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26 12:56:18

미국 쇠퇴론

1. 개요2. 역사3. 이론
3.1. 과잉팽창
4. 분야
4.1. 문화4.2. 정치4.3. 경제4.4. 군사
5. 국가별 대응
5.1. 한국5.2. 싱가포르5.3. 미국
6. 참고자료7.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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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American decline

미국이 1990년대의 전성기를 지나서 쇠퇴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온건하게는 미국의 패권 약화로 인한 다극화에서부터, 극단적으로는 붕괴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미국 쇠퇴론이 있다.

상대적 쇠퇴론과 절대적 쇠퇴론이 있다. 상대적 쇠퇴론은 전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다른 국가들의 국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평범해지고,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다극체제가 도래한다는 것이고, 절대적 쇠퇴론은 그냥 미국이 망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2. 역사

미국 쇠퇴론은 베트남 전쟁 시기에 유행했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달러 무한정 찍어내기로 달러의 금 태환을 폐지하는 닉슨 쇼크가 일어났었다. 이후 헨리 키신저가 사우디 아라비아와 협력하여 페트로 달러 체제를 구축하여 달러 기축통화의 위기를 극복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와 걸프전으로 미국 쇠퇴론이 잠잠해졌다. 1990년대 당시에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담론이 유행했었다.

이후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과,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 미국 쇠퇴론이 다시 부상하였다. 2022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미국의 달러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에 투입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소모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미국이 달러를 얼마나 찍어내는지를 주시할 만 하다.

미국 쇠퇴의 원인으로 많이 지적되는 것으로, 미국이 자꾸만 불가능한 목표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돈 키호테"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밤하늘의 별을 잡자." 라는 구절과 같다.
미국은 반세기 이상을 '이룰 수 없는 목표'에 허비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단결력 있는 국민도 없고, 외부인이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닌데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 국가를 건립하겠다는 목표, 민주주의의 전통도 기반도 없는 이라크 같은 국가들에 민주주의를 심겠다는 목표, 실제로 군대를 보내 보호할 의도도 능력도 없으면서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 같은 국가들을 나토에 가입시키려는 목표 등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거짓 약속과 실패는 권력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레슬리 겔브(Leslie H. Gelb), 권력의 탄생(Power Rules), 15p
많은 자유주의자들이 이라크와 아랍을 민주화하겠다는 부시의 초기 계획에 동참했다.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했고 역사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야말로 위업을 세울 때라고 선언했었다.
미국인들은 현재 미국의 권력에 대해 두 가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한계 자체를 부정하고 미국이 전지전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한계를 인정하고 미국이 무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레슬리 겔브(Leslie H. Gelb), 권력의 탄생(Power Rules), 46p
일부 지도자 및 지식인들을 위시한 탈냉전 세대는 일부 미국인들 및 내재한 현실과 괴리감을 낳고 있으며, 그들은 대중에게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크게 과장하고 있다. 이는 수많은 우려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국제분야에 대한 다수의 대표 사상가들은 이와 같이 상황을 인식하여, 이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변했다고 믿는 다수의 미국인과 반대로, 마치 국가에 희망을 심으면 미국은 다시 일극체제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미국을 다시 수세적 태세로 전환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추구했던 것보다 훨씬 더 소극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특히 학계에서 잔존한다.

엘브리지 콜비, 거부전략: 강대국 분쟁시대 미국의 국방, 5P
when you’re the 800-lb gorilla, it’s hard to imagine that there are things you can’t do and its easier to succumb to a sense of hubris. That’s what happened to Bush in Iraq

만약 당신이 800파운드 고릴라라면, 당신이 해낼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고, 오만함에 굴복하기가 쉽습니다. 그것이 이라크에서 부시에게 일어났던 일입니다.
현실주의 학자인 스티븐 월트 교수는 Imbalance of power, 아카이브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The Power Problem: How American Military Dominance Makes Us Less Safe, Less Properous, and Less Free>라는 책을 추천한다.

1952년 12월 Denis William Brogan은 Harper's Magazine 21~28p 에 "The illusion of American omnipotence"(미국의 전능함이라는 환상) 이라는 유명한 글을 기고했다. 하퍼 아카이브, 인터넷 아카이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들이 과거의 성공과 영광에 도취되어, 지나친 자기 과신과 오만에 빠져서, 자신을 우상화하고 오판을 내려서 스스로 파멸하게 되는 휴브리스 라는 개념을 주장했다.성공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공통점
내가 너희의 세력으로 말미암은 교만을 꺾고 너희의 하늘을 철과 같게 하며 너의 땅을 놋과 같게 하리니

레위기 26장 19절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잠언 16장 18절
그가 마음이 높아지며 뜻이 완악하여 교만을 행하므로 그의 왕위가 폐한 바 되며 그의 영광을 빼앗기고

다니엘 5 장 20절

미국 쇠퇴론에 대한 담론에서, 미국에서 전통적 보수층인 고보수주의 세력과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학자들은 미국의 패권에 비관적 태도를 보이며 미국 쇠퇴론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고, 신보수주의 네오콘신자유주의 리버럴 세력들은 미국의 패권에 낙관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로마제국은 말기에 끝없는 대외 전쟁과 재정 적자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화에 불순물을 섞어서 화폐를 찍어내서 통화 가치를 하락시켰고, 인플레이션으로 시민들에게 비용을 전가시켰다. 그리고 문화적 향락주의와 타락도 특기할 만하다. 이런 점이 현대 미국과 비슷하다고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에게 지적된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Has America Entered the Fall of Rome?

