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전설에서 요사스러운 여우 귀신[1]이 등장하는 설화를 말한다.동물 귀신이란 동물 숫자만큼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수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지명도가 으뜸인 것이 바로 여우다. 여우란 짐승은 높은 지능을 갖고 있으며 사냥꾼에게는 라이벌이자 가축을 채가는 영악한 적수이면서도, 농작물을 비롯해 갖가지 해악을 끼치는 쥐를 잡아먹는 풍요의 신이라는 이미지 또한 지니고 있다.
여담으로 이러한 여우들을 가리켜 각 나라별 고유명사로 대한민국에서는 매구와 호귀(狐鬼), 일본에서는 요호(妖狐)와 이나리(稲荷)[2], 중국에서는 호리정(狐狸精)과 호선(狐仙)이라고 한다.
2. 대한민국 여우 설화
대한민국에서는 인지도가 가장 높은 구미호를 주로 떠올리겠지만 알고 보면 다양한 여우들이 있다.[3]2.1. 문헌에서 나오는 여우 기록
연대 | 수록 작품 문헌 | 장르 | 작자 |
857 | 고의 | 시 | 최치원 |
1145 | 삼국사기 | 역사서 | 김부식 |
1281 ~ 1283 | 삼국유사 | 역사서 | 일연 |
1449 ~ 1451 | 고려사 | 역사서 | - |
1559 ~ 1623 | 어우야담 | 야담집 | 유몽인 |
1640 ~ 1724 | 천예록 | 야담집 | 임방 |
1713 ~ 1775 | 동패락송 | 야담집 | 노명흠 |
1692 ~ 1779 | 학산한언 | 야담집 | 신돈복 |
1741 ~ 1793 | 청장관전서 | 문집 | 이덕무 |
조선조 | 전우치전 | 소설 | 미상 |
조선조 | 이화전 | 소설 | 미상 |
조선조 | 반필석전 | 소설 | 미상 |
조선조 | 장인걸전 | 소설 | 미상 |
조선조 | 두껍전 | 소설 | 미상 |
20세기초 | 청야담수 | 소설 | 미상 |
1980 ~ 1988 | 한국구비문학대개 | 구전설화 | 정신문화 연구원 |
2.1.1. 최치원의 고의
여우는 능히 미인으로 변신하고
살쾡이는 글하는 선비로 화하네
그 누가 알리
동물들이 사람 모양을 지어 속이고 홀리는것을
변화하기 오히려 어렵잖으나
마음 가지기 진실로 어려워라
그 참과 거짓을 분별하려거든
원컨대 마음 거울 닦고 보소
최치원의 고의
살쾡이는 글하는 선비로 화하네
그 누가 알리
동물들이 사람 모양을 지어 속이고 홀리는것을
변화하기 오히려 어렵잖으나
마음 가지기 진실로 어려워라
그 참과 거짓을 분별하려거든
원컨대 마음 거울 닦고 보소
최치원의 고의
현재까지 남아있는 한국 문헌에서 둔갑하는 여우가 등장하는 가장 오래 된 사례는 위에 서술한 삼국시대 최치원의 고의이다.
2.1.2. 삼국사기 여우 기록
가을 7월, 임금이 평유원(平儒原)에서 사냥하는데, 흰 여우가 따라 오면서 울었다. 이에 임금이 활을 쏘았으나 맞히지 못하였다. 임금이 무당에게 물으니, 그가 말하였다.
“여우는 요사스러운 짐승이어서 상서롭지 못합니다. 더구나 그 색이 희니 더욱 괴이합니다. 그러나 하늘이 그 말을 간절하게 전할 수 없으므로 요괴로 보여 주는 것이니, 이는 임금으로 하여금 두려워하며 반성할 줄 알게 하여 스스로 새로워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만약 임금께서 덕을 닦으면 화를 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흉하면 흉하다 하고 길하면 길하다 할 것이지, 네가 이미 요사스러운 것이라고 말해놓고 또 복이 된다고 하니 이 무슨 거짓말인가?”
임금은 마침내 그를 죽였다.
秋七月 王田于平儒原 白狐隨而鳴 王射之不中 問於師巫 曰 狐者 妖獸非吉祥 况白其色 尤可怪也 然天不能諄諄其言 故示以妖怪者 欲令人君恐懼修省以自新也 君若修德 則可以轉禍爲福 王曰 凶則爲凶 吉則爲吉 爾旣以爲妖又以爲福 何其誣耶 遂殺之
삼국사기 中 고구려 차대왕 3년(서기 148)
“여우는 요사스러운 짐승이어서 상서롭지 못합니다. 더구나 그 색이 희니 더욱 괴이합니다. 그러나 하늘이 그 말을 간절하게 전할 수 없으므로 요괴로 보여 주는 것이니, 이는 임금으로 하여금 두려워하며 반성할 줄 알게 하여 스스로 새로워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만약 임금께서 덕을 닦으면 화를 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흉하면 흉하다 하고 길하면 길하다 할 것이지, 네가 이미 요사스러운 것이라고 말해놓고 또 복이 된다고 하니 이 무슨 거짓말인가?”
임금은 마침내 그를 죽였다.
秋七月 王田于平儒原 白狐隨而鳴 王射之不中 問於師巫 曰 狐者 妖獸非吉祥 况白其色 尤可怪也 然天不能諄諄其言 故示以妖怪者 欲令人君恐懼修省以自新也 君若修德 則可以轉禍爲福 王曰 凶則爲凶 吉則爲吉 爾旣以爲妖又以爲福 何其誣耶 遂殺之
삼국사기 中 고구려 차대왕 3년(서기 148)
기록상으론 최초로 여우가 둔갑한 사례이다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할 때 무렵의 여우기록이다.
대영랑이 흰 여우를 바쳤으므로 남변 제일의 직위를 주었다.
大永郞獻白狐 授位南邊第一
삼국사기 中
알비노로 발생하는 흰 여우가 얼마나 귀하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는 사례.大永郞獻白狐 授位南邊第一
삼국사기 中
신라장수 김유신이 백제인 인질 8명을 살려두며 백제 장수에게 거래할때 했던 말.
이는 어린 여자가 하기에 마땅한 행동이 아니니, 필시 너는 사람이 아니라 여우나 귀신일 것이다.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
此非幼女子所宜行 必非人也 狐鬼也 勿迫我也
인물열전 온달 中
온달이 평강공주를 의심하며 했던 말此非幼女子所宜行 必非人也 狐鬼也 勿迫我也
인물열전 온달 中
2.1.3. 삼국유사 여우 기록
삼국사기 백제망국의 기록과 동일한 기록이다진평왕: "귀신들 가운데 인간 세상에 몸을 나타내어 조정의 정치를 도울 만한 자가 있느냐?"
비형: "길달 이란 자가 있는데, 나라 정치를 도울 만합니다."
王又問 鬼衆之中 有出現人間 輔朝政者乎 曰 有吉達者 可輔國政
길달은 과연 충직하기 짝이 없었다. 길달에게 명하여 흥륜사 남쪽에 문을 세우게 하자, 길달은 밤마다 그 문 위에서 잤다. 그래서 이름을 길달문이라고 했다. 어느날 길달이 여우로 변해 달아났다. 비형이 귀형을 시켜 잡아 죽였으므로 그 무리가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 달아났다.
林宗命吉達 創樓門於興輪寺南 每夜去宿其門上 故名吉達門 一日吉達變狐而遁去 荊使鬼捉而殺之 故其衆聞鼻荊之名 怖畏而走
삼국유사 권제1 도화녀와 비형랑 中
비형랑과 관련된 여우기록비형: "길달 이란 자가 있는데, 나라 정치를 도울 만합니다."
王又問 鬼衆之中 有出現人間 輔朝政者乎 曰 有吉達者 可輔國政
길달은 과연 충직하기 짝이 없었다. 길달에게 명하여 흥륜사 남쪽에 문을 세우게 하자, 길달은 밤마다 그 문 위에서 잤다. 그래서 이름을 길달문이라고 했다. 어느날 길달이 여우로 변해 달아났다. 비형이 귀형을 시켜 잡아 죽였으므로 그 무리가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 달아났다.
林宗命吉達 創樓門於興輪寺南 每夜去宿其門上 故名吉達門 一日吉達變狐而遁去 荊使鬼捉而殺之 故其衆聞鼻荊之名 怖畏而走
삼국유사 권제1 도화녀와 비형랑 中
(나라에서 태풍이 극성이자 한 신하가 말했다.)
"섬에 신령스러운 못이 있으니 그곳에 제사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물을 갖추어서 연못가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연못의 물이 한 길 이상 용솟음쳤다. 그날 밤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사람에게 말하였다.
늙은 용(추정):“활 쏘는 사람 하나를 이 섬에 남겨 놓으면 순풍을 얻을 것이오.”
島有神池 祭之可矣 於是具奠於池上 池水湧高丈餘 夜夢有老人 謂公曰 善射一人 留此島中 可得便風
(거타지라는 화살의 명수가 명령을 듣고 연못에 남았는데 늙은 용이 나타났다.)
늙은 용: “나는 바로 서해의 신 약(若)이라오. 매번 한 승려가 해가 뜰 때마다 하늘로부터 내려와서는 <다라니>를 외우면서 이 연못을 3번 도는데, 그러면 우리 부부와 자손들이 모두 물 위로 떠오른다오. 내 자손의 간과 창자를 빼내어 먹어치우는데, 이제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 남았소. 내일 아침이면 또 올 것인데, 부탁이니 그대가 활로 쏴주시오.”
我是西海若 每一沙彌 日出之時 從天而降 誦陀羅尼 三繞此池 我之夫婦子孫 皆浮水上 沙彌取吾子孫肝膓 食之盡矣 唯存吾夫婦與一女爾 來朝又必來 請君射之
다음 날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자, 승려가 과연 내려와서는 예전처럼 주문을 외우고 늙은 용의 간을 빼내려고 하였다. 그때 거타지가 활을 쏘아 중을 맞히자, 곧 늙은 여우로 변하여서 땅에 떨어져 죽었다.
明日扶桑旣暾 沙彌果來 誦呪如前 欲取老龍肝 時居陀射之 中沙彌 卽變老狐 墜地而斃
삼국유사 권제2 진성여왕과 거타지 中
용의 간을 빼먹고 힘을 축적하던 여우가, 용에게 부탁을 받은 거타지에 의해 퇴치당하는 내용이다."섬에 신령스러운 못이 있으니 그곳에 제사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물을 갖추어서 연못가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연못의 물이 한 길 이상 용솟음쳤다. 그날 밤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사람에게 말하였다.
늙은 용(추정):“활 쏘는 사람 하나를 이 섬에 남겨 놓으면 순풍을 얻을 것이오.”
島有神池 祭之可矣 於是具奠於池上 池水湧高丈餘 夜夢有老人 謂公曰 善射一人 留此島中 可得便風
(거타지라는 화살의 명수가 명령을 듣고 연못에 남았는데 늙은 용이 나타났다.)
늙은 용: “나는 바로 서해의 신 약(若)이라오. 매번 한 승려가 해가 뜰 때마다 하늘로부터 내려와서는 <다라니>를 외우면서 이 연못을 3번 도는데, 그러면 우리 부부와 자손들이 모두 물 위로 떠오른다오. 내 자손의 간과 창자를 빼내어 먹어치우는데, 이제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 남았소. 내일 아침이면 또 올 것인데, 부탁이니 그대가 활로 쏴주시오.”
我是西海若 每一沙彌 日出之時 從天而降 誦陀羅尼 三繞此池 我之夫婦子孫 皆浮水上 沙彌取吾子孫肝膓 食之盡矣 唯存吾夫婦與一女爾 來朝又必來 請君射之
다음 날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자, 승려가 과연 내려와서는 예전처럼 주문을 외우고 늙은 용의 간을 빼내려고 하였다. 그때 거타지가 활을 쏘아 중을 맞히자, 곧 늙은 여우로 변하여서 땅에 떨어져 죽었다.
