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여자력([ruby(女子力, ruby=じょしりょく)])은 일본의 신조어다.단어의 탄생은 2000년에 만화가 안노 모요코의 연재 에세이 <미인 화보(VOCE)>에서 언급된 것으로, 이후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단어로 자리잡으면서 2009년 신어, 유행어 대상에 선정되었다.
우리말에서 가장 뉘앙스가 비슷한 말로 옮겨보자면 "여성스러움의 정도"이다. 따라서 원어 그대로 받아들여도 상관없다. 일본의 용어 설명 사이트 코토방크(コトバンク)에서는 여자력을 '여성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힘. 또한 여성이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힘'이라고 설명하며, 뒤에 덧붙여 '명확한 정의는 없고, 여성다운 태도나 용모를 중시하는 것, 여성만의 감각, 능력을 생활이나 직업에서 살리는 등, 다양한 해석으로 이용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여자력의 요소 중 중요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 요리나 청소 등 가사일을 잘함
- 세심한 배려심으로 상대(기분)를 잘 신경써 줌
- 경우에 맞게 화장을 잘하고 헤어스타일을 꾸밈
- 보이지 않는 곳도 깔끔하게 제모
- 유행에 민감하고 패션 센스가 있음
- SNS를 잘 업데이트함
- 남자와의 대화 또는 교류를 잘함
- 매너가 좋음
2. 용법
기본적으로는 '남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여성스러움을 의미하는 말인데 아무래도 일본 특유의 야마토 나데시코적인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기 때문인지 '청순하고 가정적이고 조신한 컨셉'에 집중되어 있다.[1] 주로 패션/메이크업/가사 등에 사용되며 이러한 이미지를 아우르는 성격에도 사용되는 용어인데, 실제로 일본에서는 남자에게 인기 끄는 법에 대한 관심이 많아 방송이나 잡지 등에서 관련 정보를 계속 제공해 왔고, 그러한 이미지들이 2000년대 말부터 결혼이나 연애 성취를 위한 필수 요소로서 '여자력'이라는 단어로 함축되어 오늘날의 개념에 이르렀다.패션 및 메이크업에서는 화려하지도 러프하지도 않으면서 기품 있고 청순한 모습이 여자력을 인정받는다. 하의는 지나치게 짧지는 않은 미니스커트, 치마가 선호되며 적당히 굽이 있는 신발이[2] 더 높게 평가된다. 집안이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룸웨어나 원피스 파자마 같은 걸 입는 게 여자력이 높은 행위다.
가사에서 가장 높게 평가되는 건 요리다. 예로부터 일본 사회에서는 요리를 잘 하는 여자가 남자에게 인기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었는데[3] 여자력이라는 개념이 퍼지면서 매우 중시되게 되었다.
성격에서는 현숙한 느낌을 풍길 정도로 정숙하며, 배려를 잘 해주는 걸 매우 중요시한다. 흔히 나오는 예시가 회식이나 술자리에서 요리가 나왔을 때 먼저 나서서 사람들에게 요리를 덜어주는 것. 크고 거칠거나 천박한 말투를 쓰지 않고 다소곳하며 예의바른 말투를 사용해야 여자력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그밖에도 가방에 손수건을 넣어다닌다든가, 집안 정리를 잘 한다든가, 그런 것들도 여자력을 평가받는 요소다. 이와 같은 요소들을 갖추는 것이 '여자력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인터넷과 SNS에는 '여자력 빙고'와 그 반대인 '여자력 없는 빙고'도 유명하다.
3. 유행의 이유
앞서 야마토 나데시코와 관련되어 있다는 언급을 한 이유도 일본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남자에게 인기 끄는 비결'로 계속 이야기되어 왔던 것들이 신조어로 재포장된 것이기 때문이다. 암암리에 전승되어 오던 일종의 스테레오타입 테크닉에 '여자력'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세상에 널리 알려져 일반화된 것. 게다가 앞 세대인 불리는 버블 경제 시절 20대였던 60~70년대생 여성들이 30살 지나고도 결혼에 실패하여 결혼 못한 여성은 계약직이나 무직을 전전하는 비참한 사례로 인해 남자에게 인기를 끌어 좋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코토부키 타이샤)을 최고의 성공으로 삼는 일본 여성들의 분위기[4], 그리고 그런 여성들의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남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방법을 알려주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본 언론의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물론 일본 남자들도 여자에게 인기를 끄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크고, 야마토 나데시코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무라이 재팬이나 닛폰단지/야마토 타케루(日本男児) 등 '이상적인 남성상'에 해당하는 고유명사가 복수 존재해 남자들 역시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초식남 열풍에 이은 결혼 기피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의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연애 이외의 다른 관심사가 상당히 많은 편이고,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들이 가정 부양 능력이나 사회적 성공 등 좀 더 외향적이고 성과적인 경향이 커서 일반론적인 성공신화 스토리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혼과 