팻 뷰캐넌은 2001년 <The Death of the West>저술, 2011년 Suicide of a Superpower: Will America Survive to 2025?를 저술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on why the end of America’s empire won’t be peaceful 이코노미스트 기고

2021년 이코노미스트

2024년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후버 연구소에서 전쟁사학자인 Victor Davis Hanson의 인터뷰이다. Victor Davis Hanson의 타운홀 기고 Are we the Byzantines?, American Paralysis and Decline


3. 이론

3.1. 과잉팽창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서 패권안정 이론세력전이 이론이 있다. 조지 모델스키(George Modelski)는 장주기 이론(Long Cycle)을 주장하였다. 로버트 길핀(Robert Gilpin)은 쇠퇴하는 패권 국가가 악의적 패권(Malevolent Hegemony)으로 전환되는 경우를 분석하였다. 폴 케네디 교수는 <강대국의 흥망>에서 제국적 과잉팽창(Imperial overstretch)을 주장하였다. 잭 스나이더(Jack Lewis Snyder)가 <제국의 신화>(Myths of Empire)에서 제국들이 제국주의적으로 과잉팽창(overexpansion)하여, 제국에 위협을 느낀 대항 세력들의 동맹을 형성시키는 자기 포위(self-encirclement)로 인하여 스스로 무너지는 자기 파멸적 행동을 한다고 분석하였다.
Civilizations die from suicide, not by murder.
아놀드 토인비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당시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의 패권에 잠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반패권적 동맹(antihegemonic coalition)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Brzezinski’s Prophecy, Ferguson’s Law, US ignores Brzezinski’s warning, faces dilemma 실제 역사에 비춰서 평가해보자면, 2차대전 직후 미국의 국력이 혼자 전세계 GDP의 50%를 차지하던 최전성기였으며, 소련과 중국은 2차대전의 폐허에서 재건하던 시기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도 미국은 무승부를 기록했었다. 중국과 소련이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시기인 베트남 전쟁에서는 아예 미국이 패배해버리고서, 헨리 키신저가 핑퐁외교로 중·소 결렬을 시도하고, 소련과는 데탕트를 추진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국력의 격차는 과거보다도 더욱 줄어들었다. 또한, 조지 워커 부시가 중동지역의 두 약소국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동시에 치루는 '2개의 전쟁' 동시수행 전략을 실행했다가, 둘 다 수렁에 빠지고 실패했다. 그런데 같은 중동지역에 있는 약소국 2개를 상대로도 수렁에 빠졌었는데, 유럽의 강대국인 러시아, 동아시아의 강대국인 중국, 인도양의 중견국가인 이란과 동시에 3개의 전쟁이 이뤄진다면, 미국은 전력을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3면 전쟁을 치루어야 한다. 그렇지만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어지간히도 패권주의적이고 일방주의적으로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과잉팽창으로 적들을 연합하게 만들지 않는 한, 그 세 나라가 이데올로기나 체제가 서로 상이하고 이해관계도 충돌하므로, 서로 협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실화되었다.#

니얼 퍼거슨The Second Cold War Is Escalating Faster Than the First 기고에서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을 인용하면서 적들이 연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고, 미국의 재정정책이 지속 불가능하다면서, 국방비보다 부채 상환 비용이 커진 역사 속의 모든 제국이 쇠퇴하였다는 퍼거슨의 법칙을 주장하였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학자들은, 나토가 동진하여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려는 시도를 미국의 과잉팽창으로 우려했다. 현실주의니까 도덕적이거나 명분론적인 이유는 아니고, 명백히 러시아가 유리한 세력권인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힘으로는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키기 어려운 나라들인데, 나토 동맹에 넣어주면서 과잉팽창했다가 방어에 실패하고 패배해버리면 미국의 안보공약 신뢰성이 폭락하니까 미국에게 손해다.
미국은 그루지아나 우크라이나를 NATO에 포함하는 것에 동의해서는 안 되는데, 그 이유는 두 국가 모두 러시아의 침공에 고도로 노출되어 있어 이들에 대한 방어가 수반할 대단한 위험과 비용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동맹에 의미심장한 이점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엘브리지 콜비, 거부전략: 강대국 분쟁시대 미국의 국방, 88P

지정학 학자인 'Manlio Graziano'는 United States: the end of an illusion of omnipotence라고 기고하면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자존심이나 자아도취 때문인지 자신의 쇠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게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맺고 있는 광범위한 동맹의 의무가 미국의 방어 능력을 초과한다는 과잉팽창에 관한 내용을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에서 인용한다.