明日扶桑旣暾 沙彌果來 誦呪如前 欲取老龍肝 時居陀射之 中沙彌 卽變老狐 墜地而斃
삼국유사 권제2 진성여왕과 거타지 中
선덕왕 덕만이 병들어 오랫동안 낫지 않자, 흥륜사 승려인 법척을 불어와 왕의 병을 진찰했지만 오랜시간이 흘러도 효험이 없었다. 이때 밀본법사라는 또 다른 승려가 덕행이 높다고 온 나라에 소문이 퍼져 있어, 여기저기서 법척과 바꾸기를 청했다. 결국 왕이 밀본을 궁중으로 맞아들였고 밀본은 왕의 거쳐 곁에서 <약사경>을 읽었다. 경을 다 읽고 나니 그가 지니고 있던 육환장이 저절로 침실 안으로 날아 들어가서 늙은 여우 1마리와 법척을 뜰 아래로 거꾸러지게 했다. 그러자 왕의 병도 또 나았다.
善德王德曼 遘疾彌留 有興輪寺僧法惕 應詔侍疾 久而無效 時有密本法師 以德行聞於國 左右請代之 王詔迎入內 本在宸仗外 讀藥師經 卷軸纔周 所持六環飛入寢內 刺一老狐與法惕 倒擲庭下 王疾乃瘳
삼국유사 권제5 밀본법사가 요사한 귀신을 물리치다 中
여우가 땡중과 짜고 행패를 부리다가 밀본이라는 승려에 의해 리타이어 되는 이야기善德王德曼 遘疾彌留 有興輪寺僧法惕 應詔侍疾 久而無效 時有密本法師 以德行聞於國 左右請代之 王詔迎入內 本在宸仗外 讀藥師經 卷軸纔周 所持六環飛入寢內 刺一老狐與法惕 倒擲庭下 王疾乃瘳
삼국유사 권제5 밀본법사가 요사한 귀신을 물리치다 中
(원광이라는 승려가 삼기산에서 수련을 하자 이를 흥미롭게 바라본 어떤 검은 여우가 다가와서 하는 말.)
검은여우: 내 나이가 3천 세에 가깝고 신술도 가장 뛰어나니, 이런 건 작은 일인데 어찌 놀랄 것이 있겠소? 단지 미래의 일도 모르는 게 없을 뿐더러 천하의 일도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소. 이제 생각해 보니, 법사가 이곳에만 있으면 비록 자신을 이롭게는 하는 행위는 되겠지만 남을 이롭게 하는 공은 없을 것이오. 지금 높은 명성을 날리지 못하면 미래에도 뛰어난 성과를 이루지 못할 것이오. 어찌하여 중국에서 불법을 배워 이 나라의 중생들을 인도하지 않는 것이오?
我歲幾於三千年 神術最壯 此是小事 何足爲驚 但復將來之事 無所不知 天下之事 無所不達 今思法師唯居此處 雖有自利之行 而無利他之功 現在不揚高名 未來不取勝果 盍採佛法於中國 導群迷於東海
(중략)
원광: 신의 실제 모습을 뵐 수 있겠습니까?
검은여우: 법사가 만일 내 모습을 보고 싶거든, 내일 아침에 동쪽 하늘 끝을 바라보시게.
법사가 다음날 아침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커다란 팔뚝이 구름을 뚫고 하늘 끝에 닿아 있었다. 그날 밤 신이 또 와서 말하였다.
검은여우: 법사는 내 팔뚝을 보았는가?
원광: 보았습니다만, 너무도 신기하고 기이했습니다.
검은여우: 비록 이 몸이 있다 해도 덧없는 죽음은 면할 수 없다네. 그래서 나는 얼마 후에 그 고개에 내 몸을 버릴 것이니, 법사는 그곳으로 와서 영원히 떠나는 내 영혼을 전송해 주시게나.
약속한 날이 되어 법사가 그곳으로 가보니, 옻칠을 한 것처럼 새까만 늙은 여우 1마리가 단지 헐떡거리기만 할 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더니 잠시 뒤에 죽어버렸다.
神之眞容 可得見耶 神曰 法師若欲見我形 平旦可望東天之際 法師明日望之 有大臂貫雲 接於天際 其夜神亦來曰 法師見我臂耶 對曰 見已甚奇絶異 因此俗號臂長山 神曰 雖有此身 不免無常之害 故吾無月日 捨身其嶺 法師來送長逝之魂 待約日往看 有一老狐黑如漆 但吸吸無息 俄然而死
삼국유사 권제4 원광법사가 서쪽으로 유학가다 中
여우가 선한 존재로 나오는 몇 안 되는 기록이자 사례이다.검은여우: 내 나이가 3천 세에 가깝고 신술도 가장 뛰어나니, 이런 건 작은 일인데 어찌 놀랄 것이 있겠소? 단지 미래의 일도 모르는 게 없을 뿐더러 천하의 일도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소. 이제 생각해 보니, 법사가 이곳에만 있으면 비록 자신을 이롭게는 하는 행위는 되겠지만 남을 이롭게 하는 공은 없을 것이오. 지금 높은 명성을 날리지 못하면 미래에도 뛰어난 성과를 이루지 못할 것이오. 어찌하여 중국에서 불법을 배워 이 나라의 중생들을 인도하지 않는 것이오?
我歲幾於三千年 神術最壯 此是小事 何足爲驚 但復將來之事 無所不知 天下之事 無所不達 今思法師唯居此處 雖有自利之行 而無利他之功 現在不揚高名 未來不取勝果 盍採佛法於中國 導群迷於東海
(중략)
원광: 신의 실제 모습을 뵐 수 있겠습니까?
검은여우: 법사가 만일 내 모습을 보고 싶거든, 내일 아침에 동쪽 하늘 끝을 바라보시게.
법사가 다음날 아침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커다란 팔뚝이 구름을 뚫고 하늘 끝에 닿아 있었다. 그날 밤 신이 또 와서 말하였다.
검은여우: 법사는 내 팔뚝을 보았는가?
원광: 보았습니다만, 너무도 신기하고 기이했습니다.
검은여우: 비록 이 몸이 있다 해도 덧없는 죽음은 면할 수 없다네. 그래서 나는 얼마 후에 그 고개에 내 몸을 버릴 것이니, 법사는 그곳으로 와서 영원히 떠나는 내 영혼을 전송해 주시게나.
약속한 날이 되어 법사가 그곳으로 가보니, 옻칠을 한 것처럼 새까만 늙은 여우 1마리가 단지 헐떡거리기만 할 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더니 잠시 뒤에 죽어버렸다.
神之眞容 可得見耶 神曰 法師若欲見我形 平旦可望東天之際 法師明日望之 有大臂貫雲 接於天際 其夜神亦來曰 法師見我臂耶 對曰 見已甚奇絶異 因此俗號臂長山 神曰 雖有此身 不免無常之害 故吾無月日 捨身其嶺 法師來送長逝之魂 待約日往看 有一老狐黑如漆 但吸吸無息 俄然而死
삼국유사 권제4 원광법사가 서쪽으로 유학가다 中
2.1.4. 고려시대 여우 기록
대종사가 근심했던 구미호에 부합하는 인물이 고려말의 승려 신돈으로 그는 종종 노호정(老狐精: 늙은 여우 정령)에 빗대어졌다."旽性畏畋犬 惡射獵 且縱淫 常殺烏鷄白馬 以助陽道 時人謂旽 爲老狐精"
신돈은 사냥개를 겁내고 사냥을 싫어했으며 호색 음탕하여 매일 오계[4]와 백마를 잡아먹어 양기를 돋구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노호정으로 불렀다.
(중략)
"신돈이 죽자 대궐 뒤켠의 숲 속에서 꼬리가 아홉 달린 늙은 여우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고려사》 권 제112, 22장
신돈은 사냥개를 겁내고 사냥을 싫어했으며 호색 음탕하여 매일 오계[4]와 백마를 잡아먹어 양기를 돋구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노호정으로 불렀다.
(중략)
"신돈이 죽자 대궐 뒤켠의 숲 속에서 꼬리가 아홉 달린 늙은 여우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고려사》 권 제112, 22장
작제건이 장성한 다음 아버지를 찾아 신물(信物)인 신궁(神弓)을 가지고 당나라 상선을 탔다. 해상에서 풍랑을 만나 점을 치니 고려인을 섬에 내려놓으라 하였다. 한 노인이 나타나 자신은 서해 용왕인데 늙은 여우가 나타나 경을 외우면 두통을 일으키니 쏘아 달라는 것이었다. 약속한 대로 늙은 여우를 쏘아 죽이니 용왕은 용궁으로 초청하였고, 용녀를 아내로 삼아 칠보와 양장(楊杖) 및 돼지를 얻어 돌아왔다.
《고려사》 작제건 설화
「고려사」에 여우가 나타난 설화는 하나뿐인데 고려세계에 수록된 작제건 설화이다. 전술된 거타지 이야기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고려사》 작제건 설화
2.1.5. 조선시대 여우 기록
이때 신령스러운 짐승이 청구(靑丘)에 나타났는데, 털은 밝고 희고 꼬리가 9개가 달린 짐승이 서책(書冊)을 입에 물고 상서(祥瑞)함을 나타내는지라. 이에 고시씨(高矢氏)에게 상을 내리고 나라 안에 음악을 연주하고 즐김을 다하라고 영을 내리고는 또한 ‘조천무(朝天舞)’를 지었다.
(중략)
신사년은 여을 임금의 원년이다. 태백산의 남쪽에 이상한 짐승이 나타났는데, 꼬리는 아홉에 흰 털을 지니고서 흡사 늑대 같았으나 사물을 해치지는 않았다.
규원사화
(중략)
신사년은 여을 임금의 원년이다. 태백산의 남쪽에 이상한 짐승이 나타났는데, 꼬리는 아홉에 흰 털을 지니고서 흡사 늑대 같았으나 사물을 해치지는 않았다.
규원사화
(중략)
궁녀귀신: “저는 당신을 괴롭히려 한 것이 아니요 다만 당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여 죽어서나마 그 덕에 보답하려 한 것입니다.”
황건중: “이 무슨 말이오?”
궁녀귀신: “저는 철원 지방 궁예 시절의 궁인이었는데, 태봉국이 망할 때 죽었습니다. 당신의 조상 황계윤(黃繼允)께서 저를 서도산 바깥쪽에 묻어 주셨습니다. 저는 그때 베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이 옷을 입고 있는 것입니다. 저를 의심하지 말아 주십시오.”
(중략)
그 계집은 궁예 시절 당시의 일야호(一野狐, 꼬리 하나 달린여우)가 궁중으로 들어가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 행세를 한 것일 테니 궁예 시절의 일을 그렇게 자세히 아는 것이며, 여우이기에 그토록 개를 무서워 한 것일 것이다.
황건중과 궁녀귀신
궁녀귀신: “저는 당신을 괴롭히려 한 것이 아니요 다만 당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여 죽어서나마 그 덕에 보답하려 한 것입니다.”
황건중: “이 무슨 말이오?”
궁녀귀신: “저는 철원 지방 궁예 시절의 궁인이었는데, 태봉국이 망할 때 죽었습니다. 당신의 조상 황계윤(黃繼允)께서 저를 서도산 바깥쪽에 묻어 주셨습니다. 저는 그때 베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이 옷을 입고 있는 것입니다. 저를 의심하지 말아 주십시오.”
(중략)
그 계집은 궁예 시절 당시의 일야호(一野狐, 꼬리 하나 달린여우)가 궁중으로 들어가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 행세를 한 것일 테니 궁예 시절의 일을 그렇게 자세히 아는 것이며, 여우이기에 그토록 개를 무서워 한 것일 것이다.
황건중과 궁녀귀신
옛날에 어떤 게으름 많은 길손이 이 고개를 지나다 소머리 탈을 만드는 백수 노인을 만났다.
장난삼아 그것을 써 본 길손은 그대로 소로 변해 버렸다.
노인은 그 소를 팔면서 “이 소는 무를 먹으면 곧 죽는다.”라고 당부했다.
어느 농부에게 팔린 게으름뱅이는 '오랫동안 소로 살면서 온갖 고생을 다하다가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보아 무를 먹었다.
그랬더니 소가죽이 벗겨지면서 다시 사람이 되었다. 이후로 이 고개를 여우고개라고 불렀다.
어우야담
장난삼아 그것을 써 본 길손은 그대로 소로 변해 버렸다.
노인은 그 소를 팔면서 “이 소는 무를 먹으면 곧 죽는다.”라고 당부했다.
어느 농부에게 팔린 게으름뱅이는 '오랫동안 소로 살면서 온갖 고생을 다하다가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보아 무를 먹었다.
