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0-01-28 18:32:55

수리철학

1. 개요2. 수리철학? 수학철학?3. 역사4. 고전적 입장들
4.1. 플라톤주의4.2. 논리주의4.3. 직관주의4.4. 형식주의4.5. 상대주의
4.5.1. 오류주의4.5.2. 구성주의
5. 수리철학의 주요 주제6. 배우려면7. 수리철학 관련 정보8. 관련 문서
수학이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부분부터 생각해보자면, 서로 정반대인 두 방향에 따라 밟아나갈 수 있는 학문이다. 보다 익숙한 방향은 구성적인, 즉 점차적으로 복잡도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정수에서 분수, 실수, 복소수로, 덧셈곱셈에서 미적분으로, 곧 고등 수학으로 말이다. 또 다른, 우리가 덜 익숙한 방향은 분석을 통해 더더욱 추상성과 논리적 단순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당초에 가정하는 것으로부터 무엇이 정의되고 도출해낼 수 있는지를 묻는 대신, 우리의 출발점을 정의하고 도출해내는데 있어서 보다 일반적인 발상과 원리를 묻는 것이다. 이러한 반대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보통의 수학과는 다른 수리철학의 특징이다.[1]
버트런드 러셀, 『수리철학 입문(Introduction to Mathematical Philosophy)』

1. 개요

수학 자체, 혹은 논리학집합론 등 수학의 개념적 기초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촉발되는 철학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철학 혹은 수학의 하위 분야. 주된 과제는 수학적 지식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수학은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서양 철학에서는 역사적으로 피타고라스플라톤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전통적이고 핵심적인 분야에 해당한다. 왜냐면 고대부터 수학의 명제들은 다른 학문들의 명제들과는 달리 확실한 지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웬만한 네임드 철학자들은 수리철학의 문제들을 한번씩은 건드리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집합론논리학의 발달에 힘입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발전은 소위 분석철학 전통의 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2. 수리철학? 수학철학?

이하 두 명칭은 다음과 같은 용례 상의 차이에 입각한 다른 어감을 띤다.이 두 정의가 반드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버트런드 러셀이 지적하듯 무한, 혹은 실무한이 그 대표적인 사례. 그리고 위와 같은 엄밀한 구분과는 다르게 두 용어는 종종 (특히 전문적인 철학이 아닌 경우) 혼용되고는 한다.

3. 역사

수학의 본성을 따지는 것은 서양 철학사의 유구한 문제 가운데 하나였으며,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는 현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당히 체계적인 수학철학을 제시한 최초의 인물들에 해당한다. 근대경험론합리론 논쟁에서도 수학의 지위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으며, 칸트순수 이성 비판에서 "수학은 어째서 고전 역학 같은 자연과학에서 이렇게 성공적으로 응용되는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에 대한 영향력 있는 대답을 제시했다.

19세기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만들어지면서 '수학 체계는 하나인가, 여럿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이는 수학 기초론이라는 분야로 이어졌다. 이는 페아노 공리계의 정립 및 러셀화이트헤드의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 출판을 통해 당시 지성인들 사이에 많은 반향을 불렀으며, 이로부터 20세기 초반의 대표적인 '수리철학의 3대 조류-논리주의, 직관주의, 형식주의'가 형성됐다.

쿠르트 괴델불완전성 정리는 논리주의 및 형식주의를 비롯한 여러 수리철학적 입장에 대해 큰 파급력을 미쳤다. 20세기 중반 이후 "존재" 개념에 대해 윌러드 콰인이 내놓은 제안은 수학적 플라톤주의 논의를 재점화시켰으며, 여기에 폴 베나세라프가 「수가 될 수 없는 것(What Numbers Could Not Be)」, 수학적 참(Mathematical Truth)」 등에서 제시한 여러 논변의 출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현대 수학철학이 시작됐다.

4. 고전적 입장들

4.1. 플라톤주의

플라톤주의는 플라톤으로부터 유래한 입장이며, 존재의 세계가 질적 차이에 의해 구분 가능한 ‘위의 세계(또는 안의 세계)’와 ‘아래의 세계(또는 밖의 세계)’라는 두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며 위의 세계(可知界)는 사고의 대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래의 세계(可視界)는 감각 경험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구분하였다. 수학적 대상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 대상을 연구해서 발견하는 것뿐이라고 보았다.

쿠르트 괴델은 플라톤주의를 개진한 대표적인 인물이며, 자신이 증명한 불완전성 정리가 플라톤주의를 옹호하는 근거가 된다고 논했다. 윌러드 콰인자연과학을 정당화하는 입장에서 대상들, 특히 집합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논했다.

