭가슴살로 겹겹이 싼 후 튀김옷을 입힌 요리다. 그냥 흔한 치킨까스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는데 직접 시식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우크라이나인들 입장에서는 치킨 키이우 말고도 우크라이나 요리 중에는 맛있는 요리가 많다고 주장하겠지만 해외의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가 러시아인 아니면 아슈케나짐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상당부분 겹치고 우크라이나 요리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같은 동유럽 문화권인 데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밀접한 사이였던 만큼 우크라이나 요리와 러시아 요리는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현상이다.
우크라이나는 사실 거리만 가깝다면 미식 관광으로도 적합한 나라인데 우크라이나 자체가 원체 물가가 저렴한 데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해서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4성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런치 세트가 100흐리우냐(한화로 약 4천원) 정도인데, 한국으로 치면 4만원 정도를 내도 먹기 힘든 수준으로 요리가 고급지게 나온다. 고급 레스토랑 말고 일반적인 카페나 빵집에서 파는 치즈 샌드위치 등도 맛이 무척 훌륭한 편인데, 50흐리우냐 정도면 과일 주스랑 샌드위치를 같이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바다 건너 이웃한 조지아가 동유럽에서 제일 요리가 맛있는 나라다 보니 현대에는 조지아 요리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고 한다.
3. 종류
우크라이나에서 기원했거나 같은 요리라도 러시아 요리/폴란드 요리와 차이가 많이 나고 독창적인 것 위주로 서술한다. 카샤, 샤슐릭, 펠메니, 크바스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러시아, 폴란드에서도 많이 먹는 요리이므로 여기에는 적지 않는다.3.1. 빵
- 팔랴니챠(Паляниця)
우크라이나 전통 가정식 빵으로 틀 없이 오븐에 직접 굽고 반죽이 구워지는 동안 더 부풀도록 상단의 3분의 1일 반달 모양으로 살짝 절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러시아인들은 이 팔랴니챠 라는 단어를 우크라이나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우크라이나 내에서 이 단어가 러시아 군과 간첩들을 식별하기 위한 십볼렛으로 쓰이고 있다.
- 부블릭(бублик)
우크라이나식 베이글이다. 1610년 폴란드의 크라쿠프에서 어느 유대인 재빵사가 처음 만들었던 베이글은 폴란드 전역을 거쳐 우크라이나에 도달했다. 기존 베이글과의 차이점은 부블릭은 베이글보다 더 크고 구멍 크기도 더 크고 더 건조하고 밀도가 높고 더 쫄깃하다.
- 팜푸슈카(пампушка)
19세기 우크라이나 흑해 변경지역에 거주하던 독일인들로부터 전해져 온 요리로 밀가루와 효모 소금을 섞어서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반죽을 8조각으로 나누어서 오븐에다 구운 후 빵 위에 달걀 노른자를 펴바르고 다진 마늘과 기름을 섞어서 올린 우크라이나의 마늘 빵이다.
- 파스카(Паска)
우크라이나에서 기원했고 키예프 공국 시절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부활절에 주로 먹어 온 빵으로 본고장인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러시아, 벨라루스, 조지아 같은 동유럽 정교회 국가들, 정교회 국가가 아닌 아르메니아까지 널리 퍼져서 모두 이 빵을 먹는다. 러시아에서는 쿨리치라고 부른다. 빵 위에 아이싱과 스프링클, 과일 등 각종 데코레이션을 한다.
- 코로바이(коровай)
우크라이나에서 기원했고 키예프 공국 시절부터 우크라이나에서 결혼식 때 주로 먹어 왔던 우크라이나 전통 웨딩 케이크다. 위의 파스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벨라루스 같은 동구권 정교회 국가들에게 까지 널리 퍼져서 모두 이 빵을 먹지만 본 고장인 우크라이나의 코로바이가 제일 화려하다.
성대한 결혼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웨딩 케이크답게 이 빵에 얽혀있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우선 이 빵의 장식에는 여러가지 상징적 기능이 있는데 케이크 제일 위에 있는 반죽으로 만든 두 마리의 새는 부부를 나타내고 다른 새는 가족과 친구를 나타내며 사랑과 순결의 상징인 페리윙클 화환으로 둘러싸여 있다. 빵은 전통적으로 신부의 집에서 신부가 만드는데 가족, 친척, 친구 또는 지인으로 구성된 7명의 우크라이나 전통 노래를 부르는 여성들이 신부가 빵을 만드는 일을 도와주고 오븐에 굽기 전에는 축복을 받는다.
신부와 신랑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결혼식 전에 축복으로 코로바이를 받는데 이것이 결혼식의 정점이다.
- 키이우스키 케이크(키옙스키 케이크, Київський торт)
1956년 키예프의 카를 마르크스 제과공장[1]에서 달걀 흰자를 넣지 않고 빵을 만든 실수를 대처할 때 우연히 발명된 케이크로 키이우를 대표하는 케이크일 뿐 아니라 러시아, 벨라루스 등에서도 즐겨 먹고 있다. 버터크림과 헤이즐넛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3.2. 죽
- 쿠티아(кутя)
고대부터 우크라이나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먹는 죽 형태의 푸딩이다. 밀알을 찬물에 불린 다음에 냄비에 넣고 밀알이 충분히 잠길 만큼 우유를 부어넣고 끓인다. 우유가 다 마르면 식힌 후 양귀비 씨앗 과 꿀, 건포도, 살구, 아몬드를 넣어서 섞고 오븐에 구운 다음 먹는 요리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때 우즈바르와 같이 먹는다.