그랬더니 소가죽이 벗겨지면서 다시 사람이 되었다. 이후로 이 고개를 여우고개라고 불렀다.
어우야담
유몽인이 지은 어우야담은 한국 최초의 야담집인데 여우에 관한 이야기는 2개로 집계된다. " 황건중과 궁인귀신"과 "여우고개"이다.[5]
등에 붙들려 있던 아이는 주둥이로 이회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깨물었다. 그때서야 그것이 여우라는 것을 알아차렸으나, 물린 목덜미의 고통이 참을 수 없었던 통에 어쩔 수 없이 손이 조금 느슨해지고 말았다. 그러자 여우는 바로 등에서 땅으로 뛰어내려 한순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화는 항상 그때 누군가 나와서 도와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잡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였다.
천예록(天倪錄) 中
이화는 항상 그때 누군가 나와서 도와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잡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였다.
천예록(天倪錄) 中
임방의 「천예록」에 여우에 관한 이야기는 "등에 붙어있던 여우를 놓치고 아쉬워 하다(背負妖狐惜見放)" 이다. #
노명홈에 의해 지은 「동패락송」에 여우와 관한 이야기가 모두 3개이다. "신승의 도움으로 구미호에게 죽음을 면한 서경덕", "태박산 늙은 여우 모자를 죽인 서경덕", "요술을 부리다가 서경덕에게 혼이 난 전우치"이다.
신돈복이 지은 「학산한언」에 여우 이야기가 한편만 정리되어 있는데,"깊은 산 속에서 둔갑한 여우를 만난 선비"가 그것이다.
여우가 술에 취하여 졸고 있었다. 우치는 밧줄로 그 여우의 주둥이와 네 다리를 꽁꽁 묶어 짊어지고 돌아와서 암자의 대들보에 달아매 놓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글을 읽었다. 얼마 있자 여우가 술에서 깨어나 사람의 말로 슬피 하소연 하기를
여우: 만약 나를 놓아준다면 마땅히 당신에게 두터히 보답하겠습니다.
전우치: 나에게 무슨 물건으로 보답하겠느냐? 그리고 네가 도망간다면 어찌하지? 그러니 너를 죽여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여우: 저에게 요술의 비결책이 있는데 그 책을 바위 구멍 속에 감추어 두었소. 그 책을 당신에게 줄 것이니, 시험삼아 나를 밧줄로 매고서 그대로 놓아 바위 구멍 속으로 들어가게 해보시오. 그랬다가 만약 나오지 않거든 그때 밧줄을 끌어내어 나를 죽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오.
청장관선서, 전우치
여우: 만약 나를 놓아준다면 마땅히 당신에게 두터히 보답하겠습니다.
전우치: 나에게 무슨 물건으로 보답하겠느냐? 그리고 네가 도망간다면 어찌하지? 그러니 너를 죽여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여우: 저에게 요술의 비결책이 있는데 그 책을 바위 구멍 속에 감추어 두었소. 그 책을 당신에게 줄 것이니, 시험삼아 나를 밧줄로 매고서 그대로 놓아 바위 구멍 속으로 들어가게 해보시오. 그랬다가 만약 나오지 않거든 그때 밧줄을 끌어내어 나를 죽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오.
청장관선서, 전우치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서는 전우치가 여우를 협박해 신통력을 얻게 된 경위를 밝히고 있다.
이화전은 임진왜란과 그 이후의 조선과 중국이 배경으로,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요귀(妖鬼)와 다투는 장수 이화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암여우와 수여우 2마리가 사람이 사는 세계에 와서 소란피우고 사람을 해쳤다. 이화가 그들을 쫒아낼 때, 수여우는 죽고 암여우는 도망갔다. 도망간 여우가 중국에 가서 중국의 임금을 유혹해 왕비가 되었다. 왕비가 된 암여우는 꾀병을 부리며 "이화의 간을 먹어야 나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화가 중국에 와서 암여우의 정체를 알아내고 죽여 버렸다.
이화전의 줄거리
이화전의 줄거리
조선조의 작자 미상의 「이화전」은 여우부부를 퇴치하는 내용이 주 줄거리 이다.
2.2. 구전설화에서 나오는 여우
여우구슬 등 현대로 와서 각색을 거치는 요소 등은, 대부분 문헌이 아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둔 경우다. 또한 이 구전설화들의 원본은 1980~1988년대 수집된 「한국구비문학대계」이다.2.2.1. 여우구슬 설화
제목명 | 여우구슬의 효능/부작용 | 채록시기 |
도선 이야기 | 지리에 통달하게 됨 | 1979~1980 |
여우에게 홀린 도령 | 여우에게 기를 빨려 몸이 쇠약해 지게됨 | 2009 |
홍성지와 여우구슬 | 지리에 통달하게 됨 | 1979 |
여우의 여의주 | 땅속이 거울에 비춘듯 보이게 됨 | 1980 |
백년 묵은 여우의 구슬 | 땅속이 거울에 비춘듯 보이게 됨 | 1984 |
매구의 구슬 빼앗은 서당꾼 | 도술에 능한 사람이 됨 | 1981 |
월계 진좌수 | 의원이 됨 | 1979 |
2.2.2. 여우구멍 설화
제목명 | 여우구멍이 쓰인 용도 | 채록시기 |
도선이 잡은 여우혈 | 묘지 | 1981 |
제비혈과 여우혈 집터로 부자된 최진사[6] | 집터 | 1985 |
여우도 탐낸 명당 | 묘지 | 1984 |
두 형제와 여우혈[7] | 묘지 | 1983 |
2.2.3. 여우 설화 정리
- 여우구슬
여우구슬은 이것을 삼킨뒤 하늘을 보면 하늘의 이치를, 땅을 보면 땅의 이치를, 사람을 보면 사람의 이치를 알게되는 뭔가 천리안내지 투시력 비슷한 힘을 소유자에게 부여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대개는 하늘을 보려다 땅이나 사람을 보는 것으로 그쳐 천기를 아는 것은 좌절되고 "사람들이 땅의 일은 잘 알아도 하늘의 일은 잘 모르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로 끝맺는다. 전국적으로 분포한 이 설화는 "인지(人智)의 한계" 또는 "구미호와 여의주", "여우 입 속의 보배 구슬"이라고도 한다. - 여우 유형: 몸이 허해져 골골대는 학동에게 스승이 연유를 물으니 어떤 여자가 산길에서 자신에게 입맞춤을 해댄다 하자 스승이 구슬이 입에 들어왔는가 물어보고 그걸 가져오라 한다. 여자와 구슬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면 싫다는 학동에게 스승은 백여우와 여우구슬에 대해 알려준다. 이를 들은 학동은 다음날 입에 들어온 구슬을 자신이 냅다 삼키고 하늘의 일은 쓸데없다 생각해 땅을 보고 풍수가가 된다.
- 구미호 유형: 젊은 학동 100명의 정기를 취하면 하늘에 오른다는 구미호가 여자로 변해 큰 서당에서 공부하다 잠든 99명의 학동을 입맞춤으로 죽인다. 깨어있던 100번째 학동도 결국 들켜 입맞춤을 당하지만 구슬이 입에 들어왔을 때 "여우구슬이 녹기 전에 하늘을 보면 하늘의 모든 지혜를, 땅을 보면 땅의 지혜를 얻게 된다."는 속신을 기억해내어 삼켜버린다. 이때 여우가 목을 눌러 땅에 엎어져 기절했던 학동은 하늘을 못 봐 땅의 지혜만을 깨우치게 된다. 구미호는 다음날 학동과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 당한다.
- 한국의 여우가 여우구슬을 다루는 방식은 중국의 선호(仙狐)들이 인간 남녀로 변신하는 경우와 아주 흡사하다. 인간의 정기를 신체적 접촉으로 흡수해 도력을 높이는 도교의 방중술과 무협지의 채양보음(採陽補陰)의 여우 버전인 점이 그렇다. 이 때 사람의 모습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 되어 여기에 걸려든 인간은 쇠약해져 죽게 된다. 한국은 여우구슬이 수법의 핵심인 동시에 파훼법으로 설정되었단 점이 특이 요소다. 매구항목의 설명을 빌려와 보자면 "여우구슬은 여우에겐 채양보음을 위한 도구로, 삼킨 인간에겐 USB 메모리가 되어준다."[8]
- 첫 번째: 서당에 다니던 학동이 예쁜 처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처자가 입맞춤만은 극구 피하자, 학동은 그녀가 구슬을 입에 문 구미호임을 간파한다. 그리고 입맞춤을 허락하지 않으면 헤어지잔 협박을 해 입속의 구슬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땅만 보고 하늘을 못 보아 땅의 것만을 알게 되었다는 먹튀 유형.
- 2번째: 위의 구미호 유형과 거의 같다. 100명의 정기를 입맞춤으로 빼앗아 승천하려던 여우가 마지막 100명째에게 구슬키스를 하다 털리는 점은 같지만 학동의 스승이 도망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력자로 등장하며 결말에서 제자의 뒤를 잡은 여우를 호통으로 내쫓기도 한다는 것이 다르다.
- 이 설화는 지역에 따라 인물이 얻는 보상에서 여러 변이가 존재한다. 대부분 하늘을 가장 먼저 봐야 천문(天文)을 깨우치는데 그게 좌절되고 풍수지리나 사람에 대한 의술을 얻는 결말로 끝난다. 참고로 옛날의 천문은 점성술에 가까운 학문으로 설화 속에서는 천기(天機: 만물을 주관하는 하늘이나 대자연의 비밀. 또는 신비.)를 보는 술법을 의미한다. "상통천문하달지리"라는 문장도 현재 점괘를 볼때 축원문의 일부로 쓰인다. 풍수지리 또한 주술적 개념이기에 천문박사와 풍수가를 일종의 마법사 비슷하게 보는 시선이 일반 백성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었다.
- 삼킨 구슬을 토해 내지 않으면 3년 안에 죽을 거라고 여우가 쫓아와 협박하지만, 버티고 결국 잘 살았다
- 구슬을 삼킨 후 도망치다 넘어져 땅만 보게 되는 바람에 풍수지리에 도통: 토정 이지함 설화.
- 도망치다 구해주러 온 스승님이나 마을 사람을 보게 되어 명의가 된 제주 월계 진좌수 설화: 여기선 구슬을 삼키고 하늘→땅→사람, 세 순서로 봐야만 상통천문(上通天文 위로 천문을 통하고=상지천문), 하달지리(下達地理 아래로 지리를 깨닫고=하식지리), 중찰인사(中察人事 사람의 일을 살피다)를 깨닫게 된다는 세부사항이 있다. 이는 동양학문의 최고 경지인 도통(道通)=통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좌수는 하늘과 땅을 못 봐 "상통천문하달지리"는 깨우치지 못하고 대신 사람을 잘 살피는 명의(名醫)가 된다.
-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결말도 존재하는 모양.
- 땅을 보고 지리박사가 된 학동을 스토킹한 스승이 학동의 똥을 뒤져 구슬을 얻고 천문박사가 되었다는 결말.
- 되려 여우가 천문지리를 알려주며 덤으로 죽기 싫으면 삼키라고 구슬을 먹이는 1+1특가판매.[9]
- 혹은 기껏 얻은 천기에 놀라 "아이구매!"를 외쳐 판소리 명창이 되거나. 더 무난하게는 문장가로 유명해진 결말도 전해진다고 한다.
- 이런 여우구슬 설화는 토정 이지함, 퇴계 이황이나 격암 남사고 같은 실존 인물들의 전설로 남아 전국에 분포하는데,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한국만이 가지는 특이성이다.[10]
- 한국민속백과사전의 여우구슬 설화 분석: 한반도의 여우는 주로 요사한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여우구슬"이란 신물(神物)이 드러남으로서 여우(매구, 백여우, 구미호를 통틀어)가 본래 마성(摩性)과 신성(神性)을 동시에 가진 이중적 존재임을 제시한다. 즉,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구미호가 오래전엔 긍정적 영물이었을지도 모를 단서를 여우구슬이 제공하는 것이며, 구슬을 삼킨 학동이 지식의 힘을 얻어 큰 인물로 대성했다는 결말이 그 근거다.
이밖에도 또다른 유형의 구분이 존재한다.