4.2. 논리주의

논리주의는 고틀로프 프레게로부터 시작된 학파다. 논리주의의 대표적인 주장들은 다음과 같았다.
  • 모든 수학적 개념은 논리학으로 분석될 수 있다.
  • 모든 수학적 정리는 논리학의 공리 및 추론 규칙들로부터 증명할 수 있다.
고틀로프 프레게페아노 공리계를 자신이 발명한 현대 수리 논리학으로부터 도출시키고자 했던 최초의 인물이었으나, 프레게의 기본 법칙 V는 비일관적이라는 점을 버트런드 러셀이 밝혀냈다. 러셀은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와 공저한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에서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유형론(type theory)을 제안하였지만 환원공리나 선택공리, 무한공리와 같은 자명해 보이지 않는 공리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2] 그리고 이런 고전적 형태의 논리주의는 불완전성 정리를 발표하며 완전히 좌초된다.

크리스핀 라이트(Crispin Wright)를 시작으로 198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신-논리주의는 프레게 이론에서 문제가 됐던 기본 법칙 V를 폐기하는 대신, 동수성(equinumerosity)을 기준으로 "~의 수"의 동일성 조건을 제시하는 이른바 "흄의 원리"를 토대로[3] 정수론, 해석학을 비롯한 여러 수학 이론의 기초론을 제시하고자 하는 연구 프로그램이다.

4.3. 직관주의

직관주의륏젠 브라우어[4], 아렌드 하이팅[5], 마이클 더밋 등을 대표로 하는 분파인데, 논리주의가 형성되는 동안 그와 다른 방향의 접근법이 직관주의에서 시작되었다. 직관주의는 수학적 지식의 유일한 원천을 근본적인 직관에 두고 직관으로 인해 기본적인 수학적 개념과 정리가 자명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직관주의는 수학적 진리가 유한 번의 단계로 구성 가능함(=구성적인 증명)을 보임으로써 참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구성적인 증명을 제시할 수 없는 수학적 지식은 모두 버렸다. 직관주의자들은 수학적 존재성과 구성 가능성을 같은 것으로 보았다. 즉, 수학적 논의에서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은 유한 번의 단계로 그 실체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있거나 임의로 원하는 정도의 정확성으로 그들을 계산하는 방법이 있어야(=구성적인 것이어야) 한다. 논리주의에서와 같은 역설이나 모순은 피할 수 있었지만, 수학의 내용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오류를 범하여 미적분학, 실함수론 등의 고전 수학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실제로, 칸토르(Cantor)의 무한집합, 초한수이론, 체르멜로(Zermelo)의 선출공리, 실무한 집합을 사용하는 해석학의 많은 내용들이 버려졌다. 이러한 모습에, 힐베르트(Hilbert)는 직관주의자들을 “귀찮다고 우리의 가장 귀중한 보물의 대부분을 포기하려고 한다”고 비난하였다.

4.4. 형식주의

형식주의다비드 힐베르트, 루돌프 카르납, 폴 베르나이스, 존 폰 노이만[6] 등을 대표로 하는 학파이며, 거칠게 말하자면 수학은 "어떤 공리계에서 어떤 정리가 따라나오느냐"를 알고자 하는 학문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형식주의를 체계적으로 제안한 힐베르트는 집합론의 역리가 수학적 정의, 증명 등에 있어서 정확성과 엄밀성이 부족한데서 비롯된다고 보았으며, 수학을 엄밀한 방법으로 모순이 없고 완전한 공리 체계로 구성하고자 시도하였다. 그 구체적인 과제들로는 다음과 같은 예를 제안했다.
  • 형식 언어 및 추론의 형식적 규칙 도입
  • 기존 수학 이론의 철저한 형식화
  • 초수학(metamathematics) 연구: 형식적 언어의 조합적 성질에 대한 탐구
  • 유한주의(finitism): 형식화된 수학 이론이 무모순적이라는 점을 유한 산술에 기초하여 증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괴델의 제2불완전성 정리는 산술을 포함하는 무모순적 공리계로부터 그 자신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음을 보임으로써 힐베르트의 전통적인 형식주의 프로그램을 완전히 좌초시켰다.

4.5. 상대주의

이러한 조류에 대한 반발로 상대주의(회의주의) 수학 조류가 생겨난다. 상대주의는 크게 "오류주의(준 경험주의)"와 "구성주의"로 나뉜다.