냉전에서 봉쇄정책으로 유명한 조지 케넌은 1997년 2월 5일 뉴욕타임즈 사설 기고를 통하여, "NATO를 확장하는 것은, 냉전 이후 미국 정책에서 가장 치명적인 오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A Fateful Error
The overriding issue here is what the Yale historian Paul Kennedy called imperial overstretch.
...
Since the Cold War, however, the United States’ military frontier has advanced much further eastward. Regardless of how Russia’s brutal war in Ukraine ends, the United States has committed itself to sustaining a robust military presence on Russia’s doorstep. If alive today, Kennan would note the danger of cornering the Russians to the point where they might lash out. He would also gesture toward the United States’ multiple problems at home and wonder how this exposed presence in Eastern Europe accorded with the long-term foreign and domestic interests of the American people.
Foreign Affairs Kennan’s Warning on Ukraine

2007년 뮌헨 안보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기할 만한 연설을 하였다.
I think it is obvious that NATO expansion does not have any relation with the modernisation of the Alliance itself or with ensuring security in Europe. On the contrary, it represents a serious provocation that reduces the level of mutual trust. And we have the right to ask: against whom is this expansion intended? And what happened to the assurances our western partners made after the dissolution of the Warsaw Pact? Where are those declarations today? No one even remembers them. But I will allow myself to remind this audience what was said. I would like to quote the speech of NATO General Secretary Mr Woerner in Brussels on 17 May 1990. He said at the time that: "the fact that we are ready not to place a NATO army outside of German territory gives the Soviet Union a firm security guarantee". Where are these guarantees?

블라디미르 푸틴
워싱턴 포스트 링크는 연설 1개만 간단히 있다.Putin's Prepared Remarks at 43rd Munich Conference on Security Policy
크렘린 공식 사이트는 연설과 후속 질문 및 답변도 포함되어 있어서 내용이 더 길다.Speech and the Following Discussion at the Munich Conference on Security Policy

4. 분야

군사력은 경제력에 의하여 지탱되며, 경제는 정치에 의하여 통제받고, 정치는 문화에 의하여 형성된다. 사실 문화의 범위 안에 나머지 분야가 전부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야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미국을 자신의 희망으로 여기지만, 세계인들은 미국이 중대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음을 잘 알게 됐다. 어마어마한 국가 부채, 점점 심해지는 사회 불평등, 물질숭배 문화, 탐욕스러운 투기가 지배하는 금융 시스템, 양극화(polarization)된 정치 시스템이 미국을 괴롭히는 문제들이다.

미국의 현실 바로보기

미국이 국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가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결정하며, 그런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앞날이 어떨지를 평가하려면, 먼저 국가 차원에서 신중하게 판단하여 필요할 경우 국내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 무대에서 현재 미국이 가진 장점뿐만 아니라 약점도 냉철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
갈수록 위협이 커지는 미국의 주요 문제는 6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미국의 국가 부채다. 계속 불어나는 부채를 그냥 두면 결국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2010년 8월 보고서 <예산과 경제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공공 부채는 GDP 대비 약 60%다. 높은 비율이긴 하지만 세계 최악의 대열에는 들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임박해오면서 발생할 구조적인 예산 적자는 장기간에 걸쳐 중대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국가 부채를 추정해 본 브루킹스 연구소의 2010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현재 예산을 적용할 때 미국의 국가 부채는 2025년이 되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최고치였던 GDP 대비 108.6%를 넘어설 것이다. 이런 지출 추세를 감당하려면 상당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현재로서는 세금을 올릴 의지가 없는 듯하다. 따라서 늘어나는 국가 부채 때문에 중국 같은 주요 채권국의 책략에 미국이 더 취약해진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화의 지위가 위협받고, 세계의 걸출한 경제 모델로서 미국의 역할이 손상되면서 G20, 세계은행, IMF 같은 기구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아울러 국내 상황을 개선하는 미국의 능력이 제한을 받고,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능력도 크게 약화될지 모른다.

공공정책 전문가 R. C. 알트먼(Altman)과 R. N. 하스(Haass)는 2010년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미국의 방탕과 미국의 파워 American Profligacy and American Power'라는 글에서 미국의 암울한 전망을 이렇게 요약했다. "2020년 이후의 재정 전망은 완전히 절망적이다. ⋯⋯ 미국은 역사상 분기점으로 급속히 다가가고 있다. 재정을 현명하게 재정비하면 세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여건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만약 미국이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세입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개혁을 계속 미룬다면 고대 로마제국이나 20세기의 대영제국처럼 재정이 파탄 난 강대국들과 비슷한 운명을 맞을 수 있다.

둘째는 결함 많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큰 골칫거리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위험하고 규모를 부풀리는 행위 때문에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 국내에서 분노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해외에서 미국의 매력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 및 폐지와 관련한 의회의 무책임한 행동, 주택담보의 부실 대출,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의 투기꾼들이 주도한 미국 투자은행과 거래소의 도를 넘는 무모함은 2008년의 금융위기와 그에 이은 경기 침체를 촉발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안겼다.

설상가상으로 은행과 헤지펀드 전문 투기꾼들은 경제 혁신이나 일자리 창출에는 신경 쓰지 않고 어마어마한 이익을 챙겼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미국 내 금융 시스템의 최상위 집단들이 개도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내 일반인들과도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2009년 실무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직전까지 금융 부문 종사자들의 임금과 나머지 민간 부문 종사자들의 임금 비율은 1.7:1이었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미국 경제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규제를 통해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며, 경제 전반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투명성과 책임 소재를 규명할 수 있는 규제가 있어야 한다.