- 인간이 되려는 여우
현재에 이르러 각종 미디어에서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어 클리셰라는 운명의 굴레를 짊어지고 개고생하다 좌절하는 비극적 요괴로 그려지고 있다. 흔히 나오는 게 고소영, 정우성 주연의 1994년 개봉작 "구미호"가 보여줬던 금기와 죽음,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전개로 이젠 아예 사골이 된 수준. 인간 둔갑이야 한중일 여우의 공통요소이지만 한국의 구미호만큼 인간이 되려는데 집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 불교 영향설: 구미호가 인간이 되려는 이유로 "인간만이 깨달음을 얻어 해탈에 들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데 이는 앞뒤가 맞질 않는다. 불교는 살생과 악업을 지옥과 윤회의 교리를 들어 엄중히 경고하지만 구미호는 살인으로 이어지는 수법이 많기 때문. 결정적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여우 관련 설화들은 거의 다 불교와 연관이 없다.
- 신령이 목표: 설화에서는 용처럼 승천하거나 득도하여 산신령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우들이 있다. 위의 "여우구슬"이 득도를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목표를 가진 구미호에게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을 하는 것은 신선(산신령)이 되기위한 수단 및 과정에 불과하다.
- 악행을 위해: 또는 여우누이와 "여우고개 설화"의 여우들 처럼 사람의 "간"이나 "재물"을 목표로 삼아 인간으로 의태해 숨어드는 호러 캐릭터나 사기꾼같은 범죄형 요괴가 정체다, 라는 스토리도 많다. 그리고 이쪽이 가장 메이저한 유형이다. 최근 네이버를 통해서도 볼 수 있게된 문화콘텐츠닷컴이나 민족문화백과사전에서 여우 설화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악행을 위해 인간 흉내를 내는 여우들이다.
- 인간이 되려는 경우는 극소수: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여우는 오히려 극히 비주류에 속한다. "구미호의 작난"과 "이율곡과 금강산 괴호"를 보면 그냥 판타지에 나오는 최종보스로 "매구"가 내정되었을 정도로 옛 사람들은 구미호 같은 여우들을 아주 요괴다운 요괴로 생각했다. 서양으로 치면 몽마를 비롯한 사악한 요정과 악마들이 인간을 이용하려 접근할 뿐 인어공주처럼 인간이 되려고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
- 본좌급 여우들: 위에 나온 신라의 유성신(劉成神)은 인간이 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러한 고대의 신령급 여우로 신라 진평왕 시대 벼락을 쳐 산사태를 일으키는 등의 신위를 보인 삼기산의 3000년 묵은 흑여우 산신이 대표적이다. 이후 진성여왕 시절 거타지 설화의 여우는 인간의 것이 아닌 서해용왕의 식솔, 그러니까 "용"의 간을 빼먹다 퇴치를 당한다. 모두 인간이 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여우 신선과 요괴이다.
- 여우의 몰락: 삼기산 설화의 결말에 결국 명이 다 한 흑여우의 상징이 불교의 흥성으로 몰락한 토속종교라는 해석이 있다. 본래는 산신도 해먹고 요괴짓을 하더라도 용을 사냥하는 최소 필드 보스급 영물이 서서히 몰락해 조선시기에 와선 쉽게 퇴치당하는 가련한 요괴로 남게 되었다는 추측을 해 봄직한 전승들이다.
- 사랑이란 테마: 1980년대 이후 현대에 와서 인간을 동경하는 모습이 강화된다. 인간이 되고 싶어항목에도 좀 나오지만 동양 고전에서 이 부분의 귀감이 되는 캐릭터는 백사전의 "백소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신분과 출신 차이로 인한 사랑의 좌절은 잘 팔리는 세일즈 포인트. 여기에 환상성을 가미하면 인간과 요괴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 납량특선 개근 소재인 구미호의 인기 요인도 마찬가지.
- 고전의 재발견: 한국은 아래 소개된 서낭고개 전설 식의 비극적 결말이 미디어에서 유행을 타버렸다. 중국의 경우는 여우 괴물이 겉만 사람이어도 마음만 통하면 맺어져 반인반호 자식을 낳아 잘산다는 전승이 많다.[11] 반면 한국은 이런 이물교구설화에서 여우가 해피엔딩을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감찬 설화의 경우 반인반호라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그 모친인 여우가 인간이 되려고 하거나 인간사회에 어울리려 하진 않는다.
- 해피엔딩: 팔백이와 여우의 여우 아가씨는 해피엔딩을 맞이한 극히 희귀한 케이스이다. 팔백이와 결혼해 인간이 된 이 예비 신령님은, 진정으로 사랑을 위해 다 잡은 산신령의 지위도 포기하고 인간이 된다!
- 지네요괴?: 헌데 팔백이 설화는 지네각시로 더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인간이 되려는 요괴는 지네쪽이 더 대중적인 셈이다. 남자가 금기를 어겨 헤어지는 새드엔딩도 존재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량한 비인간류가 인간을 속이는게 아닌 정말로 사랑하거나 가정을 이루려면 인간 반려가 금기를 철저히 지켜야 한단 룰이 있을 때가 많다. 이걸 잘 지키느냐 아니냐가 엔딩을 좌우한다. 서양의 멜리진, 일본의 대합부인, 여러 문화권의 선녀와 날개옷 전설 등이 그러하다. 지네각시 새드엔딩 버전도 비록 몰랐다지만 지네의 본모습을 보지 말아야 하는 금기를 남자가 어기게 되어 헤어진다.
- 인간과 짐승의 차이: "서낭고개 전설"과 "팔백이와 여우"의 경우를 보자면, 둔갑을 유지한 채로 인간과 잘 어울리는 일본과 중국의 여우나 다른 요괴들에 비해서, 한국의 인간화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인간의 모습을 주술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뼛속까지 사람이 되어 요괴의 힘도 포기하는 클리셰 역시 충족해야 하기 때문. 한국의 서낭고개와 중국, 일본 설화의 여우 각시들은 썩은 고기를 좋아하거나 개를 무서워 하거나 꼬리를 들키는 등 짐승 출신의 증거로 인해 인간과의 행복한 관계가 깨진다. 중국과 일본이 이런 부분에 관대해 행복한 결말도 많이 있다면, 한국은 인간과 짐승 간의 선을 더 뚜렷하게 긋고 있다.
- 미디어의 영향: 결국 "인간이 되려는 구미호"는 80년대를 풍미한 전설의 고향 등을 통해 관련소재가 발굴되고 끊임없이 재생산 되어 현재의 클리셰로 자리잡은 경우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되고 싶어와 이물교구설화항목의 설화에 나온 짐승들은 드라마로 알려진 구미호들 이상으로 험하게 구르다 데드엔딩을 맞이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 때 인간화 목표와 결혼이란 관례가 교집합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부분은 현재 구미호의 이미지에 많이 습합되었으며, 특히 혼인과 사랑이 파탄나는 전개는 아래의 "화석화(化石化)된 구미호" 문단에 나온 "신분제 억압에 대한 기억이 현대의 구미호 관련 창작물에 반영되었다"는 설들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생간(肝)에 대한 집착
서양에서 심장을 먹고 희생자의 힘을 취한다는 전설은 많이 알려져있다. 그런데 동양, 그것도 한국에선 유독 간이라는 장기를 심장보다 더 자주 언급한다. 과거 한국에서 심장을 먹는 의식은 식인을 한 호랑이를 잡고 원수를 갚아 창귀들을 해방시키는 의미로 행해진다. 그나마도 자료에 따라서는 심장이 아닌 역시 생간을 씹어 먹는다고도. - 간에 대한 탐식은 "거타지 설화"에서 "용의 간"버전으로 처음 등장한다. 노승으로 변신한 여우(구미호인지 아닌지는 불명)가 서해용왕의 혈육들 간을 다 빼먹다 거타지의 화살에 퇴치되는 것에서 간을 탐닉하는 한국 여우의 오랜 전통이 시작된 것이다.
- 여우가 아니더라도 "간을 빼먹는" 악당 유형 자체는 제주의 "문전본풀이"에도 나온다. 이 신화의 악역 "노일제대귀일의 딸"은 꾀병을 부리며 남선비에게 일곱 아들의 생간을 내어달라 요구한다. 결국 막내아들의 꾀로 노루의 간을 얻게 되지만, 먹지 않고 숨기려다 들킨다. 비록 입에 대진 않았지만(대신 피를 입에 묻힌다) 사람의 생간을 요구했단 점과 그 간 때문에 본색이 드러났단 게 포인트.
- 별주부전에서도 토끼의 간을 용왕이 탐냈을 만큼 동물의 간이 영약이란 신화는 유명한 것이었다.특히 2010년 <여우누이뎐>에 나온 사람 간으로 600년을 살아온 만신은 조선시대 유명했던 괴담들을 모티브로 했음이 분명하다.[12] 소의 생간의 경우 옛날은 물론 지금까지도 보양식이란 인식이 퍼져있으며, 특히 약과 고기가 귀했던 시절엔 이 간이란 작은 부위는 양반 정도나 구할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이 때문인지 판본에 따라 여우가 식인(특히 무덤의 시체)을 하거나 피를 빨아 연쇄살인을 한다는 전승도 있지만 현재 "간"만 빼먹는다는 것이 구미호의 특성으로 굳어졌다.[13]
-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라 아예 사람으로 태어나 가축과 인간의 간(肝)을 축내는 "폭식의 죄"의 여우로 여우누이 이야기가 유명하다. 보통 간을 빼먹는 타입의 여우는 여우구슬이 보이지 않고 반대로 여우구슬을 쓰는 쪽은 간을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단 패턴을 보인다. 물론 이는 설화의 단순함에서 오는 표현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 간 항목에 의하면 이 장기의 토속이름은 "애간장 태운다"의 애이며 육식동물들은 부족한 비타민 등의 영양소 보충을 위해 사냥감의 "간"을 제일 먼저 먹는다고 한다. 결국 야생 동물들에겐 생간이, 인간에겐 익힌 간이 몸에 좋은 것. 생간은 기생충 간염의 위험 외에도 비타민 과다로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해외 늑대 관련 다큐 중엔 막 잡은 먹이의 간은 우두머리만이 먹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늑대항목에도 소개된 션 엘리스가 나온 프로그램이다.
- 동의보감에서는 "간장"(肝臟)"이 생기(生氣)를 발생시키며 혼(魂)이 머무른다 보고 있다. 간은 피를 저장하는 기능도 있는데 이 피에 혼이 깃들기 때문이며[14] 음양오행의 목(木)에 대응시킨다. 음양오행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 오행이 뭘까에서는 오행의 "목→화→토→금→수"의 순서와 의미에 맞춰 "간장"에서 "목木=생기"가 솟아나 심장의 "화火=열"의 힘을 통해 전신으로 펌프질 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한 눈과 연결된 기관으로 보며, 간이 건강해야 눈이 건강하고, 눈의 황달은 간의 이상 신호로 본다.[15]. 토土=비장(脾臟). 금金=폐. 수水=신장. 다른 장기인 쓸개, 위, 대장, 소장, 방광, 삼초(三焦: 한의학에서만 말하는 기관으로 딱히 정설이 없는 부위.)는 "육부"로 나뉘며 뇌, 뼈, 맥, 담, 자궁, 골수는 기항지부(奇恒之腑)로 분류된다.] 간이 실하면 장이 건강하지만 화를 잘내는 성미가 되고 허하면 당뇨와 황달이 잘 생기며 겁도 많아진다고 한다.
- 뱀발로 지식백과에 나온 동의보감의 심장을 좀 소개하자면,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생명의 근원처이자 정신이 깃든 곳이며 지혜의 근원, 즉 순환계 이외에 뇌의 기능도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심장에는 7개(혹은 9개)의 구멍이 있어 천진(天眞)의 기를 주관하는 정신(精神)이 자리하는데 지혜가 높은 자는 7개의 구멍과 털 3개, 중간 가는 자는 5개와 털 2개, 그 밑은 구멍 3개에 털이 하나가 있다. 보통사람들은 심장 안쪽에 구멍 둘만이 있고 어리석은 자는 구멍이 하나로, 구멍이 없다면 그건 정신이 드나드는 문이 없다는 것이다. 심장의 7개 구멍은 북두칠성에 상응하고 3개의 구멍은 삼태성(三台星)에 상응해 마음이 정성을 다하면 하늘과 통한다. "오행"에서는 화(火)에 속해 인체에 열을 공급한다.[16] 서양에서도 심장은 영혼의 양심이나 감정을 주관한단 믿음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장 이식수술에 종종 화자되는 유사과학 이론인 셀룰러 메모리(Cellular Memory)가 있다.
