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25 20:49:11

임정기

<colbgcolor=#fedc89,#670000><colcolor=#670000,#fedc89> 고려사(高麗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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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ding [ 세가(世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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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wcolor=#670000,#fedc89> 1·2권 3권 4·5권
태조 · 혜종 · 정종定宗 · 광종 · 경종 성종 · 목종 현종 · 덕종
<rowcolor=#670000,#fedc89> 6권 7·8·9권 10권
정종靖宗 문종 · 순종 선종 · 헌종
<rowcolor=#670000,#fedc89> 11·12·13·14권 15·16·17·18·19·20권 21권
숙종 · 예종 인종 · 의종 · 명종 신종 · 희종 · 강종
<rowcolor=#670000,#fedc89> 22·23·24권 25·26·27권 28·29·30·31·32권
고종 원종 충렬왕
<rowcolor=#670000,#fedc89> 33·34·35권 36권 37권
충선왕 · 충숙왕 충혜왕 충목왕 · 충정왕
<rowcolor=#670000,#fedc89> 38·39·40·41·42·43·44권 133·134·135·136·137권열전 45·46권
공민왕 우왕 · 창왕 공양왕
<colbgcolor=#fedc89,#670000><colcolor=#670000,#fedc89> [ 지(志) ]
47·48·49권 「천문(天文)」 / 50·51·52권 「역(曆)」 / 53·54·55권 「오행(五行)」 / 56·57·58권 「지리(地理)」 / 59·60·61·62·63·64·65·66·67·68·69권 「예(禮)」 / 70·71권 「악(樂)」 / 72권 「여복(輿服)」 / 73·74·75권 「선거(選擧)」 / 76·77권 「백관(百官)」 / 78·79·80권 「식화(食貨)」 / 81·82·83권 「병(兵)」 / 84·85권 「형법(刑法)」
[ 표(表) ]
86·87권 「연표(年表)」 }}}}}}}}}{{{#!wiki style="display: inline-block; min-width:25%"
{{{#!folding [ 후비·종실·공주 열전(列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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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권 「후비1(后妃一)」
89권 「후비2(后妃二)」
90권 「종실1(宗室一)」
91권 「종실2(宗室二)」·「공주(公主)」
태조
신혜왕후 유씨 · 장화왕후 오씨 · 신명순성왕태후 유씨 · 신정왕태후 황보씨 · 신성왕태후 김씨 · 정덕왕후 유씨 · 헌목대부인 평씨 · 정목부인 왕씨 · 동양원부인 유씨 · 숙목부인 · 천안부원부인 임씨 · 흥복원부인 홍씨 · 후대량원부인 이씨 · 대명주원부인 왕씨 · 광주원부인 왕씨 · 소광주원부인 왕씨 · 동산원부인 박씨 · 예화부인 왕씨 · 대서원부인 김씨 · 소서원부인 김씨 · 서전원부인 · 신주원부인 강씨 · 월화원부인 · 소황주원부인 · 성무부인 박씨 · 의성부원부인 홍씨 · 월경원부인 박씨 · 몽량원부인 박씨 · 해량원부인
태자 왕태 · 문원대왕 왕정 · 증통국사 · 대종 왕욱 · 안종 왕욱 · 왕위군 · 인애군 · 원장태자 · 조이군 · 수명태자 · 효목태자 왕의 · 효은태자 · 원녕태자 · 효성태자 왕림주 · 효지태자 · 태자 왕직 · 광주원군 · 효제태자 · 효명태자 · 법등군 · 자리군 · 의성부원대군 · 안정숙의공주 · 흥방궁주 · 대목왕후 · 문혜왕후 · 선의왕후 · (정덕왕후 소생 공주) · 순안왕대비 · (흥복원부인 소생 공주) · (성무부인 소생 공주)
{{{#!wiki style="margin: -16px -11px" 혜종 정종 광종
의화왕후 임씨 · 후광주원부인 왕씨 · 청주원부인 김씨 · 궁인 애이주 문공왕후 박씨 · 문성왕후 박씨 · 청주남원부인 김씨 대목왕후 황보씨 · 경화궁부인 임씨