셋째, 소득격차 심화와 신분상승 가능성의 축소는 장기간에 걸쳐 사회 합의와 민주주의의 안정을 위협한다. 사회 합의와 민주주의는 미국의 효과적인 대외정책에 반드시 필요하기에 이는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1980년 이래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졌다. 1980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가계의 상위 5%와 하위 40%가 국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16.5%와 14.4%였다. 2008년에 이르자 그 비율은 각각 21.5%와 1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가계의 연간 소득이 아닌 소유한 부를 따졌을 때는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의 국가 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 가정의 상위 1%가 33.8%, 하위 50%가 고작 2.5%였다.

미국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 모두에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세계의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불평등한 사회라는 뜻이다. 그런 소득 불평등도 아메리칸 드림의 기본 개념인 신분상승의 기회가 많아졌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지난 몇 십 년간 미국은 신분상승의 기회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경제대국 중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주요 개도국 중에서는 브라질만이 미국보다 높은 소득격차를 보였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의 세대간 소득 이동성을 비교한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적 계층 이동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상위로의 소득 이동성 비율이 일부 유럽 국가들보다 뒤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주요 원인은 미국의 문제 많은 공교육 제도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은 초증등 교육에서 학생 1명당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인데도, 선진국 중 학업 성취도가 가장 뒤처진다. 이 떄문에 미국 경제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미국 시스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인적 자본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네번째 골칫거리는 국가 기반시설의 노후 현상이다. 중국은 새 공항과 고속도로를 건설하느라 바쁘다. 유럽과 일본, 중국은 첨단 고속철도를 자랑한다. 반면 미국의 공항, 고속도로, 철도는 20세기 그대로다. 중국의 고속철도만 해도 총연장 구간이 거의 5,000km에 이르지만 미국은 전무한 실정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공항은 워싱턴과 뉴욕의 공항보다 효율성이나 미적 감각에서 수십 년이 앞선다. 미국의 공항들은 부끄럽게도 갈수록 제 3세계의 분위기를 띤다. 이처럼 21세기에 적합한 기반시설 혁신에서 (지금도 지방에는 전근대적 사회 양식이 적지 않은) 중국이 미국보다 앞섰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미국 토목학회(ASCE)는 2009년 미국의 전반적인 기반시설 성적을 최저점인 D로 매겼다. 세부적으로는 항공 부문 D, 철도 부문 C-, 도로 부문 D-, 에너지 부문 D+로 평가했다. 미국의 도시 재개발도 무척 더디다. 수도 워싱턴 D.C.를 포함해 수많은 도시에서 빈민가와 낙후된 공공주택이 너무도 많다. 이는 정부가 사회에 무관심하다는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 시에서 워싱턴 D.C.까지 느리고 진동이 심한 '고속열차' 아셀라(Acela)를 타보면 차창 밖으로 미국의 낙후한 기반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20세기에 미국의 특징이었던 사회 혁신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탄탄한 국가 기반시설은 경제 효율성과 경제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며, 동시에 국가 전반의 역동성을 상징한다. 역사에서 보면 앞서가는 국가의 시스템이 성공적인지의 여부는 국가 기반시설의 상태와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고대 로마의 도로와 수로, 영국의 철도망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지적했듯이, 미국의 기반시설 상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경제를 갖춘 국가라기보다 쇠퇴하는 국가의 모습이다. 미국의 기반시설이 계속 녹슬면 경제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흥 강대국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지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시스템 경쟁이 더욱 가열될 수 있는 상황에서, 낙후된 기반시설은 미국의 침체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미국의 다섯 번째 문제는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에 매우 무지한 대중들이다. 미국인들은 기본적인 세계 지리와 시사 문제는 물론, 심지어 세계사에서 발생했던 중요한 사건에도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 이런 달갑지 않은 현실은 부분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공교육 시스템 때문이다. 200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프랑스, 일본, 멕시코, 스웨덴의 18~24세 사람들 중 세계 지도에서 미국을 찾을 수 있는 비율이 미국인들보다 높았다. 미국의 젊은 성인을 상대로 한 2006년 조사에서 63%는 중동 지도에서 이라크를 찾지 못했다. 이란을 못 찾은 비율은 75%, 아프가니스탄을 못 찾은 비율은 88%나 됐다. 미국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전쟁을 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최근 역사 지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4학년생 중 절반 이상이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NATO가 창설됐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성인의 30% 이상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싸운 두 나라의 이름을 대지 못했다. 미국인들의 지식 수준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보다 뒤쳐져 있다. 200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영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의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사와 지리에 대한 지식 수준을 비교했다. 미국은 개도국인 이웃나라 멕시코를 겨우 누르고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이렇게 미국인들이 무지한 현실은 미국 언론들이 국제문제를 잘 보도하지 않아서 대중들이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쉽게 접할 수 없어 더 악화된다. 5대 주요 신문은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언론과 TV는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나 대재난을 제외하고는 국제 뉴스를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뉴스라고 하면 사소한 소식이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간주되는 경향이 짙다. 많은 대중들이 무지한 상황이 누적되면, 대중은 선동가들이 부추기는 두려움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특히 테러가 발생할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 두려움은 자멸적인 대외정책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높인다. 대중이 무지한 데다 이익단체의 로비까지 겹치면, 탈냉전 시대의 복잡한 국제 현실을 무시하고 극단주의자들의 단순한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는 정치 환경이 될 것이다.