내조에만 요점이 국한되어 있는 여자력에 비해 스펙트럼이 넓어서 문제 제기가 잘 되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일본에서의 '남성 에티켓'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면 대체 남자들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노답 케이스[5]가 다수 발견되지만 이에 대해 지적해 봤자 돈이 되지도 않고 잘못하면 사회적 성공을 시기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어 메이와쿠의 영역에 걸리게 되는지라 건드릴 명분도 없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으면서 돈벌이 수단도 되는 여자력이라는 단어에 언론과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몰릴 수밖에 없었으며, 이로 인해 여자력이라는 개념 안에 사회 전반적으로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를 다시금 강제한다는 문제점이 생겨나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가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으로 다른 점 때문에 자연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리는 요소가 분화되지만, 일본의 경우는 거기에 전통적인 요소를 첨가해 '남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100% 확신 요소'랍시고 획일화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하락해 가는 일본 남성들의 결혼에 대한 관심사와 일본의 사회 특성상 이게 먹힐 수밖에 없고, 이걸 어떻게든 되돌리기 위해 '최대한 남자들의 공통분모적 취향에 엮인다'는 떡밥으로 여자력이라는 단어는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가지고 쓰일 수밖에 없다.[6]
4. 창작물
스위트의 후계자격인 단어로 의미가 약간 달라진다. 작중 여자 캐릭터들이 '남자에게 사랑받을 만한 여자다움'을 단련한다는 의미로 여자들끼리 쓰는 말이 됐다. 외모 가꾸기, 요리나 청소, 돌보기 같은 것이 여자력에 해당되는데 이중 가장 여자력을 높게 평가받는 게 요리이다. 순정만화에서는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예를 들면 화자가 자기관리를 잘하는 친구에게 '여자력 높구나'하고 감탄한다.오토메 게임에서 주인공을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요소가 있을 경우, 육성 패러미터는 이 여자력에 관계된 항목인 경우가 많다. 한때 유행하던 남성향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히로인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능력치를 올리던 것과 비슷한 느낌.
히키가야 하치만이 유이가하마 유이를 '빗치'라고 비난한 직후 고등학교 2학년이 되도록 아직 성 경험이 없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유이가 '와, 유키노시타, 여자력 부족 아니냐'며 의심하며 되물은 바 있다. 유키노가 유이에게 '처녀'란 말을 거리끼지 않아서 여자력이 없다는 말을 반어적으로 비꼰 것이다.
타치바나 타키와 몸이 바뀐 미야미즈 미츠하가 처음 몸이 바뀔 때 타키의 아르바이트 동료인 오쿠데라 선배의 스커트를 꿰메준 적이 있다. 이때 오쿠데라 선배가 '여자력도 높았네'라고 한다. 한글 자막판에선 '여자다운 면도 있었네' 라고 번역되었다.
게임 마알왕국의 인형공주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대표 명대사로 여자는 행동력!이 있지만 여자력이 원래 의미하는 것과는 달리 여자가 주체적으로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4.1. 여자력과 관련된 언급이 있는 캐릭터들
4.1.1. 여자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케이스
4.1.1.1. 여성
- 길티기어 시리즈 - 디지: 엘펠트가 여자력 측정기로 측정하자 측정기가 폭발했다고 한다.
-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에토 미사키: 전형적인 21세기 일본 여대생 스타일 캐릭터이고 자신의 외모를 다방면으로 가꾸고 있지만, 지향하는 미적 기준이 야마토 나데시코에 가깝고 프로필상 취미에 '여자력 UP'이 있다.
-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 쇼쿠호 미사키: 말버릇으로 "~~력"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이 용어의 패러디이다. 기본적으로 취미 면에서 여자력이 높은 편.
- 유라기장의 유우나 씨 - 미야자키 치사키: 아메노 사기리의 평에 따르면 여자력의 괴물.
- 포켓몬스터 XY - 세레나: 클리셰적인 '여자아이'스러운 대사와 연관된 경우가 많고[7] 담당 성우인 마키구치 마유키가 여자력이 높은 캐릭터라고 직접 언급한 적이 있다.
- 프레임 암즈 걸/애니메이션 - 겐나이 아오: 친구를 위해 능숙하게 요리를 하면서 "내가 이렇게 보여도 의외로 여자력이 높다니까" 라며 여자력을 어필하는 장면이 나온다.
4.1.1.2. 남성
- 데이트 어 라이브 - 이츠카 시도: 여자력이 어지간한 여자애들보다 훨씬 높다고 공식 설정에 설명된다. 덕분에 여장 상태인 이츠카 시오리 모드에서는 작중 대부분의 여자애들 뺨싸대기를 후려갈기는 화장, 코디 실력이 나온다.[8]
- 세인트☆영멘 - 붓다: 예수에게 신통력 중 하나가 여자력이 아니냐는 역설을 받았다.
- 오소마츠 상 - 마츠노 토도마츠: 초반엔 F6버전 한정 속성이었으나, 갈수록 작품 내외적으로 '여자력 있는 남자' 기믹을 강조하고 있다.
- 월간 순정 노자키군 - 노자키 우메타로: 사쿠라 치요가 노자키의 도시락을 먹으면서 "나보다 여자력이 높아!"라고 좌절했다.