흥화궁군 · 태자 왕제 · 경화궁부인 · 정헌공주 · 명혜부인 경춘원군 · (문성왕후 소생 공주) 효화태자 · 천추전부인 · 보화궁부인 · 문덕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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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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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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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후 왕필 · 원명국사 징엄 · 대방공 왕보 · 대원공 왕효 · 제안후 왕서 · 통의후 왕교 · 대령궁주 · 흥수궁주 · 안수궁주 · 복령궁주 승덕공주 · 흥경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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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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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ding [ 열전(列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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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권
홍유 배현경 신숭겸 복지겸 · 유금필 · 최응 · 최언위 (최광윤 최행귀 최광원) · 왕유 왕자지 · 박술희 · 최지몽 · 왕식렴 · 박수경 · 왕순식 이총언 견금 윤선 흥달 선필 태평 · 공직 · 박영규
93권
서필 · 최승로 최제안 · 쌍기 · 최량 · 한언공 · 류방헌 · 김심언 · 최항 · 채충순
94권
서희 서눌 서공 · 유진 · 강감찬 · 최사위 · 황보유의 장연우 · 양규 (양대춘) · 지채문 지녹연 · 하공진 · 김은부 · 주저 · 강민첨 · 곽원 · 왕가도 · 김맹 · 류소 · 윤징고 · 위수여 · 전공지 · 이주헌 · 이주좌 · 안소광 · 조지린
95권
최충 최유선 최사제 최약 최윤의 · 이자연 이자량 이자인 이혁유 이자현 이자덕 이예 이공수 이지저 이오 이광진 · 박인량 박경인 박경백 박경산 · 황주량 · 류신 · 왕총지 · 위계정 · 소태보 왕국모 고의화 · 문정 · 정문 · 김원정 · 손관 · 최사량 · 김선석 · 임의 임원후 임극충 임극정 임부 임유 임익 임항 · 김한충
96권
최사추 · 김인존 · 윤관 윤언순 (윤언식 윤언민 윤언이) 윤인첨 윤세유 윤상계 · 오연총
97권
김부일 김부의 · 고령신 · 김황원 이궤 · 곽상 곽여 · 유재 호종단 신안지 · 김경용 (김인규) · 최홍사 · 한안인 · 이영 · 한충 · 임개 유녹숭 · 김준 · 류인저 · 강증 · 허경 · 문관 · 정항 정서 · 김극검 · 김약온
98권
김부식 김돈중 김군수 · 정습명 · 고조기 · 김정순 · 정극영 · 박정유 · 최사전 · 김향 · 최자성 · 김진 · 임완 · 최기우 · 김수자 · 최유 · 이숙 이위 · 허재
99권
양원준 · 최유청 최당 최린 최선 최종준 최온 최문본 최평 최옹 · 이공승 · 신숙 · 한문준 · 문극겸 · 류공권 류택 · 조영인 · 왕세경 · 이순우 · 임민비 · 최척경 · 함유일 · 염신약 · 이지명 · 유응규 유자량 · 현덕수 · 최균 최보순 최윤개 · 김거공 · 한유한
100권
두경승 · 우학유 · 노영순 · 조위총 · 방서란 · 박제검 · 기탁성 · 홍중방 · 경대승 · 진준 · 최세보 · 박순필 · 이영진 · 백임지 · 이준창 · 최충렬 · 정세유 정숙첨 정안 · 정국검 이유성 · 정방우 · 정언진
101권
민영모 민식 · 송저 · 김광중 김체 · 안유발 · 최여해 · 최우청 · 왕규 · 차약송 기홍수 · 정극온 · 류광식 · 권경중 · 김태서 김약선 김미 · 문한경 권세후 백돈명 · 노인수 · 김의원
102권
금의 · 이규보 이익배 · 유승단 · 김인경 김승무 · 이공로 · 이인로 오세재 조통 임춘 · 조문발 · 이순목 이수 · 김창 · 송국첨 · 최자 하천단 · 채송년 채정蔡楨 · 손변 · 권수평 · 이순효 장순량 · 송언기 · 김수강 · 김지대 · 이장용
<rowcolor=#670000,#fedc89> 103권 104권
조충 조변 · 김취려 김문연 김변 · 이적 · 채정蔡靖 · 박서 송문주 · 김경손 김혼 · 최춘명 · 김희제 · 이자성 · 김윤후 · 김응덕 김방경 김구용 김제안 김흔 김순 김영돈 김영후 김사형 박구 · 한희유 · 나유 나익희 · 원충갑 · 김주정 김심 김종연 김석견
105권
류경 류승 류돈 류만수 · 허공 허종 허관 허금 허부 허유 · 홍자번 홍승서 홍영통 · 정가신 · 안향 안우기 안목 · 설공검 · 유천우 · 조인규 조서 조연 조덕유 조린 조연수 조위
10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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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wcolor=#670000,#fedc89> 107권 108권