미국이 안고 있는 여섯 번째 문제는 다섯 번째와 관련이 있는데, 정치 시스템이 갈수록 정체되고 당쟁도 심해지는 현상이다. 정치권의 타협이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는 미디어(특히 TV, 라디오 토크쇼, 정치 의견을 담은 블로그)가 갈수록 당파성을 띠고 독설이 난무하는 것에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비교적 지식이 적은 대중은 흑백 논리의 선동에 쉽게 현혹된다. 그 결과 정치가 마비되면서 재정적자 감축 같은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을 도출할 수 없다. 그래서 세계인들에게 미국은 긴요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력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더구나 선거자금 기부에 크게 기대는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돈은 많지만 편협한 국내외 로비단체에 쉽게 흔들린다. 이런 단체들은 미국의 국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정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다. 랜드 연구소의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크고 깊은 뿌리를 가진 정치 양극화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미국은 좌익과 우익 사이의 장기적인 정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의 여섯 가지 상황은 미국의 쇠퇴가 필연적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에게 유리한 근거가 된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략적 비전, 62~70p

4.1. 문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 1장에서 로마제국의 붕괴의 원인으로 제국적 오만의 시대가 지속됨에 따라 문화적 향락주의(cultural hedonism)가 만연하게 되었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제국 체제를 사회적 희생 없이는 지탱할 수 없게 되었는데, 시민들이 더 이상 그러한 희생을 감수하려 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책 후반부에서 미국의 주류 문화가 점차 개인적 물신성과 사회 도피적 주제에 지배되어 온 대중적 오락에 빠져들고 있는데, 사회적 물신주의와 소비에 우선 순위를 두는 문화의 결과로 물질적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져만 가고, 마약의 확산과 종교에 기반한 중심 가치가 극적으로 쇠퇴하는 현상에 직면해 있으며, 이것은 로마제국같은 제국 체제의 쇠퇴기에 나타나는 현상과 놀랍게도 유사하다고 평가하였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모리스 버만'은 <미국 문화의 몰락> 저술하여, 미국이 로마제국 말기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2006년<Dark Ages America>출간, 2015년 국내에 <미국은 왜 실패했는가>가 출간되었다.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2011년 국내출간된 <미국의 굴욕>에서 미국이 5가지 환상에 빠져있다면서, 저급한 대중문화와 문맹, 포르노 산업, 실패한 공교육, 긍정심리학이라는 힐링산업, 빚잔치로 운영되는 방만한 국가 경제를 문제로 지목하였다. 2019년 국내출간된 <미국의 미래>에서 미국이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라고 말한다.

National Review 기고 U.S. Marriage Rate Has Declined 60 Percent Since 1970, Study Shows, American Students Fail in Civics and History Testing, Declining Birth Rates Threaten the American Dream, The Sad Decline of American Higher Education, A Better Poll on the Decline of American Patriotism

The American Conservative 기고 Christianity’s American Decline, American Values, Our LGBT Empire

차이나 아카데미 How did American Culture Collapse?

주한 미 대사관은 한국의 퀴어퍼레이드를 지지하였다.#

4.2. 정치

정치적으로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여론은 양극화의 끝을 달리고 있다. 이는 트럼프 지지 세력의 국회의사당 점거로 드러났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2006년에 국내에 <기로에 선 미국>을 출간하였다. 후쿠야마는 2021년에 이코노미스트에서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극심한 분열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Francis Fukuyama on the end of American hegemony, 아카이브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대외정책: ‘중도의 몰락(Dead Center)’ 논쟁의 이해

The American Conservative 기고 Are Americans Headed Toward a Civil War?

4.3. 경제

니얼 퍼거슨은 미국의 부채 증가와 금리 증가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실질적 국방비 감소로 인한 제국의 쇠퇴를 주장하였다.Ferguson: How Economic Weakness Endangers the U.S. 퍼거슨은 제국의 국방비보다 국채 이자를 지불하는 부채 상환 비용이 증가하면 쇠퇴한다는 퍼거슨의 법칙을 주장했다.