- 휴먼버그대학교 - 사메즈 세이지: 애초에 직업이 야쿠자이며 후임들을 자주 갈구는 군기반장이지만 의외로 전투에는 소질이 없는 지성파에 조직원 전부의 생일을 알고 챙겨주는 상냥한 면이 있으며 엄마가 초등학생 자녀들한테 싸줄듯한 아기자기한 수제 도시락을 챙기고 다녀서 아비루 칸타가 여자력이 높다고 언급했다.
4.1.2. 여자력이 없다고 평가받는 케이스
- 나는 친구가 적다 - 카시와자키 세나: 시구마 리카에게서 "여자력 겨우 5인가... 쓰레기 같군."이라는 대사를 들었다.
-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시리즈 -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대다수: 작중에서 여자력이 떨어지는 행동으로 인해 여자력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데 특히 미시마 에리카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주인공인 아마사와 케이스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키시베 리에와 주먹다짐을 할 정도로 상당히 드세고 사나운 편.[9]
- 수전전대 쿄류저 - 아미 유즈키: 평소 행실에 대해 한탄한 현신 토린이 "전대력에 비해 여자력이 떨어진다..."고 언급.
- 유우키 유우나는 용사다 - 이누보자키 후우: 작중에서 여자력을 계속 주장하지만, 우동을 다섯 그릇 이상 비우고 활발하고 열혈한 성격의 여장부형 스타일. 주무기도 대검이다.
- 평범한 여고생이 지역 아이돌을 해 보았다 - 우사미 나나코: 로코돌로 뽑힌 이유가 "여자력이 낮아서 완전 안전해서"라고.
- 소드 아트 온라인 - 미토: 극장판 제작진 공인 발버릇이 나쁜 아이. 여자 아이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것 등을 일컫는 말로, 툭하면 물건을 발로 차거나 학교 밖에선 양반다리를 하는 등 발버릇이 나쁘다.
5. 여자력(물리)
힘 력 자가 말 그대로 힘이라는 의미가 있다 보니 여자력(물리)라는 표현도 존재하는데, 여캐가 남캐를 가볍게 집어던지고 개그씬을 유발하는 장면이라던가 여캐가 남캐를 마구 두들겨 패고 쓰러뜨리는 장면이 나오는 경우에 우스갯소리로 사용된 데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여자력이란 단어가 점차 대중화된 이후로 이 단어의 사용례도 점차 넓어졌고, 나중에 가면 모로보시 키라리 같이 그냥 덩치 큰 여캐가 뭔가 활발하고 일을 잘 하는 경우에도 이 네타를 적용하는 사례가 생겨났다.[1] 일본의 전통적인 스타일뿐만 아니라 패셔너블하고 화려한 여성에게도 '여자력이 높다'는 수식어를 붙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별로 보급되지 않았다.[2] 일본에서는 하이힐이나 통굽신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여자력의 개념을 보면 알겠지만 남자의 키와 근접하는 것 자체가 기피되는 성향도 있고, 더 나아가면 코스프레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3] 흔히 남자를 잡으려면 위장부터 사로잡으라는 말이 쓰인다.[4] 이 때문에 돈 없는 20대 남성과는 결혼하는 것을 꺼리는 바람에 초식남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5] 신장, 외모(얼굴), 손가락의 형태, 목소리 같은 타고난 신체적 특징마저도 남성 에티켓의 일부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차에 연인을 태울 때 문을 어떤 식으로 대신 열어 주는지, 주차할때 조수석에 손을 얹고 후방을 보며 후진하는 동안 어떤 각도로 턱선을 보여 주며 과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세한 테크닉까지도 에티켓의 범주에 넣는 극단적인 케이스도 있을 정도다. 아무리 세세한 메뉴얼을 좋아하는 일본이라고 쳐도 과할 정도. 이쯤 되면 직장 내 직위나 사회적 위상, 업무상 업적, 부동산과 자동차 등 재산 문제 등을 따지는 한국은 평범해보일 정도.[6]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여자력이라는 단어는 언론, 방송계를 넘어 심지어는 국가기관까지 사용하는 단어로 널리 자리잡았다.[7] "여자아이라면 몸가짐에 신경 써서 늘 귀엽게 있어야지"라고 직접 말한 적도 있고, 엘르가 세레나에게 "이게 여자아이가 귀여워지는 요령이야" 라는 대사를 한 적도 있다.[8]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낮다 못해 지구 내핵에 처박힌 수준이었던 나츠미가 생전 처음으로 스스로가 귀여울지도 모른다고 느낀 게 시오리 모드의 시도가 해 준 메이크업을 받고 나서였을 정도다.[9] 오죽했으면 에리카와 기억을 공유하는 추추몬이 페이 웡 토모에 이그나시오와 다테 마키코의 말다툼을 보고 말한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는 말이 작중 남성 캐릭터들인 아마사와 케이스케와 이마이 치토세에게 설득력 없다는 식으로 까인다.