4.5.1. 오류주의

먼저 오류주의(준 경험주의)는 20세기 중반 라카토스(I. Lakatos)에 의해 시작되었다. 라카토스는 수학의 발생이 어떠한 논리에 따라 이루어지는가를 파악하기 위하여 18세기로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수학사를 역사 발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대화 형식으로 논의하였다. 그는 수학을 완성된 산물로 간주하여 발생의 순서와 반대로 전개된 절대주의의 ‘유클리드적 연역 체계’를 독단론이라고 비판하면서, 수학의 역사 발생적 논리에 따른 수학 인식론을 제기하였다. 라카토스에 의하면 수학은 증명과 반박의 논리에 의해 추측과 비판의 끊임없는 개선을 통하여 변증법적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수학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이전에 수학의 비형식적 측면을 무시하고 수학의 형식적인 측면만을 강조함으로써 표출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였다.

4.5.2. 구성주의

수리철학에서 말하는 구성주의는 ‘급진적 구성주의’와 ‘사회적 구성주의’를 의미한다. 그러나 수학이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던 것이 아니라 구성되어진 것이라는 구성주의의 인식론적 바탕은 피아제(Piaget)의 조작적 구성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급진적 구성주의는 철학적·문화적 상대주의에 맞추어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이나 가치의 존재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된다. 이후 급진적 구성주의를 수정·보완하며 등장한 사회적 구성주의 역시 절대주의적 수학관을 비판하고 지식을 사회적 구성물로 보는 등 상대주의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

5. 수리철학의 주요 주제

수리 철학의 주요한 주제들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선험성: 수학적 지식은 일견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선험적(a priori)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인간이 선험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가? 수학적 지식은 무엇에 관한 지식인가?
  • 필연성: 수학 연구는 전제들이 참일 때 결론이 참일 수밖에 없는 연역적 논증에만 의존하며, 증명으로부터 따라나온 결론(정리)은 필연적인 진리로 여겨진다. 수학적 필연성의 본성은 무엇인가? 수학적 필연성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증명의 본성은 무엇인가?
  • 적용가능성: 수학은 경험적 전제들에 의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험세계에 관한 탐구를 비롯한 우리의 지적 활동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수학의 보편적 적용가능성이 어디에 기인하는가?
  • 무한: 많은 수학적 명제는 무한에 관련되어 있다. 경험, 기억, 추론능력이 유한한 우리가 어떻게 무한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가? 무한의 본성은 무엇인가?

6. 배우려면

  • "수학적 플라톤주의와 그 반대(Mathematical Platonism and its opposites)" 링크(영어)
    • 현직 수학자하버드대 수학과 교수 배리 메이저(Barry Mazur)가 쓴 수학철학 주제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
  • 스탠포드 강의계획서. 수학에 대한 지식은 필요없지만, 철학에 대해서 메타논리학을 선수과목으로 수강하기를 요구한다.

7. 수리철학 관련 정보

항목 참조

8. 관련 문서



파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__CC.pn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과학철학 문서의 r107 판, 2.2번 문단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전 역사 보러 가기


파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__CC.pn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분석철학 문서의 r221 판, 3.1번 문단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전 역사 보러 가기



[1] Mathematics is a study which, when we start from its most familiar portions, may be pursued in either of two opposite directions. The more familiar direction is constructive, towards gradually increasing complexity: from integers to fractions, real numbers, complex numbers; from addition and multiplication to differentiation and integration, and on to higher mathematics. The other direction, which is less familiar, proceeds, by analysing, to greater and greater abstractness and logical simplicity; instead of asking what can be defined and deduced from what is assumed to begin with, we ask instead what more general ideas and principles can be found, in terms of which what was our starting-point can be defined or deduced. It is the fact of pursuing this opposite direction that characterises mathematical philosophy as opposed to ordinary mathematics.[2] 이러한 공리들 상당수는 ZFC로 계승된다.[3] 프레게 본인이 데이비드 흄에게 영감을 받아서 제안했다고 하는데, 흄 자신이 정말로 이런 원리를 받아들였는지는 철학사적 논쟁거리다.[4] 부동점 정리를 증명한 그 수학자가 맞다. 직관주의의 시초로 본다.[5] 브라우어의 제자로 고전적인 페아노 산수(Peano Arithmetics)에 대응되는 하이팅 산수(Heyting Arithmetics)을 제시하였다.[6] 노이만은 후에 수학이 고대 이집트의 기하학처럼 경험적인 개념들에서부터 출발하며, 그 개념들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문제가 생길수 있다고 적었다. 수학은 이해하는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란 말도 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