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

1. 개요

2. 생애

3. 여담

• 남재와 남은 형제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 졸기를 보면 대체로 책략을 많이 낸 것으로 보인다. 남재의 졸기에 "태조를 추대하는 모략이 재(=남재)에게서 많이 나왔다."라고 하는 부분이나 남은의 경우 "이씨가 건국한 데에는 조준과 남은의 공이다."라고 하는 태종의 말과 "개국의 공은 모두 남은에게 있다."라고 태종에게 상언한 조인옥의 말 등 남재, 남은 형제의 조선 개국 당시의 활약이 알려진 것보다 많은 것으로 보인다. 남은의 경우 무인정사에서 참화를 당하지만 사후 태종으로부터 직접 복권을 받고 태조 묘정에 배향된다. 태종이 남은을 그리워하는 기사나 남은을 계속 비호해주는 것을 볼 때 태조, 태종 부자와 막역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태조가 그의 부친인 남을번을 불러 연회를 했다거나 태종이 재위 기간 내내 남재를 아끼고 보호한 측면, 그가 죽은 후 세종이 직접 사저로 문상을 와서 조사에서 옛 은혜의 교분을 언급하는 등 조선 초기 4대(태조, 정종, 태종, 세종)에 걸쳐 총애를 받은 재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조선 왕조를 통틀어 3명의 임금을 추대하거나 추대하는 발언을 한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태조를 추대하는 계책을 내고, 정종 재위 시에 "정안공을 세자로 세워야 한다."고 대궐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했으며 충녕대군이 사저에서 베푸는 연회에서 공경대부들 앞에서 충녕대군이 차기 보위를 노릴 만하다고 넌지시 얘기를 건네는 등 조준, 정도전, 하륜 등보다 어찌보면 더 경세에 통달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조준은 고려 왕조 시절 행정, 법 제도 등을 개혁하며 조선의 기틀을 다지고 조선 건국 후에는 세부 내용을 채워넣고, 정도전은 조선 왕조의 정치 제도, 법 제도 등에 대한 기틀을 다지고, 하륜은 큰 틀의 세세한 내용물을 채워넣은 정치가들이라면 한다면 남재와 남은 형제는 태조와 태종 등을 추대하기 위한 직접적인 책략을 내는 책사로서의 면모가 강했던 것 같다.

• 성품이 활달하고 도량이 넓었으며 마음가짐을 지극히 삼가면서도 바깥 형식에 거리낌이 없었다고 하며 산술에 능하여 별호가 '남산(南算)'이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말이 없고 바둑을 좋아했는데 주위 사람이 공식석상과는 달리 말 수가 적은 그에게 연유를 묻자 "쓸 데 없는 말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 의령 남씨는 원 간섭기에 중앙으로 진출하여 남재의 부친인 남을번은 밀직부사[22]에 이르렀는데 특히 남을번은 태조 이성계와 교유가 깊었고 이에 그의 아들 4형제는 모두 조선 개국에 참여를 하게 된다.[23] 첫째 남재, 둘재 남은은 개국 1등 공신으로 문하부 및 중추원의 재신이 되었고 셋째 남실은 보문관제학에 이르렀고 넷째 남지는 우상절도사가 되는 등 4형제가 모두 재신 또는 당상의 반열에 오른다.[24] 다만 4형제간의 우애는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남재, 남은은 평소 우애하지 않았다"는 태종의 말이 남아있고 "남재와 남실이 화목하지 않고 다툼이 있었다."는 남재의 졸기가 남아있다. 4남 남지에 대한 기사는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다.

• 이색의 문인이었다. 지영광군사 남천로의 손자이자 밀직부사[25] 남을번의 아들로 동생은 남은, 아들은 남경문, 며느리는 참의(參議) 방순(方恂)의 딸 숙녕택주 온양 방씨(溫陽 方氏)이다. 손자는 좌의정을 지낸 남지, 예문직제학 및 지사간원사를 지낸 남간, 태종의 부마로 정선공주의 남편인 의산위 남휘이다. 현손은 병조판서를 지낸 그 유명한 남이다.