한강 한악 한수 한방신 · 원부 원충 원호 원선지 원송수 · 김련 · 김부윤 · 정인경 · 권단 권부 권준 권렴 권용 권적 (권고) 권화 권근 · 민지 민상정 민종유 민적 민사평 민변 민제 · 김지숙 김인연 · 정선 · 이혼 · 최성지 최문도 · 채홍철 · 김이 · 이인기 · 홍빈 · 조익청 · 배정지 · 손수경
109권
박전지 · 오형 · 이진 · 윤신걸 박효수 · 허유전 · 박충좌 · 윤선좌 · 이조년 이승경 · 이곡 · 우탁 · 안축 안종원 안보 · 최해 · 장항 · 이성 · 조렴 왕백 · 이백겸 · 신군평
<rowcolor=#670000,#fedc89> 110권 111권
최유엄 · 김태현 김광재 · 김륜 김경직 김희조 김승구 · 왕후 왕중귀 · 한종유 · 이제현 이달존 이보림 · 이능간 염제신 · 이암 이강 · 홍언박 홍사우 류연 · 류탁 · 경복흥 · 김속명 · 이자송 · 조돈 조인옥 · 최재 · 송천봉 · 홍중선 · 김도 · 임박 · 문익점
112권
이공수 · 류숙 류실 · 이인복 · 백문보 · 전녹생 · 이존오 · 이달충 · 설손 설장수 · 한복 · 이무방 · 정습인 · 하윤원 · 박상충 · 박의중 · 조운흘
113권
안우 김득배 이방실 · 정세운 · 안우경 · 최영 · 정지 · 윤가관 · 김장수
1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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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 우현보 · 이숭인 심덕부 · 이림 · 왕강 · 박위 · 이두란 · 남은 정몽주 · 김진양 · 강회백 · 이첨 · 성석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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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정도전 윤소종 윤회종 · 오사충 · 김자수 }}}
121권
<rowcolor=#670000,#fedc89> 「양리(良吏)」 「충의(忠義)」
유석 · 왕해 · 김지석 · 최석 · 정운경 홍관 · 고보준 · 정의 · 문대 · 조효립 · 정문감
<rowcolor=#670000,#fedc89> 「효우(孝友)」 「열녀(烈女)」
문충 · 석주 · 최루백 · 위초 · 서릉 · 김천 · 황수 · 정유 · 조희참 · 정씨 · 손유 · 권거의 노준공 · 신씨 · 윤구생 · 반전 · 군만 유씨 · (현문혁의 처) · (홍의의 처) · (안천검의 처) · (강화부 세 여인) · 최씨 · 배씨 · 문씨 · 김씨 · 안씨 · 이씨 · (권금의 처)
12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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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제 · 이녕 (이광필) · 이상로 · 오윤부 · 설경성 정함 · 백선연 · 최세연 · 이숙 · 임백안독고사 · 방신우 · 이대순 · 우산절 · 고용보 · 김현 · 안도치 · 신소봉 · 이득분 · 김사행 송길유 · 심우경 }}}
123권 「폐행1(嬖幸一)」
유행간 · 영의 · 김존중 · 정세신 · 백승현 · 강윤소 · 염승익 · 이분희 이습 · 권의 채모 이덕손 · 임정기 (민훤) · 주인원 · 이지저 고종수 김유 · 인후 인승단 · 장순룡 차신 노영 · 조윤통
124권 「폐행2(嬖幸二)」
윤수 윤길보 (송화) · 이정 김문비 이병 · 원경 · 박의 · 박경량 · 전영보 · 강윤충 · 배전 · 민환 · 윤석 · 손기 · 정방길 임중연 강융 · 신청 박청 · 왕삼석 양재 조신경 최노성 윤현 안규 · 최안도 이의풍 김지경 이인길 · 노영서 박양연 송명리 · 김흥경 · 반복해 · 신원필
125권 「간신1(姦臣一)」
문공인 · 박승중 · 최홍재 · 최유칭 · 박훤 · 송분 · 왕유소 · 송방영 · 오잠 석주 · 김원상 · 류청신 · 권한공 · 채하중 · 신예 전숙몽 · 이춘부 · 김원명 · 김횡 · 지윤
126권 「간신2(姦臣二)」
이인임 · 임견미 · 염흥방 · 조민수 · 변안열 · 왕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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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길 · 이흔암 · 왕규 · 김치양 · 강조 · 이자의 · 이자겸 · 척준경 · 묘청 (정지상) 정중부 이광정 송유인 · 이의방 · 이의민 · 정방의 · 조원정 석린 최충헌 최이 최항 최의 }}}
<rowcolor=#670000,#fedc89> 130권 「반역4(叛逆四)」 131권 「반역5(叛逆五)」
한순 다지 · 홍복원 (홍차구 홍군상 홍선 장위 류종) · 이현 · 조숙창 · 조휘 · 김준 · 임연 · 조이 김유 이추 · 한홍보 · 우정 · 최탄 · 배중손 조적 · 조일신 · 김용 · 기철 · 노책 · 권겸 · 최유 · 홍륜 · 김문현 · 김의
132권 「반역6(叛逆六)」
신돈
133·134·135·136·137권
신우(우왕) (신창(창왕)) }}}}}}}}}}}}