3.3. 스프 및 스튜
- 보르시(борщ)
우크라이나에서 기원한 스프 요리이며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러시아, 벨라루스와 같은 여러 동구권 국가들에서 많이 먹는다. 비트, 양파, 당근, 쇠고기 등의 재료를 볶고 나서 수프로 천천히 삶아서 만들고 마무리로 사워크림을 쳐서 먹으며 소고기를 대신해 소시지 햄, 베이컨, 닭고기 등의 다른 육류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 젤레니 보르시(Зелений борщ)
녹색 채소로 만드는 녹색 스프로 우크라이나 외에도 헝가리 등지에서도 많이 먹는다. 러시아 쪽 보르시가 국물이 비트를 넣어서 붉은 색을 내는 것을 좋아한다면 좀 더 날씨가 따뜻하고 야채가 원활하게 공급되는 우크라이나에서는 녹황 야채로 만든 보르시가 좀 더 보편적이다. 수프 안에 삶은 계란을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
3.4. 고기
- 치킨 키이우(котлета по-київськи)
서구권에서는 조지 H. W. 부시의 별명으로 붙었을 만큼 유명해진 음식으로 치킨가스와 비슷한 음식이다. 구 소련, 유럽, 북미를 아울러 고급 음식과 동시에 서민 음식으로 취급되는 몇 안 되는 음식이다. 속을 향신료를 넣은 버터로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 소련 시절에는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으로 유명했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간편 냉동식품으로도 출시되었다. 참고로 냉동식품이거나 싸구려 식당에 납품된 경우에는 통 닭가슴살이 아닌 다짐육을 이용한 경우도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에서는 치킨 키이우를 '미코얀 커틀렛'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3.5. 음료
- 우즈바르(узвар)
우크라이나의 전통적인 국민 음료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여름에는 차갑게 해서 먹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서 먹는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쿠티아랑 같이 먹는다. 말린 사과, 말린 배, 말린 자두, 말린 체리, 건포도, 말린 딸기, 말린 라즈베리, 말린 살구 등을 찬물에 헹군 다음 냄비에 다 넣어서 물을 넣고 끓인다 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꿀을 넣어서 식혀서 먹는 요리다. 추가로 풍미를 더하기 위해 계피, 생강, 정향, 육두구 등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우즈바르는 뜨거운 것 시원한 것 둘 다 우크라이나에서 통용되지만 전통적으로 시원하게 먹다.
4. 한국에서
한국 기준으로는 2020년 10월 기준 아직 우크라이나 요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없으나 이태원의 러시아 식당인 트로이카에서 우크라이나의 대표 요리로 알려진 치킨 키이우 메뉴도 판매했다. 다만 해당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키이우 치킨은 우크라이나식 레시피보다는 러시아식 커틀렛 레시피에 더 가까운 편이었다.동대문, 부산역 앞의 다양한 거리에 있는 러시아 제과점에서(부산역 임페리아) 키옙스키 케이크를 메도빅, 나폴레옹 케이크 등 러시아 케이크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5. 동남아시아에서
특이한 점은 한국에는 없는(?) 우크라이나 요리 전문 식당[3]이 태국의 파타야, 베트남 하노이에는 있다는 점이다. 파타야에 있는 우크라이나 식당 정보는 참조. 하노이에 있는 우크라이나 식당 이름은 버드모이며 우크라이나 사장은 20년 넘게 하노이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이 공산권 국가라 소련과 오랜 교류를 하다 보니 우크라이나 전문 식당까지 생긴 모양이다.
6. 폴란드에서
2022년부터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우크라이나 본토로 직접 여행 가서 우크라이나 요리를 먹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국인 입장에서 최대한 우크라이나 요리를 오리지널에 가깝게 먹으려면 우크라이나인들이 많이 체류하고 있는 폴란드에 가는 수 밖에 없다.우크라이나 이주노동자들이나 난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요리 전문점들이 많은 편이다. 대로변가에서는 보기 힘들고 주로 허름한 아파트 단지 근처나 지하철 상가에 많다.[4] 폴란드에 여행 혹은 출장 온 경우 폴란드 요리가 한국인 입맛에 많이 달달해서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우크라이나 식당들이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5] 상당수의 식당들이 메인 메뉴에 고려인들이 김치 대용으로 먹던 한국 당근을 곁들여 내놓는다.
7. 관련 문서
[1] 소련 붕괴 후 로셴에 인수되었다.[2] 루마니아, 몰도바에서는 이것을 머멀리거(Mămăligă)라고 부른다.[3] 모 블로그에서 트리필리아라는 식당이 우크라이나 식당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는데 트리필리아는 그리스 도시 이름이다.[4] 물론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의 4~5성급 호텔에서 한국 돈으로 4,000~8,000원 정도 내고 먹는 런치 세트보다는 맛이나 가성비가 쳐지긴 한다.[5] 맛이야 주관적인 거라지만 요리사가 음식에 마늘과 버터, 양파 등등 팍팍 많이 넣는 식당은 평균적인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6] 주로 자카르파탸 지역 요리와 겹친다.[7] 헝가리 전통 음식인 구야시는 중동부 유럽에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