• 태조의 건원릉 자리가 원래 남재가 봐 두었던 묘자리였는데, 지세가 천하명당이라 태조가 무학대사 등과 도성 외부를 순시하며 넌지시 탐을 냈고 남재에게 원래 본인의 묘자리를 주고 남재에게서 양보를 받았다고 한다. 태조가 사은하며 현재의 남재 묘자리와 주위 전답을 모두 그에게 하사하였는데 남재가 묘자리가 명당이나 기세가 사납고 왕의 묘자리를 잘못 받으면 멸문을 당한다고 걱정을 하니 태조가 후손 중에 역적이 나와도 당사자만 벌을 하겠다는 유훈을 후대에 내리겠노라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손 남이가 역모로 죽었을 때에도 멸문되지 않고 당사자와 그 어미만 벌을 내렸다는 말이 전한다.[26] 이와 별개로 이 때 태조와 남재가 서로 근심을 덜었다 하며 이를 논한 곳을 망우리라고 일컬었다고 한다.[27]

• 조선 건국 후 스승 이색이 태조와 함께 친구로서 술자리를 하던 중 태조에게 옥새를 바친 배극렴을 '말장수'라고 부르며 태조의 즉위를 간접적으로 비아냥대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남은은 격노해서 형 남재의 스승인 이색에게 '썩은 선비'라고 욕을 퍼부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남재는 이색의 아들 이종선에게 넌지시 "공이 광언을 하니 (공을 해치려는) 논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떠나지 않으면 화를 입을 것이다"라고 충고하였다. 스승이지만 이런 표현을 써야 했을 정도로 이색의 발언이 도를 넘었고 신변이 위험에 처해 있었다는 뜻인데, 아무리 왕 본인이 보호하고 있다지만 왕을 지속적으로 폄하하는 사람을 신하들이 가만 둘 리가 없다. 결국 남재의 경고대로 이색은 피서를 핑계대어 신륵사로 거처를 옮겼지만, 가는 도중에 배 위에서 갑자기 급사했다. 전후 정황상 정도전 등에 의한 암살이 의심되고 있다.

4. 대중매체

• 1996년 KBS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는 배우 손호균이 연기[28]했다. 무인정사가 끝나고 정국이 안정 단계가 되어서야 첫 출연했는데, 대궐 뜰에서 "정안군을 세자로 세우자"고 외치는 에피소드가 확장되어서 도당에 처음 들어온 그 날부터 시도 때도 없이 정안군을 등극시키자는 의견을 피력한다. 그가 간신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남은의 형인 남재가 살아있는 건 정안군의 자비 때문이니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해석이다.

• 2021년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는 박칠용이 연기했다. 정안군 이방원과 함께 명나라에 다녀왔으며, 이후 동생 남은의 사형을 눈물 흘리며 지켜 보았고, 이방원이 남재에게 시신을 거둬 장례를 치를 것을 명령했다. 이후에는 몇 차례 언급만 있을 뿐 등장은 없다.

• 이덕일은 <한국통사>에서 남재, 남은 형제를 일컬어 "어린시절 몹시 가난하여 노비와 말과 같았다"는 빈한한 가문 출신이라 표현을 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남재의 졸기에서 "집이 가난하여 노비 1명, 말 1필 있었다"라는 기록은 있지만, '노비와 말과 같았다'라는 기록은 없다. 이는 서술상의 오류이므로 수정이 필요하다. 빈한한 가문이라는 부분도 부친인 남을번이 밀직사부사(관제 격하 전 추밀원부사로 정3품)로 재추의 반열에 있었으므로 이른바 '재상지종'은 아니었으나 빈한한 가문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또한, 남을번의 동생인 남을진(남재, 남은 형제의 숙부)이 도평의사사에 참석할 수 있는 재신이자 중서문하성의 재상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참지문하부사[29] 벼슬을 지냈으므로, 결론적으로 의령 남씨 가문은 ‘재상지종’이 맞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