2024년 제이미 다이먼은 미국의 재정 적자와 부채 증가에 대하여 경고했다.Jamie Dimon is worried about how much the US is borrowing. Here’s why

2024년 NYT Why Are We Gambling With America’s Future?에서 미국이 재정적자와 과도한 부채와 금리로, 국채 이자를 빚 내서 빚 갚느라고, 빚을 더 만드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베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교수는 <달러제국의 몰락>(Exorbitant privilege) 저술

레이 달리오<변화하는 세계 질서>(The Changing World Order) 에서 역사적인 제국들과 기축통화의 흥망성쇠를 살펴보고, 미국과 달러 패권이 쇠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담비사 모요(Dambisa Moyo)는 <미국이 파산하는 날>을 저술

Independent Institute Sanctions Are for Losers 제재 무용론

'스기타 히로키'는 <미국의 제재 외교>를 저술, 제재 남발로 인한 달러 패권 약화에 관한 내용

금융제재가 달러패권질서에 미치는 영향

4.4. 군사

디펜스원 ‘It Failed Miserably’: After Wargaming Loss, Joint Chiefs Are Overhauling How the US Military Will Fight

WSJ THE U.S. IS NOT YET READY FOR THE ERA OF ‘GREAT POWER’ CONFLICT

폴리티코 The Pentagon Is Freaking Out About a Potential War With China (Because America might lose.)

헤리티지 재단 In 2024, the U.S. Military Is Weak…and That Should Scare You, Declining U.S. Military Strength Reveals a Deeper Leadership Crisis

전략연구 미국과 미군, 몰락하고 있는가? : 미국의 전쟁 수행 방식과 전쟁 문화를 중심으로

5. 국가별 대응

미국은 중국 해군과 균형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군사적 배치가 되어있다고 믿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의 수심이 낮기 때문에 중국 잠수함을 포함한 선박의 이동을 모두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우위를 언제까지 지속할수 있을까? 100년? 아니 50년? 가능성이 낮다. 20년? 어쩌면. 마지막으로 지금의 균형상태는 향후 몇 십년간의 미국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이다. 군함과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등 군사력을 유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태평양에서의 군사 우위를 놓고 대결하면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아시아 국가들은 눈치껏 상황에 적응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강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지만 약자는 강요된 일을 인내해야 한다." 아시아의 약소국들은 이런 불편한 처지를 부정할지 모르지만, 아태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에 눈을 뜬다면 이들 국가 역시 대외전략을 수정하게 될 것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해지는 중국에 대한 호불호에 더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중국에 의해 완전히 지배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역시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서태평양에서 완전히 밀어낼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
리콴유,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 59p
유망국의 지역패권 형성을 거부하는 것은 미국의 근본적인 국가 목적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느냐의 여부는 미국 생존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걸려있는 판돈은 비록 매우 높은 값이지만, 진정으로 실존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달리 보면, 중국과 전쟁을 수행하는 비용은 충분히 실존적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하여 막대한 해를 입힐 수 있다. 핵무기의 시대에 중국은 높은 신뢰도와 막대한 효과로써 미국에 가장 과중한 비용을 부과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생존 그 자체도 위협할 수 있다.

이 사실은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분쟁이 이런 비용에 대한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고 결정할 수 있고, 미국이 스스로 잘 방어할 수 있는 서반구에 머물 동안 중국이 아시아에 대한 지역패권을 형성하게 둘 수 있음을 의미하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의 연합국가들을 휘청거리게 둔 채로 그 지역으로부터 위기나 전쟁을 포함한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다. 역외국가(offshore state)로서 이런 장점에 대한 영국의 자유로운 활용은 많은 유럽의 대륙국가들이 "배신자 알비온(Perfidious Albion)"이라고 비난한 이유이기도 하다. 허풍전략(bluffing strategy)의 매력은 위기나 갈등순간이 역외국가가 철수하기에 가장 호소력 있는 때라는 점에 있다.
엘브리지 콜비, 거부전략: 강대국 분쟁시대 미국의 국방, 47P