- 간이 중요하게 나온 서양 신화로 프로메테우스가 있는데, 그는 인간에게 불을 준 죄로 카프카스 산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당한다. 불사신인 티탄족이라 날마다 간이 먹히고 재생하는 순환의 연속으로 간이 인체에서 강한 재생력을 가진 장기임을 생각하면 절묘한 부분.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생명력을 상징한다면 심장, 즉 하트는 사랑, 양심, 영혼 등 정신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 아래 중국 문단의 달기는 충신 비간의 심장을 꺼내게 한 전설이 유명하고, 일본의 도지니천도 심장을 좋아한다. 헌데 한국에 전래되는 여우는 유난히 간과 인연이 깊다. 한국에 별주부전으로 많이 알려진 구토지설도 본래 인도에서 악어 부부가 원숭이의 심장을 노리는 것이 중국에 자라나 규룡(虯龍) 부부가 원숭이의 간이나 심장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것이 고대 한국에 용왕과 거북이가 토끼의 간을 노리는 이야기로 전래된 것이다. 같은 동북아권이라도 중국보다 한국에서 간에 대한 가치를 높게 쳤다는 의미.
- 삼족구(三足狗)
글자에서도 보이듯, 이 발이 셋 달린 개는 소매 안에 들어올 만한 자그마한 하얀 삽사리, 혹은 그 비슷하게 생긴 소형견이다. 누가 봐도 신체가 결손된 이 작은 강아지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구미호의 천적이기 때문. 본래 여우 요괴들이야 다 개를 무서워한다지만, 이 삼족구는 형태도 그렇거니와 전승도 몇가지 판본이 전해지는 한국만의 영물이다. - 봉신연의의 강태공과 달기 이야기를 변형시킨 이야기가 있다. 여기선 강태공이 옷 속에 숨긴 삼족구가 달기와 마주치자마자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 죽였다고 나온다.
- 이 이야기는 한국 후삼국 시절 궁예 버전으로도 변용된다. 궁예가 광기에 물들어 사람들을 죽인 이유를, 바로 왕비를 죽이고 그자리를 차지한 구미호의 농간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구미호는 신하들이 삼족구를 구해와 물어 죽이게 되고 후고구려 역시 몰락하게 된다.
- 제주도 애월에는 좀 색다른 유형이 전해진다. 과거 한 지관[17]에게 호의를 베풀어 명당자리에 집을 짓고 번성한 집에 웬 부부가 하룻밤 묵는데, 다음날 부인이 가슴에 칼이 박힌 채 발견된다.(전승에 따라선 여자가 먼저 집에 들어와 목을 매어 자살.) 결국 그 부인의 남편이 집주인을 관아에 고발하고, 집주인의 아들은 과거 호의를 베풀었던 지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지관이 알려준대로 찾아간 신당에서 발 셋 달린 작은 강아지를 찾아 관아에 데려간다. 거기서 삼족구는 죽은 여자의 남편을 보자마자 목을 물어뜯고, 놀란 남편은 여우로 변해 달아난다. 그러자 시체인 줄 알았던 여자도 여우로 변해 달아나지만, 삼족구가 꼬리를 물어 떼어버린다. 그리고 집주인은 살인혐의에서 벗어나 풀려난다.
- 위 이야기의 구미호가 아닌 너구리 버전으로 경주 최부자의 이야기가 있는데, 삼족구가 활약해 주인의 누명을 벗겨준다.[18]
- 아래에 소개된 설화에서는 "여우와 원님", "동래 화지산 산터"에 등장하는데, "이포수와 여우들"의 몇백년 묵은 흰 삽사리도 비슷한 동물에 속한다. 강림도령의 이야기에서도 나오듯, 한국에서 품안에 안기는 작은 하얀 강아지는 저승길을 안내하는 영물이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영물이기 때문에 구미호같은 요물들에 한해서 커다란 사냥개들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 강감찬 설화의 변이담인 강감철 설화에서도 삼족구가 등장한다. 이 설화는 아래에 소개된 "한시로 구미호 알아낸 처녀" 등의 몇가지 설화가 혼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 재앙(災殃)을 부르는 여우
아래에 소개된 설화들 중 "마을을 희롱한 여우"와 "무덤가의 여우". 그리고 "여우누이"의 요괴들은 인간에게 질병 및 고통과 불운을 선사하고 가문을 풍비박산 내며 무덤의 시체를 파먹는 몬스터적인 요소를 강하게 보여준다. 이는 중국 "백거이"의 시 고총호(古冢狐)에도 등장하는 둔갑 여우이지만, 아래 중국 문단에서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선 한국 설화의 특성으로 작성한다. - 시체를 먹는 여우: "북쪽에서 여우가 울면 그 동네에 초상이 난다"는 속신과 관련된 부분으로 무덤을 훼손해 그 시신을 먹거나 그 해골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몇몇 설화에서는 무덤의 봉분을 갈라 그 안을 드나드는 전승도 전해진다.
- 환생하는 특성: "여우누이"야 말로 인간으로 환생해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든 재앙의 화신이다. 민간 속신의 "손 있는 날 시체를 매장하면 그 시체가 여우가 된다."와도 부합하는 특성. 흔히 매구로 불리는 이런 부류의 여우들은 시체와 생간을 동시에 탐하며 늦던 빠르던 그 집안의 가솔들을 전멸시킨다.
- 질병을 퍼뜨리는 저주: 아래의 "몽둥이에 당한 여우" 유형에서 많이 보이는 능력으로, 주로 무당으로 변신해 누군가를 급환으로 고통스럽게 해 돈을 착복하려다 작대기(몽둥이)에 맞아 죽는다. "이순풍과 여우"의 꼬리 99개의 여우는 이를 마을 전체로 확산시켰으며, "배극렴과 백여우"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쯤 되면 거의 역신(疫神)의 경지이지만 한국 여우귀신의 지역특색(?)인 유리몸 덕에 대부분 쉽게 퇴치당한다. 삼국유사에는 "밀본법사(密本法師)"가 죽인 승려 법척(法惕)과 늙은 여우가 선덕여왕의 오랜 병환의 원인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물질적 착복: 질병을 퍼뜨리는 저주의 연장선으로, 여우는 치료 명목으로 부당이득을 취한다. 이렇게 돈을 착복당함은 곧 패가망신(敗家亡身)의 불행을 의미한다. "여우고개 이야기"에서 어떤 부인을 병이 나게 해 돈을 뜯으려 했으며, 강태진을 저주해 물질적 불운에 시달리게 한 여우와 마을 전체에 병을 퍼뜨린 "이순풍과 여우"에 나온 꼬리 99개 여우가 있다.
- 팜 파탈적 특성: 위에 나온 물질적 착복은 꽃뱀같은 사기꾼이나 사이비 의료인, 여우구슬의 생기를 빼앗는 부분은 서큐버스의 모습으로, 이는 한중일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구미호의 부정적인 면모이다. 이것이 국가적 규모가 되면 달기와 타마모노마에의 구미호가 되며 한국의 "삼족구" 전설에 나온 궁예를 홀려 태봉을 망하게 한 왕비의 모습이기도 하다.
- 서구할미: 위의 특성들을 복합적으로 보이는 한국의 요괴가 바로 "서구할미"이다. 귀신들 중 새타니가 자라난 것으로 알려진 새우니가 사실 이 서구할미인데 항목의 내용을 몇 빌려와 보면 이렇다.
- 여우나 고양이로 둔갑하며 아예 오래 묵은 여우가 그 정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 아무리 단단한 물건도 손으로 주물러 반죽을 하고 돌도 한손에 가루로 만든다.
- 산발에 매부리코, 길고 앙상한 손톱을 지녔으나, 미녀로 둔갑해 자기 뱃속에 든 신력을 준다며 남자들을 유혹해 교간을 일삼았다.
- 천리안을 지녔으며 사람들이 재물을 바치지 않으면 해를 입혔는데, 땅에 움직이지 못하게 붙여놓고 몇 시간 후 죽이는 장난을 일삼았다.
- 아이들에게 홍역을 퍼뜨려 죽게 하고 어른들도 병을 앓게 한다.
- 사람의 혼을 꺼냈다 넣었다 하고 또 바꿔 넣기도 했다.
- 숫처녀에게 자기가 만든 약으로 임신시키거나 그 임신한 아이를 감쪽같이 떼어내기도 하며. 남자에게는 정력을 주기도, 빼앗기도 한다.
- 나라에서도 어쩌질 못하는데 효자인 최아무개가 머리에 쑥뜸을 뜨니 "효자가 벌을 주니 달게 받겠다"하곤 며칠 만에 죽는다.
- 이 서구할미를 마고할미과 연관지어 고대의 여신이 신격을 잃고 마귀할멈으로 타락한 모습이란 해석들은 구미호의 시대적 변천과 맞물려 흥미로운 부분이다.
- 화석화(化石化)된 구미호
- 위에 예시된 논문 "한중일 여우 이미지의 유사성과 차이"에서는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의 여우들이 대부분의 설화에서 천편일률적 모습을 가지게 된 이유로 글 좀 쓴다는 지식층이 이 좋은 소재를 방치한 것을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조선왕조 특유의 유교적 권위의식이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적 관념과 특히 여우가 가지는 여성적인 이미지를 용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 민간신앙이 불교 등 세력 싸움에서 패배하여 동물숭배는 그 신성성이 부정시되었으며 인간 우월론으로 인해 동물은 인간보다 비천하단 인식이 자리잡는다.
- 유교사회의 남존여비와 반상(班常)의 차별은 하늘이 주신 절대적인 것으로 구미호의 한(恨)은 곧 민중들의 것이며 아기장수 우투리의 전설에서도 그 아키타입이 나타나고 있다.[19]
- 인간=양반과 여우=천민과 짐승은 엄연히 그 길이 다르며, 가부장제적 위계질서를 중시했던 성리학에 의해 여우는 요물이고 요물은 즉 여자로 둔갑한다. 동물이 아닌 엄연히 천신에 속한 귀신임에도 여자란 이유로 영정을 훼손했다가 화를 입어 죽은 유학자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거꾸로 수컷 너구리가 정승 딸과 혼인했다가 참극을 당하는 너구리 사위 이야기도 전해진다.
- 게다가 예능과 창작 활동을 천시하던 당시의 인식도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학적인 캐릭터 발전 없이 거의 구전으로만 전해진 결과, 한국의 여우들은 길달이나 "삼기산 흑여우신"이 보였던 인간적이고 유능한 면모가 후대로 올수록 점점 마모되어 결국 맹목적으로 간이나 탐하는 짐승의 모습으로 격하된다.[20]
- 역대 중국 문헌에 언급된 "狐"자의 경우에만 16,371권에 그 출현 횟수는 수는 총 34,672건. "현중기"에 나온 여우 신선의 분류는 이런 집필 결과물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한다.
- 한국의 경우 여우(狐)가 언급된 문헌은 ‘한국고전종합DB’ 검색 결과 3,899건. 이중 구미호(九尾狐)로 표기된 것은 11건에 불과하다.
- 물론 땅의 크기와 인구 수의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해당 자료에서 보면 일본의 경우도 일본삼대악귀 같은 다양한 고전자료와 현대적인 연구, 그에 기반한 각종 서브컬쳐화가 폭넓게 진행되어 있다. 특히 이쪽은 아직까지 "여우는 이나리의 사자"라는 종교적 믿음이 남아있다.
- 그리고 시대에 따라 승려와 무당이 사제에서 천민으로 추락했듯이 이 여우라는 동물의 신분추락도 확인할 수 있다. 삼기산 흑여우신의 죽음이 토속종교의 쇠락을 상징하고 훗날, 여우들이 무당으로 많이 둔갑한단 점에서 기묘한 연결이 된다.
- 신라시대: 원광법사를 도운 삼기산 흑여우신과 용들의 간을 내어 먹은 여우가 전해지며 태평광기에는 여우신앙이 언급된다.
- 조선시대: 여우누이, 여우구슬의 여우, 무당으로 둔갑하는 백여우들이 현재 전국에서 전해지는 가장 흔한 여우요괴들이다.