1. 개요2. 생애3. 평가


林貞杞
(? ~ 1288)

1. 개요

고려의 인물. 고려사 폐행 열전에 이름이 올랐다.

2. 생애

원종 때 과거에 급제한 임정기는 장흥부사에 임명됐는데 재임중 부친 임윤유(林允蕤)의 대상(大祥, 사후 2년째에 지내는 제사)을 지낼 때가 왔다. 개경으로 돌아가 상을 지내려면 관직을 포기해야 할텐데, 이를 걱정한 임정기는 내료(內僚)들에게 부탁해 임지 장흥에서 제사를 대신 지냈다. 한편 임정기는 장군 노진의의 딸을 두 번째 처로 들였다. 충렬왕 때 장군 노진의는 김방경을 무고했다가 원나라까지 다녀오는 등 일을 키웠고, 임정기는 장인의 죄에 연좌돼 파직됐다. 원거리 제사라는 파격 행보까지 보이며 관직을 지키려고 한 수고는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충렬왕 초에 파직된 뒤 바로 정랑으로 복직했는데, 감찰시사 김홍미와 좌사간 임행검이 임정기의 임명장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임정기와 마찬가지로 봉의랑 임명장이 전달되지 않은 고밀(高密)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내가 빚은 술을 권세가에 돌리며 청탁을 일삼는 인간이었다. 임정기 역시 이즈음부터 폐행을 벌이던 것으로 보인다. 임정기와 고밀은 응방을 통해 (둘을 임명하라는) 왕명을 받아와 서명을 독촉했으나 김홍미 등은 끝내 거부했고, 왕에게 직접 하소연한 끝에 충렬왕 5년(1279) 5월 섬으로 유배됐다.

임정기는 응방에서 전라도 왕지사용별감에 임명돼 전라도 곳곳에서 사냥에 쓸 를 잡으러 다녔다. 임정기는 백성들을 착취하면서도 권세가에 몫을 떼어다 바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 그치게 하기 위해 전라도에서 산출된 권세가의 전조(田租), 내고미(內庫米)를 신도구당사 한윤의를 시켜 80척 배를 동원해 예성강 하구까지 실어날랐다. 임정기의 봉사에 조정에서 그를 칭찬하는 말이 매일같이 이어졌으며, 충렬왕 또한 임정기를 깊이 총애했다. 경상도안렴사를 지내며 왕에게 아첨을 일삼은 민훤(閔萱)과 함께 붉은 띠를 하사받았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지금 원님이 찬 붉은 인끈은 다만 백성들의 고혈로 물들여 만든 것이로다."[1]라고 했다. 곧이어 전라도안렴사에 임명됐으니, 당시 파견된 5도의 안렴사와 동계 안집사 여섯이 모두 허물이 뚜렷했다.[2]