5.1. 한국

미국의 패권에 의하여 보장된 평화의 시대가 끝나고,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충돌이 다시 시작되었다. 미국의 패권에 의하여 보장되는 국제질서라는 공공재에 의존하여 살아온 한국에게 있어, 미국의 쇠퇴는 그야말로 끈 떨어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각자도생에 처하게 될 위험에 직면하게 한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쇠퇴하면서 지정학적 위기에 처할 대표적인 국가들로, 조지아(그루지야), 아프가니스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파키스탄, 대만, 한국 등 8개국을 지목하였다.# 이 중에서 조지아는 사카슈빌리 대통령 때에 전쟁을 겪고 영토를 상실했는데도 서방은 지원해주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군이 군사 기지에 무기와 장비들까지 남겨놓고 도주하듯이 철수하고 나서# 탈레반이 접수하면서 멸망하였다. 벨라루스는 2020년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되었고 영토를 상실하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을 하게 되었다. 파키스탄의 경제는 붕괴되었다. 이제, 대만과 한국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쇠퇴하면서 한국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에 의존하던지, 아니면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예측했다."한국, 美쇠퇴시 고통스러운 양자택일 직면", 미국 쇠퇴하면, 한국 핵 무장 가능성
본 논문은 한국의 핵 프로그램 보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때문에, 한국의 핵 프로그램 보유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국가의 생존만큼 중요한 이익은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핵 정책에 대한 이론적 고찰 및 함의: 방어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 중심으로
과연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가? 본 논문은 북핵 위협과 중국의 안보위협이 증가하면 한국은 궁극적으로 내적 군사력을 극대화하는 공격적 균형전략을 취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자체적 핵무장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북한/중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이 증가할수록 한국도 예외 없이 현실주의적 논리에 따라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존의 소극적인 헤징전략에서 벗어나 내적 군사력을 극대화하는 공격적인 균형전략을 취하려 할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독자적 핵무장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무정부적 국제체제라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핵미사일로 중무장한 북한과 중국의 궁극적 의도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두려움으로 인해 결국 자신의 생존을 가장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WMD)인 핵무기를 포함한 획득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군사력을 내부적으로 극대화함으로써 한반도/동북아에서 세력균형을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힘을 극대화하는 방법만이 국제체제의 무정부 상태에서 자신의 생존과 안보를 가장 확실하게 확보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
이러한 격동기에 우리는 '각주구검'의 고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명청 교체기구한말에 비유할 만한 근본적인 시대 변화가 현 역사 국면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그간 당연시되었던 한국 외교 정책 패러다임이 더 이상 현실적인 해법이 되지 못할 수 있음을 깨닫고, 그 전제와 가정 전반을 재고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사실상 전 기간 대한민국은 미국의 압도적 현존과 패권질서를 디폴트로 삼아 외교정책을 구성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기본 조건이 거의 사라진 환경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된 국가전략 패러다임을 생산해내야만 하는 산고의 시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탈냉전 30년의 대북한 정책은 결국 실패했다. 단극체제 아래서 자유세계질서의 규범을 어긴 '깡패국가' 혹은 '악의 축'을 처벌하는 이슈로 북한 문제가 규정된 최상의 대외적 조건이었음에도 그러했다. 패권국 미국 주도의 강도 높은 제재와 외교협상이라는 채찍과 당근의 조합이 여러 행정부를 거쳐 가며 시도됐지만, 우리는 비핵화도 통일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탈단극이라는 완전히 전환된 국제정치 구조 속에서 북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심지어 현재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자 "비대칭 확전"이라는 가장 공격적 핵교리를 갖고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벌일 군사기술적 완성도를 갖춰 가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어느 모로 보나 김정은 정권은 더 이상 핵과 미사일을 '흥정'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음이 분명해보이며,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반복적으로 대북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온 것에서 나타나듯 국제 사회가 합심해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던 집단 안보 거버넌스도 이제는 과거지사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더 이상 기존 탈냉전 30년의 자유주의적 가정과 전제 위에서 대북정책을 기획해나갈 수는 없다. 무엇보다 비핵화와 통일이 당분간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는 점을 완전히 인정한 뒤에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해야만 한다. 결국 대안은 현실주의적 패러다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핵보유국 북한과 공존할 수 있는 '공포의 균형'을 군사적 측면에서 구축하고, 군비통제 협상을 통해 핵을 머리에 이고도 안정적으로 남북관계를 운용할 수 있는 외교적 위험 관리 방안을 주변국들과 함께 모색해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해법은 불만족스러우며 정치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 핵균형 속에서도 늘 전쟁의 위험은 상존할 것이고, 남북한 모두에서 안보 논리의 우위 속에 자유와 인권 이상의 실현은 지연될 것이다.

그럼에도 매우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불완전한 임시적 해법이야말로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말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사는 방법일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따듯한 봄의 평화가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될 차디찬 겨울 풍경일 테지만, 그런 긴 겨울을 준비해야 할 만큼 신냉전 초입에 서 있는 오늘날 한반도의 정세는 엄혹하다.
차태서, 30년의 위기 - 탈단극 시대 미국과 세계 질서, 364~366p

한국은 유교 성리학자들이 조선을 멸망으로 이끌고 간 성리학적 대의명분론과, 화이론과 같은 형이상학적 관념론, 선악 이분법, 진영 논리, 가치 외교를 버려야만 한다. 이해득실에 따른 철저한 현실주의 국제관계학의 관점을 가져야만 전란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소련의 미국개입유도설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재림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념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외교 전략상 비타협성이 증대될 수밖에 없는데, 열강 간 경쟁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중간국의 입장에서 이는 융통성 없고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지정학적 갈등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홉스적 세계가 귀환한 마당에 그에 걸맞게 국가 간 타협과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의 공간을 열어둘 수 있는 현실주의적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통념과 다르게 한국의 대외정책 관련 공론장에서 목소리가 아주 작은 현실주의자들이 지닌 제일의 미덕은 흑백 이분법이 아니라 회색빛의 세계를 직시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인내할 수 있는 중용의 정신에 있다. 바로 그러한 자기 억제의 실천지(prudence)가 지금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 외교에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차태서, 30년의 위기 - 탈단극 시대 미국과 세계 질서, 369p

5.2. 싱가포르

급변하는 환경에 싱가포르의 기본 전략은 비록 싱가포르 경제가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맞물려 있긴 하지만 다른 국가,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싱가포르는 중요한 존재이다. 우리는 이 지역 다도해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는 한 우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키워간다 하더라도 미국은 싱가포르와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차원의 강한 유대를 중단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또한 아세안 국가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에 더 가까이 갈 것이란 것을 안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 똑같이 싱가포르에 중국 군함의 배치를 요구한다면 싱가포르는 이를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한 쪽은 취하고 한 쪽은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오랫동안 싱가포르가 유지해야 할 정책 노선이다.
리콴유,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 61p