- 현재: 드라마, 웹툰, 웹소설, 라이트노벨 등지에서 고전 속 여우들을 재발굴 하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신라시대 여우가 신(神)으로 숭상 받았단 기록과 설화를 보자면, 천 년을 훌쩍 넘긴 조선시대로 와서 어린 학동에게 구슬이나 빼앗기고 길에서 남자를 홀리려다 평범한 몽둥이에 맞아 죽는 결말은 공룡>>>조류의 진화태크가 연상될 정도. 유학자들이 중국의 호선(狐仙) 설정과 일본은 물론 고대 한국에도 있었을지 모를 여우 신격화를 철저히 배척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식으로 각종 동물신과 귀신의 숭배가 조선시대로 들어 탄압받은 정황은 묘두사와 정여우후의 민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 설화 속 여우요괴의 성격이나 능력은 매구 항목에서도 작성되어 있으니 참고 바람.
2.2.4. 전래 설화
구미호(=매구)들이 나오는 한국 설화는 "왕실도서관디지털 아카이브"에 채록된 것들이 많다. 아래 이야기는 특이하게도 여성이 여우를 지혜로 물리치는 이야기이다.한시(漢詩)로 구미호(九尾狐)를 알아낸 처녀: 잘생긴 남자 인간으로 변해 자신과 결혼하려는 구미호를 지혜로운 이 진사의 따님이 한시(漢詩)의 운율을 맞추는 시험을 내어 정체를 밝히고 죽이기 까지 한다는 이야기. 따님이 낸 시험은 중국 이태백의 귀신이 도와야 맞출 수 있는 싯구였다고 한다. 여우가 이 진사 댁에 온 연유로 천년묵은 너구리와 내기를 해 이긴 쪽이 서울 삼각산에, 진쪽이 개성 송악산에 살기로 했음이 나오는 판본도 있는데 여기선 여우가 살아 도망가 송악산에서 살게 된다. 민속사전에도 삼각산 설화로 간략히 소개된다.
여우와 원님: 딱 1명만 더 잡아 먹었더라면 하늘로 승천해 신령이 될 수 있었던 여우가 나라의 왕비로 변신해서 자신을 한 번 잡을뻔한 원님의 간을 내어 먹으려 했지만, 귀신들린 절구[21]의 도움을 받은 원님에 의해 퇴치된다. 삼족구가 나오는 이야기.
한편 국문학자료사전에 이화전이라는 소설이 소개되는데, 여기서는 절구(큰 자물쇠)의 혼령이 임진왜란의 명나라 장수 이여백(李如白)으로 나오며 이를 당시의 사대주의 사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선 수천년 묵은 여우가 중국의 총비가 되어 이부사(이화)를 위협한다. 그런가 하면 원님이 된 소금장수에서는 귀신들린 절구의 절절한 사연이 결말에 나오며, 그 정체는 소금을 운반하던 뱃사공으로 여우와 원님에 나온 절구의 정체인 물귀신과도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다.
이포수와 여우들: 위의 설화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형태의 이야기다. 첫 번째 여우는 이포수의 사위가 되어 그를 죽이려다 총에 죽고, 2번째는 왕비가 되어 꾀병으로 이포수의 간을 약으로 빼내려다 역시 개와 사냥용 매에 의해 죽는다. 여기서 나오는 "하얀 개"는 수백년 된 영물이라 한다. 여우의 퇴치와 출세는 모두 이포수의 막내딸 덕분. 까메오로 등장하는 호랑이가 귀엽다.
위의 설화들은 비슷한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여러 지역의 여우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 마을을 희롱한 여우: 개인이 아닌 마을 전체를 쥐락 펴락한 제법 큰 스케일이 특징.
장안 판곡마을의 여우: 마을 전체를 가지고 놀던 천년 묵은 여우의 이야기로, 술냄새에 둔갑이 풀린단 약점이 탄로나 죽게 된다. 자신을 잡으러 마을의 인원 전체가 산으로 죽창을 들고 오자, 오히려 텅빈 마을에서 닭들을 다 잡아먹고 인간으로 둔갑해 죽창을 들고 따라다닌 부분이 유머.
여우 골짜기: 한산한 마을에 어느날 불여우 2마리가 나타나 온 동네의 닭들 씨를 말렸다. 분개한 마을 사람들은 골짜기를 샅샅이 뒤져, 버려진 당집에서 닭을 뜯는 여우를 발견해, 달아나던 2마리 중 1마리를 잡아 당집과 함께 불태워 버린다. 그 뒤 사람들이 하나둘 병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다들 "간"이 없어져 죽은 것이다. 사람들이 고사를 지내자 더이상 초상이 나진 않았지만, 대신 골짜기의 풀과 나무가 모두 핏빛으로 변하며 말라 죽게 된다. 그 후 어느해 산사태가 나, 그 골짜기는 영영 묻혀버렸다.
- 여우누이형: 친근한 가족이 여우의 변신, 혹은 그 영혼의 환생이라는, 어찌 보면 영화 바디 스내쳐와 비슷한 부분이 보이는 설화들.
겸암선생 설화: 실존인물 겸암선생 류운룡의 설화로 배다른 남동생이 구미호의 자식임을 알아보고 촌에서 짚신을 삼던 처자를 여우동생의 신부감으로 데려와 동생을 자기 대신 처치하도록 한 여우누이의 남동생판 버전.
혼쥐 들려 여우가 된 여자: 매구설화와 혼쥐설화가 합쳐진 특이한 이야기로 밤마다 "매구"짓을 하던 아내를 남편이 "혼쥐"를 잡아 고쳐줬다는 설화로 귀신과 빙의의 요소가 강하다.
사람을 속이는 여우: 해골을 써 여자로 변신한 백여우가 농부 서은열을 유혹하다 실패하고 화풀이로 그의 선산(先山)[22]을 파헤치다 들켜 내쫒긴다. 그러자 이번엔 어른들 묘는 놔두면서 애장터[23]만 파헤치는 짓을 해 마을사람들의 원성이 서씨에게 몰리게 한다. 이에 서씨는 깨소금 떡으로 여우를 유인해 잡아 죽인다. 위의 한국전래 부분에 인용한 도깨비불과 여우의 식습관 연관설이 이 설화의 개설 부분에 나와있다.
여우바위 전설: 늦게 얻은 자식을 보름만에 잃은 한 아버지가 슬픔을 머금고 아이를 뒷산 바위[24]에 묻는다. 이레 만에 찾아간 무덤은 여우가 훼손해 시신을 먹고 아기의 옷을 찢어 흩어놓은 상태였다. 격분한 아이 아버지는 밤중에 칼을 들고 여우굴로 찾아간다. 그러나 여우는 기다렸다는듯 아기의 찢어진 옷을 덮어 씌운다. 놀란 아이 아버지는 기절하고 그 틈에 여우는 사라진다. 일이 일어난 시기와 장소가 명확하고, 뭣보다 사실성이 강한 전설이다. 여우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된 것은 이런 무덤 훼손이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다. 단, 여우의 땅굴 파는 능력은 많이 부족해 오소리의 굴을 빼앗아 사는 처지라고 하니 정확하지는 않다.
공동묘지의 여우할멈: 경기도 안산시의 설화인데 "밤이면 여우가 할멈으로 변신하여 특히 어린아이나 아녀자를 홀려 깊은 산속으로 끌고 들어가 옷을 홀딱 벗기고 갖은 희롱을 다하다 사라진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내용에서 강원도 서구할미와의 유사성이 떠오른다. 내용 자체는 이 여우할멈에 불안해 하던 아이들이 석유로 공동묘지에 불을 질러 누런 짐승을 내쫓았다는 결말. 석유가 나오는 것을 보면 좀 최근의 전설 같다. 무덤가에 살며 시체를 파먹는다는 특성에 배경으로 아이들의 "장티푸스=역병"이 강조되어 죽음의 암시를 강하게 보여준다.
동래 화지산 산터: 여우보다는 풍수지리에 대한 신이담에 가깝다. 나오는 여우요괴들도 고양이와 여우의 형태가 혼합된 특이한 모습으로, 무리를 지어 무덤터에 집착하는 지박령의 특성을 보인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땅의 원 주인이라며 주인공 아버지의 시신을 무덤에서 들어내어 버리는 "텃세"행동을 반복하다 "삼족구"에게 쫓겨난다.
- 여우의 보은: 한국에선 비교적 보기 드문 유형에 속한다. 아래 설화들은 납치혼과 여우의 조력이라는 공통요소가 있다.
공 갚은 여우: 옛날 이인(異人)으로 소문난 노인의 젊은 제자가 스승의 충고대로 자신에게 맞화살(!?)을 날린 여우를 살려줘 그 보답으로 옷과 음식, 살 거처를 얻고 나중엔
여우굴: 누구든 접근하면 홀려서 스스로 머리 깎게 된다는 여우굴로 불리는 오랜 절터가 있는데, 사람들 경고를 무시한 젊은이가 여우의 환상에 놀아난다는 설화다. 다음 웹툰 트레져헌터의 이선생 능력의 모델로 보이는 설화이다.
육미호(六尾狐): 아래 나온 육미호의 이야기와 동일하다. 본래의 제목이 "여우굴"이고 역시 여우가 자신의 거처에서 사람을 환각으로 홀린다는 점이 같다. 차이점이라면 여우 자신이 동굴에 갇혀 죽게 된다는 것.
사냥꾼과 여우: 사냥 좋아하는 김석간이란 사람이 나무에 걸린 새끼곰을 보고 근처에 있을 어미곰도 잡을 요량으로 굴을 찾는다. 그런데 찾은 굴은 안쪽에 무릉도원이 펼쳐진 별세계였다. 그곳의 아름다운 처녀와 정을 통한 김석간은, 그곳을 나와 다시 사냥을 하다 눈에 띈 여우를 활로 쏘아 죽이게 된다. 죽어가는 여우의 "원수를 갚겠다"란 중얼거림에 놀란 김석간은 예전의 동굴을 다시 찾아가, 그곳이 그 여우의 굴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한 자신과 여우의 자식을 데려와 키우게 된다. 아이가 9살 되던 해 김석간은 죽고, 아이는 용이 되어 여우굴로 돌아간다. 용은 여우굴에서 마을의 처녀들이 다 없어지도록 매일 1명씩 잡아먹고는 황새가 되어 날아갔다.
- 몽둥이에 당한 여우: 여우누이 다음으로 널리 퍼진 설화. 여우가 무당으로 변신해 저주로 질병을 일으켜 돈을 부당하게 모으다 "소금장수"에게 지게용 작대기로 죽는 경우가 많다. 위의 "이순풍과 여우"도 비슷한 종류이나, 몽둥이에 맞아 죽지는 않는다.
여우고개 이야기: 강태진이란 사람이 고개를 넘다가 여자로 둔갑한 백여우와 마주쳐 그 귀를 칼로 잘라 내쫓는다. 헌데 그 이후로 강태진은 하는 일마다 망하는 불운이 따르고, 장돌뱅이로 떠돌게 된다. 그러다 민박집의 부인이 갑자기 병을 앓게 되어 무당을 부르는데, "전라도 김제 땅 강태진이란 놈 하는 일마다 망하고 염병이나 앓다가 죽어라."며 저주의 주문을 외운다. 그걸 듣던 강태진이 방으로 들어가 몽둥이로 치니 그자리엔 귀 잘린 백여우가 쓰러져 있었다.
- 여우구슬 설화: 귀한 여의보주가 이렇게 함부로 다뤄지기도 흔치 않은, 한국 특유의 실존인물 신이담에 속한 여우 전설.
구미호의 호주: 위와 거의 흡사한 내용으로 인조(혹은 선조) 때의 명풍수가 이의신(李懿信)이 "꼬리 9개 달린 구미호"와 만난 설화가 있다. 이의신에 대해 나온 좀 더 긴 내용으로는 하늘의 뜻으로 왕터를 잃은 이의신이 있는데 여기선 젊은 여자로 변한 늙은 여우로 표현된다. 이 이야기도 구미호가 나오는 설화이다. 생사가 애매하게 끝난 매구와 달리 구미호의 경우, 구슬을 빼앗기면 그자리에서 즉사하거나, 다음날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결국 이의신은 하늘이 아닌 땅을 보게 되어 풍수지리로 대성해 여러 신이담을 남겼고, 이는 여우구슬의 힘으로 전해진다.