한번은 귤나무 두 그루를 진상하기 위해 개경의 궁궐까지 소 12마리에게 끌게 하고[3] 여러 날에 거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귤나무는 당연히 말라죽어있었는데, 임정기는 나무가 고사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왕에게 아첨하려고 죽은 나무를 바쳤다.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다 퇴짜를 맞은 일화도 있다. 승지 최수황에게 임정기는 배 한 척 분량의 백미를 바치려고 했다. 그러나 최수황은 독실한 불교 신자로 평소에도 식사를 소박하게 했으니, "나는 왕의 하사품일지라도 받지 않았는데, 하물며 백성의 고혈은 어떻겠는가?"[4]라는 말을 듣는다. 임정기는 부끄러웠지만 화도 났기에 그 쌀을 그대로 권세가에 바치고는 충렬왕 13년(1287) 2월 최수황 대신 승지 자리를 꿰찼다. 이를 본 당대 사람들도 비루하다고 여겼다.

같은 해 5월에는 국자감시의 지공거가 됐는데, 잘못된 시제를 여러 번 고쳐 망신을 샀다. 율부(律賦)의 시제로 "태종이 요순의 도를 좋아해 물고기가 물에 의지하듯 했으며 잠깐이라도 떨어질 수 없었다."[5]에서 가져온 구절을 제시했다.
好堯舜道 不可暫無
호요순도 불가잠무
그런데 응시자들이 여섯 글자가 측음(則音, 仄音)이라고 했기에 부끄러워하며 시제를 고쳤다.
堯舜之道 如魚依水
요순지도 여어의수
이번에는 평음(平音)이 다섯 글자가 됐고, 응시자들의 지적에 또 다시 부끄러워하며 시제를 고쳤다.
好堯舜道 如魚依水
호요순도 여어의수
시험관이 된 임정기는 품정(品呈)의 관례를 따라서 왕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진기한 반찬과 화려한 과일로 사치를 부렸으며 취한 채 직접 춤을 춰 왕이 크게 기뻐했다. 12월 임정기는 부지밀직사사에 올랐고, 이듬해 충렬왕 14년(1288) 감찰대부가 더해진 뒤 10월 4일에 죽었다.

3. 평가

학문에는 어두웠지만 관리로서의 행정 능력은 있었다.[6]
『고려사』 권123, 폐행 열전.
임정기의 죽음은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피로서 이룬 몸이니, 그 죽음은 마땅히 일어난 것입니다.[7]
『고려사절요』 권21, 충렬왕 14년 10월.
아래의 혹평은 임정기의 죽음을 슬퍼하던 제국대장공주에게 비구니 홍씨가 곁에서 전한 말이다. 재상 홍휴의 딸로 과부가 됐다가 비구니로 출가한 홍씨는 남 험담하기를 즐겼는데, 제국대장공주는 궁궐 밖의 일을 전해듣기 위해 홍씨를 곁에 뒀다. 제국대장공주는 홍씨의 말에 낯빛이 바뀔 정도로 화를 냈다고 하니, 임정기가 권력자들 앞에서 보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1] 如今邑宰紆朱紱, 盡是生靈血染成.[2] 전라도의 임정기는 간악하고(姦), 경상도의 권서정은 포악하고(暴), 교주도의 정량좌는 어리석은데다 탐욕스러웠고(愚而貪), 서해도의 최숭은 아첨하는 겁쟁이였으며(佞而㤼), 충청도의 황수명은 그래도 공과가 반반이었다.[3] 묘목만 가져온 게 아니라 큰 나무를 통째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4] 吾於王賜尙不受, 況民膏乎?[5] 太宗好堯舜之道, 如魚依水, 不可暫無.[6] 昧學術, 有吏能.[7] 貞杞之死, 不足怪也. 以血成身, 其死宜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