5.3. 미국

근본적인 국가 정체성 차원에서 미국이 보편적 이상을 수호하는 예외적 국가로서 세계의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탈냉전기의 기본 가정과 사명의식에 대한 성찰도 요구된다. 지난 10여 년 간 세계의 세력균형에 근본적 변화가 도래했고 미국의 지구적 지위·목표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선악 이분법을 통해 상대를 악마화하는 예외주의에 내재한 정체성 정치의 위험성을 성찰해야만 한다.
결국 미래의 미국 지도자들은 전통적인 외교 대전략 패러다임에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인지하고, 더 잘 운영되는 개선된 버전의 트럼프식 외교정책 - "역외균형 현실주의(offshore balancing realism)" - 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비록 트럼프는 전혀 좋은 대통령이라고 볼 수 없는 인물이었고, 실제 정책 수행에서도 서투름과 비일관성이 두드러졌지만, 그가 미국 대전략의 전제들, 탈냉전적 합의에 대한 근본적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이전 자유세계질서에 대한 낭만적 향수가 미국 외교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면 이는 반복되는 비극의 씨앗이자 역사적 기회의 상실이 될 것이다.
차태서, 30년의 위기 - 탈단극 시대 미국과 세계 질서, 316p

6. 참고자료

미국 쇠퇴론의 쟁점과 실증적 분석

쿼바디스(Quo Vadis) 아메리카: 미국의 쇠퇴와 바이든의 등장

미국패권 변화의 동학과 세계체계분석의 경계들: 이론적 대안 모색을 위한 시론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단극의 환상과 현실: 탈냉전기 미국 대전략의 진화

자제 대 패권: 탈냉전기 미국 대전략의 이해

미국 패권은 예외적인가?: 아이켄베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이론 비판

종전 70주년과 21세기 미국의 동북아 동맹전략 - 전후체제 변경시도에 대한 공격적 현실주의의 평가와 대응방안 -

트럼프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대외정책

2024년 1월 The Hill Five reasons American decline appears irreversible

2023년 6월 The Atlantic America Is Headed Toward Collapse

CSIS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분석이다. the American Threat to the United States

세계경제포럼 2016년 발표 내용 America’s dominance is over. By 2030, we'll have a handful of global powers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2012년 1월 Foreign Policy 기고문After America, 2012년 2월 VOA 기사미국 쇠퇴하면, 한국 핵 무장 가능성 <거대한 체스판>, <미국의 마지막 기회>, <전략적 비전> 저술

스티븐 월트 교수 2011년 10월 National Interest 기고문The End of the American Era 에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를 이끌지 못하며, 세계는 다극화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2016년 6월 Foreign Policy 기고문The Collapse of the Liberal World Order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Bound to fail: The rise and fall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저술,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저술

엠마뉘엘 토드(Emmanuel Todd) 교수 2001년 <제국의 몰락>(After the Empire)저술, 2022년<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저술, 2024년 <The Defeat of the West> 프랑스어로 저술‘나치즘’의 유혹에 빠진 서구의 니힐리즘, French Best-Seller: U.S. Is a ‘Nihilist Empire’, #

가브리엘 콜코 교수 <제국의 몰락>(World in crisis: the end of the American century) 저술

안드레이 마르티아노프는 2018년 <Losing Military Supremacy: The Myopia of American Strategic Planning> 저술, 2021년 <Disintegration: Indicators of the Coming American Collapse>를 저술하였고, 2024년<모든 제국은 몰락한다 - 미국의 붕괴>라는 이름으로 국내 출간하였다

앨프리드 맥코이 <대전환: 2030 미국 몰락 시나리오> 저술

드미트리 오를로프(Dmitry Orlov)는 <예고된 붕괴 : 미국은 소련의 종말을 쫓고 있는가>저술

톰 하트만(Thom Hartmann)은 <2016 미국 몰락> 저술, 80년 주기설 주장

자크 사피르(Jacques Sapir) <제국은 무너졌다> 저술

미래를 기록한 두 명의 역사학자 "미국 붕괴, 머지않았다" 에서 세대 이론가 닐 하우(Neil Howe)는 80년 주기설을 주장하였고 <제4의 전환이 도래했다(The Fourth Turning Is Here)>를 저술, 피터 터친(Peter Turchin)은 비생산적인 기생 엘리트의 과잉으로 인한 쇠퇴를 주장하였다. <Historical Dynamics: Why States Rise and Fall>저술, <Ages of Discord>저술, <Secular Cycles>저술, <War and Peace and War: The Rise and Fall of Empires>저술, <종말(End Times: Elites, Counter-Elites, and the Path of Political Disintegration)> 저술

American Profligacy and American Power(미국의 방탕과 미국의 파워)

Townhall 기고 5 Reasons America Is In Decline 문화적 쇠퇴, Saving America from Its Looming Decline 적자재정 부채문제, 20 Signs America is in Decline

Washington Times 기고 America is showing signs of an early decay, Has America entered the fall of Rome?, The decline of America

세계일보 워싱턴 타임즈 쇠퇴하는 미국

7.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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