- 용과 여우: 여우라는 요물과 용이라는 영물이 동시에 등장하는 독특한 유형의 설화들.
거타지 설화: 위의 황룡과 붙은 매구보다 몇 술 더 뜬 여우도 있다. 이 설화는 신라 진성여왕 때의 인물 거타지가 서해신의 "매일 해뜰 때마다 하늘에서 한 중이 내려와 다라니(진언眞言)를 외우면, 나와 가족들이 모두 물 위에 둥둥 뜨게 되고 그 요승에게 간(肝)을 빼먹힌다네. 결국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이 남게 되었으니, 부디 우리를 도와 내일 아침 그 중을 활로 쏘아주시게."라는 부탁을 들어주는 내용이다. 화살로 쏴 죽인 중은 늙은 여우였고, 이 보답으로 거타지는 서해신, 즉 용왕 딸인 용녀를 아내로 맞이한다.[27]
사냥꾼과 여우: 위에 나온 "여우굴" 유형의 설화와 동일하다. 인간과 여우의 자식이 "용"이 된다는 점 때문에 이쪽에도 추가했다.
- 상서로운 징조의 여우: 좀 널리 알려져야 할 귀중한 컨텐츠 자산이다.
배극렴과 여우: 조선 건국공신 배극렴이 한양으로 올라오는 길에 여자로 둔갑한 백여우를 만난다. 그 여우는 사람들의 재물을 훔치고 있었는데, 이 일로 배극렴이 누명을 쓰게 된다. 하지만 배극렴은 어찌어찌 풀려나고, 다시 만난 백여우는 자신이 모아둔 재물을 그에게 바치며 조선건국에 보태라 말한다. 판본에 따라선 이성계가 재물을 모으는 백여우를 잡았다가 "큰 일을 도모하기 위한 일이다"란 말을 듣고 풀어주는 이야기도 있다.
강감찬 여우 설화: 고려의 영웅 강감찬이 인간 아버지와 여인으로 변신한 여우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다. 강감찬의 아버지가 주막집 여인의 유혹에 하룻밤을 함께 하였고, 몇달 뒤 여우 울음소리에 밖에 나가니 여우가 인간의 아기를 낳아주고 사라져 그 아이를 데려와 강감찬으로 키우게 되었다는 영웅 탄생설화. 이밖에 강감찬에 대한 여러 설화는 해당항목에 소개되어 있다.
팔백이와 여우: 곤궁한 처지에 비관해 자살하려는 팔백이를 한 여자가 나타나 말리며 계속 도와준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노인이 남자에게 "그 여자는 천 년 묵은 여우"라며 퇴치할 방법과 도구를 쥐어준다. 그러나 남자는 은혜를 베푼 여우를 못 죽이고, 사실 여자와 노인은 산신령 자리를 두고 다투는 여우와 지네였음이 밝혀진다. 여우는 남자의 의리에 감동해 결국 인간이 되어 남자와 맺어진다. 여우가 인간과 행복하게 맺어지는 아주 보기 드문 설화로, 판본에 따라 팔백이가 여우의 도움으로 "정승"에 오르는 결말도 있는 모양.
여기서 배극렴과 팔백이의 여우는 재물을 주인공에게 안겨주는, 마치 일본의 이나리 처럼 "풍요"와 "성공"의 능력을 보여준다. 이는 백과사전에서 강감찬의 설화를 예로 들어 여우의 상징중에 지혜와 풍요가 포함되어 있다는 해석과도 부합한다. 또한 강감찬은 제3차 여요전쟁의 명장이며, 원광법사는 당시의 최신 불교이론과 세속오계를 설파했단 점에서 이 인물들의 비범함을 상징하는 여우는 지혜의 요소가 강하게 드러난다. 위의 주인공들이 여우로 인해 "풍요(=돈, 다산)", "지혜", "성공"을 손에 넣는단 점에서 "여우구슬"하고도 일맥상통하는 설화들이다. 특히 강감찬, 배극렴, 원광법사는 국운(國運: 나라의 운명)에 연관된 인물들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다른 논문, 한중일 고전문학의 여우와 여성에 언급된 정읍의 강감찬 설화 채록본은 여우의 정체가 지상에 귀양 온 선녀로 나오며, 100년을 여우로 지낸 뒤 인간과 맺어져야만 하늘에 돌아간다는 설정이 있다고 한다. 즉, 여우에게는 여신의 속성도 있다는 것이다.[29]
- 인간과의 혼인이 사망선고: 위쪽에 소개된 한시에 정체를 들킨 여우와 이포수에 나온 여우와 같이 인간의 자리를 넘보는 것 자체가 사망선고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 목적이 불순한 경우가 많아 인간이 되고 싶어와 꼭 부합하지만은 않는다.
육미호(六尾狐): 링크에 나온 제목은 "여우굴"이지만 편의상 바꿨다. 내용에 나오는 여우가 불여우이긴 하되, 수천년 묵은 꼬리 여섯의 여우괴물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반야"로 금대마을 박 진사의 16살 딸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반야가 사모한 대상은 자신을 딸로 거둬준 박 진사였고, 그가 다른 집으로 시집을 보내려 하자 찾아온 청혼자들을 다 죽게해 집안 평판까지 떨어지게 만들어 버렸던 것. 결국 청혼을 하러 온 김공이란 사람에게 정체를 들켜 바위굴에 갇혀 죽게 된다. "수 천년" 내력이란 점에서, 위의 흑여우신(神)과 비견되는 영물임에도 너무 허망하게 가버려, 유학자들에 의한 윤색이 의심되는 설화.
서낭고개의 여우각시: 현대에 각종 컨텐츠를 통해 알려진 인간이 되고 싶어 클리셰의 대표격 여우일 것이다. 가난하지만 착한 남편 덕칠의 간을 보름달인 그날 새벽까지 먹어야 인간이 되고 못하면 죽는 운명에서 결국 죽음을 택하는 이 여우는, 어떤 면에선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연상되기도 한다. 비록 간을 탐하는 요괴의 성격을 지녔지만 "덕칠"에 대한 연정으로 스스로 목표를 포기하고 죽음을 택하는 부분에서 근본까지 악하진 않음을 보인다. 또한 하룻밤만에 가난한 덕칠의 집을 고래등 같은 기와집으로 바꾸고 곳간을 가득 채우는 신통력을 발휘했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똑같이 사랑 때문에 죽은 "붉은 육미호"가 불길한 죽음의 재앙신적 요소가 강하다면 반대로 서낭고개의 "백년여우"는 "팔백이"의 신령 성격의 여우처럼 "재복(財福)"의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백년여우는 "간 때문에" 죽음으로 이어진 부분만 제외하면 가난한 사람을 도운 점도 그렇고 상서로운 징조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사례는 대다수의 여우설화에서는 보이지 않으며 그만큼 알려지지도 않았다.
사실 한국의 전래설화를 찾아보면 요괴=짐승이 인간과 결혼하는 "인수혼인담"[30]에서 여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별로 많지 않다. 오히려 다른 동물들 - 지네, 용, 곰이나 우렁이들이 더 많이 등장한다. 여우는 로맨스 장르 보다는 여우누이의 여동생으로 태어나거나 산고개에서 만난 낯선 여자같은 호러물 내지는 스릴러에 캐스팅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뭣보다 인간의 집에 들어온 여우들의 경우 그 자체로 집안을 망하게 하는 재앙의 성격을 보일 때가 많은데 위에 소개된 "육미호"와 "여우누이"가 그렇다. 외부에서 만난 여우의 경우는 흔히 사기꾼으로 분류될 범죄자의 행동을 하며 이 때문에 인간에게 징치당한다. 인간을 돕는 "삼기산 흑여우신"의 후예라 할 행운을 주는 여우들은 위에 예시된 설화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나마도 "공 갚은 여우"와 "배극렴과 백여우"의 경우 방식이 어긋나 있다. 이렇듯 편법이라도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식의 트릭스터적인 성격은 서양에서도 통하는 여우의 아이덴티티이다.
구전이 아닌 기록문학으로는 최근 문화원형백과사전에 소개된 작품이 몇 있다.
구미호의 작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구미호가 신령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어느 명가의 부인으로 둔갑해 맑은 정기를 지닌 외아들을 잡아먹으려다 뛰어난 도술을 가진 "무진대사"의 활약으로 퇴치된다는 내용이다. 소설의 중간부터 등장하는데, 야망은 크게 표현되지만 성격과 능력이 단순하게만 표현되어 아쉬움을 남긴다.[31] 내용이 꽤 기니까 축약본을 보는것도 한 방법. 거의 같은 이야기가 옥난기연에서도 보인다.
기문둔갑 설화: 한 무인이 용왕의 아들이 변신한 거북을 구해줘 그 보은으로 천 년 묵은 여우를 물리칠 때 도움을 받는다. 여기의 여우는 산신령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만치 강한 도력을 지녀 용왕이 보낸 무사들도 물리치지만, 천신의 장군들은 당해내지 못하고 죽는다. 힘은 최종 보스급이지만 무작정 주인공을 교태로 유혹하다 그게 화근이 되어 죽는다는 유교의 가부장적 시선이 잘 드러났다. 이 이야기는 정확히는 기록문학은 아니고 한 동화책을 참조한 출처 미상의 구전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과 아주 유사한 작품으로 "율곡과 금강산 괴호"가 있다. "임석재 전집 12권"에 수록된 이야기라 한다.
"율곡과 금강산 괴호"의 원문이 아닌 몬스터의 특성을 소개한 개인 게시물로 은여우가 있다. 내용 보면 나오지만 여기의 은여우는 9개의 꼬리 같은 건 없다. 그럼에도 스펙이 절륜해 환영술과 둔갑술은 기본에 청룡, 주작, 백호, 현무를 소환해 용왕의 군대를 물리치고 옥황상제에겐 비록 패했을 망정 목숨은 지켜낸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 금강산 신령을 꺾고 산 주인 행세를 해왔다. 뿐만 아니라 힘을 잃고 여우로 돌아갔음에도 자신을 만진 인간의 몸에 혼으로 깃들어 그 자식으로 태어나 복수를 해내는 근성도 겸비했다.
신라시대의 산신령 흑여우, 그리고 용을 잡는 여우가 나오는 거타지 설화와 비교하자면 늦어도 조선왕조 시기에 성립되어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의 여우 - 흉조로 배척받는 구미호와 매구들은 그 특성을 서양의 늑대인간과 비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인간과 개과 동물 사이를 변신으로 오가는 점이 흡사하다. 그리고 고대 지배계급 전사들과 그 혈족의 토테미즘적 상징에서 유일신 전파 이후 마녀사냥을 피해 일반인 속에 숨은 식인괴물로 타락한 그들의 모습은 "구미호"(매구)의 역사와도 닮은 점이 있다. 실제 현대에 체계화된 판타지 종족이 아닌 유럽 민담 속의 늑대인간을 보면 평범한 마을의 일원이 사실은 가축과 사람을 해치는 반인반수의 괴물이었으며 마을의 친지들에 의해 사냥당하는 최후를 맞이한다. 이런 늑대인간의 정체에 대해 공수병, 가축 피해의 원망을 마을의 희생양에게 덮어 씌웠다는 마녀사냥 설, 연쇄살인마 설 등이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서양문학 중에 라이칸스로프가 소재이지만 늑대가 아닌 여우로 변신하는 아내, 즉 "매구"가 등장하는 작품도 있다. 이름은 여우가 된 부인.
이처럼 유럽의 악마론이 씌어진 늑대인간과 같이 한국의 구미호는 현대까지 살아남은 대부분의 설화에서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퇴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인간과 맺어져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여담으로, 여우는 원래부터 사냥꾼을 역으로 속이기도 하는 동서양에서 공통으로 인정하는 영특한 동물이다. 이런 영특함이 고대에는 삼기산의 흑여우와 같은 산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농사의 발달과 인구 증가로 인한 인간들의 자연 영역 침범은 점차 여우와 멧돼지들의 밭과 무덤 훼손으로 이어지고, 이는 여우를 그 훼손된 무덤의 해골로 둔갑을 부려 사람을 해하는 요물로 만드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이는 마치 유럽의 토속신들이 기독교의 유일신 교리에 밀려 악마, 더 심하게는 마녀나 별 볼일 없는 요정, 몬스터 따위로 추락한 것과도 비슷하다.
3. 특징
3.1. 둔갑
여우 요괴의 특징으로서 첫손에 꼽히는 것이라면 인간의 모습을 취하는 변신 능력이다. 여우는 주로 미녀[32]로 둔갑해 사람을 홀리며 정기를 취한다. '여우에 홀리다'라는 관용구를 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리따운 여자로 변해 사람을 홀리는 여우란 이미지는 보편적이다.중국의 문헌 《현중기》(玄中記)에 따르면, 여우는 50년을 수행하면 (암수 불문하고) 여성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100세가 되면 미녀로, 그리고 남자로 화할 수 있고, 또한 사람을 미혹하며 먼 곳의 일도 눈 앞에서 본 것처럼 알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1000세가 되면 신통력이 생겨 하늘과 소통하게 되어 천호(天狐)가 된다. 천호들 중에서도 최초로 상급신에 필적하는 힘을 가져 그들의 수장에 있는 호조사(狐祖師)가 있다. 무협소설로 치면 무당파의 시조 장삼풍이나 소림 시조인 달마대사에 해당한다.
3.2. 꼬리
여우 귀신의 외견상 특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꼬리의 개수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구미호(九尾狐)의 이름을 두고 봐도 알 수 있듯이 9개 꼬리를 가진 여우는 대표적인 요물이다. 그러나 이들의 꼬리는 반드시 9개가 아니고, 오히려 9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는 그 중에서도 극히 강력한 힘을 갖춘 존재였다.중국 전설에 따르면 여우가 요력(妖力)을 갖추고 변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꼬리가 2개가 되며, 이후 수행을 거듭할 경우 점차 꼬리가 늘어난다. 이렇게 차츰 꼬리가 늘어나 신의 경지인 천호가 되면 꼬리가 아홉에 이른다고 한다. 악호(惡狐)의 대명사이지만 역시 손꼽히게 강력한 요력을 자랑하는 구미호 또한 꼬리가 아홉이라는 것을 보면, 9개의 꼬리란 선악을 불문하고 높은 경지를 가리키는 듯하다.
반면 다른 설에 따르면, 천호가 될 경우 오히려 꼬리 숫자가 줄어들어 4개가 되며, 더 나아가 천호보다 높은 경지인 공호가 된다면 아예 꼬리가 없어진다고도 한다.
중국 전승에서는 인간과 여우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은 여우 꼬리가 있다고 하는데, 잘라주지 않으면 여우로 자라나 산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꼬리를 제때 잘라주면 무사히 인간으로 자라나며, 재능이 출중해 유명세를 타게 된다고 한다. 이런 식의 혼혈 설화를 가진 인물은 한국의 강감찬, 일본의 아베노 세이메이가 있다.
4. 호칭
- 백호(白狐)
하얀 여우를 뜻한다. 한국 설화에서 배극렴에게 막대한 자금을 벌어줘 조선왕조 건국에 이바지한 설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설화에서는 사람을 홀리고 간을 빼먹는 전형적인 요괴 여우로 나온다. 일본의 음양사로 유명한 아베노 세이메이의 어미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쿠즈노하도 백호다.
- 천호(天狐)
수련한 지 1000년이 넘어 신의 위격에 오른 여우. 천호가 된 여우는 천 리 앞 일도 내다보는 천리안을 갖게 되며, 천상에서 일궁(日宮)이나 월궁(月宮)의 업무를 본다고 한다. 일본에선 텐구와 동일시하는 시각도 있다.
- 야호(野狐)
선호가 되지 못한 여우. 태산낭랑의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여우들을 이리 부른다.
- 공호(空狐)
여우가 수행을 쌓아 3000세가 되면 이렇게 불린다. 천호보다도 더한 요력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공호라는 호칭은 19세기에 쓰여진 일본의 기담집 《토원소설》(兎園小説)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므로 역사가 짧다.
5. 전설에서
5.1. 한국
5.2. 중국
5.3. 일본
6. 대중문화에서
요괴를 소재로 삼는 많은 작품에서 여우 요괴는 수도 없이 등장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4대 요괴로 꼽힐 정도로 일본 만화,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서 여우 요괴는 누구나 한 번씩은 보았을 것이다. 물론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도 이에 지지 않을 만큼 많은 작품들이 이런 여우들을 다루고 있다.7. 관련 문서
[1] 한국에서는 옛부터 도깨비, 영혼, 신수, 신, 괴물, 요괴 등을 넓은 뜻으로 귀신이라 부르기도 했다.[2] 정확히는 이나리 신의 사자(使者)가 여우의 모습이고, 사람을 호리는 요사스러운 요괴라기보다는 상서로운 신령에 가까운 존재이지만, 근래에는 이나리 자체를 여우신의 명칭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3] 여우 귀신의 꼬리가 꼭 9개인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급에 따라 일미부터 구미까지 다양한 꼬리 수가 존재한다.[4] 검은 닭. 오골계인지는 불명.[5] 위의 여우고개 이야기는 "여우고개라고 불렀다"는 대목이 삭제되고 그냥 소가 된 게으름뱅이 이야기로만 알려지기도 한다.[6] 삼족구 설화와도 관련이 있다.[7] 여우구멍을 묘지로 잡더니 죽은 아버지가 여우로 화하여 두 형제를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다[8] 이런 19금적 요소가 있는 또 다른 구슬에 대한 자료로 음란한 구슬 면령이 있다. 역시 같은 블로그에 부와 행운을 안겨주는 구슬인 "정통주"와 "경주부"도 올라와 있다.[9] 민속사전에 나온 문맥으로 해석한 부분인데 주어가 생략되어 약간 불확실한 점이 있다. 하지만 내용상 천문지리의 지식을 직접 전해줄 주체가 여우 외에는 없다.[10] 안동 지방에서는 조목(趙穆). 전라남도 장성군 지방의 박상의(朴象義). 전라북도 군산시 지방에서는 권삼득(權三得). 충청남도 대덕군 지방에서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충청북도 영동군 지방에서는 도선(道詵). 강원도 영월군 지방에서는 퇴계(退溪)이황(李滉). 경기도 양평군 지방에서는 이식(李植). 그리고 격암유록으로 유명한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가 여우구슬 덕에 위인이 되었다는 지역설화가 전해진다. 여기에 묻어가는 전우치는 덤.[11] 중국 전래설화에는 여우가 사람과 결혼해서 자식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살다가, 배우자가 늙어 죽자 어디론가 사라지는 이야기가 상당히 흔하다. 심지어 이렇게 사라진 여우조상님이 후손과 재회해서 자기 정체를 밝히고 도움을 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12] 사람이 사람 간을 빼먹는 것이 도시전설이라곤 하지만, 링크와 어린아이 간 빼먹기, 인육 항목과 야마다 아사에몬이 만들어 판매했다는 사형수의 간, 뇌, 쓸개, 담즙으로 만든 아사에몬 환(浅右衛門丸)의 내용을 보면, 이게 꼭 도시전설이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13] 대구, 명태에서 뽑아내는 생선간유는 비타민A와 D가 많아 지금도 약으로 쓰인다. 특히 넙치·돛돔·다랑어·가다랭이·고래류의 간에서 얻은 간유를 강간유라 하며 여기에는 상어의 스쿠알렌도 포함된다.[14] 그리고 "간은 왼쪽에서 생기며"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주석에서는 "기"(氣)가 왼쪽에서 발생해 오른쪽으로 내려와 간이 된다로 읽어야 한다 설명한다. 동양 한의학사에서 해부학에 대한 인식은 기원전부터 있었으니 심장과 간을 헷갈려서 이렇게 쓴게 아니라는 뜻. 그리고 실제로 간에는 많은 혈액이 모여든다.[15] 황달증세 관련은 서양의학과도 겹치는 의견. 그런데 눈을 조종하는 건 또 심장이라고 한다. 심장에 정신이 머무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 동의보감에서 눈은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이는 곳이자 혼백(魂魄)이 늘상 드나들며 신(神)과 기(氣)가 생겨나는 기관이다. "여우구슬"이 정기를 모아 눈에 일종의 투시력을 부여하고 여우가 생명력의 상징 간을 탐하는 구석을 생각해보면 재미난 부분들. 오장과 오행의 대응은 이렇다. 목木=간. 화火=[심장][16] 그럼 동양의학에서 "뇌"는 무시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백회혈(百會穴)을 중요시하는 도교의 영향을 받아 두뇌가 인체를 주관한다는 "뇌주설(腦主設)"이 심장을 인간의 근원으로 보는 한의학의 "심주설(心主設)"과 대립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머리의 둥근 모습은 하늘을 의미하며 여기에 "원신"(元神, 정신의 근본)이 깃들었다고 본다. 또한 동의보감은 도교 양생법 영향을 받아 머리의 "뇌"를 골수의 바다로 보았으며 머리를 신(神)이 간직된 가장 중요한 곳으로 봤다.[17] 풍수지리를 보는 사람[18] 원래 이 내용이 실린 문화원형콘텐츠닷컴에는 제주의 구미호 이야기가 실려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경주의 너구리 이야기로 교체되었다.[19] 이 칼럼은 설화보다는 최근의 드라마에서 보이는 구미호에 대한 사설이지만 그 신분제에 대한 정서는 과거의 설화와 현대의 드라마가 공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20] 반면 구미호와 달리 인간들은 한국 고전문학에서 홍길동전, 구운몽, 옥루몽 같은 소설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성을 발전시킨다.[21] 원문에는 빗장 쇠걸이로 나온다.[22] 조상의 무덤, 또는 그것이 있는 산. 산을 가리킬 때는 일가의 뫼를 한데 쓴 산으로서 종산(宗山)·족산(族山)이라고도 하며, 그 위에 묘각(墓閣) 등이 세워져 있고, 공지(空地)는 자손들이 계장(繼葬)할 땅이 된다. -사전 발췌[23] 창귀에 소개된 아장살이, 애총, 아총(兒塚)으로 어린 아기들을 묻은 돌무덤[24] 창귀항목에 설명된 "아장살이(아총兒塚)"무덤으로 추정.[25] 납치혼 항목에 나오지만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 및 납치에 해당하는 중범죄이다. 과거의 전근대적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26] 남성을 유혹해 정기를 빨거나 잡아먹고 환각을 주무기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가 유래인 라미아와 좀 비슷하다.[27] 동양에서 명궁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최상급 영웅을 상징한다. 중국의 예(신화)와 한국 천지왕본풀이의 대별왕이 태양을 화살로 떨어뜨린 신화가 그렇고, 고주몽을 비롯해 아시아의 많은 영웅들이 명궁의 자격을 갖췄다. 거타지 화살 한 방에 죽은 여우가 약한 게 아니라는 뜻[28] 3000년을 살았으니 19세기 일본 기담집에 등장한다는 공호(空狐)의 경지이다.[29] 귀자모신, 길상천 같은 불교 여신은 물론 벽하원군과 서왕모 등의 도교 여선들도 일단은 선녀의 한 갈래에 속한다.[30] 사전에 오른 명칭은 이물교구설화.[31] 요괴가 주요인물의 어머니로 둔갑해 며느리를 학대한단 점에서 한국 고전영화 여곡성의 "월아 귀신"과 닮기도 했다. 물론 월아의 경우는 억울하게 살해되어 복수귀가 될만한 이유가 있었다.[32] 미남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설화에서는 수컷 여우도 미녀 쪽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우가 음(陰)에 속한 짐승이므로, 같은 음의 존재인 여자 쪽이 그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33] 조선시대 왕실 소설인 태원지에서 등장한 여우들. 턱 아래에 이상한 털이 나있는 것만 빼면 모두 절세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34] 신의 대리인에 가깝다.[35] 신의 대리인에 가깝다. 작 중 묘사에 따르면 천호(天狐)에 가깝다.[36] 구판 《흑호》에서는 '지호'라는 이름이었다가 개정판인 《뫼신사냥꾼》에서는 '소소리'로 바뀌었다.[37] 특히 여우 요괴를 모티브로 한 몬스터들 중 최강의 힘과 존재감을 자랑한다![38] 사실 수아의 여동생이다.[39] 사실 연화는 실제 여우영물이 아니라 여우 가문이 보관하고 있었던 망가져버린 소원을 들어주는 법기 화수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